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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르고 거친 모래의 바다

 

3년 전 그날, 나는 처음으로 그것과 마주했다.

 

소금기를 가득 안고 걷고 또 걸었지만 점점 발은 아래로 빠질 뿐 나아갈 수 없었다.


모든걸 포기한 순간 저멀리서 무언가 나타나 나를 데려갔다.


거센 손길에 당혹스러웠다.


살면서 아무도 내게 우악스러운 행위를 하지 않았으니까


손길은 등을 걸쳐 귀까지 다다랐다.


그들과 다른 나의 귀를 닳을 정도로 만지더니 상품이라 칭했다.


다시 어둡고 차가운 곳에 갇혔다.


그곳에는 나를 제외한 한 명의 남자아이가 있었다.


그들과 같은 동그란 귀, 고동나무 같은 짙은 피부, 올리브색 눈동자.


어둠속에서 그의 눈빛이 반짝이며 날 응시했다.


그와는 제법 잘 통했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형제가 얼마나 있는지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눈을 감는 시간과 밥을 먹는 시간을 제외하곤 그와 대화를 나눴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고, 어느날.


남자가 그를 끌고 나갔다.


몇 시간이고 돌아오지 않는 그를 생각하며 나는 초조해했다.


이 낯선 곳에서 만난 첫 친구


결국 하늘은 심해와 같이 검은 비단을 걸쳐버렸고 주변은 쥐죽은듯 조용해졌다.


가만히 서있던 내게 지나가던 바람이 그들의 대화를 들려주었다.


상품이었던 그를 실수로 다치게 했다는 것


상처가 깊어 살기는 글렀다는 것


적당히 돌산에 버려 독수리 밥으로 줘버렸다는 것



이후 아무런 기억이 나질 않았다.


분명 나는 철창 안에 있었을 텐데


돌산을 오르고 있다.


오르고 또 올라


지저분한 옷가지 너머로 붉은 것이 가득한 너를 보았다.


아아, 너는 붉은 피를 가졌구나.



나는 너를 닮은 형태로 변했다.


이곳의 인간들과 같은 동그란 귀, 어두운 피부, 물갈퀴가 없는 매끈한 손발과 등.


너를 기억할 것이다.



<카심>



이윽고 모래를 건너 새로운 만남을 찾으러 간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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