예사노바 타미르 애프터스토리 /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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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이즐린 빈트 타누크 씨에게

몸은 건강하신가요, 이즐린 씨.

제가 그곳에서 돌아온 지도 벌써 오랜시간이 지났습니다.

여러분을 떠나보내고 돌아온 고향은 꽤나 변화를 보였습니다.

사막세계의 삼 년이 이곳에선 십오 년이란 세월로 변모하더군요.

계절이 돌고돌아 저는 팔십이라는 나이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인어의 생 중 팔십 년이라는 기간은 특출나게 긴 편은 아니지만,

인간에게는 인생을 뒤흔들 커다란 수라 그 간극에 매번 초조함을 느낍니다.

당신의 발걸음이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기 전

한번이라도 더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에 중앙에서 온 아카데미 교수 제안을 승락했습니다.

그곳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도를 해볼 수 있겠지요.

당신이 제게 준 물건이 공간의 이정표가 되어주는 것 혹 알고 계셨나요?

이정표를 따라 절반의 항해를 마쳐 이제는 고지를 넘는 일만 남았습니다.

목표는 사막과 바다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구전에 나오는 마술사들과는 달리 세상의 윤리와 도덕에 맞게 지식을 추구하고 있으니 큰 걱정은 하지 말아주세요.

...

그렇지만 가끔 미련이 제 곁을 맴돕니다.

만약 그때 저도 같이 돌아갔으면 어떠했을까...

만약이란 단어는 일어나지 않을 일을 그저 상상하는 것에 불과하지요.

아마 저는 같은 행동을 똑같이 반복했을 것입니다.

당신에게 제 마음을 뺏기는 것 역시 반복했겠지요.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저는 당신이 리안을 등쳐먹을 사기꾼인 줄 알았습니다.

의심하고 견제하고 떠보고 그랬었는데 말이죠...

고난과 역경 그 안에서 나눈 대화.

저는 당신을 이해(공감)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간절히 구하겠다는 마음 말입니다.

저 역시 리안을, 나나이 형님을, 우리가 살아가는 두 개의 세계를 간절히 구하고자 했으니까요.

이해(공감)가 곧 연심이 되어 제 가슴을 간지럽혔습니다.

마지막, 당신에게 했던 행동에

지금의 전 한점 부끄럼도 가지지 않습니다.

꿈속에서나마 다시금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타미르 카심 올림

***

손에 든 편지를 다시 고이 접어 첫번째 서랍 안쪽에 넣었다.

벌써 쌓이고 쌓인 편지지만 쓰는 걸 멈추지 못했다.

앞으로도 그렇겠지.

형님, 리안, 이즐린. 제가 곧 가겠습니다.

***

예사노바 이즐린 애프터스토리 / 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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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xx대 하자르 x년 x월 x일, 
태양이 그 모습을 가리면 악마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예언하여 왕에게 이 사실을 고하다.

x년 x월 x일, 사막왕이 대신관과 근위대장 이하 ◼︎◼︎인을 대동하여 유적으로 향하다.

x년 x월 x일, 온 하늘에 균열이 생기며 그 틈에서 물줄기가 쏟아지다.

x년 x월 x일, 사막왕의 배가 귀환하다. 사막왕이 그릇을 깨는 자를 봉인하였다고 말하다. 바람잡이의 역할을 하던 방랑자가 사라짐을 안타까워하다. 우주의 끝에 있었다는 물로 이루어진 사막을 바다라 부르다.


———


  행여 획 하나를 놓칠까 점토판의 요철 하나를 놓치지 않고 훑어내려가던 대신관의 손끝에서 힘이 빠지고는 이윽고 깊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바다가 있는 세계에서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알 방도는 없다. 그들이 우리와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지도. 다시 만날 방법을 찾기 전에, 떨어져 있는 동안 누구 하나의 시간이 멈추고 만다면. 일각이라도 허투루 쓸 수 없었다.

  마지막 일식 이래로 푸른 바다가 있던 세계를 꿈꾸지 않고 살아온 때는 한 순간도 없다.

  신관의 책무를 차마 저버릴 수 없어 뱃머리를 돌려 원래 세계로 돌아온 밤, 그날 처음 만난 바람잡이를 떠나보낸 일을 떠올리고 쌓인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터진 눈물을 삼키느라 수 일.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어찌 보면 사사로운 감정으로, 그가 이 세계로 떨어졌다는 3년 전의 기록을 시작으로 왕국 도서관의 서가는 물론이요 거리의 소문과 구전으로 내려오는 노래까지도 모아 바다에 대한 단서를 찾아다니기를 꼬박 십 년하고도 수 개월. 
  그 작은 부산물로 그가 주석을 달고 정리하여 펴낸 역법서와 역사서가 서가를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천구의, 그릇을 인 거북 두 마리와 고래의 조각이 놓여 있는 무게감 있는 석제 탁자를, 왕국의 특이한 사건을 모았다는 야담집, 신화 시대부터 거의 모든 역사를 망라하는 석판부터 양피지 두루마리, 종이책까지에 쓰인 기록들이 어지럽게 놓여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리고 있었다.

 왕국에서 손에 꼽던 바람잡이. 왕국에서 태어나 평생을 사제로 길러지며 살던 자에게 동경의 존재. 신뢰받지 못해도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했건만 무엇 때문에 내가 노래할 자격이 된다며 도움의 손길을 주겠다고 하게 되었는지. 내게 가졌던 알려 줄 수 없는 감정이라니. 왜 떠날 때가 되어서야 깨달았을까. 대체 그 마지막 인사가 뭐라고.

  차라리 애초부터 선왕을 따라가 봉인 의식을 일찌감치 마쳐 버렸다면 타미르는 너른모래땅의 주민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을까. 혹여나 큰 일식이 다시 일어나 두 세계의 경계가 또 찢어진다면. …혹시나 그릇을 깨는 자가…….
무슨 몰염치하고 불경한 마음을 품는가, 생각을 바로잡으며 다시 기록을 읽으려고 하던 때,

  -실례합니다, 대신관님.
 
 누군가가 방문을 청한다는 시종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라 하세요, 라는 말을 신호삼아 육중한 돌문이 안쪽으로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알현을 청했던 이가 집무실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목덜미 위까지 오는 금발의, 지금은 신입 티를 완연히 벗은 사제가 이즐린에게 목례로 인사하고는 종이 묶음 수 권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가장 위의 것을 넘겨주었다.

-고맙습니다, 수고가 많으셨어요.
  사제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받아든 서류를 넘겨 첫 줄부터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학자들에게 협력을 구해 받고 있는, 왕국 안팎에서 일어나는 기현상에 대한 보고서다. 몇 장을 넘길 때쯤 금발의 사제가 운을 떼었다.

-주제넘을지 모르나, 그…….
-말씀하세요.
-대신관님께서 천체의 운행이며 왕국사…그 밖에도 말이죠, 이런저런 연구에 투신하기 시작한 것이요.
-역시 유적에 다녀오신 이래로 그리 되신 것이 아닌지…했습니다.

-10년 전의…, 그렇죠, 기억하고 있네요. 그대에게도 큰 사건이었죠?
-주교님께 듣고서 얼마나 놀랐는지는 아시나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시고 그대로 신전에 들어오시는 대담함이라니.
-미안합니다, 그 때는. 그래도 그곳에서 저희를 맞은 게 당신이라 다행이네요. 태양신의 가호라도 있었던 것 아닌지.

오랜만의 기억에 가볍게 웃으며 이즐린은 다시금 시선을 보고서로 향했다.

-그리고 외람되오나…밤이 늦었습니다. 몸이 상하실까 염려되니…, 그, 오늘만은 잠깐 휴식하심이 옳지 않을까 사료됩니다.
-결국 걱정을 끼치고 말았습니까, 괜찮습니다. 이 정도로 이 사람이 쓰러지지는 않아요.

계속 보고서를 읽어내려가던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되었다.

-최근 수 개월간 왕국 북동부에서 허공에 푸른빛의 작은 창문 같은 것이 생겼다 사라졌다는 뱃사람들의 보고가 있었음.
-대부분 생전 처음 맡아 보는 소금기 섞인 냄새가 나는 바람이 불었다고 증언함. 차원 균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음.
-하지만 그 양상과 관측되는 마법으로 보아 그릇을 깨는 자의 소행이라고 보기는 힘듦.
-빠르면 5년 후에 해당 지역에 사람이 드나들 규모의 문이 생길 것으로 예측됨.

설마.
당신의 바람이 만들어낸 길일까.
 종이 묶음을 들고 있던, 흥분으로 떨리던 손을 간신히 고쳐잡았다. 오늘만은 잠깐 쉬라고 한 이유가 있었군. 언젠가 때가 되면 이 자리를 물려줘도…괜찮겠지. 사람 보는 눈은 있다니까. 생각을 추스르고는 픽 웃음을 흘리며 목제 테와 수정으로 된 안경을 벗어 찰칵 소리가 나게 접으며 화답했다. …하지만 감사합니다. 오늘은 이만 쉬도록 할까요.

-…그럼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평안한 밤 되시길.
고개를 숙여 물러가는 사제에게 같은 말로 답하고서 문이 닫히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이즐린은 몰려드는 감정에 균형을 잃고 탁자에 두 팔을 짚었다.

앞으로 5년이라.
할 일이 많다.
기껏 당신이 만들어낸 길을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가고 싶지 않다.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듣고 싶은 이야기도 쌓이고 쌓여 산을 이루었다. 몇 날 며칠을 걸려 이야기해도 모자라겠지,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슨 생각을 하며 보냈는지. 한켠에 쌓인 일기와 보내지 못한 편지를 보며 생각했다.
 
 다시 만나면 가장 먼저 전해야겠지.
당신의 은인이자 형제가, 귀여운 후배가,
…그리고 당신을 동경하던 자가 기다리고 있었다고.

부디 그대 역시 나와 같은 바람을 가지고 있기를.
그 때는 내가 당신에게 가진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기를.

———

이하 로그에는 못쓴 뒷설정:

-이즐린이 집필한 역사서에는 직접 그린 삽화가 포함되어 있다. 인어 그림을 특히 신경썼는데, 언젠가 타미르가 이걸 볼 때 자길 잊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반지는 결재할 때 인장으로 쓰는 것인데(그래서 태양신의 권위...어쩌구...), 대마다 다른 디자인이며 평생 한 가지 모양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라서 돌아오고 나서 같은 것 하나를 더 맞추었음. (분실은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다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으니 재량으로 똑같은 거 하나 더 만들었다든가…)
-인장 반지를 다시 만들 때 장인에게 다른 반지 하나를 더 주문했는데, 자수정이 박힌 은반지였다고 함.
-대신관은 사관과 천문관, 태양신을 모시는 경우 현실로 치면 물리해양학자…같은 위치를 겸하고 있지 않을까.
-이즐린이 처음에 보던 기록은 오래 전의 비슷한 사건입니다. 일행 얘기 아님.
-사막에서 관측된다던 현상은 타미르의 연구 도중 일어나는 일이 이렇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날조했습니다 미안해요… 뱃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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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죽였다.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그를 모래바다의 아래로 밀어 넣었다.

머리부터 발까지 늪에 빠진 것 마냥 삼켜졌다.

이곳에 온 지도 벌써 3개월.

만나는 인간마다 내 능력을 탐내거나 몸을 탐냈다.

인간이란 원래 이런 족속들인 건지, 아니면 내가 운이 없는 건지.

당분간 마법은 쓰지 않는 쪽으로.

한숨을 푹 내쉬고, 그가 어제 말했던 <사막왕국>이란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분명 돌산 다섯을 넘으면 나온다고 했지.’

 

지친 몸을 다시금 이끌고 돌산을 올랐다.

내가 이곳에서 죽인 인간만 무려 다섯.

그 전까지 동물 한 마리 잡아본 적 없는 게 나였다.

날 이렇게 만든 건 인간이다.

죽이지 않으면 분명 날 죽음으로 몰아넣을 놈들이었다.

<인간을 믿으면 안 된다.>

지금까지 구르고 구른 경험의 결과였다.

 

사막의 한낮은 모든 것을 말려버릴 정도로 뜨겁고 밤은 숨이 얼어버릴 만큼 차갑다.

그런 와중 한참을 오르내리고 있으니 갑자기 눈앞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속이 메슥거리고 머리는 어지럽다.

깜빡깜빡.

시야는 곧 검은색으로 변했다.

그러다 짙은 푸른색으로 바뀌었고 다시금 검은색이 되었다.

열사병이었다.

조치를 취해보려 했지만 몸은 이미 고꾸라진 지 오래.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속 이 더위에 노출된다면 분명 말라 죽어버리겠지.

 

안 돼, 부모님도 형님들도 아직 만나지 못했는데. 이 망할 운명은 불운으로부터 날 지켜줄 생각조차 안 하는구나!’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입안이 바짝 마르고 정신이 오락가락 할 무렵.

누군가 내게 물을 흘려주었다.

 

***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니 낡은 침대에 덩그러니 혼자였다.

열사병에 걸렸던 게 마지막이었는데 상태를 보니 응급처치를 한 모양이다.

방 안은 낡은 가구들이 많은 것치곤 깨끗하고 손질도 잘 되어있었다.

역시 이곳은 누군가가 사는 곳이다.

침대에서 내려가려고 하던 중, 문이 열리며 남성인지 여성인지 모를 자가 나왔다.

그는 다정한 톤으로 내게 괜찮냐 물으며 내 몸에 손을 대려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그 당시 이런저런 인간들한테 당한지라 이자 역시 믿기 힘들었다.

다정한 척, 나를 도와준 척 다가간 후 나를 이용할지도 모를 노릇이니.

이를 빠득빠득 갈며 그를 노려보았다.

불안감, 혼란스러움, 당혹감.

모든 것이 섞인 이 감정에 이름을 붙이긴 어려우리라.

날이 바짝 서있었던 나는 결국 그의 손에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

기회를 틈타 집밖으로 나가자 이게 웬걸 인간 여자, 인간 남자, 어린 인간.

다수의 인간이 집밖에 우글거리고 있었다.

 

으읏.”

 

수많은 시선에 겁에 질려 움직이지 못하자, 방에 있던 그가 내 손을 잡고 집 안쪽으로 데려왔다. 그러곤 딱딱하게 굳어버린 등을 토닥여줬다.

 

혹시 사람이 두려운 거니?”

 

인간, 이중적이며 폭력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생물.

지금까지 봐왔던 인간들은 세세하게는 달랐지만 심지는 하나같이 똑같았다.

욕심이 너무 많았다.

한계를 넘은 욕심은 언제나 파멸을 불러온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배웠다.

이자도 인간이니 분명 그럴 것이다.

눈을 또르륵 굴려 그를 자세히 보았다.

목까지 오는 검은 단발머리, 자수정색의 눈동자, 짙은 색의 피부, 체향은 맡아보니 여자였다.

키가 같아 남자인 줄 알았는데.

인간은 인어와 달리 남자 쪽이 더 큰 모양이다.

그렇게 한참을 그에게 안겨 있었다.

 

이후 더럽다며 강제로 몸을 씻었고 새 옷도 받았다.

자르지 못해 어깨까지 길어진 머리카락도 다듬어 예전처럼 묶었다.

식사를 하고 있으니 그가 이곳의 역사과 자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주었다.

그의 이름은 나나이 칼. 사막의 모래 위에서 배를 모는 선원이라고 했다.

믿기 힘들지만 이곳은 내가 알던 곳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소금물로 가득한 바다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모래로 가득한 모래바다만이 존재했다.

물이라곤 이곳저곳 흩어져 있는 오아시스와 지하에서 끌어온 지하수, 식물에 고여 있는 식수 정도.

나는 왜 이런 곳에 있는 걸까.

 

그에게는 내가 저 머나먼 곳에서 왔고 중간에 사고로 인해 조난되었다 소개했다.

그리곤 하나의 진실을 거짓 중 섞어놓는 편이 더 현실감이 있기에 이곳의 직업 <바람잡이>를 이용했다.

다행이도 바람잡이가 무엇을 하는지는 잘 안다.

바람마법을 잘 사용하면 유능한 바람잡이로 생각하겠지.

그와 함께 왕국의 골목을 걸었다.

아까는 급작스러워 그를 밀쳐내지 못했다.

이렇게 된 이상 정보를 얻어내고 도망쳐 버리자.

내가 그렇게 생각하든 말든 그는 즐거워 보이는 얼굴로 여러 장소를 알려줬다.

매일같이 장을 보는 장터, 여러 인간들이 모여 떠드는 술집, 첨탑이 솟아있는 종교시설, 하얀 석조로 이루어진 거대한 왕성.

마지막으로 그가 일하는 모래항구.

사막을 가로지르며 데워진 뜨거운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린다.

항구에서의 그는 무척이나 인기가 많았다.

그 많은 선원 중에서도 손꼽히는 선원이라나 뭐라나.

그러면서도 사는 곳은 그 허름한 집이라니, 원래 세계에서 나름 꽤 살던 사람인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시간은 흘러 나 역시 선원이 되었다.

그리고 나도 그리 멍청이가 아닌지라 그가 나쁜 인간이 아니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는 건 그냥 나랑 녀석이 운이 없었던 걸까.

 

알 수 없지만 그때는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

 

그는 나에게 과거를 묻지 않았다.

나 역시 그에게 과거를 묻지 않았다.

서로가 들춰내는 것을 두려워하기에.

만약 시작한다면 멈추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오늘을 살아간다.

 

***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건, 삶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는 걸 의미한다.

태양이 사막을 비출 때 즈음 눈을 떠 두 명분의 식사를 만들곤 아침잠이 많은 그를 깨우러 간다. 새 이불 속 곤히 자는 그의 등을 두들겨 깨우면 곧바로 욕실로 보낸다.

아침 식사 때는 늘 일정을 정리하며 필요한 것을 체크한다.

사실 내가 챙기고 자시고 그는 일을 하는 데에 능숙하며 여유를 보이기까지 한다.

선상생활 경력이 무려 10년이 넘어가니 고작 1년 언저리인 내가 이렇게 챙기는 게 퍽 귀엽게 보이겠지.

무튼 그와 1년을 넘게 일하면서 내 평판은 급작스럽게 치솟았다.

이곳의 바람잡이 주술은 그쪽 세계의 마법에 비하면 한참 응용력이 부족했다.

애초에 피를 매개체로 하니 한계를 보인 것이겠지만 말이다.

덕분에 그 허름했던 집을 2층짜리 큰 집으로 바꿀 수 있었다.

물론 집주인은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몇 번이고 상의를 했음에도 전의 집에 대한 집착이 강해 투덜거리는 건 일쑤고 자라는 집에서 안 자고 배에서 자기를 몇 번.

결국 매년 오는 사막폭풍 때도 사라져 내가 찾다가 다치고 나서야 집에서 지내기 시작했다.

 

오늘 일은 형님이랑 따로 다닐 예정이에요. 전에 있던 바람잡이 분이 와주신다고 하니까 잘 다녀오세요. 저는 이번에 그 알죠? 대형무역업체 <딜라인>. 거기서 이번에 바람잡이 여럿이 필요하다고 해서요. 아마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아요.”

 

이번 일은 대형무역업체 <딜라인>에서 내놓은 대물건수였다. 큰돈과 명예가 오가는 만큼 웬만해서는 놓치기 싫었다.

항구에 도착하자 뜨거운 사막바람이 이곳의 열기를 느끼게 한다.

평소보다 더 많은 인간, 사람들.

왕국에서 오가라 하는 바람잡이는 대부분 모인 것 같았다.

언제나처럼 짐이 적재되길 기다린 후, 돛을 펴고 바람을 몰아 사막의 모래를 갈랐다.

미지근한 바람, 시작이 좋다.

이번 일이 끝나면 좋아하는 비둘기구이나 먹으며 밤새 수다를 떨다 자리라.

배의 난간에 팔을 얹으며 내일을 상상했다.

 

대형무역업체란 말이 무색하지 않게 무역은 성공했고 많은 짐들을 배에 실었다.

이제 왕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그 전에 매번 해오듯 바다에 대한 정보를 찾아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하지만 무릇 그렇듯 이곳에서의 바다는 물의 바다가 아닌 모래의 바다였고.

그 외의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 다시 돌아오던 중 최악의 인간과 마주하게 되었다.

 

내가 이곳에 떨어졌을 때 처음으로 만났던 인간. 인신매매꾼, 그였다.

녀석은 내가 <카심>인 줄 알고 날 보자마자 손부터 날렸다.

버릇 개 못준다고 또 손버릇이 튀어나왔다.

물론 그걸 두고 볼 내가 아니었다.

순식간에 제압하자 녀석이 몸부림을 쳤다. 그러다 힘으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안 건지. 입을 나불대기 시작했다.

 

크흐흐, 카심. 이게 얼마만이야. 반가워서 그랬지. 죽어가던 노예 녀석이 이렇게 번듯한 옷을 입고. 이번 주인은 너를 꽤 예뻐해 주나 본데? 많이 신분상승 했네, 그치?”

 

번들거리는 면상을 들이대며 카심을 비웃기를 한참.

 

나는 네가 타미르랑 붙어먹는 줄 알았잖아. 그 특이한 귀쟁이놈. 얼굴은 반반하면서 특이한 몸이니 분명 높으신 분한테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었는데……. 하아……, 카심. 타미르 어디 있어? 네가 알잖아. 타미르 그 새끼 내 물건 다 부셔놓고 내 부하들 다 죽이는 바람에 복구만 일 년이 넘게 걸렸어. 그 새끼 어디 있는지 알려주면 꽤 쳐줄게. 걔 몸값에서 좀 빼준다니깐. 사람 좀 써서 팔다리 잘라놓고 성벽 조져버린 놈한테 비싸게 팔아넘기면 걔가 뭐 어쩌겠어?”

 

그래, 이놈은 이런 놈이었다.

인간을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고 마치 도구로 본다.

무심코 잡은 팔에 힘이 들어갔다.

 

크악! 이 팔 놓고 이야기하자니깐! 내가 전에는 미안했다니깐. , 브레노! 빨리 와서 날 도와라!!”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부하인지 호위꾼인지가 저멀리서 뛰어오는 게 보였다.

더러운 몸과 더 이상 붙어 있기 불쾌했기에 녀석을 놓아줬다.

 

카심, 오늘은 이만 돌아가 주지. 너 역시 돈이 필요한 거지? 만약 정보를 팔고 싶다면 저쪽 돌산 위쪽으로 오라고. 자정, 그 시간이면 아무도 모를 테니까 말이야.”

 

아픈 손목을 몇 번 매만지며 돌아가는 꼬락서니란.

그날, 카심이 죽던 그날. 전부 죽은 줄 알았는데.

 

……자정이라 했나?”

 

어차피 녀석을 그냥 둘 생각은 없었다.

인어인 타미르를 아는 인간은 전부 죽어야 한다.

그게 과거의 망령이든 뭐든 간에 말이다.

 

자정이다.

막사에 인식저하 마법을 걸고 돌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녀석도 나도 결과는 하나로 직결될 것이다.

치부의 죽음.

생각대로 녀석은 무장된 부하를 끌고 나타났다.

 

크하하! 결국 너도 나도 다 같은 바깥쪽 인간이야. 이렇게 살아도 돈이면 다 된다고. 그래, 카심. 타미르는 지금 어디 있지?”

 

카심은 너와 같지 않다.

타미르 역시 너와 같지 않다.

인간은 다 너와 같지 않다.

네 추악함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지 마라.

 

그때 남기지 말았어야 했다. 카심을 위해서라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나는 타미르에 대해 물었다.”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변신을 풀고 반쯤 모습을 내보였다.

 

타미르? 본인을 앞에 두고 너무 나불대는 것 아닌가?”

, 타미르!!”

 

이제부터 잘못 꼬인 타래를 잘라낸다.

너희는 오늘 남지 않을 것이다.

 

***

 

미지근한 바람이 뺨을 스쳐 지나간다.

이런 바람을 만난 날은 운수가 좋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당연하게도 형님이 날 반기고 있었다.

그래, 이제는 이 일상이 당연한 거겠지.

 

그는 내게 과거를 묻지 않는다.

나 역시 그에게 과거를 묻지 않는다.

우리는 오늘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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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마성시 마기카를 마쳤습니다. 짝짝짝~

2월 27일 토요일 오후12시부터 시작해서 15시간, 일요일 저녁 9시부터 시작해서 다음날 아침까지 9시간을 해 총 24시간이 걸린 대장정이었습니다. 

우선 이 말은 하고 싶었습니다.

정말 재밌었습니다.

인세인은 롤플레잉에 집중할 수 있다는게 정말 좋더군요.

다만 입문한지 1달도 안 되고 룰북도 제대로 없어 (오늘 집에 인세인책 옴) 갖은 실수를 남발했습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더군요. 더구나 집중력도 한계에 다달아서 ㅠ

같이 겜해주신 분들께는 정말 죄송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래부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의하십시오. 플레이를 하지 않은 분은 열지 않길 바랍니다.

더보기

 

 

무튼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캐릭터를 짜게 되었는데 PC1이 가진 '재액의 날'이란 표가 간지가 나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위에 달려있는 거)

그런데 호무라 버전2였을 줄이야....

멸망한 마성시에서 과거의 마성시로 돌아와 PC2를 지키고 멸망의 원인을 멸하는 것이었죠.

결과적으로 말한다면 저는 PC2를 지키기는 했습니다.

동생을 잃고 자살하려고 하는 것을 억지로 행동불가로 만들어 그대로 들고 날랐습니다.

덕분에 진정한 사명을 완수해서 가슴을 진정시켰죠.

메데타시~ 부모님도 살리고 친구도 살리고 마성시까지 구했으니 해피엔딩이라 볼 수 있겠으나 마법소녀의 결말은 언제나 참담한 것. 어찌됐든 이 친구도 제 명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재가 되겠죠.

 

 


 

 

PC1 한유현

마성시 마양고등학교 2학년생, 쿨뷰티계열의 중성적인 소녀.

현재는 마작기술연구 동아리의 부장을 맡고 있다.

집에서 만든 빵을 가져와 부원들에게 간식으로 먹이고 있어서 부원들에게 평은 좋은 편.

고1 겨울방학때 가족끼리 국내여행을 갔다가 운 나쁘게도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크게 다친 사람이 없기에 주변에 알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소원에 의한 결과.

사고 당시 유현은 크게 다친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소원을 빌었고 눈을 뜨니 병원이었다.

머리를 다쳐 계약때의 기억이 사라져 자신이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 이후 유현이는 눈가에 흉터가 남았다.

중학교때부터 주성연과 친구였고 고등학교에 와서는 같은 반이 되었다.

부모님께서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

 

...친구와 가족, 후배들이 마녀에게 당하게 둘 수 없다.

 

이 위가 제 캐릭터의 대외적 설정이었습니다. (캐릭터의 모티브는 부엉이였습니다.)

과거로 돌아온 것은 비밀로 하고 마치 교통사고를 당해 QB와 계약한 것으로 떡밥을 흘렸습니다.

먹혔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요. 아마 거짓이라 생각한 사람도 있겠죠 ㅋㅋㅋ

 

그렇게 본 게임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만난 것은 역시 전투.

메인페이지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2번의 전투는 당황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인트로>메인페이지(전투)>클라이맥스(전투)이랬으니까요.

게다가 하필이면 PC1를 빼고 모두 버팅. 마녀와 PC1만 남기고 탈락해버려서 홀로 싸웠습니다ㅎㅎ....

두번째는 전부 버팅이라 전원 탈락이었는데 GM께서 수를 내서 넷 중 하나가 공격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거기서도 PC1이 선정되어 두 전투 전부 PC1만 참가가 되었네요.

다행이도 데미지 룰이 잘들어가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렇게 들어간 메인페이지는 PC1의 단독행동(아마 1번째 사이클때 그랬던 기억)과 얼레벌레 범인찾기.

사실 말이죠... PC1에게 2번의 회귀를 주었거든요.

더구나 마지막 회귀의 부작용으로 환각과 환청, 이마의 통증을 느끼는 설정을 넣어서 일부러 홀로 있게 만들어 핸드아웃 조사를 했습니다. 혹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 미치게 하지 않으려고 그랬던 거 같아요.

그때 알게 된게 PC4의 소울젬에 대한 단서였습니다.

이후 PC4에 대한 의심이 제 안에 무럭무럭 자라고 있엇죠. (죽일 생각 만만이었음. 근데 그걸 저만 생각했다는게;;;)

그 와중에 미리 선관계였던 PC2가 다가와서 혼자 난리였습니다.

물론 PC2는 모르겠지만요.

 

▼ PC1 집까지 찾아와 감정 맺기 중

그러다 사이클1의 마지막, PC1은 공포판정에 실패해 광기카드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희망이라는 카드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리고 대망의 사이클2 대실수를 해서 너무 민망하고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빡대가리라니!

 그리고 현재화하는 광기.

하필 광기의 트리거인 대상이 지키려는 PC2라 너무 고민했습니다.

더구나 감싸기도 안됐구...

결국 사건의 후유증을 빌미로 환각에 빠져 PC2의 목을 졸랐습니다.

다행이도 PC2를 포함한 나머지 분들도 너무 좋아하셔서 이 선택이 옳았구만 생각했습니다.

 

▼ 광기 현재화 중

 그리고 이 뒤로는 집중력이 풀린 제가 지쳐서 세션은 다음날로 미뤄졌습니다.

 

 


 

 

다음날, 드디어 절망과 희망의 클라이맥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 마녀를 향해 공격에 들어갔으나 다시 살아남에 우리 중 누구를 죽여야 끝나겠구나 싶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4명의 PC+NPC 중 PC4가 제일 의심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얻어낸 원인제거의 실마리.

전 사이클 때 PC4와 감정을 맺어둬 어렵지 않게 정보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PC4와의 합동행동.

PC2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마녀를 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PC4의 소울젬을 부수기로 했습니다.

 

▼ PC1 한유현, PC2 주성연, PC3 신서은, PC4 주성아 (상대 말이 왜 안 보이는지는 알 수없음 ㅠㅠ)

더이상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남은 시간이 얼마되지 않는다는 걸 보고 너무 조급해졌습니다.

아직 마녀를 잡을 기반도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결국 PC4를 직접적으로 공격하게 되었습니다.

PC4는 제가 공격할 때마다 회피해주지 않는데 저 매번 이부분에서 울어버리네요...

아흐흑.

 

그걸 지켜보고만 있을 PC2가 아니었습니다.

성아의 행동불가를 기점으로 계속해서 감싸기 어빌리티를 써서 살리려고 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자매가 서로를 감싸안아 데미지를 가져갔습니다... 너무 갓인듯... 근데 제 캐는 저때 개난리났음... 회상쓰고 때린거여서...

 

무튼 PC1이 PC4를 리타이어 시키는 순간 PC2가 감싸기를 써 6의 데미지를 가져와 자신이 대신 리타이어됐습니다. 그리고 그때 PC4 역시 감싸기를 써 PC2가 6의 데미지를 받는 것을 억제하고 자신이 4의 데미지를 가져와 결과적으로 다시금 PC4가 리타이어 됐죠... PC4의 언니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은 이어졌습니다.

PC1은 이제 PC2를 어떤 일이 있더라도 지키려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일은 쉽지만 않았네요...

PC4의 생각대로 PC1이 소울젬을 부수려 했으나 PC2가 계속해서 방해를 했으니까요. 그 공방이 길어질 수록 아마 모두 힘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쩔수 없이 PC4가 되살아나고 저는 소울젬을 건네주었습니다.

이 이후는 다들 예상했듯 소울젬의 파괴와 사망.

이부분 그림로그로 연결해주었는데 너무 좋아서 뒹굴거렸음.

아주 오짐

그리고 상상도 못한 PC3의 회상씬

이것도 그림로그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미친 이 다음도 PC2 회상씬임

회상이 폭발하는 시점이네요.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자살하려는 PC2를 막기위해 급하게 가지고 있던 감싸기 어빌을 썼습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결국 데미지를 경감해주는 어빌이 꼭 필요했기에 가져온게 큰 힘이 됐습니다.

어휴...

다행이 자살은 실패했고 마지막 PC1의 차례.

PC2를 리타이어시키고 서둘러 결계를 빠져나가 사명을 완수했습니다.

 

그리고 맞이하는 엔딩....

물어보니 최대생존이라 하더라구요.

무조건적으로 1명이 죽는구나 그래서 비극이구나

 

이틀이 지난 지금 생각을 해보니 PC2가 미친듯이 견제한 것도 나름의 뜻이 있구나 생각합니다.

솔직히 제가 PC2면 뭘 했는지 감이 대충 오니까요.

 

재밌었습니다. 대만족~

인세인 진짜 재밌네요.

담에도 또했음 좋겠습니다.

 

제가 캐설정 덕후라 캐에 이것저것 많이 써놨네요.

혹시 몰라 마녀화 설정까지 만들었는데 쓸 일이 없어서 좋은 건지 나쁜 건지 ㅋㅋㅋㅋ

 

이 밑으로는 PC1의 나머지 설정을 써놓겠습니다.

 

 

 


 

 

***PC1 한유현의 진실***

 

고1 겨울방학때 가족끼리 국내여행을 갔다가 운 나쁘게도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크게 다친 사람이 없기에 주변에 알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소원에 의한 결과.

사고 당시 유현은 크게 다친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소원을 빌었고 눈을 뜨니 병원이었다. 머리를 다쳐 계약때의 기억이 사라져 자신이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 이후 유현이는 눈가에 흉터가 남았다.

 

평범하게 학기를 보내던 중 갑작스럽게 도시에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사건은 해결되지 않고 더욱더 파멸에 속도를 가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인 성연의 도움으로 죽음의 위기에서 피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주변에는 온갖 시체와 부서진 건물들뿐. 살아남았을 뿐 모든 건 끝나지 않았다.

부모님을 찾기 위해 집으로 돌아갔지만 이미 수많은 입에 의해 온몸이 찢겨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유현은 절망하게 된다.

자신의 희망인 성연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던 나날들. 그 끝에는 마성시의 멸망이 남아있었다.

저멀리 보이는 이상현상.

모든 것을 부수는 저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지쳐버린 유현의 앞에 나타난 건 한 마리의 작은 소동물. 흰 몸에 붉은 눈을 가진 QB라는 것은 유현에게 기적을 읊어주게 되고 유현은 자신이 역으로 성연을 구하고 싶다는 마음과 부모님을 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시각 성연은 자신의 동생이었던 마녀에게 죽게 되고, 유현의 소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으로 남게 된다. 이룰 수 없는 소원은 기적이 되어 유현에게 모든 것을 끝낼 종말의 힘을 주었다.

유현은 한가닥의 희망을 가슴에 안고 부서진 마성시를 뒤로 한다. 그러곤 자신의 추억을 제 손으로 짓이기고 종말시켜 과거로 되돌아온다.

 

아직 멸망하기 전의 세계로 온 유현은 기쁜 마음으로 성연이에게 다가간다.

성연이 유현에게 가지는 마음도 모른 채(유현이 언젠가 제 동생의 비밀을 알아낼지도 모른다고 의심중) 마법소녀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끝은 처참했다. 이번에도 성연을 살리지 못했다.

부서진 마음을 가지고 다시금 시간을 되돌린 유현.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유현의 기억은 구멍이 숭숭 난 상태였다. 그것은 아마 종말의 힘으로 추억을 부수던 중 자신의 기억도 함께 파괴된 것일터.

시간을 되돌렸다는 것과 성연을 지키는 것에 실패했다는 것, 

중첩되는 성연에 대한 마음과 멸망을 조장하는 무언가에 대한 실마리.

이 작은 흔적들을 가지고 두 번째 회귀, 세 번째 세계를 살게 된다.

부작용은 기억이 사라진 것만이 아니었다. 자꾸만 들리는 환청과 환각이 유현을 괴롭히기 일쑤였다. 그러던 유현은 다시금 기억하기 위해 제 스스로 눈가에 흉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활동하기 위해 거짓으로 하나의 진실을 만들고 생활하게 된다.

 

이후 다른 마법소녀들과 엮여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되고 끝내 성연을 구해 자신의 소원을 이루게 된다.

 




한유현 마녀화 < 종말의 마녀 >

절망에 먹혀 더럽혀진 소울젬은 그리프시드가 되어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검푸른 번개가 주변을 갉아 먹은 가운데.
기기긱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거대하고 목이 잘린 검은 부엉이.
잘린 목에선 계속해서 체액을 내보내 바닥을 더럽힌다.
이윽고 시간이 지나 잘린 목 위로 다량의 수정이 기이한 방향으로 살을 뚫고 나온다.
마녀는 자신의 목 위, 수정을 뽑아 주변을 향해 내던지며 모든 것을 파괴하며 수정끼리의 마찰은 마력의 파장, 번개를 발생시킨다.
마녀의 뒤편, 노란 눈을 온몸에 가득 박은 검고 작은 사역마=새들이 등에 박힌 태엽을 뱅글뱅글 돌리며 주변을 향해 웃어댄다.
마녀의 결계는 부서진 마성시의 축소판.
곳곳에 인간이었던 것들이 이곳저곳에 나뒹굴고 있으며 몸에는 마녀의 글씨가 휘갈겨져 있다.

-allòcco-

 

 

 

allòcco = 이탈리어어로 부엉이, 멍청이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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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르고 거친 모래의 바다

 

3년 전 그날, 나는 처음으로 그것과 마주했다.

 

소금기를 가득 안고 걷고 또 걸었지만 점점 발은 아래로 빠질 뿐 나아갈 수 없었다.


모든걸 포기한 순간 저멀리서 무언가 나타나 나를 데려갔다.


거센 손길에 당혹스러웠다.


살면서 아무도 내게 우악스러운 행위를 하지 않았으니까


손길은 등을 걸쳐 귀까지 다다랐다.


그들과 다른 나의 귀를 닳을 정도로 만지더니 상품이라 칭했다.


다시 어둡고 차가운 곳에 갇혔다.


그곳에는 나를 제외한 한 명의 남자아이가 있었다.


그들과 같은 동그란 귀, 고동나무 같은 짙은 피부, 올리브색 눈동자.


어둠속에서 그의 눈빛이 반짝이며 날 응시했다.


그와는 제법 잘 통했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형제가 얼마나 있는지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눈을 감는 시간과 밥을 먹는 시간을 제외하곤 그와 대화를 나눴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고, 어느날.


남자가 그를 끌고 나갔다.


몇 시간이고 돌아오지 않는 그를 생각하며 나는 초조해했다.


이 낯선 곳에서 만난 첫 친구


결국 하늘은 심해와 같이 검은 비단을 걸쳐버렸고 주변은 쥐죽은듯 조용해졌다.


가만히 서있던 내게 지나가던 바람이 그들의 대화를 들려주었다.


상품이었던 그를 실수로 다치게 했다는 것


상처가 깊어 살기는 글렀다는 것


적당히 돌산에 버려 독수리 밥으로 줘버렸다는 것



이후 아무런 기억이 나질 않았다.


분명 나는 철창 안에 있었을 텐데


돌산을 오르고 있다.


오르고 또 올라


지저분한 옷가지 너머로 붉은 것이 가득한 너를 보았다.


아아, 너는 붉은 피를 가졌구나.



나는 너를 닮은 형태로 변했다.


이곳의 인간들과 같은 동그란 귀, 어두운 피부, 물갈퀴가 없는 매끈한 손발과 등.


너를 기억할 것이다.



<카심>



이윽고 모래를 건너 새로운 만남을 찾으러 간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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