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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6
 
COC 7TH Fan Scenario.
 
『음악실의 유령』
 
음유령
 
그 날의 너와 내가 가장 바라던,
 
그러나 오직 너만이 선택할 수 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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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KEPY - PL. 따웅
 
PC. 슬레타 머큐리 - KPC. 미오리네 렘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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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이익-
 
코드를 꽂아두었던 유리 티포트의 주둥이에서 수증기 빠지는 소리가 납니다.
 
월요일 오전 6시 50분.
 
학교에 가기 위해 당신은 평소와 같이 몸단정을 하고 식탁에 앉습니다.
 
유리 티포트를 들어 안에 있던 커피를 잔에 따르니, 진한 원두향이 코로 스며듭니다.
 
나쁘지 않은 아침이네요.
 
엄마:어머, 슬레타. 일어났니? 자리에 앉지 그러렴?
 
슬레타:네, 엄마.
 
엄마:요즘 세간이 뒤숭숭한 거 알고 있지?
다들 걱정이야. 에리도 문제 없어야할텐데.
빵 하나 토스트기에 넣어놨으니 하나 꺼내오렴.
 
빵 한조각을 입에 물고 당신은 TV를 켭니다.
 
TV에서 보이는 아나운서의 표정이 짐짓 심각해보이네요.
 
TV볼륨이 작아 정확히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들리지 않습니다.
 
슬레타:

슬레타

Listen

보통

성공
73vs.75
 
 
편성된 채널의 인트로격인 멘트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본격적인 보도가 시작됩니다.
 
아나운서:한 달 전 A시에서 시작된 유행성 전염병이 전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는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입자가 기이하게도 단백질 껍질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DNA나 RNA등의 유전체 또한 실재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더욱 특이한 점은 환자의 체내에서 발견된 바이러스 입자가 오존 분자와 유사한 형식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입자를 과연 바이러스 입자라고 일컬을 수 있겠느냐는 학계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아울러 전염성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동물에게서 동물에게로, 곤충 내지는 공기나 물을 통해서 감염이 이루어지는 병이 아니므로 전염병이라 칭하기에도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일부 학자들이 지구온난화의 가속으로 인한 미지의 바이러스일 가능성을 주장하는 한편, 당국을 포함한 WHO에서는 계속해서 질병의 감염 경로를 연구 중에 있습니다.
 
정형화된 톤의 아나운서 멘트가 마무리 되면 화면이 뒤바뀌며 블러 처리된 대형 병원들의 외관이 연이어 흘러나옵니다.
 
이번 전염병에 감염되면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피부가 트는 등 사람에 따라 각종 면역력 결핍 증상을 보이지만,
 
대표적인 증상은 서서히 저체온증 시달리기 시작하다 깊은 잠에 빠져드는 것이라는 기자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슬레타:

슬레타

Intelligence

보통

실패
82vs.45
 
(뭔가 큰일이 생겼나봐...)
 
전세계를 강타한 이번 유행성 전염병의 병명이 아직까지 공식 발표되지 않았음을 떠올립니다.
 
그나마 공통적인 증세라고는 저체온증을 앓게된다는 점 말고는 밝혀지지 않았다니까요.
 
참 기묘한 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나운서:이것으로 특별방송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슬레타:엄마는 괜찮아요?
 
엄마:엄마가 다니는 회사에는 아직 병에 걸린 사람은 없거든. 워낙 관리를 철저하게 해서 다행인데...
너희 학교가 문제지.
이미 여럿 걸려서 쉬는 애들이 나왔잖니.
 
슬레타:헤헤... 조심할게요.
 
엄마:그래, 조심해. 아픈 애들 근처에는 가지 말고.
엄마는 커피 좀 마시다가 갈테니, 먼저 등교하렴.
 
슬레타:네~ 다녀오겠습니다!
 
창으로 들어오는 빛에 먼지가 작게 떠다니며 공간을 채웁니다.
 
문을 열고 현관으로 나섭니다.
 
쌀쌀한 공기가 당신을 맞이합니다.
 
신발을 신고 거울을 확인하니 가슴팍에 간신히 달려있는 교복명찰에 눈이 갑니다.
 
곧 떨어질 것처럼 덜렁거리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대로라면 툭 하고 떨어져버릴지 모르겠네요.
 
슬레타:(앗.. 하교하고 꿰매야겠다...)
 
우선 주머니에 넣으시겠어요?
 
슬레타:(네)
 
좋습니다. 그럼 슬레타는 어떤 방식으로 등교를 하나요?
 
슬레타:(자전거를 타고 가겠습니다)
 
그럼 슬레타는 자전거를 꺼내서 안장에 걸터앉습니다.
 
언제나와 같은 등교길입니다.
 
그렇게 가다보면 어디선가 고즈넉한 클래식 곡이 연주되어 흘러나옵니다.
 
슬레타:

슬레타

Power

보통

극단적성공
11vs.75
 
 
구름이 조금 끼어있지만, 맑은 하늘에 가벼운 공기.
 
여유로운 아침을 만끽하며 잠시나마 붕 떠있던 기분이 노골적으로 가라앉습니다.
 
왜일까요? 피아노를 그만둔 뒤로 건반에 더 손을 댄 적은 없어도 곡을 듣는 것까지 거북했던 적은 없는데….
 
SANc 0/1.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어려움성공
36vs.75
 
 
이미 한 번 음악에 대한 의지를 저버린 탓인지 청각과 마음이 전같지 않습니다.
 
방금 느꼈던 메스꺼움도 그만둬버린 음악에 대한 내면의 적개심일까요..
 
아니면 미련일까요.
 
넓지도 좁지도 않은 시멘트 길의 인도를 따라, 같은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등교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서늘하고 건조한 공기가 칼칼한 입맛을 돋굽니다. 겨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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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통과는 여유롭게 세이프.
 
고개를 들어 당신의 반을 확인합니다.
 
당연하게도 당신은 3학년 A반이죠.
 
교실 뒷문을 열고 들어서면 후끈한 히터 바람 사이로 조례 직전 출석이 막 진행되려던 참입니다.
 
선생님:거~ 빨리빨리 앉아라.
 
C반 선생님의 불같은 호령이…
 
잠깐만, C반 선생님이요?
 
여긴 A반인데요?
 
그러고보니 자리 배치도 어제와 묘하게 다른 것 같은 기분이?
 
슬레타:어,엇!?
 
친구:야야, 슬레타 네 자리 내 뒤야.
 
슬레타:네,네!! (후다닥 친구 뒤에 앉습니다)
저기... 무슨일이야? 왜 C반 선생님이 계시지...
 
책상에 앉아 책가방을 내려둔 뒤 교실을 쭉 둘러봅니다.
 
당신은 한달전부터 시작된 유행성 질병으로 인해 텅텅 비어있던 열댓 개의 책걸상이 모르는 아이들의 머리통으로 빼곡히 들어차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비어 있었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아이들은 분명 본 적 없거나…
 
아니면 복도에서 한 번쯤 보았던 얼굴입니다.
 
역시 반을 잘못 들어온걸까요?
 
눈을 비비고 다시 살펴도 교탁 앞에 서있는 저 사람은 평소에 벌점을 남용하기로 유명한 그 C반의 담임 선생님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기엔 A반 아이들의 모습 또한 가득 찬 교실 속 틈바구니에 끼어 있군요.
 
친구:우리 합반했거든. 우리쌤 있잖아. 그 유행하는 질병에 감염돼서 병가 내셨대.
그래서 C반 호랑이가 통합담임을 맡는대잖아~
으으, 싫다.
 
슬레타:그렇구나...
 
친구:그래서 아침부터 책걸상 옮기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지각이나 할 걸.
괜히 일찍와서말야.
 
슬레타:헤헤... (머슥하게 웃습니다)
 
친구:너는 그래도 제시간에 와서 안했지만 좀 늦게 왔으면 나도 안했을텐데.
 
슬레타:선생님은... 많이 편찮으시대?
 
친구:글쎄. 나도 정확한건 몰라서.
아마 호랑이가 알려주지 않을까?
아, 출석체크 한다.
 
다시금 교탁으로 눈을 돌리면 출석체크 진행이 한창입니다.
 
선생님:A반 슬레타 머큐리.
 
슬레타:네!
 
선생님:그래. 슬레타 왔고... (출석부에 체크합니다.)
 
슬레타, 관찰력 판정
 
슬레타:

슬레타

Spot Hidden

보통

극단적성공
13vs.75
 
 
어쩐지 아까부터 얼굴 언저리가 따갑습니다.
 
이건 마치, 누군가 이 자리를 쭉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
 
고개를 휙휙 돌려봐도 짚이는 구석이 없습니다.
 
다들 하품을 하고 있거나 꾸벅꾸벅 졸고 있거나….
 
여느 때와 다름 없는 조례 풍경이네요.
 
선생님:흠흠. 그래 모두 모였군.
 
임시 통합 담임을 맡게된 C반의 선생님이 교탁 위로 출석부를 탕탕, 두어번 두드린 뒤 말합니다.
 
선생님:아까도 말했지만 뒤늦게 등교해 듣지 못한 사람이 있을테니 다시 한 번 공지한다.
갑작스럽겠지만 오늘부터 결석생 수가 많은 반을 임의로 묶어 합반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A반 선생님이 유행성 질병으로 병가를 내게 되셔서, 오늘부터 내가 A반과 C반의 통합 임시 담임을 맡게 됐고.
참고로 우리 반은 지금부터 A-1반이다.
이상, 조례 끝. 다들 조용히 1교시 준비하도록.
 
성황리에 황당한 공지를 일단락한 임시 담임 선생님이 안내를 끝마친 직후 교실 앞문 너머로 사라집니다.
 
몇몇 아이들의 얼굴에 불만의 기색이 내비쳐지는 한편, 원래 알던 사이인지 옆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아이들도 눈에 띕니다.
 
바뀐 임시 시간표에 따르면 1교시는 수학이라고 하네요.
 
친구:하... 이제야 갔네. 저 선생님.
 
슬레타:무,무서워...
 
친구:이시국에 학교라니 너무 무책임한거 아냐?
 
슬레타:어쩔 수 없나봐. 너도 건강해야 돼...!
 
친구:(가슴을 퉁퉁치며) 나야뭐, 건강하지.
그나저나 요즘 애들 전부 저체온 증상 때문에 장난아니더라.
그거 걸리면 몸이 얼음장같이 차가워진대.
 
슬레타:안그래도 날씨도 추운데... 걱정 돼.
우리 반 애들도 거의 못나오는 것 같고...
 
친구:그러니까 말야.
아아, 나는 수학 젬병인데. 너는 괜찮아?
다음 교시 수학이잖아.
 
슬레타:헤헤... 열심히 해야지.
 
친구:에휴, 그냥 빨리 끝나고 점심시간이나 됐음 좋겠다.
 
슬레타:(꼬깃꼬깃 급식메뉴안내를 꺼냅니다...)
 
오늘 점심은 스파게티, 바게트빵, 피클, 피크닉, 미트볼, 샐러드네요.
 
슬레타:(와 짱이다!)
 
친구:오늘 한 두 그릇 먹을거야.
 
슬레타:(약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친구:(손가락으로 툭툭 지류를 건드립니다.)
 
슬레타:나두.
 

 
점심을 해결하고 교실로 돌아와 바뀐 시간표를 재차 확인하면, 5교시는 음악 수업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교실 칠판에 노란색 분필로 작성된 커다란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C반 아이:5교시 음악이래~!
 
C반 다른 아이:교과서 챙겨서 음악실로 이동할 것!
 
C반 애들이 문구를 읽어주며 이동하고 있습니다.
 
하필이면 음악 수업이라니… 내키지 않습니다.
 
겨울의 이동 수업은 특히 더 귀찮은 구석이 있기도 하고.
 
책상 사물함이든 교실 사물함이든, 어쨌든 교과서를 챙기기 위해 내부를 뒤적이면 쉽사리 음악책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어쩐지 사용감이 영 낯익지 못합니다.
 
슬레타:(다른 사람 교과서인가?)
 
슬레타:

슬레타

Spot Hidden

보통

성공
49vs.75
 
 
교과서를 뒤집어 살핀 당신은 책 모서리에 적혀 있는 낯선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정갈한 글씨체로 3학년 C반 미오리네 렘블랑이라고 적혀 있네요.
 
아침부터 합반 수업을 위해 책걸상을 옮겼다더니 아무래도 그 소란스런 틈에 교과서가 뒤섞였나 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에요.
 
명확한 정보라고는 교과서의 주인이 C반의 학생이라는 점 뿐이고요.
 
오늘부터 전체 합반 수업을 진행한다고 했으니, 이 교과서의 주인도 5교시의 음악실에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상하군요. 사물함을 뒤져봐도 본인의 음악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슬레타:(출석 부를때도 못들었나요?)
 
네, 못들었습니다.
 
슬레타:(약간 이상하지만 얼른 찾아줘야겠다!)
 
음악실로 가시겠어요?
 
슬레타:(친구한테 교과서 보여달라고 해야겠다... 생각하고 음악실 갈게요)
 
*
 
3학년 A반은 3층, 음악실은 5층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최근 엘리베이터 고장 문제로 여지껏 수리가 미뤄지고 있으니 하는 수 없이 계단을 이용해 올라가도록 합시다.
 
수업 시작 종울림을 목전에 둔 시간인지라 복도는 한적하기만 합니다.
 
주욱 정갈하게 뻗은 복도 창 너머로 초록이 모두 지고 나뭇가지에서 그대로 얼어붙은 얼음 덩어리들이 가득합니다.
 
겨울이 불시에 목구멍에 들이닥친 듯한 기분.
 
그 막연함을 가르고 어디선가 나지막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옵니다.
 
슬레타:

슬레타

Listen

보통

성공
75vs.75
 
 
끊길듯 가냘픈 소리는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연주를 재개합니다.
 
당연하게도 저 복도 끝에 자리하고 있는 음악실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울러 더 듣고 말고 판단할 것도 없이 피아노가 연주되어 흘러나오는 소리임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이라면 더더욱 그럴 거예요.
 
. 아침에 들었던 곡소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속이 메스껍거나 신경이 날카로워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일까요? 과거에 당신이 꽤 좋아하던 곡이었기 때문일까요?
 
마치 태엽을 감듯 부드럽고 유연한 악상이 여운처럼 귓전을 맴돕니다.
 
흡사 굳어버린 고목나무처럼 못 박힌 듯 서서, 이어지는 곡조를 관청하다 보면…
 
꼭 본능처럼 되새겨지는 감상이랄 것이 남는 법입니다.
 
슬레타:

슬레타

Intelligence

보통

실패
46vs.45
 
(운 1차감 할게요)
 
…순간 가슴이 뛰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곡의 완성도가 훌륭하기 때문일까요?
 
상대는 템포와 리듬감 할 것 없이 악상의 표현이나 곡의 이해도 또한 뛰어난 편입니다.
 
연주자는… 고등학생이 아니지 않을까요?
 
당신이 알기로 이 학교에 이만큼이나 피아노를 잘 치는 학생은 없었습니다.
 
어쩌면 먼저 도착한 음악 선생님일지도 몰라요.
 
슬레타:(음악실 안쪽 창문 너머로 볼게요)
 
피아노에 가려져서 누군지 알 수 없습니다.
 
슬레타:(다른 친구들은 안보이나요?)
 
네, 보이지 않네요.
 
슬레타:(음악실에 들어갈게요)
 
그렇게 음악실의 문을 열려고 하자.
 
곧 아이들이 뒤에서 우르르 쏟아들어옵니다.
 
그와 동시에 피아노 연주도 끊겨버립니다.
 
슬레타:우왓...
 
C반 아이:근데 누가 피아노 연주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
 
C반 다른 아이:그러게? 아니면 그거 아냐? 이 학교 원래 음악실에 귀신 나온대.
 
C반 아이:뭔 소리야… 너 귀신 같은 거 믿냐?
 
C반 다른 아이:너야말로 못 들었어? 요즘 애들 없는 시간에 간간이 5층 음악실에서 피아노 연주 소리 난다는 거…
왜, 나 작년에 클래식 동아리에 아는 선배 있었잖아.
그 선배가 그러는데 축제 기간에 밤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있었던 적이 있더래.
달밤에 피아노 소리가 나서 눈 딱 감고 음악실 문을 열어봤는데 아무도 없었다는 거야!
 
C반 아이:아, 헛소리 그만하고 앉아. 벌건 대낮부터 웬 귀신 얘기.
 
C반 다른 아이:진짜라니까?
 
슬레타:(귀,귀신!?)
(낮부터...?)
 
두런두런 주변에서 이야기가 흘러나와 당신의 귀를 간지럽힙니다.
 
피아노가 있는 자리를 봐도 아무도 없습니다. 과연 누구였을까요?
 
띠리리리링-
 
때마침 수업 종이 울립니다.
 
마흔 명에 육박하는 아이들이 왁자지껄 음악실을 서성이다 각자 자리를 찾아 착석합니다.
 
당신 역시 몸을 앉히고 선생님을 기다리다보면...
 
툭툭, 누군가 당신의 어깨를 두드립니다.
 
슬레타:(돌아봅니다)
 
은색의 포니테일을 한 여학생입니다.
 
적어도 학교를 다니면서 본 적 없는 얼굴입니다.
 
저런 화려한 모습, 한눈에 봐도 기억에 남을테니까요.
 
연보랏빛 도는 눈동자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미오리네:거기 너. 혹시 옆자리 비어있어?
 
슬레타:헉, 네, 아니, 응...!
 
미오리네:다행이네, 앉을 자리를 찾고 있었거든.
너 슬레타 머큐리 맞지?
 
미오리네는 그리 말하며 책 한 권을 내밉니다.
 
꼼꼼히 살피지 않아도 그 책이 사라졌던 음악 교과서임을 눈치챌 수 있을 거예요.
 
슬레타:내 책! 고마워!
그런데 어떻게 내 이름을...?
 
미오리네:물어봤거든. 다른 애들한테.
 
슬레타:아,아. 그렇네...
 
당신은 음악책을 받습니다.
 
선이 뚜렷한 손가락에 끼어진 은색 반지 하나가 단정하게 빛을 반사합니다.
 
시중에 저런 디자인의 반지를 팔던가?
 
꼭 처음 접해 생소한 이계의 보석처럼 느껴집니다.
 
미오리네:아침에 책걸상을 옮겼잖아. 거기서 섞여들어갔을지도 몰라.
 
슬레타:아, 맞아. 나도 다른 사람 책이 있어서...
혹시 네 책이야...?
 
문득 상대의 가슴팍에 붙어 있는 플라스틱 명찰에 시선이 붙었습니다.
 
광택 없이 매끈한 명찰 위로 새겨진 이름은
 
미오리네 렘블랑입니다.
 
미오리네:(책을 받고는 제 이름을 확인합니다.)
네쪽이랑 바뀌었나보네.
 
슬레타:응, 그런가 봐!
주인을 찾아서 다행이다!
 
미오리네:그렇네. 일단 앉을게. 선생님 올 거 같으니.
(슬레타의 옆자리에 앉습니다._
네, 이름.
뭐라고 부를까.
성으로 불러줘? 이름으로 불러줘?
야라고 부를 수는 없으니까.
 
슬레타:어, 음... 편한대로...?
 
미오리네:그래, 슬레타.
 
슬레타:헤헤!
있잖아... 미오미오라고 불러도 돼...?
 
미오리네:...안 돼. (미간을 찌푸리고)
 
슬레타:우,응... (허리를 쪼그립니다...)
 
순간 음악실의 출입구가 열리며 음악 선생님이 들어섭니다.
 
미오리네는 어느새 정자세로 몸을 돌리고 칠판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슬레타:(조금 쳐다보다가 선생님 쪽을 봅니다)
 
수업이 시작됩니다.
 
 
선생님:자, 오늘 78p 바로크 시대 작곡가 파트 진도 나갈 차례지?
내가 알기로 A반 C반 진도가 비슷했거든?
모두 책 펼치자.
유럽 문명사에서 지칭되는 바로크 시대란 보통 17세기를 가리킨다는 거, 저번 시간에 먼저 이야기 했었지?
17세기의 예술을 가리킨다고….
 
점심시간 종료 이후, 선생님이 음악실에 등판함과 동시에 수업이 시작됩니다.
 
점심 식사 직후인지라 어마어마한 식곤증이 밀려옵니다.
 
벌써부터 꾸벅꾸벅 조는 등 시동을 걸고 있는 아이들의 수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78p를 펼치기 위해 교과서 페이지를 넘기던 당신은...
 
어라? 60p쯤에서 전에 본 적 없던 작곡가의 이름을 발견합니다.
 
소제목은 'A에 대하여'.
 
원래 음악책에 이런 내용이 실려 있었던가요?
 
A라는 작곡가가 존재했던가요?
 
과거에 나름 오랫동안 음악을 전공했던 자신이 교과서에 실릴 만큼 이름난 작곡가를 모를리 없는데…
 
왠지 모를 위화감이 듭니다.
 
SANc 0/1.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어려움성공
20vs.75
 
 
손 놓고 지내는 동안 머리가 돌처럼 굳어버린 건가?
 
교과서를 자세히 읽을 수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발견되었다는 A의 곡에 대한 기사 내용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슬레타:

슬레타

Spot Hidden

보통

실패
94vs.75
 
(밥 먹으니까 졸리다...)
 
박스 하단에 작은 글씨로 새겨진 메모를 추가로 발견합니다.
 
달리 흥미로운 내용은 아닙니다.
 
어떤 예술가의 증언에 따르면 악보에는 작곡가 A의 자필 사인으로 추정되는 은은한 빛의 인장이 새겨져 있었다는군요.
 
슬레타:

슬레타

Intelligence

보통

극단적성공
2vs.45
 
 
마침 몇년 전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A에 대한 기사를 접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음악에 문외한인 인물도 단숨에 사로잡을 수 있을 만큼 매혹적인 악보였다는 뜬소문이 내용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으니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그런데 그게 도둑을 맞았었나봅니다. 심지어 나머지 한 곡은 분실되었고요.
 
어쨌든 도둑 엔딩이라니 별 대단한 내용도 아닙니다.
 
악보 원본이 공개된 것도 아닌 모양인데 별 게 다 교과서에 실리는군요.
 
그 두 곡을 제외하곤 여지껏 악보랄게 발견되지도 않았던 무명 작곡가가 어떻게 교과서까지 신출귀몰 했는지 의문입니다.
 
슬레타:(미오리네는 뭐 하고 있나요?)
 
작게 하품을 하고는 꾸벅꾸벅 졸고 있습니다.
 
슬레타:(핸드폰으로 A에 대해서 검색해볼게요)

슬레타

Library Use

보통

실패
91vs.50
 
 
아무래도 수업시간에 하는 터라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합니다.
 
다시 옆을 슬쩍 봅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에 시선이 갔다가도 쉬이 흩어집니다.
 
괜시리 한숨을 내쉽니다.
 
음악실의 히터가 고장난 걸까요…
 
손끝이 조금 차갑습니다.
 
바깥에서는 칼바람이 불고 미처 스러지지 못한 낙엽들이 바닥을 수놓고 있겠죠.
 
올 겨울은 특히 더 추울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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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어떻게 하루가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은 염증이 날만큼 물러 터졌는데 시간은 너무나도 착실히 흐릅니다.
 
책가방을 싸거나 집에 갈 준비를 서두르며 종례를 맞이하고 있는데…
 
선생님:거기 슬레타. 시간 있나?
 
슬레타:네, 무슨 일이세요?
 
선생님:그 뭐시냐, 임시 출석부가 음악실에 있는 거 같은데.
그 A반 C반 반장이 둘다 결석해가지고 말이다.
그러니 네가 출석부 좀 가져와서 교무실에 가져다 줄 수 있겠냐?
 
슬레타:아, 네! 제가 가져올게요.
 
선생님:좋아, 착실하구만~
 
슬레타에게 마스터키를 넘겨줍니다.
 
슬레타:(두 손으로 받습니다)
 
선생님:그럼 부탁하마.
내가 좀 바빠서 말이다.
 
슬레타:네! (꾸벅 인사하고 음악실 쪽으로 갈게요)
 
마스터키를 들고 5층으로 발걸음하면 음악실의 방음 문이 좁은 틈을 벌리고 열려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사이로 오후 다섯 시의 비산하는 빛줄기가 묘연히 바닥을 적시고 있고요.
 
누군가 음악실에 잔류해 있는 걸까요?
 
마지막으로 음악실을 사용했던 다른 반의 주번이 잠그는 일을 깜빡했을지도 모릅니다.
 
이 곡은… 익히 들어왔기에 잘 알 수밖에 없는 곡입니다.
 
아까 점심시간에 들었던.
 
드뷔시의 달빛.
 
누구인지 모를 연주자의 손끝에 의거하여 피아노 독주가 막 시작되는 찰나입니다.
 
슬레타:

슬레타

Intelligence

보통

실패
73vs.45
 
 
그러고보니 며칠 전부터…
 
이 시간 즈음 계단에 울려 퍼지는 피아노 소리를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문득 음악 시간 시작 전에 문 너머로부터 새어나오던 피아노 소리를 떠올립니다.
 
어쩌면?
 
늘 환청같은 피아노 곡소리를 들으며 계단을 내려가던 기분이 좋았는지 싫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문은 여전히 열려있고 연주는 거리낌이 없습니다.
 
한편으로 방과후에 마음대로 음악실을 사용해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할테고요.
 
선생님께 하달받은 심부름도 있으니당신은 음악실로 들어서기로 합니다.
 
슬레타:(조심조심 문 열어볼게요)
 
문을 가르고 접어든 공간의 꼭 닫혀있던 커튼이 말갛게 걷힌 가운데, 잠시 눈 앞이 하얗게 정전했습니다.
 
산발하는 태양 빛은 이따금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 구석이 있습니다.
 
눈부신 빛에 적응한 시야 너머로 들어오는 것은 예의 그 거대한 그랜드 피아노.
 
탁한 햇빛을 눈부시게 반사해 고아한 빛을 뿜는 악기 너머 건반을 다루고 있는 사람은…
 
놀랍게도 오늘 음악 시간에 함께 수업을 듣던 C반의 미오리네 렘블랑입니다.
 
막연히 듣기에도 굉장히 탁월한 실력입니다.
 
비쩍 마른 다갈색의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를 비집고 나온 빛이 등 뒤를 적시고 있습니다.
 
순간 넋이 나갈 뻔했습니다.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자신이 그만두어버린 음악을 정성껏 연주하는 미오리네를 바라보는 당신의 심정은 어떤가요?
 
슬레타:(...아름답다.)
(아직 미오리네가 슬레타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나요?)
 
곡을 전부 마친 그녀가 딸깍하고 버튼을 누릅니다.
 
옆에 세워둔 녹음기의 정지버튼을 누른 뒤 주머니에 넣습니다.
 
미오리네:슬레타, 머큐리.
여기는 무슨 일로?
 
(To GM): 13
 
슬레타:아, 그, 그게...
출석부를 가지고 가려고...!
방해해서 미안해!
 
미오리네:아냐, 방해까지야.
피아노 치고 있어서 누가 들어왔는지 자세히는 몰랐는데.
아는 사람이라 다행이네.
 
슬레타:그래? 다행이다!
근데 그, 마음대로 써도 되는거야...?
 
미오리네:피아노?
 
슬레타:응...
 
미오리네:크리스마스에 피아노 콩쿨이 있어서. 허락맡고 하는 거야.
지금은 연습 중이고.
 
슬레타:그렇구나아...
 
미오리네:출석부는 교탁에 있어.
그거 찾으러 온거잖아.
 
슬레타:아, 그랬지...
(교탁에서 출석부를 챙깁니다)
 
미오리네:...피아노 칠 거야? 너도?
너 본 적 있어.
예전에.
 
슬레타:어!? 어디서?
 
미오리네:피아노 콩쿨.
 
슬레타:아... 그, 지금은 그만뒀어.
 
미오리네:그만뒀어?
 
슬레타:응... 내가 부족했나봐.
 
미오리네:...딱히. 부족한 점은 없었는데.
 
슬레타:그, 그래? (헤헤 소리 내서 웃습니다)
그래도 훨씬 잘하는 언니가 있으니까...
난 안해도 괜찮아...!
 
미오리네:그래? 나는 딱히 언니랑은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잠시 고민을 합니다.)
 
슬레타:(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민하는 걸 바라봅니다)
 
미오리네:있잖아. 너, 내일 시간 있어?
 
슬레타:어? 응. 왜...?
 
미오리네:콩쿨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피드백할 사람을 못찾아서.
 
슬레타:내, 내가!?
 
미오리네:뭘 그렇게 놀래.
너도 콩쿨 나가봤을거 아냐.
 
슬레타:그거야 그렇지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미오리네:없는 것보단 낫지.
게다가 내 피아노 연주.
더 듣고 싶지 않아?
 
슬레타:(우물쭈물...)
 
미오리네:싫어?
 
슬레타:그, 그런거면 여..열심히 할게..!
 
미오리네:그럼 내일 조례 전 아침에 음악실로 와줘.
 
슬레타:응! (가슴 앞에 양 주먹을 쥐고 끄덕입니다)
 
미오리네:(고개를 끄덕이고는 악보를 가방 안에 넣습니다.)
그럼 내일 보자.
내일 7시쯤이면 될거야.
 
슬레타:아, 응! 잘 가!
(알람을 더 일찍 맞춰둬야겠다...)
 
미오리네는 자리에서 일어나 음악실을 나섭니다.
 
내일 아침 7시. 늦잠자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네요.


 
아침에 일찍 일어났나요?
 
슬레타:(일찍 일어났습니다!)
 
좋습니다.
 
오전 7시에 음악실에서 만나자는 약속에 따라 제법 이른 시간 등교합니다.
 
회색의 먹구름을 거름종이 삼아 걸러 들어온 햇빛이 어슴푸레한 오전,
 
공기는 어제보다 더욱 싸늘합니다.
 
다른때 같았으면 충분히 밝을 시간인데도 해가 짧아 상당히 어둡습니다.
 
오늘은 내가 가장 빨리 등교한 건가? 그런 생각과 함께 책가방을 내려놓고 교실을 둘러보면…
 
텅 빈 서른 대여섯 개의 책상중 유일하게 책가방이 올라와 있는 책상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슬레타:(살펴볼 수 있나요?)
 
책가방이 올라와 있으며 나무로 만들어진 책걸상 모서리에 임시 시간표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왼쪽 상단에는 반과 번호를 묶어놓은 학번과 자리 주인의 이름이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군요.
 
미오리네 렘블랑의 자리입니다.
 
슬레타:엄청 일찍 등교하는구나...
 
책가방을 내려 놓은 직후 이곳에서 무언가를 꺼내 갔는지 가방 지퍼가 살짝 열려 있습니다.
 
가볍게 살피기만 하면 눈에 띄는 것들은 죄 평범합니다.
 
네다섯권 정도의 얇은 악보집들과 필기 노트, 교과서 몇 권, 필통따위의 학용품들.
 
슬레타:(가방 지퍼를... 닫아줄게요)
 
지익- 가방이 닫힙니다.
 
시계를 확인하면 시침과 분침은 7을 가리키고 있고 초침은 막 숫자 5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약속 시간인 오전 7시입니다.
 
슬레타:앗! 늦겠다!
(얼른 교실 밖으로 나가서 계단을 올라갑니다)
 
이미지
 
마치 그 누구도 손대지 않은 것처럼 음악실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귀를 기울여보지만 오늘은 이 너머에서 달리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지는 않는군요.
 
문고리를 잡아 돌리면 부드럽게 돌아갑니다.
 
열려 있으므로 어렵지 않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겠네요.
 
슬레타:(문 열고 들어갈게요)
 
음악실로 들어서면 낮은 온기를 머금은 특유의 겨울의 햇살이 당신의 전신을 덮칩니다.
 
이름난 과거 음악가들의 초상화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방음벽 어귀에 붙어 있고,
 
교탁 너머의 칠판에는 분필 가루가 얕게 묻어나긴 했으나 그 나름대로 깨끗하고 정갈하기만 합니다.
 
오래된 악기만이 머금은 특유의 냄새는 익숙한 종류여서, 늘 이 냄새를 기억하고 있던 심장만이 조용히 두방망이질 칩니다.
 
그 단정하고 고요한 음악실 가운데 그랜드피아노 앞에는 약속처럼 미오리네가 앉아 있습니다.
 
미오리네는 뚜껑이 닫힌 피아노에 팔꿈치를 기댄 채 이마나 눈가를 짚고 있습니다
 
슬레타:...자는거야?
 
(To GM):

미오리네

Constitution

보통

어려움성공
24vs.50
 
 
당신의 말에 미오리네가 눈을 슬쩍 돌리고 바라봅니다.
 
미오리네:벌써 7시구나.
 
슬레타:응... 좋은 아침...!
 
미오리네:아침엔 약한 편이라. 잠시 눈 좀 감고 있었어.
 
슬레타:엄청 일찍 온 것 같던데, 잘 잤어?
 
미오리네:나쁘지 않게 잤어. 오늘 좀 추웠잖아.
그때문일거야.
(피아노 옆자리에 의자를 끌고오곤) 여기 앉아.
 
슬레타:으응. (슬금슬금 다가와서 앉습니다)
 
미오리네:(미오리네는 악보 여럿을 꺼내 보여줍니다.)
이 악보 중에 좋아하는 곡이 있어?
 
엘리제를 위하여, 왕벌의 비행, 사계 등등 여러 악보가 펼쳐집니다.
 
슬레타:...드뷔시의 달빛을 좋아해.
 
미오리네:드뷔시의 달빛, 나도 좋아하는 곡이야. 콩쿨로 쓸 곡이기도 하고.
 
슬레타:그래서 계속 연주했던거야?
 
미오리네:그렇지. 콩쿨에선 실수하면 안되니까.
 
슬레타:미오리네는 실수 안할 것 같아...
 
미오리네:...나도 사람인지라, 실수 정도는 해.
 
슬레타:(살짝 눈치보다가) 가방 지퍼 열어놓는 것 처럼...?
 
미오리네:...열어놨어?
 
슬레타:열려있던데...
 
미오리네:끙...
보진 않았겠지?
 
슬레타:(우물쭈물) 쪼금은.
 
미오리네:........
하아... 그래.
 
미오리네:

미오리네

Luck

보통

어려움성공
26vs.60
 
 
슬레타:

슬레타

Luck

보통

성공
33vs.59
 
(찔찔찔!)
 
미오리네의 눈초리에 뜨끔한 슬레타가 피아노 뒤편에 놓여 있는 간이 책상을 툭 건드립니다.
 
일말의 소음과 함께 간이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악보집들이 바닥에 우수수 쏟아져 섞입니다.
 
미오리네:아!
 
슬레타:히이이!
 
미오리네:(자리에서 일어나서 흩어진 악보집을 주섬주섬 줍습니다.)
 
슬레타:미, 미안해! (다급하게 일어나서 허겁지겁 줍습니다)
 
낱장의 악보가 발치에 채입니다.
 
바닥에 엉망으로 흩어진 내용물들을 살피니 미오리네가 보여준 악보를 제외하고 나서도 그 수가 꽤 많았네요.
 
훑어보면 미오리네의 이름이 적혀있는 책도 눈에 들어오지만 구매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포장조차 뜯지 않은 악보집도 더러 보입니다.
 
슬레타:

슬레타

Spot Hidden

보통

성공
70vs.75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 틈에 거꾸로 뒤집혀 있던 낡은 악보집 한 권입니다.
 
뒤집혀 있던 탓에 곡명을 읽지는 못했지만…
 
악보집의 어귀에 자리하고 있던 어떤 인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주 찰나였지만 은은하게 빛나던 모양새가 아주 특이한 문양이었습니다.
 
일견 누군가의 자필 사인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네요.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슬레타:(A의?)
 
살피거나 줍기 위해 손을 뻗으면 미오리네가 얼른 주워 정리합니다.
 
슬레타:(뻗은 손을 내리고 다른 걸 주워서 정리합니다)
 
미오리네:후우... 정리 끝냈네.
다음부터는 그렇게 허둥지둥거리지 마.
 
슬레타:(어깨를 움츠리고) 미안해...
 
미오리네:괜히 나까지 불안해지니까.
 
슬레타:조, 조심할게.
 
미오리네는 악보를 정리해 피아노 의자 아래 수납공간에 악보집을 집어넣습니다.
 
미오리네:하아....
긴장 좀 풀자.
(손을 몇 번 털고는) 농담같은 거.
 
슬레타:농담?
(미간을 찌뿌리고 고민)
 
미오리네:괴담이야기나 해줄까?
 
슬레타:귀신얘기 말이야?
 
미오리네:비슷해.
가끔 책이나 영화에서 봐서는 안 될 그림이나 알려져서는 안 되는 주문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나오곤 하지?
 
슬레타:(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합니다)
 
미오리네:실제로 그런 악보가 존재한다고 해.
어쩌면 이 의자 아래에도 하나 있을지도 모르지.
 
슬레타:정말!? (의자 아래를 살핍니다)
 
미오리네:(수납공간을 열지 못하게 자리에 앉아서) 확인하지 마라.
괴담은 괴담으로 있어야 재밌으니까.
 
슬레타:알았어...
 
미오리네:(드뷔시의 달빛 악보를 피아노에 두고는) 그럼 이어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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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기를 꺼내 녹음 버튼을 누릅니다.)
 
딸깍-
 
감미로운 음율이 공기를 타고 음악실을 꽉 채웁니다.
 
감정이 담긴 음의 높낮이, 건반의 누름에 따른 분위기가 당신의 귀에 흘러들어와 가슴을 꽉 얽어맵니다.
 
몇 번을 들어도 좋은 곡입니다.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지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어쩌면...
 
(To GM): 21
 
찰칵-
 
미오리네가 손을 뻗어 녹음기의 녹음 버튼을 누릅니다.
 
미오리네:어땠어.
 
슬레타:엄청 좋아!!
(열심히 박수를 칩니다)
 
미오리네:흠, 좋다면야.
다른 곡도 쳐줄게.
 
슬레타:미오리네는 어떤 곡을 좋아해?
 
미오리네:나는 달빛도 좋고 사계를 좋아해.
자주 들었던 곡이거든.
 
슬레타:으응, 나도 좋아해.
 
두 사람은 음악실에서 여럿 곡을 들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시간을 보니 이제 가봐야할 시간입니다.
 
미오리네:이제 돌아가야겠네.
 
슬레타:그러게...
 
미오리네:같은 반이니까. 같이 돌아가자.
 
슬레타:응!! (시무룩해져 있다가 벌떡 일어납니다)
방과후에도 연습할거야?
 
미오리네:오늘은 할 게 있어서. 음... 나중에 알려줄게.
그러고보니 너. (슬레타의 머리카락을 매만져준다.) 머리 뻗쳤어.
 
슬레타:일찍 일어나서 나오느라... (부끄러운 듯이 제 머리를 정리하며)
 
슬레타:

슬레타

Spot Hidden

보통

실패
89vs.75
 
(머리 정리하면서 겸사겸사 눈도 닦고 다시 관찰해볼 수 있나요?)
 
살짝 귀에 닿았던 손가락. 정상체온이라기엔 조금 미지근하네요. 저체온과는 궤를 달리하는 미묘한 냉기가 느껴집니다.
 
슬레타:손이 찬 편이야?
 
미오리네:겨울이라 그렇네.
(일어나 활짝 열린 커튼을 칩니다.)
 
슬레타:많이 추우니까... 몸 잘 챙겨야 돼!
 
미오리네:그래.
 
음악실에서 나가기 전 미오리네가 입을 엽니다.
 
미오리네:혹시나 해서 말해두는 거지만, 해가 지고 나서 학교의 음악실에 들어오면 안 돼.
 
슬레타:응? 왜?
 
미오리네:음악실에 귀신이 나오거든. 마주치면 큰 일 날지도 몰라.
 
슬레타:...정말로?
 
미오리네:정말.
(작게 미소를 지으며) 그러니까 조심해.
 
슬레타:으,응!
 
슬레타:

슬레타

Power

보통

성공
66vs.75
 
 
미오리네:이제 돌아가자.
 
음악실의 문을 단속한 미오리네가 말합니다.
 
슬레타:(미오리네도 귀신을 믿는구나... 생각하면서 따라갑니다)

 
이미지
 
점심 시간이 종료되고 또 다시 식곤증이 학생들의 수면욕을 지배하는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오후 1시 20분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은 5교시.
 
물리 시간입니다.
 
해는 간신히 중천에 떠있고 불어오는 바람의 색은 투명합니다.
 
뾰족한 공기가 뺨을 건드릴 때마다 어떻게 된 게 졸음만 쏟아집니다.
 
선생님:거시 세계를 다루는 이론을 뭐라고 한다?
시간의 상대성 이론이라고 한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관찰자나 광원의 속도에 관계 없이 진행중인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고 설명 해줬었지?
따라서 시간과 공간은 속도에 따라 상대적이라고.
(이해하지 못한 아이들의 표정을 보며)
어허, 왜 다들 처음 듣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어?
 
슬레타:(헤에...)
 
선생님:적어도 강한 중력이 시공간을 휘게 한다는 이야기는 기억하고 있겠지?
내가 그렇게 강조했는데. 블랙홀은 시공간에 구멍을 뚫는다고 별표까지 달아줬을 거야.
교과서 확인해 봐.
뭐야 다들 졸린가봐?
잠깐 재미있는 이야기 좀 해볼까?
다들 어렸을 적에 시간 여행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 있지?
 
선생님:실제로 과거로의 시간여행의 경우 광속에 가까워질 수록 시간이 느려지니까, 빛보다 빨리 나아가면 시간이 거꾸로 흐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해.
하지만 빛보다 빠른 물질이 이 세상에 존재할 리가 없지?
2011년에 유럽 입자물리 연구소 CERN에서 초광속입자 해프닝이 있기도 했는데, 궁금한 녀석은 학교 끝나고 찾아보도록 해라.
공부를 제대로 한 녀석들은 눈치를 챘겠지만, 시간과 공간이 속도에 따라 상대적이라는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빛보다 빠르게 나아갈 경우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게 아니라 허수의 방향으로 흘러가버린다.
즉, 과거로 가는 시간 여행을 위해선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소리지.
우주 끈이나 웜홀을 사용한다거나. 하지만 웜홀이 그저 가상의 이론 상태일 뿐인 지금, 시간여행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지?
 
슬레타:(나름..경청은 하지만 이해를 못하는 표정)
 
선생님:어딘가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미지의 구멍이 생겨나지 않는 이상 말이야.
자, 과연 미래에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할까?
혹여나 그렇게 미래에서 건너온 사람은 과거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까?
하하하!
 
선생님은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는 것을 끝으로 샛길로 빠졌던 수업을 재개합니다.
 
선생님:다음 시간까지 시간여행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해 제출하도록. 숙제다!
 
뒤늦게 파격적인 숙제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꾸벅꾸벅 졸던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나 한껏 야유합니다.
 
C반 아이:쌤 너무해요!
 
C반 다른 아이:아니, 갑자기 숙제라뇨.
 
친구:미친, 저게 무슨 재밌는 이야기야...(소근소근)
 
5교시 수업은 다시 본래의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슬레타:숙제.. 어떡하지...
 
한참 숙제에 대해 고민하던 슬레타는 문득 미오리네가 신경쓰입니다.
 
슬쩍 확인해보면 무언가 열심히 적고 있는 미오리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슬레타:(뭘 적는 걸까?)
 
그러게 말입니다.
 
얼마 있지 않아 활짝 펼쳐진 교과서 위에 뜯어진 메모지 조각이 올라옵니다.
 
C반 아이:야, 너. 이거 우리반 렘블랑이 전해달래.
 
슬레타:고, 고마워. (받아서 펼쳐봅니다)
 
슬레타:(놀란 표정으로 미오리네를 봅니다)
 
슬레타:

슬레타

Spot Hidden

보통

성공
38vs.75
 
 
쪽지랑 미오리네랑 번갈아 쳐다봅니다.
 
미오리네는 찡그린 표정으로 앞을 보라고 손짓합니다
 
천천히 쪽지를 바라봅니다.
 
쪽지의 귀퉁이가 엉성하게 찢겨져 나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께 들킬까봐 어지간히도 급했던 모양이죠.
 
C반 아이:너도 쪽지 보낼거냐?
 
슬레타:으,응. 잠깐만...!
 
C반 아이:(좀 재밌다고 생각하는 편)
 
슬레타:('괜찮아' 라고 메모 아래에 빠르게 적어서 넘겨줍니다)
 
쪽지를 본 미오리네는 방과후에 들를 곳이 있는데 같이 가줄 수 있냐는 쪽지를 재차 보내옵니다.
 
C반 아이:이열~
 
슬레타:(아이의 반응에 부끄러운 듯이 꼼질거리며 '응 당연하지'라고 써서 건냅니다)
 
그 쪽지에 미오리네는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려보입니다.


 
방과후
 
두 사람은 하교길에 접어듭니다.
 
해 지는 속도가 빠른 겨울인지라 오후 다섯 시가 넘어가는 이릇임에도 어둑어둑 땅거미가 집니다.
 
눈발의 잔해가 얼어붙은 아스팔트 위로 복숭아뼈를 붙잡는 냉기가 연기처럼 자리합니다.
 
C반 아이:This message has been hidden.
 
미오리네:시간 내줘서 고마워.
꽤 추운데 말야.
 
슬레타:아,아냐! 어려운 것도 아니고...
어디 갈거야...?
 
미오리네:시내로 갈거야. 가서 살 게 좀 있거든.
게다가 오늘 아침 일찍 와줬으니까.
밥이나 디저트 정도는 사야겠다 싶어서.
 
슬레타:안 그래도 괜찮은데...!
(제 양손을 깍지끼고) 고마워.
 
미오리네:고맙긴.
 
한참을 걷다보면 두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근처에 위치한 상가 거리에 들어섭니다.
 
상가 거리는 이 근방에서 가장 훌륭한 발전이 이루어진 곳으로 특히 인근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몇 달 전에 비해 돌아다니는 유동객의 수는 눈에 띌 만큼 줄었지만, 그런대로 여전히 붐비는 장소네요.
 
사거리에 접어들자 때마침 초록불이 점등합니다.
 
간만에 나온 거리의 풍경이지만 무언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진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곳저곳 장식된 꼬마전구들과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만이 또 한 번의 겨울이 찾아왔음을 알릴 뿐.
 
당신은 흐릿하나마 기억을 되살려 근처 상점가별 위치를 도식화시켜봅니다.
 
왼쪽 인도로 접어들면 뭐가 있더라….
 
슬레타:(카페가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슬레타:(날이 추우니까 실내 카페로 가겠습니다)
 
코너 한구석에 외따로 세워져 있는 작은 카페.
 
건물 외벽을 장식한 벽돌 무늬와 입구의 난간 곁에 일렬로 도열된 동물 모양 피규어들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슬레타:귀여워!
 
미오리네:안쪽이 좋아, 바깥이 좋아?
 
슬레타:추우니까 안에 들어가자.
 
미오리네:(아, 창가쪽이야기였는데.)
 
슬레타:(아)
내가 창가쪽에 앉을게...!
 
두 사람은 창가쪽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받습니다.
 
슬레타:미오리네는 뭐 마실거야?
 
미오리네:나는 토마토쥬스려나.
 
슬레타:그,그럼 같은 걸로 할게.
 
미오리네:토마토쥬스 2잔... 케이크는?
 
슬레타:초콜릿 케이크 어때?
 
미오리네:초콜릿 케이크 좋지.
 
슬레타:헤헤.
 
미오리네는 점원을 불러 주문합니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면 디저트와 음료가 나옵니다.
 
미오리네:꽤나 달 것 같네.
 
슬레타:와아~!
잘먹겠습니다!
 
미오리네:(포크로 작게 떠서 입에 넣습니다.)
그러고보니 슬레타. 오늘 과학 시간에 선생님께서 내주셨던 숙제 기억해?
 
슬레타:(입에 넣은 케이크를 삼키며 끄덕입니다)
응... 시간여행?
 
미오리네:응 그거.
 
슬레타:어려워...
어떡하지...
 
미오리네:서점에 가서 그거에 관련된 책을 사두려고.
 
슬레타:우웅.
그것만?
 
미오리네:그거랑 뭐 악보라든가.
 
슬레타:그렇구나!
나도 찾아볼게!
 
몇 번 더 수다를 떨다
 
미오리네:만약 너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으면 먼저 뭘 하고 싶어?
이번 숙제잖아
시간여행.
 
슬레타:(토마토 쥬스를 쪼로록 마시다가) 우음...
(코를 찌뿌리고 고민하다가) 미오리네는?
 
미오리네:나는 (주스를 한번 먹고는) 콩쿨이려나. 아쉬웠던 게 몇 있었거든.
 
슬레타:헤헤, 대단해.
난.. (손을 좀 꼼질거리다가) 좀 더 일찍 그만뒀으면 좋지 않았을까 했어.
 
미오리네:네 언니 때문에?
 
슬레타:으응, 그러면 엄마도 언니한테만 집중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미오리네:그래도 언니는 언니 너는 너잖아. 너는 어쩌고.
 
슬레타:...모르겠어.
 
미오리네:나는 네가 하고 싶은 거 했으면 좋겠어. 누구랑 연관짓지 않고.
 
슬레타:(소리없이 웃어보입니다)
 
미오리네:...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지만.
 
슬레타:저기, 그럼 이제 우리... 절친이야?
 
미오리네:친구라고는 해줄게.
 
슬레타:헤헤!

슬레타

???

보통

극단적성공
11vs.100
 
 
언젠가 그만두었던 음악, 이번에는 반대로 '언젠가 시작했던 음악'에 대해 떠올립니다.
 
새로운 시도에 기뻤거나, 벅찼거나, 혹은 자신만만했을 지도 모를 과거입니다.
 
막연한 감상은 그곳에서 흩어집니다.
 
세상에 용기만큼이나 덧없는 기개가 또 있을까요.
 
여전히 연주하는 것은 내키지 않습니다.
 
이미지
 
두 사람은 카페에서 나옵니다.
 
미오리네:이제 서점으로 가볼까? 악보집도 사야지.
 
슬레타:응!
 
자동문 너머로 들어서니 새 책들이 모이고 고여 있는 장소 특유의 결좋은 나무 냄새와 약간의 곰팡내가 섞인 열풍 냄새가 느껴집니다.
 
추위에 흠뻑 젖어 있던 몸이 조금은 되살아 나는 기분이네요.
 
미오리네:그러니까... (스마트폰을 켜며 악보집을 검색해봅니다.)
넌 뭐 사고 싶은 거 있어?
 
슬레타:아까 말했던 시간여행책을 찾아보려구.
 
미오리네:괜찮네. 숙제도 해결하고.
그럼 같이 돌아볼까?
 
슬레타:헤헤, 좋아!
 
그러던 그때입니다.
 
갑자기 입구쪽에서 서로 다른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어어? 갑자기 이렇게요?
 
슬레타:우아앗!!

슬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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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성공
56vs.75
 
 
저 멀리서 잠, 잠깐만 그렇게 밀면!
 
하고 미오리네의 말이 들렸다 멀어집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혼자가 된 당신입니다.
 
슬레타:미,미오리네~!
 
순식간에 미오리네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느쪽에 가야 찾을 수 있을까요?
 
코너를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슬레타:(덩그러니...)
 
역시 [음악 코너]?
 
아니면 [문제집 코너]?
 
오늘 새로 생긴 과학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 코너]에 들렀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슬레타:(문제집 코너에 먼저 가볼게요)
 
*
 
[문제집 코너]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새 문제집을 보러 온 학생들이 각 책장마다 두셋 즐비합니다.
 
과목별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어디를 살펴도 미오리네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문제집 코너를 살피던 당신은 빽빽이 꽂혀있는 문제집들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게으른 누군가 구매를 재고하며 아무렇게나 꽂아놓은 책일지도 모르죠. 빼내어 살필 수 있습니다.
 
슬레타:(뽑아봅니다)
 
제목은 <음악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입니다.
 
음악 코너에나 있을 법한 책이 뜬금없이 문제집 코너에? 페이지를 넘기면 아래와 같은 내용을 읽을 수 있습니다.
 
슬레타:(음악의 전염성?)
(뒷페이지나 그런 다른 내용은 없나요?)
 
다른 내용을 살펴봐도 그닥 알 수는 없는 것 같네요.
 
슬레타:(그럼 다시 책장에 넣어둘게요)
(...음악책이니까 음악코너에 넣어야할까?)
(고민하다가 다시 책을 꺼내서 음악 코너로 갈게요)
 
*
 
[음악 코너]
 
음악 코너에 들어서니 자연한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과거 피아노를 연주하던 시절의 당신에게는 익숙한 장소가 될 수도 있겠네요.
 
음악코너를 살피던 당신은 다른 악보집이나 책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사이즈의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누군가 잘못 꽂아두었는지 삐죽 튀어나와 있습니다.
 
제목은 <빠르고 쉽게 이해하는 재미있는 상대성 이론!>… 이네요.
 
. 과학 코너에나 있을 법한 책이 뜬금없이 음악 코너에?
 
슬레타:(...여기는 책 정리를 잘 안하나봐. 생각하면서 꺼내봅니다.)
 
슬레타:(숙제에 도움이 되겠다!)
(책을 꺼내고 문제집 코너에 있던 책을 그 자리에 넣습니다)
 
슬레타:

슬레타

Library Use

보통

성공
48vs.50
 
 
그 다음 페이지로 넘기면 여러가지 타임 패러독스에 관련된 내용들이 줄글 형식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슬레타:(다른 페이지에도 중요한 내용이 있는지 살펴볼게요)
 
이 다음에는 중요한 내용이 적혀져 있지 않나보네요.
 
슬레타:(코너에 미오리네는 보이지 않나요?)
 
네.
 
슬레타:(그러면 책을 챙기고 과학 코너로 갈게요)
 
*
 
[과학 코너]
 
과학 코너에는 다른 코너에 비해 상주하고 있는 사람의 수가 적습니다.
 
난방기의 열기가 속속이 섞여든 책장 틈을 둘러보면, 마찬가지로 미오리네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군요.
 
좀처럼 구미가 당기거나 흥미로운 책을 발견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대로 스쳐 지나가려던 당신은 부자연스럽게 삐죽 튀어나온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살펴보면 제목은 <전염의 역사>…
 
질병학 코너에나 있을 법한 책입니다.
 
페이지를 넘기면 가름끈이 끼워져 있습니다.
 
슬레타:(그 부분을 펼쳐볼게요)
 
슬레타:(다들 괜찮아야할텐데...)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당신의 어깨를 누군가 톡톡 칩니다.
 
미오리네:겨우 찾았네.
어디에 있던 거야.
 
슬레타:왓!
나도 찾아다녔어...!
 
미오리네:그래도 찾아서 다행이다.
책은... 살거야?
 
슬레타:응, 적당한 걸 찾아서.
 
미오리네:나도 마침 괜찮은 악보를 찾아서 가져왔어.
 
슬레타:어떤 악보야?
 
미오리네:모차르트의 피아노 환상곡 C단조.
나중에 한 번 쳐보려고.
 
슬레타:응,응. 미오리네는 잘할 것 같아.
 
미오리네:그거 나중에 빌려줄 수 있어?
슬레타가 가지고 있는 책을 가리킵니다.)
 
슬레타:당연하지!!
아, 아니면 같이 보면... 좀 그럴까...
 
미오리네:그럼 다음 시간 전에.
 
슬레타:응...!
 
이미지
 
두 사람은 서점에서 나옵니다.
 
시계를 살피면 대략 7~8시가 넘어가고 있는 시간입니다.
 
겨울이 농익어가며 세상에 해가 떠있는 시간이 부쩍 짧아졌습니다.
 
하늘을 바라보니 교연한 어둠이 상공과 구름을 남색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미오리네:들려야할 곳이 하나 더 있는데 괜찮아?
 
슬레타:응, 어디로?
 
미오리네:찾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
 
슬레타:뭐 잃어버렸어...?
 
미오리네:잃어버렸기보단. 보고 싶은 게 있어서.
 
슬레타:아, 응! 괜찮아!
 
그 말에 작게 미소를 짓습니다.
 
그렇게 어느 외진 골목길에 접어듭니다.
 
주변을 살피면 양옆으로 붉은 벽돌이 고루 쌓여 있고 그 표면을 잎 떨어진 담쟁이 넝쿨이 똬리 틀고 있습니다.
 
여름이었다면 필시 장미가 만발해 있었겠죠.
 
당신이 말할 것 같으면 요 근처에 이런 길이 있었는지… 금시초문입니다.
 
이곳은 하루가 다르게 바삐 변화하는 도시입니다.
 
도로 위에는 어제 보지 못했던 차량이 오늘의 배기음을 터뜨리며 지나다니고,
 
몇 달 새에 하늘을 찌를듯 드높게 건축된 신설 빌딩이 세워지는 것이 예사인 곳.
 
으레 생기는 변화를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여야만 내일에 적응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니까요.
 
번화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장소 하나가 고스란히 남겨진 듯한 풍경은 꽤 낯설지도 모릅니다.
 
점점 더 좁아지는 골목을 나아가다 보면 머지 않아 그 끝에 당도합니다.
 
두 사람의 발걸음은 귀퉁이에 세워진 다 낡은 악기상 앞에 머무릅니다.
 
쿰쿰한 나무썩은내, 비릿한 풀냄새와 어쩐지 짙은 오존 냄새가 머리맡을 맴돕니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흰 울타리가 빙 둘러쳐진 악기상,
 
기스 투성이 전면유리창 너머로 갖가지 악기들이 모습을 뽐내고 있습니다.
 
당신이 무어라고 입을 열 새도 없이 미오리네가 악기상의 출입구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딸랑.
 
계절의 구색을 맞추듯 청명한 현관벨소리가 귓전을 때립니다.
 
빛이 바랜 [카운터] 좌석에 앉아 있던 악기상의 주인은 두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흘끗 확인하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합니다.
 
교복 차림새의 학생 두 명이 무언가를 살 것 처럼 보이지는 않았나봐요.
 
목재 구조의 악기상 내부는 흐릿하나마 찝찔한 먼지 냄새가 납니다.
 
살피기에는 벽면 가득 들어찬 거대한 [책장]이 인상적이고,
 
악기상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갖가지 [악기들]은 진열대 위에 놓여 있거나, 벽에 걸려있거나 합니다.
 
악기만큼은 애지중지 관리했는지 하나같이 먼지가 쌓이지 않은데다 광택이 돕니다.
 
미오리네는 무언가를 찾고 있는 눈치입니다. 악기들 사이를 서성이고 있습니다.
 
슬레타:뭐 찾아?
 
미오리네:찾는 악기가 있거든.
그런데 잘 안보이네.
피아노인데.
좀 오래된 거거든.
 
슬레타:(피아노가 여기에 있을까..?)
나, 나도 같이 찾을게.
(악기들을 살펴볼게요)
 
[악기들]
 
현악기, 금관악기, 목관악기, 타악기… 타현악기인 피아노까지.
 
이 허름한 악기상에 어울리지 않을만큼 아름답고 반짝이는 악기들이 그 종류를 가리지 않고 자리합니다.
 
창측 한켠에는 들여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진열된 다른 악기들보다도 아름답고 깨끗한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습니다.
 
슬레타:(피아노 살펴볼 수 있나요?)
 
깨끗하고 새 것 같은 피아노입니다.
 
오래된 피아노는 아니네요.
 
슬레타:(건반 눌러볼 수 있나요?)
 
눌러보면 맑게 소리를 냅니다.
 
슬레타:

슬레타

???

보통

성공
90vs.100
 
 
순간 마음이 울렁였습니다.
 
한참 좋아하던 곡을 완벽하게 연주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던 지난 날을 상기해냅니다.
 
어떤 작은 오류도 실수도 없이 연주를 끝마쳤던 순간에 꽤 기뻐했던 것도 같은데…
 
잘 생각나지는 않네요. 다만 당신에게도 분명 무던히 노력하던 나날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연주하는 것은 내키지 않지만요.
 
슬레타:...미오리네가 찾는 피아노는 아니네.
(다른 악기들은 살펴봐도 특별한 점이 없나요?)
 
네, 전부 새것입니다. 당연하게도 악기점의 물품들이니까요.
 
슬레타:(미오리네는 뭘 하고 있나요?)
 
카운터의 주인에게 뭔가 물어보고 있습니다.
 
슬레타:(듣기할 수 있나요?)
 
슬레타:

슬레타

Listen

보통

어려움성공
22vs.75
 
 
악기상은 미오리네가 찾는 피아노가 시에서 빌려갔다고 이야기합니다.
 
미오리네:이런...
일단 알겠어요.
 
슬레타:(미오리네한테 가기전에 책장 살펴볼게요)
 
슬레타:(특별한 점이 있을까요?)
 
딱히 없습니다.
 
슬레타:(그러면 카운터에 미오리네 옆으로 갈게요)
 
미오리네:아무래도 여기엔 없나봐...
돌아가자.
 
슬레타:응...
중요한거야?
 
미오리네:응, 중요한 거야.
 
슬레타:다음에도 같이 찾자...!
 
미오리네:...응.

 
이미지
 
짙은 밤냄새가 아스팔트와 돌바닥을 기기 시작한 하루의 끝물, 그 사이의 고즈넉한 시간.
 
소등되어 있던 가로등의 불빛이 하나씩 점등하며 패턴식의 돌길을 비춥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창궐하기 시작한 이후 도시는 저녁시간대 특유의 활기를 잃은지 오랩니다.
 
악기상에서 나온 두 사람은 귀갓길에 광장에 놓인 낡은 피아노 한 대를 발견하게 됩니다.
 
미오리네:잠, 잠깐만 슬레타.
 
슬레타:응?
 
미오리네는 슬레타의 옷을 붙잡고 낡은 피아노쪽으로 이끕니다.
 
낡디 낡아 의자에 앉는 사람도, 건반에 손을 대는 사람도, 하다못해 눈길을 주는 사람도 없이
 
분수대 맞은 편에 그저 장식물처럼 배치되어 있는 나무 피아노입니다.
 
슬레타:혹시.. 이거야?
 
미오리네:(손끝으로 건반을 쓸어내리며) 이게 여기에 있었네.
 
슬레타:찾아서 다행이다..!
 
미오리네:시에서 빌려갔다해서 영영 못찾는 줄 알았어.
...기쁘네.
 
슬레타:

슬레타

Power

보통

극단적성공
5vs.75
 
 
세상의 오류와 같은 현상, 다시 한 번 어쩐지 모를 데자뷰 현상에 사로잡힙니다.
 
이 장면, 어디선가 분명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꿈에서일까요?
 
SANc 0/1.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성공
62vs.75
 
 
미오리네:찾아줘서 고마워.
 
슬레타:나,난 아무것도 안했는데...
 
미오리네:같이 있어줬잖아. 실제로 찾아냈고, 그거면 충분해.
 
슬레타:....헤헤.
왜 이런 곳에 있는걸까?
 
미오리네:시에서 오픈버스킹이라도 하라고 둔 게 아닐까?
그런 거 많이들 하니까.
 
슬레타:그렇구나...
 
미오리네:소리는... 제대로 나나?
(피아노 의자에 앉습니다.)
 
슬레타:(슬쩍 옆에 앉습니다)
 
미오리네는 아까 산 악보를 꺼내 얹습니다.
 
그러고는 악보에 적힌 음표에 따라 손가락을 움직입니다.
 
이 역시 가지고 있던 녹음기에 녹음됩니다.
 
연주를 시작하면 잰걸음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사람들의 이목이 광장의 피아노와 두 사람에게 집중됩니다.
 
미오리네가 좋아하던 곡이라 그런 걸까요? 빠르게 악보를 넘기며 곡을 진행합니다.
 
그런 미오리네의 연주를 바라보는 당신은 어떤가요?
 
당신도 언젠가 박수갈채를 받으며 무대에 올랐던 적이 있을 터입니다.
 
슬레타:

슬레타

???

보통

성공
93vs.100
 
 
어쩐지 아릿합니다.
 
줄곧 느껴왔기에 금세 깨달을 수 있는 감정입니다.
 
세상에 축적된 많은 문장의 표현을 빌려 설명하자면, 전조도 없이 가슴이 뛰었습니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해가 온전히 졌는데도 목구멍은 뜨겁고 살갗은 벗겨질 것처럼 차갑습니다.
 
가로등의 적적한 불빛이 마치 스포트라이트처럼 광장을 밝힙니다.
 
그제야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허름하고 볼품 없던 낡아 빠진 피아노일지라도 그 정도의 연약한 빛을 반사할 수는 있는 모양입니다….
 
(To GM): 28
 
곡을 완주하고 피아노에서 손가락을 뗍니다.
 
미오리네:있잖아, 슬레타.
 
슬레타:응.
 
미오리네:아직도 피아노, 치고 싶지 않아?
 
슬레타:사실은, 하고 싶어.
근데 무서워.
 
미오리네:무서워?
 
슬레타:...자신이 없어...
 
미오리네:자신이 없어?
 
슬레타:...혹시 화났어?
 
미오리네:...뭐어?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왜 화를 내.
 
슬레타:그런 것 같아서... (무릎 위에서 손가락을 꼼지락 대며)
 
미오리네:(땀을 흘리며) 아냐, 아니라고. 전혀 화나지 않았어.
 
슬레타:(슬쩍 눈치보다가 고개를 푹 숙이고) 나,나는 언니만큼 잘 할 자신이 없어서...
 
미오리네:지금부터 배우면 되지! 할 수 있어.
 
슬레타:으응, 고마워.
...진짜 화 안났어?
 
미오리네:화! 안났다고!
(슬레타를 붙잡고 끌고 갑니다.)
 
슬레타:지,지금은 화난 것 같은데...!
 
미오리네:아니거든!
 
슬레타:어디로 가는거야...!?
 
미오리네:...그러게. 이제 돌아가야지...
 
슬레타:그,그러게! 이러다가 감기 걸릴거야...
그 병도... 조심해야 돼!
 
미오리네:...알았어, 너두.
내일 학교에서 봐.
 
슬레타:내일도 아침에 연습해?
 
미오리네:응. 너는 오고 싶을 때 와.
 
슬레타:일찍! 갈게.
 
미오리네:(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아침.
 
숨통을 불사르는 듯한 건조함과 함께 잠에서 깨어나면 휴대폰에 맞춰두었던 알람이 당신을 보채고 있습니다.
 
삐비비빅. 삐비비빅. 삐비비빅.
 
정신사나운 벨소리는 한참이고 이어집니다.
 
오전 댓바람부터 머리가 띵한 것이…
 
밤새 공기중에 섞여 든 냉기에 시달렸는지도 모릅니다.
 
슬레타:콜록, 몇시지...?
 
적어도 7시 이전입니다.
 
슬레타:학교에 가야 돼...
(정상적으로 거동이 되나요?)
 
예, 문제 없습니다.
 
등교 준비를 끝마치고 바깥으로 나가기 전, 끄지 않은 채로 잊고 있었던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소리를 듣습니다.
 
퍽 익숙한 아나운서의 목소리네요.
 
정체불명의 전염성 질병에 대한 속보를 다루기 위해 신설 편성되었다 던 그 코너임이 분명합니다.
 
슬레타:

슬레타

Listen

보통

극단적성공
2vs.75
 
 
아나운서:…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정체불명의 전염성 열병에 감염된 환자의 수가 전세계 인구의 25%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시민들의 불안감은 날로 달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최근 전세계 곳곳에서 공통적인 기현상이 발생, 목격되고 있습니다.
증언은 일체 열을 빼앗기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비롯되었는데요,
환자들은 하나같이 여름철에나 날 법한 짙은 오존 냄새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밤 하늘에 별들이 수도 없이 많이 떠있는 것이 기이하다.'는 말을 되풀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모 대학병원 의료진은 질병 감염에 따른 환각 증세의 가능성을…
다음 속보입니다….
 
...
 
점점 더 환자가 늘어나고 있음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슬레타:(다른 친구들은, 미오리네는 괜찮을까?)
 
당신은 서둘러 움직입니다.
 
*
 
교실에 도착하면 미오리네의 자리가 비어있습니다.
 
오늘은 조금 여유롭게 등교하려나? 안일하게 앉아있어보지만…
 
조례 시간이 끝날 때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조금 부자연스럽습니다.
 
슬레타:(몸이 아픈걸까...?)
(선생님한테 물어볼 수 있나요?)
 
예.
 
슬레타:저,저기 선생님!
미오리네는... 오늘 결석인가요?
 
선생님:아, 미오리네 렘블랑 말이냐?
 
슬레타:네..!
 
선생님:(휴대폰으로 명단을 보더니) 흠, 이번에 서넛 안나온 애들 말이지. 병결하겠다 제출을 해서 말이다.
 
슬레타:병,병결이요!?
 
선생님:그래, 그 유행성 열병 말이다.
 
슬레타:네에~!?
어,어떡하지!
 
선생님:괜히 찾아가지는 말고.
국가기관에서 격리 중이겠지.
 
슬레타:그렇겠네요...
 
선생님:(한숨을 내쉬곤) 들어가라. 감기걸리겠다.
 
슬레타:네에... (터덜터덜 자리에 앉습니다)
 
선생님께 미오리네의 병결 이유를 듣게된 당신은 자꾸만 신경이 쓰이고 가슴이 조일듯 답답해집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지난 며칠간 당신과 미오리네는 질릴만치 붙어 다니며 시간을 공유했습니다.
 
그래서일지도 몰라요.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설명할 거예요?

 

 
방과후
 
하교를 알리는 묵직한 종례음과 함께, 번쩍! 마치 스위치를 올리듯 분산되어 있던 정신이 한 자리에서 맞붙었습니다.
 
뒤늦게 주변을 둘러보면 책가방을 싼 아이들이 교실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들어옵니다.
 
어느틈에 종례가 이루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하루종일 좀처럼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혹은 다른 생각을 했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거나요.
 
학교가 파했으니 집으로 귀가해야겠죠.
 
늑장을 부리고 있노라면, "빨리 나가, 문 잠글 거야!" 오늘의 주번인 동급생이 톡 쏘아붙입니다.
 
슬레타:미, 미안! (허겁지겁 가방을 챙겨서 나옵니다)
 
교실 바깥으로 나가기 직전, 어쩐지 모를 기묘한 이끌림에 힘입어 미오리네의 책상 쪽으로 시선을 기울입니다.
 
때마침 덜 닫힌 창문 가장자리에 불어온 오후의 설익은 바람에 가슴이 뻐근해졌습니다.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은 건조한 1인용의 책걸상.
 
비어 있는 가방 걸이, 사물함 아래 가지런히 모여있는 교과서…
 
가장자리에 [C반, 미오리네 렘블랑]라고 적혀있는 코팅된 시간표까지.
 
기스 하나 남아 있지 않은 책상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전에 없던 기이한 감각마저 솟아나는 것입니다.
 
어제는 분명 이 자리에 책상 주인이 앉아 있었는데, 오늘은 하루종일 비어 있었습니다.
 
그 덧없는 사실이 어쩐지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지던 그 때.
 
슬레타:

슬레타

Spot Hidden

보통

극단적성공
7vs.75
 
 
널빤지처럼 납작하고 어두운 책상 사물함 속, 켜켜이 정돈된 교과서 사이로부터 빼꼼 튀어나와 있는 찢어진 작은 종잇조각을 발견합니다.
 
슬레타:(꺼내봅니다)
 
잘 닦인 도자기처럼 맨질거리는 종이를 손에 쥔 당신은 전에 없던 확신을 느낄 지도 모릅니다.
 
어떤 위치를 가리키는 주소입니다. 혹은 약도거나.
 
눈에 익은 글씨체만으로도 머리통에 자연스레 그려지는 장소가 있었습니다.
 
슬레타:(글씨 자세히 볼 수 있나요?)
 
물론이죠.
 
▶:지도는 도로를 잇고 사진은 추억을 잇고 시계는 시간을 잇는다는데 무엇이 감히 세계를 이을 수 있을까. 사람에게는 필연적으로 매여 있던 곳을 떠나야만 하는 시기가 와. 언젠가 문득 기억을 더듬다 원형 하나 남지 않은 과거를 마주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니, 네가 모르는 길을 발견하거든 꼭 그 앞을 걸어 나가야만 할 때 반드시 시간을 증명하고 기억을 되새길 물건 하나를 가지고 가야 해. 네가 다시 돌아와야만 하는 장소를 잊지 않도록.
 
슬레타:(걸어 나가야만 할 때...)
 
슬레타:

슬레타

Intelligence

보통

실패
62vs.45
 

슬레타

Luck

보통

성공
31vs.59
 
 
이 약도, 어디선가 본 적 있는데. 전에 미오리네와 갔던 악기상이었던 것 같기도.
 
슬레타:(약도에 그려진 곳으로 가겠습니다)
 
끊임없이 기억을 더듬거나 헤매다보면
 
당신은 일전에 함께 방문했던 악기상 앞에 도달합니다.
 
악기상 출입구에는 희끄무레하게 바래어 페인트칠이 벗겨진 '임시 휴업' 팻말이 걸려 있습니다.
 
슬레타:(문을 두들겨 보겠습니다)
 
아무런 반응이 없네요.
 
슬레타:(주변에 다른 사람은 없나요?)
 
네, 없네요.
 
당신은 겨울과 어울리지 않는 새파란 싹이 이름 모를 찬 계절의 들꽃이나 잡초들과 뒤섞여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울타리 근처를 서성입니다.
 
슬레타:

슬레타

Spot Hidden

보통

극단적성공
13vs.75
 
 
미련을 떨치지 못한 당신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악기상 바깥쪽의 자그맣게 무너진 울타리입니다.
 
그 사이로 어떤 계절의 풀벌레 우는 소리만 작달만합니다.
 
좁다란 공간은 마치 언젠가의 비밀스러운 길이 닦였다가 무산된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틈새를 들여다 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몸을 구겨본다면 간신히 이동하는데에는 무리가 없어 보이네요.
 
슬레타:(일단 들여다볼게요)
 
샛길로 보입니다.
 
슬레타:(들어가보겠습니다)
 
비밀의 장소로 인도하는양 샛길을 타고 악기상 건물 외벽의 바깥 쪽을 타고 둘러 이동하다 보면,
 
당신은 나무가 부자연스럽게 우거진 공터를 발견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풀벌레 우는 소리는 꺼진지 오래.
 
이곳에 사람의 흔적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만… 메마른 흙바닥의 정가운데 뻥 뚫린 싱크홀이 나있는 것만큼은 예삿 일이 아닌 것 같군요.
 
구멍의 가장자리는 마치 녹은 것처럼 보이며, 비정상적으로 일렁이고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존재하는 웜홀이라는 미지의 공간이 발치 아래 투영된 듯 합니다.
 
SANc 1/1d3.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실패
89vs.75
 
rolling 1d3
 
(
1
 
)
 
 
=
1
왜 이런 구멍이...?
 
영하를 웃도는 불친절한 겨울,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유사 이전의 세상에 인간이 최초로 빚어졌을 당시 하나의 재료처럼 장기 곳곳에 새겨져 있었던 본능으로 말미암아 어떤 메시지를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구멍에 뛰어들어야 해!
 
당신은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어쩌면 결국 이곳에 다다르기 위해 스스로 모르는 사이 오래도록 방황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구덩이를 살피면 마치 하늘을 반사한 물이라도 투영하듯 희미한 빛이 텅 빈 공간을 떠돌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깊어 보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근방에선 강렬한 여름의 오존 냄새가 풍깁니다.
 
비릿하기도 하면서 싱그럽기도 한 특유의…. 겨울에 묶인 사람이 향수를 느끼기에 더없이 충분하고, 강렬하고, 매력적인 냄새입니다.
 
슬레타:This message has been hidden.
(미오리네랑 어울리는 예쁘고 귀여운 키링, 제조년 2022년, 제조사 중국)
(건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바보같은 키링으로 결정하시겠어요?
 
슬레타:(미오리네랑 어울리는 예쁘고 귀여운 키링으로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모든 준비를 끝마친 당신은 구멍 속으로 몸을 내던집니다.
 
찰나에 당신은 온 몸을 거스를듯 피부를 긁어대는 어떤 비인간적인 손길을 느낍니다.
 
전에 느껴본 적 없던 외계의 에너지가 강압적으로 몸을 잡아 당기는 듯한 감각이었습니다.

 
이미지
 
???
 
…깜빡. 깜빡, 깜빡.
 
소용돌이치는 왜곡 속을 맨발로 건너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맞게 도착한 걸까요?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당신은 꽤 깊은 구덩이 안에 있습니다.
 
깊은 구멍 안에 머물고 있는 탓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꼭 천장같은 회색의 하늘이 원형으로 오려져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슬레타:(올라가서 나갈 수 있을까요?)
 
도약으로 가능할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당신의 근처에 가져온 키링과 건전지 하나가 보입니다.
 
슬레타:(키링과 건전지 일단 챙기겠습니다)
(근력 해볼게요)

슬레타

Strength

보통

성공
54vs.75
 
 
사방이 꽉 막혀있던 구멍을 아래에서 위로 기어 빠져나오는데 성공합니다.
 
근처를 살피면 구덩이에 뛰어들기 전에 보았던 그 공터입니다.
 
장소는 그대로인데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사뭇 다릅니다.
 
이리저리 우거져있던 나무가 바싹 말라 타고 남은 잿더미처럼 바닥을 장악하고 있고,
 
맞은편에 보이는 악기상의 벽면은 부식되어 이질적인 감상을 더합니다.
 
오랜 세월동안 전혀 관리되지 않은 것 처럼 보이는군요.
 
슬레타:(미래인건가...?)
 
공터에서 빠져나오면 악기상 입구에 다다릅니다.
 
길게 뻗은 아스팔트 도로나 굴곡진 모퉁이를 돌아보아도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 발견할 수 없습니다.
 
공간 자체가 마치 노이즈낀 흑백 필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길로, 어떤 장소로 향하든 일말의 생명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저 전깃줄 위에 앉아 지저귀는 새들의 목소리나 칼바람이 맞부딪히는 요란하고 적막한 소음만이 공허한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악기상을 살피면 녹슨 초인종이 달린 문은 걸쇠가 고장나 살짝 열려 있습니다.
 
직전에 보았던 '임시 휴업'팻말은 문간에 그대로 걸려 있습니다.
 
슬레타:(열고 들어가볼게요)
 
'임시', '휴업', 하고 반으로 쪼개져 덜렁거리는 탓에 다소 음산한 기운을 더하고 있습니다.
 
악기상으로 들어가자 눈에 익은 피아노 한 대를 발견합니다.
 
자세히 살피지 않아도 '아' 싶은 구석이 있는 모양새인 겁니다.
 
이 피아노는… 분명… 어디선가 만났던 기억이 있는 악기입니다.
 
슬레타:(낡은 나무 피아노인가요?)
 
네, 맞습니다.
 
슬레타:(건반 눌러볼게요. 소리가 날까요?)
 
턱, 하고 불퉁한 소리가 들립니다.
 
슬레타:(피아노말고 다른 것도 있나요?)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는 [카운터]입니다.
 
좌석에 앉아 악기상을 지키고 있던 가게 주인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목재 구조의 악기상 내부는 텁텁하고 간지러운 먼지 냄새가 납니다.
 
어디에서도 악기는 찾아볼 수 없지만 벽면 가득 들어찬 거대한 [책장]은 그대로네요.
 
슬레타:(카운터 먼저 살펴볼게요)
 
▶:
 
슬레타:(라디오 작동 될까요?)
 
치직… 치지지직… 완전히 고장나버렸는지 탁한 백색소음을 흩뿌리고 있습니다.
 
주파를 맞춰보고 툭툭 두드려도 보지만 고쳐질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한번 만져봐야 고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슬레타:

슬레타

Mechanical Repair

보통

성공
31vs.50
 
 
슬레타가 이리저리 만지다보면 라디오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라디오:…칙, 치지직… 괴 전염병으로 인한 체온을 빼앗기다 사망한 인구가 전체 인류의 70%에 육박했습니다
사회는 완전히 마비되었습니다… 치직, …그 누구도 미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대로 인류는 역사에서 잊혀지게 될 것입니다.
한편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오컬트 학자들이 내놓은 새로운 가설이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전염병이 어떤 경로로 감염되어 인체에 해를 끼치는지, 보편적이지 않은 경로로 추적을 이어오던 그들은 전 지구를 장악한 미지의 전염병이 사실은 어떤 저주이며, 감염 경로가 특이하게도 '음악'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어떤 저주받은 곡으로 인하여 전염병이 창궐하였다면, 이 광기어린 저주를 세상에 퍼뜨린 원인이 되는 곡의 악보를 태우는 방법만이 존속과 멸망을 결정지을 유일한 수단이라고…
 
라디오:치직…
 
SANc 1/1d3.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실패
94vs.74
 
rolling 1d3
 
(
2
 
)
 
 
=
2
...
(시계 살펴볼게요)
 
SANc 0/1.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실패
92vs.72
 
...악보를 찾아야하는 걸까?
(책장 쪽 살펴볼게요)
 
슬레타:(달력 볼게요)
 
슬레타:

슬레타

Intelligence

보통

성공
37vs.45
 
 
세상의 오류를 알리듯 거꾸로 돌아가는 아날로그 시계와, 당신이 살던 현재로부터 조금 동떨어진 세월의 흐름을 가리키는 달력.
 
길거리에는 사람 하나 오가지 않고 시야는 마치 흑백필름을 끼워 넣은 것처럼 생기 없었습니다.
 
미지의 구멍, 그곳에 마치 운명같은 이끌림을 얻어 겁없이 뛰어든 당신.
 
눈치챕니다. 당신은 가까운 미래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2025년, 인구의 70%가 잠들어버린 뒤 고요한 멸망을 기다리고 있는 3년 후의 미래입니다.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성공
36vs.71
 
(책장에 다른 볼 것이 있나요?)
 
없습니다.
 
슬레타:아무도 안계세요~...?
 
아무도 반응해주지 않습니다.
 
창밖으로 시선을 던지면,
 
끝없는 냉기에 젖은 아스팔트의 건너편 골목에서 누군가의 인영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합니다.
 
슬레타:(다급하게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그 실루엣을 바라보고 있자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목소리가 당신을 반깁니다.
 
미오리네:하, 한참 찾았잖아.
몸은 이제 괜찮은 거야?
기침은. 아니 그러니까.
이제 어, 괜찮. 음. 아...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손을 떱니다.)
있잖아, 슬레타.
 
미오리네:내가 줄곧 생각해봤는데.
네가 원한대로 갔다와볼게.
내가 과거로 가서 널 만나고 올게.
그러니까. 응?
(눈을 이리저리 흔드며) 그, 네가 정말 피아노 치는 걸 싫어했더라면...
이 악기상에 찾아오지도 않았을 테니까.
 
미오리네:결단... 같이 내렸잖아.
우리.. 괜찮아.
이제.
 
슬레타:저기...
무슨말이야...?
왜, 왜 그렇게 다쳤어?
뭐가 괜찮아...?
 
당신이 뭐라고 하든 미오리네는 들리지 않는듯 행동합니다.
 
품에는 악보가 들려 있습니다.
 
슬레타:(무슨 악보인지 알 수 있나요?)
 
예전에 음악실에서 흘렸던 그 악보 같습니다.
 
슬레타:그 악보 좀 보여줘.
 
미오리네:미안해.
두고가서
 
This message has been hidden.
 
미오리네는 당신의 손을 어루만지다가 몸을 돌립니다.
 
모든 결정과 준비를 끝마친 사람처럼,
 
미련 없이 당신을 지나쳐 악보를 들고 깊고 커다란 구멍에 뛰어듭니다.
 
슬레타:가지마!
 
구멍에 뛰어든 미오리네는 미소를 지었던 것 같습니다.
 
슬레타:

슬레타

Luck

보통

성공
56vs.59
 
 
당신의 발치에 무언가 걸립니다.
 
자세히 보면 휴대용 녹음기와 은색의 반지입니다.
 
미오리네의 검지손가락에 있던 그 반지와 같은 디자인입니다.
 
녹음기에는 건전지가 없는지 작동되지 않습니다.
 
슬레타:(아까 주운 건전지를 녹음기에 넣겠습니다)
 
딸깍-
 
딱 맞아떨어집니다.
 
삐-익,
 
13개의 음성메시지가 남아있습니다.
 
휴대용 녹음기:25년 10월 X일
세계는 모래로 이루어진 성마냥 단시간에 무너져내렸다.
3년 전 시작했던 저주는 점점 몸집을 불려 인류의 70프로를 장악해버렸다.
세상은 이미 그것에 의해 멸망했다.
얼마 남지 않은 우리는 마침내 이곳에 도달했고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몰라도 한가지 희망을 손에 넣었다.
그것은 단 하나의 악보집이었다.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슬레타:(네)
 
휴대용 녹음기:25년 10월 XX일
이 세계의 저주를 풀어내고자 많은 시간을 연구했고, 이 근처에서 시간의 왜곡을 찾아냈다.
누군가 알려주지 않았지만 나는 이것이 과거로 향한 웜홀인 것을 깨달았다.
만약 과거로 가 저주를 풀어낸다면 이 세상은 원래대로 돌아올까?\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슬레타:(네)
 
휴대용 녹음기:25년 10월 XX일
미래를 인지하고 역사를 바꾸기 위해 시간을 건너간 당사자는 절대로 미래를 바꿀 수 없다.
또한 누군가에게 직접적으로 귀띔해줌으로서 세상의 변화를 도모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깨달아 버렸다.
우주의 섭리이자 절대적인 질서를 감히 시간을 조금 더 앞서나간 인간따위가 좌지우지 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슬레타:(네)
 
휴대용 녹음기:25년 11월 X일
슬레타가 감염됐다.
어디서 감염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에게 더이상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슬레타:(네)
 
휴대용 녹음기:25년 11월 X일
슬레타가 한 가지 계획을 이야기했다.
아직 감염되지 않은 내가 과거로 가 과거의 자신을 유도해 세상을 되돌린다는 것.
그때의 자신은 피아노를 포기했지만, 사실 작은 계기와 동기가 있었다면 다시 피아노를 하지 않았을까, 라고 가벼운 말투로 이야기를 했다.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슬레타:(네)
 
휴대용 녹음기:25년 11월 XX일
슬레타가 아프다.
아프지 않은 척 웃으며 몸을 일으키지만 이미 체온이 많이 낮아졌다.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슬레타:(네)
 
휴대용 녹음기:25년 11월 XX일
...날 두고 떠나려는 걸 겨우 붙잡았다.
내 앞에서는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나 뭐라나.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거야... -지직-
그러지 마.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슬레타:(네)
 
휴대용 녹음기:25년 12월 X일
-지직-
계획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내가 과거로 가 미래를 바꾼다면... 이 세계선은 사라지고 평화로웠던 세상이 돌아온다.
동화책 마지막에 나오는 다들 행복하게 살았어요. 란 이야기처럼 행복해지는... 지직-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슬레타:(네)
 
휴대용 녹음기:25년 12월 XX일
알아낸 대로라면 나는... 이곳의 널 잊어야하잖아.
-지직-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슬레타:(네)
 
휴대용 녹음기:25년 12월 XX일
싫어싫어싫어! 싫어! 슬레타! 제발!
날 두고 가지 마. 네가 없는 세계는 싫어.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슬레타:(네)
 
휴대용 녹음기:25년 12월 XX일
네가 말했지? 과거의 널 믿어보라고.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나도 믿어볼 뿐이야.
-지직-
...있잖아... 네가 나한테 반지 준 날 기억해?
부끄러워서 크게 드러내지 않았지만 무척이나 기뻤어.
반지를 끼워주면서 우리끼리 작게 식을 올렸는데...
 
휴대용 녹음기:그 외도 같이 머물렀던 때, 책을 읽던 때, 즐거웠던 기억들 투성이네.
아, ...이제 졸립구나? 내가 말이 너무 많았네... 꿈에서도, 행복했으면 좋겠어.
좋은 꿈 꿔, 슬레타. -지직-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슬레타:(네)
 
휴대용 녹음기:25년 12월 XX일
(콜록거리는 기침소리가 들린다.)
...
-지직-
있잖아요, 하아... 저는 미오리네 씨를... 믿,으니까요.
마음대로, 밀어내서, 미안해요...
 
휴대용 녹음기:하, 지만요. 전 미오리네 씨가 살아, 줬으면 좋겠어요.
사랑해요, 사랑해, 요. 미오리네 씨.
우리 다시 만나요, 그때는...
(뒷말이 흐려져서 들리지 않는다.)
...
-지직-
 
휴대용 녹음기:...
 
더 이상의 메시지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갑작스럽게 눈앞이 암전됩니다.
 
당신이 다시 정신을 차리면 2025년에 묶여있던 몸은 다시금 2022년의 악기상 앞에 서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미오리네는 보이지 않고, 한가로운 골목길을 누비는 어린 아이들이 종종 눈에 들어옵니다.
 
아이들의 얼굴을 칭칭 둘러싼 목도리 끄트머리가 잔상처럼 눈가에 남습니다.
 
악기상 유리창 너머의 아날로그 시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정갈하게 돌아갑니다.
 
휴대폰 캘린더를 펼쳐 살펴도 달력은 올바른 날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꿈이라도 꾼 걸까요?
 
단지 꿈이라는 한 단어로 축약하기에 보고 듣고 겪었던 모든 것들이 지나치게 현실적이었습니다.
 
슬레타:피아노... 연주...
(미오리네는 어디있지...?)
 
알 수 없습니다.
 
슬레타:(지금 몇시인가요?)
 
슬슬 해가 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슬레타:(학교로 돌아가서 음악실로 가겠습니다)
(그러면 몇시쯤 될까요?)
 
그러면 저녁에서 밤이 되겠네요.
 
가보시겠어요?
 
슬레타:(가겠습니다)

 

 
어느덧 저녁이 쏟아지고 밤으로 물들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학교로 향하는 내내 무거운 공기가 발목을 잡는듯 합니다.
 
한밤중의 겨울은 이래서 무서운 법이죠. 매년 이맘때쯤 하얀 눈이 쏟아지고는 했으니, 시간이 부지런히 흐른다면 며칠 안 있어 폭설이 시작될 터입니다.
 
슬레타:

슬레타

Spot Hidden

보통

실패
80vs.75
 
 
당신은 목적지로 향하던 도중 몇가지 기현상을 목격합니다.
 
전봇대를 붙잡은채 119에 두통을 호소하다 잠들듯 바닥에 쓰러진 환자의 주위를 지나가던 사람이 일으켜 세우는 한편,
 
급히 출동하던 앰뷸런스가 어느 사거리에서 승용차와 부딪히는 등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합니다.
 
불가해하기 짝이 없는 세상의 불균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왜 전에는 눈치채지 못했을까요?
 
하늘을 올려다보면 소름끼칠만큼 많은 별의 형상이 아른거립니다.
 
학교에 도착해 음악실로 향하면 정해져 있는 수순처럼 열려 있는 문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닫히지 않은 창문 틈새로 불어오는 바람의 유영에 빼곡히 덮인 커튼이 의지를 가진 생물처럼 하늘댑니다.
 
어떡하시겠어요?
 
슬레타:(숨을 몰아쉬면서 들어가겠습니다)
 
음악실에 들어섭니다.
 
슬레타:(주변을 살펴보겠습니다)
 
커다란 그랜드 피아노가 보입니다.
 
미오리네가 그곳에서 피아노를 쳤었죠.
 
슬레타:(같이 앉았던 자리를 살펴볼게요)
 
그랜드 피아노 앞에 놓여있는 피아노 의자 뚜껑을 열면 수납서랍 한구석에 보관되어 있는 오래된 낡은 악보집 하나가 눈에 띕니다.
 
악보집을 습득함과 동시에 당신은 낡아빠진 악보집 어귀에 자리하고 있는 어떤 징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슬레타:

슬레타

Power

보통

성공
59vs.75
 
 
그래요, 그 때, 당신이 쏟았던 악보집들 사이에 미운오리새끼처럼 섞여있던 그 악보집에도 이런 그림이 박혀 있었습니다. 
조악하게 본떠 넣은 듯 형편 없는 문양은 은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악보를 손에 넣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슬레타:

슬레타

Intelligence

보통

성공
36vs.45
 
 
분명 악보를 불태우라고 했었죠.
 
생각해보면 이 학교 뒷편에 소각장이 있었습니다.
 
슬레타:(그쪽으로 가보겠습니다)
 
악보를 태우기 위해 음악실을 벗어나려던 당신은 눈 앞이 하얗게 아른대는 듯한 잔상을 보았습니다.
 
과연 잔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우물에서 올라오는 듯한 인광의 기둥은 평범한 사람의 의식이 상상할 수 있는 어떠한 영상도 초월하는 재앙과 비정상의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단지 빛은 이제 새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쏟아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감히 이름 붙일 수 없는 색깔의 형체 없는 흐름은 구덩이에서 곧장 천장을 향해 솟구쳐 올라가는 듯합니다.
 
순수한 색채의 형태로 나타난 이계의 지성체, 세상에 알려진 어떤 스펙트럼과도 닮지 않은 희미한 색을 내는 비실체.
 
우주에서 온 색채입니다!
 
SANc 0/1d4.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어려움성공
20vs.70
 
 
아른거리던 색채는 곧 작은 개미지옥을 만들어낼듯 당신의 육신을 에워쌉니다.
 
슬레타:히익!
 
순간, 머리가 반으로 쪼개질 듯한 역겨운 오존 냄새를 맡았습니다.
 
부자연스럽게도 겨울 내내 맡아왔던 비리고도 싱그러운 냄새입니다.
 
우주에서 온 색채는 가까이에 있는 지성체의 마음을 약화시킵니다.
 
슬레타:

슬레타

Intelligence

보통

실패
95vs.45
 
(ㅜㅜㅠㅠ)
 
▶:

우주에서 온 색채

Power

보통

실패
82vs.50
 
 
재롤합니다.
 
슬레타:

슬레타

Intelligence

보통

극단적성공
8vs.45
 
 
▶:

우주에서 온 색채

Power

보통

성공
38vs.50
 
 
끈적하고 불쾌한 비실체가 몸 곳곳에 들러붙는 감각을 뿌리치고 가까스로 정신을 다잡습니다.
 
슬레타:(도망칠 수 있을까요?)
 
빠르게 음악실 바깥으로 도망갑시다.
 
슬레타:(네!)
 
음악실 바깥으로 대피하려는 찰나.
 
강한 힘이 당신의 팔을 잡아당겨 음악실 바깥으로 끌어냅니다.
 
슬레타:우왓!
 
미오리네_다급:내가 밤에는 음악실에 오지 말라고 했잖아!
 
얼굴을 확인하면 아니나다를까 결석했던 미오리네입니다.
 
슬레타:어, 어!?
 
매서운 불호령이 떨어집니다만, 그조차도 당신이 들고 있는 악보집을 확인하거든 빠르게 누그러듭니다.
 
미오리네_다급:왜 말을 안들어.
 
슬레타:미안...
아프다고 하지 않았어?
 
얼굴에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붙잡힌 통에 팔 전체에 전해지는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낮다는 사실을 눈치 채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몸은 마치 얼음을 켜켜이 쌓아둔 것처럼 차갑습니다.
 
미오리네:아프...기는 했지만.
신경쓸만큼은 아냐.
 
슬레타:이렇게 차가운데...?
 
미오리네:...
 
슬레타:밖에 나와있어도 괜찮은거야...?
 
미오리네:아마도.
 
슬레타:...불에 쬐면 좀 괜찮아질거야.
 
미오리네:이제 어디로 갈 거야.
 
슬레타:악보를 태워야 돼.
 
미오리네:그... 럼. 소각장이네...
 
슬레타:응.
 
미오리네:후우... 가자.
그럼
 
슬레타:... 괜찮은걸까?
 
두 사람은 소각장으로 이동합니다.
 
가는 동안 미오리네는 아무말 없이 걷기만 합니다.
 
가끔 휘청이지만 이내 몸을 바로 세웁니다.
 
슬레타:(부축해줄게요)
 
차가운 냉기가 당신의 몸을 타고 흐릅니다.
 
슬레타:괜찮아지는 거 맞지...?
 
미오리네:모르겠어.
그치만, 괜찮을거야.
 
슬레타:응, 믿을게.
 
당신의 손에는 악보가 있습니다.
 
그리고 눈앞에는 타오르는 소각장의 불길이 있습니다.
 
슬레타:(미오리네 표정은 어떤가요?)
 
그다지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의 행동을 계속 주시하고 있습니다.
 
슬레타:(심리학이 되나요?)
 
슬레타:

슬레타

Psychology

보통

어려움성공
15vs.40
 
 
꽤나 지쳐보입니다. 그렇지만 이제 거의 끝을 보는 듯이 해탈해보이는 표정도 보이는 것 같네요.
 
슬레타:(악보를 소각장으로 던지겠습니다)
 
노란 표지의 악보가 불에 타 재가 됩니다.
 
미오리네:뜬금 없을지도 모르지만, 선생님이 내주셨던 과학 숙제 이야기야.
선생님은 미래에서 건너온 사람이 과거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물었잖아.
어떻게 생각해?
 
슬레타: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어.
과거까지 와줬으니까.
그정도로 슬픈 미래였나봐...
 
미오리네:...
그런가보네.
나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만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은 없어.
 
그렇게 말하는 미오리네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있습니다.
 
꼭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것이 아닌, 세상의 진리를 설파하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한참을 침묵하던 미오리네가 다시 한 번 입을 엽니다.
 
미오리네:있잖아, 슬레타. 아직도 피아노 연주 하고 싶지 않아?
 
그러면서 당신에게 악보집 하나를 건네줍니다.
 
낡고, 오래 되었고, 허름하며, 손때 묻었지만…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을 건네받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슬레타:(악보집을 펼쳐봅니다)
 
미오리네는 곧 쓰러질 것 같은 창백한 안색을 하고서 끊길 것 같은 목소리를 쥐어 짜내 한 가지 부탁을 남깁니다.
 
그 모습이 마치 한계에 다다른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미오리네:내일은 크리스마스잖아. 그러니 부탁이 하나 있어.
내일 오후 6시에 피아노가 놓여 있는 광장에서 그 악보를 연주해 줘.
꼭 그 광장이어야 해. 사람이 많은 곳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을 시간에, 반드시 이 곡을 연주 해줘야 해.
꼭이야.
 
슬레타:미오리네도 와줄거야..?
 
미오리네:글쎄.
 
슬레타:...연주할게.
내일 안와도 되니까...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
 
미오리네는 아무말 없이 등을 돌려 사라집니다.
 
사라지는 미오리네를 잡아 세울 수는 없습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겠지만 비유하자면 그런 것입니다.
 
무지개를 손으로 잡을 수 없고 햇빛의 뜨거움을 유리병 속에 담지는 못하는 것과 같은.
 
(To GM): 사람은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 죽어가는 존재라지만 세상에 절망과 꺾인 의지만이 잔재한다면 너와 내가 이렇게 무사히 만날 수 있었을 리 없어.
 
(To GM): 눈 앞에 놓인 골목의 폭이 서로 다를 뿐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누구에게나 주어져 있지 않을까.
 
(To GM): 그래서 사람들은 언젠가 좌절하지 않는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선택을 번복하고 버텨내는 거야.
 
(To GM): 몇 달 몇 년을 웅크리고서 오래도록.

 
이미지
 
눈이라도 퍼부을듯 칙칙한 먹구름이 욕심껏 천공을 차지하고 있는 시간입니다.
 
그 풍경이 어쩐지 기묘하게 반짝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당신은 광장에 나오셨나요?
 
슬레타:(받은 악보를 챙겨들고 나왔습니다)
 
평소보다 적은 수이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이 광장은 요 근방에서 유동객이 많은 장소로 손꼽히는 장소입니다.
 
중앙에 마련된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 놓여 있는 낡아빠진 피아노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페인트 칠을 해두었지만 좀처럼 눈길을 사로잡지는 못하는 낡고 오래된 악기가 꼭 고물처럼 보입니다.
 
점점 더 무채색해지며,
 
점점 더 다채로워지는 모순적인 세계에 도태되어 있습니다.
 
그 허름한 피아노에 다가서는 것은
 
오로지 슬레타, 당신 뿐이겠죠.
 
슬레타:(악보를 올려두고 피아노 앞 의자에 앉습니다)
 
당신은 약속대로 피아노 의자에 앉습니다.
 
어릴적, 순수하게 음악을 즐기던 그시절.
 
그때와 같은 마음으로.
 
슬레타:

슬레타

???

보통

어려움성공
50vs.100
 
미오리네가 언니는 언니고, 나는 나라고 했으니까.
연주 해달라고 부탁 받았으니까.
...다시 연주한다면 제일 들려주고 싶었던 건,
(손을 건반 위에 올립니다)
 
시간은 점점 6시에 가까워지는 이릇입니다.
 
주변을 바라보지만 미오리네는 보이지 않네요.
 
이미지
 
당신은 시간의 풍파를 고스란히 간직한 악보대 위에 셀 수 없이 많은 나이를 먹고 자란 곡을 올려둡니다.
 
음표를 빼곡히 채워 넣은 악보는 종이가 어찌나 얇고 덧없는지
 
바람 한 점에도 부서질 것처럼 가녀립니다.
 
이 악보의 어느 구석이 그렇게나 특별한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미오리네는 당신에게 간곡히 부탁했었죠.
 
언젠가 당신이 최초로 건반에 손을 올려놓았을 때처럼 어깨 끝을 살짝 떨면서.
 
따듯하고 상냥한 공기 한 품 찾아볼 수 없는 불친절한 겨울의 정가운데서
 
마침내 건반에 손을 올려둡니다.
 
결코 잊지 못해 품고 살 수밖에 없었던 날카로운 냉기가 백건과 흑건 위에도 자리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럼에도 모순적이게도 어깨를 두드리던 강렬한 추위가 한풀 꺾입니다.
 
추억으로 남길 뻔했던 감각들이 되살아남을 느낀 것은 그 때였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도 괜찮나요?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 번 연주를 그만 두었던 당신이 과연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모든 의지를 잃고 주저앉아 있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도망치듯 반대로 뛰어 가능한 먼 곳으로 숨었던 당신의 굳어버린 손가락은,
 
다시 누군가의 발걸음을 멈춰 세울만한 연주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슬레타:(미오리네처럼 사람들의 발길을 멈출 만큼 대단한 연주는 못할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할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 악보를 보며 연주를 시작하겠습니다)
 
우리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며 고양했던 그때 그 감각.
 
92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그럼요.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세상에 절망과 꺾인 의지만이 잔재한다면 한 번 좌절했던 당신이 이렇게 무사히 피아노 앞에 앉게 될 수 있었을 리 만무합니다.
 
눈 앞에 놓인 골목의 폭이 서로 다를 뿐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주어져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언젠가 좌절하지 않는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선택을 번복하고 버텨내는 겁니다!
 
마치 약속처럼,
 
겨울은 곧 지나갈 거예요.
 
슬레타:

슬레타

피아노

보통

성공
65vs.92
 
 
연주가 시작되면 바쁘게 거리를 활보하고,
 
때로는 흐릿한 풍경에서 벗어날듯 지나치던 사람들의 시선이 점차 광장에 모이기 시작합니다.
 
기이하게 물들었던 별빛 하늘이 풍향을 따라
 
꽃가루처럼 걷히고 가슴 위에 얹힌 듯 반죽되어 있던 아픔과 좌절이 단 하나의 점이 되어 흔적을 달리합니다.
 
곡이 끝맺음과 동시에 건반에서 손가락이 떨어지면,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박수갈채를 날립니다.
 
뉘엿뉘엿 져가던 하늘에 수놓였던 수억 개의 별들이,
 
세계를 숙주삼아 성장하던 색채의 무리가 모두 걷혔음을 깨닫습니다.
 
모든 인파가 흩어지고 나서야 주위를 둘러보지만
 
그 어느 구석에서도 미오리네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슬레타:결국 안와줬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같은 자리에 앉아 기다렸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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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리네의 전학 소식을 듣게 된 것은 돌아온 월요일 아침에서였습니다.
 
당신은 어쩌면 묘연히 사라져버린 미오리네를 수소문 했을 수도 있고,
 
미오리네를 만나기 전의 평범했던 하루처럼 모든 사건을 잊은 채 나날을 이어나가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의 체온을 빼앗던 전염병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고, 혼란했던 세계는 평화를 되찾습니다.
 
저체온에 시달려 병결했던 아이들도 모두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귀에 박혀 익숙했던 캐럴이 늦겨울의 끝에서 기나긴 생의 종지부를 찍습니다.
 
시간은 부지런히 흐르고 계절이 순환합니다.
 
10대의 끝, 졸업식을 하루 앞둔 당신은 책상 사물함 깊숙한 곳에서 반과 반으로 접힌 쪽지 하나를 발견합니다.
 
눈에 익은 글씨를 확인하면
 
틀림 없이 미오리네의 글씨체입니다.
 
접힌 자국만이 선명하고 흐릿하게 번진 연필 자국은….
 
2025년 겨울의 악기상에서 다시 만나자.
 
반짝, 하고. 마치 빛을 받은 유령의 신호처럼.
 
이미지
 
누군가에는 그리울  여느 2025년의 겨울 크리스마스.
 
세간에 알려진 '정체불명의 전염병'사태가 종식된 날로부터 약 3년이 흘렀습니다.
 
좁디 좁은 골목을 돌아 울타리 어귀에 멈춰선 당신은 영업 종료 팻말이 걸려 있는 악기상 건물을 바라봅니다.
 
관리 되지 않아 썩어가는 나무벽은 꼭 악기상이 아닌 잊혀진 어딘가의 골동품 가게를 연상케 합니다.
 
그나마 빼곡한 덩쿨식물이 건물 외벽을 타고 자라난 풍경만이 음산함을 닦아낼 뿐입니다.
 
당신은 걸쇠가 앞길을 가로막은 악기상 처마 아래서 낡아빠진 [피아노] 한 대를 발견합니다.
 
3년 전의 그 피아노임은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슬레타:(살펴보겠습니다)
 
악보대 위에는 반듯하게 펼쳐진 [악보] 하나와 더불어 사용감이 남아 있는 [녹음기] 하나를 발견합니다.
 
녹음기는 피아노만큼이나 눈에 익는 종류입니다.
 
슬레타:(악보 먼저 보겠습니다)
 
악보를 확인하면.
 
눈에 익히 보았던 드뷔시의 달빛입니다.
 
슬레타:(한번 악보를 쓸어봅니다)
(녹음기를 작동 시켜보겠습니다)
 
녹음기 전원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들어옵니다.
 
텅 비어있는 폴더 속에서 음성메시지 한 건과 세션중 연주한 횟수 만큼의 피아노 연주 녹음 파일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음성메시지를 재생하면 3년 전에 녹음된 파일로, 다소 음질이 좋지 않습니다.
 
노이즈낀 음질 틈을 파고든 미오리네의 목소리가 잿빛 겨울의 골목길에 흩뿌려집니다.
 
휴대용 녹음기:메리크리스마스, 슬레타.
피아노 연주 잘 들었어.
눈치 챘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3년 후의 미래에서 온 사람이야.
그래서 나는 지금 내가 살던 미래로 돌아가.
과거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봐 마지막 인사를 하지 않고 홀연히 떠날 마음을 먹었어.
지금에서야 깨닫는 거지만, 나는 이미 한 번 너를 만났던 적이 있는 것 같아.
 
휴대용 녹음기:과거로 향하는 구멍에 뛰어들기 직전 악기상 앞에서 널 마주쳤던 일이 있어. 
그런데 그게 실은 '너'였던 거야. 내가 찾아 헤매길 자처했던 3년 전의….
신기하지 않아?
내가 헤매기도 전에 네가 먼저 나를 만나러 와줬다는 게.
 
음성 메시지가 종료되면 한 송이 두 송이 눈발이 나리기 시작합니다.
 
언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걸까요?
 
멍하니 녹음기를 든 채, 혹은 악보를 펼친 채
 
망가져가는 피아노 앞에 우두커니 서있던 당신의 어깨를 톡톡, 누군가 두드리겠죠.
 
불현듯 고개를 돌려 상대를 확인하면,
 
...미오리네 렘블랑입니다.
 
2025년, 두 번째 첫 만남.
 
알고 있나요? 두 사람은 괴멸해가던 일전의 미래에서도 2025년에 이 피아노 앞에서 마주쳤습니다.
 
어떤 악보와 함께.
 
메리크리스마스.
 
FIN
 
극복 판정에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슬레타:(이름을 붙인다면 사랑이겠죠...)
 
미오리네_에필:

슬레타

사랑

보통

성공
78vs.100
 
 
(To GM): 나는 마치 음악실의 유령처럼 그 어떤 기척도 내지 않고 숨죽인 채 네가 이곳에 이끌려 스스로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
 
슬레타:

슬레타

사랑

보통

성공
56vs.100
 
 
(To GM): 정말이지 유령처럼, 질량도 형체도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형태로 어둡고 침침하던 과거의 겨울 속에서
 
(To GM): 오롯이 목소리만으로 너를 홀려낼 생각 뿐이었던 음악실의 유령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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