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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레미오 <기억에게 여의를>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비가 거세게 쏟아지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사방의 진탕이 폭포와 강을 따라 쏟아져 주변은 순식간에 진흙빛으로 물든다.

그 말인즉, 폭포 뒤편에 마련한 내 보금자리, 이 동굴까지도 영향을 받는다는 소리. 벌써 입구 쪽은 진탕물이 스며들어 어두운 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치운다 한들 강이 다시 범람하면 또다시 더러워질 게 뻔했다. 기껏 깨끗하게 치웠는데…. 둥그런 눈썹이 한껏 내려갔지만, 자연재해란 한낱 미물이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결국 진탕이 닿지 않는 동굴 깊숙한 곳으로 길게 뻗은 몸을 천천히 밀어 넣었다.

더 이상 폭포 소리가 들리지 않는 깊숙한 안쪽에는, 제법 넓은 공동이 하나 자리하고 있다. 원래 이곳에 살던 주인을 쫓아내고 차지한 이 보금자리는 지하수가 솟아나는 작은 지하 호수와 틈마다 은은한 빛을 내는 이끼들이 어우러져 조용하고도 아늑했다.

“여기까지 흙탕물이 넘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긴 꼬리를 적당히 말아 몸을 축 늘어뜨렸다. 습도가 높은 날엔 이렇게 늘어져 있는 게 차라리 편했다.

쾅-!

공동 전체가 울릴 만큼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이렇게 큰 소리는 살아오면서 처음이다. 폭포에 벼락이라도 떨어진 걸까? 아니면 거대한 나무가 쓰러진 걸까? 두 갈래로 갈라진 긴 혀를 날름이며 붉은 비늘을 바싹 세웠다. 이 정도의 굉음이라면 분명 이 근처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소리였다.

“…이건 피 냄새?”

눅눅한 공기 사이로 비릿한 혈향이 느껴졌다. 털짐승이라기엔 특유의 털내음이 없었고, 날짐승이라기엔 기름기 어린 냄새조차 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맑고 시원한, 청량감마저 감도는 낯선 향이 흘러들고 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냄새였다. 본능을 자극하는 그 향에, 자신도 모르게 몸이 앞으로 쏠렸다. 이번에야말로 자신과 같은 동족일지도 모른다. 알에서 깨어나 성체가 된 이후로 수많은 계절과 풍경이 지나갔지만, 자신과 닮은 존재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쏴아아, 계속된 비 탓에 폭포 밖은 아수라장이었다. 깎여진 절벽에는 긴 상흔이 그어져 있었고, 맑았던 강물은 붉은 기가 섞인 짙은 흙탕물로 변했다. 누가 봐도 싸움의 흔적이었다. 잔뜩 휘갈겨진 흔적들 속에서 피 냄새의 주인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흘러나온 핏자국과 곳곳에 떨어진 비늘만 따라가면 됐으니까.

그렇게 부러진 숲을 헤치며 나아간 곳에는 피를 흘리며 숨을 간신히 내쉬는 네발짐승이 쓰러져 있었다. 

“처음 보는 짐승….”

얇고 긴 뱀과 같은 몸에 네발짐승처럼 네 발을 지닌 요상한 짐승이었다. 머리에는 사슴처럼 길게 뻗은 뿔이 나 있었고, 머리에서 꼬리까지 흐르듯 이어진 은빛 갈기는 바람에 흩날리며 말의 갈기를 연상케 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그 존재는 내가 좇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는 점이었다. 그나마 닮은 부분이라곤 길쭉한 몸뿐. 몸을 뒤덮은 비늘의 형태도, 달린 발의 개수도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달랐다. 애초에 자신은 뱀이지, 이런 독특한 짐승은 아니었다.

“이대로 둔다면 죽을 텐데….”

이미 피를 한참이나 흘렸다. 날씨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이대로 이곳에 두면 죽을 게 뻔했고, 시체 냄새를 맡고 다른 놈들이 몰려들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차라리 먹어 치워버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이 정도 크기라면 우기가 끝날 때까지는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될 터였다.

짐승의 아래로 파고들어 등을 타고 그대로 그 몸을 걸쳐 올렸다. 이만한 크기의 먹잇감을 먹으려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노출된 장소보다는, 차라리 안전한 보금자리에서 천천히 먹는 편이 나았기에. 평소보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폭포의 뒤편, 보금자리로 몸을 옮겼다.

“그르릉….”

죽은 줄로만 알았던 짐승이 눈을 뜬 건, 보금자리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이 정도 상처를 입고도 살아 움직이는 건 처음이었다.

“여기는… 어디고, 넌… 뭐야. 날 어떻게, 후욱… 할 생각이지? …날 공격한 게 너야?”

“아, 아니요. 그건… 제가 아니고요.”

“날… 삼키려고, 했어….”

“그게… 그러니까.”

먹으려던 건 사실이라, 변명할 말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하필 입을 벌린 그 순간 정신이 돌아온 게 화근이었다.

“그, 그쪽이 죽은 줄 알았단 말이에요.”

“…내가?”

그제서야 비로소 자신의 몸이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깨달은 모양이었다. 흐르는 피와 벗겨진 비늘 틈으로 드러난 상처가 쓰라리지는 않은지, 몸을 더욱 안으로 웅크리며 이빨을 들이밀었다.

“…기억, 안 나. 뭐가 뭔지 모르, 겠어.”

“그, 그러면 이렇게 해요! 도와줄게요! 원래는 죽은 줄 알고 먹으려고 했는데 살아 있으니까요!”

“후욱… 못 믿겠는데…. 방심시켜서, 죽일 수도 있잖아.”

“죽을 때까지 안 먹을게요! 공격도 안 할 테니까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두려움이 배어 있었다. 이렇게 심하게 다쳤으니 네발짐승의 행동도 이해가 갔다. 자신 역시 어릴 적엔 수많은 포식자를 피해 도망치거나 숨죽인 채 몸을 숨겨야 했으니까. 어려울 것도 크게 없다. 산다면 좋은 거고, 죽으면 먹으면 그만인 일이니까.

동족은 아니지만, 이 특이한 네발짐승을 곁에 두고 싶었다. 청량하게 스치는 체향도, 자신처럼 유연하게 뻗은 긴 체형도, 물에 비친 반짝이는 은색의 비늘도, 부드럽게 흩어진 털가죽도 모두 마음에 들었다. 죽기엔 너무 아까운 짐승이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기억 안 나요?”

본능적인 것들을 제외하면, 네발짐승이 알고 있는 건 거의 없었다. 어째서 이곳에 상처를 입은 채 떨어졌는지도, 원래 어디에 살았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절벽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상흔을 보면 결코 어설픈 다툼 따위는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읏, 아프다, 니까….”

“아! 얘는 먹으면 안 돼요. 잘 키워서 오래오래 써야 해요.”

보금자리 한구석, 이끼 위에 놓여 있던 통통한 회복벌레를 물어와 상처 위에 살포시 얹었다. 이렇게 올려두기만 해도 대부분의 상처가 회복되기에 여러 마리를 잡아 이곳에서 기르며 아껴 쓰고 있었다.

“이런 조그마한 녀석들이, 뭐라고. …상처가 낫겠어?”

“걱정하지 마세요. 나을 거예요.”

“…읏! 됐어, 빨리 저리 가버려!”

네발짐승은 뭐가 그리 싫은지 그르릉 거리며 눈을 세모나게 떴다. 원래도 이렇게 경계심이 많았던 걸까? 이런 상태라면 며칠이 지나도 그리 친해지지 못할 거 같았다.

“기다릴게요!”

다행히 지혈은 된 듯 더 이상의 피는 새어 나오지 않았다. 그치만 저렇게 몸을 함부로 움직인다면, 아무리 상처를 회복시켜도 다시 벌어질 게 뻔했다. 최소한 벌레들만큼은 얌전히 다뤄줬으면 좋겠는데….

“…아, 미안해. 얘들아.”

삐익, 삐익- 불만을 토로하듯 울어대는 회복벌레들을 조심스레 달래며, 갑작스레 나타난 네발짐승의 경계가 조금이나마 누그러지길 바랐다.

다음 날이 되어도, 또 그다음 날이 되어도 비는 쉴 새 없이 퍼부었다. 평소보다 거세진 바람, 살을 에는 듯이 떨어지는 빗방울 속에 보금자리 앞의 강이 마침내 범람하기 시작했다. 진흙이 섞인 흙탕물이 둔턱 바로 밑까지 아슬아슬하게 차올랐다. 이대로라면, 겨우 마련한 보금자리가 더럽혀지고 말 테지.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해야 하나?

회복벌레들이야 비늘 틈 사이에 집어넣으면 그만이지만, 이 무지막지한 폭우 속에서 네발짐승을 데리고 멀리까지 갈 수 있을까?

“…갈 거야.”

“이런 몸으로요?”

“여기 잠긴다면서. …남에게 짐 되는 건 더더욱 질색이거든.”

“짐이 된다뇨…!”

“내가 바보인 줄 알아? 뭐가 짐이 아니야, 정말…. 그러고 보니 너, 피신할 곳은 정해놨어?”

새로 몸을 뉘일 곳은 이곳보다 훨씬 높은 산 언덕에 자리한 바위 동굴이었다. 원래 이곳에 머물기 전, 후보지로 고민했던 곳이지만, 영역 안을 지나치는 짐승들이 많아 결국 포기했던 곳. 지금 같은 날씨엔 돌아다닐 녀석들도 드물고, 주변에 범람할 강도 없으니 지금은 임시 보금자리로 삼기에 괜찮았다.

“괜찮아요. 혹시 모르니 제가 먼저 가서 확인해볼게요.”

그렇게 기세 좋게 말은 해놨지만, 워낙 좋은 위치라면 벌써 누군가 먼저 둥지를 틀고 있으면 어쩌지… 그게 조금 걱정이었다. 나쁜 예감은 딱 들어맞는다고 하던가. 걱정한 대로 예비 보금자리는 이미 하늘을 나는 커다란 새 떼가 차지하고 있었다. 녀석들이 여럿 달라붙어 동굴 입구를 막고 있어 들어갈 틈조차 보이지 않았다.

“저기….”

입을 떼자마자, 수많은 부리들이 딱딱거리며 불쾌한 위협음을 내기 시작했다.

“까악-! 까악-! 나가라! 나가라! 뱀! 잡아먹힌다! 우리 둥지에서 꺼져라!”

귀청이 떨어져 나갈 듯한 소음에, 이제는 배설물까지 마구 뿌려댔다. 이 정도 무리라면 힘을 써서 쫓아낼 수도 있겠지만, 싸움 끝에 엉망이 된 보금자리를 다시 고치는 데엔 꽤나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게다가 이놈들은 지저분하게 사는 습성이 있어, 그런 수고는 더더욱 아깝게 느껴졌다.

불만스러움에 두터운 꼬리를 한 번 휘두르고는, 다른 보금자리를 찾아 몸을 움직였다. 두 번째로 향한 곳은 거대한 나무의 옹이구멍. 어릴 적, 너무 깊이 빠졌던 일이 있어 그 뒤로는 찾지 않았던 곳이었다.

“분명 엄청나게 큰 구멍이었지…?”

수해(樹海)의 중심부에 선 그 거대한 나무 안에는 보통 여러 생물이 함께 살아간다. 옹이구멍은 그 나무 속으로 들어서는 출입구나 마찬가지인데 이번에 찾은 곳은 전 주인이 죽은 뒤 뼈만 남겨진 버려진 보금자리였다. 예전과 달리 이제는 몸집도 커졌으니 구멍에 빠져 길을 잃을 일도 없었다. 나무 안쪽에는 지난번 본 것 그대로 앙상한 뼈가 고요히 남아 있었다.

“전처럼 아무도 없어. 안쪽은 꽤 넓고, 우기 때라면 원래 보금자리보다도 좋을지도….”

상당히 위쪽에 자리 잡아 범람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뼈는 밖으로 치워버리면 되고, 벌레들이 먹을 이끼는 원래 보금자리에서 조금씩 뜯어오면 그만이었다.

“헉… 헉, 너무 멀어.”

“…그게 원래 생각했던 곳은 이미 주인이 있어서요.”

이제는 익숙해질 정도로 퍼붓는 비를 헤치고 새로운 지역으로 조심스레 들어섰다. 원래 머물던 강가와는 달리 이곳엔 올려다봐야 할 만큼 거대한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다양한 식물들이 서로 얽히고설킨 탓에 구조가 무척 복잡해 보금자리에 닿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다.

“이렇게 거대한 나무들은 처음 봐.”

“기억을 잃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걸 수도. …네발짐승 씨 말이에요.”

“아냐…, 그런 느낌은 아닌데-”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던 네발짐승이 뭔가 거슬렸는지 짜증이 어린 얼굴로 이쪽을 바라봤다.

“…그나저나 너! 그 이상한 호칭은 뭐야?”

“호칭이요? 애초에 우리 서로 이름도 모르잖아요?!”

“하아? 네발짐승이 뭐냐고? 장난해? 너도 그러면 기어 다니는 짐승이야?”

“…네에?! 저, 저는 슬레타인데요!”

“나도 네발짐승이 아니라 미오리네인데!”

분명 저번에 물어봤을 때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셨으면서 지금에서야 떠올리다니 억울하기 그지없었다.

“저번에는 모르겠다면서요!”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기억나.”

시치미를 떼며 아무렇지도 않게 구는 미오리네 씨의 태도에, 괜스레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그래서였을까? 그 살랑거리던 꼬리를 덥석 물어버린 게.

“너! 나 안 먹는다면서!”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라면서요. …저, 저도 생각이 바뀔 수 있는 거죠!”

미오리네 씨의 체구와 내 체구를 비교했을 때 절대적인 우위에 놓인 건 바로 나였다. 파르르 떨리는 꼬리를 천천히 입안으로 밀어 넣고 갈라진 혀로 살짝살짝 핥자, 미오리네 씨는 눈을 꼭 감은 채 울먹이는 목소리로 조그맣게 웅얼거렸다.

“나, 맛없으니까… 먹지 마….”

그 순간, 쿵-하고 가슴을 스치고 지나가는 듯한 감각이 밀려왔다. 처음 겪는 기이한 감각에 미오리네 씨를 급히 뱉어내고는, 놀란 채로 몸을 빙빙 꼬며 가슴 부위를 훑었다. 상처는 없었는데도 이상하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자, 장난이에요. 안, 할 테니까요…. 그, 그러니까 미오리네 씨도, 자꾸 그러지 마세요!”

“…알았으니까.”

몸을 추스른 뒤에도, 우리 사이에는 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조금만 닿았을 뿐인데도 맛있다고 느껴졌다. 상처 때문이었을까? 역시 그것밖에 없겠지?

“이번에 자리를 잡으면 제대로 된 걸 잡아 올게요.”

“…물고기 말고, 질렸으니까.”

“네!”

이곳엔 바위만큼 큰 새들과 거대한 짐승들이 여럿 살고 있어서, 미오리네 씨가 원하는 사냥감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특히 우기에는 이들이 몸을 피하려 특정 장소에 모이는 습성이 있어 더욱 그랬다.

“슬레타, 너 말이야. 왜 나를 데려올 생각을 한 거야?”

“가, 갑자기요?”

“아무 말 없이 계속 걷는 것도 좀 그래서. 분위기 전환도 할 겸.”

먹으려고 데려왔다고 하긴 좀 그렇지 않나? 아니, 그 얘긴 이미 한 번 했었는데. 어쩌지?
고심 끝에, 미오리네 씨가 기분 상하지 않을 말을 골라 조심스레 내뱉었다.

“처음에는 도, 동족인 줄 알아서요. 아니었지만요.”

“동족 말이야?”

“저는 미오리네 씨처럼 다리도 없고, 뿔도 없고, 이빨도 다르고….”

미오리네 씨는 내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슥 훑어보더니, 어딘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그야, 너 이무기잖아. 완전 동족이 아니라고 하긴 어렵지.”

“…이무기요? 이무기가 뭐예요?”

“너 스스로도 잘 몰라?”

“이곳에 계속 혼자 있어서요…. 미오리네 씨 같은 짐승도 처음이에요.”

미오리네 씨는 무언가 떠올리려는 듯 머리를 싸매더니, 애매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무기는 용의 전 단계 중 하나로, 이무기가 어느 정도 이상의 기운을 머금고 여의주를 만들면 용이 된다고 했다. 일반적인 용은 용으로 태어나지만 가끔 아주 희귀한 확률로 뱀에서 이무기로, 이무기에서 용으로 변한다고 했다.

“나도 풍문으로만 들었던 이야기여서 잘은 모르겠지만, 너는 꽤 기운을 모았는데도 아직도 용으로 변하지 않았다니, 이상하네.”

“미오리네 씨도 여의주가 있어요?”

“…아니, 지금은 없어. …기억과 함께 여의주를, 잃어버렸거든.”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게 정말이었던 거예요?”

“그럼, 거짓말인 줄 알았어…?”

“너무 잘 알고 있길래, 거짓말인줄….”

여의주를 가진 이무기는 용이 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여의주를 잃은 용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럼 미오리네 씨는, 그 여의주라는 걸 되찾아서 잃어버린 기억을 되살리는 게 목표인가요?”

“…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어. 지금 그럴 기분이, …아니거든.”

“그게 무슨?”

미오리네 씨의 움직임이 둔해지더니 곧 얼굴이 새파래졌다. 한 발자국도 제대로 떼지 못하고 덜덜 떠는 모습. 아직 미오리네 씨의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걸,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미오리네 씨! 미오리네 씨! 괜찮으세요? 정신 차리세요!”

“추워…, 배고파.”

서둘러 미오리네 씨를 등에 태우고 새 보금자리로 빠르게 향했다. 미오리네 씨의 몸이 이렇게 빨리 식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처음부터 등에 태우고 갔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너무나도 안이했다.

“헉, 헉… 몸을 닦아내야 해.”

미오리네 씨의 몸을 데워야 하는데, 하필 마른 것 하나 없었다. 비가 온 지도 벌써 며칠째니 없는 게 당연했다. 급한 마음에 미오리네 씨를 칭칭 감아보았다. 뱀치고는 따뜻한 몸이니,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동안 움직이지도 못한 채 꼭 껴안고 있었다.

“숨 막혀…!”

“미, 미오리네 씨?! 정신이 드셨어요?”

“정신…? 여기는 어디?”

“이번에 새로 옮긴 보금자리예요. 오던 도중 미오리네 씨가 쓰러져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이제부터 몸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는 절대 밖에 나가시면 안 돼요!”

“그렇게까지 과보호할 필요는…. 뭐야, 네가 몸을 데워준 거야?”

“그야, 미오리네 씨. 몸이 얼음장 같았으니까요. 마치 처음 만났을 때처럼요….”

긴장이 풀려 몸이 추욱 늘어지자, 그 무게 때문인지 미오리네 씨의 하얀 몸이 내 붉은 몸 안에서 꿈틀거렸다. 네 개의 다리가 맞닿은 틈 사이로 삐죽 튀어나오더니, 발톱으로 붉은 비늘을 벅벅 긁으며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

“…슬레타, 무겁다니까. 나 아직 환자야.”

“조금만 더요. 회복벌레 얹어드릴게요….”

비늘 틈 사이로 회복벌레들이 포르르 날아 나와, 우리 둘 사이에 내려앉았다. 포슬포슬한 포자털이 흩뿌려진다. 이렇게 몸을 맞대고 있으니 따뜻하고 제법 가족처럼 느껴졌다.

***

벌써 한 달이 넘도록 비가 내리고 있다. 아무리 우기라지만, 이렇게 한 달 내내 비가 오는 건 드문 일이다. 이상하게도 이번 우기는 모두에게 유난히 지독하게 느껴졌다. 잦은 비에 강은 범람한 지 오래고, 먹이를 구하기 어려운 환경에 많은 짐승들이 이 지역을 떠나고 있었다. 점차 사냥감들이 부족해지면 육식을 하는 짐승들도 오래 버티기 힘들었다.

“…이상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지.”

“뭐가 이상해요? 날씨요?”

“아무리 우기라고 해도 한 달이 넘게 비만 오는 일은 없잖아? 그치지도 않고 말이야. 이제 와서 떠오른 건데… 어쩌면 여의주의 영향을 받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어.”

“여의주라면, 저번에 미오리네 씨가 잃어버렸다던 중요한 물건 말인가요?”

“맞아. 용의 여의주는 날씨를 조종한다고들 하지. 비를 내리게 하는 것도, 구름을 걷어내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야.”

미오리네 씨가 기억과 함께 잃어버렸다고 했던 여의주. 잔뜩 구멍이 나 있는 기억을 더듬어가며 며칠이고 애써봤지만, 실마리는커녕 험악한 날씨에 결국 찾는 걸 포기하고 말았었다. 그런데 그게 여의주의 영향이었다니, 아무래도 여의주라는 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엄청난 물건인 모양이다.

“그렇다는 건, 적어도 이 지역에서 내 여의주를 가지고 일부러 비를 내리게 한 누군가가 있다는 소리잖아.”

“미오리네 씨, 정말 머리가 좋으세요!”

“내가 몇 년을 살았는데, 이무기인 너보다는 똑똑해야지!”

“멋있어요! 굉장해요! …근데, 몇 살이신지는 기억나세요?”

“…….”

가끔 미오리네 씨는 할 말이 없으면 이렇게 입을 꾹 다물곤 한다. 이번에도 뭔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흥!” 하고는 나무 안쪽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이럴 땐 맛있는 걸 사냥해 오면 그나마 화가 좀 풀린다. 뭘 잡아야 할까 고민하던 순간, 문득 여의주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여의주… 용이라면 다들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나는 아직 못 만드는 걸까?” 

미오리네 씨는 분명 내게 동족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용이 될 만큼 기운도 충분히 채워져 있으니, 오히려 아직 변하지 않은 게 이상하다고도 했었다.

“만약 내가 여의주를 만들 수 있게 된다면… 미오리네 씨에게 주고 싶어.”

여의주를 잃어버린 용은 어떻게 되냐고 물었지만, 미오리네 씨는 그런 건 묻지 말라며 슬며시 몸을 피하곤 했다. 소중한 걸 가지고 있다가 잃는 일이 얼마나 속상한지는 누구라도 알 수 있기에, 미오리네 씨가 그 일로 마음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의주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

답답했다. 정작 당사자인 자신이 여의주를 만드는 방법조차 모른다니.

“오늘은 좀 더 멀리까지 가볼 생각이에요. 이 근처엔 이제 사냥감들이 안 보여서요.”

“조심해. 요즘 번개가 자주 치더라.”

“나무에도 몇 번 떨어졌었죠? …어쩌면 우리도 보금자리를 옮겨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 말에 미오리네 씨는 잠시 고민하더니, 무언가를 다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곳에서의 생활이 더 이상 쉽지 않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거겠지.

“이곳을 떠나면… 하아, 아니야. 떠나는 게 맞겠지. 더는 가질 수 없는 것에 미련을 두지 말자. 너도 그렇게 생각해.”

“여의주를 찾는 거 말이죠? …알았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미오리네 씨의 여의주를 찾는 일은 멈추지 않았다. 이곳을 떠나기로 한 이상, 여의주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은 아마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적어도 후회는 남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오늘은 평소보다 더 먼 곳까지 나아가, 날씨를 움직이는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최근 구름의 모양은 마치 파도처럼 출렁이고 있었다. 그 파도가 시작되는 곳으로 가면, 무언가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는 물론, 번개까지 점점 거세게 몰아치고 있었다. 근처의 높은 나무들엔 번개가 내리꽂혀, 수십 개의 가지들이 산산이 부서져 바닥으로 쏟아졌다. 아무리 튼튼한 몸이라 해도 번개를 맞으면 크게 다칠 수밖에 없기에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했다.

“속이 울렁거려….”

찌릿한 공기가 사방에 가득 퍼져 있었다. 찰랑거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오는 듯했고, 도대체 이 앞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어 비늘과 피부가 저절로 긴장해 바짝 움츠러들었다.

앞으로 갈수록 찢겨진 대지와 드러난 나무뿌리, 여러 덩어리로 뭉쳐진 이름 모를 짐승들이 보였다. 찰랑, 찰랑. 그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는 듯했다.

과연 이 선택이 옳았을까, 계속해서 되뇌었다. 내가 죽게 되면, 아무것도 모르는 미오리네 씨는 홀로 남겨지게 된다. 분명 돌아오지 못할 나를 끝없이 기다리며 그렇게 서서히 죽어가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의주를 찾을 실마리를 눈앞에 두고도 외면하는 건, 내게 너무나도 큰 후회를 남길 것 같았다.

“미오리네 씨….”

몇 년을 함께한 사이도 아니다. 오히려 만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집착하는 건, 대체 왜일까? 고작 ‘처음 만난 동족’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그 정도의 이유라면, 예전에도 수없이 봐온 짐승들과 다를 게 없다. 살기 위해 동족을 미끼로 삼거나, 아예 동족을 사냥하는 짐승들처럼.

어쩌면 나도 미오리네 씨처럼 용이 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기억을 되찾은 미오리네 씨라면 언젠가 나를 이무기에서 용으로 만들어줄지도 모른다는 그런 막연한 기대. 어쩌면 그 치졸한 마음이 내 안 어딘가에 숨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애초에, 용이 되면 뭐가 그렇게 달라지는 거지? 용이 되면… 미오리네 씨가 나를 더 봐줄 것 같아서? 가족이라는 걸, 좀 더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니면, 이 세계에서 나 말고 또 다른 동질감을 얻고 싶어서? 미오리네 씨에게 여의주를 주겠다고 다짐했던 그 마음은… 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린 거지?
문득 움직임이 멈췄다. 매서운 바람이 붉은 비늘을 날카롭게 스쳐 지나가는 듯했고,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렁이던 무언가가 점차 밖으로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아.”

눈앞 하늘에, 푸른 벼락을 띤 무언가가 번쩍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6개월 이내에 쓴 글은 얼마 없어서 정리해서 올립니다.

전연령 파트만 잘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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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어린 신랑>에서 발췌
 

#1. 


미오리네는 기분이 좋지 않다. 원하지 않은 결혼식이 시작될 예정이니까.
나이가 찼음에도 결혼하지 않고 버티고 있던 건 제 일을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가문사람들은 결혼이 최고라며 미오리네에게 여러 신랑 소식을 들고 오기 일쑤였다.
한 열둘 정도를 거절했을 즈음,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일과 결혼 둘 다 진행하면 되지 않겠느냐 데릴사위를 데려오기로 했다.

미오리네는 조건을 붙였다.
첫 번째, 여러 마을을 통틀어서 가장 사냥을 잘하는 사람일 것.
두 번째, 가정에 충실한 사람일 것.
세 번째, 나보다 나이가 적을 것.
네 번째, 예의가 바르다 소문이 날 것.
다섯 번째, 내 옆에 설 정도로 반반한 얼굴일 것.

사냥을 제일 잘하는 자가 자신보다 나이가 적을 리도 없고, 가정일에 충실한 일도 없다. 자신만만한 제타크 가문의 첫째처럼 재수도 예의도 없겠지.

 

 

한숨을 내쉬며 예식에 쓸 의복을 몸에 걸쳤다.

“설마 이 조건에 맞는 녀석이 있을 줄이야...”

미오리네의 조건에 맞는 자.
붉은 머리 가문의 막내라고 했던가? 나이는 한두 살 정도로 어리겠지. 그 정도도 충분히 어린 편이다. 스물의 미오리네는 연하의 데릴사위를 구슬릴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창문 너머로 붉은 머리칼을 가진 사람 여럿이 보였다. 그 중 제 또래로 보이는 건장한 여자가 하나. 시종으로 보이는 여자아이를 데리고 왔다. 보통 시종으로 저렇게 어린아이를 데리고 오던가?


잠시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어차피 오늘 밤에나 볼 얼굴이다. 그때까지는 신랑이나 신부 둘 다 천에 가려져 모습을 볼 수도 없으니까.

결혼식을 무사히 마치고 밤이 되었다. 신부가 있는 방에 들어가 걸친 천을 벗기는 게 결혼의 마지막. 원래라면 신부인 내가 천을 쓰고 있어야 했지만 데릴사위 쪽이 천을 뒤집어쓰고 기다리기로 했다. 워낙 내가 지랄을 쳐 해댔으니 이렇게 해둔 거겠지.

몇 개의 촛불로 밝힌 신혼방으로 미오리네는 들어갔다. 하나의 이불 위에 화려한 천에 싸인 신랑이 보인다.
오늘 아침의 짧은 붉은 머리의 여성. 분명 그 사람이겠지. 허우대도 그 정도면 합격이다. 미오리네는 단번에 천을 걷어냈다. 그러자, 그 안에는 붉은 머리는 맞지만 짧은 머리가 아닌 그의 어린 시종이 얼굴을 드러냈다.
미오리네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바람을 맞히다니...!”

 망할! 입에서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 천을 집어 던지고 뛰쳐나가려 하자 아이가 제 손목을 붙잡았다.

 “시, 신부님! 바람 안 맞혔어요! 제가 신랑이에요!”

 다급한 아이의 목소리는 그 나이대에 맞게 어리고 연약하게 느껴졌다. 이런 아이가 어떻게 제가 건 조건에 맞는 신랑이란 말인가?

 “...네 언니 대신 말이야?”
“네...? 언네는 여기서 왜?”

 어리둥절한 얼굴. 정말이지 바보 같은 얼빵한 얼굴이다.

 “내가 건 조건, 그건 너 같은 어린아이가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가장 사냥은 잘하면서 가정에 충실하고 예의바르고 반반한 연하. 자기 또래여서 말도 안 되는 데 이런 조그만 아이가 될 수 있을 리가.

 “저, 저 맞아요! 미오리네 씨의 신랑 말이에요! 제가 틀림이 없어요!”

 데릴사위인 붉은 머리 꼬마는 한 치의 거짓 없는 눈빛을 보내왔다. 도대체 무슨 일인거야?
미오리네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부여잡고 중얼댔다.

“이게 도대체...”

 

 

 

<엄마의 자리>에서 발췌

 

#1.

 

세상이란 선함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나의 망할 아버지 렘블랑은 사람을 소모품으로 보는 인간이었다. 많은 자들을 전장으로 몰고 목표를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았다. 그 탓에 많은 자들에게 원한을 샀고. 결국 이 사단이 나버렸다.

 

링거줄이 강제로 빠진 탓에 소매가 붉게 물들었다. 배려 없는 손속에 이리 매달렸다 저리 매달렸다 마구잡이로 흔들리다 이내 어두컴컴한 곳으로 몸을 우겨넣어졌다. 배기음이 들린다. 트렁크임이 틀림없다.

 

눈과 입, 사지 모두 온전치 못했다. 얼마나 단단하게 묶었는지 피가 통하지 않아 저리고 얼얼했다. 이번에야말로 죽는 걸까? 이미 수차례 납치당해 인질로 넘겨지길 여럿. 이제는 진저리가 났다. 그런다고 망할 아버지가 꿈쩍이라도 할까. 테러리스트와는 협상하지 않는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엄마가 죽었을 때도 찾아오지도 않은 비정한 사람. 분명 이번에도 똑같을 거다.

 

끼이익! 덜컹-!

 

갑작스레 공간이 흔들렸다. 뭐라도 걸린 것일까? 차체가 이리저리 세게 진동하는 바람에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하고 온몸을 얻어맞았다. 부러지고 부어오르는 통증에도 비명 하나 지르지 못했다.

 

너무 아파. 누가 좀 도와줘. 잔뜩 움츠린 몸을 바르작거리며 도움을 청했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숨이 막힌다. 춥다. 무섭다. 살고 싶어. 이런 끝은 싫어. 길지도 않던 삶이었다. 사람들이 그렇게나 말하던 주마등은 보이지도 않았다. 무서울 기세로 졸음이 몰려왔다.

미오리네는 생각했다.

 

누구처럼 되고 싶지 않다고.

 

***

 

머나먼 꿈속에서 움켜진 것은 엄마의 손이었다. 남들과는 다르게 흙투성이였지만 햇빛을 머금은 것같이 따스한 손길이었다. 그 손에 이끌려 붉은 과실이 가득한 숲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결실이라며 잘 익은 토마토를 입에 들려주었다. 노란 과즙이 톡톡 튀며 혀를 아리게 만들었다. 이런 맛이었던가? 고개를 갸웃거릴 즈음 불 꺼진 병원의 복도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귓가에 울림이 들려왔다. 어떤 원리인지 모르겠어. 하지만 살아있어. 숨을 쉬고 가끔 중얼대기도 해. 내보내도록 해. 에리크트, 그러기엔 너무 변이되었어. 밖으로 돌려보내면 금세 죽을 거야. 그게 네 일이야, -슬레타.

 

변이되었다는 게 무슨 이야기일까. 몸을 비틀어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하자, 두 비슷한 목소리는 끊어버린 전화처럼 들리지 않게 되었다. 내가 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나. 잠결에 잠꼬대를 하듯 몸에 힘을 빼고 숨을 일정하게 내뱉었다.

 

일어났나봐.”

나 먼저 돌아갈게. 다음 계절까진 해결해둬. 안 그러면 네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으니까.”

 

바닥을 끄는 소리가 몇 번 들린 후, 목소리는 사라졌다.

대화로 봐선 내가 이곳에 있는 게 불쾌한 모양이었다. 입안이 바짝 말랐다. 그저 끌려왔을 뿐인데. 긴장감에 주먹을 쥐자, 다른 목소리가 다가와 얼굴을 살짝 움켜쥐었다. 우악스럽게 크고 단단한 손바닥이었는데 군데군데 빳빳한 털이 느껴졌다. 서투른 손길이지만 악의가 있어보이진 않았다.

 

이정도 크기면 얼마나 자란 거지? 봤던 것 중 가장 작아.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걸까?”

 

서투른 손길은 얼굴에서 끝나지 않고 등을 지나 배, 엉덩이, 다리까지 이어졌다.

 

눈이 완전히 망가졌네. 고칠 수 있을까? 그나저나 온몸에 이 상처는.”

 

상처투성이인지라 만지기만 해도 따끔거려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아픔에 흐느끼자, 그 사람은 당황한 듯 미안하다며 몸을 내려놓았다.

 

, 구야.”

 

푸석한 목소리로 불러보았으나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천이 스치는 소리만 들릴 뿐. 불안해져 인기척이 들리는 곳으로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손에 잡힌 것은 두툼한 털이었다.

놓치면 안 된다는 불안감에 품에 가득 털을 껴안았다. 겉은 빳빳한데 속의 털은 부들거렸다. 덜덜 떨리는 작은 손으로 털을 파헤치곤 온기가 남아있는 속털에 얼굴을 부벼댔다.

 

으음, 역시 --이랑은 대화가 통하지 않으니 어렵네.”

 

분명히 듣고 있는데 무슨 소릴하는 걸까? 내 말이 들리지 않냐며 물었지만 자꾸만 대화의 핀트가 엇나갔다. 털을 꽉 붙들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그가 저를 들어 올리곤 품에 안았다.

 

자꾸만 칭얼대는 게 참 어리광쟁이네. , 힘을 좀 풀자. 그렇게 꽉 쥐면 상처가 덧나.”

 

상처가 없는 부분을 토닥이다 쓸어내리곤 발걸음을 옮겼다. 한 발자국 걸을 때마다 끼익거리는 소리가 났다. 오래된 집일까 생각하고 있으니 그가 입을 열었다.

 

미안해. 내가 일이 있거든. 그러니 계속 붙어있을 수 없어. 그렇지만 이대로 바깥으로 내보내면 죽을지도 몰라.”

……!”

 

죽는다니 심장이 벌렁거렸다. 죽음은 싫었다. 죽음은 차갑고 쓸쓸하고 지독한 냄새가 난다. 그런 몸이 되긴 싫었다. 끊임없이 살고자 했는데 이렇게 죽어버린다면 지금까지 살아온 의미가 없지 않은가. 너무나도 억울했다. 천으로 가려진 눈꺼풀 아래로 자꾸만 눈물이 새어나올 것 같았다. 참아야했다. 렘블랑의 이름은 약해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니까. 미오리네는 버석거리는 제 입술을 꽉 깨물었다.

 

미오리네가 그러거나 말거나 발걸음은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 날 어디로 데려가는걸까? 생각하던 찰나 덜컥 하는 소리와 함께 따스한 햇살이 몸에 닿았다. 감은 눈으로도 느껴지는 빛은 밝은 주홍을 머금었다.

화약 냄새도 피 냄새도 소독약 냄새도 나지 않는다. 오히려 푸릇한 풀내음이 가득했다. 멍하게 있으니 그가 축축해진 눈가를 닦아주었다.

 

그렇게 울면 눈가가 짓무르는데말야. 아가야, 난 널 버리지 않아. 이곳이 너를 받아들인 이상 돌려보낼 이유는 없거든.”

 

미오리네는 그 무엇도 알진 못하지만 그가 저를 버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심했다. 지금까지의 자신이라면 내리지 않을 판단이었다. 처음 만난 수상한 사람을 이리 쉽게 믿어버리다니. 하지만 미오리네는 그를 믿기로 했다. 운명이었을까? 아니면 도피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간신히 얻은 따스함을 뺏기기 싫었던 어린아이의 발버둥이었을까. 그건 알 수 없었다.

 

***

 

저를 구해준 그는 어딘가 어설픈 사람이었다. 처음 믿음직스럽다 생각했던 부분도 어떨 때는 나사가 하나 빠진 것 같이 굴었다. 상식과는 동떨어졌다 해야 할까. 그런 문제들이 자꾸만 튀어 올라 미오리네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중략)

 

아이가 있다는 것일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린아이의 흔적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이와 떨어져 있든지, 잃은 것인지 둘 중 하나였다. 미오리네는 문득 그가 저에게 이런 애정을 보이는 것이 이해됐다. 나를 제 아이로 투영하는 것이다.

 

분명 저를 버리지 않는다 했다. 렘블랑이라는 이름을 숨긴다면 계속 여기서 지낼 수 있을까? 망할 아버지의 눈에 들지 않고, 납치범의 눈에 닿지 않는 평범한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붕대 아래 상처입어 보이지 않는 제 두 눈을 조심스레 건드렸다.

 

눈은 예부터 사람의 첫인상을 정하는 중요한 부분이라 했지.’

 

그가 날 비쳐보는 만큼, 나도 그를 이용해본다면 어떨까. 말이 통하지 않는 걸 보면 외국인이겠지? 어째서 이쪽만 알아듣는지는 모르겠지만 기회는 잡으라고 있는 것. 미오리네는 그 기회는 놓칠 리 없었다.

 

 

#2.

 

슬레타는 아이가 걱정스러웠다. 아이는 너무나도 작고 여렸다. 어떻게 키운 것인지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라있었다. 그런 아이에게 사고라니. 온몸에 가득한 상처들,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는 살아있다. 그런 아이를 세상으로 내보낸다니 죽으라고 내던지는 거나 다름없다. 이미 이곳의 영향을 크게 받은 탓에 몸의 변이가 시작됐다. 인간은 자신과 다른 것을 배척하기 마련이다. 어차피 죽을 아이, 내가 가지면 어떠한가. 아무도 이해 못해. 에리크트도 동족들도.

 

너 어쩌려고 그래. 인간을 받아들일 수 없는 거 너도 알고 있잖아.”

에리크트, 아직 어린 개체야. 충분히 보살핀다면 동족으로 자랄 수 있어.”

인간은 인간일 뿐이야.”

잘 봐봐! 이정도로 동화가 잘 된 인간은 본 적 없어. 어쩌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혹시 동족들 때문이야? 그런 녀석들 신경 쓰지 말라했잖아!”

 

에리크트가 테이블을 세게 내리쳤다. 그의 얼굴은 슬픔과 분노가 섞여 엉망진창이었다. 그리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신경을 어떻게 안 쓸 수가 있어. 그들이 너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것을. 어중간한 반푼이로 태어난 탓에 운명조차 갖지 못한 내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에리크트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이번만큼은 질 수 없다.

 

이번에야말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알잖아, 파수꾼인 거 스스로 원한 게 아니라는 걸. 그러니까 한 번만 넘어가줘.”

슬레타.”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쌍둥이 언니를 바라봤다. 난 언니가 부러웠다. 어중간한 나와는 달리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으니까. 운명을 가지면 그와 연결된 파트너를 만난다. 동족들 중 유일하게 짝이 없는 건 나뿐이었다. 그렇기에 파수꾼이 되었다. 평생을 파트너 없이 지내는 파수꾼. 그들은 어중간한 나를 이용해 집단을 유지했다.

 

세계의 틈엔 주기적으로 이물질이 떨어지고, 파수꾼인 나는 그것들을 밖으로 밀어낸다. 그 하나만 유지한다면 공동체에 끼어 지낼 수 있다. 강압적이진 않았지만 그렇다해서 상냥한 것도 아닌, 그저 네 길은 하나뿐이야제시할 뿐. 그렇게 시작된 생활은 외로움의 연속이었다. 에리크트를 제외한 다른 동족들은 찾아오지 않는 이곳에서 오직 임무만을 위해 살아가야 했으니까.

 

그래서였을까? 그 어린아이를 주워온 게?’

 

인간이 만든 물건이 대다수지만 가끔씩 인간 그자체가 떨어지기도 했다. 아이와 만난 날도 여느 때와 같았다. 인간이 만든 물건이 떨어지고, 그다음은 인간. 죽은 인간이면 밖으로 내보낸다. 살아있는 사람이라도 멀쩡하게 형태를 유지한다면 내보낸다. 이미 세계의 영향을 받아 형태가 무너졌다면 죽이고 불태워버린다. 아이는 어느 쪽도 아니었다. 세계의 영향을 받았지만 형체를 유지했다. 보통은 곤죽이 되어 주변을 오염시키는데 말이다.

 

벌어진 철덩이의 입에 반쯤 걸쳐져 있는 아이는 몸에 기이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주홍빛을 띤 갈라진 문양. 몸 곳곳 길게 그려진 문양은 언뜻 보면 연결된 그림처럼 보였다. 처음 보는 현상에 이끌려 손을 가져다댔다. 그러자 순식간에 문양은 빛을 잃었다. 이런 일은 문헌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이것도 변이의 일종일까? 그렇다는 건 밖으로 내보내는 동시에 변이의 폭주로 죽을 테지.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입이 쩌억 하고 벌어지는 걸 손으로 막았다. 임무 중 감정을 드러내는 건 파수꾼답지 못했다. 주변에 남아있는 것이 또 없는지 확인하곤 아이를 집으로 데려왔다. 상처 가득한 몸을 닦아내고 치료했다. 아깝게도 눈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어 보였다. 긴 천으로 덧나지 않도록 가렸다. 이렇게 어린 인간이라니, 막 태어난 동족보다도 작고 가벼웠다. 평소처럼 힘을 주면 겨우 얻은 아이를 제 손으로 망가뜨릴지도 모른다. 집안에 돌아다니던 <인간의 생태> 책을 꺼냈다. 파수꾼에게 필요하다며 에리크트가 구해다 준 서적이었다.

 

아이 파트아이가 있는 부분이.”

 

(중략)

 

***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미오리네는 경악했다. 무엇이 그런가 하면 슬레타와의 생활이 모조리 그랬다. 몇 번을 말해도 알아듣기는커녕 헤실거리기만 했다. 보지 못하는데 어떻게 헤실거리는지 아냐고? 그야 목소리가 바보 같았으니까

 

슬레타가 인간이 아니란 걸 깨달은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인간과는 달리 얼굴은 온통 털북숭이였으며 팔은 저보다 많을 때도 있었고 같을 때도 있었다. 혀는 저를 두 번 감고도 남을 정도로 길어 처음에는 놀랄 정도. 제 짧은 식견으론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유추하기 어려웠다. 몸이 다르니 상식도 다르기 마련. 슬레타의 방식이 싫다면 제 스스로 행동해야했다.

 

보이지 않고 대화도 통하지 않으니 말의 높낮이와 손짓, 발짓으로 대화를 요청했다. 손재간으로 어찌저찌 원하는 것을 보여주자, 슬레타는 벌써 이런 것도 할 줄 아냐며 천재 아기라 칭했다. 도대체 얼마나 어리게 보는 걸까 기가 찼다.

 

오늘도 슬레타에게 안겨 현관 밖으로 나섰다. 따뜻한 온기와 여전히 짙푸른 풀내음이 이곳이 도심에서 떨어진 곳이란 걸 알려주었다. 하긴 슬레타처럼 특이한 사람(일단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이 도시에서 살았다간 난리가 났겠지. 적어도 평범한 생활은 무리야. 그나저나 여긴 도대체 어딘 걸까. 날 납치한 녀석들은? 슬레타가 다 무찔러준 걸까?

 

나오지 않을 답을 고민하던 미오리네는 제 손보다 몇 배나 큰 슬레타의 손가락을 꽉 붙잡았다. 인상을 팍 쓰고 있으려니 슬레타가 미간 사이를 손가락으로 꾹 누르며 웃었다.

 

인상 쓰면 못 써. 자자, 기분 풀자. 혼자서는 심심하지? 바빠서 미안해. 내일은 내가 친구가 될 이웃들을 만나게 해줄게. 동족은 아니지만 다들 유들하고 작아서 만지면 기분이 좋아지거든. 분명 너도 좋아할 거야.”

 

그게 뭐야, 만지면 좋아할 이웃이라니. 입을 삐쭉 내밀고 말했지만 여전히 슬레타는 알아듣지 못했다. 그런 슬레타에게 약간, 아주 약간 짜증이 났다. 다음날 슬레타가 데려온 그 말랑말랑하고 납작한 것을 받기 전까지 말이다.

 

납작하고 털이 고른 작은 생물은 찍찍 소리를 내며 주변에 머물렀다. 슬레타 말로는 여러 마리가 모여서 사는 날다람쥐 같은 생물이라는데 오늘은 먹을 것을 여럿 주고 데려왔다나. 그들은 종종 내 곁에서 온기를 제공했다. 덕분에 외롭지 않을뿐더러 그들이 우리의 관계를 토론할 때마다 쓸모 있는 정보를 주워들을 수 있었다.

 

파수꾼의 새끼. 파수꾼이랑 비슷한 냄새가 나.”

바보야! 파수꾼이 낳았잖아!”

모습 전혀 다른데?”

파수꾼, 원래도 여러 모습으로 바뀌잖아. 팔도 다리도 마음대로 늘릴 수 있고. 어쩌면 파수꾼이 어릴 땐 저런 모습일 수도 있어.”

하아?”

 

여러 모습으로 바뀐다니 무슨 뜻이지? 황당한 이야기에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 파수꾼이 잘 보살피랬는데. 태어난 지 얼마 안됐다고 했잖아. 성체인 우리가 돌봐야해.”

우는 거야? 새끼! 새끼 아파?”

아냐! 그 정도까지 어리지 않아! 안 아프다고!”

 

안간힘으로 아프지 않다는 걸 어필했지만 온몸에 넓적한 솜털들이 다닥다닥 붙는 건 막지 못했다. 넓적한 털들에 파묻힌 꼴이란. 나가지 못하고 버둥대고 있으니 일을 끝내고 돌아온 슬레타에게 구출되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슬레타가 묻자.

 

파수꾼, 우리 제대로 새끼 돌봤어. 우는 것도 달랬다고.”

울었어?”

 

큰 손가락이 안대 위를 천천히 만지다 둥글게 얼굴을 쓸어내렸다. 눈물이 난 흔적은 없다. 애초에 울지 않았으니까.

 

갑자기 크게 울었다고.”

파수꾼 냄새가 옅어져서 그랬을까? 보통 부모랑 떨어지면 낯을 가리잖아. 파수꾼 새끼도 어리니까 그럴지도 몰라.”

배가 고픈 걸 수도.”

파수꾼은 평소에 뭘 먹여? 우리는 난황을 먹는데. 파수꾼 새끼는 난황을 제대로 못 먹더라고.”

 

그들이 준 손만 한 크기의 동그란 무언가는 떫은맛에 뭉그러지는 감촉이었다. 기분이 이상해 한입만 먹고 더 이상 먹지 않았다.

 

(중략)

 

집으로 곧장 돌아온 슬레타는 제 안에 품은 미오리네를 천천히 꺼내 올렸다. 아까와는 다르게 작은 몸 곳곳 주홍빛 문양들이 옅게 빛을 내고 있었다.

 

처음보다 더 빛을 내고 있어. 건강에 문제되는 건 아니겠지? 아냐, 그랬으면 처음 올 때 그렇게 됐었어야지.”

 

걱정스런 눈으로 아이의 문양을 훑었다. 반푼이로 태어난 나처럼 이질적인 몸을 가진 아이. 더 이상 동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차라리 이대로 더 바뀌어서 나와 함께 영원히.

 

그래,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야지. 누구에게도 위협받지 않도록 내가 잘 보살펴줄 테니까.”

 

슬레타는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우리에게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은 가족이 된다는 뜻. 없는 운명이라면 스스로 만들어 나눠주고 싶었다.

 

미오.”

 

인간세계에선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 모르겠지만, 슬레타는 아이에게 미오라는 이름을 얹어주었다. 큰 뜻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처음 봤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 작은 소동물이 우는 것처럼 귀여운 단어.

 

네 이름은 이제 미오야. 미오.”

 

아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미오라고 단조롭지만 확실하게 말했다. 그 말에 아이는 고개를 위로 살짝 들어올리나 싶더니 미오라는 단어를 따라했다.

 

, 미오. 미오!”

미오리네.”

으응?”

미오리네.”

 

미오리네, 좋은 울림. 아이의 입에서 나온 똑바른 단어. 슬레타가 놀라 멍하니 있자, 아이는 미오리네라는 말을 반복하며 가슴의 털을 쥐어뜯었다. 혹시 미오만으론 부족했던 걸까?

 

, 미오리네?!”

“-----!!”

미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분명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제대로 된 언어로 들리지 않았다. 아이는 곧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역설적이게도 오래 산 쪽은 이쪽인데 아이는 제 말을 알아듣고, 저는 오히려 알아듣지 못했다. 어째서 미오리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걸까. 그 알 수 없는 문양 때문일까. 고민을 해봐도 선례가 없었다. 그렇다면 제가 더 노력할 뿐이다.

 

***

 

그러니까, 이게 산책이고, 이게 밥. 그리고 이게.”

 

, 미오리네의 작은 주먹이 슬레타의 몸에 꽂혔다. 아무래도 이게 아니었나보다. 미오리네와 소통하기 위해 슬레타는 미오리네의 몸으로 말하는 법을 익혔다.

 

처음은 간단한 단어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긴 문장까지 터득했다. 점점 원하는 것을 알게 된다. 슬레타는 그 사실이 너무나도 기뻤다. 그리고 그건 미오리네도 마찬가지였다.

 

슬레타와 함께하는 지금이 겪었던 삶보다 훨씬 애정이 깊었다. 감시하는 사람도 아부하는 사람도 없다.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이유 없는 사랑만이 존재했다.

 

슬레타는 내 엄마가 되고 싶은 거야?”

 

알아듣지도 못하는 슬레타 앞에서 일부러 입 밖으로 내뱉었다. 아무런 말도 돌아오지 않는다. 상관없어. 애초에 답을 들으려 했던 것도 아니니까. 미오리네는 대수롭지 않듯 입꼬리를 올리곤 얼버무렸다.

 

 

잠이 오지 않았다. 역시 아까 했던 말이 자꾸만 귓가에 맴돌았다. 나는슬레타에게 무얼 바라는 걸까? 나에게는 이미 돌아가신 엄마가 있었다. 엄마의 자리는 만석이나 다름없는 거다. 그럼에도 자꾸 술렁거린다. 슬레타가 내 가족이 되어줬음 좋겠어. 그렇지만 엄마의 자리까지 주고 싶진 않아. 미오리네에게 엄마는 노틀렛 렘블랑 하나였으니까.

 

자리에서 일어나 슬레타의 침대로 다가갔다. 빗질을 해 부드러워진 털이 손가에 느껴졌다. 그대로 몸을 던져 안겼다. 엄마와는 다른 몸. 그렇지만 엄마처럼 따뜻하고 안심되는 몸. 미오리네는 오랜만에 돌아가신 엄마가 그리워졌다.

 

 

 

#3.

 

계절은 여전히 가을. 내가 이곳에 온 지도 꽤 지나 키가 네 뼘만큼 커졌지만 계절은 고작 하나가 지나갔다. 아무래도 이곳의 계절은 년 단위로 지나가는 모양이다.

 

여름동안 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터득했다. 슬레타가 말한 몸 전체에 퍼진 문양. 이것에 집중하면 주변의 환경이 흐릿한 형태로나마 머릿속에 들어온다. 처음에는 자주 부딪히고 넘어졌지만 지금에 와선 도움 없이도 집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슬레타는 조금 아쉬워하는 눈치지만 언제까지고 의존할 순 없는 노릇이다.

 

좋아, 여기는 됐고.”

 

마른 땅에 물을 주곤 자란 작물을 바라보았다. 가끔씩 인간세계에서 떨어진 씨앗으로 키운 밭이다. 젖 이외에 먹을 수 있는 게 없던 미오리네에게 굴러온 호재. 토마토를 비롯해 호박, 감자 등의 여러 채소를 키울 수 있었다. 햇빛과 물. 그리고 이상한 난황덩어리만으로 살아가는 슬레타들은 모르겠지만 인간은 주기적으로 고기나 채소, 과일을 먹어야했다.

 

여전히 성장이 빠르네. 슬레타가 말한 대로 이 이상한 힘과 연결돼 있는 걸까?”

 

미오리네의 곁에 있으면 식물의 성장속도가 눈에 띌 정도로 빨라진다. 때문에 지금 시기에 열매를 맺지 않는 작물들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중략)

 

한동안은 무척 바쁘게 흘러갔다. 겨울을 대비해 집의 단열을 신경 쓰고, 에리크트에게서 보급품을 채워 넣고 수확한 야채들을 말려 보관해 놨다.

 

짧은 며칠 사이에 이곳의 온도는 빠르게 떨어졌다. 털뭉치 이웃들도 모두 동면에 들고 슬레타 역시 겨울털을 불리곤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모두가 잠든 한낮에 혼자 나와 말라버린 세상을 걸어 다녔다. 바닥에는 부서진 낙엽들이 잔뜩이라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퍼석퍼석 소리가 났다. 내가 가진 힘으로도 겨울은 소용이 없는지 푸른 싹 하나 피워내지 못했다.

 

자고 있어.”

 

자다가 깨기를 반복하는 슬레타를 꼬옥 껴안았다. 인간의 시간으로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이곳의 겨울. 애초에 인간들이 전쟁을 하기에 이렇게 된 거다. 이래서 인간은 꺼려진다. 아버지는 물론 제 곁에 있던 자들 대부분 원하는 것이 있으면 폭력을 사용했으니까. 그들과 동족이라고 불리고 싶지 않았다.

 

제 스스로를 만져봤다. 이젠 제법 티가 나는 귀와 꼬리. 사라지지 않는다던 주홍빛 문양. 어린아이가 아닌 성장한 몸. 인간이라고 부르기엔 멀리 왔지만 그렇다 해서 완전히 인간이 아닌 건 아니다. 변했다면 이미 동면에 들어갔겠지. 이럴 거면 빨리 변했으면. 에리크트의 말대로 시간 날 때마다 서로 붙어있는데 어째서 아직도 인걸까.

 

하아.”

 

배에서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민하다 보니 식사를 거른 것도 잊고 있었다.

 

(중략)

 

뭐가 그리 성급한지 말이 빨라졌다.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기 전에 입을 막았다.

 

아냐 됐어. 신경 쓰지 마. 괜한 말 했어. 난 슬레타랑 함께하기 위해 여기 있는 거니까.”

미오리네, 난 언제나 진심이야. 잘못된 게 있으면 고칠게.”

 

알고 있어. 슬레타가 진심인걸. 인간의 관점에 사로잡혀 있는 내가 나빠.

 

따뜻하게 해 줘. 추워.”

 

부드러운 가슴털에 안긴 그날, 첫눈이 내렸다. 잠시나마 깼던 슬레타도 더 이상 눈을 뜨지 않았다. 싸늘한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고 온 세상이 희게 변했을 때 다시금 혼자임을 느꼈다.

 

***

 

스물넷, 스물다섯후우, 감자만 스물다섯 포대인가?”

 

손에 묻은 먼지를 탁탁 털어내고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냈다. 몸이 변한 뒤로 이런 포대 같은 것을 쉽게 옮기게 되었다.

 

겨울이 온 지도 486. 인간의 날짜로 따지면 1년 하고도 4개월. 긴 겨울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얼은 물은 보급품으로 온 발열석으로 녹여 사용하고 창문은 환기용 하나 빼고는 전부 막아 단열에 신경을 썼다.

 

추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열의 공급이 최우선. 집안의 활동범위를 줄였기에 요즘은 슬레타가 자고 있는 아랫방에서 함께 잤다. 발열석으로 모퉁이를 두르고 있기에 이곳은 다른 곳보다 따뜻했다.

 

위쪽은 문제없었고 오늘은 오른쪽을 가봐야겠네.”

 

슬레타가 하던 파수꾼 일을 이제는 제가 하고 있다. 가끔씩 인간세계에서 물자가 떨어지는 일이 있기에 그걸 주으러 다녔다. 슬레타는 조난당한 산 것들을 조심하라고 했지만 다행히도 지금까지 본 적은 없었다.

 

나가기 전, 두꺼운 옷을 걸치고 모자를 썼다. 길어진 귀와 꼬리가 접히는 건 어쩔 수 없다. 지난번엔 그대로 나갔다가 귀가 얼어 한동안 고생했다.

 

그럼 잘 다녀올게, 슬레타.”

…….”

 

돌아오지 않을 말을 기다리다 이내 길을 나선다. 시력이 없어도 문제없다. 오히려 이런 환경에서는 시력보다는 다른 힘에 의존하는 게 나았다. 청력이나 후각. 그리고 이능. 뽀득거리는 눈밭을 헤치며 나아간다.

 

날카로운 바람을 타고 낯선 냄새가 들어왔다. 이 냄새는 인간일 적 맡아본 적 있는 냄새. 인간이다. 그것도 화약냄새에 찌든 인간 남자. 눈 쌓인 언덕에 홀로 쓰러져 있었다. 주변에 같이 떨어져 있는 물건들을 수습했다. 킁킁, 코를 대보니 마른 식량이다. 오랜만에 다른 식량이라니 기뻤다. 그대로 짐을 들고 가려던 그때.

 

으으.”

 

뒤에서 앓는 소리가 들렸다. 살아있는 건가? 바람소리를 잘못 들은 게 아닐까? 몸을 숙이곤 땅에 귀를 기울였다. 작지만 심음이 들린다. 아직 살아있다. 어쩌지?

 

미오리네는 인간을 밖으로 내보내는 방법을 아직 배우지 못했다. 그렇다고 죽는 걸 방치하기엔 양심이 찔렸다. 이곳에 두면 분명 동사하겠지.

 

하아, 내 앞에서 누가 죽는 건 싫은데.”

 

고민 끝에 결국 그를 데려가기로 했다. 마침 예비용으로 만든 창고가 있으니 그곳에 욱여넣기로 했다. 기력이 있다면 살 것이고 아니면 죽을 것이다. 최선을 다한 일에 후회는 없다.

 

발열석을 두고 그를 눕혔다. 가진 짐을 뒤져보니 총과 알 수 없는 기기들이 나왔다. 이런 세세한 물건은 잘 보이지 않아 사용할 수 없고. 총은이곳엔 필요 없는 물건이니 적당한 곳에 묻어뒀다.

 

민폐거든, 당신.”

 

운이 좋으면 살겠지 생각하며 방치한 남자는 온도만 맞춰주니 식물처럼 되살아났다. 가뜩이나 식량도 부족한데 입만 늘어서는 쓸데없는 말까지 나불거린다.

 

이곳은 어디냐느니, 조용한 곳이 좋다느니, 언재까지 눈이 내리냐느니, 집안에서도 싸매고 있냐느니 등등 말이다. 단점투성이지만 장점도 있었다. 인간세계의 현 동향 말이다.

 

전쟁이 벌어진 지는 5년째. 대강국에서 시작된 전쟁은 연합이 되어 세계로 번진 모양이었다. 주축국에는 미오리네의 나라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쩌면 제 아버지의 짓일지 모른다.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딸인 내가 납치를 당해 실종됐으니 그걸 빌미 삼아 전쟁을 만들었겠지. 전쟁은 무기를 파는 사람에게 돈을 가져다주고 권력을 쥐어준다.

 

.”

 

기분이 나빠졌다. 대충 얼버무리고 적당히 답해주었다. 남자는 살려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고마워했다.

 

이 창고 반경으로 나가지 마.”

 

오랜만에 생긴 대화상대지만 남자를 가까이 두긴 껄끄러웠다. 내게는 슬레타가 있다. 슬레타와 나와의 공간까지 내줄 생각은 없다.

 

겨울에 돌아다니면 곰에게 뜯어 먹힌다느니 대충 겁을 줬다. 하지만 그가 있는 시간이 2주가 넘어가면서 거짓으로 붙들어둘 수 없게 되었다. 활동반경이 넓어졌고 이윽고 집까지 발견하게 되었다.

 

좋은 집에 사시면서 왜 저는 그 좁은 창고에 두고 가셨을까.”

신혼집에 외간남자를 들이는 법은 없으니까.”

 

빈정거리는 말에 똑같이 빈정거리는 말투로 답했다.

 

결혼하셨어요?”

그래, 그이는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걸 싫어하니 집 근처로 올 생각은 그만두는 게 좋아. 만난다면 그대로 벗겨서 내동댕이칠 거니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슬레타가 내동댕이치기 전, 내가 먼저 내동댕이치겠지.

 

그나저나 요즘 몸이 간지럽더라고요. 동상이라 그런가?”

 

그를 흘긋 보았다. 흐릿한 팔다리에 검은 무언가가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런 건 본 적 없다. 불길한 기운이 맴돌았다.

 

그거 언제부터 그랬어.”

 

팔을 가리키자 그는 몇 번 몸을 긁적이더니 멋쩍게 웃었다.

 

오늘 아침부터요. 가렵기는 한데 아프지는 않으니 괜찮지 않을까요?”

제대로 덮고 자. 괜히 신경 쓰이니까.”

 

신경 쓰고 싶지 않은데 신경 쓰일 짓을 한다. 미간이 찌푸려졌다.

 

하루가 가면 갈수록 내부의 검은 것들이 요동을 쳤다. 처음에는 코피, 그다음에는 발작, 그 다음에는 피가 섞인 구토. 바닥이 토혈로 물들고 남자의 형태가 무너진다. 몸속의 검정이 몸을 뚫고 나온다. 무섭다. 이게 뭐야. 왜 이렇게 된 거지?

 

크억! !!”

 

미오리네의 문양이 빛을 냈다. 불길하게 빛나는 어두운 푸른빛이다. -! 소리와 함께 작게 지어둔 창고가 날아갔다. 통나무가 이리저리 휘날려 주변의 것들을 찢어 갈겼다.

 

도망가야 해. 머릿속엔 온통 슬레타 뿐이었다. 죽으면 안 돼. 죽으면 슬레타가 슬퍼할 거야. 죽으면 슬레타가 혼자 남아!!

 

옷 밖으로 꼬리를 꺼내 날아오는 부산물들을 쳐냈다. 무늬 있는 두 개의 흰 꼬리가 불안한 듯 양옆으로 흔들린다.

 

!”

 

내 힘으로 저걸 무찌를 수 있을까? 아니, 무리다. 보기만 해도 느낄 수 있다. 저것에 가까이 가면 죽을 수 있다는 걸. 무슨 수를 쓰든 저걸 내보내던가 슬레타를 잠에서 깨워야 했다.

 

, ! 녀석이 가져온 총이라면!”

 

숨겨뒀던 총이라면 저것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미오리네는 눈 속을 파헤쳐 숨겨둔 긴 나무상자를 꺼냈다. 꽁꽁 언 총엔 다행히도 총알이 여덟 발 있었다.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장전을 했다. 눈 속에 오래 있던 터라 제대로 격발 할진 미지수지만 시도는 해봐야 한다. 어렸을 적 제 아버지에게서 배웠던 기억을 되살렸다. 그때는 정말 하기 싫었는데 지금에서야 도움이 되다니 웃기지도 않을 일이다.

 

타탕-!

 

큰 탄음소리, 곧이어 괴이의 비명이 들린다. 흐릿한 연기에 구멍이 난다. 빠르게 연이어 총을 쐈다. 이번에야말로 해치우길 바랐지만 그 바람은 철걱 소리와 함께 무너졌다.

 

걸렸어!”

 

탄피가 걸린 총은 둔기나 마찬가지. 급하게 탄피를 빼내려고 했지만 덜덜 떨리는 손 때문에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손아귀에 꽉 쥐고 둔기로라도 쓰자. 생각한 그때, 큰 충격이 미오리네를 덮쳤다.

 

무엇이 공격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땅에 몇 번이고 처박혔다. 귀에서는 이명이 들리고 코에서는 피냄새가 난다. 처음 이곳에 떨어졌을 때처럼 온몸이 아팠다. 차가운 바람이 뼛속 깊이 파고들었다. 왼쪽 팔이 움직이지 않는다. 몸이 식어간다.

 

슬레타아.”

 

짝의 이름을 겨우 불렀다.

그날처럼 나를 구해줘, 슬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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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 따웅 PL KEPY
 
똑, 똑.
 
액체가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소리.
 
시큰한 소독약 냄새와 시뜻하고 미적지근한 공기.
 
욱신거리는 팔뚝과 자꾸만 명멸하며 빛무리 지는 시야.
 
-
 
눈을 뜬 당신의 시야를 채운 것은 낯설고 흰 천장입니다.
 
허리 아래가 편안하고 또 푹신한 느낌이 드는 것을 보아 침대 위인 것 같은데,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습니다.
 
안개 낀 것마냥 부옇고 흐리멍텅한 기억이 뇌리를 지배합니다. 여기…… 병원인가요?
 
몸은 아프지 않습니다.
 
링거 꽂힌 팔을 제외하곤 어디 한 군데 불편한 곳도 없고, 오히려 인위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컨디션이 좋습니다.
 
옆에 그 흔한 환자감시장치 하나 없는 것을 보면 신체 내부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겪는 것도 아닐 텝니다.
 
……하지만 정신은 별로 멀쩡하지 않은 것 같군요.
 
어째서 당신이 병원에 있는 건지 언제부터 병원에 있었는지, 따위의 사소한 것들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누군가 개입하여 왜곡시킨 양 띄엄띄엄 떠오르는 기억의 파편마저 불분명하고 또 남루합니다.
 
그런 유쾌하지 않은 기억 속에서 헤매던 사이,
 
굳게 닫힌 문의 바깥에서 노크 소리와 전자음이 몇 번 들려옵니다.
 
슬레타:(눈을 돌려 확인합니다.)
 
허락을 구하는 것보다도 인사치레에 더 가까웠는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리네요.
 
들어온 사람은…… 미오리네입니다.
 
슬레타:(링거랑 주변 환경을 보곤) 저, 어디 다쳤어요?
 
미오리네:...깨있었네? 크게 다친건 아니야.
 
슬레타:방금 일어났어요...
저 며칠 동안 자고 있었어요?
생, 생각이 안나는데.
 
미오리네:입원한지 일주일 쯤 됐어. 이제 퇴원해도 된다고 들어서 데리러 왔어.
 
슬레타:일주일.
 
미오리네:그정도면 독감은 다 나았겠지?
 
슬레타:(입술을 옴싹달싹하다가) 독감이요?
저 독감걸렸어요?
 
미오리네:응, 지독하게 앓아서 입원했었어.
 
슬레타:으음....(고개를 갸웃하다가) 그렇군요.
다 나았나봐요!
 
미오리네:맞아, 퇴원하고 같이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자. 어때?
 
슬레타:크리스마스 파티! 너무 좋아요!
(자리에서 일어나도 되는지 허락을 구합니다.)
 
미오리네:(끄덕입니다.)
 
슬레타:(실실거리면서) 우리 뭐 사갈까요? 치킨? 케이크?
아 이거 뽑아주시겠죠?
(링거줄을 보입니다.)
 
미오리네:나중에 퇴원할때 뽑아줄거야.
지금은 얼굴 보러 온거라서...
 
슬레타:아!
네! 그러면 얌전히 기다릴게요!
 
기다리겠다는 한 마디에 미오리네의 얼굴이 미세하게 밝아집니다.
 
고개를 주억인 미오리네가 속삭입니다.
 
미오리네:오늘 자정에 데리러 올게, 그때 깨어 있어야 해.
 
슬레타:자정이요?
그렇게 늦게 퇴원해요? 우리?
 
미오리네:응, 그렇게 됐네.
 
슬레타:그, 그러면 가게가 다 닫을텐데...(우물쭈물거려요)
 
미오리네:자고 일어나서 사러 나가면 되지.
같이.
 
슬레타:같이! 네네! 같이가요!
 
미오리네:좋아. 일이 있어서 이제 가볼게.
자정에 봐.
 
슬레타:(고개를 빠르고 끄덕이고는 침대에 걸터앉아요.)
네!
 
방문한 목적은 그것뿐이었는지, 조금 잰 몸짓으로 일어나서 외투를 걸쳐 입고 병실의 문을 엽니다.
 
나가기 직전 당신에게 작게 미소짓는 것조차 잊지 않네요.
 
서둘러 병실 바깥으로 나서서 문을 닫습니다.
 
<지능> 혹은 <관찰> 판정
 
슬레타:

슬레타

Spot Hidden

보통

성공
53vs.65
 
 
마치 무언가에 쫓기기라도 하는 것마냥 행동이 서툴고 서두르는 태가 납니다.
 
슬레타:(나랑 같이 가려고 그런가봐~)
 
문이 닫히며 타인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외부와 단절되는 소리가 당신만 남은 흰 방에 공허하게 울립니다.
 
혼자 남은 병실을 살펴볼까요?
 
슬레타:(좋아요)
 
▶ 병실
 
정갈하고 또 건조한 1인용 병실에 사람의 흔적이라곤 당신의 것밖에 없습니다.
 
누군가 드나들기는 하는 걸까요? 아니면 옆에 다른 병실이 있기는 한 걸까요.
 
약간의 소음도 없는 방 안은 침 삼키는 소리마저 크게 울릴 정도로 고요합니다.
 
병실 조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조사 포인트는 <협탁>, <창문>,<테이블> 그리고 <미닫이문>입니다.
 
슬레타:조용하네... 여기
(협탁을 열어봅니다.)
 
▷ 협탁
 
한 칸짜리 작은 <서랍>이 딸린 나무 재질의 협탁입니다.
 
위에 올려진 작은 <가습기>가 규칙적이고 조용한 기계음을 내면서 돌아갑니다.
 
슬레타:(서랍을 열어봅니다.)
 
▶ 서랍
 
부드러이 열리는 서랍의 내부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텅 비었습니다.
 
슬레타:(아무것도 없니? 생각해봅니다)

슬레타

Intelligence

보통

실패
90vs.55
 
비었네?
 
추운 겨울, 텅 빈 서랍 안.
 
쓸쓸해지는 기분이네요.
 
슬레타:빨리 밤이 오면 좋겠다.
(가습기나 봅시다.)
 
▶ 가습기
 
작고 가벼운 가습기에서 기화된 액체가 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건조하고 크고 황량한 이 병실에 가습기는 하나뿐이군요. 보고 있자니 나른해집니다.
 
슬레타:(창문으로 가볼게요.)
 
▷ 창문
 
창틀에 작은 다육식물이 하나 올려진 창문입니다.
 
유리는 별로 깨끗하지 않고 창틀에는 먼지가 쌓였습니다.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것 같지는 않죠, 1인실을 사용하는 환자의 방인데도요…….
 
슬레타:다육이~ (손으로 만지작거리다가 테이블 쪽으로 돌아갑니다.)
 
테이블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슬레타:여기는 전부 비었네? 끙...
(링거줄을 이끌고 미닫이문쪽으로 가봅니다.)
아무도 없나?
 
▷ 미닫이문
 
미는 방식으로 여닫을 수 있는 회색 문입니다.
 
분명 당신도 이 문을 통해 들어왔었을 텐데 기억은 아득하기만 합니다.
 
문은 굳게 닫혀있습니다.
 
슬레타:(덜컹거리며 문을 밀어봐도 안 열리네요.)
왜지...?
(근력을 사용합니다.)

슬레타

Strength

보통

실패
91vs.70
 
 
너무 오래 누워있었던 모양이네요... 링거에 피가 역류합니다.
 
슬레타:이러면 안되는 거 아닌가...
(축 처진 상태로 베드로 돌아갑니다.)
 
보통 환자가 있는 병실의 문을 안에서 잠그면 잠갔지 바깥에서 잠글 수 있는 구조로 만들던가요?
 
이건 마치, 병실보다도 누군가를 가두고 격리하는 꼴에 더 가깝지 않습니까.
 
SANC 0/1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성공
32vs.60
 
 
<지능> 판정
 
슬레타:

슬레타

Intelligence

보통

성공
45vs.55
 
 
어쩐지 심상치 않은 바깥의 분위기, 부서진 것처럼 부유하는 기억들,
 
잔뜩 가라앉아 적막한 분위기의 공간과 범죄자를 수감하는 것마냥 바깥에서 잠그도록 설정된 미닫이문.
 
당신은 지금 평범한 병원에 평범한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평범한 입원 절차를 밟고
 
입원해 있는 게 아닌 듯 합니다.
 
슬레타:...자정에 오신다고 했는데.
정말 오실 수 있나...
(살짝 기가 죽습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금세 해가 떨어집니다.
 
겨울이라 낮이 짧은 탓인지, 몇 번 눈 깜빡였을 뿐인데 순식간에 저녁이 왔습니다.
 
꼬르륵...
 
새삼스레 배가 고픕니다.
 
일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먹었으니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하얗고 쓸쓸한 병실에는 핸드폰은커녕 평범한 벽시계도 하나 없어서 현재를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순간 노크 소리가 들려옵니다.
 
슬레타:네!
 
이번에도 이어지는 전자음은 이제 심상찮게만 들립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은 채 문이 열리고, 간호사가 깨어 있는 당신을 보고 당황한 표정을 짓습니다.
 
<심리학> 판정
 
슬레타:

슬레타

Psychology

보통

실패
29vs.10
 
식사시간인가요?
 
이해할 수 없는 얼굴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여상스러운 낯을 한 간호사가 몇 번씩이나 말을 고르다가 입을 엽니다.
 
간호사: 슬레타씨, 깨어나셨군요. 너스콜을 누르셨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요,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슬레타:너스콜?
 
간호사: (조금 서두르며) 네, 너스콜이요.
 
슬레타:(그런 게 있구나)
 
간이 테이블에 식사─그마저도 포장된 빵과 샐러드 따위가 전부이긴 합니다마는─를 차린 간호사가 잰걸음으로 병실을 나섭니다.
 
드르륵, 하고 미닫이문이 열리는 소리.
 
그 어떤 단어도 더 듣지 않겠다는 듯 간호사는 조금 세게 문을 닫습니다.
 
탁 소리와 함께 다시 한번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습니다.
 
슬레타:밥이 적다...
(빵을 뜯고 입에 한입 넣습니다.)
스프라도 있었으면 좋을텐데.
 
병원밥 치고는 나름 달달짭짤하네요.
 
슬레타:잉...
(다 먹었지만 양이 적습니다.)
 
<지능> 판정
 
슬레타:

슬레타

Intelligence

보통

실패
84vs.55
 
 
간이 테이블에 널부러진 식기가 왜 이렇게 공허해 보일까요.
 
본능적으로, 아까 그 간호사가 다시 당신을 방문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슬레타:밥...
조금만 더 주지.
 
미닫이문은 여전히 잠겨 있습니다.
 
시계가 없는 것 역시 여전한지라 시간을 가늠할 수도 없습니다.
 
하늘은 계속 어두워지는군요.
 
확실한 것이라곤 미오리네가 다시 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피상적이고 진위조차 불분명한 사실 하나뿐입니다.
 
슬레타:(자정까지 얼마나 남았을까요)
 
……그리고, 시간이 또 얼마나 지났는지조차 가물가물할 무렵에,
 
*
 
똑똑.
 
*
 
이제는 질릴 지경인 노크 소리가, 그리고 무언가를 누르는 전자음이 들려옵니다.
 
오늘 오전과 다른 점이라면 미닫이문이 아주 천천히 조심스레 열렸다는 점일까요.
 
문이 완전히 열리고 한 손에 코트를 든 미오리네가 보입니다.
 
다른 손은 제 입가에 가져다 대어 조용히 하라는 의사를 전달하고 있군요.
 
슬레타:(방긋 웃습니다.) 미오리네씨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미오리네:쉿, 조용히 해.
 
슬레타:(조용히) 네.
 
미오리네는 급히 벽을 더듬어 병실의 불을 끕니다.
 
미오리네:(조용히 속삭이며) 따로 챙겨야 할 짐은 없는거지?
 
슬레타:네네. 짐 없었어요.
옷은 벗을까요?
환자복이니까.
 
미오리네:좋아, 얼른 나와... 조심해서...
아니, 안 갈아입어도 되니까.
 
슬레타:알았어요.
숨바꼭질 하는 거 같아요.
밤이라서.
 
미오리네:조금 추울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코트만 입고 나가자.
숨바꼭질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겠네.
밤이라서... 다른 사람들이 깰지도 모르니까.
 
슬레타:(코트를 걸치고 나갈 준비를 합니다.)
 
미오리네:(기다려주다가 슬레타의 손을 잡아 끕니다.)
 
당신은 미오리네의 손에 이끌려 기묘한 병실을 나섭니다.
 
절대로 당신을 내보낼 것 같지 않던 미닫이문이 드르륵 소리와 함께 열리고,
 
곧 정갈히 닫힙니다.
 
내디딘 복도는 과연 적막하고 또 고요하기만 합니다.
 
게다가 불이 단 하나도 켜지지 않아서 굉장히 어두워요.
 
바깥에서 보니 병실의 미닫이문에 달린 잠금장치가 보이는군요, 비밀번호를 입력해서 여닫는 방식이었나 봐요.
 
미오리네가 서둘러 나가자며, 이쪽으로 가면 비상계단이 있다며 당신의 손을 잡아끕니다.
 
떠나기 전, 복도에 <관찰> 판정
 
슬레타:

슬레타

Spot Hidden

보통

어려움성공
21vs.65
 
 
당신의 병실 앞, 무언가 담긴 카트가 보입니다.
 
슬레타:(뭐지?)
 
얼핏 보기엔 주사기와 주사바늘 그리고 여러 약품 따위의 실루엣으로 보입니다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전에 미오리네가 당신을 끌고 비상계단으로 향합니다.
 
슬레타:(주사기)
 
얼핏 보았던 무색의 액체가 반쯤 찬 투명한 병에 <펜토바르비탈>이라는 라벨이 붙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슬레타:(그런 게 뭔지 알리가 없죠.)
 
미오리네:뭘 보고 있는거야? 나가자.
 
슬레타:네, 나가요.
 
<민첩>, <도약> 혹은 <건강> 판정
 
슬레타:

슬레타

Dexterity

보통

성공
45vs.60
 
 
<행운> 판정
 
슬레타:

슬레타

Luck

보통

성공
49vs.50
 
 
삼 층에는 아무도 없는 모양이네요.
 
슬레타:(조용하다...)
 
<민첩> 판정
 
슬레타:

슬레타

Dexterity

보통

어려움성공
30vs.60
 
 
<행운> 판정
 
슬레타:

슬레타

Luck

보통

실패
96vs.50
 
 
이 층에 도착하자, 저 멀리에서 울리는 발소리가 들립니다.
 
미오리네:(숨 죽이고 슬레타를 끌고 계단을 내려갑니다.)
 
슬레타:(얌전)
 
<민첩> 판정
 
슬레타:

슬레타

Dexterity

보통

성공
41vs.60
 
 
<행운> 판정
 
슬레타:

슬레타

Luck

보통

실패
95vs.50
 
(도와줘 미오리네씨.)
 
계단에 있던 유리 조각이 발에 박혀 상처를 입습니다.
 
HP - 1, SANC 0/1.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극단적성공
12vs.60
 
(아차, 피난다.)
 
미오리네:(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 채로 일단 끌고 나갑니다.)
 
슬레타:(피난 부분을 바지 밑단으로 가리고는 쫑쫑거리며 따라갑니다.)
 
한참을 그렇게 달리고 나서야 병원의 유리문 바깥으로 나섭니다.
 
겨울의 새벽, 군청색 공기가 당신을 감싸안습니다.
 
유리창을 통하지 않고 맨눈으로 본 세계는 병원에서 보던 것과 달리 그다지 황폐하거나 스산해 보이지 않고,
 
여전히 공기가 차갑고 바람이 건조함에도 겨울 새벽이라는 배경에서 기인한 고즈넉한 운치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쩐지 이 모든 풍경이 처음 보는 것처럼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만 않았더라면,
 
이 추운 겨울 밤에 달랑 코트 한 장 입고 있지만 않았더라면,
 
바닥의 으슬으슬한 냉기가 욱씬거리는 맨발을 타고 뼛속까지 전해지지만 않았더라면,
 
훨씬 더 낭만적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오리네:(여기까지 나오면 괜찮겠지... 그제서야 슬레타를 돌아봅니다.)
 
슬레타:(쿨쩍, 코를 먹습니다.)
 
미오리네:많이 춥지? 버스를 타면 좀 괜찮을거야.
 
슬레타:저, 그러면 잠깐만.
이거 좀.
(발을 보여줍니다.)
 
미오리네:아... 잠시만, 기다려봐.
(들고 있던 가방에서 응급키트를 꺼내서 슬레타의 맨발을 치료합니다.)
 
HP +1
 
슬레타:따가워요.
 
미오리네:신발까지는... 생각을 못했어. 급해서.
 
슬레타:급해요?
 
미오리네:곧 크리스마스잖아.
 
슬레타:아, 그래서구나.
크리스마스 기대돼요!
 
미오리네:다행이야. 그 전에 퇴원해서.
 
슬레타:헤헤.
 
미오리네:자, 다 됐다!
버스 타러 가자.
 
슬레타:네! 네!
 
버스 정류장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 흔한 가로등마저 몇 개 없어서 주변이 어둑합니다.
 
어지간히 외곽이 아니고서야 가로수며 등 몇 개 정도는 있을 법도 하지 않나요?
 
미오리네가 당신의 손에 깍지를 줘서 힘 줘서 잡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이 타야 할 버스가 도착합니다.
 
지금까지 어떤 정류장에서도 멈추지 않은 듯, 이 정류장도 지나치려던 것을 미오리네가 간신히 잡았습니다.
 
슬레타:집까지 얼마나 걸려요?
 
미오리네:조금 걸릴 것 같은데.
그동안 크리스마스에 뭐 할지 얘기하자.
 
슬레타:와! 좋아요.
저는 폭죽 터트리고 싶어요!
 
미오리네:그래, 좋아. 밖에서라면.
 
슬레타:스파클링 와인이랑요.
또 케이크는 딸기가 좋아요.
제일 큰 거 잘라서 드릴게요.
그리고 또.
치킨도요.
 
미오리네:좋아. 전부 다 하자.
나도 몇개 생각해둔게 있지.
 
슬레타:어떤 건데요?
 
미오리네:집에 가서 얘기 해줄게.
 
슬레타:네, 좋아요!
 
승객 없이 텅 비어 있으나 휑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오히려 버스 내부의 따스한 공기에 몸이 녹습니다.
 
기사가 크게 틀어둔 라디오에서 철 지난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려옵니다.
 
*
 
I just want you for my own, more than you could ever know.
 
Make my wish come true…… oh,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
 
덜컹거리는 규칙적인 진동. 오로지 둘만 태운 버스가 새벽의 도로를 나아갑니다.
 
크리스마스 캐럴과 포근한 공기, 당신의 손을 놓으려 들지 않는 미오리네.
 
영화에나 나올 법한 고즈넉한 분위기에
 
미오리네:(슬레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댑니다.)
피곤하지? 잠깐 좀 자.
 
슬레타:도착하면 깨워줄래요?
 
미오리네:응.
 
슬레타:(미오리네의 머리카락에 뺨을 비비적 대다가 하품을 크게 합니다.)
그럼 조금.
 
미오리네:잘 자.
 
슬레타는 그대로 잠에 빠집니다.
 
누군가 당신의 귀에 대고 속살댑니다.
 
???:가엾은 슬레타, 고작 미오리네라는 여자와 시간을 낭비하는 꼴이라니.
 
정체를 알 수 없는 몽중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습니다.
 
???:네겐 돌아갈 곳이 있어 그건 미오리네가 아니야,
미오리네가 언제까지 네 곁에서 네 편을 들어줄 것 같아?
무슨 목적으로 너를 데리고 나왔을까? 설마 정말 고작 '크리스마스 파티' 때문일까?
 
당신을 충동질합니다.
 
그러니 눈을 뜨라고.
 
더 먼 곳을 보라고.
 
더 높고 위대한 곳 향해 나아가야 하므로 고작 미오리네 따위와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당장 그 목을 조르라고.
 
맨발로 바깥을 활보하라고.
 
크게 웃고 크게 울고 온갖 모독적인 저주를 소리 내 외치며,
 
광인처럼 번들대는 눈동자로 세상을 마주하라고.
 
SANC 1/1D3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성공
44vs.60
 
이상한, 소리...
 
<듣기> 와 <정신력> 복합 판정
 
슬레타:

슬레타

Listen

보통

어려움성공
20vs.65
 

슬레타

Power

보통

실패
90vs.60
 
 
이 목소리, 익숙합니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제안하던,
 
버스를 타고 집에 가자고 이야기하던,
 
미오리네의 목소리가 아닌가요?
 
SANC 0/1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실패
68vs.59
 
...
크리스마스 파티.
좋은 걸.
 
목소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중얼댑니다.
 
거슬려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의식이 멀어지지만 잠드는 것과 같은 포근함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 기이한 적막.
 
*
 
무어라 대꾸하기도 전에 정신이 암흑에 잡아먹힙니다.
 
희끄무레한 햇빛이 창을 통해 들어오는 오후,
 
포근한 오리털 이불과 베개에 부드럽게 감싸인 상태로 슬레타는 눈을 뜹니다.
 
야심한 새벽에 귀가한 탓인지 기상 시간이 늦습니다.
 
침대 근처에는 내던져진 겉옷이 보이고, 벽에 걸린 시계가 오후 세 시 이십일 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옆에는 아직 잠들어 있는 미오리네가 보입니다.
 
늦게 잠든걸까요, 피곤에 짓무른 눈가.
 
그럼에도 고고해보이는 사람.
 
아주 혹독하고 시린 겨울 속에 던져 놓아도 오래오래 홀로 살아갈 것만 같은…….
 
<정신력> 판정
 
슬레타:

슬레타

Power

보통

성공
46vs.60
 
헤헤, 미오리네씨. 잠꾸러기~
 
미오리네:...아.
 
슬레타:벌써 3시예요.
 
눈을 뜬 미오리네는 한참 멍하니 당신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슬레타:오늘은 뭐하실래요?
좀 더 자고 싶어요?
 
미오리네:아, 아냐. 일어나야지...
너무 늦게 일어났네.
 
슬레타:(침대에서 일어나서 건강하게 웃습니다.)
점심먹어요!
 
미오리네:(피곤에 절은듯 힘겹게 일어나 앉습니다.)
그래, 나가야하니까 간단하게 먹자.
 
슬레타:네~ 여기 물이랑.
많이 피곤해요?
 
미오리네:뭐, 조금.
(물을 받아서 마십니다.)
 
슬레타:씻는 거 도와드릴까요?
어차피 같이 나갈거니까.
 
미오리네:하아?
...시간 절약은 되겠네.
 
슬레타:그쵸!
 
미오리네:좋아. 같이 들어가자.
 
슬레타:그럼 식사 먼저 해둘게요!
토스트면 됐죠?
 
미오리네:아냐, 넌 얼마전까지 환자였잖아.
내가 해줄게.
 
슬레타:네~
(얌전히 식탁에 앉아있습니다.)
 
미오리네:심심하지 않겠어? 좀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슬레타:으음. 그럼 핸드폰으로 놀고 있을까요?
 
미오리네:글쎄, 아무거나. 지금 집에 재밌는게 없어서.
나가서 이것저것 사올게 많아.
 
슬레타:역시! 파티 도구죠?
고깔모자?
 
미오리네:네가 말했던 폭죽도 사야지.
 
슬레타:후후, 맞아요.
10개 묶음으로 살거예요.
 
미오리네:금방 동나겠는데.
 
슬레타:폭죽만 터트릴 건 아니잖아요.
밥도 먹고 케이크도 자르고
밤에 또 놀거잖아요.
 
미오리네:...아무튼, 신경 쓰이니까.
다른 데 가있어!
 
슬레타:네에~
 
현재 위치는 거실이며, <침실>, <거실> 그리고 <주방>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슬레타:(거실을 두리번 거립니다.)
뭐 놀 게 없나?
 
▶ 거실
 
적당히 넓고 건조한, 휑하기 짝이 없는 거실입니다.
 
바닥에 깔린 붉은 러그만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자더니 정작 집은 하나도 꾸며두지 않았군요.
 
거실 가운데의 밋밋한 트리가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슬레타:헉, 트리!
 
조사 포인트는 <트리>, <소파> 그리고 입니다.
 
<텔레비전> 입니다.
 
슬레타:(트리 먼저)
 
▷ 트리
 
붉은 크리스마스 러그 위에 올려진 크리스마스 트리는 아직 하나도 꾸며지지 않았습니다.
 
트리의 아래에는 아직 포장도 뜯지 않은 장식용 전구와 볼, 리본, 래터링 아크릴, 솔방울 등의 장식이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슬레타:(이건. 꾸미라는 걸거야.)
솔방울을 제일 위에 단다.
많은~ 솔방울~
 
미오리네:(아무것도 모르는 미오리네는 열심히 요리를 합니다....)
 
슬레타:(솔방울로 가득한~ 트리)
간간히 전구도 달고~
리본도 짠~
(솔방울이 가득 달린 트리 완성)
 
멋진 트리가 완성 되었습니다.
 
굉장히 야생적인 미가 느껴집니다.
 
슬레타:(이제 소파로 가서 텔레비전을 틀어봅니다.)
 
▷ 2인용 소파
 
아이보리색 소파 위에는 산타와 루돌프가 그려진 못생긴 모양 쿠션이 놓여 있습니다.
 
TV를 틀자 영화 채널이 송출됩니다.
 
지금은 러브 액츄얼리가 상영되고 있군요.
 
*
 
더 나쁜 일들을 생각했어.
 
사랑보다 더 큰 고통이 대체 어디에 있는데요?
 
……그래, 네 말이 맞구나.
 
*
 
<관찰> 판정
 
슬레타:

슬레타

Spot Hidden

보통

어려움성공
14vs.65
 
 
영화가 계속해서 흘러가던 중, 화면에 잠시 뉴스 속보를 알리는 붉은 자막이 나타났다가 이내 사라집니다.
 
……뭐라고 써있던 거죠? 뉴스 속보를 왜 저렇게 빠르게 전달하는 건가요?
 
<정신력> 판정
 
슬레타:

슬레타

Power

보통

실패
69vs.60
 
 
얼핏 스쳐지나간 속보에
 
전국에 폭설 예상, 이번 크리스마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별걸 다 속보로 송출하는군요.
 
슬레타:와~ 눈이다~
미오리네씨한테 말해줘야지~
(주방으로 갑니다.)
 
미오리네:응? 아직 준비가 덜 됐는데.
 
슬레타:이번 크리스마스에 눈온대요!
 
미오리네:화이트 크리스마스네.
 
슬레타:그렇죠?
 
미오리네:크리스마스엔 나가서 광장에 있는 트리를 보자.
 
슬레타:분위기 있어요~ 사람도 많겠다.
로맨틱해요~
 
미오리네:좋아할 것 같았어.
 
슬레타:역시 미오리네 씨예요.
도와드릴까요?
 
미오리네:아니, 할 수 있으니까...
 
슬레타:미오리네 씨가 그렇다면야.
 
미오리네:(조심스럽게 칼로 토마토를 썰며) 정신 사나우니까 부를때 다시 와줄래?
 
슬레타:네에~
(그럼 침실로 갈래요)
 
▶ 침실
 
곤색의 깔끔한 침구가 올려진 푹신한 침대, 한쪽 벽면에 선 전신거울과 책장.
 
미오리네의 것으로 보이는 책상과 서랍.
 
생활감이 느껴지는 작은 방의 바닥에는 당신과 미오리네가 어젯밤 벗어던진 코트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조사 포인트는 <전신거울>, <책상>, <서랍>, <옷장> 그리고 <미오리네의 외투>입니다.
 
슬레타:(바닥에 있는 외투를 주워듭니다.)
어제는 그대로 침대로 가버려서 내팽개쳤었지?
(주섬주섬)
 
▷ 미오리네의 외투
 
어젯밤에 미오리네가 입고 있던 외투입니다.
 
꼭두새벽에 집에 들어오고 나서, 외투를 옷걸이에 걸어둘 새도 없이 대충 벗어던지고 그대로 침대로 갔었죠.
 
슬레타:(아무래도)
(주머니 속에 뭔가 있을까요?)
 
외투의 주머니에서 종이쪽지 하나가 만져집니다. 외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습니다.
 
슬레타:(읽어봅니다.)
 
▶ 종이쪽지
 
쪽지의 안에는 네 자리 숫자가 휘갈겨 적혀 있습니다. 이게 무슨 숫자죠? 생일도, 어떤 날짜도 아닌 것 같은데.
 
슬레타:(무슨 숫자지?)
 
<지능>으로 생각해볼까요?
 
슬레타:

슬레타

Intelligence

보통

실패
63vs.55
 
 
어쩌면 당신이 잊고 있는 기념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슬레타:(숫자만 읽어봅니다.)
 
3023 라고 써있네요
 
슬레타:3023? 무슨 숫자지?
(다시 접어서 몰래 집어넣습니다.)
(책장으로 가봅니다.)
 
▷ 책상
 
생활감이 느껴지는 책상 위에는 펜, <몇 권의 책>과 담뱃갑 따위가 올려져 있습니다. 구석에는 <포스트잇 뭉치>도 보입니다.
 
슬레타:(몇 권의 책을 둘러봅니다.)
미오리네 씨의 책이다.
 
▶ 몇 권의 책
 
평소 미오리네가 관심을 보이던 것과는 다른 서적들입니다. 평범하네요…… 취향이 바뀐 걸까요? 별달리 눈에 띄는 것은 없습니다.
 
슬레타:(포스트잇도 궁금하네요.)
 
▶ 포스트잇 뭉치
 
구석에 쌓여 있는 포스트잇 뭉치에는 다양한 활자가 적혀 있습니다.
 
<장 봐올 목록>, <크리스마스 준비물>, <청과점 사장님 전화번호> 등.
 
당신에 대한 내용도 보입니다─<슬레타와 함께 할 것 목록>. =
 
포스트잇 세 장쯤을 이어 붙인 긴 목록입니다.
 
슬레타:(셋 다 읽어봅니다.)
 
어글리 스웨터 입기 / 구움과자 먹으러 가기 / 크리스마스 트리 꾸미기 / 나 홀로 집에 보기 / 같이 민스파이 굽기 / 캐럴 틀어두고 밤새워 놀기 / 겨우살이 아래에서 입맞추기 /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 먹기 / 자정에 집 앞 광장에 나가기……
 
목록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슬레타:우와아...
(못본 척하며 내려둡니다.)
키스...
(그부분만 자꾸 생각납니다.)
(서둘러 서랍을 열어봅니다.)
 
▷ 서랍
 
세 칸으로 이루어진 흰 원목 서랍입니다. 책상의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는 걸로 보아 필기구 따위가 들었을 것 같습니다.
 
세 칸 모두 살펴볼 수 있습니다.
 
슬레타:(모두 보죠.)
(위부터)
 
▶ 첫 번째 칸
 
대충 보기만 해도 어려운 내용이 가득한 공책이 여러개 들어있습니다. 빽빽하게 미오리네의 필기체로 적혀져있습니다.
 
슬레타:미오리네 씨는 똑똑하니까.
글씨체도 예뻐.
 
▶ 두 번째 칸
 
아직 개시하지 않은 새 담배 몇 갑과 정체모를 액체가 든 병이 들어 있습니다.
 
슬레타:이건 뭐지? (병을 들어올립니다.)
 
겉보기엔 잘 모르겠네요. 라벨 조차 붙어있지 않습니다.
 
슬레타:(다시 집어넣습니다.)
 
▶ 세 번째 칸
 
작은 노트 한 권 외에는 텅 비었습니다.
 
노트의 두께를 보아하니 두께를 보아하니 신문 따위를 스크랩해두는 노트인 것 같습니다.
 
슬레타:(노트를 열어봅니다.)
 
노트를 펼친다면,
 
몇 장의 신문을 제외하고는 스크랩북 속에서 건질 내용은 없는 것 같습니다.
 
스크랩된 신문들마저도 최근의 것이고, 내용이 부실하고 양이 적습니다.
 
슬레타:어떤 내용이지?
 
적힌 내용은…… 지구 멸망에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대충 요약하자면
 
어느 우주적 존재로 인해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른다,
 
현재 전 세계의 과학자들과 지식인들이 협동해서 이를 막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정도겠네요.
 
그다지 영양가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신문에 이런 저급 찌라시를 싣다니 정말 어지간히 실을 내용도 없었던 모양이죠.
 
미오리네는 왜 이런 저질 신문을 스크랩해둔 걸까요?
 
슬레타:(다시 덮어둡니다.)
흥흥~ 다른 거~
(옷장 보러갑니다.)
 
▷ 옷장
 
깔끔한 원목 옷장의 안에는 겨울용 외투와 스웨터, 니트 따위가 들었습니다.
 
옷장 안에서 섬유유연제 향이 진하게 나는 것을 보아 정리한 지 얼마 안 된 모양입니다.
 
슬레타:(킁킁 맡습니다.)
미오리네 씨 냄새.

슬레타

Spot Hidden

보통

성공
41vs.65
 
 
옷 사이로 잠겨있는 캐리어가 보입니다.
 
슬레타:(캐리어에 숫자 자물쇠가 걸려있나요?)
 
숫자 자물쇠도 있고 옆에 다른 잠금 장치도 붙어있습니다.
 
철저하게 잠궈두었네요.
 
슬레타:이건 못풀겠다.
(아쉬워하면서도 괜시리 툭툭 건드립니다.)
(전신거울로 가봅니다.)
 
▷ 전신거울
 
벽면에 선 전신거울에 당신의 몸이 비칩니다.
 
거울을 통해 바라보는 자기 자신이란 으레 그렇듯 꽤 낯설군요.
 
당신의 몸인데도 어쩐지 당신의 것 같지 않고,
 
약간은 이질적입니다.
 
<정신력> 판정
 
슬레타:

슬레타

Power

보통

성공
50vs.60
 
 
거울 속의 당신은 빤히 당신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거울 속의 당신이 당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관찰> 판정 할 수 있습니다.
 
슬레타:

슬레타

Spot Hidden

보통

실패
78vs.65
 
 
별달리 눈에 띄는 점은 없군요. 거울에 묻은 작은 얼룩이 보입니다. 닦아놓는 게 좋겠어요.
 
슬레타:(닦아둡니다.)
 
미오리네:슬레타! 다 됐으니까 나와.
 
슬레타:네에~
(가기 전에 이불 한번 킁킁대다 나갑니다.)
 
▶ 주방
 
미오리네가 손수 차린 간소한 식탁입니다.
 
약간 그을린 토스트와 무른 샐러드, 하지만 토마토만은 완벽한 상태네요.
 
슬레타:맛있어보여요~ 미오리네씨!
 
미오리네:(미소 지으며) 많이 먹어.
 
슬레타:(미오리네가 해준 거니까 제 몫 전부 먹습니다.)
 
미오리네:(깨작 깨작 먹다가) ...어때?
 
슬레타:마잇서요.
(토마토도 포크로 찍어서 먹어요.)
 
미오리네:또 해줄게.
 
슬레타:와아~
다 먹고 씻으러 가요~
 
미오리네:좋아. (포크를 내려 놓습니다.)
 
겨울 공기가 선선한 오후입니다.
 
해가 벌써 반쯤 떨어지긴 했지만 나름대로 운치가 느껴져요.
 
단출하던 미오리네의 집과는 다르게, 온 거리가 성탄을 축하하는 분위기로 꾸며져 있습니다.
 
상록수를 감싼 색색의 전구들과 금빛으로 빛나는 건물들,
 
잎이 다 떨어져 앙상한 나무들도 붉은 볼 장식과 금빛 전구를 매달고 빛납니다.
 
가히 찬란합니다.
 
3군데를 둘러 볼 수 있습니다.
 
슬레타:미오리네 씨! 저희 뭐할까요?!
커플룩 사요! 우리!
 
미오리네:그럼 옷가게 먼저 들어가볼까?
 
▶ 옷 가게
 
맑은 도어벨 소리. 따뜻한 가게 내부의 공기가 꽁꽁 언 귀를 녹입니다.
 
분홍색과 흰색을 메인으로 꾸며진 아름다운 가게의 중앙에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귀엽고 괴상한 어글리 스웨터들이 잔뜩 걸려 있습니다.
 
초록색 바탕에 BIRTHDAY BOY라는 종이 피켓을 든 예수의 모습이 프린팅된 스웨터, 빨간색 바탕에 선글라스를 낀 고양이와 트리가 프린팅된 스웨터,
 
검은색 바탕에 루돌프의 코가 정중앙에 박힌 입체적인 스웨터……. 외에도 멀쩡한 겨울용 옷들도 보입니다.
 
슬레타:와 저 스웨터! 너무 귀여워요~
(루돌프 코를 가리키면서)
루돌프씨~
 
미오리네:(입가에 손을 가져가서 웃으며) 너 같아.
 
슬레타:귀엽다는 뜻이죠?
 
미오리네:...귀여워.
 
슬레타:헤헤, 미오리네씨도 귀여워요.
저기 봐요! 공룡 스웨터도 있어요~
 
미오리네:(다른 옷들을 살피다가 공룡을 보고 웃습니다.)
네가 고른 티가 나네.
 
슬레타:미오리네 씨도 같은 거 입으실래요?
 
미오리네:그럼 네가 골라줘. 이번만 어울려줄게.
 
슬레타:그럼 미오리네씨는 스테고사우르스요.
전 티라노할래요~
 
미오리네:(아, 그럴 것 같았어.)
그래, 그렇게 하자. (그렇게 말하고 다른 옷걸이들을 살펴봅니다.)
 
옷을 골랐으니 계산을 해야겠네요.
 
슬레타:미오리네 씨! 계산해주세요!
(자신만만함)
 
미오리네는 계산대로 다가오는 게 아니라 되려 조금 당황한 낯으로 당신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미오리네:(잠깐 멈칫하다가 다가가서 슬레타 옆에 서서 지갑을 꺼냅니다.)
자, 계산 해주세요.
이제 어디 갈까? 더 볼 건 없지?
 
슬레타:네~ 선물 사러 가요~
 
미오리네:(슬레타의 손을 잡습니다.)
 
▶ 선물 가게
 
발랄한 캐럴이 울려 퍼지는 선물 가게의 안에서는 달콤한 초콜릿 냄새가 납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내부에는 문구류를 비롯한 잡화, 스노우볼과 인형, 값비싼 오르골과 빈티지 브로치 등의 다양한 선물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미오리네:(가게에 도착하자 잡은 손을 풀고 진열된 걸 살펴봅니다.)
 
슬레타:(미오리네 씨한테 선물할 거...)
(돈은 없지만)
 
한참 미오리네의 선물을 고르고 있었을까요,
 
연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슬레타에게 말을 겁니다.
 
A: 애인 선물 고르시는 거예요? 어쩜, 로맨틱해라.
 
슬레타:헤헤헤. (바보같이 실실 웃습니다.)
 
수다스러운 데다가 오지랖까지 넓은 커플인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 이것저것 들이대며 추천해주네요.
 
A: 자기는 크리스마스에 내가 뭘 주면 좋을 것 같아?
 
B: 나라면…… 반지는 어때?
 
A: 그래? 그렇구나. 이거 어떠세요? 분명 마음에 들어할 거예요! 아, 저희가 너무 오지랖이 넓었나요?
 
슬레타:(반지...?)
 
B: 아, 그렇네. 죄송합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니까 설레서 그만 아무나 붙잡고 떠들어 버렸네요.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A: 잘 있어요~! 메리 크리스마스!
 
슬레타:메리크리스마스~
(미오리네 씨한테 반지... 너무 예쁠 거 같은데.)
그치만 호수도 모르는데...
(약지만 만지작거려요.)
 
미오리네:(조금 넋나간 표정으로 곁에 다가옵니다.)
 
슬레타:미, 미오리네씨!
(땀만 잔뜩 흘립니다.)
 
미오리네:아, 응. 왜 그래?
 
슬레타:..........바, 반지.
같이 고르면 안 돼요?
반, 지.
반지요.
 
미오리네:...보통 이런 건 깜짝 놀래키면서 주지 않아?
 
슬레타:그치만 저 호수도 모르는걸요.
 
미오리네:자. (왼손을 내밉니다.)
 
슬레타:그리고... 취향도 모르니까요.
아,
(열심히 재보는 흉내라도 내봅니다.)
(사실 껴봐야 아는거지만)
 
미오리네:(하는 짓을 보며 소리내서 웃습니다.) 끼워줄래?
 
슬레타:(빠르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커플링이요.
 
미오리네:응.
직접 골라줘.
 
슬레타:아! 네!
백금 반지가 좋아요...
미오리네 씨를 닮은 색...
 
미오리네:(눈으로 진열대를 훑으며) 비슷한 색은 있네.
 
슬레타:네네, 있어요.
이건 어때요?
(가운데 보석이 박힌 디자인의 반지입니다.)
 
미오리네:좋아.
사이즈가 맞으면 좋겠네.
(보석의 색만 다른 같은 디자인의 반지를 가리키며) 너는 이걸로 하는게 어때?
 
슬레타:네네!
 
미오리네:(진열대의 반지를 꺼내고 슬레타의 왼손을 듭니다.)
(슬레타 손 아래에 손을 넣어서 왼손을 피고, 약지에 반지를 끼워줍니다.)
 
슬레타:와아.... 와...
 
미오리네:자, 딱 들어가네.
 
슬레타:미, 미오리네 씨도.
제가 끼워드릴게요.
 
미오리네:(귀 끝이 살짝 붉어지며 끄덕입니다.)
 
슬레타:(달달 떨면서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줍니다.)
 
미오리네:(손에 끼워진 반지를 들어서 봅니다.)
알잖아, 호수.
 
슬레타:네에...
이제 알아요.
 
미오리네:(왼손으로 슬레타의 손을 깍지껴서 잡습니다.)
만족해?
 
슬레타:네! 네!
 
미오리네:이제 어디 가고 싶어?
 
슬레타:4
 
▶ 서점
 
큰 건물의 지하 1층에 위치한 서점입니다.
 
들어서자마자 온갖 자기계발서와 에세이들이 잔뜩 올려진 매대가 보입니다.
 
공기는 따뜻하고 서점 특유의 책 냄새가 나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슬레타:좋은 냄새~
 
미오리네:(슬레타의 손을 잡은 채로 서가를 살펴봅니다.)
 
슬레타:뭐가 있어요?
 
<행운> 혹은 <관찰> 판정
 
슬레타:

슬레타

Luck

보통

성공
43vs.50
 
 
서가의 구석, 눈에 띄는 제목의 작은 책이 보입니다.
 
<ㅇㅇㅇㅇ와 다른 신들>이라는 제목의 포켓북입니다.
 
……이런 책이 왜 이 서가에 있죠? 어쩐지 눈에 밟힙니다.
 
슬레타:이상하네.
(펼쳐봅니다.)
 
SANC 1D4.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실패
78vs.58
 
2
 
크툴루 신화 기능치 +1
 
슬레타:(인상을 쓰고 이리저리 둘러봅니다.)
이상한 책이네.
 
……갑자기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고 흉중에 강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동시에, 고막을 거치지 않고 뇌에 직접적으로 박히는 음성이 있습니다.
 
???:그분을 모셔야 해,
그분께 이 세계를 바쳐야 해,
태고의 혼돈이자 모든 것의 시작.
가장 위대하고 가장 삿된 존재…….
 
SANC 0/1.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어려움성공
16vs.56
 
(머리를 흔들어 잡념을 없앱니다.)
미오리네 씨는 뭐하시지?
 
미오리네:(책을 손에 들고 걸어오고 있습니다.)
왜 그래? 고개를 흔들던데.
 
슬레타:머리가 갑자기 띵해서요.
겨울바람을 너무 맞았나봐요.
 
미오리네:...독감이 덜 나은걸까.
얼른 들어가자. 어두워지겠다.
 
슬레타:네네!
 
바깥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냈던가요?
 
하늘 끝자락에 가물가물 걸렸던 해는 뚝 떨어졌고, 고요한 밤이 찾아왔습니다.
 
얼굴에 휘감기는 차가운 공기와 눈앞에 광활히 펼쳐진 거리는 청결합니다.
 
건물과 나무에 걸린 전구들이 반짝 빛나서 해가 걸려 있던 때보다도 훨씬 아름답게 보입니다.
 
집으로 향하던 길, 둘은 거대한 트리가 세워진 광장을 지나칩니다.
 
큰 성당의 앞 광장에 세워진 트리가 찬란한 광채를 뿜으며 여러 연인들을 불러모으고 있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너무 늦어버렸지만, 내일─그러니까, 크리스마스 이브─은 이 트리를 보러 오자고 했었죠.
 
미오리네가 잠시 멈춰서는군요.
 
미오리네:저게 이 근방에서 제일 아름다운 트리래.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슬레타:아! 예뻐요.
알아봐주셨나봐요.
기뻐요!
 
미오리네:(미소를 지어보입니다.)
게다가 크리스마스로 넘어가는 자정에 저 트리 앞에서,
입맞추는 연인들은 절대로 헤어지지 않는다고 하던데.
 
슬레타:아! 저, 저... 하고 싶어요...
미오리네 씨랑.
 
미오리네:응. 나도.
 
슬레타:헤, 헤헤.
 
<정신력> 판정
 
슬레타:

슬레타

Power

보통

성공
53vs.60
 
 
……어쩐지 시선이 트리에서, 정확히는 트리의 꼭대기에 달린 유리 재질의 별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어디에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그 음성이 마치 어린 아이가 부르는 것마냥 맑고 또한 성가대가 부르는 것마냥 지고하여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음악이 당신을 부르고 있습니다.
 
머리속에서 울리던 목소리가 당신에게 다시금 속살거립니다.
 
그분께 가야 해. 그분을 모셔야 해.
 
모든 것의 어머니이자 아버지,
 
가장 추악하고 가장 외설적이고 가장 불합리하고 가장 사특하며,
 
동시에 그 무엇보다도 지고하신 존재─
 
<듣기> 판정
 
슬레타:

슬레타

Listen

보통

실패
87vs.65
 
 
???:▒▒▒▒께!
 
머리가 아픕니다. 머리가…….
 
슬레타:윽. 머리가.
 
SANC 0/1.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성공
56vs.56
 
 
옷자락을 옭아매는 손길이 느껴집니다
 
절박하고 또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미오리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서 계속 무시하는 거야, 가자니까!
 
슬레타:...왜 그런 얼굴로.
죄, 송해요.
갈게요...
 
미오리네:...응.
(슬레타의 옷깃을 잡아서 끕니다.)
 
걸음을 재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도착합니다.
 
현관문을 단단히 잠근 미오리네가 신발을 벗으며 한숨을 내쉽니다.
 
슬레타:(손가락을 꼬물거립니다.)
 
미오리네:...오늘은 같이 영화 보지 않을래?
 
슬레타:아! 네. 볼래요.
저 보고 싶어요!
 
미오리네:(털썩, 하고 쇼핑백을 아무데나 던져놓습니다.)
(거실에 있는 꾸며진 트리를 만지작 거립니다.)
 
슬레타:트, 트리.
꾸며놨어요.
(쇼핑백을 정리하면서 말합니다.)
 
미오리네:(한번 슬레타 쪽을 봤다가 트리로 다시 시선을 돌리며) 같이 꾸미려고 했는데.
 
슬레타:아앗...
앗!
(눈치만 보면서)
다시 할까요?
 
미오리네:아냐, 멋지네.
(솔방울을 손끝으로 툭 건들입니다.)
 
슬레타:(기분이 풀린걸까 생각하며 짐정리를 끝냅니다.)
 
미오리네:오늘 산 스웨터, 꺼내줄래?
 
슬레타:네네!
(귀여운 공룡 스웨터를 꺼내줍니다.)
 
미오리네:(건네 받으며) 먼저 영화 보고 있어.
 
슬레타:(입어줄건가봐)
(나도 입어야하려나)
(두근두근)
 
영화 채널에서는 마침 나 홀로 집에 시리즈가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벌써 공룡 스웨터로 갈아입은 미오리네가 머그컵에 인스턴트 양송이 수프를 담아 오네요.
 
따뜻한 것을 담으면 색이 변하는 머그컵인지, 컵의 표면에 그려진 작은 하트들이 하얗게 빛납니다.
 
<정신력> 판정
 
슬레타:

슬레타

Power

보통

실패
95vs.60
 
(스웨터에 정신이 팔려있나봄)
 
그런데 순간,
 
머그컵에 그려진 모양들이 기묘하게 일그러집니다.
 
형체가 없는 무언가, 부정형의 아주 모독적이고 또 혼란스러운…….
 
SANC 0/1.
 
……머그컵은 멀쩡합니다.
 
미오리네가 왜 그러느냐는 듯한 표정으로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실패
77vs.56
 
미오리네 씨가 예뻐서요...
 
미오리네:허어?
이거나 먹어. (머그컵을 건냅니다.)
 
슬레타:앗! 네!
(따뜻한 스프를 입에 머금습니다.)
 
미오리네:(옆에 앉아 슬레타 어깨에 머리를 기댑니다.)
 
슬레타:따뜻해요.
 
미오리네:이제 머리는 괜찮아?
 
슬레타:괜찮아요. 집도 따뜻하고, 미오리네 씨도 옆에 있으니까요.
담요 가져와서 덮어드릴까요?
 
미오리네:아니, 지금이 좋아.
 
슬레타:헤,헤헤.
스웨터 잘 어울려요.
 
미오리네:...칭찬이야?
 
슬레타:칭찬이죠!
제가 좋아하는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 입어줬는데요!
 
미오리네:흐응.
그래? (허리를 껴안습니다.)
 
슬레타:흡! (숨을 한번 들이키다가 내쉽니다.)
그, 그으.
안아도 돼요?
 
미오리네:(한번 소리내서 웃으면서) 어떤 의미로?
 
슬레타:전부요...
 
미오리네:좋아... 와줘.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이윽고 당신의 어깨에 툭 하는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미오리네가 당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들어 있었습니다.
 
*
 
기분이 이상해집니다.
 
전혀 유쾌하지 않은 방향으로요.
 
자정을 갓 넘긴 시간.
 
영화 한 편이 끝나고 다음 영화 사이까지 잠깐의 광고가 송출될 무렵.
 
색색이는 숨소리, 휘영청 뜬 달빛과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성당의 대형 트리.
 
포근한 크리스마스 러그에 어깨에 얹힌 온기까지 혐오스러울 점이라곤 단 하나도 없는데도,
 
왜 미오리네의 숨소리가 이다지도 거슬리는 걸까요?
 
<정신력> 판정
 
슬레타:

슬레타

Power

보통

어려움성공
28vs.60
 
 
아주 충동적으로 미오리네의 목을 졸라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요,
 
원래 당신이 이토록 폭력적인 사람이던가요?
 
SANC 0/1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실패
94vs.55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정신 차리자.
 
어쨌든 당신도 슬슬 잠들어야 할 때입니다.
 
미오리네를 침대에 데려다줄까요?
 
슬레타:(안고는 침대로 데려다 줄래요.)
 
……문득 미오리네가 웅얼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잠꼬대인가요?
 
<듣기> 판정
 
슬레타:

슬레타

Listen

보통

실패
72vs.65
 
 
미오리네:……하지만 이건…… 하잖아, 아직…… 두기엔…….
 
슬레타:잠꼬대하신다.
헤헤헤.
(잠든 미오리네을 꼭 껴안고 웃고만 있어요.)
 
당신이 행복하다면 됐습니다.
 
당신은 꿈을 꿉니다.
 
당신은 종말의 한가운데에 서서 바닥을 향해 낙하하는 철골들과 꺼지는 땅과 무너지는 콘크리트 건물들을 보고 있습니다.
 
날카로운 인간의 비명이 온 사방을 울리고, 도망치는 짐승의 다리가 깨진 바위의 파편에 베여 무너집니다.
 
죽고 쪼개진 나무들이 곳곳의 길을 막고, 마주하는 것조차 모독적인 여러 이계의 생물들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끔찍한 소리를 냅니다.
 
그리고, 둥, 둥, 하고 울리는 지옥의 북소리와 모독적이고 기형적인 피리 소리의 한가운데,
 
그 모든 것들의 중심에서 당신은 마주합니다.
 
형태조차도 불분명한 최후의 황폐함,
 
모든 멸망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 중심에서 부글대며 존재할 가장 태고의 혼돈.
 
모든 모독적인 것들의 어머니이자 아버지, 태초의 근원점.
 
그런데 어째서 당신은…….
 
SANC 1/1D3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어려움성공
22vs.54
 
 
……당신은 눈을 뜹니다.
 
아직 해가 다 뜨지 않아 어슴푸레한 아침입니다.
 
희미한 미온의 햇빛이 넓은 창을 통해 들어와 방 안과 침대 위를 비춥니다.
 
적당히 선선하고 차가운 공기, 포근한 오리털 이불. 낭만적인 크리스마스 이브를 꼽으라면 손에 꼽힐 법한 장면이군요.
 
미오리네는 곁에 없습니다.
 
주방에서 달그락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먼저 일어나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모양이에요.
 
슬레타:미오리네씨가... 먼저 일어나셨어!!
(서둘러 몸단장을 하고 나섭니다.)
미오리네씨!
(뒤에서 안아도 돼요?)
얍!
 
미오리네:아!?
잠깐, 슬레타! 위험하잖아!
 
슬레타:그래도...
안돼요?
 
미오리네:나참... (식탁에 그릇을 내려놓습니다.)
(몸을 돌려서 마주 안습니다.)
 
슬레타:너무 좋아요~
 
미오리네:(한번 가슴에 얼굴을 부비고 떨어지며) 밥 먹자.
 
슬레타:네에~
 
식탁에는 제법 그럴듯한 크리마스 이브의 아침이 차려져 있고,
 
주방의 창을 통해서 햇빛이 눈부시게 들어옵니다.
 
고전 캐럴들이 집안의 분위기를 환기시킵니다.
 
미오리네가 보다 만 건지 어젯밤에 미처 끄지 않고 잠들었던 건지,
 
켜져 있는 거실의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옵니다.
 
……는 여전히 행적이 묘연한 것으로 밝혀져,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수사 협조 및 제보가 필요하오며…….
 
그러나 이어지는 뉴스는 듣지 못했습니다.
 
자몽청을 식탁에 올린 미오리네가 TV를 꺼버렸으니까요.
 
슬레타:뭔가 사건이 있었나봐요.
(우물우물)
 
미오리네:그러게.
아무 일도 아닐거야.
 
슬레타:미오리네 씨가 그렇다면요.
 
……문득 미오리네의 다른 손에 들린 식칼이 눈에 들어옵니다.
 
과일을 썰다 왔나 봐요, 손에 들린 과도는 작지만 날이 잘 갈려 있어 번뜩입니다.
 
<정신력> 판정
 
슬레타:

슬레타

Power

보통

성공
38vs.60
 
 
왜 이러는 거죠? 기분이 나쁩니다.
 
SANC 0/1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실패
76vs.53
 
과도 이리 주세요. 제가 할게요.
저 이제 토끼사과도 만들 줄 알거든요.
 
미오리네:뭐?
언제 연습했대.
자, (손잡이 쪽으로 돌려서 건넵니다.)
 
슬레타:(과도를 받고 그대로 연습했던 토끼사과를 깎아냅니다.)
후후후. 저의 비장의 한 수예요.
 
미오리네:풉, 대단하네.
 
슬레타:헤헤헤. 좋아해주실 줄 알았어요.
 
미오리네:(포크로 사과를 찍어서 가져갑니다.)
 
포크가 사과를 무참하게 푹 찍습니다. 과즙이 흘러나오는 모습이 뇌리에 꽂힙니다.
 
<정신력> 판정
 
슬레타:

슬레타

Power

보통

성공
58vs.60
 
(잘먹는구나.)
 
계속 사과를 보는 당신의 눈길에 의아했는지,
 
사과를 한번 더 찍어서 당신의 입가에 들이댑니다.
 
미오리네:먹고싶어?
 
슬레타:(고개를 끄덕입니다.) 네!
 
미오리네:(슬레타의 입에 사과를 넣어줍니다. 턱을 괴고 먹는 모습을 봅니다.)
 
슬레타:(아삭아삭)
 
미오리네:(너구리 같아.)
나중에 먹게 미리 준비 해놓을까?
칠면조랑 민스파이.
 
슬레타:같이 만들거죠?
 
미오리네:응, 도와줄래?
 
슬레타:물론이죠!
저만 믿으세요.
 
미오리네:믿음직스럽네.
 
요리를 끝내고 나니 정신 없이 오전이 지나갔습니다.
 
구울 준비를 끝낸 칠면조와 슈가파우더를 뿌린 민스파이가 냉장고 안에 들어갑니다.
 
뒷정리까지 끝마친 미오리네는 어제 다 못한 데이트를 마저 하자고,
 
자기는 먼저 씻겠다고 말하고서는 대답을 듣기도 전에 욕실로 들어갑니다.
 
<정신력> 판정
 
슬레타:

슬레타

Power

보통

실패
93vs.60
 
 
미오리네가 근처에서 사라지고 나니 더더욱 확실해집니다.
 
이 모든 일이 어쩐지 꿈처럼 몽롱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러고 보면 병원에서 보낸 시간에 대한 기억은 아예 날아가 있었죠,
 
마치 누군가 인위적으로 도려낸 것처럼.
 
……사실은 크리스마스 이전에도 미오리네와 함께 울고 웃으면서 지냈던 게 바로 어제처럼 느껴지다가도,
 
그게 진짜로 있었던 일인지 아니면 당신이 꾸었던 꿈 따위에 불과했는지조차 제대로 분간이 되지를 않습니다.
 
기실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너는 사실 '미오리네씨'와 보내는 성탄절 따위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네가 기다리던 건 단 하나뿐이야……
전율과 환희, 파쇄와 퇴락.
이 세계를 집어삼킬 최초이자 최후의 혼돈!
 
……미오리네가 욕실에서 나옵니다.
 
머리에 수건을 얹고 탈탈 털며 자기는 먼저 외출 준비를 하겠다고 말하네요.
 
부재에서 기인한 모든 생각들이 깨끗이 지워집니다.
 
어서 씻고 외출 준비를 하는 게 좋겠습니다
 
슬레타:저도 씻을게요!
 
미오리네:그래, 준비하고 있을게.
 
슬레타:(서둘러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갑니다.)
 
미오리네:(침실로 들어갑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공기는 어제의 것과는 또 다릅니다.
 
약간 톡 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제의 공기보다 더 차가운 것 같기도 하고.
 
아직 오후 두 시도 채 되지 않아 그런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웠던 거리는 조금 빛이 바래고 지쳐 보입니다.
 
분명 모든 것이 어제와 같은데도, 형형색색의 전구에 불이 들어와 있고
 
각종 장식들도 찬란한 태양빛을 반사하고 있는데도 밤에 본 것과 차원이 달라요.
 
그럼에도,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모두가 환영해 마지않는 주 예수 오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세 곳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슬레타:(디비디 가게 가보죠.)
 
▶ DVD 가게
 
넷플릭스와 왓챠 따위의 구독 서비스가 비디오 시장을 말살시킨 것이 벌써 오래 전입니다만,
 
여전히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어딘가에는 있기 마련입니다.
 
미오리네가 그런 부류였었나요? 들어서자마자 바쁘게 밴드의 음반부터 찾아보네요.
 
기왕 도착한 거 DVD 하나쯤 구매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습니다.
 
<행운> 판정
 
슬레타:

슬레타

Luck

보통

실패
82vs.50
 
 
크리스마스 특선 영화들은 잘 눈에 띄지 않아요.
 
대신하여 구석에 박힌 슬래셔 영화 몇 편의 DVD가 눈에 들어옵니다.
 
<정신력> 판정
 
슬레타:

슬레타

Power

보통

실패
67vs.60
 
 
찢어질 것 같은 비명이 당신의 고막에 쑤셔박힙니다.
 
이 목소리는…… 당신의 것입니다.
 
슬레타:(놀라서 귀를 막습니다.)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당신의 것이요.
 
슬레타:뭐, 뭐지?
 
SANC 1/1D2.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실패
62vs.52
 
2
 
미오리네:(다급하게 달려옵니다.) 왜 그래?
 
슬레타:??뭔가 비명소리가...
기,분 탓인가
 
미오리네:...괜찮아.
아무 일도 없을거야.
 
슬레타:네... 아무 일도 없겠죠?
 
미오리네:응, 내가 있잖아.
 
슬레타:미오리네 씨는 뭐 고르셨어요?
(슬쩍 손을 잡습니다.)
 
미오리네:(마주 잡아서 깍지를 낍니다.)
네가 좋아할 만한거.
 
슬레타:(뭘까?)
 
미오리네:(다른 쪽 손으로 평범한 로맨스 DVD를 흔듭니다.)
 
슬레타:이거 유명한 로맨스 영화죠?
 
미오리네:응, 봤어?
 
슬레타:안 봤어요. 미오리네 씨랑 만난 후에 바쁜 일만 잔뜩이어서...
 
미오리네:그래? 오늘 보면 되겠네.
나도 안봤거든. 바빠서.
누구랑 놀아주느라.
 
슬레타:그럼 크리스마스 파티하고!
 
미오리네:광장에서 트리도 봐야지.
 
슬레타:맞아요!
 
미오리네:좋아, 다른 곳도 가볼까?
 
슬레타:디저트가게로 가요~
 
▶ 디저트 가게
 
짙은 원목 재질로 꾸며진 고급스러운 디저트 가게입니다.
 
향긋한 버터 냄새가 코끝을 맴돌고 분위기 있는 클래식 음악이 편안하게 귀에 스며듭니다.
 
가게 내부에서는 다양한 케이크와 쿠키, 빵, 구움과자 등을 판매하고 있어요.
 
미오리네:말했던 딸기 케이크도 살까?
 
슬레타:네네!
저 딸기 좋아해요!
폭죽도 사요!
 
미오리네:엄청 좋아하네.
알았어, 사자.
 
슬레타:홀케이크로 살까요?
며칠동안 나눠먹어도 좋아요.
 
미오리네:며칠 내내 먹으면 질려버릴걸?
 
슬레타:이틀이면 먹지 않을까요?
 
미오리네:그렇게 금방?
케이크만 먹을려고?
먹어야 될게 많은데.
 
슬레타:(흘끗 미오리네를 보고는)
그러게요.
 
미오리네:(옆구리를 살짝 찌르며) ...색마.
 
슬레타:에헤헤.
 
미오리네:홀케이크로 할게.
 
슬레타:네에~
 
디저트 가게를 나온 슬레타는 길가에 떨어진 신문을 한 부 발견합니다.
 
슬레타:(신문을 붙잡습니다.) 엇차.
 
바닥에 나뒹구는 신문의 1면에는 대문짝만한 속보가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요. 왜 이러는 거죠?
 
<정신력> 판정
 
슬레타:

슬레타

Power

보통

실패
69vs.60
 
 
왼쪽 구석에 적힌 기사가 또렷이 눈에 들어옵니다.
 
기상청은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릴 확률이 80% 이상이라는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과연 이번 크리스마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수 있을까요?
 
슬레타:분명 눈이 온다고 했지?
눈사람도 만들어야지~
 
미오리네:뭘 주워서 보고 있는거야. (신문을 뺏습니다.)
 
슬레타:크리스마스때 눈이 온다는 거요.
 
미오리네:(뺏어간 신문을 눈으로 훑습니다.)
...그래?
잘됐네.
 
슬레타:그렇죠?
 
▶ 액세서리 가게
 
고급스러운 흰색으로 꾸며진 액세서리 가게의 내부, 은은한 조명이 정교하게 세공된 보석들에 반사되어 아름답게 빛납니다.
 
가격대가 좀 있어 보이지만 크리스마스를 맞아 세일 중이라고 하니 잠깐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습니다.
 
슬레타:(그렇지만 반지는 샀으니까요)
둘러보기만 할까요?
 
미오리네:그래, 시간도 있으니까.
 
슬레타:악세사리가 많네요.
반지는 물론 목걸이도 있고.
 
미오리네:어제의 가게보단 가격대가 있네.
 
슬레타:전문점이라 그럴까요?
 
미오리네:(목걸이를 하나 들어서 봅니다.)
 
슬레타:붉은 보석이네요.
 
미오리네:그러네.
네 머리색 같아.
 
슬레타:이거랑 세트인게 흰색 보석이에요.
 
미오리네:이거도 맞춰서 할까?
 
슬레타:(끄덕끄덕)
 
미오리네:네가 흰색으로 해.
 
슬레타:네네!
 
가게를 나오니 날이 어두워졌습니다.
 
슬레타:날이 많이 어두워졌어요.
 
과연, 날이 어두워지고 나니 아름답던 거리가 되살아납니다.
 
미오리네:감기 걸리겠다.
 
슬레타:꽉 여며주려구요?
 
미오리네:너 어디서 그런 거 들었어.
 
슬레타:으음~ 누구에게려나요~
 
미오리네:참나, (작게 소리내 웃으며 슬레타 코트를 꽉 여며줍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걸맞는 생명력이 거리를 찬란하게 비춥니다.
 
오늘은 둘이 집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의 만찬을 즐기기로 한 날이고,
 
거리들은 마치 그런 둘의 오붓한 계획을 축복하듯 찬란하게 빛납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던 길, 문득 전례 없는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당신은 이 느낌을 잘 압니다. 무언가 아주 중요한 걸 잊어버린─
 
혹은, 잃어버린─사람이 으레 겪곤 하는 그런 감정.
 
그러고 보니, 미오리네가 당신과 함께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작성해뒀던 포스트잇에 무슨 내용이 있었죠?
 
<지능> 판정
 
슬레타:

슬레타

Intelligence

보통

어려움성공
13vs.55
 
(키스!)
(미오리네 씨랑!)
 
이로보케.
 
어글리 스웨터 입기, 완수. 구움과자 먹으러 가기, 완수. 크리스마스 트리 꾸미기, 혼자서 했죠. 나 홀로 집에 보기, 완수. 민스파이 굽기, 완수. 캐럴 틀어두고 밤새 놀기, 어제 대충 완수한 걸로 칩시다. 겨우살이 아래에서 입맞추기…… 이건 하면 되고, 자정에 집 앞 광장에 나가기, 이것도 하면 되고, 분명히……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 먹기가 적혀 있지 않던가요?
 
슬레타:(에에...?)
(키스...)
 
확실해요, 레스토랑에도 가겠다고 했었잖아요.
 
귀갓길에는 다양한 음식점이 있습니다.
 
고가의 파인 다이닝을 판매하는 레스토랑은 물론이고 인도 음식 전문점, 터키 음식 전문점, 패스트푸드 전문점과 제과점까지.
 
통상적인 저녁 시간을 약간 빗겨나갔으니 자리도 충분히 있을 거예요.
 
게다가 내일은 크리스마스가 아닙니까, 크리스마스에는 분명 모든 레스토랑들이 문을 닫을 겁니다.
 
……레스토랑에 가겠다는 생각을 잊어버린 걸까요,
 
아니면 금세 생각이 바뀌기라도 한 걸까요?
 
슬레타:(그, 그렇구나. 기억이 날 거 같아요.)
 
키스에 정신이 팔려 더 깊게 생각이 이어지지 않네요...
 
슬레타:(아무래도요...)
 
마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젯밤 지나쳤던 트리의 근처를 걷는 당신의 시야에 누군가 밟힙니다.
 
이 추운 겨울에 옷도 제대로 입지 않고 비척대며 성당에서 걸어나오는 사람이 보입니다.
 
중년의 여자는 몇날 며칠을 제대로 잠들지 못한 것처럼 안색이 퀭하고 입술이 버석거립니다.
 
……그러고 보면 슬레타의 어머님께서 꼭 저 정도 나이가 되셨을까요,
 
유령처럼 귀신처럼 발소리 없이 걸어나오는 여성은 굉장히 지쳐 보입니다.
 
슬레타:(엄청 피곤해보이셔)
 
<관찰>해볼 수 있습니다.
 
슬레타:

슬레타

Spot Hidden

보통

성공
49vs.65
 
 
세월이 스쳐 지나간 얼굴에서 거대한 슬픔이 엿보입니다.
 
……당신은 저런 표정을 잘 압니다.
 
상실의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 저런 얼굴을 합니다.
 
가장 사랑하는 이를 잃고 나서 채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못한 자,
 
이토록 잔인하고 폭력적인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알지 못하는 자의 낯.
 
미오리네:...뭐해? 안가고.
 
슬레타:아, 네! 갈게요. (신경쓰이시는 사람이 보인다곤 말을 못합니다.)
 
미오리네:그래. (힘줘서 집 쪽으로 이끕니다.)
 
슬레타:(그대로 딸려갑니다.)
 
둘은 문을 열고 다시금 둘만의 포근한 집안으로 들어섭니다.
 
……아뇨, 전혀 포근하지 않군요.
 
난방을 꺼놓고 나갔었던가요, 집안을 감도는 공기가 으슬으슬 차갑습니다.
 
불이 다 꺼진 집안, 여전히 아무런 장식도 없이 초라하게 서 있는 트리, 멈춘 크리스마스 캐럴과 부스럭대는 쇼핑백과 당신과 미오리네.
 
사이의 어색한 정적.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빛바랜 크리스마스 이브.
 
슬레타:어라...? 저희 난방 끄고 나갔나봐요.
 
미오리네가 온 집안의 불을 켜고 난방을 틀고 캐럴을 틉니다.
 
내던져진 쇼핑백이 덩그러니 바닥에서 구릅니다.
 
슬레타:(쇼핑백을 주섬주섬 챙겨요.)
(추우셨나봐)
 
……허둥거리는 미오리네의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슬레타:...?
(케이크를 냉장고 안에 넣습니다.)
미오리네 씨, 다 하셨어요?
그렇게 급하게 안하셔도 돼요.
 
미오리네:아냐, 시간이 얼마 안남았잖아.
 
슬레타:자정까지요?
 
미오리네:해야할 게 많은걸.
 
슬레타:그럼 이끌어줘요.
따라갈테니까.
 
미오리네:(한번 한숨을 푹 쉬고) ...좋아. 그럼,
(노래를 신나는 걸로 바꿔서 틉니다.)
아까 준비한 칠면조나 구워볼까.
 
슬레타:네네!
통으로 구을거죠?
 
미오리네:크리스마스 파티 해야지.
맞아. 구워줄래?
잠깐, 할 일이 있어서. 조리 하고 있어줘.
 
슬레타:(칠면조를 들고 양념할 준비를 합니다.)
 
미오리네:(침실로 들어갑니다.)
 
슬레타:칠면조 구이~
버터랑 채소랑, 소스랑.
오븐에 구워야지.
남은 건 내일 샌드위치에 껴서 먹어야겠다.
 
침실 쪽에서 조그맣게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슬레타:(미오리네 씨는 뭐하시는걸까?)
(손가락에 묻은 소스를 쪽 빨아먹습니다.)
자, 끝!
(미오리네 씨 안오시나?)
 
미오리네:(소리를 듣고 방에서 나옵니다.)
다 됐어?
 
슬레타:네!
 
미오리네:아까 사온 케이크 조금만 잘라서 줄래? (식탁에 앉습니다.)
 
슬레타:물론이죠!
(홀케이크를 꺼내서 딸기가 많은 부분을 잘라서 미오리네의 앞에 줍니다.)
 
미오리네:딸기를 이렇게 많이 주면, 너는?
 
슬레타:저는 미오리네 씨가 먹는 걸 보면 충분해요.
 
미오리네:...이쪽으로 와 봐.
 
슬레타:...? 네~
 
미오리네:(딸기 하나를 입에 넣어줍니다.)
 
슬레타:헤헤.
 
미오리네:맛있어?
 
슬레타:네에.
 
미오리네:(손가락으로 케이크의 생크림을 떠서 슬레타 입가에 묻힙니다.)
 
슬레타:어?
 
미오리네:(그대로 입가를 훑다가 입술에도 생크림을 묻힙니다.)
...크림은 맛있어?
 
슬레타:(할짝 핥고는) 너무 적어서 잘 모르겠어요.
(몸을 숙이고는) 좀 더 줄래요?
 
미오리네:(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면서 웃습니다.)
(포크로 케이크를 잘라서 입에 넣어줍니다.)
만족하지?
 
슬레타:(우물거리며) 저만 먹어요?
 
미오리네:나도 먹고 있잖아.
(슬레타를 쳐다봅니다.)
 
슬레타:왜 케이크만 먹어요?
나는요?
 
미오리네:...칠면조가 타버리면 어쩌려고 그래.
 
슬레타:제가 타이머 잘 맞춰뒀어요.
 
미오리네:(생크림을 제 입술에 묻힙니다.)
...케이크 더 먹을래?
 
슬레타:네.
 
삑.삑.삑.
 
타이머가 울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슬레타:짭.
꺼내고 올게요~
 
미오리네:하아...
(허리께를 주먹으로 툭툭 치면서 일어납니다.)
(주섬주섬 홈웨어 바지를 입고 식탁에 앉습니다.)
 
슬레타:잘 구워졌네요. 이대로 먹어도 되겠어요.
 
미오리네:응, 맛있어 보이네.
고마워.
 
슬레타:많이 드세요!
 
미오리네:너나 많이 드세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창밖에 다시금 완연한 흑색이 내려앉았습니다.
 
못생긴 공룡 스웨터를 입고 캐럴을 들으며,
 
전구와 솔방울 장식을 휘감고 휘영청 반짝이는 트리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미오리네가 당신의 손을 잡아끕니다.
 
미오리네:곧 크리스마스야, 슬레타.
밖에 나가서 광장에 선 트리를 보자.
 
슬레타:멋질거에요!
 
지금은 밤 열한 시 하고도 십 분.
 
크리스마스 이브가 끝나기까지,
 
그리고 크리스마스까지 앞으로 오십 분이 남았습니다.
 
밤입니다.
 
광장까지 딱 이십 분이 걸렸고,
 
크리스마스까지 딱 삼십 분이 남았습니다.
 
도달한 광장의 트리는 한층 더 아름답게 빛나고 있습니다.
 
길을 가던 연인들마저 멈춰서서 하염없이 트리를 쳐다보며 소원을 빌 정도로,
 
당장에라도 썰매를 탄 산타가 지나치는 모습이 보일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로…….
 
하지만 미오리네,
 
당신의 옆에 서서 당신의 손을 꽉 잡은 미오리네는 트리 아닌 당신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을 뿐입니다.
 
트리에 걸린 색색의 전구가 뿜는 빛,
 
그 빛들이 당신의 얼굴에 난반사되는 모습을,
 
당신의 얼굴 가장자리를 타고 빛무리가 지는 모습을.
 
마치 아주 귀중하여 어딘가에 꼭꼭 감춰두고 싶은 것을 목도하는 것처럼,
 
동시에 아주 슬프고 당장에라도 끌어안고 싶은 것을 마주하는 것처럼.
 
슬레타:왜 그런 얼굴이에요?
크리스마스에는 웃어야죠.
이렇게 같이 있는데.
 
미오리네:...그러네.
(입만 웃어서 보입니다.)
 
슬레타:이번년도도 슬슬 끝나가네요. 그래도 미오리네 씨랑 함께여서 좋아요.
크리스마스 이브도, 당일도, 내년에도 함께겠죠?
 
미오리네:당연하지.
어디 가버리면 가만두지 않을거니까.
 
슬레타:그렇게 되기 전에 계속 잡아주세요.
 
미오리네:(슬레타의 허리를 껴안고 가슴께에 얼굴을 묻습니다.)
 
슬레타:좋은 냄새.
 
미오리네:(허리를 껴안던 손으로 슬레타의 등을 한번 칩니다.)
 
슬레타:윽.
 
미오리네:바보.
 
슬레타:(똑같이 안아줄게요.)
 
이렇게 로맨틱하고 이상한 크리스마스가 또 있을까요.
 
정말 이상한 크리스마스였습니다.
 
병원 같지도 않은 병원에서 영문도 모른 채 탈출하고
 
병원에서의 일주일의 기억이 전부 날아가고,
 
미오리네는 자꾸만 무언가 숨기는 것처럼 굴고 신문의 글자들이 잘 보이지 않고.
 
심지어는 가끔 미오리네를 저주하는 말들도 들리던,
 
차라리 모두가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던 크리스마스.
 
그럼에도 지금의 분위기는 마치 그 모든 이질감을 보상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낭만적이기 짝이 없습니다.
 
문득 미오리네가 입을 엽니다.
 
미오리네:사실, 계속 이렇게 있고 싶었는데…….
 
목소리에 고인 슬픔의 총량을 차마 다 짐작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미오리네도 이상합니다.
 
왜 크리스마스를 즐긴다면서 내내 저런 표정이었던 걸까요.
 
왜 아주 슬픈 것을 마주한 자의 얼굴을 하고,
 
너무나 간절히 바라서 너무나 간절히 믿고 싶어하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그런데 생각을 더 이어가기도 전에,
 
─당신과 미오리네의 뒷덜미를 누군가 잡아챕니다.
 
슬레타:으엇!
 
헬멧 아래로 보이는 얼굴은 스무 살은 됐을까요,
 
앳된 얼굴의 경찰 한 명이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당신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었습니다.
 
SANC 1/1D2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실패
77vs.50
 
2
뭐하시는 거에요!
 
산 사람에게 총을 겨눠보는 건 처음인 걸까요?
 
……몇 번씩이나 진동하는 총구를 바로잡은 채 경찰이 말합니다.
 
경찰: 슬레타 머큐리, 미오리네 렘블랑. 당신들을,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공무 집행을 방해하고, 이 세계의 멸망을 꾀한 죄로 체포합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죠?
 
SANC 0/1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실패
72vs.48
 
그게 무슨 소리에요?
저흰 그런 적 없는데?!
 
경찰은 당신에게 무어라 말할 틈조차 주지 않고 새된 목소리로 소리칩니다.
 
경찰: 본래 체포하여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이 맞으나, 현재 성탄절이 5분도 채 남지 않았으므로
세계의 안녕을 위하여 슬레타 머큐리 당신을 즉결처분하겠습니다.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슬레타:미, 미오리네 씨!
 
총구가 올곧게 당신의 머리를 향하고,
 
……그러나 울린 것은 발포음 아닌,
 
미끄러진 권총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입니다.
 
눈앞의 경찰이 그대로 앞으로 넘어져 쓰러집니다.
 
슬레타:....어?
 
그리고, 그 뒤에는…… 주사기를 들고 있는 미오리네가 있습니다.
 
슬레타:....산건가? 잠, 잠깐만요.
미오리네 씨 그건.
 
미오리네는 한참 말이 없습니다.
 
슬레타:저 사람이 한 말 뭐예요?
이상해요!
이런 거!
 
눈물 잔뜩 머금어 일그러진 표정이 처절합니다.
 
제 자신보다 한 명의 인간을 더 소중히 여긴 자가 비로소 입을 열었습니다.
 
미오리네:슬레타, 미안해...
 
슬레타:아니, 아니에요.
울지 마세요.
 
미오리네:...수면마취제니까, 죽진 않았을거야.
 
슬레타:저, 저희 도망가요...
 
미오리네:...어디로?
 
슬레타:(뒤죽박죽이 된 머리를 정리못하고) ...아, 그, 그러니까.
 
미오리네:(슬레타의 팔을 힘줘서 잡습니다.)
네가 죽지 않으면... 세상이 멸망해.
 
슬레타:무슨, 소리에요?
 
미오리네:넌... '샨'이라는 외계 종족에게 잠식 당했어.
크리스마스에 무언가를 소환해서 세상을 멸망 시키려 했어.
...그래서 전 세계에서 셋을 잡아낸 후 죽이려고 했고,
이미 둘은... 죽었어.
 
슬레타:제가 마지막...이에요?
 
미오리네:...그래.
차마 네가 그렇게 죽는 꼴을 보지 못하겠어서,
방법을 찾으려고 빼왔어.
 
슬레타:미오리네 씨를 두고 가고 싶지 않아요.
 
미오리네:...방법을 찾아서, 틈틈히 제조했는데.
반쪽짜리 약 밖에 만들 수 없었어.
알고 있었는데도... 세상을 멸망 직전까지 몰아 넣었어. 내가, ...
 
SANC 1D3/1D5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실패
99vs.47
 
4
 
크리스마스 이브의 바람이 차갑습니다.
 
이질감의 정체가 밝혀지고 한 세계가 무너진 이후에도,
 
이 모든 절망과 멸망의 앞에서도 시간은 여전히 잘만 갑니다.
 
약간 비릿하고 씁쓸한, 눈물 냄새가 나는 겨울 바람이 당신의 뺨을 간질입니다.
 
이윽고는 콧잔등에 희고 찬 것이 내려앉고,
 
*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쏟아질 것처럼 많은 별이 박힌 맑은 하늘에서 크리스마스 이브가 끝나기까지 고작 오 분을 남기고,
 
턱에 고여 몇 방울씩 떨어지는 눈물처럼 눈송이가 뚝뚝 떨어집니다.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입니다.
 
*
 
미오리네가 당신에게로 다가옵니다.
 
생명줄 잡고 매달리는 환자마냥 당신의 손을 꽉 잡습니다.
 
마치 사형 선고 내려진 죄인처럼 처절한 낯을 하고.
 
광장 앞 성당에서 성탄절을 알리는 노래가 오르간 반주에 맞춰 울려 퍼집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
 
결국 알아버립니다.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바라마지않는 일.
 
오로지 당신에게만은 숨기고 싶어했던 세상과 미오리네의 가장 내밀한 비밀.
 
*
 
지금은 고요하고도 또 거룩한 크리스마스 전야,
 
지구상의 모든 인간이 당신의 죽음을 간절히 바랍니다.
 
미오리네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한채, 슬레타의 턱에 입맞춤을 합니다.
 
그러곤 떨어져서 챙겨온 가방을 꺼내듭니다.
 
가방 안에는 주사기 두개가 액체가 가득 찬 상태로 잠들어있습니다.
 
미오리네:(손으로 가리키며) 이쪽은... 내가 만든, 반쪽자리 약.
(다른 쪽을 가리키며) 이쪽은... 안락사 약이야.
 
슬레타:(훌쩍.)
 
미오리네:아무런 임상실험도 거치지 못했고, 부작용도 몰라.
 
슬레타:(훌쩍)
 
미오리네:슬레타, 네가 정해줘.
 
슬레타:저, 저는... 죽고 싶지 않아효오... 미오리네 씨랑 내년 크리스마스에도 같이... 훌쩍 살고 싶었는데 훌쩍.
겨, 결혼도 못했는데에.
 
미오리네:...나도, 같아.
...결혼, 하고 싶었어.
(한번 눈을 꾹 감았다가 뜹니다.)
...어떻게 하고 싶어?
네 선택에 따를게.
 
슬레타:훌쩍, 제 선택...
저, 저...
반쪽이라도...
근데... 아플 거 같으니까.
키스해줘요.
훌쩍
 
미오리네:슬레타, 고마워.
날 믿어줘서...
(주사기를 들고 슬레타의 목을 감싸안습니다.)
(이미 눈물에 젖은 입술을 슬레타의 입술에 부빕니다.)
 
슬레타:흐응...
 
그대로,
 
주사기를 슬레타의 목에 꽂아 넣습니다.
 
...정신이 흐려집니다.
 
시선의 마지막에 보이는 미오리네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습니다.
 
*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주의 부모 앉아서
 
감사 기도 드릴 때
 
아기 잘도 잔다
 
아기 잘도 잔다
 
이로써 세상은 안전합니다.
 
인류는 당신에 의해 이번 크리스마스를 잃었지만 당신을 통해 다음과 그 다음
 
그리고 또 그 다음의 크리스마스를 얻었고……
 
그 크리스마스에 당신의 자리가 있을까요?
 
이 고요하고도 거룩한 밤의 세상에 설 자리가 남아있을까요.
 
밤이 깊고, 내리는 눈에서는 더 이상 눈물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당신이 지켜낸 세계와 타인의 삶은,
 
광막하고 고요한 성탄의 밤은 처절하고 아름답습니다…….
 
뎅, 뎅. 성당에서 자정 알리는 종이 울립니다.
 
주 예수 나신 밤을 기리는 종소리가 열두 번 울리고,
 
고요한 성탄절이 도래합니다.
 
슬레타, 메리 크리스마스.
 
슬레타 ???, 미오리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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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6
 
COC 7TH Fan Scenario.
 
『음악실의 유령』
 
음유령
 
그 날의 너와 내가 가장 바라던,
 
그러나 오직 너만이 선택할 수 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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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KEPY - PL. 따웅
 
PC. 슬레타 머큐리 - KPC. 미오리네 렘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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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이익-
 
코드를 꽂아두었던 유리 티포트의 주둥이에서 수증기 빠지는 소리가 납니다.
 
월요일 오전 6시 50분.
 
학교에 가기 위해 당신은 평소와 같이 몸단정을 하고 식탁에 앉습니다.
 
유리 티포트를 들어 안에 있던 커피를 잔에 따르니, 진한 원두향이 코로 스며듭니다.
 
나쁘지 않은 아침이네요.
 
엄마:어머, 슬레타. 일어났니? 자리에 앉지 그러렴?
 
슬레타:네, 엄마.
 
엄마:요즘 세간이 뒤숭숭한 거 알고 있지?
다들 걱정이야. 에리도 문제 없어야할텐데.
빵 하나 토스트기에 넣어놨으니 하나 꺼내오렴.
 
빵 한조각을 입에 물고 당신은 TV를 켭니다.
 
TV에서 보이는 아나운서의 표정이 짐짓 심각해보이네요.
 
TV볼륨이 작아 정확히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들리지 않습니다.
 
슬레타:

슬레타

Listen

보통

성공
73vs.75
 
 
편성된 채널의 인트로격인 멘트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본격적인 보도가 시작됩니다.
 
아나운서:한 달 전 A시에서 시작된 유행성 전염병이 전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는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입자가 기이하게도 단백질 껍질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DNA나 RNA등의 유전체 또한 실재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더욱 특이한 점은 환자의 체내에서 발견된 바이러스 입자가 오존 분자와 유사한 형식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입자를 과연 바이러스 입자라고 일컬을 수 있겠느냐는 학계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아울러 전염성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동물에게서 동물에게로, 곤충 내지는 공기나 물을 통해서 감염이 이루어지는 병이 아니므로 전염병이라 칭하기에도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일부 학자들이 지구온난화의 가속으로 인한 미지의 바이러스일 가능성을 주장하는 한편, 당국을 포함한 WHO에서는 계속해서 질병의 감염 경로를 연구 중에 있습니다.
 
정형화된 톤의 아나운서 멘트가 마무리 되면 화면이 뒤바뀌며 블러 처리된 대형 병원들의 외관이 연이어 흘러나옵니다.
 
이번 전염병에 감염되면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피부가 트는 등 사람에 따라 각종 면역력 결핍 증상을 보이지만,
 
대표적인 증상은 서서히 저체온증 시달리기 시작하다 깊은 잠에 빠져드는 것이라는 기자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슬레타:

슬레타

Intelligence

보통

실패
82vs.45
 
(뭔가 큰일이 생겼나봐...)
 
전세계를 강타한 이번 유행성 전염병의 병명이 아직까지 공식 발표되지 않았음을 떠올립니다.
 
그나마 공통적인 증세라고는 저체온증을 앓게된다는 점 말고는 밝혀지지 않았다니까요.
 
참 기묘한 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나운서:이것으로 특별방송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슬레타:엄마는 괜찮아요?
 
엄마:엄마가 다니는 회사에는 아직 병에 걸린 사람은 없거든. 워낙 관리를 철저하게 해서 다행인데...
너희 학교가 문제지.
이미 여럿 걸려서 쉬는 애들이 나왔잖니.
 
슬레타:헤헤... 조심할게요.
 
엄마:그래, 조심해. 아픈 애들 근처에는 가지 말고.
엄마는 커피 좀 마시다가 갈테니, 먼저 등교하렴.
 
슬레타:네~ 다녀오겠습니다!
 
창으로 들어오는 빛에 먼지가 작게 떠다니며 공간을 채웁니다.
 
문을 열고 현관으로 나섭니다.
 
쌀쌀한 공기가 당신을 맞이합니다.
 
신발을 신고 거울을 확인하니 가슴팍에 간신히 달려있는 교복명찰에 눈이 갑니다.
 
곧 떨어질 것처럼 덜렁거리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대로라면 툭 하고 떨어져버릴지 모르겠네요.
 
슬레타:(앗.. 하교하고 꿰매야겠다...)
 
우선 주머니에 넣으시겠어요?
 
슬레타:(네)
 
좋습니다. 그럼 슬레타는 어떤 방식으로 등교를 하나요?
 
슬레타:(자전거를 타고 가겠습니다)
 
그럼 슬레타는 자전거를 꺼내서 안장에 걸터앉습니다.
 
언제나와 같은 등교길입니다.
 
그렇게 가다보면 어디선가 고즈넉한 클래식 곡이 연주되어 흘러나옵니다.
 
슬레타:

슬레타

Power

보통

극단적성공
11vs.75
 
 
구름이 조금 끼어있지만, 맑은 하늘에 가벼운 공기.
 
여유로운 아침을 만끽하며 잠시나마 붕 떠있던 기분이 노골적으로 가라앉습니다.
 
왜일까요? 피아노를 그만둔 뒤로 건반에 더 손을 댄 적은 없어도 곡을 듣는 것까지 거북했던 적은 없는데….
 
SANc 0/1.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어려움성공
36vs.75
 
 
이미 한 번 음악에 대한 의지를 저버린 탓인지 청각과 마음이 전같지 않습니다.
 
방금 느꼈던 메스꺼움도 그만둬버린 음악에 대한 내면의 적개심일까요..
 
아니면 미련일까요.
 
넓지도 좁지도 않은 시멘트 길의 인도를 따라, 같은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등교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서늘하고 건조한 공기가 칼칼한 입맛을 돋굽니다. 겨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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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통과는 여유롭게 세이프.
 
고개를 들어 당신의 반을 확인합니다.
 
당연하게도 당신은 3학년 A반이죠.
 
교실 뒷문을 열고 들어서면 후끈한 히터 바람 사이로 조례 직전 출석이 막 진행되려던 참입니다.
 
선생님:거~ 빨리빨리 앉아라.
 
C반 선생님의 불같은 호령이…
 
잠깐만, C반 선생님이요?
 
여긴 A반인데요?
 
그러고보니 자리 배치도 어제와 묘하게 다른 것 같은 기분이?
 
슬레타:어,엇!?
 
친구:야야, 슬레타 네 자리 내 뒤야.
 
슬레타:네,네!! (후다닥 친구 뒤에 앉습니다)
저기... 무슨일이야? 왜 C반 선생님이 계시지...
 
책상에 앉아 책가방을 내려둔 뒤 교실을 쭉 둘러봅니다.
 
당신은 한달전부터 시작된 유행성 질병으로 인해 텅텅 비어있던 열댓 개의 책걸상이 모르는 아이들의 머리통으로 빼곡히 들어차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비어 있었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아이들은 분명 본 적 없거나…
 
아니면 복도에서 한 번쯤 보았던 얼굴입니다.
 
역시 반을 잘못 들어온걸까요?
 
눈을 비비고 다시 살펴도 교탁 앞에 서있는 저 사람은 평소에 벌점을 남용하기로 유명한 그 C반의 담임 선생님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기엔 A반 아이들의 모습 또한 가득 찬 교실 속 틈바구니에 끼어 있군요.
 
친구:우리 합반했거든. 우리쌤 있잖아. 그 유행하는 질병에 감염돼서 병가 내셨대.
그래서 C반 호랑이가 통합담임을 맡는대잖아~
으으, 싫다.
 
슬레타:그렇구나...
 
친구:그래서 아침부터 책걸상 옮기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지각이나 할 걸.
괜히 일찍와서말야.
 
슬레타:헤헤... (머슥하게 웃습니다)
 
친구:너는 그래도 제시간에 와서 안했지만 좀 늦게 왔으면 나도 안했을텐데.
 
슬레타:선생님은... 많이 편찮으시대?
 
친구:글쎄. 나도 정확한건 몰라서.
아마 호랑이가 알려주지 않을까?
아, 출석체크 한다.
 
다시금 교탁으로 눈을 돌리면 출석체크 진행이 한창입니다.
 
선생님:A반 슬레타 머큐리.
 
슬레타:네!
 
선생님:그래. 슬레타 왔고... (출석부에 체크합니다.)
 
슬레타, 관찰력 판정
 
슬레타:

슬레타

Spot Hidden

보통

극단적성공
13vs.75
 
 
어쩐지 아까부터 얼굴 언저리가 따갑습니다.
 
이건 마치, 누군가 이 자리를 쭉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
 
고개를 휙휙 돌려봐도 짚이는 구석이 없습니다.
 
다들 하품을 하고 있거나 꾸벅꾸벅 졸고 있거나….
 
여느 때와 다름 없는 조례 풍경이네요.
 
선생님:흠흠. 그래 모두 모였군.
 
임시 통합 담임을 맡게된 C반의 선생님이 교탁 위로 출석부를 탕탕, 두어번 두드린 뒤 말합니다.
 
선생님:아까도 말했지만 뒤늦게 등교해 듣지 못한 사람이 있을테니 다시 한 번 공지한다.
갑작스럽겠지만 오늘부터 결석생 수가 많은 반을 임의로 묶어 합반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A반 선생님이 유행성 질병으로 병가를 내게 되셔서, 오늘부터 내가 A반과 C반의 통합 임시 담임을 맡게 됐고.
참고로 우리 반은 지금부터 A-1반이다.
이상, 조례 끝. 다들 조용히 1교시 준비하도록.
 
성황리에 황당한 공지를 일단락한 임시 담임 선생님이 안내를 끝마친 직후 교실 앞문 너머로 사라집니다.
 
몇몇 아이들의 얼굴에 불만의 기색이 내비쳐지는 한편, 원래 알던 사이인지 옆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아이들도 눈에 띕니다.
 
바뀐 임시 시간표에 따르면 1교시는 수학이라고 하네요.
 
친구:하... 이제야 갔네. 저 선생님.
 
슬레타:무,무서워...
 
친구:이시국에 학교라니 너무 무책임한거 아냐?
 
슬레타:어쩔 수 없나봐. 너도 건강해야 돼...!
 
친구:(가슴을 퉁퉁치며) 나야뭐, 건강하지.
그나저나 요즘 애들 전부 저체온 증상 때문에 장난아니더라.
그거 걸리면 몸이 얼음장같이 차가워진대.
 
슬레타:안그래도 날씨도 추운데... 걱정 돼.
우리 반 애들도 거의 못나오는 것 같고...
 
친구:그러니까 말야.
아아, 나는 수학 젬병인데. 너는 괜찮아?
다음 교시 수학이잖아.
 
슬레타:헤헤... 열심히 해야지.
 
친구:에휴, 그냥 빨리 끝나고 점심시간이나 됐음 좋겠다.
 
슬레타:(꼬깃꼬깃 급식메뉴안내를 꺼냅니다...)
 
오늘 점심은 스파게티, 바게트빵, 피클, 피크닉, 미트볼, 샐러드네요.
 
슬레타:(와 짱이다!)
 
친구:오늘 한 두 그릇 먹을거야.
 
슬레타:(약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친구:(손가락으로 툭툭 지류를 건드립니다.)
 
슬레타:나두.
 

 
점심을 해결하고 교실로 돌아와 바뀐 시간표를 재차 확인하면, 5교시는 음악 수업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교실 칠판에 노란색 분필로 작성된 커다란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C반 아이:5교시 음악이래~!
 
C반 다른 아이:교과서 챙겨서 음악실로 이동할 것!
 
C반 애들이 문구를 읽어주며 이동하고 있습니다.
 
하필이면 음악 수업이라니… 내키지 않습니다.
 
겨울의 이동 수업은 특히 더 귀찮은 구석이 있기도 하고.
 
책상 사물함이든 교실 사물함이든, 어쨌든 교과서를 챙기기 위해 내부를 뒤적이면 쉽사리 음악책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어쩐지 사용감이 영 낯익지 못합니다.
 
슬레타:(다른 사람 교과서인가?)
 
슬레타:

슬레타

Spot Hidden

보통

성공
49vs.75
 
 
교과서를 뒤집어 살핀 당신은 책 모서리에 적혀 있는 낯선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정갈한 글씨체로 3학년 C반 미오리네 렘블랑이라고 적혀 있네요.
 
아침부터 합반 수업을 위해 책걸상을 옮겼다더니 아무래도 그 소란스런 틈에 교과서가 뒤섞였나 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에요.
 
명확한 정보라고는 교과서의 주인이 C반의 학생이라는 점 뿐이고요.
 
오늘부터 전체 합반 수업을 진행한다고 했으니, 이 교과서의 주인도 5교시의 음악실에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상하군요. 사물함을 뒤져봐도 본인의 음악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슬레타:(출석 부를때도 못들었나요?)
 
네, 못들었습니다.
 
슬레타:(약간 이상하지만 얼른 찾아줘야겠다!)
 
음악실로 가시겠어요?
 
슬레타:(친구한테 교과서 보여달라고 해야겠다... 생각하고 음악실 갈게요)
 
*
 
3학년 A반은 3층, 음악실은 5층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최근 엘리베이터 고장 문제로 여지껏 수리가 미뤄지고 있으니 하는 수 없이 계단을 이용해 올라가도록 합시다.
 
수업 시작 종울림을 목전에 둔 시간인지라 복도는 한적하기만 합니다.
 
주욱 정갈하게 뻗은 복도 창 너머로 초록이 모두 지고 나뭇가지에서 그대로 얼어붙은 얼음 덩어리들이 가득합니다.
 
겨울이 불시에 목구멍에 들이닥친 듯한 기분.
 
그 막연함을 가르고 어디선가 나지막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옵니다.
 
슬레타:

슬레타

Listen

보통

성공
75vs.75
 
 
끊길듯 가냘픈 소리는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연주를 재개합니다.
 
당연하게도 저 복도 끝에 자리하고 있는 음악실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울러 더 듣고 말고 판단할 것도 없이 피아노가 연주되어 흘러나오는 소리임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이라면 더더욱 그럴 거예요.
 
. 아침에 들었던 곡소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속이 메스껍거나 신경이 날카로워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일까요? 과거에 당신이 꽤 좋아하던 곡이었기 때문일까요?
 
마치 태엽을 감듯 부드럽고 유연한 악상이 여운처럼 귓전을 맴돕니다.
 
흡사 굳어버린 고목나무처럼 못 박힌 듯 서서, 이어지는 곡조를 관청하다 보면…
 
꼭 본능처럼 되새겨지는 감상이랄 것이 남는 법입니다.
 
슬레타:

슬레타

Intelligence

보통

실패
46vs.45
 
(운 1차감 할게요)
 
…순간 가슴이 뛰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곡의 완성도가 훌륭하기 때문일까요?
 
상대는 템포와 리듬감 할 것 없이 악상의 표현이나 곡의 이해도 또한 뛰어난 편입니다.
 
연주자는… 고등학생이 아니지 않을까요?
 
당신이 알기로 이 학교에 이만큼이나 피아노를 잘 치는 학생은 없었습니다.
 
어쩌면 먼저 도착한 음악 선생님일지도 몰라요.
 
슬레타:(음악실 안쪽 창문 너머로 볼게요)
 
피아노에 가려져서 누군지 알 수 없습니다.
 
슬레타:(다른 친구들은 안보이나요?)
 
네, 보이지 않네요.
 
슬레타:(음악실에 들어갈게요)
 
그렇게 음악실의 문을 열려고 하자.
 
곧 아이들이 뒤에서 우르르 쏟아들어옵니다.
 
그와 동시에 피아노 연주도 끊겨버립니다.
 
슬레타:우왓...
 
C반 아이:근데 누가 피아노 연주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
 
C반 다른 아이:그러게? 아니면 그거 아냐? 이 학교 원래 음악실에 귀신 나온대.
 
C반 아이:뭔 소리야… 너 귀신 같은 거 믿냐?
 
C반 다른 아이:너야말로 못 들었어? 요즘 애들 없는 시간에 간간이 5층 음악실에서 피아노 연주 소리 난다는 거…
왜, 나 작년에 클래식 동아리에 아는 선배 있었잖아.
그 선배가 그러는데 축제 기간에 밤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있었던 적이 있더래.
달밤에 피아노 소리가 나서 눈 딱 감고 음악실 문을 열어봤는데 아무도 없었다는 거야!
 
C반 아이:아, 헛소리 그만하고 앉아. 벌건 대낮부터 웬 귀신 얘기.
 
C반 다른 아이:진짜라니까?
 
슬레타:(귀,귀신!?)
(낮부터...?)
 
두런두런 주변에서 이야기가 흘러나와 당신의 귀를 간지럽힙니다.
 
피아노가 있는 자리를 봐도 아무도 없습니다. 과연 누구였을까요?
 
띠리리리링-
 
때마침 수업 종이 울립니다.
 
마흔 명에 육박하는 아이들이 왁자지껄 음악실을 서성이다 각자 자리를 찾아 착석합니다.
 
당신 역시 몸을 앉히고 선생님을 기다리다보면...
 
툭툭, 누군가 당신의 어깨를 두드립니다.
 
슬레타:(돌아봅니다)
 
은색의 포니테일을 한 여학생입니다.
 
적어도 학교를 다니면서 본 적 없는 얼굴입니다.
 
저런 화려한 모습, 한눈에 봐도 기억에 남을테니까요.
 
연보랏빛 도는 눈동자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미오리네:거기 너. 혹시 옆자리 비어있어?
 
슬레타:헉, 네, 아니, 응...!
 
미오리네:다행이네, 앉을 자리를 찾고 있었거든.
너 슬레타 머큐리 맞지?
 
미오리네는 그리 말하며 책 한 권을 내밉니다.
 
꼼꼼히 살피지 않아도 그 책이 사라졌던 음악 교과서임을 눈치챌 수 있을 거예요.
 
슬레타:내 책! 고마워!
그런데 어떻게 내 이름을...?
 
미오리네:물어봤거든. 다른 애들한테.
 
슬레타:아,아. 그렇네...
 
당신은 음악책을 받습니다.
 
선이 뚜렷한 손가락에 끼어진 은색 반지 하나가 단정하게 빛을 반사합니다.
 
시중에 저런 디자인의 반지를 팔던가?
 
꼭 처음 접해 생소한 이계의 보석처럼 느껴집니다.
 
미오리네:아침에 책걸상을 옮겼잖아. 거기서 섞여들어갔을지도 몰라.
 
슬레타:아, 맞아. 나도 다른 사람 책이 있어서...
혹시 네 책이야...?
 
문득 상대의 가슴팍에 붙어 있는 플라스틱 명찰에 시선이 붙었습니다.
 
광택 없이 매끈한 명찰 위로 새겨진 이름은
 
미오리네 렘블랑입니다.
 
미오리네:(책을 받고는 제 이름을 확인합니다.)
네쪽이랑 바뀌었나보네.
 
슬레타:응, 그런가 봐!
주인을 찾아서 다행이다!
 
미오리네:그렇네. 일단 앉을게. 선생님 올 거 같으니.
(슬레타의 옆자리에 앉습니다._
네, 이름.
뭐라고 부를까.
성으로 불러줘? 이름으로 불러줘?
야라고 부를 수는 없으니까.
 
슬레타:어, 음... 편한대로...?
 
미오리네:그래, 슬레타.
 
슬레타:헤헤!
있잖아... 미오미오라고 불러도 돼...?
 
미오리네:...안 돼. (미간을 찌푸리고)
 
슬레타:우,응... (허리를 쪼그립니다...)
 
순간 음악실의 출입구가 열리며 음악 선생님이 들어섭니다.
 
미오리네는 어느새 정자세로 몸을 돌리고 칠판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슬레타:(조금 쳐다보다가 선생님 쪽을 봅니다)
 
수업이 시작됩니다.
 
 
선생님:자, 오늘 78p 바로크 시대 작곡가 파트 진도 나갈 차례지?
내가 알기로 A반 C반 진도가 비슷했거든?
모두 책 펼치자.
유럽 문명사에서 지칭되는 바로크 시대란 보통 17세기를 가리킨다는 거, 저번 시간에 먼저 이야기 했었지?
17세기의 예술을 가리킨다고….
 
점심시간 종료 이후, 선생님이 음악실에 등판함과 동시에 수업이 시작됩니다.
 
점심 식사 직후인지라 어마어마한 식곤증이 밀려옵니다.
 
벌써부터 꾸벅꾸벅 조는 등 시동을 걸고 있는 아이들의 수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78p를 펼치기 위해 교과서 페이지를 넘기던 당신은...
 
어라? 60p쯤에서 전에 본 적 없던 작곡가의 이름을 발견합니다.
 
소제목은 'A에 대하여'.
 
원래 음악책에 이런 내용이 실려 있었던가요?
 
A라는 작곡가가 존재했던가요?
 
과거에 나름 오랫동안 음악을 전공했던 자신이 교과서에 실릴 만큼 이름난 작곡가를 모를리 없는데…
 
왠지 모를 위화감이 듭니다.
 
SANc 0/1.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어려움성공
20vs.75
 
 
손 놓고 지내는 동안 머리가 돌처럼 굳어버린 건가?
 
교과서를 자세히 읽을 수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발견되었다는 A의 곡에 대한 기사 내용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슬레타:

슬레타

Spot Hidden

보통

실패
94vs.75
 
(밥 먹으니까 졸리다...)
 
박스 하단에 작은 글씨로 새겨진 메모를 추가로 발견합니다.
 
달리 흥미로운 내용은 아닙니다.
 
어떤 예술가의 증언에 따르면 악보에는 작곡가 A의 자필 사인으로 추정되는 은은한 빛의 인장이 새겨져 있었다는군요.
 
슬레타:

슬레타

Intelligence

보통

극단적성공
2vs.45
 
 
마침 몇년 전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A에 대한 기사를 접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음악에 문외한인 인물도 단숨에 사로잡을 수 있을 만큼 매혹적인 악보였다는 뜬소문이 내용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으니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그런데 그게 도둑을 맞았었나봅니다. 심지어 나머지 한 곡은 분실되었고요.
 
어쨌든 도둑 엔딩이라니 별 대단한 내용도 아닙니다.
 
악보 원본이 공개된 것도 아닌 모양인데 별 게 다 교과서에 실리는군요.
 
그 두 곡을 제외하곤 여지껏 악보랄게 발견되지도 않았던 무명 작곡가가 어떻게 교과서까지 신출귀몰 했는지 의문입니다.
 
슬레타:(미오리네는 뭐 하고 있나요?)
 
작게 하품을 하고는 꾸벅꾸벅 졸고 있습니다.
 
슬레타:(핸드폰으로 A에 대해서 검색해볼게요)

슬레타

Library Use

보통

실패
91vs.50
 
 
아무래도 수업시간에 하는 터라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합니다.
 
다시 옆을 슬쩍 봅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에 시선이 갔다가도 쉬이 흩어집니다.
 
괜시리 한숨을 내쉽니다.
 
음악실의 히터가 고장난 걸까요…
 
손끝이 조금 차갑습니다.
 
바깥에서는 칼바람이 불고 미처 스러지지 못한 낙엽들이 바닥을 수놓고 있겠죠.
 
올 겨울은 특히 더 추울지도 몰라요.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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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루가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은 염증이 날만큼 물러 터졌는데 시간은 너무나도 착실히 흐릅니다.
 
책가방을 싸거나 집에 갈 준비를 서두르며 종례를 맞이하고 있는데…
 
선생님:거기 슬레타. 시간 있나?
 
슬레타:네, 무슨 일이세요?
 
선생님:그 뭐시냐, 임시 출석부가 음악실에 있는 거 같은데.
그 A반 C반 반장이 둘다 결석해가지고 말이다.
그러니 네가 출석부 좀 가져와서 교무실에 가져다 줄 수 있겠냐?
 
슬레타:아, 네! 제가 가져올게요.
 
선생님:좋아, 착실하구만~
 
슬레타에게 마스터키를 넘겨줍니다.
 
슬레타:(두 손으로 받습니다)
 
선생님:그럼 부탁하마.
내가 좀 바빠서 말이다.
 
슬레타:네! (꾸벅 인사하고 음악실 쪽으로 갈게요)
 
마스터키를 들고 5층으로 발걸음하면 음악실의 방음 문이 좁은 틈을 벌리고 열려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사이로 오후 다섯 시의 비산하는 빛줄기가 묘연히 바닥을 적시고 있고요.
 
누군가 음악실에 잔류해 있는 걸까요?
 
마지막으로 음악실을 사용했던 다른 반의 주번이 잠그는 일을 깜빡했을지도 모릅니다.
 
이 곡은… 익히 들어왔기에 잘 알 수밖에 없는 곡입니다.
 
아까 점심시간에 들었던.
 
드뷔시의 달빛.
 
누구인지 모를 연주자의 손끝에 의거하여 피아노 독주가 막 시작되는 찰나입니다.
 
슬레타:

슬레타

Intelligence

보통

실패
73vs.45
 
 
그러고보니 며칠 전부터…
 
이 시간 즈음 계단에 울려 퍼지는 피아노 소리를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문득 음악 시간 시작 전에 문 너머로부터 새어나오던 피아노 소리를 떠올립니다.
 
어쩌면?
 
늘 환청같은 피아노 곡소리를 들으며 계단을 내려가던 기분이 좋았는지 싫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문은 여전히 열려있고 연주는 거리낌이 없습니다.
 
한편으로 방과후에 마음대로 음악실을 사용해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할테고요.
 
선생님께 하달받은 심부름도 있으니당신은 음악실로 들어서기로 합니다.
 
슬레타:(조심조심 문 열어볼게요)
 
문을 가르고 접어든 공간의 꼭 닫혀있던 커튼이 말갛게 걷힌 가운데, 잠시 눈 앞이 하얗게 정전했습니다.
 
산발하는 태양 빛은 이따금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 구석이 있습니다.
 
눈부신 빛에 적응한 시야 너머로 들어오는 것은 예의 그 거대한 그랜드 피아노.
 
탁한 햇빛을 눈부시게 반사해 고아한 빛을 뿜는 악기 너머 건반을 다루고 있는 사람은…
 
놀랍게도 오늘 음악 시간에 함께 수업을 듣던 C반의 미오리네 렘블랑입니다.
 
막연히 듣기에도 굉장히 탁월한 실력입니다.
 
비쩍 마른 다갈색의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를 비집고 나온 빛이 등 뒤를 적시고 있습니다.
 
순간 넋이 나갈 뻔했습니다.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자신이 그만두어버린 음악을 정성껏 연주하는 미오리네를 바라보는 당신의 심정은 어떤가요?
 
슬레타:(...아름답다.)
(아직 미오리네가 슬레타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나요?)
 
곡을 전부 마친 그녀가 딸깍하고 버튼을 누릅니다.
 
옆에 세워둔 녹음기의 정지버튼을 누른 뒤 주머니에 넣습니다.
 
미오리네:슬레타, 머큐리.
여기는 무슨 일로?
 
(To GM): 13
 
슬레타:아, 그, 그게...
출석부를 가지고 가려고...!
방해해서 미안해!
 
미오리네:아냐, 방해까지야.
피아노 치고 있어서 누가 들어왔는지 자세히는 몰랐는데.
아는 사람이라 다행이네.
 
슬레타:그래? 다행이다!
근데 그, 마음대로 써도 되는거야...?
 
미오리네:피아노?
 
슬레타:응...
 
미오리네:크리스마스에 피아노 콩쿨이 있어서. 허락맡고 하는 거야.
지금은 연습 중이고.
 
슬레타:그렇구나아...
 
미오리네:출석부는 교탁에 있어.
그거 찾으러 온거잖아.
 
슬레타:아, 그랬지...
(교탁에서 출석부를 챙깁니다)
 
미오리네:...피아노 칠 거야? 너도?
너 본 적 있어.
예전에.
 
슬레타:어!? 어디서?
 
미오리네:피아노 콩쿨.
 
슬레타:아... 그, 지금은 그만뒀어.
 
미오리네:그만뒀어?
 
슬레타:응... 내가 부족했나봐.
 
미오리네:...딱히. 부족한 점은 없었는데.
 
슬레타:그, 그래? (헤헤 소리 내서 웃습니다)
그래도 훨씬 잘하는 언니가 있으니까...
난 안해도 괜찮아...!
 
미오리네:그래? 나는 딱히 언니랑은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잠시 고민을 합니다.)
 
슬레타:(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민하는 걸 바라봅니다)
 
미오리네:있잖아. 너, 내일 시간 있어?
 
슬레타:어? 응. 왜...?
 
미오리네:콩쿨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피드백할 사람을 못찾아서.
 
슬레타:내, 내가!?
 
미오리네:뭘 그렇게 놀래.
너도 콩쿨 나가봤을거 아냐.
 
슬레타:그거야 그렇지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미오리네:없는 것보단 낫지.
게다가 내 피아노 연주.
더 듣고 싶지 않아?
 
슬레타:(우물쭈물...)
 
미오리네:싫어?
 
슬레타:그, 그런거면 여..열심히 할게..!
 
미오리네:그럼 내일 조례 전 아침에 음악실로 와줘.
 
슬레타:응! (가슴 앞에 양 주먹을 쥐고 끄덕입니다)
 
미오리네:(고개를 끄덕이고는 악보를 가방 안에 넣습니다.)
그럼 내일 보자.
내일 7시쯤이면 될거야.
 
슬레타:아, 응! 잘 가!
(알람을 더 일찍 맞춰둬야겠다...)
 
미오리네는 자리에서 일어나 음악실을 나섭니다.
 
내일 아침 7시. 늦잠자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네요.


 
아침에 일찍 일어났나요?
 
슬레타:(일찍 일어났습니다!)
 
좋습니다.
 
오전 7시에 음악실에서 만나자는 약속에 따라 제법 이른 시간 등교합니다.
 
회색의 먹구름을 거름종이 삼아 걸러 들어온 햇빛이 어슴푸레한 오전,
 
공기는 어제보다 더욱 싸늘합니다.
 
다른때 같았으면 충분히 밝을 시간인데도 해가 짧아 상당히 어둡습니다.
 
오늘은 내가 가장 빨리 등교한 건가? 그런 생각과 함께 책가방을 내려놓고 교실을 둘러보면…
 
텅 빈 서른 대여섯 개의 책상중 유일하게 책가방이 올라와 있는 책상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슬레타:(살펴볼 수 있나요?)
 
책가방이 올라와 있으며 나무로 만들어진 책걸상 모서리에 임시 시간표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왼쪽 상단에는 반과 번호를 묶어놓은 학번과 자리 주인의 이름이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군요.
 
미오리네 렘블랑의 자리입니다.
 
슬레타:엄청 일찍 등교하는구나...
 
책가방을 내려 놓은 직후 이곳에서 무언가를 꺼내 갔는지 가방 지퍼가 살짝 열려 있습니다.
 
가볍게 살피기만 하면 눈에 띄는 것들은 죄 평범합니다.
 
네다섯권 정도의 얇은 악보집들과 필기 노트, 교과서 몇 권, 필통따위의 학용품들.
 
슬레타:(가방 지퍼를... 닫아줄게요)
 
지익- 가방이 닫힙니다.
 
시계를 확인하면 시침과 분침은 7을 가리키고 있고 초침은 막 숫자 5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약속 시간인 오전 7시입니다.
 
슬레타:앗! 늦겠다!
(얼른 교실 밖으로 나가서 계단을 올라갑니다)
 
이미지
 
마치 그 누구도 손대지 않은 것처럼 음악실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귀를 기울여보지만 오늘은 이 너머에서 달리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지는 않는군요.
 
문고리를 잡아 돌리면 부드럽게 돌아갑니다.
 
열려 있으므로 어렵지 않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겠네요.
 
슬레타:(문 열고 들어갈게요)
 
음악실로 들어서면 낮은 온기를 머금은 특유의 겨울의 햇살이 당신의 전신을 덮칩니다.
 
이름난 과거 음악가들의 초상화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방음벽 어귀에 붙어 있고,
 
교탁 너머의 칠판에는 분필 가루가 얕게 묻어나긴 했으나 그 나름대로 깨끗하고 정갈하기만 합니다.
 
오래된 악기만이 머금은 특유의 냄새는 익숙한 종류여서, 늘 이 냄새를 기억하고 있던 심장만이 조용히 두방망이질 칩니다.
 
그 단정하고 고요한 음악실 가운데 그랜드피아노 앞에는 약속처럼 미오리네가 앉아 있습니다.
 
미오리네는 뚜껑이 닫힌 피아노에 팔꿈치를 기댄 채 이마나 눈가를 짚고 있습니다
 
슬레타:...자는거야?
 
(To GM):

미오리네

Constitution

보통

어려움성공
24vs.50
 
 
당신의 말에 미오리네가 눈을 슬쩍 돌리고 바라봅니다.
 
미오리네:벌써 7시구나.
 
슬레타:응... 좋은 아침...!
 
미오리네:아침엔 약한 편이라. 잠시 눈 좀 감고 있었어.
 
슬레타:엄청 일찍 온 것 같던데, 잘 잤어?
 
미오리네:나쁘지 않게 잤어. 오늘 좀 추웠잖아.
그때문일거야.
(피아노 옆자리에 의자를 끌고오곤) 여기 앉아.
 
슬레타:으응. (슬금슬금 다가와서 앉습니다)
 
미오리네:(미오리네는 악보 여럿을 꺼내 보여줍니다.)
이 악보 중에 좋아하는 곡이 있어?
 
엘리제를 위하여, 왕벌의 비행, 사계 등등 여러 악보가 펼쳐집니다.
 
슬레타:...드뷔시의 달빛을 좋아해.
 
미오리네:드뷔시의 달빛, 나도 좋아하는 곡이야. 콩쿨로 쓸 곡이기도 하고.
 
슬레타:그래서 계속 연주했던거야?
 
미오리네:그렇지. 콩쿨에선 실수하면 안되니까.
 
슬레타:미오리네는 실수 안할 것 같아...
 
미오리네:...나도 사람인지라, 실수 정도는 해.
 
슬레타:(살짝 눈치보다가) 가방 지퍼 열어놓는 것 처럼...?
 
미오리네:...열어놨어?
 
슬레타:열려있던데...
 
미오리네:끙...
보진 않았겠지?
 
슬레타:(우물쭈물) 쪼금은.
 
미오리네:........
하아... 그래.
 
미오리네:

미오리네

Luck

보통

어려움성공
26vs.60
 
 
슬레타:

슬레타

Luck

보통

성공
33vs.59
 
(찔찔찔!)
 
미오리네의 눈초리에 뜨끔한 슬레타가 피아노 뒤편에 놓여 있는 간이 책상을 툭 건드립니다.
 
일말의 소음과 함께 간이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악보집들이 바닥에 우수수 쏟아져 섞입니다.
 
미오리네:아!
 
슬레타:히이이!
 
미오리네:(자리에서 일어나서 흩어진 악보집을 주섬주섬 줍습니다.)
 
슬레타:미, 미안해! (다급하게 일어나서 허겁지겁 줍습니다)
 
낱장의 악보가 발치에 채입니다.
 
바닥에 엉망으로 흩어진 내용물들을 살피니 미오리네가 보여준 악보를 제외하고 나서도 그 수가 꽤 많았네요.
 
훑어보면 미오리네의 이름이 적혀있는 책도 눈에 들어오지만 구매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포장조차 뜯지 않은 악보집도 더러 보입니다.
 
슬레타:

슬레타

Spot Hidden

보통

성공
70vs.75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 틈에 거꾸로 뒤집혀 있던 낡은 악보집 한 권입니다.
 
뒤집혀 있던 탓에 곡명을 읽지는 못했지만…
 
악보집의 어귀에 자리하고 있던 어떤 인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주 찰나였지만 은은하게 빛나던 모양새가 아주 특이한 문양이었습니다.
 
일견 누군가의 자필 사인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네요.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슬레타:(A의?)
 
살피거나 줍기 위해 손을 뻗으면 미오리네가 얼른 주워 정리합니다.
 
슬레타:(뻗은 손을 내리고 다른 걸 주워서 정리합니다)
 
미오리네:후우... 정리 끝냈네.
다음부터는 그렇게 허둥지둥거리지 마.
 
슬레타:(어깨를 움츠리고) 미안해...
 
미오리네:괜히 나까지 불안해지니까.
 
슬레타:조, 조심할게.
 
미오리네는 악보를 정리해 피아노 의자 아래 수납공간에 악보집을 집어넣습니다.
 
미오리네:하아....
긴장 좀 풀자.
(손을 몇 번 털고는) 농담같은 거.
 
슬레타:농담?
(미간을 찌뿌리고 고민)
 
미오리네:괴담이야기나 해줄까?
 
슬레타:귀신얘기 말이야?
 
미오리네:비슷해.
가끔 책이나 영화에서 봐서는 안 될 그림이나 알려져서는 안 되는 주문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나오곤 하지?
 
슬레타:(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합니다)
 
미오리네:실제로 그런 악보가 존재한다고 해.
어쩌면 이 의자 아래에도 하나 있을지도 모르지.
 
슬레타:정말!? (의자 아래를 살핍니다)
 
미오리네:(수납공간을 열지 못하게 자리에 앉아서) 확인하지 마라.
괴담은 괴담으로 있어야 재밌으니까.
 
슬레타:알았어...
 
미오리네:(드뷔시의 달빛 악보를 피아노에 두고는) 그럼 이어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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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기를 꺼내 녹음 버튼을 누릅니다.)
 
딸깍-
 
감미로운 음율이 공기를 타고 음악실을 꽉 채웁니다.
 
감정이 담긴 음의 높낮이, 건반의 누름에 따른 분위기가 당신의 귀에 흘러들어와 가슴을 꽉 얽어맵니다.
 
몇 번을 들어도 좋은 곡입니다.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지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어쩌면...
 
(To GM): 21
 
찰칵-
 
미오리네가 손을 뻗어 녹음기의 녹음 버튼을 누릅니다.
 
미오리네:어땠어.
 
슬레타:엄청 좋아!!
(열심히 박수를 칩니다)
 
미오리네:흠, 좋다면야.
다른 곡도 쳐줄게.
 
슬레타:미오리네는 어떤 곡을 좋아해?
 
미오리네:나는 달빛도 좋고 사계를 좋아해.
자주 들었던 곡이거든.
 
슬레타:으응, 나도 좋아해.
 
두 사람은 음악실에서 여럿 곡을 들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시간을 보니 이제 가봐야할 시간입니다.
 
미오리네:이제 돌아가야겠네.
 
슬레타:그러게...
 
미오리네:같은 반이니까. 같이 돌아가자.
 
슬레타:응!! (시무룩해져 있다가 벌떡 일어납니다)
방과후에도 연습할거야?
 
미오리네:오늘은 할 게 있어서. 음... 나중에 알려줄게.
그러고보니 너. (슬레타의 머리카락을 매만져준다.) 머리 뻗쳤어.
 
슬레타:일찍 일어나서 나오느라... (부끄러운 듯이 제 머리를 정리하며)
 
슬레타:

슬레타

Spot Hidden

보통

실패
89vs.75
 
(머리 정리하면서 겸사겸사 눈도 닦고 다시 관찰해볼 수 있나요?)
 
살짝 귀에 닿았던 손가락. 정상체온이라기엔 조금 미지근하네요. 저체온과는 궤를 달리하는 미묘한 냉기가 느껴집니다.
 
슬레타:손이 찬 편이야?
 
미오리네:겨울이라 그렇네.
(일어나 활짝 열린 커튼을 칩니다.)
 
슬레타:많이 추우니까... 몸 잘 챙겨야 돼!
 
미오리네:그래.
 
음악실에서 나가기 전 미오리네가 입을 엽니다.
 
미오리네:혹시나 해서 말해두는 거지만, 해가 지고 나서 학교의 음악실에 들어오면 안 돼.
 
슬레타:응? 왜?
 
미오리네:음악실에 귀신이 나오거든. 마주치면 큰 일 날지도 몰라.
 
슬레타:...정말로?
 
미오리네:정말.
(작게 미소를 지으며) 그러니까 조심해.
 
슬레타:으,응!
 
슬레타:

슬레타

Power

보통

성공
66vs.75
 
 
미오리네:이제 돌아가자.
 
음악실의 문을 단속한 미오리네가 말합니다.
 
슬레타:(미오리네도 귀신을 믿는구나... 생각하면서 따라갑니다)

 
이미지
 
점심 시간이 종료되고 또 다시 식곤증이 학생들의 수면욕을 지배하는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오후 1시 20분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은 5교시.
 
물리 시간입니다.
 
해는 간신히 중천에 떠있고 불어오는 바람의 색은 투명합니다.
 
뾰족한 공기가 뺨을 건드릴 때마다 어떻게 된 게 졸음만 쏟아집니다.
 
선생님:거시 세계를 다루는 이론을 뭐라고 한다?
시간의 상대성 이론이라고 한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관찰자나 광원의 속도에 관계 없이 진행중인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고 설명 해줬었지?
따라서 시간과 공간은 속도에 따라 상대적이라고.
(이해하지 못한 아이들의 표정을 보며)
어허, 왜 다들 처음 듣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어?
 
슬레타:(헤에...)
 
선생님:적어도 강한 중력이 시공간을 휘게 한다는 이야기는 기억하고 있겠지?
내가 그렇게 강조했는데. 블랙홀은 시공간에 구멍을 뚫는다고 별표까지 달아줬을 거야.
교과서 확인해 봐.
뭐야 다들 졸린가봐?
잠깐 재미있는 이야기 좀 해볼까?
다들 어렸을 적에 시간 여행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 있지?
 
선생님:실제로 과거로의 시간여행의 경우 광속에 가까워질 수록 시간이 느려지니까, 빛보다 빨리 나아가면 시간이 거꾸로 흐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해.
하지만 빛보다 빠른 물질이 이 세상에 존재할 리가 없지?
2011년에 유럽 입자물리 연구소 CERN에서 초광속입자 해프닝이 있기도 했는데, 궁금한 녀석은 학교 끝나고 찾아보도록 해라.
공부를 제대로 한 녀석들은 눈치를 챘겠지만, 시간과 공간이 속도에 따라 상대적이라는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빛보다 빠르게 나아갈 경우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게 아니라 허수의 방향으로 흘러가버린다.
즉, 과거로 가는 시간 여행을 위해선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소리지.
우주 끈이나 웜홀을 사용한다거나. 하지만 웜홀이 그저 가상의 이론 상태일 뿐인 지금, 시간여행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지?
 
슬레타:(나름..경청은 하지만 이해를 못하는 표정)
 
선생님:어딘가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미지의 구멍이 생겨나지 않는 이상 말이야.
자, 과연 미래에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할까?
혹여나 그렇게 미래에서 건너온 사람은 과거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까?
하하하!
 
선생님은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는 것을 끝으로 샛길로 빠졌던 수업을 재개합니다.
 
선생님:다음 시간까지 시간여행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해 제출하도록. 숙제다!
 
뒤늦게 파격적인 숙제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꾸벅꾸벅 졸던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나 한껏 야유합니다.
 
C반 아이:쌤 너무해요!
 
C반 다른 아이:아니, 갑자기 숙제라뇨.
 
친구:미친, 저게 무슨 재밌는 이야기야...(소근소근)
 
5교시 수업은 다시 본래의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슬레타:숙제.. 어떡하지...
 
한참 숙제에 대해 고민하던 슬레타는 문득 미오리네가 신경쓰입니다.
 
슬쩍 확인해보면 무언가 열심히 적고 있는 미오리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슬레타:(뭘 적는 걸까?)
 
그러게 말입니다.
 
얼마 있지 않아 활짝 펼쳐진 교과서 위에 뜯어진 메모지 조각이 올라옵니다.
 
C반 아이:야, 너. 이거 우리반 렘블랑이 전해달래.
 
슬레타:고, 고마워. (받아서 펼쳐봅니다)
 
슬레타:(놀란 표정으로 미오리네를 봅니다)
 
슬레타:

슬레타

Spot Hidden

보통

성공
38vs.75
 
 
쪽지랑 미오리네랑 번갈아 쳐다봅니다.
 
미오리네는 찡그린 표정으로 앞을 보라고 손짓합니다
 
천천히 쪽지를 바라봅니다.
 
쪽지의 귀퉁이가 엉성하게 찢겨져 나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께 들킬까봐 어지간히도 급했던 모양이죠.
 
C반 아이:너도 쪽지 보낼거냐?
 
슬레타:으,응. 잠깐만...!
 
C반 아이:(좀 재밌다고 생각하는 편)
 
슬레타:('괜찮아' 라고 메모 아래에 빠르게 적어서 넘겨줍니다)
 
쪽지를 본 미오리네는 방과후에 들를 곳이 있는데 같이 가줄 수 있냐는 쪽지를 재차 보내옵니다.
 
C반 아이:이열~
 
슬레타:(아이의 반응에 부끄러운 듯이 꼼질거리며 '응 당연하지'라고 써서 건냅니다)
 
그 쪽지에 미오리네는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려보입니다.


 
방과후
 
두 사람은 하교길에 접어듭니다.
 
해 지는 속도가 빠른 겨울인지라 오후 다섯 시가 넘어가는 이릇임에도 어둑어둑 땅거미가 집니다.
 
눈발의 잔해가 얼어붙은 아스팔트 위로 복숭아뼈를 붙잡는 냉기가 연기처럼 자리합니다.
 
C반 아이:This message has been hidden.
 
미오리네:시간 내줘서 고마워.
꽤 추운데 말야.
 
슬레타:아,아냐! 어려운 것도 아니고...
어디 갈거야...?
 
미오리네:시내로 갈거야. 가서 살 게 좀 있거든.
게다가 오늘 아침 일찍 와줬으니까.
밥이나 디저트 정도는 사야겠다 싶어서.
 
슬레타:안 그래도 괜찮은데...!
(제 양손을 깍지끼고) 고마워.
 
미오리네:고맙긴.
 
한참을 걷다보면 두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근처에 위치한 상가 거리에 들어섭니다.
 
상가 거리는 이 근방에서 가장 훌륭한 발전이 이루어진 곳으로 특히 인근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몇 달 전에 비해 돌아다니는 유동객의 수는 눈에 띌 만큼 줄었지만, 그런대로 여전히 붐비는 장소네요.
 
사거리에 접어들자 때마침 초록불이 점등합니다.
 
간만에 나온 거리의 풍경이지만 무언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진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곳저곳 장식된 꼬마전구들과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만이 또 한 번의 겨울이 찾아왔음을 알릴 뿐.
 
당신은 흐릿하나마 기억을 되살려 근처 상점가별 위치를 도식화시켜봅니다.
 
왼쪽 인도로 접어들면 뭐가 있더라….
 
슬레타:(카페가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슬레타:(날이 추우니까 실내 카페로 가겠습니다)
 
코너 한구석에 외따로 세워져 있는 작은 카페.
 
건물 외벽을 장식한 벽돌 무늬와 입구의 난간 곁에 일렬로 도열된 동물 모양 피규어들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슬레타:귀여워!
 
미오리네:안쪽이 좋아, 바깥이 좋아?
 
슬레타:추우니까 안에 들어가자.
 
미오리네:(아, 창가쪽이야기였는데.)
 
슬레타:(아)
내가 창가쪽에 앉을게...!
 
두 사람은 창가쪽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받습니다.
 
슬레타:미오리네는 뭐 마실거야?
 
미오리네:나는 토마토쥬스려나.
 
슬레타:그,그럼 같은 걸로 할게.
 
미오리네:토마토쥬스 2잔... 케이크는?
 
슬레타:초콜릿 케이크 어때?
 
미오리네:초콜릿 케이크 좋지.
 
슬레타:헤헤.
 
미오리네는 점원을 불러 주문합니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면 디저트와 음료가 나옵니다.
 
미오리네:꽤나 달 것 같네.
 
슬레타:와아~!
잘먹겠습니다!
 
미오리네:(포크로 작게 떠서 입에 넣습니다.)
그러고보니 슬레타. 오늘 과학 시간에 선생님께서 내주셨던 숙제 기억해?
 
슬레타:(입에 넣은 케이크를 삼키며 끄덕입니다)
응... 시간여행?
 
미오리네:응 그거.
 
슬레타:어려워...
어떡하지...
 
미오리네:서점에 가서 그거에 관련된 책을 사두려고.
 
슬레타:우웅.
그것만?
 
미오리네:그거랑 뭐 악보라든가.
 
슬레타:그렇구나!
나도 찾아볼게!
 
몇 번 더 수다를 떨다
 
미오리네:만약 너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으면 먼저 뭘 하고 싶어?
이번 숙제잖아
시간여행.
 
슬레타:(토마토 쥬스를 쪼로록 마시다가) 우음...
(코를 찌뿌리고 고민하다가) 미오리네는?
 
미오리네:나는 (주스를 한번 먹고는) 콩쿨이려나. 아쉬웠던 게 몇 있었거든.
 
슬레타:헤헤, 대단해.
난.. (손을 좀 꼼질거리다가) 좀 더 일찍 그만뒀으면 좋지 않았을까 했어.
 
미오리네:네 언니 때문에?
 
슬레타:으응, 그러면 엄마도 언니한테만 집중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미오리네:그래도 언니는 언니 너는 너잖아. 너는 어쩌고.
 
슬레타:...모르겠어.
 
미오리네:나는 네가 하고 싶은 거 했으면 좋겠어. 누구랑 연관짓지 않고.
 
슬레타:(소리없이 웃어보입니다)
 
미오리네:...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지만.
 
슬레타:저기, 그럼 이제 우리... 절친이야?
 
미오리네:친구라고는 해줄게.
 
슬레타:헤헤!

슬레타

???

보통

극단적성공
11vs.100
 
 
언젠가 그만두었던 음악, 이번에는 반대로 '언젠가 시작했던 음악'에 대해 떠올립니다.
 
새로운 시도에 기뻤거나, 벅찼거나, 혹은 자신만만했을 지도 모를 과거입니다.
 
막연한 감상은 그곳에서 흩어집니다.
 
세상에 용기만큼이나 덧없는 기개가 또 있을까요.
 
여전히 연주하는 것은 내키지 않습니다.
 
이미지
 
두 사람은 카페에서 나옵니다.
 
미오리네:이제 서점으로 가볼까? 악보집도 사야지.
 
슬레타:응!
 
자동문 너머로 들어서니 새 책들이 모이고 고여 있는 장소 특유의 결좋은 나무 냄새와 약간의 곰팡내가 섞인 열풍 냄새가 느껴집니다.
 
추위에 흠뻑 젖어 있던 몸이 조금은 되살아 나는 기분이네요.
 
미오리네:그러니까... (스마트폰을 켜며 악보집을 검색해봅니다.)
넌 뭐 사고 싶은 거 있어?
 
슬레타:아까 말했던 시간여행책을 찾아보려구.
 
미오리네:괜찮네. 숙제도 해결하고.
그럼 같이 돌아볼까?
 
슬레타:헤헤, 좋아!
 
그러던 그때입니다.
 
갑자기 입구쪽에서 서로 다른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어어? 갑자기 이렇게요?
 
슬레타:우아앗!!

슬레타

Listen

보통

성공
56vs.75
 
 
저 멀리서 잠, 잠깐만 그렇게 밀면!
 
하고 미오리네의 말이 들렸다 멀어집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혼자가 된 당신입니다.
 
슬레타:미,미오리네~!
 
순식간에 미오리네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느쪽에 가야 찾을 수 있을까요?
 
코너를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슬레타:(덩그러니...)
 
역시 [음악 코너]?
 
아니면 [문제집 코너]?
 
오늘 새로 생긴 과학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 코너]에 들렀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슬레타:(문제집 코너에 먼저 가볼게요)
 
*
 
[문제집 코너]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새 문제집을 보러 온 학생들이 각 책장마다 두셋 즐비합니다.
 
과목별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어디를 살펴도 미오리네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문제집 코너를 살피던 당신은 빽빽이 꽂혀있는 문제집들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게으른 누군가 구매를 재고하며 아무렇게나 꽂아놓은 책일지도 모르죠. 빼내어 살필 수 있습니다.
 
슬레타:(뽑아봅니다)
 
제목은 <음악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입니다.
 
음악 코너에나 있을 법한 책이 뜬금없이 문제집 코너에? 페이지를 넘기면 아래와 같은 내용을 읽을 수 있습니다.
 
슬레타:(음악의 전염성?)
(뒷페이지나 그런 다른 내용은 없나요?)
 
다른 내용을 살펴봐도 그닥 알 수는 없는 것 같네요.
 
슬레타:(그럼 다시 책장에 넣어둘게요)
(...음악책이니까 음악코너에 넣어야할까?)
(고민하다가 다시 책을 꺼내서 음악 코너로 갈게요)
 
*
 
[음악 코너]
 
음악 코너에 들어서니 자연한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과거 피아노를 연주하던 시절의 당신에게는 익숙한 장소가 될 수도 있겠네요.
 
음악코너를 살피던 당신은 다른 악보집이나 책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사이즈의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누군가 잘못 꽂아두었는지 삐죽 튀어나와 있습니다.
 
제목은 <빠르고 쉽게 이해하는 재미있는 상대성 이론!>… 이네요.
 
. 과학 코너에나 있을 법한 책이 뜬금없이 음악 코너에?
 
슬레타:(...여기는 책 정리를 잘 안하나봐. 생각하면서 꺼내봅니다.)
 
슬레타:(숙제에 도움이 되겠다!)
(책을 꺼내고 문제집 코너에 있던 책을 그 자리에 넣습니다)
 
슬레타:

슬레타

Library Use

보통

성공
48vs.50
 
 
그 다음 페이지로 넘기면 여러가지 타임 패러독스에 관련된 내용들이 줄글 형식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슬레타:(다른 페이지에도 중요한 내용이 있는지 살펴볼게요)
 
이 다음에는 중요한 내용이 적혀져 있지 않나보네요.
 
슬레타:(코너에 미오리네는 보이지 않나요?)
 
네.
 
슬레타:(그러면 책을 챙기고 과학 코너로 갈게요)
 
*
 
[과학 코너]
 
과학 코너에는 다른 코너에 비해 상주하고 있는 사람의 수가 적습니다.
 
난방기의 열기가 속속이 섞여든 책장 틈을 둘러보면, 마찬가지로 미오리네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군요.
 
좀처럼 구미가 당기거나 흥미로운 책을 발견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대로 스쳐 지나가려던 당신은 부자연스럽게 삐죽 튀어나온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살펴보면 제목은 <전염의 역사>…
 
질병학 코너에나 있을 법한 책입니다.
 
페이지를 넘기면 가름끈이 끼워져 있습니다.
 
슬레타:(그 부분을 펼쳐볼게요)
 
슬레타:(다들 괜찮아야할텐데...)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당신의 어깨를 누군가 톡톡 칩니다.
 
미오리네:겨우 찾았네.
어디에 있던 거야.
 
슬레타:왓!
나도 찾아다녔어...!
 
미오리네:그래도 찾아서 다행이다.
책은... 살거야?
 
슬레타:응, 적당한 걸 찾아서.
 
미오리네:나도 마침 괜찮은 악보를 찾아서 가져왔어.
 
슬레타:어떤 악보야?
 
미오리네:모차르트의 피아노 환상곡 C단조.
나중에 한 번 쳐보려고.
 
슬레타:응,응. 미오리네는 잘할 것 같아.
 
미오리네:그거 나중에 빌려줄 수 있어?
슬레타가 가지고 있는 책을 가리킵니다.)
 
슬레타:당연하지!!
아, 아니면 같이 보면... 좀 그럴까...
 
미오리네:그럼 다음 시간 전에.
 
슬레타:응...!
 
이미지
 
두 사람은 서점에서 나옵니다.
 
시계를 살피면 대략 7~8시가 넘어가고 있는 시간입니다.
 
겨울이 농익어가며 세상에 해가 떠있는 시간이 부쩍 짧아졌습니다.
 
하늘을 바라보니 교연한 어둠이 상공과 구름을 남색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미오리네:들려야할 곳이 하나 더 있는데 괜찮아?
 
슬레타:응, 어디로?
 
미오리네:찾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
 
슬레타:뭐 잃어버렸어...?
 
미오리네:잃어버렸기보단. 보고 싶은 게 있어서.
 
슬레타:아, 응! 괜찮아!
 
그 말에 작게 미소를 짓습니다.
 
그렇게 어느 외진 골목길에 접어듭니다.
 
주변을 살피면 양옆으로 붉은 벽돌이 고루 쌓여 있고 그 표면을 잎 떨어진 담쟁이 넝쿨이 똬리 틀고 있습니다.
 
여름이었다면 필시 장미가 만발해 있었겠죠.
 
당신이 말할 것 같으면 요 근처에 이런 길이 있었는지… 금시초문입니다.
 
이곳은 하루가 다르게 바삐 변화하는 도시입니다.
 
도로 위에는 어제 보지 못했던 차량이 오늘의 배기음을 터뜨리며 지나다니고,
 
몇 달 새에 하늘을 찌를듯 드높게 건축된 신설 빌딩이 세워지는 것이 예사인 곳.
 
으레 생기는 변화를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여야만 내일에 적응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니까요.
 
번화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장소 하나가 고스란히 남겨진 듯한 풍경은 꽤 낯설지도 모릅니다.
 
점점 더 좁아지는 골목을 나아가다 보면 머지 않아 그 끝에 당도합니다.
 
두 사람의 발걸음은 귀퉁이에 세워진 다 낡은 악기상 앞에 머무릅니다.
 
쿰쿰한 나무썩은내, 비릿한 풀냄새와 어쩐지 짙은 오존 냄새가 머리맡을 맴돕니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흰 울타리가 빙 둘러쳐진 악기상,
 
기스 투성이 전면유리창 너머로 갖가지 악기들이 모습을 뽐내고 있습니다.
 
당신이 무어라고 입을 열 새도 없이 미오리네가 악기상의 출입구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딸랑.
 
계절의 구색을 맞추듯 청명한 현관벨소리가 귓전을 때립니다.
 
빛이 바랜 [카운터] 좌석에 앉아 있던 악기상의 주인은 두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흘끗 확인하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합니다.
 
교복 차림새의 학생 두 명이 무언가를 살 것 처럼 보이지는 않았나봐요.
 
목재 구조의 악기상 내부는 흐릿하나마 찝찔한 먼지 냄새가 납니다.
 
살피기에는 벽면 가득 들어찬 거대한 [책장]이 인상적이고,
 
악기상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갖가지 [악기들]은 진열대 위에 놓여 있거나, 벽에 걸려있거나 합니다.
 
악기만큼은 애지중지 관리했는지 하나같이 먼지가 쌓이지 않은데다 광택이 돕니다.
 
미오리네는 무언가를 찾고 있는 눈치입니다. 악기들 사이를 서성이고 있습니다.
 
슬레타:뭐 찾아?
 
미오리네:찾는 악기가 있거든.
그런데 잘 안보이네.
피아노인데.
좀 오래된 거거든.
 
슬레타:(피아노가 여기에 있을까..?)
나, 나도 같이 찾을게.
(악기들을 살펴볼게요)
 
[악기들]
 
현악기, 금관악기, 목관악기, 타악기… 타현악기인 피아노까지.
 
이 허름한 악기상에 어울리지 않을만큼 아름답고 반짝이는 악기들이 그 종류를 가리지 않고 자리합니다.
 
창측 한켠에는 들여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진열된 다른 악기들보다도 아름답고 깨끗한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습니다.
 
슬레타:(피아노 살펴볼 수 있나요?)
 
깨끗하고 새 것 같은 피아노입니다.
 
오래된 피아노는 아니네요.
 
슬레타:(건반 눌러볼 수 있나요?)
 
눌러보면 맑게 소리를 냅니다.
 
슬레타:

슬레타

???

보통

성공
90vs.100
 
 
순간 마음이 울렁였습니다.
 
한참 좋아하던 곡을 완벽하게 연주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던 지난 날을 상기해냅니다.
 
어떤 작은 오류도 실수도 없이 연주를 끝마쳤던 순간에 꽤 기뻐했던 것도 같은데…
 
잘 생각나지는 않네요. 다만 당신에게도 분명 무던히 노력하던 나날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연주하는 것은 내키지 않지만요.
 
슬레타:...미오리네가 찾는 피아노는 아니네.
(다른 악기들은 살펴봐도 특별한 점이 없나요?)
 
네, 전부 새것입니다. 당연하게도 악기점의 물품들이니까요.
 
슬레타:(미오리네는 뭘 하고 있나요?)
 
카운터의 주인에게 뭔가 물어보고 있습니다.
 
슬레타:(듣기할 수 있나요?)
 
슬레타:

슬레타

Listen

보통

어려움성공
22vs.75
 
 
악기상은 미오리네가 찾는 피아노가 시에서 빌려갔다고 이야기합니다.
 
미오리네:이런...
일단 알겠어요.
 
슬레타:(미오리네한테 가기전에 책장 살펴볼게요)
 
슬레타:(특별한 점이 있을까요?)
 
딱히 없습니다.
 
슬레타:(그러면 카운터에 미오리네 옆으로 갈게요)
 
미오리네:아무래도 여기엔 없나봐...
돌아가자.
 
슬레타:응...
중요한거야?
 
미오리네:응, 중요한 거야.
 
슬레타:다음에도 같이 찾자...!
 
미오리네:...응.

 
이미지
 
짙은 밤냄새가 아스팔트와 돌바닥을 기기 시작한 하루의 끝물, 그 사이의 고즈넉한 시간.
 
소등되어 있던 가로등의 불빛이 하나씩 점등하며 패턴식의 돌길을 비춥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창궐하기 시작한 이후 도시는 저녁시간대 특유의 활기를 잃은지 오랩니다.
 
악기상에서 나온 두 사람은 귀갓길에 광장에 놓인 낡은 피아노 한 대를 발견하게 됩니다.
 
미오리네:잠, 잠깐만 슬레타.
 
슬레타:응?
 
미오리네는 슬레타의 옷을 붙잡고 낡은 피아노쪽으로 이끕니다.
 
낡디 낡아 의자에 앉는 사람도, 건반에 손을 대는 사람도, 하다못해 눈길을 주는 사람도 없이
 
분수대 맞은 편에 그저 장식물처럼 배치되어 있는 나무 피아노입니다.
 
슬레타:혹시.. 이거야?
 
미오리네:(손끝으로 건반을 쓸어내리며) 이게 여기에 있었네.
 
슬레타:찾아서 다행이다..!
 
미오리네:시에서 빌려갔다해서 영영 못찾는 줄 알았어.
...기쁘네.
 
슬레타:

슬레타

Power

보통

극단적성공
5vs.75
 
 
세상의 오류와 같은 현상, 다시 한 번 어쩐지 모를 데자뷰 현상에 사로잡힙니다.
 
이 장면, 어디선가 분명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꿈에서일까요?
 
SANc 0/1.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성공
62vs.75
 
 
미오리네:찾아줘서 고마워.
 
슬레타:나,난 아무것도 안했는데...
 
미오리네:같이 있어줬잖아. 실제로 찾아냈고, 그거면 충분해.
 
슬레타:....헤헤.
왜 이런 곳에 있는걸까?
 
미오리네:시에서 오픈버스킹이라도 하라고 둔 게 아닐까?
그런 거 많이들 하니까.
 
슬레타:그렇구나...
 
미오리네:소리는... 제대로 나나?
(피아노 의자에 앉습니다.)
 
슬레타:(슬쩍 옆에 앉습니다)
 
미오리네는 아까 산 악보를 꺼내 얹습니다.
 
그러고는 악보에 적힌 음표에 따라 손가락을 움직입니다.
 
이 역시 가지고 있던 녹음기에 녹음됩니다.
 
연주를 시작하면 잰걸음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사람들의 이목이 광장의 피아노와 두 사람에게 집중됩니다.
 
미오리네가 좋아하던 곡이라 그런 걸까요? 빠르게 악보를 넘기며 곡을 진행합니다.
 
그런 미오리네의 연주를 바라보는 당신은 어떤가요?
 
당신도 언젠가 박수갈채를 받으며 무대에 올랐던 적이 있을 터입니다.
 
슬레타:

슬레타

???

보통

성공
93vs.100
 
 
어쩐지 아릿합니다.
 
줄곧 느껴왔기에 금세 깨달을 수 있는 감정입니다.
 
세상에 축적된 많은 문장의 표현을 빌려 설명하자면, 전조도 없이 가슴이 뛰었습니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해가 온전히 졌는데도 목구멍은 뜨겁고 살갗은 벗겨질 것처럼 차갑습니다.
 
가로등의 적적한 불빛이 마치 스포트라이트처럼 광장을 밝힙니다.
 
그제야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허름하고 볼품 없던 낡아 빠진 피아노일지라도 그 정도의 연약한 빛을 반사할 수는 있는 모양입니다….
 
(To GM): 28
 
곡을 완주하고 피아노에서 손가락을 뗍니다.
 
미오리네:있잖아, 슬레타.
 
슬레타:응.
 
미오리네:아직도 피아노, 치고 싶지 않아?
 
슬레타:사실은, 하고 싶어.
근데 무서워.
 
미오리네:무서워?
 
슬레타:...자신이 없어...
 
미오리네:자신이 없어?
 
슬레타:...혹시 화났어?
 
미오리네:...뭐어?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왜 화를 내.
 
슬레타:그런 것 같아서... (무릎 위에서 손가락을 꼼지락 대며)
 
미오리네:(땀을 흘리며) 아냐, 아니라고. 전혀 화나지 않았어.
 
슬레타:(슬쩍 눈치보다가 고개를 푹 숙이고) 나,나는 언니만큼 잘 할 자신이 없어서...
 
미오리네:지금부터 배우면 되지! 할 수 있어.
 
슬레타:으응, 고마워.
...진짜 화 안났어?
 
미오리네:화! 안났다고!
(슬레타를 붙잡고 끌고 갑니다.)
 
슬레타:지,지금은 화난 것 같은데...!
 
미오리네:아니거든!
 
슬레타:어디로 가는거야...!?
 
미오리네:...그러게. 이제 돌아가야지...
 
슬레타:그,그러게! 이러다가 감기 걸릴거야...
그 병도... 조심해야 돼!
 
미오리네:...알았어, 너두.
내일 학교에서 봐.
 
슬레타:내일도 아침에 연습해?
 
미오리네:응. 너는 오고 싶을 때 와.
 
슬레타:일찍! 갈게.
 
미오리네:(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아침.
 
숨통을 불사르는 듯한 건조함과 함께 잠에서 깨어나면 휴대폰에 맞춰두었던 알람이 당신을 보채고 있습니다.
 
삐비비빅. 삐비비빅. 삐비비빅.
 
정신사나운 벨소리는 한참이고 이어집니다.
 
오전 댓바람부터 머리가 띵한 것이…
 
밤새 공기중에 섞여 든 냉기에 시달렸는지도 모릅니다.
 
슬레타:콜록, 몇시지...?
 
적어도 7시 이전입니다.
 
슬레타:학교에 가야 돼...
(정상적으로 거동이 되나요?)
 
예, 문제 없습니다.
 
등교 준비를 끝마치고 바깥으로 나가기 전, 끄지 않은 채로 잊고 있었던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소리를 듣습니다.
 
퍽 익숙한 아나운서의 목소리네요.
 
정체불명의 전염성 질병에 대한 속보를 다루기 위해 신설 편성되었다 던 그 코너임이 분명합니다.
 
슬레타:

슬레타

Listen

보통

극단적성공
2vs.75
 
 
아나운서:…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정체불명의 전염성 열병에 감염된 환자의 수가 전세계 인구의 25%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시민들의 불안감은 날로 달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최근 전세계 곳곳에서 공통적인 기현상이 발생, 목격되고 있습니다.
증언은 일체 열을 빼앗기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비롯되었는데요,
환자들은 하나같이 여름철에나 날 법한 짙은 오존 냄새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밤 하늘에 별들이 수도 없이 많이 떠있는 것이 기이하다.'는 말을 되풀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모 대학병원 의료진은 질병 감염에 따른 환각 증세의 가능성을…
다음 속보입니다….
 
...
 
점점 더 환자가 늘어나고 있음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슬레타:(다른 친구들은, 미오리네는 괜찮을까?)
 
당신은 서둘러 움직입니다.
 
*
 
교실에 도착하면 미오리네의 자리가 비어있습니다.
 
오늘은 조금 여유롭게 등교하려나? 안일하게 앉아있어보지만…
 
조례 시간이 끝날 때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조금 부자연스럽습니다.
 
슬레타:(몸이 아픈걸까...?)
(선생님한테 물어볼 수 있나요?)
 
예.
 
슬레타:저,저기 선생님!
미오리네는... 오늘 결석인가요?
 
선생님:아, 미오리네 렘블랑 말이냐?
 
슬레타:네..!
 
선생님:(휴대폰으로 명단을 보더니) 흠, 이번에 서넛 안나온 애들 말이지. 병결하겠다 제출을 해서 말이다.
 
슬레타:병,병결이요!?
 
선생님:그래, 그 유행성 열병 말이다.
 
슬레타:네에~!?
어,어떡하지!
 
선생님:괜히 찾아가지는 말고.
국가기관에서 격리 중이겠지.
 
슬레타:그렇겠네요...
 
선생님:(한숨을 내쉬곤) 들어가라. 감기걸리겠다.
 
슬레타:네에... (터덜터덜 자리에 앉습니다)
 
선생님께 미오리네의 병결 이유를 듣게된 당신은 자꾸만 신경이 쓰이고 가슴이 조일듯 답답해집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지난 며칠간 당신과 미오리네는 질릴만치 붙어 다니며 시간을 공유했습니다.
 
그래서일지도 몰라요.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설명할 거예요?

 

 
방과후
 
하교를 알리는 묵직한 종례음과 함께, 번쩍! 마치 스위치를 올리듯 분산되어 있던 정신이 한 자리에서 맞붙었습니다.
 
뒤늦게 주변을 둘러보면 책가방을 싼 아이들이 교실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들어옵니다.
 
어느틈에 종례가 이루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하루종일 좀처럼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혹은 다른 생각을 했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거나요.
 
학교가 파했으니 집으로 귀가해야겠죠.
 
늑장을 부리고 있노라면, "빨리 나가, 문 잠글 거야!" 오늘의 주번인 동급생이 톡 쏘아붙입니다.
 
슬레타:미, 미안! (허겁지겁 가방을 챙겨서 나옵니다)
 
교실 바깥으로 나가기 직전, 어쩐지 모를 기묘한 이끌림에 힘입어 미오리네의 책상 쪽으로 시선을 기울입니다.
 
때마침 덜 닫힌 창문 가장자리에 불어온 오후의 설익은 바람에 가슴이 뻐근해졌습니다.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은 건조한 1인용의 책걸상.
 
비어 있는 가방 걸이, 사물함 아래 가지런히 모여있는 교과서…
 
가장자리에 [C반, 미오리네 렘블랑]라고 적혀있는 코팅된 시간표까지.
 
기스 하나 남아 있지 않은 책상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전에 없던 기이한 감각마저 솟아나는 것입니다.
 
어제는 분명 이 자리에 책상 주인이 앉아 있었는데, 오늘은 하루종일 비어 있었습니다.
 
그 덧없는 사실이 어쩐지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지던 그 때.
 
슬레타:

슬레타

Spot Hidden

보통

극단적성공
7vs.75
 
 
널빤지처럼 납작하고 어두운 책상 사물함 속, 켜켜이 정돈된 교과서 사이로부터 빼꼼 튀어나와 있는 찢어진 작은 종잇조각을 발견합니다.
 
슬레타:(꺼내봅니다)
 
잘 닦인 도자기처럼 맨질거리는 종이를 손에 쥔 당신은 전에 없던 확신을 느낄 지도 모릅니다.
 
어떤 위치를 가리키는 주소입니다. 혹은 약도거나.
 
눈에 익은 글씨체만으로도 머리통에 자연스레 그려지는 장소가 있었습니다.
 
슬레타:(글씨 자세히 볼 수 있나요?)
 
물론이죠.
 
▶:지도는 도로를 잇고 사진은 추억을 잇고 시계는 시간을 잇는다는데 무엇이 감히 세계를 이을 수 있을까. 사람에게는 필연적으로 매여 있던 곳을 떠나야만 하는 시기가 와. 언젠가 문득 기억을 더듬다 원형 하나 남지 않은 과거를 마주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니, 네가 모르는 길을 발견하거든 꼭 그 앞을 걸어 나가야만 할 때 반드시 시간을 증명하고 기억을 되새길 물건 하나를 가지고 가야 해. 네가 다시 돌아와야만 하는 장소를 잊지 않도록.
 
슬레타:(걸어 나가야만 할 때...)
 
슬레타:

슬레타

Intelligence

보통

실패
62vs.45
 

슬레타

Luck

보통

성공
31vs.59
 
 
이 약도, 어디선가 본 적 있는데. 전에 미오리네와 갔던 악기상이었던 것 같기도.
 
슬레타:(약도에 그려진 곳으로 가겠습니다)
 
끊임없이 기억을 더듬거나 헤매다보면
 
당신은 일전에 함께 방문했던 악기상 앞에 도달합니다.
 
악기상 출입구에는 희끄무레하게 바래어 페인트칠이 벗겨진 '임시 휴업' 팻말이 걸려 있습니다.
 
슬레타:(문을 두들겨 보겠습니다)
 
아무런 반응이 없네요.
 
슬레타:(주변에 다른 사람은 없나요?)
 
네, 없네요.
 
당신은 겨울과 어울리지 않는 새파란 싹이 이름 모를 찬 계절의 들꽃이나 잡초들과 뒤섞여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울타리 근처를 서성입니다.
 
슬레타:

슬레타

Spot Hidden

보통

극단적성공
13vs.75
 
 
미련을 떨치지 못한 당신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악기상 바깥쪽의 자그맣게 무너진 울타리입니다.
 
그 사이로 어떤 계절의 풀벌레 우는 소리만 작달만합니다.
 
좁다란 공간은 마치 언젠가의 비밀스러운 길이 닦였다가 무산된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틈새를 들여다 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몸을 구겨본다면 간신히 이동하는데에는 무리가 없어 보이네요.
 
슬레타:(일단 들여다볼게요)
 
샛길로 보입니다.
 
슬레타:(들어가보겠습니다)
 
비밀의 장소로 인도하는양 샛길을 타고 악기상 건물 외벽의 바깥 쪽을 타고 둘러 이동하다 보면,
 
당신은 나무가 부자연스럽게 우거진 공터를 발견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풀벌레 우는 소리는 꺼진지 오래.
 
이곳에 사람의 흔적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만… 메마른 흙바닥의 정가운데 뻥 뚫린 싱크홀이 나있는 것만큼은 예삿 일이 아닌 것 같군요.
 
구멍의 가장자리는 마치 녹은 것처럼 보이며, 비정상적으로 일렁이고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존재하는 웜홀이라는 미지의 공간이 발치 아래 투영된 듯 합니다.
 
SANc 1/1d3.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실패
89vs.75
 
rolling 1d3
 
(
1
 
)
 
 
=
1
왜 이런 구멍이...?
 
영하를 웃도는 불친절한 겨울,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유사 이전의 세상에 인간이 최초로 빚어졌을 당시 하나의 재료처럼 장기 곳곳에 새겨져 있었던 본능으로 말미암아 어떤 메시지를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구멍에 뛰어들어야 해!
 
당신은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어쩌면 결국 이곳에 다다르기 위해 스스로 모르는 사이 오래도록 방황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구덩이를 살피면 마치 하늘을 반사한 물이라도 투영하듯 희미한 빛이 텅 빈 공간을 떠돌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깊어 보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근방에선 강렬한 여름의 오존 냄새가 풍깁니다.
 
비릿하기도 하면서 싱그럽기도 한 특유의…. 겨울에 묶인 사람이 향수를 느끼기에 더없이 충분하고, 강렬하고, 매력적인 냄새입니다.
 
슬레타:This message has been hidden.
(미오리네랑 어울리는 예쁘고 귀여운 키링, 제조년 2022년, 제조사 중국)
(건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바보같은 키링으로 결정하시겠어요?
 
슬레타:(미오리네랑 어울리는 예쁘고 귀여운 키링으로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모든 준비를 끝마친 당신은 구멍 속으로 몸을 내던집니다.
 
찰나에 당신은 온 몸을 거스를듯 피부를 긁어대는 어떤 비인간적인 손길을 느낍니다.
 
전에 느껴본 적 없던 외계의 에너지가 강압적으로 몸을 잡아 당기는 듯한 감각이었습니다.

 
이미지
 
???
 
…깜빡. 깜빡, 깜빡.
 
소용돌이치는 왜곡 속을 맨발로 건너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맞게 도착한 걸까요?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당신은 꽤 깊은 구덩이 안에 있습니다.
 
깊은 구멍 안에 머물고 있는 탓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꼭 천장같은 회색의 하늘이 원형으로 오려져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슬레타:(올라가서 나갈 수 있을까요?)
 
도약으로 가능할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당신의 근처에 가져온 키링과 건전지 하나가 보입니다.
 
슬레타:(키링과 건전지 일단 챙기겠습니다)
(근력 해볼게요)

슬레타

Strength

보통

성공
54vs.75
 
 
사방이 꽉 막혀있던 구멍을 아래에서 위로 기어 빠져나오는데 성공합니다.
 
근처를 살피면 구덩이에 뛰어들기 전에 보았던 그 공터입니다.
 
장소는 그대로인데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사뭇 다릅니다.
 
이리저리 우거져있던 나무가 바싹 말라 타고 남은 잿더미처럼 바닥을 장악하고 있고,
 
맞은편에 보이는 악기상의 벽면은 부식되어 이질적인 감상을 더합니다.
 
오랜 세월동안 전혀 관리되지 않은 것 처럼 보이는군요.
 
슬레타:(미래인건가...?)
 
공터에서 빠져나오면 악기상 입구에 다다릅니다.
 
길게 뻗은 아스팔트 도로나 굴곡진 모퉁이를 돌아보아도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 발견할 수 없습니다.
 
공간 자체가 마치 노이즈낀 흑백 필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길로, 어떤 장소로 향하든 일말의 생명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저 전깃줄 위에 앉아 지저귀는 새들의 목소리나 칼바람이 맞부딪히는 요란하고 적막한 소음만이 공허한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악기상을 살피면 녹슨 초인종이 달린 문은 걸쇠가 고장나 살짝 열려 있습니다.
 
직전에 보았던 '임시 휴업'팻말은 문간에 그대로 걸려 있습니다.
 
슬레타:(열고 들어가볼게요)
 
'임시', '휴업', 하고 반으로 쪼개져 덜렁거리는 탓에 다소 음산한 기운을 더하고 있습니다.
 
악기상으로 들어가자 눈에 익은 피아노 한 대를 발견합니다.
 
자세히 살피지 않아도 '아' 싶은 구석이 있는 모양새인 겁니다.
 
이 피아노는… 분명… 어디선가 만났던 기억이 있는 악기입니다.
 
슬레타:(낡은 나무 피아노인가요?)
 
네, 맞습니다.
 
슬레타:(건반 눌러볼게요. 소리가 날까요?)
 
턱, 하고 불퉁한 소리가 들립니다.
 
슬레타:(피아노말고 다른 것도 있나요?)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는 [카운터]입니다.
 
좌석에 앉아 악기상을 지키고 있던 가게 주인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목재 구조의 악기상 내부는 텁텁하고 간지러운 먼지 냄새가 납니다.
 
어디에서도 악기는 찾아볼 수 없지만 벽면 가득 들어찬 거대한 [책장]은 그대로네요.
 
슬레타:(카운터 먼저 살펴볼게요)
 
▶:
 
슬레타:(라디오 작동 될까요?)
 
치직… 치지지직… 완전히 고장나버렸는지 탁한 백색소음을 흩뿌리고 있습니다.
 
주파를 맞춰보고 툭툭 두드려도 보지만 고쳐질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한번 만져봐야 고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슬레타:

슬레타

Mechanical Repair

보통

성공
31vs.50
 
 
슬레타가 이리저리 만지다보면 라디오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라디오:…칙, 치지직… 괴 전염병으로 인한 체온을 빼앗기다 사망한 인구가 전체 인류의 70%에 육박했습니다
사회는 완전히 마비되었습니다… 치직, …그 누구도 미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대로 인류는 역사에서 잊혀지게 될 것입니다.
한편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오컬트 학자들이 내놓은 새로운 가설이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전염병이 어떤 경로로 감염되어 인체에 해를 끼치는지, 보편적이지 않은 경로로 추적을 이어오던 그들은 전 지구를 장악한 미지의 전염병이 사실은 어떤 저주이며, 감염 경로가 특이하게도 '음악'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어떤 저주받은 곡으로 인하여 전염병이 창궐하였다면, 이 광기어린 저주를 세상에 퍼뜨린 원인이 되는 곡의 악보를 태우는 방법만이 존속과 멸망을 결정지을 유일한 수단이라고…
 
라디오:치직…
 
SANc 1/1d3.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실패
94vs.74
 
rolling 1d3
 
(
2
 
)
 
 
=
2
...
(시계 살펴볼게요)
 
SANc 0/1.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실패
92vs.72
 
...악보를 찾아야하는 걸까?
(책장 쪽 살펴볼게요)
 
슬레타:(달력 볼게요)
 
슬레타:

슬레타

Intelligence

보통

성공
37vs.45
 
 
세상의 오류를 알리듯 거꾸로 돌아가는 아날로그 시계와, 당신이 살던 현재로부터 조금 동떨어진 세월의 흐름을 가리키는 달력.
 
길거리에는 사람 하나 오가지 않고 시야는 마치 흑백필름을 끼워 넣은 것처럼 생기 없었습니다.
 
미지의 구멍, 그곳에 마치 운명같은 이끌림을 얻어 겁없이 뛰어든 당신.
 
눈치챕니다. 당신은 가까운 미래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2025년, 인구의 70%가 잠들어버린 뒤 고요한 멸망을 기다리고 있는 3년 후의 미래입니다.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성공
36vs.71
 
(책장에 다른 볼 것이 있나요?)
 
없습니다.
 
슬레타:아무도 안계세요~...?
 
아무도 반응해주지 않습니다.
 
창밖으로 시선을 던지면,
 
끝없는 냉기에 젖은 아스팔트의 건너편 골목에서 누군가의 인영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합니다.
 
슬레타:(다급하게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그 실루엣을 바라보고 있자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목소리가 당신을 반깁니다.
 
미오리네:하, 한참 찾았잖아.
몸은 이제 괜찮은 거야?
기침은. 아니 그러니까.
이제 어, 괜찮. 음. 아...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손을 떱니다.)
있잖아, 슬레타.
 
미오리네:내가 줄곧 생각해봤는데.
네가 원한대로 갔다와볼게.
내가 과거로 가서 널 만나고 올게.
그러니까. 응?
(눈을 이리저리 흔드며) 그, 네가 정말 피아노 치는 걸 싫어했더라면...
이 악기상에 찾아오지도 않았을 테니까.
 
미오리네:결단... 같이 내렸잖아.
우리.. 괜찮아.
이제.
 
슬레타:저기...
무슨말이야...?
왜, 왜 그렇게 다쳤어?
뭐가 괜찮아...?
 
당신이 뭐라고 하든 미오리네는 들리지 않는듯 행동합니다.
 
품에는 악보가 들려 있습니다.
 
슬레타:(무슨 악보인지 알 수 있나요?)
 
예전에 음악실에서 흘렸던 그 악보 같습니다.
 
슬레타:그 악보 좀 보여줘.
 
미오리네:미안해.
두고가서
 
This message has been hidden.
 
미오리네는 당신의 손을 어루만지다가 몸을 돌립니다.
 
모든 결정과 준비를 끝마친 사람처럼,
 
미련 없이 당신을 지나쳐 악보를 들고 깊고 커다란 구멍에 뛰어듭니다.
 
슬레타:가지마!
 
구멍에 뛰어든 미오리네는 미소를 지었던 것 같습니다.
 
슬레타:

슬레타

Luck

보통

성공
56vs.59
 
 
당신의 발치에 무언가 걸립니다.
 
자세히 보면 휴대용 녹음기와 은색의 반지입니다.
 
미오리네의 검지손가락에 있던 그 반지와 같은 디자인입니다.
 
녹음기에는 건전지가 없는지 작동되지 않습니다.
 
슬레타:(아까 주운 건전지를 녹음기에 넣겠습니다)
 
딸깍-
 
딱 맞아떨어집니다.
 
삐-익,
 
13개의 음성메시지가 남아있습니다.
 
휴대용 녹음기:25년 10월 X일
세계는 모래로 이루어진 성마냥 단시간에 무너져내렸다.
3년 전 시작했던 저주는 점점 몸집을 불려 인류의 70프로를 장악해버렸다.
세상은 이미 그것에 의해 멸망했다.
얼마 남지 않은 우리는 마침내 이곳에 도달했고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몰라도 한가지 희망을 손에 넣었다.
그것은 단 하나의 악보집이었다.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슬레타:(네)
 
휴대용 녹음기:25년 10월 XX일
이 세계의 저주를 풀어내고자 많은 시간을 연구했고, 이 근처에서 시간의 왜곡을 찾아냈다.
누군가 알려주지 않았지만 나는 이것이 과거로 향한 웜홀인 것을 깨달았다.
만약 과거로 가 저주를 풀어낸다면 이 세상은 원래대로 돌아올까?\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슬레타:(네)
 
휴대용 녹음기:25년 10월 XX일
미래를 인지하고 역사를 바꾸기 위해 시간을 건너간 당사자는 절대로 미래를 바꿀 수 없다.
또한 누군가에게 직접적으로 귀띔해줌으로서 세상의 변화를 도모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깨달아 버렸다.
우주의 섭리이자 절대적인 질서를 감히 시간을 조금 더 앞서나간 인간따위가 좌지우지 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슬레타:(네)
 
휴대용 녹음기:25년 11월 X일
슬레타가 감염됐다.
어디서 감염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에게 더이상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슬레타:(네)
 
휴대용 녹음기:25년 11월 X일
슬레타가 한 가지 계획을 이야기했다.
아직 감염되지 않은 내가 과거로 가 과거의 자신을 유도해 세상을 되돌린다는 것.
그때의 자신은 피아노를 포기했지만, 사실 작은 계기와 동기가 있었다면 다시 피아노를 하지 않았을까, 라고 가벼운 말투로 이야기를 했다.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슬레타:(네)
 
휴대용 녹음기:25년 11월 XX일
슬레타가 아프다.
아프지 않은 척 웃으며 몸을 일으키지만 이미 체온이 많이 낮아졌다.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슬레타:(네)
 
휴대용 녹음기:25년 11월 XX일
...날 두고 떠나려는 걸 겨우 붙잡았다.
내 앞에서는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나 뭐라나.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거야... -지직-
그러지 마.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슬레타:(네)
 
휴대용 녹음기:25년 12월 X일
-지직-
계획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내가 과거로 가 미래를 바꾼다면... 이 세계선은 사라지고 평화로웠던 세상이 돌아온다.
동화책 마지막에 나오는 다들 행복하게 살았어요. 란 이야기처럼 행복해지는... 지직-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슬레타:(네)
 
휴대용 녹음기:25년 12월 XX일
알아낸 대로라면 나는... 이곳의 널 잊어야하잖아.
-지직-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슬레타:(네)
 
휴대용 녹음기:25년 12월 XX일
싫어싫어싫어! 싫어! 슬레타! 제발!
날 두고 가지 마. 네가 없는 세계는 싫어.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슬레타:(네)
 
휴대용 녹음기:25년 12월 XX일
네가 말했지? 과거의 널 믿어보라고.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나도 믿어볼 뿐이야.
-지직-
...있잖아... 네가 나한테 반지 준 날 기억해?
부끄러워서 크게 드러내지 않았지만 무척이나 기뻤어.
반지를 끼워주면서 우리끼리 작게 식을 올렸는데...
 
휴대용 녹음기:그 외도 같이 머물렀던 때, 책을 읽던 때, 즐거웠던 기억들 투성이네.
아, ...이제 졸립구나? 내가 말이 너무 많았네... 꿈에서도, 행복했으면 좋겠어.
좋은 꿈 꿔, 슬레타. -지직-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슬레타:(네)
 
휴대용 녹음기:25년 12월 XX일
(콜록거리는 기침소리가 들린다.)
...
-지직-
있잖아요, 하아... 저는 미오리네 씨를... 믿,으니까요.
마음대로, 밀어내서, 미안해요...
 
휴대용 녹음기:하, 지만요. 전 미오리네 씨가 살아, 줬으면 좋겠어요.
사랑해요, 사랑해, 요. 미오리네 씨.
우리 다시 만나요, 그때는...
(뒷말이 흐려져서 들리지 않는다.)
...
-지직-
 
휴대용 녹음기:...
 
더 이상의 메시지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갑작스럽게 눈앞이 암전됩니다.
 
당신이 다시 정신을 차리면 2025년에 묶여있던 몸은 다시금 2022년의 악기상 앞에 서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미오리네는 보이지 않고, 한가로운 골목길을 누비는 어린 아이들이 종종 눈에 들어옵니다.
 
아이들의 얼굴을 칭칭 둘러싼 목도리 끄트머리가 잔상처럼 눈가에 남습니다.
 
악기상 유리창 너머의 아날로그 시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정갈하게 돌아갑니다.
 
휴대폰 캘린더를 펼쳐 살펴도 달력은 올바른 날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꿈이라도 꾼 걸까요?
 
단지 꿈이라는 한 단어로 축약하기에 보고 듣고 겪었던 모든 것들이 지나치게 현실적이었습니다.
 
슬레타:피아노... 연주...
(미오리네는 어디있지...?)
 
알 수 없습니다.
 
슬레타:(지금 몇시인가요?)
 
슬슬 해가 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슬레타:(학교로 돌아가서 음악실로 가겠습니다)
(그러면 몇시쯤 될까요?)
 
그러면 저녁에서 밤이 되겠네요.
 
가보시겠어요?
 
슬레타:(가겠습니다)

 

 
어느덧 저녁이 쏟아지고 밤으로 물들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학교로 향하는 내내 무거운 공기가 발목을 잡는듯 합니다.
 
한밤중의 겨울은 이래서 무서운 법이죠. 매년 이맘때쯤 하얀 눈이 쏟아지고는 했으니, 시간이 부지런히 흐른다면 며칠 안 있어 폭설이 시작될 터입니다.
 
슬레타:

슬레타

Spot Hidden

보통

실패
80vs.75
 
 
당신은 목적지로 향하던 도중 몇가지 기현상을 목격합니다.
 
전봇대를 붙잡은채 119에 두통을 호소하다 잠들듯 바닥에 쓰러진 환자의 주위를 지나가던 사람이 일으켜 세우는 한편,
 
급히 출동하던 앰뷸런스가 어느 사거리에서 승용차와 부딪히는 등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합니다.
 
불가해하기 짝이 없는 세상의 불균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왜 전에는 눈치채지 못했을까요?
 
하늘을 올려다보면 소름끼칠만큼 많은 별의 형상이 아른거립니다.
 
학교에 도착해 음악실로 향하면 정해져 있는 수순처럼 열려 있는 문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닫히지 않은 창문 틈새로 불어오는 바람의 유영에 빼곡히 덮인 커튼이 의지를 가진 생물처럼 하늘댑니다.
 
어떡하시겠어요?
 
슬레타:(숨을 몰아쉬면서 들어가겠습니다)
 
음악실에 들어섭니다.
 
슬레타:(주변을 살펴보겠습니다)
 
커다란 그랜드 피아노가 보입니다.
 
미오리네가 그곳에서 피아노를 쳤었죠.
 
슬레타:(같이 앉았던 자리를 살펴볼게요)
 
그랜드 피아노 앞에 놓여있는 피아노 의자 뚜껑을 열면 수납서랍 한구석에 보관되어 있는 오래된 낡은 악보집 하나가 눈에 띕니다.
 
악보집을 습득함과 동시에 당신은 낡아빠진 악보집 어귀에 자리하고 있는 어떤 징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슬레타:

슬레타

Power

보통

성공
59vs.75
 
 
그래요, 그 때, 당신이 쏟았던 악보집들 사이에 미운오리새끼처럼 섞여있던 그 악보집에도 이런 그림이 박혀 있었습니다. 
조악하게 본떠 넣은 듯 형편 없는 문양은 은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악보를 손에 넣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슬레타:

슬레타

Intelligence

보통

성공
36vs.45
 
 
분명 악보를 불태우라고 했었죠.
 
생각해보면 이 학교 뒷편에 소각장이 있었습니다.
 
슬레타:(그쪽으로 가보겠습니다)
 
악보를 태우기 위해 음악실을 벗어나려던 당신은 눈 앞이 하얗게 아른대는 듯한 잔상을 보았습니다.
 
과연 잔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우물에서 올라오는 듯한 인광의 기둥은 평범한 사람의 의식이 상상할 수 있는 어떠한 영상도 초월하는 재앙과 비정상의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단지 빛은 이제 새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쏟아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감히 이름 붙일 수 없는 색깔의 형체 없는 흐름은 구덩이에서 곧장 천장을 향해 솟구쳐 올라가는 듯합니다.
 
순수한 색채의 형태로 나타난 이계의 지성체, 세상에 알려진 어떤 스펙트럼과도 닮지 않은 희미한 색을 내는 비실체.
 
우주에서 온 색채입니다!
 
SANc 0/1d4.
 
슬레타:

슬레타

Sanity

보통

어려움성공
20vs.70
 
 
아른거리던 색채는 곧 작은 개미지옥을 만들어낼듯 당신의 육신을 에워쌉니다.
 
슬레타:히익!
 
순간, 머리가 반으로 쪼개질 듯한 역겨운 오존 냄새를 맡았습니다.
 
부자연스럽게도 겨울 내내 맡아왔던 비리고도 싱그러운 냄새입니다.
 
우주에서 온 색채는 가까이에 있는 지성체의 마음을 약화시킵니다.
 
슬레타:

슬레타

Intelligence

보통

실패
95vs.45
 
(ㅜㅜㅠㅠ)
 
▶:

우주에서 온 색채

Power

보통

실패
82vs.50
 
 
재롤합니다.
 
슬레타:

슬레타

Intelligence

보통

극단적성공
8vs.45
 
 
▶:

우주에서 온 색채

Power

보통

성공
38vs.50
 
 
끈적하고 불쾌한 비실체가 몸 곳곳에 들러붙는 감각을 뿌리치고 가까스로 정신을 다잡습니다.
 
슬레타:(도망칠 수 있을까요?)
 
빠르게 음악실 바깥으로 도망갑시다.
 
슬레타:(네!)
 
음악실 바깥으로 대피하려는 찰나.
 
강한 힘이 당신의 팔을 잡아당겨 음악실 바깥으로 끌어냅니다.
 
슬레타:우왓!
 
미오리네_다급:내가 밤에는 음악실에 오지 말라고 했잖아!
 
얼굴을 확인하면 아니나다를까 결석했던 미오리네입니다.
 
슬레타:어, 어!?
 
매서운 불호령이 떨어집니다만, 그조차도 당신이 들고 있는 악보집을 확인하거든 빠르게 누그러듭니다.
 
미오리네_다급:왜 말을 안들어.
 
슬레타:미안...
아프다고 하지 않았어?
 
얼굴에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붙잡힌 통에 팔 전체에 전해지는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낮다는 사실을 눈치 채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몸은 마치 얼음을 켜켜이 쌓아둔 것처럼 차갑습니다.
 
미오리네:아프...기는 했지만.
신경쓸만큼은 아냐.
 
슬레타:이렇게 차가운데...?
 
미오리네:...
 
슬레타:밖에 나와있어도 괜찮은거야...?
 
미오리네:아마도.
 
슬레타:...불에 쬐면 좀 괜찮아질거야.
 
미오리네:이제 어디로 갈 거야.
 
슬레타:악보를 태워야 돼.
 
미오리네:그... 럼. 소각장이네...
 
슬레타:응.
 
미오리네:후우... 가자.
그럼
 
슬레타:... 괜찮은걸까?
 
두 사람은 소각장으로 이동합니다.
 
가는 동안 미오리네는 아무말 없이 걷기만 합니다.
 
가끔 휘청이지만 이내 몸을 바로 세웁니다.
 
슬레타:(부축해줄게요)
 
차가운 냉기가 당신의 몸을 타고 흐릅니다.
 
슬레타:괜찮아지는 거 맞지...?
 
미오리네:모르겠어.
그치만, 괜찮을거야.
 
슬레타:응, 믿을게.
 
당신의 손에는 악보가 있습니다.
 
그리고 눈앞에는 타오르는 소각장의 불길이 있습니다.
 
슬레타:(미오리네 표정은 어떤가요?)
 
그다지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의 행동을 계속 주시하고 있습니다.
 
슬레타:(심리학이 되나요?)
 
슬레타:

슬레타

Psychology

보통

어려움성공
15vs.40
 
 
꽤나 지쳐보입니다. 그렇지만 이제 거의 끝을 보는 듯이 해탈해보이는 표정도 보이는 것 같네요.
 
슬레타:(악보를 소각장으로 던지겠습니다)
 
노란 표지의 악보가 불에 타 재가 됩니다.
 
미오리네:뜬금 없을지도 모르지만, 선생님이 내주셨던 과학 숙제 이야기야.
선생님은 미래에서 건너온 사람이 과거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물었잖아.
어떻게 생각해?
 
슬레타: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어.
과거까지 와줬으니까.
그정도로 슬픈 미래였나봐...
 
미오리네:...
그런가보네.
나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만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은 없어.
 
그렇게 말하는 미오리네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있습니다.
 
꼭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것이 아닌, 세상의 진리를 설파하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한참을 침묵하던 미오리네가 다시 한 번 입을 엽니다.
 
미오리네:있잖아, 슬레타. 아직도 피아노 연주 하고 싶지 않아?
 
그러면서 당신에게 악보집 하나를 건네줍니다.
 
낡고, 오래 되었고, 허름하며, 손때 묻었지만…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을 건네받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슬레타:(악보집을 펼쳐봅니다)
 
미오리네는 곧 쓰러질 것 같은 창백한 안색을 하고서 끊길 것 같은 목소리를 쥐어 짜내 한 가지 부탁을 남깁니다.
 
그 모습이 마치 한계에 다다른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미오리네:내일은 크리스마스잖아. 그러니 부탁이 하나 있어.
내일 오후 6시에 피아노가 놓여 있는 광장에서 그 악보를 연주해 줘.
꼭 그 광장이어야 해. 사람이 많은 곳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을 시간에, 반드시 이 곡을 연주 해줘야 해.
꼭이야.
 
슬레타:미오리네도 와줄거야..?
 
미오리네:글쎄.
 
슬레타:...연주할게.
내일 안와도 되니까...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
 
미오리네는 아무말 없이 등을 돌려 사라집니다.
 
사라지는 미오리네를 잡아 세울 수는 없습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겠지만 비유하자면 그런 것입니다.
 
무지개를 손으로 잡을 수 없고 햇빛의 뜨거움을 유리병 속에 담지는 못하는 것과 같은.
 
(To GM): 사람은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 죽어가는 존재라지만 세상에 절망과 꺾인 의지만이 잔재한다면 너와 내가 이렇게 무사히 만날 수 있었을 리 없어.
 
(To GM): 눈 앞에 놓인 골목의 폭이 서로 다를 뿐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누구에게나 주어져 있지 않을까.
 
(To GM): 그래서 사람들은 언젠가 좌절하지 않는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선택을 번복하고 버텨내는 거야.
 
(To GM): 몇 달 몇 년을 웅크리고서 오래도록.

 
이미지
 
눈이라도 퍼부을듯 칙칙한 먹구름이 욕심껏 천공을 차지하고 있는 시간입니다.
 
그 풍경이 어쩐지 기묘하게 반짝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당신은 광장에 나오셨나요?
 
슬레타:(받은 악보를 챙겨들고 나왔습니다)
 
평소보다 적은 수이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이 광장은 요 근방에서 유동객이 많은 장소로 손꼽히는 장소입니다.
 
중앙에 마련된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 놓여 있는 낡아빠진 피아노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페인트 칠을 해두었지만 좀처럼 눈길을 사로잡지는 못하는 낡고 오래된 악기가 꼭 고물처럼 보입니다.
 
점점 더 무채색해지며,
 
점점 더 다채로워지는 모순적인 세계에 도태되어 있습니다.
 
그 허름한 피아노에 다가서는 것은
 
오로지 슬레타, 당신 뿐이겠죠.
 
슬레타:(악보를 올려두고 피아노 앞 의자에 앉습니다)
 
당신은 약속대로 피아노 의자에 앉습니다.
 
어릴적, 순수하게 음악을 즐기던 그시절.
 
그때와 같은 마음으로.
 
슬레타:

슬레타

???

보통

어려움성공
50vs.100
 
미오리네가 언니는 언니고, 나는 나라고 했으니까.
연주 해달라고 부탁 받았으니까.
...다시 연주한다면 제일 들려주고 싶었던 건,
(손을 건반 위에 올립니다)
 
시간은 점점 6시에 가까워지는 이릇입니다.
 
주변을 바라보지만 미오리네는 보이지 않네요.
 
이미지
 
당신은 시간의 풍파를 고스란히 간직한 악보대 위에 셀 수 없이 많은 나이를 먹고 자란 곡을 올려둡니다.
 
음표를 빼곡히 채워 넣은 악보는 종이가 어찌나 얇고 덧없는지
 
바람 한 점에도 부서질 것처럼 가녀립니다.
 
이 악보의 어느 구석이 그렇게나 특별한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미오리네는 당신에게 간곡히 부탁했었죠.
 
언젠가 당신이 최초로 건반에 손을 올려놓았을 때처럼 어깨 끝을 살짝 떨면서.
 
따듯하고 상냥한 공기 한 품 찾아볼 수 없는 불친절한 겨울의 정가운데서
 
마침내 건반에 손을 올려둡니다.
 
결코 잊지 못해 품고 살 수밖에 없었던 날카로운 냉기가 백건과 흑건 위에도 자리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럼에도 모순적이게도 어깨를 두드리던 강렬한 추위가 한풀 꺾입니다.
 
추억으로 남길 뻔했던 감각들이 되살아남을 느낀 것은 그 때였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도 괜찮나요?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 번 연주를 그만 두었던 당신이 과연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모든 의지를 잃고 주저앉아 있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도망치듯 반대로 뛰어 가능한 먼 곳으로 숨었던 당신의 굳어버린 손가락은,
 
다시 누군가의 발걸음을 멈춰 세울만한 연주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슬레타:(미오리네처럼 사람들의 발길을 멈출 만큼 대단한 연주는 못할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할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 악보를 보며 연주를 시작하겠습니다)
 
우리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며 고양했던 그때 그 감각.
 
92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그럼요.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세상에 절망과 꺾인 의지만이 잔재한다면 한 번 좌절했던 당신이 이렇게 무사히 피아노 앞에 앉게 될 수 있었을 리 만무합니다.
 
눈 앞에 놓인 골목의 폭이 서로 다를 뿐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주어져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언젠가 좌절하지 않는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선택을 번복하고 버텨내는 겁니다!
 
마치 약속처럼,
 
겨울은 곧 지나갈 거예요.
 
슬레타:

슬레타

피아노

보통

성공
65vs.92
 
 
연주가 시작되면 바쁘게 거리를 활보하고,
 
때로는 흐릿한 풍경에서 벗어날듯 지나치던 사람들의 시선이 점차 광장에 모이기 시작합니다.
 
기이하게 물들었던 별빛 하늘이 풍향을 따라
 
꽃가루처럼 걷히고 가슴 위에 얹힌 듯 반죽되어 있던 아픔과 좌절이 단 하나의 점이 되어 흔적을 달리합니다.
 
곡이 끝맺음과 동시에 건반에서 손가락이 떨어지면,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박수갈채를 날립니다.
 
뉘엿뉘엿 져가던 하늘에 수놓였던 수억 개의 별들이,
 
세계를 숙주삼아 성장하던 색채의 무리가 모두 걷혔음을 깨닫습니다.
 
모든 인파가 흩어지고 나서야 주위를 둘러보지만
 
그 어느 구석에서도 미오리네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슬레타:결국 안와줬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같은 자리에 앉아 기다렸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미지
 
미오리네의 전학 소식을 듣게 된 것은 돌아온 월요일 아침에서였습니다.
 
당신은 어쩌면 묘연히 사라져버린 미오리네를 수소문 했을 수도 있고,
 
미오리네를 만나기 전의 평범했던 하루처럼 모든 사건을 잊은 채 나날을 이어나가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의 체온을 빼앗던 전염병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고, 혼란했던 세계는 평화를 되찾습니다.
 
저체온에 시달려 병결했던 아이들도 모두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귀에 박혀 익숙했던 캐럴이 늦겨울의 끝에서 기나긴 생의 종지부를 찍습니다.
 
시간은 부지런히 흐르고 계절이 순환합니다.
 
10대의 끝, 졸업식을 하루 앞둔 당신은 책상 사물함 깊숙한 곳에서 반과 반으로 접힌 쪽지 하나를 발견합니다.
 
눈에 익은 글씨를 확인하면
 
틀림 없이 미오리네의 글씨체입니다.
 
접힌 자국만이 선명하고 흐릿하게 번진 연필 자국은….
 
2025년 겨울의 악기상에서 다시 만나자.
 
반짝, 하고. 마치 빛을 받은 유령의 신호처럼.
 
이미지
 
누군가에는 그리울  여느 2025년의 겨울 크리스마스.
 
세간에 알려진 '정체불명의 전염병'사태가 종식된 날로부터 약 3년이 흘렀습니다.
 
좁디 좁은 골목을 돌아 울타리 어귀에 멈춰선 당신은 영업 종료 팻말이 걸려 있는 악기상 건물을 바라봅니다.
 
관리 되지 않아 썩어가는 나무벽은 꼭 악기상이 아닌 잊혀진 어딘가의 골동품 가게를 연상케 합니다.
 
그나마 빼곡한 덩쿨식물이 건물 외벽을 타고 자라난 풍경만이 음산함을 닦아낼 뿐입니다.
 
당신은 걸쇠가 앞길을 가로막은 악기상 처마 아래서 낡아빠진 [피아노] 한 대를 발견합니다.
 
3년 전의 그 피아노임은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슬레타:(살펴보겠습니다)
 
악보대 위에는 반듯하게 펼쳐진 [악보] 하나와 더불어 사용감이 남아 있는 [녹음기] 하나를 발견합니다.
 
녹음기는 피아노만큼이나 눈에 익는 종류입니다.
 
슬레타:(악보 먼저 보겠습니다)
 
악보를 확인하면.
 
눈에 익히 보았던 드뷔시의 달빛입니다.
 
슬레타:(한번 악보를 쓸어봅니다)
(녹음기를 작동 시켜보겠습니다)
 
녹음기 전원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들어옵니다.
 
텅 비어있는 폴더 속에서 음성메시지 한 건과 세션중 연주한 횟수 만큼의 피아노 연주 녹음 파일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음성메시지를 재생하면 3년 전에 녹음된 파일로, 다소 음질이 좋지 않습니다.
 
노이즈낀 음질 틈을 파고든 미오리네의 목소리가 잿빛 겨울의 골목길에 흩뿌려집니다.
 
휴대용 녹음기:메리크리스마스, 슬레타.
피아노 연주 잘 들었어.
눈치 챘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3년 후의 미래에서 온 사람이야.
그래서 나는 지금 내가 살던 미래로 돌아가.
과거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봐 마지막 인사를 하지 않고 홀연히 떠날 마음을 먹었어.
지금에서야 깨닫는 거지만, 나는 이미 한 번 너를 만났던 적이 있는 것 같아.
 
휴대용 녹음기:과거로 향하는 구멍에 뛰어들기 직전 악기상 앞에서 널 마주쳤던 일이 있어. 
그런데 그게 실은 '너'였던 거야. 내가 찾아 헤매길 자처했던 3년 전의….
신기하지 않아?
내가 헤매기도 전에 네가 먼저 나를 만나러 와줬다는 게.
 
음성 메시지가 종료되면 한 송이 두 송이 눈발이 나리기 시작합니다.
 
언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걸까요?
 
멍하니 녹음기를 든 채, 혹은 악보를 펼친 채
 
망가져가는 피아노 앞에 우두커니 서있던 당신의 어깨를 톡톡, 누군가 두드리겠죠.
 
불현듯 고개를 돌려 상대를 확인하면,
 
...미오리네 렘블랑입니다.
 
2025년, 두 번째 첫 만남.
 
알고 있나요? 두 사람은 괴멸해가던 일전의 미래에서도 2025년에 이 피아노 앞에서 마주쳤습니다.
 
어떤 악보와 함께.
 
메리크리스마스.
 
FIN
 
극복 판정에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슬레타:(이름을 붙인다면 사랑이겠죠...)
 
미오리네_에필:

슬레타

사랑

보통

성공
78vs.100
 
 
(To GM): 나는 마치 음악실의 유령처럼 그 어떤 기척도 내지 않고 숨죽인 채 네가 이곳에 이끌려 스스로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
 
슬레타:

슬레타

사랑

보통

성공
56vs.100
 
 
(To GM): 정말이지 유령처럼, 질량도 형체도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형태로 어둡고 침침하던 과거의 겨울 속에서
 
(To GM): 오롯이 목소리만으로 너를 홀려낼 생각 뿐이었던 음악실의 유령처럼…

 

 

1부 저주받은 보석

더보기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범인을 색출해내는 기술도 날로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웬만한 범죄자는 단 한 번의 실수로도 감옥에 들어가기 일쑤죠.
 
경찰의 눈을 피해 음지에서 기어 다니는 죄 많은 그들……
 
아, 물론 동정하는 건 아니에요.
 
정의로운 신입 형사인 당신에게 죄는 뿌리 뽑아야 할 악덕이며, 악당은 혼쭐을 내줘야 할 불량 씨앗이니까요.
 
“그런데, 벌써 몇 번째 검거에 실패하는 게 가당키나 하냔 말이야!”
 
쾅, 상사가 책상을 크게 내리치며 분통을 터트립니다.
 
책상 위에는 오늘 아침에 발간된 따끈따끈한 신문이 펼쳐져 있습니다.
 
1면에 들어간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그 유명한,
 
팬텀 블루 미스트의 화려한 예고장입니다.
 
어렵게 꼬아놓은 퀴즈나 수수께끼도 없이, 정정당당하게(이 말을 써도 괜찮을까요?)
 
발송된 예고에는 언제나 그렇듯 푸른 안개꽃이 동봉되어 있었습니다.
 
“이왕 친절하게 예고장을 보낼 거라면 뭘 훔쳐 가는지도 말해달라고!”
 
백도하:(5월 22일... 지금이 며칠이지? 며칠간 집에 못들어가서 날짜개념도 사라졌네.)
 
오늘은.... 5월 21일! 예고장에 표기된 날짜 하루 전날입니다.
 
백도하:(스마트폰을 열어 날짜를 확인합니다. 내일이군.)
 
그렇습니다.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범인을 색출해내는 기술도 날로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웬만한 범죄자는 단 한 번의 실수로도 감옥에 들어가기 일쑤죠.
 
경찰의 눈을 피해 음지에서 기어 다니는 죄 많은 그들…… 사이에서도,
 
경찰을 우롱하며 훨훨 날아다니는 푸른 안개의 괴도!
 
이번에는 꼭, 반드시…… 그를 붙잡아 보이겠어요!
 
....인센티브가 어마어마할 테니까.
 
“이봐, 듣고 있는 거야? 신입이 벌써부터 기가 빠져서는, 에잉, 쯧쯧……”
 
다짐하는 것도 잠시, 상사의 꼰대질에 당신은 쫓겨나듯 방을 나옵니다.
 
백도하:거참...
 
저 양반 눈에 들어서 인센티브를 챙기는 게 여간 만만한 일이 아니에요.
 
마음먹은 대로 돌아갔다면 만사가 참 쉬웠을 텐데요.
 
“오늘은 평소보다 심기가 안 좋으시네요.”
 
“왜, 또 그 괴도가……”
 
동료들이 소곤거리다, 당신이 오자 반갑게 맞이합니다.
 
“커피 마시고 일해요~ 이럴 때 한숨 돌려야죠.”
 
백도하:아무래도 위에서 뭐라고 하니 말이죠.
(커피를 한잔 받습니다.)
 
손에 뜨거운 커피가 안착합니다.
 
종이컵 안을 들여다보면, 새까맣고 끈적끈적한 액체 위에 언뜻 당신의 모습이 비치네요.
 
조금 피곤해보이지만… 이 정도면 제법 정의로운 경찰 같지 않나요?
 
뿌듯해해도 좋아요. 아니, 뿌듯해하자고요.
 
백도하:(뭐, 이래뵈도 경찰이니 말이죠.)
 
마침내 꿈에 그리던 경찰에 들어온 당신은 생각하고는 다른 여러 일에 당황한 적도 있지만 (주차 단속, 무단횡단 단속, 음주 단속, 기타 등등)
 
팬텀 블루 미스트라는,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는 대사건에 합류할 기회를 얻었으니까요.
 
“도하 씨도 이제 경찰 태가 나네요~ 햇병아리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아니, 정말 엊그제였잖아. 몇 달밖에 안 됐다고?”
 
“아하하, 그랬었나. 그런데 도하 씨, 지난번 괴도가 출몰했던 현장에 있었다면서요. 혹시 재미있는 일화 같은 거 없어요?”
 
[ 지능 판정 ]
 
백도하:

백도하

Intelligence

보통

성공
34vs.60
 
 
“재미있는 일화라고 한다면, 아마도……” 자각하기도 전에, 당신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말이 흘러나옵니다.
 
분명히 명화 절도사건이었죠. 괴도와 일대일 매치를 했던 역사적인 순간!
 
동료들의 눈빛이 호기심으로 가득 차오릅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도하는 그때의 일을 회상하기 시작합니다…….
 
 
백도하:(흠)
 
한 달 전, 달이 뜨지 않은 밤.
 
시내 미술관은 한밤중인데도 전층 불을 밝히고, 숨을 죽인 채 괴도의 침입을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입구부터 경찰들이 오가는 차를 경계하고 있네요.
 
도하는 이런 큰 사건에 차출된 것이 처음이라 조금 긴장합니다.
 
원래 같았다면 신입 중에서도 신입인 도하에겐 기껏해야 순찰 정도가 떨어졌겠지만,
 
이번엔 운이 좋았어요.
 
괴도가 보낸 예고장을 처음으로 발견한 것이 바로 당신이었으니 말이에요.
 
“자네가 하마터면 놓칠 뻔한 예고장을 발견했다고 들었네.”
 
높으신 분이 형식적으로, 당신을 칭찬합니다.
 
“이 괴도란 것이 참 질이 나빠. 언제, 어디서는 그렇게 꼬박꼬박 잘 쓰면서 뭘 훔치려고 하는지도 적지 않고…… 게다가 예고장을 아무 데나 끼워두니 제때 발견하기도 힘든 일이지.”
 
그렇습니다. 이번 예고장은 회수를 위해 내놓은 빈 짜장면 그릇 안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백도하:(너무 아무데나인데?)
 
막내인 당신은 그릇을 버리다가 우연히 예고장과 눈이 마주쳤고, 그 공을 인정받아 가장 중요한 전시장의 경계를 맡게 되었답니다.
 
짱!
 
백도하:(이런걸로?)
 
“자, 곧 예고 시간이군. 녀석이 노릴 법한 그림이라면, 분명히 <베일을 쓴 아리아드네>가 틀림없어. 이 미술관에서 최고로 가치 있는 그림이니까.”
 
베일을 쓴 아리아드네. 이 전시장의 중앙, 오만떼만 경찰들로 바글바글한 안쪽에 그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커다랗고 휘황찬란한 귀걸이를 한 여인이, 베일을 쓴 채 눈을 내리깔고 있습니다. 손에는 막 감다 만 실타래가 들려 있고요.
 
[ 교육 판정 ]
 
백도하:

백도하

Education

보통

성공
1vs.70
 
 
?
 
굿
 
이 가치를 부정할 수 있는 자는 없습니다. 명실상부한, 미술계의 신성!
 
단 한 사람을 그린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힘 있는 붓놀림과 터치는 그를 살아 숨 쉬는 이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괴도가 처음 미술관을 목표로 지정했을 때, 모든 사람이 괴도가 노리는 것은 <베일을 쓴 아리아드네>라고 생각했던 것도 당연합니다.
 
“예고 시간 10분 전! 모두 정위치로!”
 
도하는 전시장의 구석 벽에 섭니다. 아리아드네와는 다소 멀리 떨어진 곳이라, 이 구역의 경계는 한산하네요.
 
당신 외에 배치된 이는 갓 신입처럼 보이는, 경찰정복을 서투르게 입은 사람입니다. 모자가 삐뚤어졌는지 쩔쩔매고 있네요.
 
눈이 마주치자 꾸벅, 인사를 하고……
 
신입 경찰:“허, 허억, 모자가 떨어졌……”
 
허둥지둥 소란을 피우는 모습에 저쪽의 경찰들이 눈살을 찌푸립니다.
 
“거기, 조용히 하게!”
 
신입 경찰:“죄, 죄송합니닷! 으아, 혀를 깨물읏……”
 
모자는 주울 생각도 않고 시끄럽기 그지없네요.
 
어떻게 할까요, 모자를 주워줄까요?
 
백도하:(주워주겠습니다.)
 
신입 경찰은 미소를 지으며 감사를 표합니다.
 
백도하:모자, 떨어뜨리셨습니다.
 
신입 경찰:"가, 감사합니다! 제가 현장은 처음이라.. 민폐를 끼치게 되었네요."
 
상당히 젊어 보여요. 선량한 얼굴이지만 잔뜩 긴장한 듯, 모자는 여전히 삐뚤어져 있고 겉옷의 단추도 한두 개쯤 뜯어져 있습니다.
 
“예고 시간 5분 전!”
 
백도하:(어차피 이런 일은 윗분들이 처리해 줄거니 말이지.) 거기 겉옷.
 
신입 경찰:"엇! 이런, 또 빼먹은게...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하며 옷매무새를 다듬어요.
슬쩍 다가섭니다. “저기, 제가 오늘이 첫 임무라 그런데…… 팬텀 블루, 어쩌고가 그렇게 유명한가요? 미술관 앞에 기자들도 와글바글하고……”
 
백도하:(옷을 붙잡고 대충 손가락으로 알려줍니다.)
 
신입 경찰이 당신에게 자꾸만 말을 걸어옵니다.
 
아무래도 도하 또한 신입이다보니까, 그런 기류를 감지하고 친해지고 싶어 하는 걸까요?
 
여기서 도하가 알고 있는, 팬텀 블루 미스트의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반년 전 혜성처럼 나타난, 정체를 모르는 도둑.
 
모두가 탐을 내는, 유명하고 값비싼 물건(명화, 보석, 조각상 등)만 털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경찰이 두렵지 않은 양 사건 전엔 언제나 예고장을 보낸다.
 
원래 이름이 없었으나, 예고장에 항시 동봉하는 푸른 안개꽃이 포인트가 되어, 블루 미스트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이름하여 푸른 안개의 괴도!
 
변장에 능하고, 각종 꼼수를 써 번번이 현장을 탈출, 덕분에 경찰의 원성을 사고 있다. 반대로 매스컴 및 대중에선 일약 스타.
 
경찰의 무능을 비웃고, 화려한 쇼맨십을 펼치는 괴도 덕분에 블루 미스트 등장 이후론 몇 날 며칠 내내 그의 기사가 실린다.
 
대충 이런 얘기를 해줄 수 있겠네요.
 
백도하:뭐, 일 잘하는 엔터테이머 계열 도둑 아니겠습니까. 일을 잘하니 우리가 이렇게 밤낮 가리지 않고 나와있는거겠죠.
신문에도 자주 나오기도 하고. (옷에 달린 이름표를 봅니다.)
 
신입 경찰의 이름표에는 강한설. 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신입 경찰:"그야말로.. 쇼맨십을 즐기는 범죄자네요."
“예고장을 보내다니, 웬만한 범죄자들이라면 제 무덤 파는 짓이라고 말하겠어요. 실제로도 그런데, 어떻게 잡히지 않는 걸까요?” 웃습니다.
“대체 어떻게 탈출하는 걸까…… 알 수만 있다면 붙잡을 수 있을텐데요. 그렇죠?”
 
백도하:흠... 뭐, 그보다 먼저 선점할 수 있다면요.
 
신입 경찰:"역시 그렇죠? 제가 뻔한 걸 물었네..."
"대중한테 인기가 많은 것도 뭐 이해가 가요. 이렇게 신출귀몰 하다면 말이죠.""
"선배님은 좋아하시나요?"
 
백도하:괴도 말입니까?
 
신입 경찰:"네. 경찰의 입장이라는 게 있지만. 어떻게 보면 저희도 대중이잖아요?"
 
백도하: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일거리나 많아지고 못잡으면 깨지니까요. 관련 범죄가 늘어나는 것도 원하지 않고요.
 
신입 경찰:“...하긴, 그래야 정의로운 경찰이죠! 존경스러워요, 선배님. 저도 선배에 뒤지지 않도록 힘내야겠습니다.” 다짐하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 심리학 판정 ]
 
백도하:

백도하

Psychoanalysis

보통

어려움성공
25vs.50
 
 
어라? 아까까지 잔뜩 긴장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 긴장이 다 풀렸나 보네요.
 
신입 경찰은 휘파람을 불며, 여유롭게 모자를 고쳐 쓰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넉살이 좋은 사람입니다.
 
“거기, 아까부터 소곤소곤 시끄럽잖아! 예고 시간 10초 전……”
 
그 순간, 화를 내던 그가 아연한 표정을 합니다.
 
방 안의 모든 불이 꺼집니다. 암흑이 찾아옵니다.
 
“저, 정전이다!”
 
“어서 비상 전력을!”
 
“젠장, 손전등이라도 켜봐!”
 
삽시간에 전열이 흐트러지며, 손전등 빛이 번뜩거립니다. 아직 그림은 무사한 모양이네요.
 
신입 경찰:“선배, 손전등 챙겨왔어요?”
 
백도하:(역시 손전등을 켜봅니다.)
 
신입 경찰:“오오, 저는, 아닌데. 놓고 왔나 봐요. 칠칠치 못한 신입이라니까.”
 
백도하:지급받은 물품이니 말이지.
정신 똑바로 차리지 못합니까?
 
그런데 그 때, 무언가가 도하의 손에서 손전등을 내쳐버립니다.
 
손전등은 저 멀리 구석으로 굴러가버리네요.
 
백도하:(엇.)
 
신입 경찰:“그래도 핸드폰이 있어서 다행이죠~ 문명의 이기! 저 플래시 자주 써요.”
 
부스럭거리는 소리. 그런 것치고는 빛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백도하:(그쪽으로 눈을 돌립니다.)
 
신입 경찰:“슬슬 예고 시간 아닌가요? 정확한 시간이, 아하하, 6, 5, 4……”
 
신입이 핸드폰을 꺼낸 걸까요? 당신의 눈앞에 보인 것은,
 
“3”
 
“2”
 
“1”
 
“등장~”
 
눈을 찌르는 듯 강렬한 빛이 터집니다. 섬광탄입니다.
 
눈물이 앞을 가려, 제대로 뜨고 있을 수 없습니다.
 
백도하:(눈을 찌푸립니다.)
읏...
 
어디선가 욕설이 들립니다.
 
“녀석이 왔다!!! 벽을 더듬어! 아리아드네를 지켜라!”
 
그리고 당신의 바로 옆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립니다.
 
“이런 상황에도 막힘없이 지휘하시다니~ 우리나라 경찰은 대단하네! 자부심을 느껴!”
 
백도하:(눈을 살짝 떠서 옆을 봐봅니다.)
 
하얀 실루엣이 흐릿하게 보입니다. 얼굴은... 이런, 제대로 보이지 않아요.
 
백도하:이런...
 
“그런데 어쩌나. 물건은 이미 챙겼거든. 제가 언제 아리아드네를 가져간다고 말이라도 했답니까? 저도 가끔은 쉬운 길을 가고 싶어서 말이지.”
 
제대로 앞을 볼 수도 없는 당신의 머리에, 푸욱, 깊게 모자가 씌워집니다.
 
백도하:윽... 뭐...야
 
“이것저것 알려주셔서 감사했어요, 선배씨~ 그럼 오늘은 이만.”
 
백도하:....
 
잠깐만요, 도하! 이대로 그를 보내줄 건가요?
 
창문이 열리는 소리가 납니다. 방향은, 정확해요. 이대로 달려들면 붙잡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달려들어요!
 
백도하:(급하게 몸을 날려 붙잡으려 합니다.)
 
[ 근접전(격투) 판정 ]
 
백도하:

백도하

Brawl

보통

실패
69vs.65
 
(운 사용하겠습니다.)
(운 쓸 일이 아니면 패스)
 
조금 비켜 나갔지만, 얼추 몸통박치기를 해낸 것 같습니다.
 
이건 예상 못했는지, 괴도가 당황한 소리를 냅니다. 쿠당탕!
 
백도하:으앗...
 
“잠깐만, 잠깐만, 나 뼈 부딪쳤어!”
 
백도하:아니 괴도면 그정도는 참으십시오.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놓으십시오
 
"이거 웃기는 경찰이네? 경찰이 할 소리냐고~"
 
백도하:(근력 70으로 붙잡고 늘어집니다.)
 
팔다리가 엉키고, 서로에게 주먹질을 하고, 육탄전이 계속되다가……
 
[ 관찰력 판정 : 어려움 ]
 
백도하:

백도하

Spot Hidden

보통

어려움성공
28vs.65
 
 
: 당신의 바로 앞에 있는 괴도가, 불현듯 자신의 머리카락을 왼쪽 귀 뒤로 넘겨 만지작거리는 듯한 동작을 합니다.
 
이런 순간에, 갑자기?
 
“타임, 타임~”
 
당신은 나동그라집니다. 다른 경찰들이 모조리 이쪽으로 달려들었지 뭐예요!
 
섬광탄의 효력이 사라질 때까지 얼마나 지났을까요.
 
정신을 차리자, 창문은 훤히 열려 있고, 괴도는 온데간데 없을뿐더러……
 
도하의 손에는, 찢어진 망토 조각만이 남아있었습니다.
 
백도하:(손에 쥔 망토조각을 봅니다.)
놓쳤네요.
 
도하의 허탈한 목소리만 울릴 뿐이었습니다.
 
 
……
 
……그런 일이 있었죠.
 
미술관이 잃어버린 것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사실 인기가 없다 못해 아무도 정확한 이름을 몰랐던 낡은 그림이라고 합니다.
 
미술관 측은 아리아드네를 잃어버리지 않았으니 되었다며 이 이상 경찰을 추궁하진 않았다고 하네요.
 
오히려, 팬텀 블루 미스트가 훔쳐 간 그림이라며 해당 그림의 기념품을 제작해 큰 이익을 거뒀다는 소문이 들려옵니다.
 
“도하 씨도 참, 고생이 많네요. 하마터면 잡을 뻔했는데 아깝다.”
 
백도하:거기서 섬광탄만 조심했어도 더 시간을 끌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어쩔 수 없죠.
 
"신입 기수 중에서 도하씨가 제일 전투 평가가 좋았잖아요. 괴도놈이 운이 좋았던 거지."
 
"이번에는 놓치지 말고 인센티브에 휴가까지 땡겨봐요~"
 
백도하:인센티브, 휴가...
(그 말에 기분이 고조됩니다.)
 
그날로부터 벌써 한 달이 흘렀습니다. 이번에야말로 리벤지 매치!
 
전날 밤 당신이 두고 간 슬리퍼 밑에서, 예고장이 발견되었기 때문이에요.
 
백도하:(아니 미쳤나 진짜.)
 
깜짝 러블리 이벤트
 
이번에 팬텀 블루 미스트가 노리는 장소는 사흘 후 열리는 <가장무도회>라고 합니다.
 
고위층들이 해마다 여는 즐거운 유희라, 경찰을 단체로 들일 수 없다는 명령에 다들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래도 당신이 합류할 수 있었던 건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가장무도회에 대해 조사한다면, 자료조사 판정을 합니다.
 
백도하:

백도하

Library Use

보통

어려움성공
15vs.50
 
 
가장무도회가 열리는 장소는 ‘야수회’라고 불리는 어떤 종교단체의 건물이며, 아주 귀한 보석을 갖고 있다는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이 이상은 금기시되는지 더 나오지 않네요.
 
백도하:야수회. 이름도 참 별로군.
(자료를 보며) 귀한 보석. 이게 이번 타겟인가?
 
“도하씨 이와중에 또 일한다! 그러지 말고 오늘 점심은 피자 어때요?”
 
“피자 좋지! 나는…… 하와이안!”
 
“아 지난번에도 그거 시켰잖아요, 저 파인애플 싫다니까 자꾸 그러네.”
 
백도하:피자, 저는 오븐 스파게티 따로 시켜주십쇼.
 
"좋아요 좋아~"
 
당신은 자리로 돌아와 예고장의 사진을 살펴봅니다.
 
[ 지능 판정 ]
 
백도하:

백도하

Intelligence

보통

극단적성공
12vs.60
 
 
괴도의 예고장은 그때그때 다른 편지, 다른 글씨, 다른 말투지만 푸른 안개꽃만큼은 한결같이 동봉되어 있습니다.
 
<가장무도회>에 입장을 허가받은 건 당신과 몇 명의 경찰. 제대로 사복을 입어야 한다고 했었죠.
 
차라리 경찰을 가장한 척, 정복을 입고 가면 안 되나? 잠깐, 이거 괜찮은 것 같습니다.
 
백도하:(이름표만 떼면 될 것 같군요,)
 
고급스러운 정장이나, 코스튬을 갖추기엔 여력이 없단 말이죠. 도하는 경찰정복을 입은 채 무도회에 참가하기로 결심합니다.
 
결행 일시는 내일. 그 후로 잠을 잘 때마다, 꿈 속에서 괴도가 나타나 당신을 바짝 약 올리고는 사라집니다.
 
본때를 보여주고 말겠어……
 
“아, 피자 온 것 같네. 막내가 나가라!”
 
본때를 보여주고 말겠다고…… 당신은 피자를 받으러 나갑니다.
 
백도하:나갑니다.
 
피자 배달부는 헬멧을 쓴 채로, 오토바이 옆에 서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피자 배달부:“주문 감사합니다!” 피자 판을 잔뜩 얹어줘요.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가 가득 피어오릅니다.
 
백도하:(피자를 받습니다.) 확인했습니다.
 
결국 파인애플이 든 피자 반, 들어있지 않은 피자 반을 시켰던가요.
 
“열 번 시키면 피자 한 판이 무료거든요. 이제 아홉 번이니까, 네. 다음 주문하실 때 쿠폰 사용하신다고 말씀해주세요~”
 
백도하:넵, 알겠습니다. 스파게티는 이건가요?
 
피자 배달부:"네! 치즈 오븐 미트볼 스파게티, 맞으실까요?"
 
백도하:옙 맞습니다.
 
배달부는 제법 싹싹하게 말을 붙여옵니다.
 
헬멧에 가려져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엔 웃음기가 담겨 있네요.
 
고된 일인데도 이렇게 잘 해주는 건…… 당신이 경찰이라서일지도 모릅니다.
 
원래 경찰 앞에서는 모두가 법규를 준수하잖아요.
 
흠, 역시 가장 무도회 복장으로는 경찰복이 맞는 선택이겠어요. 가장인 줄 알겠지만.
 
피자 배달부:“아참, 우리 경찰관님께선.. 무슨 피자가 제일 좋으세요?”
 
[ 듣기 판정 ]
 
백도하:

백도하

Listen

보통

어려움성공
23vs.65
 
 
이렇게 깐죽거리는 말투, 비교적 최근에 들은 것 같은데……
 
아뇨. 아마 아니겠지만. 무언가 마음에 걸립니다.
 
쓸데없이 파고들어 오는 것도 그렇고. 아, 좀, 수상하단 말이죠.
 
백도하:피자 보다는 스파게티를 더 좋아하기는 하는데...
그, 헬멧.
어디서 사셨습니까?
디자인이 괜찮은데 한번 봐도 되겠습니까?
 
피자 배달부:"헬멧이요?" 고개를 갸웃합니다. "가게에 있던 비품을 그대로 쓰는 건데요."
"아무래도 가게 물건이라~ 제가 함부로 건네드리기는 곤란하네요~" 너스레를 떨며 능숙하게 피합니다.
시계를 보더니, 화들짝 놀라요. "헉! 벌써 이렇게 시간이... 다음 배달에 늦겠는데?"
 
백도하:흐음... 그렇군요.
들어가보십쇼.
다음에 올 때는 헬멧 한번 보여주시는 거 잊지 말아주세요.
 
피자 배달부:"하하 그럼요~ 스파게티 챙겨오는 것도 잊지 않을게요. 좋아하시는 거니까."
 
백도하:저희 부서가 여기서 많이 시키니 말입니다.
 
피자 배달부:“그럼 이만 가보겠…… 아, 으으윽……”
 
백도하:또 뵙죠.
 
오토바이에 올라타던 배달부가 오른쪽 무릎을 부딪쳤는지 크게 아파하는 소리를 냅니다.
 
그렇게 세게 부딪친 것 같지도 않은데, 엄살이 심하네요.
 
눈이 마주치면 배달부는 멋쩍은 것처럼 물어보지도 않은 변명을 합니다.
 
피자 배달부:“아 이게 참, 한 달 전에 멍이 든 건데 아직도 안 나서 말이에요. 그때 그 사람이 너무 끈질겨서 원……" 히죽 웃습니다.
 
백도하:(작게 입꼬리를 올리며) 곤란한 일이었나보네요.
 
피자 배달부:"아, 그냥, 좀…… 하하하하…… 신경 쓰지 마세요!”
 
“피자 다 식겠다! 얼른 들어와서 먹어요!”
 
동료가 경찰서 안에서 소리칩니다.
 
피자 배달부:"어이쿠~ 들어가보셔야겠네?"
"그럼 다음에 뵐게요~ 멋진 경찰 선생님!"
 
백도하:(적당히 그를 보내고 피자를 부서로 옮깁니다.)
 
배달부는 상쾌한 목소리로 손을 흔들더니, 오토바이를 몰고 사라집니다.
 
도하는 식어가는 피자를 먹으며 지능 판정을 합니다.
 
백도하:

백도하

Intelligence

보통

어려움성공
24vs.60
 
 
그래, 틀림없습니다. 헷갈릴 리가 없죠.
 
저 사람, 팬텀 블루 미스트라고요.
 
경찰이 뭘 하고 있는지 염탐하러 온 게 아닐까요?
 
단 하나의 정보라도 줄까 보냐…… 당장이라도 괴도를 감옥에 집어넣고 싶어집니다.
 
백도하:무릎을 다쳤나했나?
다음에 볼 때는 왼쪽 무릎도 똑같이 만들어줘야겠네.
 
분노와 인센티브를 향한 사명감으로 인해 이성 판정 0/1
 
백도하:(피자를 얌 먹습니다.)

백도하

Sanity

보통

실패
87vs.70
 
 
아, 미트볼이 떨어져버렸습니다……
 
백도하:이런.
(휴지로 싸서 옆에 둡니다.)
 
 
그렇게 하루가 흐릅니다. 도하는 그동안 많은 일을 했지만, 그때마다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괴도의 괴롭힘에 시달려 다소 피로해집니다.
 
무단횡단을 하는 할아버지로 변장하거나,
 
인형을 잃어버렸다며 우는 아이로 변장하거나,
 
술을 마시고 난동을 부리는 할머니로 변장하거나.
 
아니, 뭐 모두가 괴도는 아니겠지만요. 그래도 그 괴도라면 당신을 괴롭히러 오는 게 당연하다니까요.
 
한 명 정도는 괴도였을걸요?
 
오른쪽 무릎을 다친 사람들이 어디 그렇게 흔하겠어요!
 
어쨌든, 현재 도하는 가장무도회장에 들어와 있습니다.
 
도시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이곳은, 어떤 종교단체의 건물이라고 하는군요.
 
처음 들어보는 종교니 정교는 아닌 듯한데, 고위층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니 뭐라고 지적하기도 어렵습니다.
 
건물 주변엔 이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온 고급 자동차들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총 3층짜리 건물로, 1층에는 휴게실, 2층에는 식당, 그리고 3층에는 기도실로 쓰이는 넓은 강당이 있습니다.
 
현재는 파티에 걸맞게 [휴게실] 구역, [레스토랑] 구역, [본회장]으로 나뉘어 손님을 맞고 있습니다.
 
단 하나뿐인 계단을 올라가 3층에 도착하면,
 
회장 안은 경쾌한 음악이 흐르고, 맛좋은 음식과 음료가 가득하네요. 경찰정복을 입고 온 당신을 ‘경찰 코스튬’을 입은 참가자라고 모두가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화려한 드레스나 연미복, 당신이 알지 못하는 만화 캐릭터 코스튬, 슈퍼맨을 위시한 히어로들, 마법사나 할로윈 코스튬 같은 것들도 보이고.
 
하지만 당신이 가장 거슬리는 건……
 
“등장, 등장! 팬텀 블루 미스트의 화려한 등장입니다!”
 
“잠깐! 사칭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 나야말로 진정한 팬텀 블루 미스트!”
 
……그 괴도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겠죠!
 
얼추 돌아보아도 50명 정도는 괴도 행세를 하며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래서야 진짜가 나타나더라도 얼른 잡을 수 없겠어요. 몇 없는 사복 경찰들도 하나같이 당황스러운 얼굴을 합니다.
 
무전기와 연결된 이어폰이 치직거리더니, 음성을 토해냅니다.
 
[ 어쩔 수 없지. 다들 경계를 늦추지 말고, 자연스럽게 파티에 녹아들도록. ]
 
[ 괴도가 노릴 만한 목표는 보석이다만, 경찰에게도 그 위치를 알려주지 않는군. 우선은 나타난 괴도를 잡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게나. ]
 
백도하:(그것 참 취향(
 
그런 지령과 함께 당신은 혼자가 되었습니다.
 
예고 시간까지는 앞으로 세 시간. 파티라도 즐겨볼까요?
 
백도하:(나쁘지 않죠)
레스토랑에 가야겠어.
 
도하가 회장을 전체적으로 둘러보면, 우선 가장 넓은 [본회장]에서는 쉴새 없이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니 쓸 만한 정보를 ‘탐문’으로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외 2층 [레스토랑] 구역은 앉아서,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개방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1층 [휴게실] 구역은 떠들썩한 파티에서 한숨 돌려 휴식할 수 있고요.
 
현재 도하가 있는 곳은 본회장입니다.
 
특별한 지령이 없는 한, 우선은 본회장부터 둘러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백도하:(탐문수사를 진행해보죠. 저기 있는 괴도 옷을 입은 사람에게 다가갑니다.)
 
[ 관찰력 판정 ]
 
백도하:

백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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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실패
67vs.65
 
 
괴도가 너무 많아 정신이 혼미합니다.
 
정신을 다잡아야겠어요. 이성 판정 0/1
 
백도하:

백도하

Sanity

보통

성공
55vs.69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둘러보면, 당신을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그룹이 있습니다.
 
백도하:(다시 한 번 찾아 봅시다.)
 
다시 한번 관찰력 판정을 해볼까요?
 
백도하:

백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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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어려움성공
25vs.65
 
 
화려한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성과, 셜록 홈즈의 옷을 차려입은 남성, 뱀파이어 분장을 한 남성이네요. 순서대로 말을 걸어볼까요?
 
백도하:(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성에게 다가섭니다.)
 
[화려한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성]
 
"안녕하세요, 멋진 코스튬이네요!"
 
백도하:선생님 역시 아름다우신 코스튬이시네요. 제일 눈에 띄셔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후훗, 감사해요. 보는 눈이 있으시군요? 그쪽이야 말로, 이렇게 멋지시니.. 이런 경찰만 있었으면 범죄는 벌써 다 사라지고도 남았을 거에요."
 
백도하:(작게 미소를 지으며) 범죄라, 그랬으면 좋겠네요. 여긴 다양한 괴도들이 많더군요. (수갑을 장난으로 꺼내고 다시 넣으며) 제가 이렇게 있는데 말입니다. (농을 칩니다.)
 
"아하하! 코스튬만 멋진게 아니라 유머감각도 있으시네요. 그러고보니, 들으셨어요? 오늘 진짜 팬텀 블루 미스트가 올지도 모른대요. 분명히 멋진 사람이겠죠? 그걸 보려고 몰래 들어온 외부인들도 몇몇 있다는 걸요.”
 
백도하:그래서 이렇게 사람이 많았던 거군요. 하긴 팬텀 블루 미스트. 세간에서 인기가 많더라고요.
선생님은 팬텀 블루 미스트, 좋아하시나요?
 
(끄덕입니다) “저야 친구들을 만나려고 가볍게 나온거지만... 궁금하네요. 괴도는 뭘 훔쳐 가려는 걸까요? 제 목걸이를 탐내진 않겠죠? 정말 비싼 최고급 루비로 만든 거란 말이에요. 이걸 잃어버리면 너무 슬플 거예요.”
 
"저요? 후훗, 물론 좋아하죠! 요새 이런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어디있겠어요. 그렇죠?"
 
백도하:아직 뭘 훔쳐간다 공개하지 않았으니 말이죠. 아마 괜찮으실 거예요. 주최자의 물건이 보통 최우선적인 타겟이지 않겠나요.
 
(도하의 말을 듣더니 떠올랐다는 듯 말해요.) “아, 그러고 보면 야수회에서 애지중지하는 보석이 하나 있대요. 황금빛이 아름답다고 했던가. 그래도 전 제 루비가 제일 좋지만요.”
 
백도하:사람마다 아끼는게 다르니 말이죠. 저도 선생님의 목걸이 잘 어울리신다고 생각합니다.
 
"후훗, 고마워요. 선생님께 그 수갑이 보석처럼 잘 어울리는 것처럼 말이죠!"
 
백도하:(작게 입꼬리를 올리며) 칭찬 감사합니다.
 
멋진 칭찬을 했다는 얼굴로 웃더니, 여인은 가볍게 인사하고 친구들이 있는 쪽으로 갑니다.
 
백도하:(셜록의 의상을 입은 남성에게 다가갑니다.)
 
[셜록 홈즈의 옷을 차려입은 남성]
 
"흠, 안녕하세요." 짐짓 뽐내듯 파이프를 입에 물고 인사합니다.
 
백도하:셜록 홈즈의 의상이군요.
꽤나 퀄리티가 높아 한눈에 들어오더군요.
 
"알아보시는 군요. 맞습니다. 제법 총명해 보이시는데요. 아, 제가 아무한테나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닙니다. 저는 눈이 높거든요."
 
"그런데 경찰보단, 당신도 다른 탐정 옷을 입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알다시피 추리 소설에서 경찰은 번번이 범인을 놓치는 존재로 등장하기 마련이잖아요.”
 
백도하:그렇긴 합니다만 적어도 경찰이 있어야 일반인들이 세상을 덜 두렵게 보지 않겠습니까.
저는 그 점이 경찰의 장점이라 봅니다.
 
"뭐, 그건 그렇지만요... 하지만 보세요. 그 팬텀 블루 미스트도 어찌하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선생님도 느끼시겠지만. 답답하기 그지 없어요."
 
“괴도라니, 그걸 자칭하기엔 너무 어설퍼요. 예고장부터 보세요. 이렇게 당당하게 몇 월 며칠 몇 시…… 참나, 유치하기 그지없습니다. 고급스러운 수수께끼도 없이 어떻게 괴도라고 할 수 있겠어요? 한참 모자라요.”
 
백도하:하하, 그렇게 보실 수도 있겠네요.
 
“듣자하니 사복 경찰이 몇 팀 섞여왔다고 하더군요. 그런 뜨내기 도둑은 얼른 잡혀주는 게 치안에 좋다니까요. 오늘은 그걸 볼 수 있어서, 기대됩니다.”
 
백도하:저도 오늘 잡혔으면 좋겠네요.
개인적으로 그와 악연이 있어서 말이죠.
 
"그게 정말입니까? 그 녀석을 실제로 본 적이 있어요?" 흥미롭게 도하를 봅니다.
 
백도하:저멀리서 그가 도망가는 걸 본 적 있습니다.
 
"사실 저도 놈에게 흥미가 많아서.. 몇가지 소문을 들었거든요."
 
백도하:어떤 걸 말이죠?
 
"흠. 괴도가 훔치려는 것이요. 이곳에 저주받은 보석이 있다곤 하던데, 정말인진 모르겠네요. 소유주에게 불행을 가져다준다고 했나…… 결국 트릭은 마지막에 들통나기 마련이죠. 유독성의 물질이 발라져 있다거나, 방사능이 새어 나오고 있다거나. 그런 거 아니겠어요?”
 
백도하:그러고보니 도굴한 보석들에는 그런 물질을 발라뒀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곤 했죠.
 
"맞아요. 팬텀 블루 미스트가 그런 트릭에라도 당하게 될지 기대되는 군요." 비웃듯이 웃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개인 조사를 하러..."
 
남자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걸어갑니다.
 
백도하:(남은 이에게도 가보죠)
 
[뱀파이어 분장을 한 남성]
 
남자는 꼿꼿이 서있다가 도하를 물끄러미 보곤, 인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는 분인 것 같은데.. 맞을까요? 가면 무도회에서 우스운 질문이지만요."
 
백도하:(관찰력 판정해봐도 되나요?)
(전체적인 분위기나 습관이나 등등)
 
좋습니다
 
백도하:(저런 말을 하다니 나 수상해요나 다름 없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백도하:

백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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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성공
45vs.65
 
 
남자는.. 커다란 키에 얼핏 보이는 피부색이 파래 보일 정도로 창백합니다. 분장일까요? 정말 완벽한 뱀파이어 코스프레네요.
 
백도하:아무래도 이곳엔 처음이니 처음뵙는 게 맞는 말이겠죠.
 
“저는 이 가장무도회가 너무 좋아, 매년 참석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시계토끼의 분장을 했어요. 아시나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건데.”
 
남자는 눈동자만 굴려 도하를 파악하려는 듯 봅니다.
 
“여긴 야수회, 라고 하는 종교단체의 건물이에요. 위대한 신을 섬기며 그 신의 가르침을 설파하는 교단이죠. 관심이 있으시다면 언제라도 환영이지만, 오늘만큼은 파티를 즐겨주세요.”
 
백도하:이곳에 많이 참여해보셨나보네요.
전체적으로 어떤 분위기로 파티가 진행되나요?
 
"흠... 보시다시피, 아름다운 회장에서 맛좋은 음식들과 화려한 시간을 보내죠. 품위있는 참석진에 어울리는 멋진 파티랄까요."
 
백도하:그러면 오늘 야수회의 사람들도 참석했겠군요.
 
"그렇습니다. 뭐, 야수회의 주최니까요. ....듣자하니 그 괴도가 이곳에 온다는데. 부디 파티를 망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백도하:그랬으면 좋겠군요.
 
"...더군다나, 우리 야수회의 보물인 옐로 다이아몬드만은 안됩니다. 신의 축복을 받은 보석. 그 황금빛 보석이 얼마나 귀한지…… "
 
백도하:물론이죠. 오늘 잡혔으면 좋겠네요.
 
“괴도가 그 보석을 훔쳐 가면 이만저만 손해가 아닙니다! ....만일 정말 경찰이라면, 꼭 그 망할 도둑을 잡아주세요. 그렇다고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진 마시고요. 손님들이 불안해하니까.”
 
남자는 그 말을 남기고 휙 몸을 돌려 가버립니다.
 
도하가 탐문을 끝내면, 무도회장의 음악이 한층 경쾌하고 신나는 무도곡으로 변합니다. 사람들이 쌍을 지어 춤을 추기 시작하는군요.
 
달리 파트너가 없는 당신은 그런 대열을 피해 구석으로 밀려납니다. 월 플라워가 될 준비는 되었나요?
 
그 순간,
 
“멋진 형사님, 저를 잡아가려고 오셨나요?”
 
당신에게 팬텀 블루 미스트가 말을 걸어옵니다.
 
……아, 팬텀 블루 미스트의 옷을 입은 사람이요. 엄밀하게는 말입니다.
 
백도하:(그렇군)
 
단정한 가면이 그의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있어, 정확히 어떤 인상인지는 잘 알 수 없었습니다만 세간에 널리 퍼진 ‘팬텀 블루 미스트’를 그대로 재현한 것 같군요.
 
장갑, 망토, 겉옷에 단 트레이드마크인 푸른 안개꽃.
 
[ 관찰력 판정 ]
 
백도하:팬텀 블루 미스트.

백도하

Spot Hidden

보통

성공
44vs.65
 
의 분장이군요.
 
그의 왼쪽 귀에만 푸른 안개꽃 모양의 귀걸이가 달려 있습니다.
 
한쪽만 한 귀걸이라니, 독특하네요.
 
당신이 귀걸이를 물끄러미 보자, 그는 호의적인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귀를 가리는 동작을 취합니다.
 
진수련:“저는 진수련. 당장 체포하려는 게 아니라면, 함께 춤을 추지 않겠어요?” 친절한 목소리로 손을 내밉니다.
 
백도하:이렇게 이름을 알려주셔도 괜찮은건가요?
(진수련을 바라보며 말해봅니다.)
 
진수련:으응? 하는 표정으로 도하를 봅니다. "제가 프로 정신이 없었나요? 그치만 그냥 가면 무도회인데... 이름 정도는 밝힐 수 있으니까."
"진짜도 아니잖아요." 웃어요.
 
백도하:가명이라,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혼자 있는 것 보단 한번 춤을 춰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진수련:"흐음. 본명인데.. 뭐, 안믿어 주셔도 상관 없어요. 그럼." 도하에게 잡으라는 듯 손을 건네요.
 
백도하:(손을 잡아봅니다.)
 
손을 잡자, 진수련은 순식간에 도하를 끌어당겨 리드합니다.
 
백도하:꽤나 능하시네요.
 
굉장히 능숙하고, 사뿐사뿐한 걸음걸이로요.
 
진수련:"저도 무도회는 꽤 즐기는 편이라서요. 맘에 드시는지?"
 
백도하:제가 무도회는 오랜간만이라 새롭기도 하고... 괜찮은 느낌입니다.
 
진수련:"하하, 그건 다행이네요!" 가볍게 팔을 돌리며 경쾌한 걸음을 합니다. "이런 자리는 즐거워야죠. 안그래요?"
"보세요. 경찰 옷을 입은 사람은 당신 뿐이에요. 보자마자 다른 괴도들보다 먼저 선점해야겠다고 생각했지. 괴도의 파트너는 경찰 아니겠어요?"
 
백도하:(입꼬리를 올리며) 그런 이유에서 였군요.
꽤나 용감무쌍한 괴도군요. 진수련씨.
 
진수련:"이런데서 이기려면 결국 컨셉 싸움이니까? 그래봤자 진짜한테 비할바는 못되겠지만요." 마주 웃어요.
"팬텀 블루 미스트가 여길 노린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저주받은 보석이 있다는데.. 저주가 실재할까요? 그런거 믿으시는 타입이신가?"
 
백도하:저주라기보단 도둑맞는 걸 방지하기 위해 주인이 수작을 부린 거라 생각이 드네요.
 
진수련:"호오, 예리한 지적인데요. 설마 진짜 경찰이신거 아니야...?" 눈썹을 날카롭게 비틀며 바라봅니다. "진짜 경찰이시면.. 괴도가 오면 지켜주셔야 해요?"
 
백도하:괴도면 좀더 담이 세야하는 거 아닌가요. 후후.
 
진수련:"하하, 여기 경찰님도 계시고. 믿을 구석이 있는데 뭐하러?" 도하를 부드럽게 턴 시켜줍니다.
 
[ 예술(춤) 판정 ]
 
백도하:

백도하

Education

어려움

실패
59vs.35
 
 
스텝을 잘못 밟아 비틀거립니다.
 
백도하:(당연함. 춤 안춘지 오래됨)
 
그러고 보면, 당신이 아는 괴도는 오른쪽 무릎에 부상을 입었지 않았나요.
 
이왕 중심을 잃은 김에 은근슬쩍 부딪쳐보면 어떨까요?
 
백도하:(좋은 생각입니다. 또하나의 나)
 
킬킬킬 내 힘을 빌리니 편하지?
 
백도하:(슬쩍 오른쪽 무릎을 맞닿아봅니다.)
 
진수련:"어이쿠. 괜찮으세요?" 도하의 허리를 잡아 중심을 잡아줍니다. 특별히 아파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습니다.
“하마터면 제 발을 밟을 뻔했어요. 조심해야지~”
 
백도하:제가 실수했나보네요.
춤은 오랜만이라.
 
춤이 끝나면 진수련은 멋들어지게 인사를 합니다.
 
진수련:“춤을 추는 동안 당신한테 무전기가 있는 걸 봤어요. 그리고 이어폰도. 오늘은 괴도가 출몰한다고 했으니, 사복 경찰들이 여럿 숨어있다던데. 당신도?”
"...진짜 경찰이면 춤 실수도 이해가 가네."
 
백도하:하하, 너무 과대해석이에요. 이정도는 해야 경찰이라 보이죠.
 
진수련:"흐음~ 글쎄요? 그렇다기엔 너무 디테일한데?" 믿지 않는 눈치입니다.
"마침 잘됐다. 경찰씨. 저도 수사를 돕게 해주세요.”
 
백도하:무슨 수사 말이죠?
 
진수련:"뭐긴 뭐에요. 팬텀 블루 미스트를 잡는 수사죠." 도하에게만 들리게 다가와 귓가에 말합니다.
"이렇게까지 돼서 더 숨기지 마시고~"
 
백도하:흠.
(고민해봅니다.)
제가 과거에 당한 게 좀 있던 터라.
 
진수련:“끝까지 안 된다고 한다면…… 이러고 싶진 않았는데. 여기서 아주 큰 소리로~ 모두에게 다 들리게~ 여기 형사님이 있다! 진짜 형사다! 하고 소리지를 거야.”
깝쌉니다
 
백도하:(눈을 진수련에게 돌립니다.)
...
 
진수련:후후~ 하는 얼굴로 최대한 선하게 웃어요.
 
백도하:형사님이 아니라, 강한설.
이라고 부르세요.
경찰도 아닐 뿐더러 형사는 더 아닙니다.
 
진수련:"강한설? 그게 본명이에요? 뭐 그러죠."
"후후, 잠입한 경찰을 도울 수 있다니 꽤나 무용담이 되겠는걸~ 뭐 너무 떠들고 다니진 않을게요. 절친한 사이한테만 술안주 정도로?”
 
백도하:...참.
 
진수련:"그럼 어디부터 조사해볼까요. 경.. 아니, 강한설씨?"
"많이들 식사라도 하러 간 것 같은데. 레스토랑으로 가볼까요?"
 
백도하:그럽시다. 뭐라도 찾기를.
 
진수련과 도하는 [레스토랑] 구역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합니다.
 
 
레스토랑은 본회장보다 평온하고,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고 있습니다.
 
동그란 테이블이 여러 개 있고,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고 있네요.
 
예고 시간 두 시간 전. 그러고 보면 출동한 이래 아직 아무것도 먹지 않아, 슬슬 허기가 집니다.
 
[ 건강 판정 ]
 
백도하:

백도하

Constitution

보통

성공
34vs.50
 
 
아직은 참을 만한 정도지만, 역시 배가 고픕니다. 괴도를 쫓는 일에도 체력이 필요하니 지금 뭐라도 먹어두는 게 좋을 거예요.
 
진수련:“뭐라도 좀 들어요. 시간 남았잖아요. 휘청거리다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떡해.”
 
진수련이 뷔페에서 가져온 음식 접시를 내려놓습니다.
 
먹음직스러운 스테이크나 신선한 샐러드, 달콤한 쿠키 같은 것들이 담겨 있네요.
 
백도하:진수련씨는 뭐 좋아합니까?
 
진수련:"저는 뭐, 가리는 건 없는데 역시..."
 
테이블 위에는 물병과 레드 와인이 놓여 있습니다.
 
진수련:레드 와인을 잔 두개에 나눠 담아요. "괜찮으시면?" 잔을 하나 건네요.
 
백도하:나쁘지 않죠.
(와인을 건네받습니다.)
술은 잘하시나요?
 
진수련:"자, 건배~"
"뭐, 남들만큼은 마셔요. 한설씨는?"
 
백도하:저는 좋아하는 편입니다.
 
진수련:"오호, 색소가 옅으셔서 술은 싫어하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취향이 맞네."
 
은은한 불빛 아래의 진수련은, 아직도 가면을 벗지 않네요. 설마 식사하면서까지 가면을 쓰고 있을 셈인가요? 먹는데 지장은 없겠습니다만……
 
진수련:"그럼 맘 놓고 마시고 싶은 만큼 마셔야겠어요~ 이것도 믿는 구석이 있어야 하는거라."
 
백도하:그럼 건배.
 
진수련:"한설씨는 이 일은 한지 오래되었나요? 신참?"
 
백도하:...끝까지 물고 늘어질 생각이죠?
 
진수련:"전 궁금한 건 못참아서 말이죠." 히죽 웃어요. "얼핏 봐서는 신참이신 것 같은데.. 괴도를 잡으려는 열정이 엿보여서."
"이유가 있나?"
 
백도하:(열정...?)
 
인센티브에 대해서는 있겠습니다만
 
백도하:뭐 몇 대 때려주려고 말이죠.
 
진수련:"푸하하, 누구를? 괴도를요?" 빵터집니다
"이거 아주 못되먹은 짓을 당하셨나보네~"
"뭐, 내 얘기지만 전, 이 상황이 재밌는 것도 있지만.. 뭔가 이 야수회라는 단체. 좀 수상하지 않아요?"
 
백도하:종교단체라고 들었어요.
대체로 종교단체는 뒤가 구린 법이죠.
 
진수련:"맞아요. 뒤가 구린거. 들은 소문이 좀 있어서 말이지."
"..여기. 그리 떳떳한 곳이 아닌 것 같아요. 야수회랑 관련있는 실종자들이 여럿 나왔다는 얘기를 좀 들었거든."
"경찰.. 아차, 일하시는 곳에서 들은 얘기는 뭐 없어요?"
 
백도하:(아이디어 판정)
 
판정하십쇼
 
백도하:

백도하

Intelligence

보통

성공
46vs.60
 
 
그러고보면.. 야수회 얘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급성장한 사이비 종교 단체에서 비밀의 장소를 통해 다양한 범죄를 자행한다는 소문을 들은 것 같습니다.
 
워낙 가십성 이야기라 동료들이 그냥 흘려넘긴 얘기지만요
 
백도하:그러고보니 비밀장소가 따로 있다고는 들었습니다.
 
진수련:"호오... 역시나. 수상쩍은 냄새가 폴폴 나네~"
 
[ 관찰력 판정 ]
 
백도하:

백도하

Spot Hidden

보통

실패
67vs.65
 
(운)
 
아니 가차없네 ㅇㅋ
 
본회장 쪽에서, 조금 전 만났던 뱀파이어 분장의 남성이 휴게실로 향하는 걸 발견합니다.
 
쉬러 가는 걸까? 태도가 상당히 주의 깊네요.
 
백도하:진수련씨. 저쪽 보이십니까?
 
진수련:“저 사람, 야수회랑 관련 있는 사람 아닌가요? 좀 수상하다~” 흠. 하는 소리와 함께 쳐다봅니다.
 
백도하:맞습니다. 하는 짓이 무척 수상하지요.
 
진수련:"쫓아가볼까요?"
 
백도하:좋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도하는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그 사이 뱀파이어 남성은 휴게실로 쏙 들어가고 마네요. 바로 따라가긴 무리일 것 같습니다.
 
“잠시만요!”
 
역시, 조금 전 만났던 붉은 드레스의 여성입니다.
 
여성은 다소 혼란스러운 얼굴로, 도하에게 셜록 홈즈로 분장한 남성을 보았냐고 묻습니다.
 
백도하:무슨 일인가요?
 
"대화가 무르익어서..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사라져버리셔서요."
 
“사실 저한테만 초대장이 없이, 몰래 들어온 거라고 밝혔는데…… 어쩌면 그게 들켜서 내쫓긴 거면 어떡하죠? 사람들이 다투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아서요.”
 
진수련:호오? 하는 얼굴로 도하 봐요.
 
백도하:그런 일이... 외부인도 들어왔다 들었는데 그쪽 일이려나.
 
“저 말고도 함께 온 이들이 몇몇 사라졌다고 말한 사람들이 있어요. 휴게실에도 레스토랑에도 없고…… 그렇다고 차는 남아있는데 돌아갈 리도 없잖아요. 걸어서 돌아갈 거리도 아니고요.”
 
“옥상이 있다고 해서 가봤지만, 단단히 잠겨 있고 인기척도 들리지 않아요. 별일이네요, 정말.”
 
혹시 셜록 홈즈를 마주치게 된다면, 자신이 찾고 있다고 전해달라며 여성은 본회장으로 돌아갑니다.
 
백도하:수상한 일이 많아졌군.
 
진수련:"이거 어떡하죠? 소문이랑 아귀가 맞아 떨어져가는데~?...."
 
백도하:일단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해보는 수밖에요.
아까 휴게실로 가는 그 사람을 쫒아보죠.
 
진수련:끄덕이고 도하를 쫓아갑니다.
 
휴게실로 내려간다면……
 
예고까지 한 시간 전, 기이하게도 휴게실은 단 한 명의 사람도 보이지 않습니다.
 
요란한 파티였으니 한둘 정도는 이곳에서 쉬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요.
 
뱀파이어 분장의 남성도 보이지 않습니다. 다들 어디로 간 걸까요? 여성의 말이 신경 쓰입니다.
 
[창문], [소파], [테이블], [서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백도하:(소파를 살펴보겠습니다.)
 
[소파]
 
백도하:진수련씨는 창문을 확인해보세요.
 
푹신푹신한 소파가 여러 개나 놓여 있습니다. 진수련은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살 것 같다며 탄성을 흘리네요.
 
진수련:“파티는 좋지만, 역시 주기적으로 누워서 쉬고 쉽다니까. 귀찮아.”
 
백도하:거 참.
 
진수련:"아, 창문요? 네네~"
 
[관찰력 판정]
 
백도하:

백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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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실패
85vs.65
 
 
진수련:

진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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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성공
49vs.60
 
 
푹신푹신하여 깊게 앉는다면 자국이 남는 재질의 소파입니다.
 
진수련이 앉은 소파를 제외하고도, 어떤 소파들엔 자국이 남아있습니다.
 
최근까지 이곳엔 사람들이 모여 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들 어디로……?
 
백도하:다들 뭐에 홀린듯 떠난 걸까?
 
진수련:소파를 물끄러미 쳐다보고는 창문으로 다가갑니다.
 
[창문]
 
회색 커튼으로 가려진 창문입니다. 창문을 열어보면, 숲의 향기가 섞인 밤바람이 불어옵니다.
 
건물 주변에 우거진 숲은 이런 밤에 들어갔다간 길 잃기 딱 좋겠죠.
 
건물을 빙 둘러 주차된 자동차들이 보이지만, 그 외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진수련:"밖으로 나간 건 아닌 것 같은데? 다들 아직 건물 안에 있을 거에요."
 
백도하:소파에 자국.
(이거 자세히 볼 수 있나요?)
아직 건물 안이라면 더 돌아봐야겠군요.
 
누군가 걸터 앉은 자국입니다. 여럿 남은 걸 보니 꽤 여러명이 휴게실에 있었나 봅니다.
 
[테이블], [서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백도하:(테이블 보겠습니다.)
 
[테이블]
 
조화가 든 꽃병이 둥근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둥근 테이블은 상당히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꽃병을 들어본다면 테이블에 단단하게 접착되어 떨어지지 않지만, 돌릴 수는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조금 기묘하네요.
 
백도하:(돌려봅니다.)
 
힘을 주는대로 돌아갑니다만, 그저 돌리기만 해서는 안되는 것 같습니다.
 
백도하:(이거 무슨 트릭이 있나본데요?
 
진수련:"호~ 돌아가는 장식품이라? 흥미진진하네요."
"이런건 보통 이런데 숨겨져있죠?" 서가로 다가갑니다.
 
[서가]
 
백도하:물론.
 
자기계발서나 에세이, 킬링타임용 책들이 듬성듬성 꽂힌 서가입니다.
 
[ 자료조사 판정 ]
 
백도하:

백도하

Library Use

보통

어려움성공
11vs.50
 
 
진수련:

진수련

Library Use

보통

어려움성공
13vs.60
 
 
낡은 기도서를 한 권 발견합니다.
 
백도하:이거 아닌가요?
혼자 수상하네요.
 
진수련:"누가봐도 혼자 튀네. 이것들.. 바보 아니야?"
 
[낡은 기도서]
 
알 수 없는 언어로 적혀 있습니다. 도하에게 라틴어 기능이 없다면, 이 책을 제대로 읽긴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막연히 훑는 것만으로도 까닭 모를 두려움과 불길함이 등줄기를 타고 오릅니다.
 
이성 판정 1D3/1D5
 
백도하:

백도하

Sanity

보통

성공
39vs.69
 
1
(탁 하고 닫습니다.)
 
낡은 기도서를 덮자, 곧 그 안에서 작은 메모지가 떨어집니다.
 
주워서 읽어보면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백도하:(주워봅니다.)
지하가 있나보네요.
 
진수련:"지하실.... 아, 숨겨진 공간."
"정확히 찾은 모양이네."
 
백도하:창문을 등지고 시계방향으로 세바퀴 반
 
창문을 등지고, 테이블 위의 꽃병을 시계 방향으로 세 바퀴 반 돌리자
 
커다란 테이블이 반으로 갈라지며, 그 안에서 숨겨진 계단이 드러납니다.
 
백도하:정말이지 전형적인 악역 지하실이네요.
 
진수련:"와아~ 수상쩍어!"
 
백도하:이거 되돌리려면 한사람이 밖에서 닫아야하는 걸까요
 
진수련:"뭐 그렇겠지만... 당장 닫을 필요가 있겠어요? 누가 올 것 같지도 않은데."
 
백도하:...그렇다면야.
 
계단은 아주 길고 깊습니다.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임이 틀림없군요.
 
[ 듣기 판정 ]
 
백도하:

백도하

Listen

보통

실패
72vs.65
 
 
가랏 진수련!
 
진수련:

진수련

Listen

보통

어려움성공
22vs.50
 
"흐음~ 무슨 소리가 들리는데요?"
 
희미하게, 괴로운 신음이 들려옵니다. 저 아래에서 말이에요.
 
백도하:무슨 소리 말입니까?
 
진수련:"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이 있겠죠? 저 아래."
 
백도하:...아무래도?
그렇겠죠?
 
진수련:"그렇다면~ 내려가야겠죠? 경찰관님이시니까!" 당연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해요
 
백도하:(고개를 끄덕하고 내려갑니다.)
 
동시에, 무전기가 울립니다.
 
[ 예고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전원, 정위치로! 상황을 보고할 것! ]
 
[ 인원의 수가 적다. 무단이탈을 엄격히 금하며, 나타날 괴도에 대비하라! ]
 
진수련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백도하:...
 
진수련:"...무전이 왔는데. 내려가지 않을 건가요?"
“이 아래에 사람들이 잡혀있을지도 몰라. 아니, 잡혀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백도하:정위치로 가지 않습니다. (잠시 한숨을 내쉬며) 지금 구하지 않는다면 더 곤란해질걸요.
 
진수련:"....." 도하의 대답에 만족스럽다는 듯이 씩 웃습니다.
"있잖아요. 한설 경찰관씨."
“괴도를 싫어해요? 아직까지?”
 
백도하:저 그냥 몇 대 때려주고 싶다니까요.
 
진수련:킥킥 웃습니다. “후후, 이래야 경찰님이지. 정의로워서, 반해버리겠는데?”
"그럼 내려가시죠~ 경찰관님."
 
백도하:정의. 그래요. 내려가죠.
 
둘은 경계하며 계단을 따라 내려갑니다.
 
이곳은 전파가 잘 통하지 않는지, 무전기도 더는 쓸 수 없습니다.
 
손전등에 의지하며 얼마나 내려갔을까요. 곧 바닥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아주 좁은 복도처럼 생겼고, 바로 앞에는 거대한 문이 하나 보입니다.
 
귀를 대면, 다수의 인기척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개중에는 신음과 애원, 분통을 터트리는 사람까지 있네요.
 
애석하게도 문은 잠겨 있습니다. 하지만 열쇠를 어디서 얻을 수 있겠어요?
 
백도하:진수련씨 문 딸 수 있죠?
 
진수련:“아마 선택받은 몇 명의 사람만 이곳의 열쇠를 갖고 있는 거겠지.”
호? 하는 얼굴로 돌아봐요.
"저는 선량한 시민인데... 그런 재주가 있을지 어떻게 알아요?"
 
백도하:(약간 눈매가 무덤덤해지더니) 정말요?
 
진수련:빤히 보더니, 의미심장하게 웃어요. “.....혹시 모르니 벽을 좀 살펴봐 줄래요? 누가 예비용 열쇠를 숨겨뒀을지도 모르고.”
 
백도하:...그럽시다.
 
[ 관찰력 판정 ]
 
백도하:

백도하

Spot Hidden

보통

성공
40vs.65
 
 
이 벽, 어째선지 오래된 피가 말라붙은 듯합니다. 열쇠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때, 진수련은 갑자기 문이 열렸다고 말합니다.
 
진수련:“혹시나 해서 좀 힘을 줘봤는데. 이게 되네?” 능청스럽게 웃어 보입니다.
 
백도하:흐음.
그래요.
들어갑시다.
 
진수련:“처음부터 열려 있었는데, 뻑뻑해서 힘을 줘야만 열리는 구조였나봐요. 열심히 흔들고 당기고 밀었더니 열리네?” 뻔뻔..
 
백도하:힘이 좋으시네. (괜시리 진수련의 팔을 두어번 만졌다가 내려둡니다.)
 
진수련:킥킥 웃으며 문을 열어요.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가자…,
 
 
“사, 살려주세요! 부탁이에요!”
 
셜록 홈즈 옷을 입은 남성이 비명을 지릅니다. 그의 옆에는, 밧줄에 묶인 여러 사람이 덜덜 떨며 울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보기도 전에 당신은, 지하의 제단에 시선이 쏠릴 것입니다.
 
‘제단’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그 구조물은 기이하고 모독적인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사람 여럿이 기괴하게 꼬인 모양의 화로에서 불이 타오르고, 제단은 피와 살점으로 얼룩져 최근까지 비인도적인 의식이 치러졌음을 짐작하게끔 합니다.
 
이성 판정 1/1D3
 
백도하:

백도하

Sanity

보통

성공
48vs.68
 
이런...
비인도적인 행동을.
 
진수련:"......" 무표정으로 사방을 살피고 있습니다.
 
“이상한 사람들이 우리를 여기에 가뒀어요! 당장 나가게 해주세요!”
 
당장 그들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당신은 눈길을 뗄 수 없습니다.
 
제단의 가장 위, 솟아오른 단상에 놓인 건 분명, 보석이었으니까요.
 
희미한 빛 속에서도 찬란한 광채를 품고 있는 황금빛의 다이아몬드.
 
[ 정신력 판정 ]
 
백도하:

백도하

Power

보통

어려움성공
29vs.70
 
 
한순간 눈길을 빼앗겼지만, 고개를 돌립니다. 그래봤자 보석이니까요.
 
백도하:아무래도 저 보석. 이목을 뺏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진수련:“경찰씨는, 괜찮아요?” 옷을 잡아끕니다. 당신과 눈을 맞추려는 것처럼.
 
백도하:(한번 숨을 고르고는) 괜찮아요.
 
가면 너머의 눈이 몇 번 깜박이더니, 당신이 괜찮은 것을 확인하고서야 손을 놓습니다.
 
백도하:손에 땀이 조금 났을 뿐이에요.
사람들을 풀 장치가 어디...
 
진수련:“갑작스럽게 끔찍한 범죄 현장을 맞닥뜨렸으니 놀란 것도 이해해. 그런데, 우선 인질부터 해결하자고요.”
 
진수련이 작은 나이프 하나를 내밉니다. 왜 이런 걸 가졌는지는 의문이지만, 밧줄을 끊으려면 날붙이가 필요하겠죠.
 
각각의 인질들은 떨며 무서워하고, 전율하고, 당장 풀어달라며 악을 씁니다.
 
공통된 말을 들어보면 갑자기 습격당해 정신을 차리자 여기였다는 것 같군요.
 
백도하:밧줄을 풀고는 나갈 곳을 찾아보죠
(아까 그 셜록 의상을 입은 남자에게 다가갑니다.)
뭐 아는 것 없습니까?
 
"모, 모르겠어요! 어떤 미친놈들이 몰려와선.. 제발 풀어주세요! 살고 싶어요!"
 
인질들에게 더 얻을 정보는 없어 보이네요.
 
백도하:(일단 밧줄을 풀어줍시다.)
 
“다, 당장 도망치자고!”
 
셜록 홈즈를 필두로, 인질들이 앞을 다투어 도망칩니다.
 
무전기는 여전히 먹통입니다.
 
진수련도 도망칠 거라 생각했지만, 어째선지 그는 제단 앞을 빙글빙글 맴돌며 무언가를 하고 있는 듯합니다.
 
백도하:(제단 근처로 다가갑니다.)
 
[ 관찰력 판정 ]
 
백도하:

백도하

Spot Hidden

보통

실패
82vs.65
 
뭐하고 있어요?
 
장난이라도 치는 걸까요? 아주 집중한 얼굴이긴 한데.
 
잠시 후, 진수련은 개운한 얼굴로 돌아옵니다.
 
진수련:“아, 이제 됐어. 깔끔하게 처리했다고. 이로써 한 건 해결이네. 나 덕분에 보너스 받으시면 감사하도록 해요.”
 
백도하:음...?
뭐 그렇군요.
제령 같은 거라도 한 모양이네요.
 
진수련:“흠 뭐, 비슷한거? 역시 정의를 따르기 잘한 것 같지. 후후. 경찰 조수인 나도 꽤 활약했고~”
“……자, 그럼 나갈까요, 한설씨?”
 
백도하:물론.
 
“누구 맘대로!”
 
탕,
 
진수련의 망토가 크게 펄럭입니다.
 
아차하는 순간, 진수련이 당신에게로 쓰러집니다.
 
백도하:이, 이런...
 
도하의 어깨를 짚고, 휘청거리며 기댄 몸이 이상하리만치 무겁습니다.
 
춤을 출 때는…… 아주, 가볍고 날랬던 것 같은데. 당신의 손이 빠르게 젖어듭니다.
 
백도하:(상처부위를 누르고 있습니다.)
 
진수련:“…경찰……”
 
백도하:(응급처치라도 해야하나)
 
진수련:".....아, 젠장. 다칠 계획은 없었는데... 그치만 이걸로 됐어...."
"부탁.... 하나만 합시다."
 
백도하:뭐, 뭐요.
몸에 힘 주고 계세요.
 
진수련:"저녀석... 하나 정도는 쓰러뜨릴 수 있죠?"
"주먹 잘 쓰잖아요."
 
백도하:...물론이죠. 괴도도 패봤거든요.
(제 옷을 찢어서 상처부위에 묶어줍니다.
 
진수련:힘 없이 바람 빠지는 소리로 웃습니다. "그럼 부탁 좀 할게..." 자리에 주저 앉아요.
 
어디선가 귀가 찢어질 듯한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뱀파이어 분장을 했던 남성이 이쪽으로 총을 겨눕니다. 남성의 눈이 형형한 분노로 타오르고 있습니다.
 
야수회의 사교도:“거의 다 된 의식을 이렇게 망치다니!”
“너희만큼은 ■■■■■님께 바치고야 말겠다!”
 
백도하:당신 이러고도 살아남을 줄 아십니까?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의 신을 읊조리며, 그가 한 발, 한 발 다가옵니다.
 
진수련이 비틀거리며 제단으로 기어가, 당신에게서 멀어집니다.
 
뚝, 뚝, 붉은 것이 떨어지는 자국이 선연하네요.
 
백도하:(권총을 꺼내 장전하고 그의 다리를 향해 쏩니다.)
 
마지막으로 본 진수련은, 피에 젖은 손으로 자신의 왼쪽 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습니다.
 
백도하:

백도하

Handgun

보통

실패
90vs.50
 
 
도하는 총을 쏘지만... 아차, 공포탄이었습니다!
 
야수회의 사교도:"건방진! 이거나 맞아라!"
 
백도하:(총을 빠르게 넣고 주먹으로 팹시다.)
(일단 엄호물에 숨습니다.)
 
사교도는 권총을 사용하며, 남은 총탄의 개수는 두 발입니다. 데미지는 1D6.
 
사교도가 도하를 향해 총을 겨눕니다.
 
야수회의 사교도:"죽어!"

야수회의 사교도

사격

보통

실패
34vs.30
 
 
총알은 도하가 숨은 엄호물에 맞습니다.
 
백도하:(이순간 재장전할 수 있겠네요.)
(재장전 하고 쏩시다.)

백도하

Handgun

보통

실패
53vs.50
 
(운 사용합니다.)
 
1d6 판정 해주세요!
 
백도하:3
 
도하의 총알이 사교도의 다리에 정확히 맞습니다.
 
야수회의 사교도:"크아아악!!" 풀썩 주저앉습니다. 그와중에도 눈의 광기는 사라지지 않았네요.
"어디까지 건방지게 굴 수 있나 보자!"

야수회의 사교도

사격

보통

실패
50vs.30
 
 
백도하:맞을 거 같으냐?!
 
흥분한 사교도의 마지막 총알은 허무하게 허공에 쏘아집니다.
 
백도하:

백도하

Brawl

보통

성공
34vs.65
아픈 주먹
피해
2
 
야수회의 사교도:

야수회의 사교도

Dodge

보통

성공
35vs.50
 
"크흡...!" 잽싸게 몸을 굴려 피합니다.
반격합니다!

야수회의 사교도

Brawl

보통

성공
40vs.40
 
 
백도하:(회피합니다.)

백도하

Dodge

보통

성공
56vs.60
 
(바로 얼굴에 주먹을 날립니다.)

백도하

Brawl

보통

어려움성공
31vs.65
아픈 주먹
피해
3
 
야수회의 사교도:

야수회의 사교도

Dodge

보통

어려움성공
12vs.50
 

야수회의 사교도

Dodge

보통

실패
86vs.40
 
조정안했어도 못피했겠네요1
 
백도하:

백도하

Brawl

보통

극단적성공
9vs.65
아픈 주먹
피해
4
치명타
4
 
야수회의 사교도:

야수회의 사교도

Dodge

보통

어려움성공
15vs.40
 
 
도하의 불주먹이 사교도의 명치를 가격합니다
 
백도하:내가.. 이 서의 불주먹이다.
 
야수회의 사교도:"우우욱... 왜야... 왜 방해하는 거야! ... 그분의 위대한 강림이 이제 눈 앞인데..."
몸도 제대로 겨누지 못하고 발악합니다. "제발 죽어!"

야수회의 사교도

Brawl

보통

실패
74vs.40
 
철푸덕 쓰러져요
 
백도하:후우...

백도하

Brawl

보통

실패
96vs.65
아픈 주먹
피해
4
 
야수회의 사교도:"흐흥... 방심하는거냐?" 도하의 발목을 잡으려고 합니다.
 
백도하:이런 망할.
 
야수회의 사교도:

야수회의 사교도

Brawl

보통

극단적성공
7vs.40
 
 
백도하:

백도하

Dodge

보통

성공
46vs.60
 
 
야수회의 사교도:
rolling 1d3
 
(
1
 
)
 
 
=
1
 
백도하:(발목이 잡힙니다.)
 
야수회의 사교도:도하의 발목을 가볍게 할퀴지만 큰 데미지는 없는 것 같군요
 
백도하:(그대로 주먹을 들어 내리꽂습니다.)

백도하

Brawl

보통

실패
82vs.65
아픈 주먹
피해
1
 
야수회의 사교도:얍쌉하게 몸을 굴립니다. 도하의 주먹이 허공을 가르네요.
 
백도하:후우...
 
야수회의 사교도:"피가.... 흐흐... 아니야. 그분은 기뻐하실거야..."

야수회의 사교도

Brawl

보통

실패
54vs.40
 
 
백도하:

백도하

Brawl

보통

실패
100vs.65
아픈 주먹
피해
3
 
이런... 도하의 주먹이 바닥을 치고 말았습니다.
 
아프겠다...
 
데미지 1 들어갑니다
 
백도하:으윽...
(손목을 잡고 있습니다.)
 
야수회의 사교도:끈질긴 사교도는 다리를 질질끌며 또 다가옵니다.

야수회의 사교도

Brawl

보통

성공
25vs.40
 
 
백도하:

백도하

Dodge

보통

성공
60vs.60
 

백도하

Brawl

보통

성공
50vs.65
아픈 주먹
피해
2
 
야수회의 사교도:

야수회의 사교도

Dodge

보통

실패
44vs.40
 
"커헉.." 달려들었다가 도하에게 카운터 맞고 나가떨어집니다. 남은 체력... 1!
 
백도하:될 거 같으냐아!
 
야수회의 사교도:"이거라도 맞아라...." 돌을 주워 던져요

야수회의 사교도

사격

보통

실패
81vs.30
 
 
백도하:(달려들어서 또 때립니다.)

백도하

Brawl

보통

어려움성공
18vs.65
아픈 주먹
피해
3
 
야수회의 사교도:

야수회의 사교도

Dodge

보통

극단적성공
8vs.40
 
 
백도하:이걸 이렇게 피하네.
 
야수회의 사교도:괜히 뱀파이어 분장이 아니었습니다

야수회의 사교도

사격

보통

실패
80vs.30
 
 
백도하:

백도하

Brawl

보통

실패
94vs.65
아픈 주먹
피해
3
 
야수회의 사교도:"승부는 모르는거다...."

야수회의 사교도

사격

보통

실패
35vs.30
 
 
백도하:

백도하

Brawl

보통

실패
86vs.65
아픈 주먹
피해
2
 
야수회의 사교도:"내 고통을 즐기려 일부러 그러는건 아니겠지!" 킹받아합니다

야수회의 사교도

사격

보통

실패
37vs.30
 
 
백도하:내가 무슨 마조히스트도 아니고

백도하

Brawl

보통

실패
85vs.65
아픈 주먹
피해
1

백도하

Brawl

보통

성공
39vs.65
아픈 주먹
피해
1
 
야수회의 사교도:

야수회의 사교도

Dodge

보통

실패
96vs.40
 
 
도하의 주먹을 맞고
 
결국 사교도는 재기불능 상태로 나가떨어집니다.
 
그러더니..
 
“꼼짝 마! 경찰이다!”
 
여러 명의 경찰이 뛰어 들어옵니다.
 
제대로 정복을 갖추고 있네요.
 
“납치된 피해자들이 뛰어나와, 급하게 지원을 요청했어요! 곧 더 많이 도착할 겁니다!”
 
당신의 동료가 짧은 설명을 마치고는 바닥에 쓰러진 사교도를 체포합니다.
 
그러고보니, 진수련, 진수련을 치료해야 합니다.
 
백도하:(진수련을 찾아봅니다.)
저기, 민간인이...
 
그러나, 이게 무슨 일이죠? 제단 위에 쓰러져 있던 진수련은 온 데 간 데 보이지 않습니다.
 
바닥에 이렇게나 피가 흥건한데도…… 분명히 치사량의 피를 흘렸어요.
 
그대로 두면 죽을 거라고요.
 
아, 잠시만.
 
……당신은 붉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주머니를 발견합니다.
 
물풍선이라고 해야 할까요? 안에 붉은 물감이 들어있었나봐요.
 
마치, 힘을 주어 터트렸다간, 실제로 피를 흘리는 것처럼 보이게요. 왜 이런 게 여기에……
 
“그런데, 결국 괴도는 나타나지 않았네요. 가짜 예고장이었나?”
 
백도하:정말, 이번에도네.
 
[ 지능 판정 ]
 
백도하:

백도하

Intelligence

보통

실패
62vs.60
 
 
막연한 의심이 빠른 속도로 형체를 갖춰갑니다.
 
처음부터 ‘경찰관님’이라고 말을 걸었던 것,
 
기묘하게 자신을 잘 안다는 듯이 말했던 것이나,
 
뻔뻔하리만큼 익숙한 말투와 행동이라거나.
 
분명히 잠겨 있었던 문을 연 것도 있고. 한 달이면 웬만한 멍은 낫고도 남을 시기죠.
 
가짜 피 주머니로 총에 맞은 양 행세한 것처럼, 혹시 그간은 일부러?
 
아, 그리고 분명히……
 
진수련:“경찰씨는, 괴도를 싫어해요? 아직까지?”
 
아직까지, 라고 했었죠. 아직까지라고 했다고요.
 
 
단상에 올려져 있던 옐로 다이아몬드가, 언제부터 사라졌었죠?
 
그 아래에 보란 듯이 놓여 있는, 찢어진 망토 조각은?
 
망토 조각에는 빗나간 총탄 구멍이 뚫려 있었습니다.
 
……
 
……
 
……젠장, 속았다!
 
도하는 짜증으로 인해 이성 판정 0/1
 
백도하:

백도하

Sanity

보통

성공
41vs.67
 
 
이후, 경찰은 건물 안에 있던 모든 사교도를 체포합니다.
 
사람을 제물로 바쳐, 사악한 신을 부르는 의식을 실행하려고 했다는군요.
 
인질들은 모두 풀려나 안전해졌습니다.
 
그러나, 경찰이 포위하고 있기에 건물을 빠져나간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하네요.
 
붉은 액체가 묻은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괴도 코스튬의 참가자도 없고요.
 
대체 어디로 탈출한 걸까요, 이 괘씸한 괴도는!
 
아니지, 내내 당했는데, 이렇게 끝날 수는 없어요! 생각해볼까요, 도하.
 
오늘 이 건물에 와서 겪은 그간의 일들을요.
 
과연 괴도는 어디로 도망쳤을까요?
 
문이나 창문으로 나가는 건 불가능해요.
 
계단을 통과하지 않고 지하실에서 도망친 건 의문입니다만, 모든 마술에는 트릭이 있잖아요.
 
설령 마술이 아니라 마법이라고 해도 말이에요!
 
괴도는 왼쪽 귀를 만지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왼쪽 귀에는 귀걸이가 있고요.
 
한 달 전의 그 사건에서도, 홀연히 사라지기 전에 비슷한 행동을 했던 것 같아요.
 
지하실에서도 그러지 않았나요?
 
혹시, 귀걸이에 무언가 도망칠 수 있는 장치가 있는 거라면…… 그렇다면 어디로 간 걸까요?
 
잠깐! 그 괴도, 잠긴 문을 아주 쉽게 풀었는데, 이 건물에 자물쇠로 단단히 잠긴 곳이 하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이 말해주었잖아요.
 
백도하:옥상
(옥상으로 가봅시다.)
 
달려간다면 꽁꽁 잠겨 있었던 문은 어째선지 쉽게 열립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푸르스름한 달빛이 비치는 옥상에서 즐거운 듯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진수련:“문을 닫고 들어와야지. 혼자 오셨나요, 형사님?”
 
옥상 난간에 기대 여유롭게 웃고 있는 괴도는, 확실히…… 조금 전의 얄미운 그였습니다.
 
백도하:더 많이 오길 바랬나?
괴도.
 
진수련:"나야 한설... 아니, 백도하씨랑 둘이 있는 편이 즐겁지. 당연한거 아니겠어?"
 
백도하:어처구니가 없군요.
제가 계속 말했죠.
몇 대만 때리자고.
그러니 몇 대만 맞아주세요.
 
진수련:"하하하! 진짜 처음부터 계속 그 소리네. 난 나름 우리가 돈독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애초에 때린 건 도하씨잖아?"
 
백도하:훔친 건 당신이잖아요.
인과응보 몰라요?
 
진수련:"아까 상황보고도 모르겠어? 나는 정의를 위해 움직인거잖아. 내가 무슨 괴도야?" 킥킥 웃습니다.
"오히려 상줘야 하는거 아니냐고~ 경찰 여러분은 어쩜 이리 융통성이 없는지."
 
백도하:그럼 저번꺼로 맞으시고.
 
진수련:씨익 웃더니 일어섭니다. "맞기 전에 헤어져야지 안되겠다."
 
백도하:(달려가서 붙잡을래요)
 
진수련:"다음에 또 만나요. 도하씨?"
 
괴도가 자신의 왼쪽 귀에, 손을 올립니다. 아주 방심한 것 같은 태도로요.
 
이 순간, 도하는 단 하나의 행동에 한해서라면 판정 없이도 성공시킬 수 있습니다.
 
백도하:(귀걸이를 뺏을래요.)
 
귀걸이를 만지지 못하게 막는다, 귀걸이를 빼앗는다, 귀걸이를 만지지 못하게 제압한다 등의 행동을 선언한다면 엔딩 분기로 이어집니다.
 
좋습니다!
 
진수련:달려든 도하에 당황합니다. “자, 잠깐만?!”
 
우당탕, 커다란 소리와 함께, 당신은 괴도를 눌러 바닥에 뒹굽니다.
 
백도하:저도 하나 가져갈래요.
 
괴도는 드물게 당황한 것 같습니다.
 
백도하:그래도 돼죠?
 
진수련:“도하씨, 너무 난폭하지 않아? 지난번에도 갑자기 덤벼들더니…”
"하, 나참."
 
백도하:저 원래 난폭해요.
 
진수련:"저기.. 한번만 봐줘. 나 여기서 잡히면 안되는 사람이라고. 지금도 도하씨 실적 톡톡히 잡아줬잖아?"
 
백도하:이게 중요한가봐요?
 
진수련:"자자, 보석도 줄테니까. 의식이 무산됐으니 경찰 측에서만 잘 보관하면 아무 일도 없을거야."
"내 상징인데 당연한거 아니겠어?"
 
백도하:그럼 나한테도 하나 줘요.
나중에/
 
진수련:"....허허, 지금보니 꽤나 탐났나 보구나? 이 블루 미스트."
"긍정적으로 검토해볼게."
 
자아, 어떻게 할까요, 도하?
 
이 망할 괴도를 홀라당 경찰에 넘겨버리고 손을 털지,
 
백도하:(보석을 받고 놓아줍니다.)
제 인센티브.
 
자비로운 선택을 하셨네요!
 
정말이지, 의외로, 놀랍게도 당신은 괴도를 풀어주기로 합니다.
 
백도하:그거, 줘야해요?
 
진수련은 얼떨떨한 얼굴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진수련:“….진짜 풀어줄 줄이야. 다정하시네. 고마워,백도하씨…… 이거 이래선 진짜 착하게 살아야겠는데? 길가다 쓰레기도 줍고 자리 양보도 열심히 하고. 하하.”
 
백도하:싫어하지 않으니까요.
때리고 싶어했지.
그리고 보석도 챙겼고.
 
진수련:"진짜 볼 수록 재밌다니까? 푸하하."
“아, 그런데……”
“내가, 의심병이 쫌 있어서.”
 
펑, 폭탄이 터집니다. 섬광탄입니다. 아, 또 걸렸어요!
 
제대로 눈을 뜰 수 없고, 눈을 뜨려다간 눈물이 줄줄 흘러내립니다.
 
백도하:윽...
 
눈을 꾹 감은 당신의 뺨에 무언가 부드러운 게 닿았다가 떨어집니다.
 
진수련:“구해주신 멋진 공주님, 왕자님, 흠, 뭐라고 하지? 어쨌든 멋진 형사님께 감사의 키스~”
 
곧, 괴도의 인기척이 사라집니다. 계단을 뛰어오르는 발소리 사이에서, 당신은 방치되어 훌쩍훌쩍 눈물만 흘립니다. 아, 젠장, 눈 아파……
 
이제 난 죽었다,
 
……라고 생각했는데,
 
“아슬아슬한 대접전 끝에 괴도를 놓치다니, 참 아깝네. 그래도 보석은 건졌으니 그게 어딘가.”
 
상사가 당신을 위로합니다. 책상 위에는 오늘 아침에 발간된 따끈따끈한 신문이 펼쳐져 있습니다.
 
1면에 들어간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그 유명한,
 
젊은 형사, 도하가 팬텀 블루 미스트를 몰아넣고 보석을 되돌려받는 것에 성공했다는 기사입니다!
 
괴도가 이렇게나 당황한 것은 처음이라며, 언론은 당신에게 큰 관심을 보이며, 대중들은 혜성처럼 나타난 형사에 감동합니다.
 
“그래도 다음엔 꼭 잡게나. 자네 어깨에 우리 경찰의 명예가 걸려 있어!”
 
아아, 어깨가 무겁네요.
 
그리고 점심시간, 당신에게 배달된 깜찍한 상자를 열면, 반짝이 폭탄이 터지고 감미로운 사랑의 세레나데가 울리고..
 
손수 만든 초콜릿과 고급스러운 성명서, 마지막으로 푸른 안개꽃 귀걸이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도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참으로 유명한 그 한 마디를 내뱉습니다!
 
 
진수련 도주 / 도하 생환
 
보상 : 자비로운 당신을 위한 이성 회복 1D3, 푸른 안개꽃 귀걸이 한쪽
 
백도하:1
 
추가 보상: 특별 휴가와 인센티브, 휴가비!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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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1
 
팬텀블루미스트! 2부
 
안개속 살인자
 
KPC. 진수련 PC.백도하
 
 
그때의 사건 이후로도 벌써 반년이 지났습니다.
 
팬텀 블루 미스트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지만, 강한 빛이 있으면 어둠도 따라오기 마련이죠.
 
어느 순간부터 괴도를 향한 소문들이 도시에 퍼져가기 시작합니다.
 
아주 악질적인 소문이 말이에요.
 
경찰:“또 안개꽃이 발견됐어.”
 
그중 가장 두드러진 건, 팬텀 블루 미스트가 연쇄살인범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한 달 전부터 도시 여기저기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은,
 
그 방식도 대상도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별개의 사건으로 취급되었습니다만,
 
현장에는 언제나 푸른 안개꽃이 떨어져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야 팬텀 블루 미스트가 자신의 상징으로 안개꽃을 쓰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고,
 
살인자가 단순히 사칭했을 수도 있겠지만……
 
범죄자를 어떻게 믿겠어요?
 
이제 도시의 사람들은 팬텀 블루 미스트를 두려워하고, 미워합니다.
 
이에 대해 어떤 감상을 품든 간에,
 
당신은 훌륭하고 믿음직한 경찰이잖아요!
 
...다소 물욕은 있지만.
 
자, 어서 출동합시다!
 
도하는 살인사건 현장에 도착합니다.
 
백도하:(수갑을 만지작거리며 도착합니다.)
 
경찰:“아, 잠깐만, 선 안으로 넘어오지 마세요. 현재 감식 중이거든요.”
 
물론 신입인 당신이 할 일은 현장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입니다.
 
백도하:알겠습니다. 얼마나 더 걸리겠습니까?
 
경찰:"음... 아무래도 좀 걸리지 싶어요."
"이번에도 그... 안개꽃이 나와서. 현장에 다들 예민한 상황이네.
그러니 좀 더 대기해요."
 
백도하:네, 알겠습니다. (안개꽃이라... 제 옷속에 넣고 다니는 목걸이를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앞을 봅니다.)
(무언가 눈에 띄는 것은 없을까요?)
 
그렇게 서 있다 보면, 사람들이 심각한 얼굴로 오갑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 듣기 판정 ]
 
백도하:(들어보겠습니다.)

백도하

Listen

보통

어려움성공
28vs.65
 
 
경찰:“이게 벌써 몇 번째야.”
“동일범의 소행이 분명한데도, 전혀 일치하지 않아. 어쩌면 이건 한 명이 벌인 짓이 아니라……”
“자료 좀 다시 보자. 어디 있다고 했지?”
“저쪽 차에. 일단 밥부터 먹자고.”
 
그들은 밖으로 나갑니다.
 
백도하:흠...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딱히 진수련이 벌인 짓이라곤 보이지 않습니다. 수법이라든가 퍼포먼스라든가 말이죠.)
 
점심시간을 맞이해 도하도 밖으로 나가봅니다.
 
그러면.. 한쪽에 도하 일행이 타고 온 경찰차를 발견합니다.
 
문은 잠겨 있지 않네요.
 
그러고보니, 어떤 자료가 차에 있다고 했었죠?
 
백도하:(아이디어 판정 해볼 수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성공 시 차안의 자료를 획득합니다.
 
백도하:

백도하

Intelligence

보통

성공
52vs.60
 
 
자동차 안에서 사건의 자료가 담긴 [파일]을 획득합니다.
 
그 외 목캔디나, 커피맛 껌, 비타민제와 같은 소소한 간식거리를 추가로 얻을 수 있습니다.
 
백도하:(간식거리를 한주먹 챙기고 갑시다. 그 전에 파일을 좀 보죠,)
 
[ 안개꽃 살인사건 ]
 
●월 ●일, ■■■가에서 신원 불명의 사체 발견. 교살로 추정. (중략) 사체 옆, 푸른 안개꽃의 생화가 발견되었다.
 
●월 ●일, ■■■거리에서 신원 불명의 사체 발견. 날붙이에 찔린 흔적 다수 존재. 지갑이 사라졌으며 (중략) 사체 옆, 푸른 안개꽃의 생화가 발견되었다.
 
●월 ●일, ■■■건물에서 신원 불명의 사체 발견. 소사체. (중략) 사체 옆, 푸른 안개꽃의 생화가 발견되었다.
 
●월 ●일, ■■■골목에서 신원 불명의 사체 발견. 심한 타박상 존재. 몸싸움의 흔적이 보임. (중략) 사체 옆, 푸른 안개꽃의 생화가 발견되었다.
 
●월 ●일, ■■■번지에서 신원 불명의 사체 발견. 현재 감식 중이나 독살 추정. (중략) 사체 옆, 푸른 안개꽃의 생화가 발견되었다.
 
공통점이 전혀 없는 사건에서의 유일한 공통점은 푸른 안개꽃의 생화입니다.
 
이 도시에서 푸른 안개꽃이 뜻하는 바는 오직 한 가지입니다.
 
팬텀 블루 미스트.
 
백도하:결국 그냥 생화만 뿌린 거잖나.
 
정말 그가 범인일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자신을 나타내는 단서를 현장에 흘리고 다닐 것 같진 않은데,
 
도하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백도하:(이렇게 멍청하게 흘리고 다닌다고? 헛된 소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봤던 진수련은 그렇게 바보같은 사람은 아녔습니다. 조금 장난기는 넘쳤지만요. 저번 사건 자길 의도운 도적 같다고 칭했던가요? 음... 그렇게까지 기억이 좋진 않군요. 어쩌면 제 의식의 흐름이 그렇게 만들 걸수도 있겠군요. 뭐가 되었든 그를 다시 만나야 제대로 알 수 있겠어요.)
 
파일을 다 읽으면, 마지막 페이지에 이 도시의 지도가 첨부되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살인 사건이 벌어진 장소들이 동그란 선으로 표시되어 있네요.
 
한곳에 몰려 있지 않고, 도시 여기저기로 퍼져 있는 게 도리어 기묘합니다.
 
도하가 지도를 유심히 바라보면,
 
[ 지능 판정 ]
 
백도하:

백도하

Intelligence

보통

성공
36vs.60
 
 
이 장소들, 어쩐지 위치가 신경 쓰이지 않나요?
 
마치 어떤 규칙 위에 배열된 것처럼. 선으로 이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백도하:보석 모양인가?
직선으로 그어볼 수 있겠군. (그어볼 수 있을까요?)
 
도하가 볼펜으로 선을 그어보면...
 
선 하나로 장소들을 잇다 보면, 확연한 별 모양이 됩니다.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기시감이 드는걸요.
 
피에 젖은 제단과 바닥에 그려진 기이한 마법진의 기억이 도하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리고 별의 중앙엔……
 
캔디랜드. 모두가 사랑하는 이 도시의 랜드마크, 놀이공원입니다.
 
뭐…… 우연이겠죠?
 
백도하:우연이라치기엔 이 도시의 수상한 움직임이 너무 많긴 하지만.
한번 수사를 나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곧 도하가 탄 차의 창문을 누군가 강하게 두드립니다.
 
올려다보면 상사네요.
 
백도하:(창을 열어봅니다.)
 
경찰:"뭘 하고 있어! 어서 나와서 위치로 이동해! 아직 임무 중이라고!"
 
이런, 더 혼나기 전에 일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요……
 
백도하:(문을 열고 원래 장소로 복귀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오늘의 업무가 끝났습니다! 퇴근입니다!
 
집으로 향하는 도하. 집까지는 얼마나 먼가요?
 
백도하:그렇게 멀지는 않습니다. 일부러 가까운 곳에 집을 잡았으니 말입니다.
 
집으로 가는 길.. 직장을 나서며 추가 조사를 해볼 수 있습니다.
 
동료들에게 물어볼 수도 있겠네요.
 
최근의 기이한 살인 사건에 대해서요.
 
백도하:(퇴근하려던 중 동료 하나를 붙잡아 물어봅니다.)
최근 일어난 기이한 살인사건 말입니다.
 
경찰:"엇, 깜짝이야... 백도하? 왜?"
 
백도하:뭔가 더 수상한 점이라든가 정보가 더 없을까요?
제가 지난번에 그와 조우하지 않았습니까?
그 팬텀 블루 미스트 말입니다
 
경찰:"아하~ 그래. 역시 너도 신경쓰이지? 넌 우리중에 제일 그 녀석을 가까이서 봤잖아."
 
백도하:혹시 말입니다. 어쩌면 또 조우할 때 뭐라도 더 알아야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경찰:"흠... 내가 들은 정보로는.. 사실, 현장에서 목격됐던 용의자 말이야. 팬텀 블루 미스트의 느낌은 아니라나봐."
"온통 검정 일색의 사람이 피를 묻힌 채 돌아다닌다는 소문을 들었어."
"그리고... 음 그래. 조직적인 범행의 흔적이 보인대. 한사람의 짓이 아닌것 같다는 거지."
"정말 무시무시한 사건이야... 너도 너무 오래 돌아다니지 말고 얼른 귀가하는게 좋을거야."
 
백도하:음, 역시 그랬던가요.
넵,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동료 경찰은 손짓하고 퇴근합니다.
 
도하도 퇴근하나요?
 
백도하:(혹시 캔디랜드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을까요?)
 
오늘은 캔디랜드의 정기 휴무일. 직접 현장에 가긴 어렵습니다.
 
조사한다해도 내일 출근 후에 가능하지 않나 싶어요.
 
백도하:그럼 돌아가겠습니다.
(겨울이라 추우니 코트를 걸치고 가겠습니다.)
 
도하는 집에 돌아오던 중, 가장 어두운 골목에 들어섭니다.
 
항상 이 골목을 지날 때면 수상한 사람과 만나지 않나 싶곤 했어요.
 
겨우 가로등 하나만 음침하게 켜진 골목길인데,
 
오늘은 가뜩이나 등불의 상태가 안 좋은 지 내내 점멸하고 있습니다.
 
[ 듣기 판정 ]
 
백도하:

백도하

Listen

보통

성공
59vs.65
 
 
부스럭거리는 소리, 발을 끄는 소리.
 
가장 어두운 골목 안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옵니다.
 
가장 어두운 골목 안쪽에,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집니다. 고양이라고 하기엔 너무 크군요. 사람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수상한 그림자의 정체는……
 
백도하:(슬쩍 뒤를 바라봅니다.)
 
누군가 비틀거리며 이쪽으로 다가옵니다.
 
백도하:(혹시 칼에 찔릴 수도 있으니 가방을 들어 방어하듯 준비합니다.)
 
벽을 짚은 손은 온 체중을 지탱하고 있는 듯 당장이라도 꺾일 것 같고, 허리는 잔뜩 숙이고 있네요.
 
도하는 그의 얼굴을 잘 볼 수 없습니다.
 
그가 한 발짝을 옮길 때마다 어디선가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백도하:(혹시 어디 다친 사람일까요?) 혹시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깜박, 가로등이 명멸합니다. 이내 그가 당신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백도하:(다가가봅니다.)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그가 고개를 듭니다.
 
진수련:“경찰씨……”
 
쉰 목소리로 당신을 부릅니다.
 
아, 확실히 당신을 부르고 있어요.
 
이 목소리, 어디선가 들은 것 같지 않나요?
 
백도하:...진수련씨?
 
그러나 도하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그대로 쓰러집니다.
 
백도하:당신 또 뭘.
(놀라서 쓰러진 진수련을 살펴봅니다.)
 
그는 검정 일색의 옷을 입고 있습니다.
 
손을 대니 상당히 축축하게 젖어 있습니다. 이건...
 
피입니다.
 
그러나 다쳤다기보단, 누군가의 피가 묻은 것 같습니다.
 
도하는 쓰러진 자를 어떻게 할지 정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도하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골목이니, 이대로 집에 데려가도 괜찮을 것입니다.
 
하지만 낯선 이를 함부로 집 안에 들이는 건 현명하지 못하기도 해요.
 
어떡할까요?
 
백도하:어디서 이런 걸... (혹시 모르니 감식센터에 맡길까 잠시 고민하다가, 아 그러면 이 사람 잡힐지도 모르는데 아깝기도 하고(당연함 내가 잡아야 인센티브 나옴, 아 내가 잡은 거로 치는 거 맞나) 이런 생각도 하다가 그래도 상황설명은 들어봐야지 하고 집에 데려갑니다.)
 
도하는 쓰러진 진수련을 부축해 집으로 향합니다.
 
백도하:어디 한 번 설명 좀 들어볼까요.
(술 취한 지인을 데려가는 것마냥 데려갑니다.)
 
아!
 
진수련은 의식을 잃은 상태입니다.
 
뭔가를 묻기는 힘들어 보여요. 지금은 말이죠.
 
백도하:(아, 저도 일단 데려가서 깨워 본 다음에 물어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나저나 기절한 사람. 여전히 무겁네.
 
도하는 집에 도착했습니다.
 
쓰러진 사람을 옮기는 건 꽤 힘든 일임에 분명합니다.
 
피와 땀으로 축축해진 도하가 낯선 이를 침대나 바닥이나 소파나……
 
아무튼 내려놓습니다.
 
백도하:음...(남은 담요를 가져와 바닥에 두고 그 위에 얹습니다. 적어도 더러워져도 괜찮겠죠.)
그러고보니 이 사람. 진짜 안 다친 거 맞아?
(혹시 모르니 가지고 있는 거 벗겨보죠.)
(옷이 있으면 좀 벗겨도 돼죠?)
 
도하가 그의 옷을 벗기고 살피면...
 
가벼운 찰과상, 타박상 외에 치명적인 상처는 없는 것을 확인합니다.
 
짧은 기장의 단발머리, 꽤 큰 키에.. 나이는 30대쯤 되어 보이는 여자입니다.
 
검은 셔츠에 슬랙스.. 전신이 블랙이군요.
 
하지만 우중충하기보단 멀끔하게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백도하:(귀에는 여전히 귀걸이를 하고 있나요?)
 
귀걸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옷을 살펴봐도 보이지 않네요.
 
백도하:오늘은 안 차고 왔나? (아무생각 없이 귀걸이가 걸렸던 귀를 만지작대다가 문득 이대로 깨면 도망가는 거 아닌가 싶어 손목과 다리를 묶어볼 생각을 합니다.)
수갑은 여기에 있고.
 
도하가 그를 포박할 생각을 하고 있는차,
 
수상한 여자는 일어납니다.
 
진수련:"....." 눈만 떠서 몇번 깜빡이더니, 도하와 눈이 마주칩니다.
 
 
백도하:수상한 사람 아닙니다. (경찰수첩을 보여주며) 순경, 백도하. 쓰러져계시길래 잠시 데려왔습니다만... 저 아십니까?
 
진수련:"....(경찰수첩을 확인해요.) 감사해라. 도와주셨군요? 경찰씨."
"근데..." 본인의 옷 매무새를 봐요.
"제 꼴은 제법 수상쩍은데?"
 
백도하:옷에 피가 묻어 상처가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겉옷에 있는 피를 가리킵니다.)
 
진수련:"아하!~ ...하하, 어쩌다가 약~간 사고에 휘말려서."
"여기서 경찰씨를 마주치다니.. 이런 행운이 없네요." 능청스럽게 고개를 꾸벅 숙여요
 
백도하:흠... 사고 말입니까? 사고라면 경찰서로 신고가 들어갔겠군요.
사건조사서를 쓰실 수도 있겠네요.
 
진수련:"....흐흠. 글쎄요. 목격자가 있으면 하시겠죠."
"저는 지나가다 휘말린 것 뿐이라니까요?"
 
백도하:그런데 이렇게 피가 묻습니까? 그래도 사정청취를 위해 도와주셔야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아직 수갑을 덜 채워놨군요. 잠시 이야기를 좀 나눠보죠.
(수갑을 채워둡니다.)
 
진수련:"...민간인한테 막 채워도 돼요? 백도하씨 그렇게 안봤는데."
 
백도하:이런 경우에는 가능합니다. 도주 우려가 있으면 말이죠.
제가 한두번 당해본 게 아니어서요. 조금 조심성이 늘었답니다.
 
진수련:"....꼭 저에 대해 알고 계신 것처럼 얘기하시네?"
 
백도하:제가 아는 지인이랑 닮아서요.
그 지인이 허구언 날 도망다니는 데 도사여서 말입니다. 도와주시면 그만큼 사례를 해드리지요.
마실 게 필요하죠?
 
진수련:"......................." 웃는 낯을 한 채로 도하를 쳐다봅니다.
"...역시 다 아는거 맞네. 뭐든 좋아요. 백도하씨. ...아니지. 한별씨라고 불러드릴까?"
 
백도하:원하는 대로 불러주세요.
진수련씨는 이번에는 뭘 하시다가 그렇게 피를 묻혀오셨나요?
제가 아니었으면 구급차로 실려가셨겠어요.
아니면 일부러 제 앞에 나타나셨을지도 모르구요.
 
진수련:히죽 웃습니다. "요새 내 상황이 좀 그렇습니다~ 수상한 놈들한테 쫓기고 있어서."
"알다시피. ...내가 정의의 괴도잖아? 무서운 음모를 좀 막고 다니던 참이었죠."
"...이번에도 막지 못하면 안되는데."
 
백도하:(찬장을 둘러보다가 남은 와인이 있길래 하다 따서 잔에 콸콸 쏟습니다.)
빨리 마셔버리는 게 낫겠어.
(머그컵에 와인을 담아 건넵니다. 그냥 봐서는 포도주스로 보일겁니다.)
 
진수련:"손 이러고 마시라고? 매정하네~"
 
백도하:그 안개꽃 두고 다니는 놈들이요?
그러고도 충분히 마실 수 있습니다.
해봐서 알아요.
 
진수련:안 통하네~ 하는 얼굴로 홀짝 마십니다. 와인인거 알고 재밌다는 표정을 지어요.
"오, 알고 있네요. 역시 내가 한거 아닌 거 알았구나?"
 
백도하:하는 짓거리가 허술하니 말이죠. 당신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거고요.
매번 하는 그 퍼포먼스도 없고요.
남 골려먹기 좋아하는 당신 말이에요.
 
진수련:쿡쿡 웃어요. "잘 아네~ 어쩜 이리 잘 알게 됐을까? 백도하씨도 내 팬 다됐네~"
"그렇담 좀 제대로 설명해줄까? 통성명도 새롭게 하면서 말이죠."
 
백도하:그러죠. 어차피 시간도 많으니 말이죠. 그거 더 필요하죠? 저도 마실 거니... (주방의 와인 숙성고에서 하나를 더 가져와 땁니다.)
(자기 잔은 멀쩡한 와인잔입니다.)
 
진수련:갑자기 세련된 표정을 지어보입니다. 항상 준비되어 있다는 듯이. "네네~ 맞아요. 저는 팬텀블루미스트입니다."
후룩, 머그잔의 와인을 마십니다. "깜짝 놀랐지?"
 
백도하:네네, 깜짝 놀랐습니다. 놀라서 술을 흘린 뻔했네요. (멀쩡하게 제 잔에 술을 따릅니다.)
 
진수련:"지난번 사건 기억하시죠? 그때의 잔당이 말이지. 아직 남아있어."
"야수회는 해산되었지만, 사교도 집단은 어디서나 존재하니까."
 
백도하:그렇게나 많군요.
 
진수련:"덕분에 살인사건의 누명도 쓰고, 타겟이 되어 곤란해.
내가 원흉이라고 생각한 탓인지 추적이 집요해져,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 백도하씨를 만나지 않았다면 위험했을 거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난스럽게 손짓하며 인사해보입니다.
 
백도하:살다보니 이런 감사도 받는군요. (살짝 웃으면서 빈 머그잔에 다시금 와인을 따라줍니다.)
당신이 있어야 저도 나름대로 입지가 생기니 말입니다.
 
진수련:"아무한테나 하는 감사 아닌거 알아둬. 누가 이 시대 최고의 셀럽 괴도 정체도 알고, 감사까지 받겠어?"
"우리의 우정을 기념해서 짠할까요? 경찰씨." 머그컵을 내밀어 보여요
 
백도하:(제 잔을 들고 짠합니다. 잔에서 청량한 소리가 들립니다.)
 
진수련:"...후후. 자아, 이제 우정도 확인했고. 동료의 이야길 해볼까요?" 히죽 웃어요.
"솔직히 말해서... 이번 일.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좀 버거워요."
내내 웃던 얼굴에서, 눈의 웃음기가 가십니다. 입꼬리는 올라가 있지만요.
"겸허하게 인정하지. 무리라는 걸.. 그래서.. 지난번처럼 경찰씨의 도움이 필요해."
"뭐 경찰씨도 알겠지만.. 이런 일은 경찰 단체의 힘으로 해결하긴 무리라는 걸."
"어때? 이렇게 된거... 같이 한번 행동해 보는건?"
 
백도하:저번처럼 말이죠?
 
진수련:끄덕이며 빙긋 웃습니다.
 
백도하:(와인을 한모금 마시면서 생각해봅니다. 사교도... 퇴치... 이번에도 골치아픈 일이 생기겠어. 그렇지만 팬텀 블루 미스트 꽤나 흥미로운 사람이고. 어쩌면 새로 잡을 수 있는 사교도들이 내 승진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마치 어디서 봤더라 소설에나 나올 만한 설정이네.)
 
진수련:무슨 생각 하는지는 모르지만 좋은 생각 하고 있어~ 하는 얼굴
 
백도하:당신. 생각보다 더 재미있는 사람이네요.
 
진수련:"어때,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야?" 와인을 홀짝 마시며 묻습니다.
 
백도하:아마 이 일을 해결하면 전 1년 정도 후에 경장이 될 수도 있겠어요. 뭐, 그것 때문에 도와주는 건 아니에요. 그저 말이에요. 당신 같은 사람. 제 인생에서 그다지 본 적없는 타입이거든요.
아, 이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했던가.
그러니까. 네, 진수련씨는 신기한 사람인 거죠?
마치... 소설에나 나올만한?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을 그냥 지인으로 두면 재밌겠다 싶은?
 
진수련:"야망 좋지. 움직이는데 원동력이 있는 것만큼 좋은게 어디 있는데?" 재밌다는 듯 웃어요.
"그 원동력을 나라는 '재미'로 삼아줘도 나로선 나쁘지 않지." 와인을 입에 털어 넣습니다.
"나도 백도하씨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던 참이거든."
"윈윈이네요?" 키득 웃어요.
 
백도하:(술을 또 따라주며) 당신도 이기고, 저도 이기는 관계 말이죠.
재밌군요.
저는 그렇게까지 선한 인물은 아니어서요.
그저 제 흥미에 의해 경찰이 되었고, 그저 흥미에 의해 당신을 잡았고, 흥미에 의해 당신과 함께할 뿐이죠.
제가 재밌다면 그건 제가 원하는 대로 잘 보여줬다는 소리에요.
 
진수련:"앞으로 찾기 힘들걸~ 이보다 재밌는 구경거리."
"딱 그 정도의 무게면 나로서도 감사해."
 
백도하:제가 일등석에서 당신의 기행을 봐드리죠.
 
진수련:"이거 긴장해야겠네. 만족시켜 드리려면."
"그럼. 교섭은 성립한걸로?" 잔을 다시 내밀며 물어요
 
백도하:(잔을 내밀면 이번에는 제 잔을 내밀지 않고 수갑 열쇠를 내밉니다.) 그런 거죠.
(찰칵, 하고 수갑을 벗겨냅니다.)
 
진수련:"....후후후." 떨어지는 수갑을 보며 재밌다는 듯이 웃어요.
 
그리고 그 때,
 
쨍그랑!
 
불현듯 창문이 깨집니다.
 
누가 돌을 던지고 간 걸까요? 아니면, 난데없이 바람이라도 분 걸까요?
 
산산조각이 난 유리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불길한 기운에 휩싸일 때였습니다.
 
[ 회피 판정 ]
 
백도하:

백도하

Dodge

보통

어려움성공
30vs.60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은 것 같은데, 뭔가가 당신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날아가 벽에 박혔습니다.
 
뒤를 돌아보기가 아주 두려워져요. 이거, 어쩌면 혹시……
 
진수련:"위험!" 도하를 힘껏 누르며 몸을 숙입니다.
 
백도하:큿!
 
삽시간에 덮쳐오는 무게에 당신은 짧은 숨을 내쉴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유리가 깨지고,
 
무언가 벽에 박히고, 전등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누군가 총을 쏘고 있습니다. 당신의 집을 향해서……
 
충격적인 상황에 도하는 이성 판정 0/1
 
백도하:

백도하

Sanity

보통

성공
60vs.70
 
(서에서 어떻게 해주겠지!)
 
진수련:짜증스럽다는 얼굴입니다. “그 놈들이네. 아무래도 날 쫓아서 여기까지 온 것 같은데……”
 
백도하:그럼 도망가야죠!
 
문득 진수련이 말합니다.
 
진수련:"자, 도와주기로 했으니까 백도하씨... 내가 지켜드려야지?"
"눈 감아."
 
백도하:(얌전히 눈을 감습니다.)
 
진수련은 몸을 들어 올리고,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던집니다.
 
진수련은 역시 괴도가 틀림없습니다.
 
‘그것’은 총알이 날아오는 곳에 정확히 직격해, 눈 부신 빛을 내뿜습니다.
 
섬광탄입니다.
 
이윽고 빛이 가라앉으면, 모든 집에서 불이 켜지고 동시다발적으로 기웃거립니다.
 
진수련:도하를 향해 윙크합니다. "자, 끝. 떠도 돼요."
 
이렇게나 많은 시선이 쏠리면 사교도도 적극적인 행동을 할 수 없습니다.
 
도하의 집을 향한 총알 세례가 멎고 상황이 종료됩니다.
 
백도하:(눈을 뜨고 주변을 살펴봅니다.)
 
진수련:손을 내밉니다. “이제 안전해진 것 같네, 경찰씨. 어디 다치신 덴 없고?”
 
백도하:(제 몸을 더듬어보고는) 다친 곳은 없는 것 같네요.
집은 빼고 말이죠.
보험처리 해주시나요?
 
집안 꼴이 엉망이지만 최악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네요.
 
진수련:"뭐, 어떻게든 해줄 수 있지. 그 점은 염려 마~"
 
백도하:그렇다면야. 그럼 이제 어떻게?
 
진수련:“...음, 저 녀석들이 궁극적으로 작당을 하려는 장소에 대한 힌트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사실 종일 그걸 찾고 있거든."
 
백도하:그러고보니 수상한 점이 있었어요.
지금까지 벌어진 사건들을 이어보면 한 군데. 가리키고 있는 곳이 있어요.
 
진수련:"....그랬단 말이지. 역시 경찰이네~ 거기가 어딘데?"
 
백도하:캔디랜드. 이곳의 랜드마크 알죠?
 
진수련:"놀이공원 말이야?"
 
백도하:네, 거기요.
 
진수련:곰곰히 생각합니다. “역시 그 놈들이 이 도시를 무대로 거대한 마법진을 설계하려는 게 분명해."
"마법진의 꼭지점마다 제물을 바치고, 최종적으로 이 가운데, 캔디랜드의 어딘가에서 악신을 소환하려는 거지.”
"...소설같은 이야기지만 말이야."
 
백도하:또 그런 이야기를.
뭐, 저번에 그놈들이라면 그런 이상한 짓을 하겠지만요.
 
진수련:"후후, 떄론 현실이 더 소설같은 법이라고. 경찰씨."
“아무튼.. 믿을만한 정보에 따르자면, 마침 돌아오는 토요일이 달이 뜨지 않는 그믐이야. 소환 의식을 벌인다면 그날이 가장 유력하겠죠?”
 
역시, 캔디랜드에 잠입할 수밖에 없는 걸까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노라면 문득 진수련이 씩 웃습니다.
 
백도하:(아무래도요)
 
진수련:“백도하씨. 이번 주 토요일에 뭐 하세요? 한가하시다면……”
“나랑 데이트 어때?”
 
백도하:(한참을 멍때리다가) 데이트?
그 사전적인 의미에 데이트?
를 말하는거죠?
 
진수련:"그래요. 데이트. 도시의 명물! 데이트 순위 원탑! 우리의 자랑~"
"캔디랜드에서."
양손으로 v캔디랜드v를 강조하는 제스처 해보입니다.
 
백도하:(양손가락으로 (") 0-0 (") 따라한 후) 캔디랜드에서 말이죠? 그 데이트를?
 
진수련:"생각만 해도 신나지?" 능청스럽게 웃습니다.
 
백도하:(눈동자를 한바퀴 굴리다가) 어, 네. 신나요?
뭐, 좋아하세요?
아, 그. 제가 데이트는 한번도 안해봐서.
 
진수련:"지난 번에 나랑 한것도 데이트지 뭐. 안그래?"
 
백도하:그런 것도 데이트로 치는군요?
 
진수련:"당연하지, 어려울게 있나~ 이참에 돈독해지는거죠?"
 
백도하:네, 그래요. 하죠.
그 데이트요.
 
진수련:만족스럽게 끄덕입니다. "훌륭하네. 시원시원해서 좋다니까? 백도하씨."
"편한 마음으로 와. 내가 리드해줄테니까." 그러더니, 성큼 걸어 깨진 창문으로 향합니다.
"잔해는 치울 필요 없어~ 보험처리 해줄테니."
"그럼, 토요일에 캔디랜드 정문에서. 잊으면 안돼요?"
 
백도하:알겠어요. 뛰다가 어디 넘어지지 마세요.
그러면 도와줄 사람도 없잖아요.
 
진수련:히죽 웃어요. "듣기 좋네. 걱정하는 거."
 
진수련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창문에서 쓰러지듯 아래로 떨어져 사라집니다.
 
백도하:(도하는 작게 흠, 하더니 아까 깔아둔 담요를 두어번 탈탈 털고 창문을 가립니다.)
추워졌네.
 
토요일까지 며칠이나 남았더라?
 
백도하:이틀 정도요.
토요일날 제가 쉬는 날일까요?
 
다행히 도하는 비번입니다.
 
백도하:그거 다행이네요.
 
작게 안심하는 한숨을 쉬고, 도하는 다사다난했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시간이 흘러, 토요일 오전입니다.
 
날은 그야말로 화창하군요.
 
구름은 없고 하늘은 푸른, 선선한 가을 날씨입니다.
 
괴도와는 캔디랜드 정문 앞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성인 둘이서 주말 하루를 비워 놀이공원에 간다……
 
데이트라면 데이트인데 말이에요.
 
시간은 흘러 저녁 즈음.
 
어떻든 도하는 채비를 합니다.
 
놀이공원에 가는 일정이니, 사복을 입을 수밖에 없겠어요.
 
도하가 얼추 준비를 마쳤다면,
 
[ 행운 판정 ]
 
백도하:

백도하

Luck

보통

실패
61vs.60
 
 
무언가 잊어버린 듯한 기분이 듭니다. 아, 서랍이 조금 열려 있네요.
 
백도하:(사실 데이트가 처음이라 얼레벌레합니다.)
(서랍을 확인합니다.)
 
서랍을 들여다보면 푸른 안개꽃 귀걸이..아니 목걸이가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지난번 사건에서 괴도에게 선물 받았던 물건이죠.
 
어쩐지, 이것을 챙겨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백도하:하는 걸 좋아하겠지?
(목걸이를 차고 옷 속에 넣습니다.)
 
목걸이를 챙긴 도하는 캔디랜드까지 이동합니다.
 
캔디랜드의 정문.
 
거대한 호박 조형물이 여기저기 장식되어 있습니다.
 
다가오는 할로윈을 테마로 벌써부터 죽은 자의 명절 준비가 한창이네요.
 
주변을 둘러보면, 이른 할로윈 코스튬을 입은 사람들이 즐겁게 매표소로 향합니다.
 
진수련:"경찰씨~" 손을 흔들어 보입니다.
 
백도하:(천천히 다가오며) 경찰이라고 부르지 말아주세요.
 
진수련:"아참, 그게 낫겠네? 알겠어요. 백도하씨~" 씨익 웃어요
 
백도하:네, 진수련씨.
 
진수련:“나보다 늦으셨네요. 지각하셨으니 뭔가 사주실 건가~?”
 
뻔뻔스레 웃는 낯짝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이 모든 게 진수련이 당신을 놀리기 위해 벌인 계획이 아닌가 싶어집니다.
 
아니, 그럴 리는 없지만요.
 
백도하:음... 점심은 제가 사도록 할게요.
뭐 좋아하세요?
 
진수련:"오, 좋은데요? 음 나는... 사실 점심보다는 츄러스?"
"놀이공원 데이트면 역시 츄러스 아닌가 싶어서."
 
백도하:그게 정석이기도 하고요.
그럼 츄러스를 먹으러 가죠.
 
진수련:"좋은 생각~ 백도하씨는 좋아하나? 츄러스."
 
백도하:저도 좋아해요. 츄러스요.
 
두 사람은 가벼운 걸음으로 츄러스 판매대로 향합니다.
 
캔디랜드의 맵을 공개합니다.
 
백도하:(간식부스로 가야겠네요.)
 
원하는 곳을 탐색할 수 있습니다.
 
간식부스
 
풍선, 솜사탕, 츄러스, 구슬 아이스크림에 각종 음료수까지!
 
악마 분장을 한 직원이 판매하고 있습니다.
 
백도하:츄러스만 필요하세요?
 
진수련:"음. 나는 츄러스면 충분하겠는데? 백도하씨 마실건 안필요해?"
 
백도하:저는 츄러스랑 핫도그랑 아이스티 정도요?
 
진수련:"역시 경찰이라 그런가, 식성이 좋은데?"
 
백도하:아침을 못먹었거든요.
 
진수련:직원이 건네주는 츄러스 받아 한입 베어뭅니다. "그럼 넉넉히 먹어야지. 큰일 해야할 사람인데."
 
백도하:(적당히 반응하며 핫도그를 한입 베어뭅니다.) 오늘 오래 있을 거니까요.
(입가에 소스가 묻습니다.)
 
진수련:"포부가 큰 것치고 허술하지 않아?" 손가락으로 입가 톡톡 쳐보이며 웃습니다.
 
백도하:(혀로 핥아먹으며) 쉬는 날이니까요.
 
진수련:"후후, 즐기는 것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 꽤 괜찮아~" 츄러스 념념 먹어요
 
백도하:(핫도그를 마저 입에 넣으며) 그러고보니 놀이공원이잖아요. 뭐 좋아하세요?
 
진수련:"음~" 가만히 둘러봐요. "말하면 웃을 것 같은데. ...회전목마."
 
백도하:그럼 회전목마로 가볼까요? 가깝기도 하고요
 
진수련:"좋아. ..후후. 뭔가 재미있네. 회전목마도 탈 줄이야."
 
회전목마
 
알록달록한 말과 마차가 가득한 회전목마입니다. 할로윈이라서 그런지, 조금은 무시무시한 음악이 흘러나오네요.
 
평범한 회전목마답게 오르락내리락하며 돌아갑니다.
 
백도하:오랜만에 타보는 거 같아요.
 
진수련:"그러네. 어릴 때 꽤 흥미 있었는데. 타 볼 기회가 많지 않았거든. 어른이 되어도 딱히 타이밍이 없었고."
"간만에 재밌는 경험 다 해보네." 재밌다는 듯한 눈입니다.
 
백도하:그러게 말이에요. 저는 이쪽 탈테니 진수련씨는 이 아래꺼 어떠세요?
(회전목마 이상한 점 있나요?)
 
특이사항은 없어보이는 평범한 회전목마입니다.
 
할로윈 컨셉으로 듀라한 말 정도가 있다.. 뭐 이 정도네요.
 
진수련:"좋아. 목 없는 말 마음에 드는데?" 듀라한 말에 올라타서 짐짓 진지한 얼굴을 지어보입니다.
"빨리 안타면 출발해. 백도하씨?"
 
백도하:할로윈이니까요. 바로 뒷 말을 탑니다.
 
회전목마는 음악과 함께 출발합니다.
 
어린이들이 많이 탄 편이긴 했지만.. 오랜만이라 그런지, 꽤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두 사람은 아기자기한 회전목마에서 내립니다.
 
진수련:"자, 내가 좋아하는 건 탔고.. 백도하씨는 뭘 좋아해?"
 
백도하:저는 롤러코스터요. 스릴이 넘치잖아요. 뭐 진수련씨 행보를 보면 무섭지는 않겠어요.
 
진수련:"하하, 확실히 그건 그렇네. 내가 안고 날아주는 편이 더 재밌을지도 모르는데?"
 
백도하:그럴 수 있어요?
어떤 원리죠?
그 날아주는 거 말이에요.
예전부터 궁금하긴 했어요. 그거.
 
진수련:"그건 영업비밀이라 아직 안돼~ 기회가 있으면 말해줄 거니까 섭섭해하진 말고." 격려하듯 어깨 톡톡 치며 말합니다.
"자, 롤러코스터 타러갈까? 아직 데이트 중이야. 우리?"
 
백도하:흠, 그렇다면야.
(그럼 롤러코스터를 타러 갑시다.)
 
롤러코스터
 
놀이공원에 왔다면, 역시 롤러코스터가 제격이죠. 사람들이 제법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진수련:"...흠, 백도하씨. 새치기할래? 해줄 수 있는데." 음흉하게 웃어보입니다.
 
백도하:저 경찰인데요?
 
진수련:"안 통하네~" 하지만 마음에 드는 듯 내내 기분좋은 안색입니다.
 
백도하:얌전히 줄이나 서죠.
서면서 이야기를 하면 시간 떼울 수 있을 거에요.
 
진수련:"백도하씨답네~ 뭐, 나도 그 편이 좋아."
"못 타는 기구는 있어? 싫어하는 거라던가."
 
백도하:저요? 저 바이킹은 못타요.
뒤로 떨어지는 느낌이 싫어서요.
 
진수련:"호. 그건 의외네."
 
백도하: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진수련:"데이트 파트너로서 참고할게. 백도하씨가 싫은 건 나도 싫어야지. 안그래?"
 
백도하:그러면 고맙네요.
진수련씨는요?
 
진수련:"흠... 사실 나는 특별히 가리는 거 없어. 회전목마 외에는 좋지도 싫지도 않달까?"
"말했듯이. 직접 뛰어내리고 날아다니는 쪽이 더 스릴 있다는걸 알아버려서." 소근거립니다.
 
백도하:(그 말에 살짝 웃으며 조용히 속삭입니다.) 아무래도 그런 편이었죠. 후후.
 
기다림 끝에.. 두사람은 롤러코스터에 탑승합니다.
 
롤러코스터의 선로는 복잡하게 꼬불꼬불 엉켜 있고, 몇 번이나 추락과 상승을 반복합니다.
 
360도 구간은 또 어떻고요. 당연하지만 사진이 찍힙니다.
 
진수련:인쇄된 사진을 가져옵니다. "가질래?"
 
백도하:(사진을 받고는) 물론요.
 
사진속에는... 예의 여유로운 표정의 진수련과
 
백도하:이런 사진 어디서 또 받아보겠어요?
 
타이밍 좋게 눈을 감고 있는 도하가 찍혀 있습니다.
 
백도하:아, 눈 감았네요.
 
진수련:"이 편이 재밌는데? 나도 한장 가져야겠어." 쿡쿡 웃습니다.
 
자, 도하는 이제 어디로 향하나요?
 
백도하:귀신의 집도 괜찮네요. 거기로 가죠.
 
진수련:"생각보다 겁 없는 편? ...하긴. 그러니까 그렇게 대담한 수사를 하셨겠지만."
 
귀신의 집
 
‘수리 중’ 표지판이 덩그러니 걸려 있을 뿐입니다.
 
하긴 상당히 낡은 외관이에요.
 
백도하:수리중이네요?
수상한 걸요?
 
진수련:"그건 그렇네. 하지만 당장은 들어갈 명분이 없어."
"진짜 수리중인 것일 뿐일지도 모르니까 말이지."
"이런 허름한 모양새여서야. 관람객이 무서워할리가 없잖아?"
 
백도하:그건 그렇죠. (뭐 수상한 게 보이나요?)
 
흘깃 귀신의 집을 살펴봐도.. 굳게 닫힌 문만 보일 뿐 특별히 살펴볼 부분은 없습니다.
 
백도하:아쉽네요. 그럼 다른 거라도 보러갈까요?
 
진수련:"좋아. 백도하씨의 다음 픽은 뭐야?"
 
백도하:미니사파리요.
팬더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진수련:"팬더를 좋아했어?"
 
백도하:그럭저럭요. 귀엽잖아요?
검고 하얀 것이.
호랑이도 좋아해요. 여우도. (손가락을 접어가며 이야기합니다.)
 
진수련:"...뭐랄까 백도하씨 답네." 가만히 생각하더니 웃습니다.
"보러가자. 사파리."
 
백도하:좋아요.
 
미니 사파리
 
원래는 동물이 있었던 것 같지만……
 
지금은 몬스터존이 되어 있습니다!
 
우리마다 몬스터 분장을 한 아르바이트생들이 돌아다닙니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마다 창문을 쾅쾅 두드리거나, 기어 올라오거나, 상당히 리얼하고 무섭네요.
 
진수련:"뭐야~ 사람 동물 잔뜩이네." 헛웃음 짓습니다.
 
백도하:할로윈이라 그럴까요? (홍보지를 펴며 확인합니다.) 저건 좀비의상이네요. 피를 묘사 잘해놨네요. 진짜 같아요.
 
진수련:"그러게. 요새는 기술도 좋아졌어~ 애들 오면 울겠다. 잊지 못할 추억이 되겠어." 흥미롭게 구경합니다.
 
자동차는 코스를 지나 다시 입구로 당도합니다.
 
백도하:(백도하 역시 신기하게 바라봅니다.)
 
진수련:"뭔가, 진짜 데이트 느낌 살아서 두근거리는데~ 이런 시즌에 오기도 했고 말야." 능글거리며 즐기는 모양새입니다.
 
백도하:주변에 연인들도 많죠.
저희도 잘 묻어갈 수 있을 거에요.
 
진수련:"당연하지. 우리만큼 잘 어울리기도 힘들걸?" 끄덕여보이며 웃어보입니다.
"자, 그래서 더 해보고 싶은건? 다 들어줄 수 있는데."
 
백도하:그러면... (대관람차를 봅니다.) 저거는 어떤가요?
 
진수련:"대관람차... 흠. 저건 제대로 밤에 타는 편이 더 멋져."
"조금 이따가 타는게 어때?"
 
백도하:그렇다면야요. 그럼 밥이라도 먹으러 갈까요?
 
진수련:"야경을 즐기는게 로맨틱하잖아."
"좋아. 마침 출출하던 참이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진수련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즐거웠지만, 이래서야 정말 그냥 데이트 같은걸요.
 
수상한 일이라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아요.
 
그런 의심을 담아 진수련을 바라보면, 고개를 돌리고 휘파람을 불고 있습니다.
 
진수련:“....아니, 이상하다. 이쯤 되면 슬슬 꼬리가 잡힐 거라고 생각했는데.”
 
[ 듣기 판정 ]
 
백도하:

백도하

Listen

보통

극단적성공
7vs.65
 
 
“의식의 결행이 곧…… 제물은 준비했나?”
 
“방해받지 않게 조심해서……”
 
인파 사이에서, 너무나도 신경 쓰이는 대화가 들립니다.
 
진수련의 안색도 변하네요.
 
진수련:“방금 뭔가…… 있지 않았어?”
 
백도하:그거요.
제물이요.
저자들인 거 같아요.
 
주변을 둘러보자, 어째선지 노골적으로 수상해보이는 검정 일색의 사람 두 명이 걷고 있습니다.
 
저승사자나 사신 분장이라도 한 걸까요?
 
할로윈 코스튬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조금 전 들은 대화를 미루어보면……
 
진수련:“너무 타이밍이 좋은 걸?”
 
쉿, 들키면 곤란해요. 지금부터 미행이 시작됩니다.
 
이 미행의 목적은 수상한 사람들에게 여러분의 정체를 발각당하지 않고, 그들의 목적지를 알아내는 것입니다.
 
떠들썩한 놀이공원이니만큼 웬만하면 들키지 않겠지만, 그만큼 따라가는 것도 힘이 듭니다.
 
행운 판정에 실패할 때마다 도하는 난관에 맞닥뜨립니다.
 
첫 번째 난관. 행운 판정!
 
백도하:

백도하

Luck

보통

실패
99vs.60
 
 
수상한 사람들을 따라가다가, 그만 아이와 부딪쳐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아이가 울기 시작하는걸요.
 
백도하:아차...
 
어서 달래지 않으면, 큰소리를 들은 그들이 이쪽을 바라볼지도 모르겠습니다.
 
간식이 있다면 이를 제공함으로 아이를 달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호적인 대인관계 판정으로 진정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백도하:괜찮아? 이거라도. (저번에 차에서 몰래 가져온 사탕이 있었죠. 그거라도 쥐어줄게요.)
 
아이는 도하가 든 사탕을 보더니 울음을 그칩니다.
 
백도하:미안하다.
(살짝 쓰담어주고 마저 따라갑니다.)
 
꾸벅 인사하고 사탕을 받더니 보호자에게 달려가네요
 
진수련:"아이한테 상냥하네~ 백도하씨"
 
백도하:어린이는 나라의 미래니까요.
 
두 번째 난관. 행운 판정!
 
백도하:

백도하

Luck

보통

실패
73vs.60
 
 
수상한 사람들을 따라가다가, 갑작스레 직원이 여러분을 부르기 시작합니다.
 
“캔디랜드! 즐기고 계신가요~? 저쪽에 계신 잘 어울리는 커플분들! 와서 사랑이 가득한 게임 한 판 하고 푸짐한 상품을 타가지 않겠어요?”
 
가만히 보니 다트 게임을 할 수 있는 부스 같은데요.
 
진수련:"아~ 정말. 어그로 끌리게."
 
백도하:어...?
 
진수련:"대충 던져주고 따라가죠. 할 수 있지? 경찰씨니까."
 
사격 판정!
 
백도하:

백도하

Handgun

보통

실패
84vs.50
 
 
도하는 정말 대충 던졌습니다.
 
백도하:어...라?
 
다트는 경품인 곰인형의 미간을 맞춥니다.
 
진수련:"....시키는대로 했으니 우린 이만~" 도하 팔 잡고 달려갑니다.
 
백도하:(따라갑니다.)
 
벙찐 직원을 뒤로하고 달려갑니다.
 
다트를 던지는 와중 수상한 사람들이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세 번째 난관. 행운 판정!
 
백도하:

백도하

Luck

보통

성공
51vs.60
 
 
수상한 사람들을 따라가다가, 우르르 지나가는 단체 일행과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기다리고 기다려도 줄이 끊이질 않습니다.
 
도하는 진수련과 손을 잡고 돌파를 강행합니다.
 
무사히 빠져나오는데 성공합니다.
 
백도하:진수련씨! 새치기 잘하잖아요! (작게 소근)
 
진수련:"하하, 아무래도 이게 특기다보니~" 물흐르듯 빠져나와 좀 멋쩍게 웃어요
 
……대체 어디까지 이동하는 걸까요?!
 
캔디랜드의 절반은 주파한 것 같은데, 그들은 내내 걷고 있습니다.
 
진수련:"....흠. 이건 좀 힘드네..." 언짢은 얼굴입니다.
 
그 진수련마저 지친 안색입니다.
 
차라리 미행을 포기하고 제압이라도 해볼까?
 
그런 생각을 할 즈음입니다.
 
[ 관찰력 판정 ]
 
백도하:

백도하

Spot Hidden

보통

성공
34vs.65
 
 
이쪽을 슥 돌아보는 그들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러자마자,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돌리고 다시 걸어가네요.
 
미행을 시작했을 때와 다름없이 ‘일정한 보폭’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요.
 
잠시만, 뭔가 싸한 기분이 듭니다.
 
백도하:(우릴 유인할 셈인가...?)
자, 잠깐만요.
 
그들은 우리가 미행하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보기 좋게 허를 찔렸어요!
 
진수련:"음? 왜 그래?"
 
백도하:저희 유도당하는 것 같아요.
 
진수련:"....아?" 휙 고개를 돌려 그들을 봅니다.
 
그들의 낌새가 변하고, 곧 그들은 전력으로 뛰어 달아납니다.
 
그러나 사방이 확 트인 캔디랜드에서 벗어날 곳이 없는 건 우리도 상대도 마찬가지겠지요.
 
진수련:"이렇게 된 이상 이쪽도 뛰자. 백도하씨!"
 
백도하:넵!
 
도하는 경찰답게, 진수련은 괴도답게.
 
빠른 걸음으로 그들을 따라잡습니다.
 
도하가 수상한 자의 덜미를 낚아채기 직전,
 
그들은 대기열이 하나도 없는 대관람차 안으로 들어가버립니다!
 
진수련:"아악, 저 놈들이...!" 열받는다는 듯이 내뱉습니다.
 
백도하:들어가면 의미 없지 않아요?!
 
진수련:“그렇지. 관람차는 한 바퀴 돌기 마련이니 여기서 기다리면……”
 
“네~ 순서대로 줄 서서 타주세요! 이 관람차 들어가실게요~”
 
운도 나쁘지, 우르르 몰려온 단체 탑승자 때문에, 여러분도 그만 다음 관람차에 타게 되었습니다.
 
저희 타는 거 아니에요, 라고 말할 새도 없이 그만 문이 닫히네요.
 
백도하:이, 런.
 
쿵, 좁은 공간에 둘만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진수련:“어쩌나, 백도하씨… 이제 우리 둘만 남았네요……”
 
이런 순간에 그런 농담은 좀 그만둬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잔잔한 노래가 흘러나오는 관람차가 야속할 따름입니다.
 
백도하:...그렇죠?
쫒기는 힘들고. 하...
잠시 쉴 타이밍일까요?
 
진수련:"하아, 뭐... 저녀석들도 뭘 더 하려고 들겠어? 다행히 바로 앞칸이니. 한숨 돌리고 기다려보자고."
 
꼭대기에 도달하려면 아직 꽤 시간이 남았네요.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사교도의 음모는 진행되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 상당히 초조해집니다.
 
괜스레 관람차가 빨리 움직이길 바라게 됩니다.
 
[ 관찰력 판정 ]
 
백도하:

백도하

Spot Hidden

보통

실패
85vs.65
 
 
꽤 높은 곳까지 올라왔는지, 캔디랜드의 정경이 한눈에 보입니다.
 
저마다 화려하게 할로윈 장식을 달고 있는데, 유독 한 곳만 잠잠하기 그지없네요.
 
어떤 어트랙션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백도하:(알지만 모르는척 하겠습니다.)
꽤나 많이 올라왔네요
 
진수련:"음. 그렇네.. 참나. 저놈들도 이런 여유나 즐기고 있으려나."
"....? 백도하씨."
 
백도하:예?
 
진수련은 대뜸 도하의 옆자리로 붙어 앉습니다.
 
아뇨, 거기서 그치지 않고, 진수련은 당신에게 손을 뻗어, 목덜미를 더듬는 게 아니겠어요?!
 
백도하:자, 잠깐만요. 뭐죠?
 
진수련:“..혹시……” 코앞으로 얼굴을 가져와 살핍니다.
 
바로 근처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신경 쓰이기 그지없습니다.
 
진수련이 들어 올린 것은……
 
당신이 가지고 나온 푸른 안개꽃 귀걸이의 한쪽입니다. 정확히는… 목걸이죠.
 
진수련:“아직 갖고 있었네? …어머, 기뻐라. 역시 어울리지?” 웃습니다.
 
백도하:당신이 보내준 거니까요.
그러고보니 오늘 하고 오셨나요?
며칠 전에는 없었는데 말이에요.
 
진수련:"글쎄 어떨까?" 목걸이를 만지작 거리며 웃어요.
"맞출 수 있으면 칭찬해줄게."
 
백도하:도망치다가 흘린 건가요?
 
진수련:"내가 그래도 그 팬텀 블루 미스트인데. 그렇게 허술할리가 있어?"
 
백도하:그러면요? (옆머리를 슬쩍 넘겨보고 확인해볼 수 있을까요?)
 
도하가 진수련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넘기면..
 
그곳에 귀걸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진수련:"후후. 어디 있을까?"
 
백도하:흐음...
 
그런데 그 때.
 
덜컹, 여러분이 탄 관람차만이 거세게 흔들립니다.
 
중심을 잡을 수 없을 만큼요.
 
[ 민첩 판정 ]
 
백도하:

백도하

Dexterity

보통

실패
100vs.60
 
 
도하는 호되게 바닥으로 넘어지지만, 진수련이 붙잡아 멈춰줍니다.
 
평소 같으면 장난스러운 말이 날아올 타이밍이지만,
 
진수련의 표정은 무척 심각합니다.
 
백도하:뭐, 뭐죠?
 
진수련:“백도하씨, 밖을 봐. 아래쪽.”
 
백도하:(밖을 바라봅니다.)
 
관람차의 바로 아래, 이쪽을 바라보는 검은 후드의 사람이 있습니다.
 
이쯤 되면 사교도는 거의 정체를 숨길 생각도 없다고 봐야겠죠!
 
무슨 술수를 쓰는지, 당신이 탄 관람차만이 거세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주먹이 쥐어, 떼어내려는 것처럼요.
 
진수련:“이거 상황이 많이 안 좋네요~”
 
백도하:이러다간 떨어지겠어요!
 
귀를 기울이면 단단하게 고정된 나사들이 튕겨 나오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들은 여러분을 정말…… 죽일 생각인 겁니다.
 
이성 판정 0/1
 
백도하:

백도하

Sanity

보통

어려움성공
29vs.70
 
 
이 상황에서 도하가 빠져나오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아이디어 판정이 가능합니다.
 
백도하:

백도하

Intelligence

보통

실패
92vs.60
 
 
진수련:"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백도하씨."
 
백도하:...예?
 
진수련:"뿅~ 사라지면 되니까. 그렇지?"
"내가 늘 하던 거 있잖아."
 
백도하:그거 저도 데리고 갈 수 있는 건가요?
 
진수련:가만히 다가와 아까처럼 백도하에게 얼굴을 가까이합니다.
그러곤... 목걸이를 꺼내들어요.
"...좀 나중에 알려주려 한건데. 어쩔 수 없네."
"이거야. 신출귀몰한 괴도님의 비밀."
"이 귀걸이.. 아니, 목걸이에 손을 올리고 이동할 곳을 강하게 떠올리면 텔레포트가 가능해."
 
백도하:(아니 그런 마법의 도구가?)
어쩐지 그렇게 사라지시더니...?!
 
진수련:쿡쿡 웃어요. "재밌지? 마법같은 의문의 답이 진짜 마법이란게~"
 
귀걸이에 손을 대고, 마력 1D3을 지불하여 가고자 하는 장소를 강하게 떠올리면 근거리에 한하여 텔레포트가 가능합니다.
 
백도하:(아까 수리중이었던 귀신의 집. 거기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겠죠.)
 
이제 여러분이 탄 관람차는 한 번만 흔들리면 낙하할 만큼 위태롭습니다.
 
백도하:2
 
아래에서 연신 사람들의 비명이 들립니다.
 
직원들이 주변 사람을 대피시키고 있으니, 관람차 한 칸이 떨어지더라도 인명피해는 없을 것 같네요.
 
진수련:“준비됐어?” 그러더니, 어디서 꺼낸건지 자신의 귀걸이를 꺼내 보입니다.
 
백도하:네, 준비 됐어요!
 
마력을 주입하면, 귀걸이에 은은한 푸른빛이 돕니다.
 
백도하:귀신의 집, 거기로!
 
필경 안전할 캔디랜드의 다른 곳을 떠올릴 때, 진수련이 당신의 손을 잡아옵니다.
 
진수련:“아무래도 안심이 안 되어서…… 손을 잡고 있으면 같은 곳에 가겠지.”
“실패한다고 해도, 뭐 천국이든 지옥이든 말이야.”
 
이런 와중에도 그는 지독한 농담을 합니다.
 
백도하:당신의 물건인데 실패를 하겠어요?
 
진수련:“길 잃어버리지 마, 백도하씨.”
 
백도하:물론이죠. 잃어도 찾아오실거죠?
 
진수련:"당연하지?" 웃습니다
 
직후, 관람차가 종잇장처럼 뜯겨 나와 아래로 떨어집니다. 쾅!
 
 
도하가 눈을 뜨면, 그곳은 여전히 캔디랜드의 한복판.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관람차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사상자는 없다고 하네요.
 
어쩐지 얼떨떨한 기분입니다.
 
진수련:“위대한 대마술을 체험해본 감상이 어때?”
 
진수련은 아직 당신과 손을 잡고 있습니다.
 
백도하:...신기하네요.
 
마술이라기보단 그야말로 마법이었지만요.
 
백도하:마법같아요.
(쥔 손을 꽉 쥡니다.)
 
진수련:"...마법이 맞는 표현이네. 후후. 놀이기구같은건 이제 시시할거야~" 너스레를 떱니다.
“우리를 무사히 제거했다고 생각할 거야. 더 방해가 들어오기 전에, 본거지를 알아내야겠어. 혹시 지금까지 캔디랜드를 둘러보며 신경 쓰이던 장소가 있었나? 어디라도 좋아. 경찰님의 도움이 필요해.”
 
백도하:귀신의 집.
거기만 수리중이었죠.
 
진수련:눈을 깜빡입니다. "....그러고보니. 아까도 수상하다고 했었지."
"....일리있어. 그리로 가볼까."
 
백도하:네, 가보죠.
그나저나 잃어버리지 않으셨네요.
 
진수련:"후후. 내가 뭐랬어? 그냥 한번 놀리고 싶었을 뿐이야."
"그거, 너무 남용하면 안된다? 준건 나지만서도."
 
백도하:사용법도 처음 안 건데요 뭐.
얼마나 남용하겠어요.
 
진수련:씨익 웃습니다. "...역시 아깝지 않네. 백도하씨를 택하길 잘했어."
 
두 사람은 귀신의 집으로 들어가기로 합니다.
 
상당히 낡은 외관의 귀신의 집입니다.
 
문에는 ‘수리 중’이라는 표지판이 덩그러니 걸려 있네요.
 
캔디랜드 구석에 위치해있고, 주변에 별다른 어트렉션도 없는 터라 사람의 인적이 아주 드뭅니다.
 
겉으론 특별한 게 없고, 문에 귀를 대봐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진수련:문을 열어봅니다.
 
백도하:(몰래 들어가보죠.)
 
문을 열자 잠겨 있지 않았는지, 쉽게 열립니다.
 
진수련:“만일 잠겨 있었더라면 내가 또 화려한 솜씨를 보여드리려 했는데 유감이네.” 히죽 웃습니다.
 
백도하:손놀림 하나는 예술이었으니 말이죠.
 
안쪽은 지독히도 어둡고, 어쩐지 텁텁한 냄새가 풍겨오는 듯합니다.
 
핸드폰 플래시를 켜서, 진입할 수 있습니다.
 
백도하:이거, 좋지 못한 냄새가 나네요.
 
진수련:"...음. 느낌이 영 별로네~" 미간을 살짝 찌뿌려요
 
백도하:플래시를 켤까요? 들켜도 진수련씨가 어떻게든 해주시겠죠?
 
진수련:"그래. 일단 인기척은 당장은 느껴지지 않아."
 
백도하:(핸드폰을 들어 플래시를 켭니다.)
 
걸음을 옮기던 중, 무기로 쓸만한 나무 막대기를 발견합니다.
 
백도하:(이건 쓸만해 보이는지 주워갑니다.)
도구는 언제나 옳으니까요.
 
진수련:"철저하네. 좋은 자세야." 살짝 목소리를 낮춰 말합니다.
 
터벅, 터벅, 발소리가 심하게 울립니다.
 
원래라면 정상적으로 영업했을 건물이지만, 지금은 먼지와 거미줄로 엉망이 되어 있습니다.
 
아니, 거미줄은 인테리어인가? 조금 혼란스러워집니다.
 
플래시를 여기저기 비춰보면 이쪽을 노려보며 굳은 귀신 인형들과,
 
덜컥거리다 마는 도깨비의 기계장치, 어딘가 허술한 오브젝트들이 있습니다.
 
진수련:“백도하씨는, 귀신 무서워해?”
 
백도하:아뇨, 딱히 무서워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러니 형사를 하고 있겠죠.
시체들도 많이 보는 편이고 이런 거 하나하나 무서워하면 어떻게 하겠어요.
 
진수련:"후후. 그럴것 같더라." 조금 생각하듯 뜸을 들입니다.
 
백도하:진수련씨는요?
 
진수련:“...따지자면, 역시 사람이 무섭지. 누구나 살면서 나쁜 짓은 한 번쯤 저지른다지만, 도를 넘은 사람들이 있잖아."
"길을 어긋나 계속 걸어가서, 무슨 수를 써도 돌아오지 못할 이들…… 내가 상대하는 놈들이기도 해. 평범한 방식으로는 막을 수도 없지.”
 
백도하:저번의 사교도 같이 말이에요?
 
진수련:"맞아" 쓴웃음을 짓습니다.
“지금의 내 방식이 완벽하게 옳다곤 생각 안해. 하지만 이 방식이 가장 유효하잖아. 그런 놈들한텐 말이지.”
 
백도하:다 흐트려서 잡아가게 만드는 거 말이죠.
 
진수련:"하하, 맞아. 똑같이 난장판을 만들어주는 거 말이야."
 
백도하:대의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 생각해요.
 
진수련:가만히 도하를 봅니다. "...뭔가 재밌네. 이런 터놓는 대화를 하는건 정말 간만이라."
"괴도님은 늘 혼자였거든."
 
백도하:어쩌다가 이런 일을 하게 됐어요?
 
진수련:"뭐, 당연히 처음은 고의가 아니었지. 어쩌다가~ 우연에 휘말려~ 이런 일의 연속이었어."
"지금의 백도하씨처럼 말이야."
 
백도하:약간 마법소녀 같은 거군요?
 
진수련:뜻밖의 대답이라 도하 벙하니 봅니다. "...푸흡. 비슷하긴 하네. 나한테 빗댄다면 징그럽지만." 큭큭 웃어요.
“괴도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 경찰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네. 백도하씨 같은 사람과 일하는 건 엄청 즐거울 것 같고 말야.”
 
백도하:(쿡쿡, 작게 웃으며) 이 나이를 먹어도 변신 장르는 이목을 끄니 말이에요. 어쩌면 순서가 바뀌었다면 당신이 경찰, 제가 괴도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요. 뭐, 장난이지만요.
 
진수련:"흠~ 배포 보면 백도하씨도 잘했을거야. 그건 내가 보장할게. ...물론, 추천은 안해." 빙긋 웃으며 말해요
 
[ 듣기 판정 ]
 
백도하:

백도하

Listen

보통

성공
53vs.65
 
 
모퉁이 너머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립니다.
 
백도하:(손으로 진수련을 막아서며) 사람.
 
진수련:경계하는 얼굴로 그 쪽을 바라봅니다. "..플래시는 잠시 끄자."
 
백도하:(플래시를 끕니다.)
 
“방해물은 처리했나?”
 
“도망친 것 같습니다. 현재 대대적으로 수색 중입니다.”
 
아, 이쪽으로 오는 것 같은데.
 
주변을 둘러보면, 바로 옆에 거대한 항아리 오브젝트가 보이네요.
 
뚜껑은 열려 있지만, 이렇게 어두우니 안을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들키진 않을 거예요.
 
백도하:(거기에 숨어보면 되겠어요.)
 
성인 둘이 들어가기에 무리가 없는 크기입니다.
 
진수련:"..어쩐다. 싸워야하나.. 소란이 일텐데."
 
백도하:(항아리를 가리키며) 여기요.
 
진수련:"?... 여기 숨자고?"
 
백도하:들어가요. (진수련을 밀어 항아리에 넣어봅니다.)
 
진수련:아니... 단말마와 함꼐 항아리에 수납돼요
 
백도하:(도하도 얌전히 항아리에 들어갑니다.)
(진수련을 밟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면서요)
 
진수련:“이런 곳에서 대담하게, 의외네 백도하씨……” 이와중에 농을 칩니다.
 
백도하:대담하지 않으면 수사를 못하니까요. (작게 웃습니다.)
좀더 몸을 붙여봐요. 항아리 중심이 흩어지지 않게해야겠어요.
 
진수련:"그래. 웃..차." 유연하게 몸을 움직여 도하쪽으로 바짝 붙습니다.
 
“수색조를 더 풀어. 캔디랜드에서 나가기 전에 처리한다. 번번이 쥐새끼처럼 구는 그 놈을 이번에는 꼭 잡아 죽여야겠어.”
 
“그 놈, 동료가 있던 것 같던데요. 항상 혼자 행동하지 않았습니까?”
 
사교도 둘이 대화를 하며 지나칩니다.
 
“상관없지. 동료가 있다면, 같이 죽여버리면 그만이다.”
 
진수련이 숨을 삼키는 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나 그 뿐입니다. 곧 사교도들이 지나가고, 주변이 조용해집니다.
 
백도하:음... 죽지 않게 해주세요?
 
[ 크기 판정 ]
 
백도하:

백도하

Size

보통

실패
66vs.55
 
 
진수련:"...물론이지."
 
사교도가 지나가고 나오려던 두 사람은
 
쿠당!! 이런, 입구에 살짝 끼어 넘어지며 빠져나옵니다.
 
백도하:아파라...
 
또한 도하는 항아리 안쪽에 돌돌 말려 있던 검은 천을 발견하게 됩니다.
 
백도하:이건 뭐지?
 
이걸 잘 뒤집어쓰면, 사교도의 일당인 척 변장할 수 있겠어요.
 
[ 변장 판정 ]
 
백도하:

백도하

Disguise

보통

실패
14vs.5
 
 
어디가 머리를 내놓는 구멍이죠? 검은 천 안쪽에서 꼴사납게 발버둥 칩니다.
 
결국 진수련이 도와주고 나서야 간신히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백도하:이런 거에는 좀 약해서.
 
진수련:"으흠~ 변장 실력은 조금 기를 필요가 있겠어. 백도하씨."
 
백도하:노력해볼게요.
 
진수련:"능숙한게 웃긴거야." 키득키득 웃습니다.
 
조금 전보다 더 긴장한 채로, 사교도로 변장한 여러분은 걸음을 옮깁니다.
 
모퉁이를 돌면서부터는 일반적인 귀신의 집이 아닌 괴이한 광경이 나타납니다.
 
모독적인, 도통 지구에 존재할 수 없는 형태의 조각상과 석상이 당신을 내려다봅니다.
 
공기는 더욱 무겁게 내려앉아 숨을 쉬기도 힘들어질 정도입니다.
 
진수련:“쉿……”
 
또 다시 사교도들이 지나갑니다. 여러분과 똑같이 검은 후드를 푹 눌러쓴 모양새네요.
 
별다른 의심은 받지 않고 통과할 수 있습니다.
 
백도하:(손에 땀이 납니다.)
 
이윽고 ‘직원 전용’의 표시가 붙은 철문이 나타납니다.
 
귀를 기울이면 안쪽에 꽤 넓은 공동이 있단 추측을 할 수 있습니다.
 
몇 명의 인기척 또한 느껴지네요.
 
돌입하기 직전, 진수련이 속삭입니다.
 
진수련:웃음기 없는 얼굴로 말합니다. “...이 문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어쩌면 백도하씨도 돌이키지 못할 길을 걷는 걸지도 몰라."
"여기까지 어울려주신 건 고맙지만…… 아직 되돌릴 수 있잖아. 나 혼자서도 어떻게든 할 수 있어. 항상 그래왔으니까.”
 
아무래도 진심처럼 보입니다.
 
지금까지 실컷 휘두른 주제에, 새삼스레 신경이라도 쓰인 걸까요?
 
하지만 괴도의 말대로, 이 문을 넘어서면 당신의 삶이 크게 변하리라는 직감이 듭니다.
 
한 번 있었던 일은 다시 일어나기 쉽고, ‘기이하고 비상식적인’ 사건에 엮일수록 당신의 일상은 뒤틀리고 말 것입니다.
 
차라리 눈을 돌리는 게 쉽진 않을까요?
 
당신이 없더라도, 이 넓은 세계의 누군가는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요?
 
당신 앞의 괴도처럼요.
 
도하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백도하:(지금까지도 충분히 이상한 일 투성이였습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된다해도... 뭐 큰일이지만요. 그래요 큰일일 겁니다. 목숨도 위협받고 어쩌면 어쩌면 죽을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말이에요. 저 눈이요. 자꾸만 신경이 쓰이거든요. 계속 혼자만 이런 일을 해왔다는 거요. 외로워 보이거든요. 우리 형사들은 서로가 서로를 도와 사건을 해결합니다. 그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합니다.)
(그게 아마 저일 거에요. 그의 인생에 찾아온 인연이요. 너무 제 중심적일까요? 아니요. 전혀요. 어쩌면 그와 좋은 친구가 될지도 모르거든요,)
(게다가 저 사람 술도 어지간히 먹고 안 취하고 그런 사람 제게는 필요하다고요. 게다가 보험까지.)
나 혼자서 어떻게 할 수 없다고 그러셨잖아요?
항상 그래왔다고 앞으로 계속 될 거라 예상할 수도 없어요.
사실은 말이죠. 필요한 거죠?
 
백도하:저 말이에요.
(천에서 손을 뻗어 진수련의 손을 잡아줍니다.)
안 그래요?
 
진수련:지긋이 이야기하는 도하의 얼굴을 보다가, 잡힌 손을 내려다봅니다. 내내 굳어있던 얼굴에 엷게 미소가 떠올라요.
"....역시 백도하씨. 괴도는 하면 안돼. 이런 통찰력은 누가 뭐래도 경찰이 가져야 하는거 아니겠어?"
"그래. 필요해. ..처음일지도 모르겠네. 누군가가 필요한 순간이라는거. ...그걸 이렇게 강하게 느낀 거."
"끝까지 가주면 고맙겠어. 경찰 백도하씨." 예의 여유있는 웃음을 보입니다.
 
백도하:여유 있어 보여서 좋네요. 그럼 가볼까요.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요? 파트너씨?
 
진수련:"흠, 생각해 봤는데... 역시 괴도가 좋아. 나는."
"경찰에게 그보다 특별할 수 있나?"
 
백도하:(잠시 생각하다가) 괴도 말이죠? 그래요. 괴도 팬텀 블루 미스트.
 
 
팬텀 블루 미스트는 기묘한 웃음을 짓습니다.
 
괴도가 이런 표정을 짓는 건 처음 보는 듯한 기분도 드는걸요.
 
그러나 이내,
 
진수련:“그럼 내 위대한 계획에 동참해주세요.” 장난스럽게 웃습니다.
 
진수련은 당신에게 설명합니다.
 
계획은 아주 심플합니다.
 
이 문 너머에는 그때처럼 소환 의식을 위한 제단이 있을 거라고요.
 
지난번엔 마법진을 지우고, 경찰을 통해 체포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이번엔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거라고 말합니다.
 
진수련:“나한테 작은 폭탄이 있어. 제단 자체를 무너트릴 거야. 그러면 다시는 아무것도 부를 수 없게 되겠지. 내가 시선을 끌 테니, 백도하씨가 폭탄을 던져줘.”
“탈출은 귀걸이..아니, 목걸이를 사용하는 게 좋겠어. 언제라도 쓸 수 있도록 꺼내줘.”
 
진수련은 도하의 품에 소형 폭탄을 넣어줍니다.
 
던지는 것엔 선언만으로 충분하며, 투척 판정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백도하:물론이죠. 그나저나 그런 걸 용케 품 안에 들고다니는군요.
 
진수련:"괴도의 마법 주머니~.. 라고 해둘게."
 
백도하:(목걸이를 옷 밖으로 빼냅니다.)
 
진수련:"...그럼, 간다."
 
문을 열자, 넓은 공동이 나타납니다.
 
그 건물의 지하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네요.
 
기이하고 모독적인 형태를 한 제단이 당신을 마주봅니다.
 
사람 여럿이 기괴하게 꼬인 모양의 화로에서 불이 타오르고, 제단은 여전히 피와 살점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그리고 꽤 많은 수의 사교도들이 몰려 있습니다.
 
다들 검은 후드를 쓰고 있고, 여러분이 들어와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네요.
 
그들은 곧 있을 모독적인 의식에 흥분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당신은 제단에 최대한 가까운 위치까지 이동합니다.
 
저쪽에 있는 진수련과 눈이 마주치면,
 
그는 당신에게 윙크를 하고,
 
입 모양으로 숫자를 셉니다. 3, 2, 1.
 
백도하:(폭탄을 던집니다.)
 
팬텀블루미스트:“안녕하세요! 금일 캔디랜드를 찾아주신 여러분! 특별 게스트, 팬텀블루미스트가 왔습니다!”
 
펑, 색색의 종이가 흩날리며, 공동의 한가운데에서 괴도가 등장합니다.
 
언제 옷을 갈아입었는지 당신이 아는 바로 그 모습으로요.
 
얼굴을 가린 가면, 한쪽 귀에서 흔들리는 푸른 안개꽃의 귀걸이.
 
펄럭이는 망토와 장갑!
 
야수회의 사교도:“네, 네놈!”
“괴도가 왔다!”
 
아우성치는 사교도들 사이에서, 괴도는 언제나 당당한 얼굴입니다.
 
팬텀블루미스트:“절 향한 러브콜이 얼마나 몰아닥치는지 참 곤란했어요~ 하지만! 괴도는 모두의 것! 야수회 여러분께만 너무 시간을 쓸 수도 없다고요.”
 
그러나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괴도가 누구보다 화려한 것은, 그 이면에 반드시 감춰야만 하는 게 있기 때문이겠죠.
 
마술의 기본 법칙 말이에요.
 
이제 움직이세요, 도하! 제단으로 다가가,
 
팬텀블루미스트:“그러니 질긴 악연은 이것으로 끝내기로 해요!”
 
백도하:(제단으로 다가갑니다.)
 
폭탄을 터트립시다!
 
백도하:(폭탄을 던집니다.)
 
콰앙,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요란한 소리가 울립니다.
 
당신이 던진 폭탄은 제단의 정중앙에 부딪치더니, 눈부신 불꽃과 함께 터집니다.
 
바로 가까이에 있는 당신에게도 그 뜨거운 열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피와 살점으로 얼룩진 제단에서 비명이 들립니다.
 
이 제단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던 걸까요.
 
그러나 그런 끔찍한 일들도 이제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거대한 제단의 구조물이 뿔뿔이 흩어지더니, 그대로 이쪽을 향해 기울어집니다.
 
[ 회피 판정 ]
 
백도하:

백도하

Dodge

보통

극단적성공
7vs.60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었습니다. 빠르게 탈출합시다!
 
푸른 안개꽃의 귀걸이를 사용한다면, 도하는 바로 발을 뺄 수 있습니다.
 
아마 그것이 현명한 방식일 겁니다.
 
벌써부터
 
“한패가 있었다!”
 
라며 사교도들이 이쪽을 노려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대로 가도 괜찮은 걸까요?
 
귀걸이를 잡은 당신의 눈에, 사교도에게 망토를 붙잡힌 팬텀블루미스트가 들어옵니다.
 
팬텀블루미스트:"....!"
 
당황하는 기색이 여실히 느껴집니다.
 
저래서야 도망칠 수 없을 거예요.
 
그리고 마침, 당신의 발치에 데굴데굴 굴러온 제단의 잔해, 벽돌이 있습니다.
 
자…… 어떻게 하시겠어요?
 
백도하:(아까 주웠던 나무와 벽돌! 그걸 던집니다.)
 
야수회의 사교도:"크아아악!"
 
백도하:(그리고 될 수 있으면 진수련을 붙잡고 싶어요.)
 
괴도의 망토를 붙잡고 있던 사교도가, 당신이 던진 벽돌과 나무 막대기에 부딪쳐 쓰러집니다.
 
백도하:(그대로 몸을 던져 팬텀 블루 미스트를 잡고 목걸이 역시 잡습니다.)
(그가 전에 말해준 그 방법으로!)
 
훌륭해요, 도하. 무사히 괴도를 구해냈군요.
 
이제 당신도 이곳에서 도망칠 시간이에요.
 
백도하:(이제 돌아갑시다.)
 
야수회의 사교도:“절대로, 절대로 용서 못 한다.”
 
마지막으로 마주한 건 이를 가는 사교도의 얼굴입니다.
 
사교도는 당신을 정면으로 노려보고 있습니다.
 
“네놈들 전부, 절대로……!”
 
백도하:(후드를 푹 뒤집어 쓰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립니다.)
2
 
팟, 텔레포트가 발동합니다.
 
 
도하가 눈을 뜨면, 그곳은 여전히 캔디랜드의 한복판.
 
깊은 밤, 사람들이 한곳에 뭉쳐 퍼레이드를 보고 있습니다.
 
흥겨운 음악이 흐르고, 퍼레이드 마차 위에서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춤을 춥니다.
 
조금 전까지 있었던 일들은 당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 되었습니다.
 
진수련:“...위험할 수도 있었는데, 왜 나를 구해줬어, 경찰씨?”
 
아뇨, 한 명 더, 괴도가 있었군요.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괴도는 당신의 옆에 서 있습니다.
 
다시 평상복을 입고 있으나 표정만큼은 괴도일 때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자신만만하고, 뻔뻔한, 언제나 무대 위에 올라선 배우와 같은.
 
백도하:경찰은 동료를 버리지 않거든요.
 
도하의 대답을 들은 진수련은 그만 웃고 맙니다.
 
진수련:“후후. 분명 그렇지. 그치만... 하아. 백도하씨는 좀 멍청한 구석이 있어. 얼굴 팔리셨잖아. 나로 인해 백도하씨도 그들에게 아주 유명해진 거야. 정말로.”
 
백도하:그럼 어떻게 해주시겠어요? 저는 민간인이라서요.
 
진수련:"......."
 
퍼레이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폐장 시간이 가까워졌는지, 캔디랜드가 마지막 불꽃놀이를 쏘아올립니다.
 
붉고, 노랗고, 푸른 불꽃 속에서 사람들이 탄성을 지릅니다.
 
불꽃 아래에서 로맨틱한 말을 하는 건 정석적인 연출이죠.
 
눈이 마주치면, 괴도가 뭐라고 속삭입니다.
 
[ 듣기 판정 ]
 
백도하:

백도하

Listen

보통

어려움성공
32vs.65
 
 
진수련:“오늘 정말 즐거웠어. 그래도, 이제 다시는 만나지 않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네.”
“안녕, 경찰씨.”
 
누군가 중심을 잃었는지, 인파가 한 번에 기우뚱합니다.
 
당신은 중심을 잡기 위해 잠시 시선을 뗍니다.
 
넘어지지는 않았으나, 고개를 돌리면 괴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불꽃이 서서히 잦아듭니다. 펑, 펑……
 
도하는 어떻게 하나요?
 
백도하:(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분명 말했습니다. 이렇게 헤어질 인연이었다면 그날 이후로 만나지도 않았겠죠.)
과연, 괴도네요. (목에 있는 목걸이를 손으로 만지작 거리다 옷속에 집어 넣습니다.)
(어차피 도망간 걸 압니다. 여기에 더 있어봐야 소용 없겠죠. 혼자만 있는 놀이공원이란 참 아쉬운 법입니다.)
(솜사탕이라도 하나 사서 집으로 돌아가도록 합니다. 아까 찍은 사진이 구겨지지 않도록 가방에 잘 끼워둡니다.)
 
도하가 간식 부스로 향하면..
 
백도하:분명 때가 되면 또 보겠죠. 괴도 씨.
 
저 멀리, 회전목마가 눈에 들어옵니다.
 
회전목마...
 
백도하:(회전목마)
 
분명, 누군가가 좋아하는 어트랙션이라 말했었죠.
 
백도하:(그럼 한 번만 더 타볼까요?)
 
도하는 회전목마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괴도는 정말 사라져버린 걸까요.
 
백도하:그러게 말이에요.
 
이대로 헤어질 인연이 아니라는걸 압니다.
 
밍숭맹숭한 심정으로 회전목마로 향하면..
 
그리고 뜻밖에도, 아니..정말로, 회전목마의 앞에서
 
진수련:“……기억력이 좋으시네요, 백도하씨.”
 
당신은 진수련과 마주칩니다.
 
진수련:“한 번 더 타고 싶었는데, 폐장 시간이 되어서, 탈 수 없게 되어버렸네.”
 
백도하:(쿡쿡, 웃으며) 너무 늦었으니까요.
 
진수련:“혹시 체포하러 오신 건 아니지? 나 오늘 나름 착하게 굴었는데, 봐주면 안 될까?” 장난스레 웃습니다.
 
백도하:오늘 저 비번이에요.
 
진수련:"후후. 알고 하는 말이지. 누울 데 보고 눕는게 나 인걸?"
"......"
"갑자기 사라진 건 미안하게 생각해."
 
진수련은 대뜸 이야기합니다.
 
백도하:무서웠어요?
 
진수련:잠시 뜸들입니다. “....이런 일을 할 땐 혼자가 편해. 약점은 없는 게 나으니까. 솔직히, 내가 여태까지 백도하씨를 엄~청 이용했잖아? 좀 미안하긴 했는데, 그래도 그게 유리해서.”
“그런데…… 뭐라고 할까. …이런 느낌이 처음이라 어렵네. ..맞아. 많이 미안해졌어. 더는 휘두르기 싫다는 거야.”
“솔직히, 백도하씨가 내 새로운 약점이 될까 봐 걱정스러워. 좋지 않아. 괴도는 언제나 가벼운 게 좋지. 너른 밤하늘을 날아다녀야 하니까. 누군가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애태우는 건 괴도가 할 일이 아니야.”
“어쨌든, 사교도 건은 걱정하지 마. 어떻게든 내 쪽을 향해 시선을 끌면, 백도하씨에게까지 접근할 일은 없을테니……”
가만히 바라보다 빙긋 웃어요. “돌아갈 땐 따로 가는 게 좋겠지. 집까지 바래다주지 못했으니, 데이트 상대로는 실격이네.”
일어나 도하에게 다가옵니다. 손을 내밀어 뭔가를 건네요.
 
백도하:(뭘까요 받습니다.)
 
도하의 손에 놓인건 팬텀 블루 미스트의 복장을 한 호랑이 인형입니다.
 
진수련:"별걸 다 팔지? 후후. 이놈의 인기가..."
 
백도하:이런 거까지 나오다니 인기가 대단하네요.
 
진수련:"미안함을 담아서. 선물이야. 백도하씨."
 
백도하:(좋아하는 동물 인형이라 들고 몇번 돌려봅니다.)
아쉽네요. 이렇게 간다니까요.
이럴 줄 알았으면 좋은 와인 사두지 말걸 그랫어요.
당신이랑 마시려고 꽤 힘썼거든요.
 
진수련:"...조금 심심하더라도. 그거랑 같이 즐겁게 지내봐. 충분히 다이나믹한 경찰이잖아? 당신."
"잘 해낼거라고 믿어. 진심으로 말이지."
"...당신은 특별한 경찰이니까." 히죽 웃더니, 손을 귀걸이에 올립니다.
 
"진짜 안녕."
 
백도하:다음에 또 봐요.
 
진수련은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백도하:(인형의 손을 잡고 흔들어줍니다.)
 
캔디랜드의 일 이후, 연쇄살인사건은 흐지부지하게 종결되었습니다.
 
더는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팬텀블루미스트가 말한 대로, 야수회의 사교도들은 당신을 노리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조용하고, 잔잔하고, 평화롭습니다.
 
팬텀블루미스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딱 그때부터였습니다.
 
모든 신문은 앞을 다투어 도시의 유명한 괴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정말 괴도가 살인사건의 범인이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추측 투성이의 기사를 냅니다.
 
괴도가 사라진 이유를 오직 당신만 알고 있네요. 당신 몫까지 시선을 끌다가, 다치지나 않을까 조금은 걱정이 됩니다.
 
얄밉게 성명서를 보냈던 일이 거짓말처럼, 괴도는 당신에게도 더는 접촉하지 않습니다.
 
괴도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조사를 해도 허탕으로 돌아갑니다. 맞아요.
 
안개꽃의 괴도는 그야말로 안개처럼 당신에게서, 그리고 이 도시에서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푸른 안개꽃의 귀걸이를 볼 때마다, 도하는 그날의 괴도를 떠올리곤 합니다.
 
당신이 제 새로운 약점이 될까 봐 걱정스럽다는, 힘없는 목소리로 떨어진 고백을요.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ED2. 괴도, 완전히 실종!
 
진수련 실종 / 도하 생환
 
보상 : 사랑스러운 당신을 위한 이성 회복 1D3, 캔디랜드의 추억
 
백도하:2

 

3부

더보기

 

1. 도입
 
평화로운 밤입니다. 내내 그랬듯이, 이 도시에는 어떤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시민들은 도시의 안전을 수호하는 경찰에게 감사하고, 그 경찰 중에는 당신도 있습니다.
 
이제 신입 딱지는 뗄 만한 정도의 시간이 흘렀네요. 많은 것들이 바뀌고 변해갔지만,
 
한 가지 여전한 것은, 그날 이후로 당신은 팬텀 블루 미스트와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놀이공원의 화려한 불꽃놀이와 퍼레이드 속에서 작별을 고한 괴도는 안녕, 이라고 말한 것처럼 감쪽같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도하는 괴도에 대해 잊어버렸을지도 모르겠네요. 당신의 일상을 휘저어 놓았던 괴도가 사라졌으니, 마침내 평온한 일상을 즐길 수 있겠지요.
 
실제로는 어떤가요?
 
백도하:괴도가 사라졌어도 이 나라의 범죄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저 무던하게 사건을 해결하고 범죄자를 잡아들이는 일을 합니다. 그사이 진수련이 남겨둔 작은 흔적들을 손가락으로 되짚어가며 이런 일들이 있었지 하고 되새길 뿐입니다.
그럼에도 잔뜩 술과 음악에 취할 때면 그의 얼굴과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만큼 인생에 갑작스레 들어온 사람이었으니까요.
 
새것으로 말끔하게 교체한 창문 유리가 도시의 야경을 비춥니다.
 
환한 보름 달이 떴지만, 달을 등지고 자신만만하게 대사를 읊었던 어떤 이는 더 이상 이곳에 없습니다.
 
그래요. 이 부재도 익숙하기만 합니다.
 
■ 행운 판정
 
백도하:

백도하

Luck

보통

실패
72vs.60
 
 
무언가 잊어버린 듯한 기분이 듭니다. 아, 서랍이 조금 열려 있네요.
 
백도하:서랍에 뭐가 있었더라. (열어봅니다.)
 
지난번에도 이런 일이 있었죠. 지난번이라고 해도, 아주 오래전이지만요.
 
서 랍을 들여다보면 푸른 안개꽃 목걸이가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괴도와의 질 긴 악연을 상징하는 물건이었지만,
 
지금은 떠나버린 괴도가 놓고 간 마지막 유품(뭐 죽었다는 뜻은 아니지만요)처럼 느껴져요.
 
이제 이 귀걸이마저 없으면, 괴도와의 인연을 증명할 만한 건 어디에도 없네요.
 
목걸이는 여전히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습니다.
 
백도하:(목걸이를 들어올리고는 안개꽃으로 장식된 보석을 바라봅니다. 그의 귀에도 같은 보석이 있었죠. 작게 헛웃음을 지으며 제 목에 걸어봅니다.)
 
■ 정신력 판정
 
백도하:

백도하

Power

보통

실패
97vs.70
 
 
문득 목걸이를 힘껏 쥐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집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에요. 지금 당장, 어서 빨리!
 
백도하:(꽉 쥡니다.)
 
도하가 목걸이를 손에 쥐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 괜스레 숨을 멈춘 것이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귀걸이는 그저 빛나기만 할 뿐, 당신을 어디에 도 데려가 주지 않습니다. 도하는 다소 허탈해집니다.
 
그러니 오늘은 이만 잘까요. 뭐니 뭐니 해도 숙면이 제일이니까요.
 
백도하:기우였던 걸까. (옷차림을 정리하고 방으로 돌아갑니다.)
(여전히 목걸이를 만지작거립니다.)
 
베개에 머리를 누이면, 어째선지 삽시간에 졸음이 찾아옵니다.
 
오늘은 그렇게 피곤하 지도 않았는데, 감당할 수 없을 수마예요.
 
당신은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무시할 수 없는 속삭임이 들려옵니다.
 
■ 듣기 판정
 
백도하:

백도하

Listen

보통

성공
34vs.65
 
 
“……일어나보세요, 백도하씨. 지금 잘 때가 아니에요~”
 
돌연 더없이 싸늘한 냉기가 닿아옵니다.
 
백도하:(갑작스런 호출에 퍼득 눈을 뜹니다.)
 
도하는 분명히 푹신한 이불 속에 서 잠들었을 텐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당신이 눈을 뜨면, 어째선지 너무나도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지독한 추위가 몰려와, 저도 모르게 몸을 떨게 됩니다.
 
입고 있는 옷은 잠들기 전에 입은 그대로이며,
 
그렇기에 별 다른 소지품은 없는 듯싶네요.
 
아, 목에 위화감이 있습니다. 도하가 확인한다면, 푸른 안개 꽃 목걸이가 걸려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백도하:여긴...? (빠르게 주변을 살핍니다.)
(목걸이를 꽉 쥡니다.)
 
그리고 이를 만지기 위해 들어 올린 손에 아주 강한, 부자유스러움을 느낍니다.
 
찰캉, 쇳소리가 들려옵니다.
 
백도하:어?
 
도하는 자신의 한쪽 손목에, 수갑이 채워져 있음을 발견합니다.
 
수갑에 매달린 쇠사슬은 어딘가로 연결되어 있는지, 늘어져 있지 않고 좀 떠 있네요.
 
백도하:이건... 수갑.
(수갑의 끝을 바라봅니다.)
 
늘어진 수갑의 끝에서, 목소리의 주인공이 나타납니다.
 
팬텀블루미스트:“이제야 깨어나신 모양이네. 아무리 불러도 일어나지 않아서, 혹시 죽은 것 아닌가 했다고.”
 
……익숙하지만, 낮게 가라앉은, 잔뜩 갈라진 목소리가 당신의 옆에서 들려옵니다.
 
백도하:이런 곳에서 이런 온도라면 죽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나저나... 진수련씨.
(수갑을 따라가며 진수련의 근처까지 다가갑니다.) 이게 무슨 꼴이에요?
 
■ 관찰력 판정
 
백도하:

백도하

Spot Hidden

보통

실패
98vs.65
 
 
익숙한 가면과 망토, 한쪽 귀에서 빛나는 푸른 안개꽃의 귀걸이. 당신이 아는 괴도가, 당신과 반대쪽 손에 같은 수갑을 찬 채 앉아 있습니다.
 
다시 주변을 둘러보면, 이곳이 마치…… 감옥 같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쇠창살이 촘촘하게 박힌 문이 보이고, 딱딱하고 거친 바닥은 조금만 움직여도 생채기가 날 것 같네요.
 
천장에서 물이 새는지 똑, 똑, 물방울이 떨어집니다.
 
팬텀블루미스트:“아, 걱정하지 마. 이건 다 백도하씨의 꿈이거든.”
"놀랄만도 하지? 자다 깨니 이런 꼴이라니." 피식 웃어요.
 
백도하:...놀라다마다요. 제 꿈이라니 괴도라 그런 것도 할 줄 아시네요.
 
■ 심리학 판정
 
백도하:

백도하

Psychology

보통

실패
95vs.10
 
 
꿈이라고요? 하긴, 이런 상황이 현실일 리는 없겠죠?
 
찜찜하지만 지금은 괴도 외엔 상황에 관해 물어볼 사람도 없네요.
 
백도하:이 상황에 대해 뭔가 알고 계신가요?
 
팬텀블루미스트:"흠. 그건 백도하씨가 스스로한테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야? 왜 내가 나오는 꿈을 꾸고 있어?" 키득댑니다.
"혹시 자주 꾸는거야?"
 
백도하:아뇨. 그렇게 자주 꾸지는 않는 것 같은데 . 기본적으로 뇌는 꿈을 금방 지워버리거든요. 아마 꿨다고 해도 기억하지 못할 확률도 있고요.
그렇다해도 무의식 중에 꽤나 당신을 그리워했나봐요.
(수갑이 채워진 팔목을 보여주고는) 이런 것까지 준비해주지 않아도 됐을텐데요.
 
팬텀블루미스트:파하, 웃더니 도하를 잠시 빤히 봅니다. "왜 자꾸 내 탓을 해? 백도하씨 꿈이라니까?"
"이 수갑.. 풀어보려 했는데 안되더라고. 어쩔 수 없이 조금 '매니악'한 꿈을 꿀 수 밖에 없겠어. 괜찮지?"
"그리워 한 사람이랑 차는거니 좋잖아?"
 
백도하:...제 무의식 이런 취향이었을까요?
(잠시 고민을 합니다.)
제 뇌가 기억하고 있는 당신이 제대로 된 당신이라고 파악하긴 어렵지만요. 제 스스로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면 좀... 제 취향에 대해 되돌아볼 필요성이 있어요.
 
팬텀블루미스트:도하의 말을 듣다가 어느새 끅끅 웃고 있습니다. "진짜 백도하씨는 왜 이렇게 사람이 재밌지? 하. 간만에 웃어보네."
"여긴 아마 감옥인 것 같아. 지금까지 절대 안열렸는데, 좀전에 백도하씨가 들어오면서 틈이 생겼어.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백도하:그렇군요. 절 이곳에 넣은 자는 그런 실수도 하는군요. 도와줄게요. 제가 뭘 하면 될까요?
 
팬텀블루미스트:"전처럼 협조해줄거야? 기쁜데."
 
백도하:제 마음이 그쪽으로 기운 걸 어떡하나요? 제 꿈이라면서요. 그러면 제 마음대로 하는 게 맞죠.
 
팬텀블루미스트:가만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요. "좋은 대답이야. 그럼 이 못된 꿈에서 나가보자고."
 
2. 고성 : 지하 감옥
 
감옥은 춥고 어둡습니다.
 
쇠창살은 아주 단단해서 구부리거나 부술 수 없고, 문은 굳게 잠겨 있습니다.
 
열쇠공을 시도하기에도 별다른 재료가 없는 상황입니다.
 
괴도의 비밀 주머니도 지금만큼은 텅 비어 있나 봐요.
 
관찰력 판정
 
백도하:

백도하

Spot Hidden

보통

어려움성공
28vs.65
 
 
먼 바닥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걸 발견해냅니다.
 
백도하:뭐가 있으려나.
(주워봅니다.)
 
도하가 그것을 주우려 다가가자,
 
진수련과 연결된 수갑 탓에 휘청이며 중심을 잃습니다!
 
민첩 판정
 
백도하:

백도하

Dexterity

보통

실패
90vs.60
 
 
콰당!
 
백도하:...
 
도하가 먼저 넘어지고, 다른 곳을 보고 있던 진수련도 풀썩 쓰러집니다.
 
백도하:(사실 좀 놀랐습니다.)
 
팬텀블루미스트:"어이쿠. 조심해야지." 넘어지고도 재밌다는 듯한 얼굴입니다. "다친 데는?"
 
백도하:크게 다치진 않았는데요. (엉덩이부분을 만지며) 정말 꿈이 맞을까요?
 
팬텀블루미스트:"몇번을 말했잖아. 안 믿어주는거야?"
 
백도하:(손목이 수갑에 눌려 통증을 느낍니다. 도하는 꿈이라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에 위화감을 느낍니다.)
 
팬텀블루미스트:"그것보다 왜 그리로 갔어? 뭔가 찾았나?"
 
백도하:저기에 뭔가 있어서요.
 
반짝이는 걸 주워보면 그것은 녹슨 열쇠입니다.
 
백도하:제 생각에는 당신과 나 붙어서 다녀야할 거 같아요.
 
이것으로 감옥의 문을 열 수 있겠죠.
 
백도하:이런식으로 연결된 채 다닌다면 말이에요.
더욱더 그렇겠죠. 아까 같은 일이 또 벌어질지도 모르고요.
 
팬텀블루미스트:"음.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꼭~ 붙어다닐테니 이제 넘어질 걱정은 마." 히죽 웃습니다.
 
백도하:게다가 당신 추워보이는 거 같은데...
 
팬텀블루미스트:"잠옷차림 백도하씨보단 나은데?"
 
백도하:어쩌면 제가 자고 있는 곳이 싸늘한 곳일까요? 이런 곳까지 차가운 것보면.
그럼 좀 붙어있어주시겠어요?
 
팬텀블루미스트:"꿈 주인께서 원하시는데 그래야지." 웃으며 다가와 붙어 섭니다.
"자, 그럼 문을 열어야겠지? 어떻게, 내가 할까?"
 
백도하:저보다는 진수련씨가 좀더 수월하게 열 수 있죠?
 
팬텀블루미스트:"그래. 이런건 전문 괴도가 나서는게 좋겠네."
 
진수련은 열쇠를 받아들더니 능숙하게 문을 땁니다.
 
어떻든 둘은 감옥 밖으로 나옵니다.
 
이곳은 아마도 지하인 모양이에요.
 
창문이 없는 복도를 한창 걷고 있노라면, 발소리가 울려 기괴한 메아리를 자아냅니다.
 
수갑을 찬 탓에 바로 옆을 걷고 있는 진수련은 기분 탓인지 말수가 적네요.
 
백도하:지하인 모양이죠?
어째 저번에 함께한 사건처럼 길어질 예감이드는건 왜일까요.
 
팬텀블루미스트:"...음. 그렇네. 꽁꽁 가둬놨구만."
"뭐, 결국 해결되는 결론이면 좋지 않아? 에프터 데이트라 설레는데?"
싱겁게 웃으며 말합니다.
 
백도하:에프터 데이트.
 
그는 전과 다름없어 보이지만..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사람이 좀 변한 것도 같고. 조금 어색해집니다.
 
백도하:꽤나 로맨틱한 대사를 치는군요... 이런 거까지 제가 시키는 건가? (뒷말을 뭉개며 중얼댑니다.)
 
팬텀블루미스트:"여긴 백도하씨의 꿈인데, 꿈속의 괴도인 내가 이길 방도는 없긴 하지."
귀신같이 듣곤 말해요
 
백도하:(진수련을 이곳저곳 살펴볼 수 있나요? 정말 제가 아는 사람이 맞는지요.)
 
진수련은 당신이 아는 모습 그대로입니다. 다만..
 
어쩐지 옷 구석구석이 너덜한 것이. 그간 좋은 일만 있던 것은 아닌 것 같네요.
 
백도하:(귀걸이도 멀쩡히 있겠죠?)
 
그의 왼쪽 귀에는 당신이 아는 귀걸이가 반짝이고 있습니다.
 
백도하:다음에 만나면 좀더 멀끔하게 입고 있.... 그것도 내가 생각해둬야하는걸까요?
 
팬텀블루미스트:가만히 무슨 얘기인지 파악하곤, 히죽 웃습니다. "백도하씨가 그러라면 기꺼이 그래야지. 정장이면 되겠어?"
"이참에 취향을 알려주면 기쁘겠는데?"
 
백도하:...저는 댄디한 쪽을 좋아해서요. 정장이어도 문제없죠.
 
팬텀블루미스트:"음. 알았어. 그럼 정식 데이트는 그 때로 하자. 지금은 확실히.. 데이트라기엔 내가 좀 별로네."
암만 그래도 구릴리는 없지만. 키득해며 덧붙입니다.
 
백도하: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넘치는군요. 언제봐도요.
 
팬텀블루미스트:"그 점도 취향이니 꿈에도 등장시켜 주셨겠지. 좋게 봐줘서 고마워."
 
계속 걷다 보면, 갑작스레 바닥이 꺼지고, 거대한 웅덩이가 하나 나타납니다.
 
웅덩이라고 할지, 호수라고 부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시커먼 물이 출렁이는 가운데, 호수의 건너편에는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백도하:갑작스레 호수라.
 
계단 주변에 미약하게나마 횃불이 타고 있어, 호수의 모양새가 얼핏 보이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팬텀블루미스트:“수영은 잘해?” 참방, 물을 밟으며 묻습니다.
 
백도하:평균 정도만 할 줄 알아요.
 
팬텀블루미스트:“옛날에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생쥐와 개구리라고, 둘은 호 수를 건너기 위해 발목에 밧줄을 묶어 서로를 연결하거든……”
 
백도하:적어도 익사하지는 않겠죠.
 
■ 교육 판정
 
백도하:

백도하

Education

보통

극단적성공
4vs.70
 
 
그거, 결국 개구리가 생쥐를 익사시키고, 매가 죽은 생쥐를 낚아채는 바람 에 개구리도 같이 죽는 이야기잖아요?
 
지금 하기엔 너무나도 지독한 농담입니다.
 
아무래도 이 호수를 수영으로 건너가는 건 너무 위험한 일 같습니다.
 
백도하:그거, 결국은 둘 다 죽는 이야기잖아요.
 
팬텀블루미스트:"정답이야. 아무래도 건너려면 다른 길을 찾아봐야겠어." 킥킥대며 웃어요.
 
백도하:저희도 이렇게 묶였으니 죽어도 함께 죽을지도 모르죠.
(어디 다른 길은 없을까요?)
 
팬텀블루미스트:가만히 봅니다. "꿈에서라도 죽으면 기분 나쁘잖아. 되도록 즐거운 꿈으로 만들어줄게."
 
자세히 보면, 빈 궤짝이나 나무판자 같은 것들이 물 위에 둥둥 떠 있습니다.
 
적절한 균형감각이 있다면 저것들을 밟거나, 배로 써서 호수를 건널 수 있을 거예요.
 
백도하:(이런 상태로 저기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당신이 절 도와주실거죠?
 
팬텀블루미스트:“물론이지. 나 이런 거 많이 해봤어. 건물 난간 위를 걷는 건데. 백도하씨는 형사니까 금방 따라올 수 있을거야."
앞장 서서 슬쩍 뒤돌아봅니다. "잘 보고 따라 해."
 
한 칸 한 칸을 건널 때마다, 기본적으로 민첩 판정을 요구합니다.
 
4번의 민첩 판정에 성공해야 합니다!
 
민첩 판정
 
백도하:(그럴거 같았습니다.)

백도하

Dexterity

보통

실패
81vs.60
 
 
휘청... 도하의 몸이 크게 흔들립니다.
 
팬텀블루미스트:"이런." 손을 잡아줍니다.
 
백도하:제 생각에는 말이죠.
 
진수련의 도움으로 간신히 버팁니다.
 
백도하:오늘 꿈에서의 저는 몸치가 될 거같아요.
(진수련을 급하게 잡습니다.)
 
팬텀블루미스트:"몸치라. 취향 붙여보게 노력해볼게." 윙크해보입니다.
 
두번째 민첩 판정
 
백도하:

백도하

Dexterity

보통

극단적성공
5vs.60
 
 
두번째 도약. 요령이 붙었는지 가볍게 앞쪽의 넓은 판자에 안착합니다.
 
백도하:가능한 제대로 할 수! 있기를!
휴우...
 
팬텀블루미스트:"훌륭한데?"
 
세 번째 민첩 판정
 
백도하:

백도하

Dexterity

보통

어려움성공
29vs.60
 
좀 몸에 익었나봐요.
 
성공! 호수의 건너편이 가까워집니다.
 
팬텀블루미스트:"이제 거의 다 왔어."
 
마지막 민첩 판정
 
백도하:

백도하

Dexterity

보통

어려움성공
29vs.60
 
휴우.
어떻게 되는 줄 알았어요.
손에 땀이 나네요.
 
호수를 건너자마자...
 
콰직!
 
등 뒤를 돌아보니, 두 사람이 건너온 판자를 상어가 씹고 있습니다.
 
맙소사. 조금만 늦었더라면..
 
상어가 있는 호수를 무사히 건너면 눈 앞에 보이는 계단을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균형을 잘 잡을 수 없는 위태로운 나무판 위에서 버텼더니,
 
다시 땅에 발을 디디자 새삼스레 떨림이 올라오네요.
 
팬텀블루미스트:“백도하씨의 꿈은 지독하네. 상어 다음엔 뭐가 나오려나.”
 
백도하:수영을 했다면 그대로 뜯겼을지도 몰라요.
 
팬텀블루미스트:"인정이네~"
 
백도하:멀쩡히 사지가 붙어있음에 감사하군요.
 
팬텀블루미스트:"자, 그럼... 뭐가 나올지 모르지만 올라가볼까." 계단에 손가락질 합니다.
 
백도하:(고개를 끄덕이며 진수련의 팔을 잡습니다.)
같이 가죠.
 
3. 고성 : 홀
 
계단은 좁아, 두 사람이 동시에 올라갈 수는 없었습니다.
 
누가 앞에 서든 투박한 돌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저 위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 듣기 판정
 
백도하:

백도하

Listen

보통

어려움성공
28vs.65
 
 
경쾌한 클래식, 오케스트라 합주입니다.
 
지금까지 거쳐 온 일에 비하면 다소 뜬금없는 음악이군요.
 
이내 시야가 환하게 밝아집니다.
 
화려한 샹들리에가 매달린 홀.
 
악단이 직접 연주하는 클래식이 경쾌하게 깔리고, 고성의 높은 창문으로는 몽환적인 달빛이 밀려들어 옵니다.
 
무도회에 참석한 이들은 드레스와 슈트를 입고 쌍쌍이 대화를 하고 있네요. 테이블에는 은빛 접시가 가득합니다.
 
아름다운 무도회의 정경입니다. 하지만 이 무도회에 참석한 이들은 모두 가 면을 쓰고 있네요.
 
잠깐, 뭔가 신경 쓰이지 않나요?
 
■ 관찰력 판정
 
백도하:

백도하

Spot Hidden

보통

어려움성공
25vs.65
 
 
가면 사이로 튀어나온 양의 뿔, 드레스 자락 밑으로 길게 늘어진 검은 꼬리. 걸어 다닐 때마다 따각거리는 발굽들.
 
이 무도회에 참석한 이들은 사람이 아닙 니다. 괴물이라고 부르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악마?
 
이성 판정 1/1D3
 
백도하:

백도하

Sanity

보통

성공
65vs.70
 
우리도 가면이랑 뿔 같은 걸 착용해야할까요?
 
당신이 그 정경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진수련이 당신을 다시 계단으로 끌어당깁니다.
 
팬텀블루미스트:"...나는 가면이 있지만. 백도하씨는 없으니 이대론 곤란하겠네."
 
백도하:게다가 저 잠옷차림이구요.
드레스코드가 안맞아요.
 
팬텀블루미스트:"...흠. 그렇다면."
본인의 망토를 벗더니 능숙하게 매듭지어 도하에게 둘러줍니다.
"뭐 자세히 보면 어색하겠지만. 이정도면 눈속임 정도는 될 수 있을거야. 이런 무리 속에선 말이지."
 
백도하:(미묘한 눈빛입니다.)
정말요?
 
팬텀블루미스트:"물론 가면은 구해야겠지?"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면, 저쪽 테이블에 누군가 두고 간 것인지 얼굴을 대부 분 가리는 가면이 하나 놓여 있습니다.
 
저곳까지 무사히 도달할 수 있다면 들키지 않을 거예요.
 
무도회 분위기가 한창이니 웬만해선 이쪽에 관심을 두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요.
 
은밀행동 판정
 
백도하:

백도하

Stealth

보통

실패
62vs.50
 
 
팬텀블루미스트:"이렇게 하자."
 
백도하:(아무래도 다 들킬 거 같은데.)
 
팬텀블루미스트:별안간, 도하의 허리를 감싸 안고 얼굴을 밀착시킵니다.
 
백도하:(그대로 굳고 눈이 동그래집니다.)
 
팬텀블루미스트:"자, 이 상태로 걷는거야. 저기까지." 숨소리도 들리는 거리에서 웃으며 말합니다.
 
이건 마치.. 애정 행각중인 연인인 걸로 보이겠네요.
 
확실히 무도회장엔 이런 사람들이 많으니. 크게 이목을 끌진 않겠어요.
 
백도하:...어...음.
그렇군요.
이건 좀 부끄럽네요.
 
팬텀블루미스트:"작전 중에 부끄러워하는 형사님이 어디있어? 그렇지?"
 
백도하:(몇번 숨을 들이켰다 내쉬더니 멀쩡히 눈을 빛냅니다.) 작전 중이죠. 물론입니다. 가보죠.
 
두 사람은 그 상태로 천천히 걸어.. 해당 테이블에 접근합니다.
 
도하는 가면을 얻습니다.
 
가면은 어떤 모양인가요?
 
백도하:호랑이 모양 가면입니다. 꽤나 눈에 익네요.
 
팬텀블루미스트:"급한대로 주운거지만.. 그 가면, 백도하씨한테 어울려.”가면을 잘 쓸 수 있게 고쳐 주며 속삭입니다.
 
무도회장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백도하:(어디 한번 살펴보죠.)
 
고성의 1층을 차지한 홀은 천장이 아주 높고, 천장에서부터 뻗은 샹들리에가 내려온 구조입니다.
 
밖으로 나가는 [문과 창문]이 보이네요.
 
위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는 거 대한 [액자]가 하나 걸려 있습니다.
 
중앙에는 춤을 출 수 있는 텅 빈 공간이 있고, 사이드로 [만찬 테이블]이 보입니다.
 
한쪽 구석에 흥겨운 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있습니다.
 
그리고 예의, 가면을 쓴 [참석자들]은 느긋한 걸음걸이로 무도회장 안을 배회하고 있습니다.
 
백도하:(참석자들을 한번 보고 싶습니다.)
 
 
가만히 보고 있자, 그중 하나가 가면을 벗습니다.
 
형형하게 빛나는 눈, 튀어나온 사슴의 뿔.
 
긴 혀를 내밀어 썩은 음식을 먹는 그는 악마라고 밖에는 묘사할 수 없습니다.
 
담소를 나누고 있던 참석자들은 당신은 이해할 수 없을, 기이한 울음소리를 내며 웃습니다.
 
백도하:(꿈이라 이런 것들도 나오는군요. 신기하네요.)
 
어케 아는겁니까
 
백도하:(비밀입니다.)
(별 생각없이 만찬 테이블도 봅시다.)
 
 
새하얀 테이블보 위, 무수한 접시가 올려져 있고, 당연히 모든 접시는 차 있습니다.
 
허기를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이곳의 음식을 먹을 수는 없겠어요.
 
파리 떼가 꼬이는 썩은 음식,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활활 타오르 고 있는 음식, 역한 유황 냄새가 훅 끼쳐오는 음식.
 
병 와인에서는 녹색 연기가 흘러나오고, 후르츠 펀치엔 붉은 피와 함께 도마뱀의 눈알이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딱 하나, ‘멀쩡해 보이는’ 고기가 접시에 담겨 있는데, 당연하지만 멀쩡하지 않겠죠?
 
백도하: 음 할로윈.
 
역겨운 광경에 이성 판정 1/1D3
 
백도하:

백도하

Sanity

보통

성공
47vs.69
 
 
팬텀블루미스트:이해 못하겠다는 듯 내리까는 시선으로 만찬을 봅니다.
 
팬텀블루미스트:무슨 생각 하고 있는거지.. 하고 식탁 계속 보는 도하봐요
 
백도하:(다보고 흥미가 떨어졌는지 액자를 보러갑니다.)
 
 



액자




 
밖에서 본 성의 그림이 걸린 커다란 액자입니다.
 
당신의 키를 넘어서는 크기예요.
 
그림의 배경은 밤이고, 역시 달이 떠 있네요.
 
고성은 상당히 높아 보여요.
 
뾰족한 탑이 솟아 있군요.
 
성 밖에 그려진 건, 묘지일까요? 더 자세히 보고자 한다면,
 
■ 관찰력 판정
 
백도하:

백도하

Spot Hidden

보통

성공
33vs.65
 
 
성의 홀에 환한 불이 켜져 있네요.
 
그 안쪽에, 기이한 괴물의 그림자가 그려져 있습니다.
 
당신이 가만히 보고 있자니, 그림자는 천천히 움직임을 반복합니 다. 이 그림은 움직이고 있어요!
 
백도하:(이 그림 움직이고 있네요. 요즘은 이런식으로 LED 판넬을 쓰더라구요.)
 
팬텀블루미스트:대충 뭔 생각 하는지 이제 알겠다는 얼굴
"백도하씨가 그런 성격이라 다행인걸.." 작게 말해요.
 
백도하:칭찬인거죠?
 
팬텀블루미스트:"내가 칭찬 안한 적 있어?
백도하 씨 관련해선 다 칭찬이지." 뻔뻔히 웃어요.
 
백도하:(그말에 기분이 좋은지 미소를 짓습니다.)
그래요. 다음 보러가요.
(계단을 볼까요?)
 
 



계단



 
붉은 양탄자가 깔린 계단이지만, 어째선지 중간에 뚝 끊어져 있습니다.
 
위로 올라갈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겠어요.
 
팬텀블루미스트:"...흠...이거. 나갈 부분이 영 안보이네."
 
백도하:일부러 이렇게 만든걸까요?
 
팬텀블루미스트:"...저런 것들 생각은 알 수가 없으니. 뭐 나갈 구멍을 만들 이유가 없으려나."
곰곰히 생각합니다.
 
백도하:(아이디어 판정 할 수 있나요?)
 
문제는 없습니다만, 조사를 진행하고 판단해도 될 것 같네요!
 
백도하:문과 창문도 봐보죠.
 
 
문은 어째선지 단단한 나무판자로 못질이 되어 있습니다.
 
시간을 들인다면 부술 수 있겠지만, 큰 소리가 나니 모두에게 들키는 건 확실하겠죠.
 
창문은 너무 높은 곳에 있어 도저히 나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덩그러니 뜬 보름달 이 원망스럽게 느껴져요.
 
이 홀에 갇혔다는 충격으로 이성 판정 0/1
 
백도하:

백도하

Sanity

보통

극단적성공
13vs.68
 
(그렇군)
나가길 힘들거 같네요.
당신이라면 몰라도 저라면 힘들죠.
 
팬텀블루미스트:"...잊었어? 우린 지금 운명 공동체야." 수갑을 들어보여요.
 
백도하:그렇군요.
 
팬텀블루미스트:"어떻게 되든 함께 하는거지. 크~ 감동적이네."
 
백도하:꿈까지 함께니까요.
오버하지마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팬텀블루미스트:그러겠다는 듯 능청스럽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합니다.
 
그 때, 음악이 한층 경쾌하고 신나는 무도곡으로 변합니다.
 
그들이 쌍을 지어 춤을 추기 시작하는군요.
 
강한 기시감이 몰려옵니다.
 
하지만 아무리 진수련이라고 해도, 괴물이 날뛰는 무도회장에서 설마……
 
팬텀블루미스트:“춤을 출까요, 백도하씨?”
 
백도하:여기서요? 이런 옷을 입고요?
 
어이, 진심이냐고 팬텀 블루 미스트! 심지어 이쪽은 잠옷이라고!
 
태클을 걸어도 진수련은 웃을 뿐입니다.
 
팬텀블루미스트:“하지만 이제 별다른 수도 없잖아. 문으로 나갈 수도 없고, 창문으로 오를 수도 없고. 음식도 먹지 못하고, 대화도 나누지 못한다면……”
“할 수 있는 건 춤 밖에 없지 않겠어?” 웃어요
“자, 오히려 추지 않는 게 더 눈에 띌 거라고?”
 
백도하:(끙 하고 소리를 냅니다.)
 
팬텀블루미스트:손을 내미며 웃습니다.
 
백도하:저희 저번에 췄던 적 있던가요?
(손을 잡습니다.)
 
정말이지 이상한 일이에요.
 
오늘 있었던 모든 게 꿈만 같아요.
 
물론, 팬텀 블루 미스트는 이게 꿈이라고 말하고 있지만요.
 
동물의 머리를 한 악마들이 춤을 추며 웃습니다.
 
빙글빙글, 턴을 돌 때마다 화려한 샹들리에 불빛이 진수련의 얼굴을 비추며 내립니다.
 
거추장스러운 수갑도, 지금만큼은 가까이 붙어 있으니 방해되지 않네요.
 
팬텀블루미스트:"이러고 있으니 처음 만난 날 생각나네. 안그래?"
"뭐 정확힌 처음 같이 춤춘날 이지만."
 
백도하:저희 처음도 그날도 몸을 맞추긴 했지만
 
팬텀블루미스트:"춤이랑 그건 다르지~
 
백도하:저는 저의 일을 했을 뿐이라구요.
마음대로 가져가려 하셨잖아요.
 
팬텀블루미스트:"그럼 지금은? 이건 일이야?"
 
백도하:...
그건 아니지만.
더이상 일의 범주를 넘어간것 같지만요.
이런게 안아보는 것도 춤을 추는 것도 손을 잡는 것도.
보통 이렇게까지는 안하니까요.
 
팬텀블루미스트:"...맞지. 이건 꿈이고. 백도하씨는 나랑 놀고 싶어서 날 찾아와 준거지."
"그러니까 즐기고 넘겨.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나에 대해서도 말이야."
 
백도하:꿈이니까요?
 
팬텀블루미스트:"응. 꿈이니까." 눈을 부드럽게 접어 웃으며 대답합니다.
 
백도하:꿈이 아닌 곳에서도.
그렇게 말할 셈인가요?
 
팬텀블루미스트:"그건 그 곳에서의 나한테 물어봐야지."
"지금의 나는 백도하씨의 괴도잖아?"
 
백도하:...그렇죠. 지금의 당신은.
제가 생각한 제 괴도죠.
그래요. 그렇게 생각할게요.
 
팬텀블루미스트:"역시 백도하씨는 똑똑해."
 
그런 진수련의 표정을 가만히 보고 있다보니..
 
갑자기 음악이 빨라지면서, 당신은 박자를 놓칩니다.
 
몸이 어긋나자 옆의 이들과 부딪칠 것 같은데요. 이걸 어떻게 한담!
 
■ 예술(춤) 판정 : 기본치 5
 
백도하:

백도하

예술 (춤)

보통

실패
58vs.5
 
 
피할 수 없었습니다! 호되게 부딪쳐, 당신은 그만 가면을 떨어트리고 맙니다.
 
도하에게 사과하려던 이들이,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굳힙니다. 그리고……
 
“■■■■! ■■■ ■■■ ■■!”
 
알아들을 수 없는 울음을 웁니다.
 
음악이 뚝 끊어집니다.
 
춤을 추던 이들이 모두 동작을 멈추고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백도하:(진수련의 옷을 꽉 잡습니다.)
 
동물의 털이 곤두서고, 꼬리를 흔들고, 발굽으로 땅을 두드리면서……
 
백도하:이제, 어쩌죠?
 
아, 그들이 뭐라고 하는지 알 것만 같아요.
 
누군가 먹던 접시를 놓칩니다.
 
음식이 쏟아져 바닥을 더럽히고, 그리고 그중 하나가 당신의 신발 앞까지 굴러 옵니다.
 
채 손톱이 뽑히지 않은, 잘린 인간의 손가락.
 
“■■■! ■■■ ■■■! ■■■ ■■!”
 
팬텀블루미스트:"...백도하씨. 도망쳐야해."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백도하:준비됐어요.
누구보다도!
 
어느 방향으로 도망칠까요!
 
백도하:(아이디어 판정)
 
아이디어 판정
 
백도하:

백도하

Intelligence

보통

성공
43vs.60
 
 
일단 큰 그림이 있던 계단 위쪽이 비어있습니다. 계단은 끊겼지만.. 일단 가야겠지요.
 
■ 회피 판정
 
백도하:

백도하

Dodge

보통

극단적성공
2vs.60
 
(슉슉)
 
당신을 잡으려 드는 수많은 손과, 앞발과, 어쨌든 다른 것들을 무사히 피해냅니다.
 
백도하:위가 비었죠! 거기로 갑시다.
 
팬텀블루미스트:"그렇게 하자."
 
수갑에 묶인 채 뛰어가는 기분은, 정말이지 당신이 괴도가 된 기분이에 요. 이런 기분을 언제 또 느껴보겠어요?
 
“■■! ■■! ■■! ■■ ■, ■■ ■■■■!”
 
하지만 어디로 도망칠 수 있죠? 문은 봉쇄되어 있고, 창문은 너무 높고, 계단 은 도중에 끊어져 있는데도요!
 
■ 관찰력 판정
 
백도하:

백도하

Spot Hidden

보통

실패
71vs.65
 
 
커다란 액자의 그림이 신경 쓰입니다.
 
아주 멍청한 생각이지만, 어쩌 면…… 그림을 통해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백도하:(액자에 들어갈 수 있나요)
액자! 저거 움직이지 않았나요?
멍청한 생각이지만.
꿈이라면!
 
팬텀블루미스트:"뭐?! ...물론 그랬지만?" 도하가 무슨 소릴 하는건가 싶은 얼굴로 봐요
그리곤 그림과 번갈아 봅니다. "...설마?"
 
백도하:액자에 들어가자구요!
 
팬텀블루미스트:".... .... ....이건 꿈이지. 그래." 하하, 웃어요.
 
액자를 향해 뛰어가면 괴물들은 당신이 패닉하여 막다른 곳으로 도망치는 줄 알고 비웃으며, 추격의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그림에 손을 뻗으면 그대로 쑥 들어가집니다.
 
숨을 삼키고, 그림 속 으로 뛰어든다면 무사히 탈출할 수 있습니다.
 
팬텀블루미스트:"...진심이지?"
 
백도하:진심이죠. 적어도.
꿈이라면요.
탈출로도 없잖아요.
 
팬텀블루미스트:"....좋아. 가보자. 뭐 나야.. 백도하씨의 괴도니까."
 
백도하:그래요, 어디까지고 가보죠. 제 괴도라면.
 
두사람은 숨을 참고, 그림 속으로 뛰어듭니다!
 
4. 고성 : 묘지
 
강한 밤바람이 불어, 눈을 뜨기 어렵습니다. 절로 재채기가 나옵니다.
 
백도하:여긴... 묘지였죠?
 
팬텀블루미스트:“...그러네. 그림 속에 들어오게 될 줄은 몰랐네.”
 
공동묘지네요.
 
비석이 빽빽하게 세워져 있고, 계속 흙냄새가 납니다.
 
달빛만큼은 여전히 밝아, 원한다면 비석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백도하:(비석을 살펴봅니다.)
신기한 경험을 다하네요.
 
메리 레이시 벨 – 흡혈귀와 외계인의 습격으로 사망
 
연정인 - 강림한 악마에게 저주받아 사망
 
시라이 료 – 초능력자가 만든 유도 창에 관통당해 사망
 
기이한 사인입니다.
 
이런 사인으로 사망하는 게 가능이나 한가요?
 
이해할 수 없는 오싹함에 (어쩌면 추위 때문일지도요) 소름이 돋습니다.
 
백도하:마치 만화같은 사인이네요.
 
팬텀블루미스트:".....그러게."
 
비석을 훑어가는 당신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질 때였습니다.
 
■ 관찰력 판정
 
백도하:

백도하

Spot Hidden

보통

성공
41vs.65
 
 
갓 만들어진 듯 깨끗한 비석에 발이 걸립니다.
 
돌에 새겨진 글자에 시선이 간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죠.
 
이 낯선 이름들 사이, 당신이 유일하게 알고 있는 이름이잖아요.
 
진수련.
 
가명이 아니었던가?
 
아니, 가명이라고 해도 이 이름이 이곳에 있다는 건.
 
팬텀블루미스트:“왜 그래, 백도하씨? 묘지가 무서운 건가? 눈이라도 가려줄까?” 천연덕스럽게 말합니다.
 
백도하:(사인을 볼 수 있을까요?)
아뇨. 이미 시체는 많이 봐서요.
이정도는 괜찮아요.
 
사인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습니다.
 
백도하:여기, 당신 가명과 같은 이름이 적혀있어요.
 
팬텀블루미스트:물끄러미 비석을 바라봅니다. "....그냥 비석이잖아?"
 
진수련에게는 이 글자가 보이지 않는 걸까요?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입니다.
 
팬텀블루미스트:"장난치는거야? 묘지에서만 칠 수 있는 장난이긴 하네~"
 
백도하:음... 뭐, 꿈이니까요. 세상에는 알 수 없는 기이한 일들이 많죠. 당신도 아까 저들도, 그리고 저조차도 누군가에겐 이상한 자일수도 있죠.
 
갓 만들어진 무덤엔 새 흙이 얕게 덮여 있습니다.
 
깊게 묻히지 않은 듯, 새하얀 관이 언뜻 보이네요.
 
원한다면 뚜껑을 들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정신력 판정
 
백도하:

백도하

Spot Hidden

보통

실패
72vs.65
 

백도하

Power

보통

어려움성공
35vs.70
 
 
지금 당장 저 관을 열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입니다.
 
백도하:이건?
 
닫힌 상자가 있다면 안을 궁금해하는 건 당연한 인간의 본능이잖아요.
 
백도하:(어디 한번 열어보죠.)
 
열린 관을 들여다보면 안은 텅 비어 있습니다. 그것에 안도할 새도 없이,
 
툭,
 
누군가 당신의 등을 밀쳤습니다. 아니, 밀친 걸까요?
 
진수련은 당신의 옆에 있는데도.
 
오히려 경악과 놀람으로 눈을 크게 뜬 채,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붙잡으려 하고 있습니다.
 
팬텀블루미스트:"백도하!"
 
그러나 이미 늦었습니다.
 
도하는 관 안쪽으로 떨어집니다.
 
수갑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아니 애초에 얕은 무덤이니 작은 해프닝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째서일까요.
 
이 추락이 멈추지 않습니다.
 
5. 고성 : 초상화의 굴
 
도하는 계속, 계속 추락합니다.
 
추락하는 꿈은 키가 클 징조라고 하던데,
 
아무리 그래도 이 나이에 그건 아니겠죠.
 
수갑이 묶여 있던 손목을 내려다보면 그저 말끔하기만 합니다.
 
■ 지능 판정
 
백도하:

백도하

Intelligence

보통

성공
32vs.60
 
 
이건 마치 동화 같아요! 토끼 굴 대신 끝없는 무덤에 떨어진 게 다를 뿐이죠.
 
하지만 이 추락의 끝은 어떨까요?
 
백도하:마치 앨리스 같은 그런.
 
굴 안쪽에는 크고 작은 액자들이 걸려 있습니다.
 
도하가 떨어져 내리며 액자들을 바라보면, 그것들은 전부 초상화네요!
 
다만 정적인 자세로 앉은 일반적인 초상화가 아닌, 생동감 있는……
 
인물화에 더 가깝나?
 
■ 자료조사 판정
 
백도하:

백도하

Library Use

보통

성공
1vs.50
 
 
헐... HP 마력 중 하나 +1...
 
백도하:(안깎였는데 최대체력 올려도 됨?)
 
그러세요 웃기다
 
백도하:(좀더 튼튼해집니다.)
 
무수한 초상화의 공통점을 깨닫습니다.
 
전부 동일한 ‘사람’이 등장하고 있어요.
 
주홍색의 머리카락과 흰 눈동자를 가진 아이가 점점 자라는 형상입니다. 평범한 일상이네요.
 
백도하:누구지?
 
추락은 아직 멈추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속도가 한층 느려지지 뭐예요.
 
도하는 여유를 갖고 그림 하나하나를 뜯어볼 수 있을 거예요.
 
초상화 속 아이는 어느덧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초상화가 소곤거리며 당신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백도하:이 사람. 분명...
 
당신이라면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요?
 
백도하:(들어봅시다.)
 
아니면 그저, 이 굴에 떨어진 단 한 사람이 당신이었기 때문일까요?
 
이유를 알지 못할지라도, 초상화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진수련:그는 처음으로 기이한 일에 맞닥뜨렸습니다.
세계를 혼돈에 빠트리려는 나쁜 악당들에게서 의식의 키워드가 되는 중요한 물건을 훔쳐낸 거예요.
그는 기뻤고, 앞으로도 이 삶을 이어나가기로 합니다.
그에게 약점이 될 만한 것은 없었고,
그는 아주 유능한 ‘탐사자’였으므로 아무것도 문제될 게 없었습니다.
 
초상화의 그림은, 자신만만하게 옥상 난간 위에 서 있는 팬텀 블루 미스트 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의 첫 사건이었을까요.
 
 
그림:몇 번의 사건을 겪으며 그는 더욱 능숙해졌고, 교활한 괴도가 되어갔습니다.
사교도도 경찰도 그의 상대가 되지는 못했죠.
아, 하지만 새로 발견한 신입 경찰은 그의 소소한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이 경찰을 이용한다면 그의 일에 더욱 도움이 될 것 같았거든요!
 
아리아드네의 명화를 훔치는 팬텀 블루 미스트와, 그를 쫓는 당신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괴도는 당신의 기억보다 더 얄밉게, 그리고 당신은 더 분하게 묘사되어 있네요.
 
두 번째 초상화 옆에서, 도하는 ‘피자 배달부가 되어 도망치는 팬텀 블루 미스트’와,
 
‘가장무도회에서 당신에게 춤을 권하는 팬텀 블루 미스트’, ‘총을 맞 은 척 피를 흘리는 가증스러운 팬텀 블루 미스트’,
 
‘당신에게 붙잡힌 채 꼴사납 게 애원하는 팬텀 블루 미스트’의 그림을 봅니다.
 
여기까지 보았을 때
 
펑, 반짝이 폭탄이 도하에게 뿌려집니다.
 
어디선가 감미로운 사랑의 세레나데가 들려오네요.
 
백도하:읏. 뭐지.
 
어떤가요? 기분 좋나요?
 
백도하:당황스러워요, 그러지만. 꼴사납게 애원하는 그녀의 모습은 오히려 좋았어요.
 
그건 다행이군요!
 
좋았다면 이성 회복을 1D3 합니다.
 
백도하:3
 
추락이 이어집니다.
 
 
진수련:그러나 혼자서는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그는 꽤 많은 위기를 겪었어요.
죽을 뻔한 적도 여러 번 있었죠.
아무리 강인한 탐사자라고 해도, 결국 그의 이성은 마모되고 체력은 깎여가거든요.
인간이 얼마나 죽기 쉬운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잖아요.
그럴 때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피를 흘리며 도망치는 팬텀 블루 미스트와, 그를 받아 안는 당신의 그림입니다.
 
당신이 보는 사이, 그림은 몇 번이나 깜박거리며 변해갑니다.
 
깨지는 유리 조각, 관람차에 갇힌 둘, 사교도에 둘러싸인 둘, 그리고 불꽃놀이.
 
진수련:어쩌면 의지하고 싶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길을 선택해서 걸었지만, 선택하기도 전에 휘말린 사람에게도 그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리하여 그는 떠나기로 합니다. 아주 가벼워지기 위해서.
 
당신의 위에서 불꽃이 터집니다.
 
도하는 이때를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복되더라도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결국 팬텀 블루 미스트는 당신을 떠났는데도요.
 
약점 운운이나 하면서.
 
……추락의 속도가 한층 느려집니다.
 
이제 거의, 공중을 유영하는 기분조차 들고 있습니다.
 
 
진수련:시도는 꽤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휘말린 사람은 안전해졌으며, 그는 다시 가벼워졌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일이 쉬워지진 않았습니다.
운이 나쁘게도, 괴상한 공간에 빠져버리고 말았거든요.
이 공간엔 탈출구가 없으니, 그의 장기인 탈출 마술도 무리였어요.
 
고성 지하에 쓰러진 팬텀 블루 미스트가 보입니다.
 
시체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아요.
 
아주 얕은 숨만 쉬고 있습니다.
 
진수련:그는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모든 탐사자에게 오는 끔찍하고 비참한 죽음이, 마침내 자신에게도 돌아온 것을,
괴도의 위대한 ‘시트’를 찢어낼 차례라고 말이에요.
하지만 그렇게 되기 전에,
 
그림 속 팬텀 블루 미스트의 귀걸이가 빛납니다.
 
이윽고, 추락하고 있는 당신의 목에서도 따스함이 느껴집니다.
 
목걸이가 빛나고 있습니다.
 
■ 듣기 판정
 
백도하:이건...

백도하

Listen

보통

성공
45vs.65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마치 나레이션을 읊는 것처럼요.
 
“이 공간에서의 텔레포트는 불가능하지만, 운명의 장난일까요! 한쪽 귀걸이를 가진 사람이 끌려오고 말았습니다. 불완전한 이동이었으므로 ‘영혼’만 말이에요.”
 
 
진수련:그는 자신의 미련이 이 사태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끌려오며 생겨난 불완전한 탈출구를 이용하면, 둘 다 나갈 수 있을 거라고도 추측했죠.
그는 당신의 영혼이 튕겨 나가 갈기갈기 찢기지 않게 수갑을 채웁니다.
 
수갑을 찬 팬텀 블루 미스트와 당신이,
 
고성의 여기저기를 탐험하고 있습니다.
 
이후로는 당신이 겪은 그대로입니다.
 
……추락이 끝납니다.
 
백도하:저는 어디에 있나요?
 
당신은, 푸른 안개꽃이 한가득 핀 꽃밭에 떨어집니다.
 
은은한 향기가 당신을 감쌉니다. 아주 편안하고, 안온한 기분이 들어요.
 
이곳은 팬텀 블루 미스트의 관.
 
언제고, 그가 죽게 되면 눕게 될 무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적어도 당신이 그를 구하겠다고 다짐한다면,
 
그는 앞으로도 숨 쉴 수 있을 거예요.
 
■ 듣기 판정
 
백도하:

백도하

Listen

보통

실패
80vs.65
 
 
“이곳에서 탈출할 아이디어 판정을 요구하세요, 지금은 당신이 탐사자잖아요!”
 
백도하:(머리를 굴려보겠습니다.)
(놀랍게도 저는 프로 탐사자거든요)
 
"도전 정신은 멋지군요! 그래야 탐사자죠. 어디한번 생각해보세요!"
 
백도하:

백도하

Intelligence

보통

실패
98vs.60
 
(좀 더 생각해봐야한 부분이군요.)
 
"하하! 다시 기회를 줄게요. 아까 대성공도 띄웠잖아요?"
 
백도하:(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판정이 그렇죠.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계속 기회를 주실거잖아요?)

백도하

Intelligence

보통

성공
33vs.60
 
 
귀걸이는 서로 이끌리는 것 같으니, 지금 귀걸이를 사용한다면 팬텀 블루 미스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백도하:(제 목에 있는 목걸이를 꽉 쥐고 바닥에 있는 꽃 한송이를 땁니다.)
(어디 울상인 그를 보러가야겠네요.)
(다시 만났으니 꽃 한 송이를 선물해줘야겠어요.)
(그게 로맨틱스럽잖아요.)
 
도하는 마력 1D3을 지불하고 텔레포트를 사용합니다.
 
백도하:1
 
6. 고성 : 나선계단
 
팬텀블루미스트:“……백도하씨!”
“……백도하씨, 일어나!”
 
눈을 뜨면, 아까의 그 무덤가입니다.
 
관은 굳게 닫혀 있고, 진수련이 답지 않게 당황스러운 얼굴로 당신을 흔들고 있네요.
 
수갑은 여전히 당신과 진수련의 손목을 잇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매달린 안개꽃도 그대로예요.
 
팬텀블루미스트:“갑자기 관 안으로 쓰러지더니 기절해버려서, 사람 놀라게 뭐하는 거야? 좀 괜찮아? 기억은 나고?” 화를 내는 건지 걱정하는 건지 알 수 없네요.
 
백도하:(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작게 숨을 내쉽니다.)
많이 걱정됐나봐요?
 
팬텀블루미스트:"허? .... 당연하지. 내가 눈 앞에서 누가 쓰러지고도 멀쩡한 사람으로 보여?"
"누누히 지금은 백도하씨의 괴도라고 했잖아?"
 
백도하:제가 아주, 작은 비밀을 보고 왔다면 어떡하시겠어요?
 
팬텀블루미스트:"....표정이 묘하게 의기양양한데?"
 
백도하:당연하죠. 당신의 주마등을 보고 왔으니까요.
 
팬텀블루미스트:콜록. 헛기침합니다. "뭘.. 봤다고? ...기절했던 주제에 무슨 장난이야?"
어쩐지 당황한 언행입니다.
 
백도하:(진수련의 얼굴을 쭈욱 늘리며) 죽을 생각이었어요?
다 포기할 생각이었냐구요.
 
팬텀블루미스트:황당한 듯 잡은 손가락을 봅니다. 이내 대충 알겠다는 듯 한숨을 픽 쉬어요.
"원래 그런 삶이야. 알고 시작했고. ...방법이 없을 땐 포기하는 것도 선택지인 법이잖아."
"네가 와버려서 계획이 완전 틀어지게 됐지만."
 
백도하:제가 왜 왔을 거라 생각해요.
마지막에 저라도 보고 싶어서 그런거 아니에요?
마지막에 만나지 않겠다고 그리 말했더니
절 약점으로 두고 싶지 않다 했더니.
결국 이렇게 붙들어 매고 함께해달라고 하는 거 아니에요?
 
팬텀블루미스트:"네가 여기 온 건... 내가 바라던 게 아니었어. 귀걸이가 한 짓이었지."
"이런 곳에 끌고 올 줄 알았다면... 주지 않았을텐데."
"미안하게 생각해." 눈빛은 진중하기 그지 없습니다.
"휘말리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말이지." 웃음을 흘립니다.
 
백도하:싫어요.
사과하지 마요.
 
팬텀블루미스트:"....."
 
백도하:저, 사실.
계속 기다리고 있었단 말이에요.
당신이 다시금 나타나 사건을 벌이고, 뭐 당신이 말하는 그 나쁜놈들을 잡아내고.
모든 게 끝나면 술이라도 한잔 하는 그런 사소한 것들이라거나.
아, 내가 뭐라고 하는 건지 지금 두서 없이 말하는 건데.
그럼에도 저는 당신에게 휘말려서 싫다고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백도하:당신은 제 괴도라면서요.
 
팬텀블루미스트:".....그럼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아?"
"보고 왔다고 했지?"
"너는 분명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 싫다고. 하지만 내 삶은.. 싫다는 말로 끝나지 않아."
"싫다고 잘라내도 괴이들은 나타나고. 나는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누군가를 구해야하지."
"죽느냐 사느냐. 그 경계에서 말이야."
"나는 네가 기꺼이 그 길에 뛰어든다는 말에 달갑게 손벌릴 수 없어."
 
팬텀블루미스트:"내가 네 괴도라면 더욱."
 
진수련은 뚫어지게 당신을 봅니다.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더니 손으로 성을 가리킵니다.
 
팬텀블루미스트:“백도하씨가 쓰러졌던 동안, 탑의 문이 열렸어. 저 위로 올라가면 뭐라도 될 것 같은데. 가봤으면 해.”
"남은 얘기는.. 여기서 무사히 나간 후에 하지."
 
백도하:...같이 가요.
그건 할 수 있죠?
 
팬텀블루미스트:손을 들어 수갑을 보입니다. "당장은 서로 떨어지는 건 용납하기 어렵네." 피식 웃어요
 
백도하:잘, 해낼 거라고 믿어요.
진심으로 말이에요.
 
팬텀블루미스트:"그래. 물론이야."
 
두 사람은 탑으로 향합니다.
 
탑 안에 들어가면, 그곳은 천장까지 빙글빙글 가파른 나선계단이 이어져 있 습니다.
 
다리를 혹사할 시간입니다.
 
백도하:다리는 멀쩡하죠?
 
팬텀블루미스트:걸어 올라갑니다. "뭐 보시다시피."
 
백도하:(건강한 몸이니까요. 이몸도요. 걸어 올라갑니다.)
 
팬텀블루미스트:"...하지만 네 그런 부분. 싫어하지 않아."
"그렇게 재밌는 경험도 처음이었지."
"나가게 되어도 그럼 점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건 이기적인 발언인가?" 씩 웃으며 정면을 보고 올라갑니다.
 
백도하:저는 언제나 저예요. 그건 바뀌지 않아요.
당연하게도 저는 저라는 개체고 저라는 기억과 인격을 가졌으니까요.
 
팬텀블루미스트:"만점짜리 대답이네."
 
백도하:나가서도 또 도망가지마요.
찾기 힘들거든요.
 
팬텀블루미스트:"찾는 게 형사님 일이잖아. 체포해야지?"
 
백도하:각자 쉬는 날은 있어야하잖아요.
저도 당신도 인간인데.
평생 하나의 직종으로 살아갈 수는 없어요.
 
팬텀블루미스트:하하, 웃어보여요. "나쁘지 않네. 괴도 형사 휴업이라.. 좀 웃긴데. 이거."
 
백도하:만날 때마다 데이트를 입에 달고 계셨잖아요?
쉬는 날 아니면 언제 하나요?
데이트 말이에요.
 
팬텀블루미스트:"일하면서 못할 건 뭐야? 사내 커플도 있는데. ...이것도 데이트라니까?"
능청스럽게 대답합니다.
 
백도하:데이트도 종류가 많기는 하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선계단의 중간쯤, 너무 높이 올라와 여기서 떨어지면 확실히 죽겠다 싶은 높이에 오면…
 
갑자기 계단이 아래부터 붕괴합니다.
 
뛰어야합니다!
 
백도하:뛰죠!
 
팬텀블루미스트:"....?! 하. 젠장. 역시 가만 보내줄 리가 없지...!"
 
백도하:달려요!
 
민첩 판정!
 
백도하:

백도하

Dexterity

보통

어려움성공
16vs.60
 
 
떨어져 내려오는 돌파편을 피해냅니다.
 
백도하:이런 것까지!
 
다시 한번, 민첩 판정!
 
백도하:맞지 마요.

백도하

Dexterity

보통

실패
65vs.60
 
 
팬텀블루미스트:"안 맞아!"
 
백도하:어쩌면!
제가 맞을지도!
 
도하는 1d6 체력을 차감합니다.
 
백도하:5
하하, 정말이지.
 
큼직한 파편이 도하의 어깨를 강타합니다!
 
팬텀블루미스트:1d10
rolling 1d10
 
(
6
 
)
 
 
=
6
 
백도하:(꽤나 아프지만 쉴 수는 없죠.)
 
팬텀블루미스트:".....젠장."
"뛸 수 있겠어?"
 
백도하:물론.
가요!
따라갈게요.
계속이요.
 
팬텀블루미스트:"......"
 
민첩 판정!
 
백도하:

백도하

Dexterity

보통

성공
45vs.60
 
 
아슬아슬하게 넘어질 뻔한 몸을 지탱합니다.
 
백도하:헉, 흐 계속 가요.
 
팬텀블루미스트:"...수갑때문에 움직임이 불편한 모양이야."
 
민첩 판정!
 
백도하:

백도하

Dexterity

보통

성공
37vs.60
 
 
성공! 이제부터는.. 어려움 판정 이상을 해내야 합니다.
 
민첩 판정!
 
백도하:

백도하

Dexterity

보통

극단적성공
10vs.60
 
 
기적적인 성공!
 
백도하:제가 말했죠?
 
앞으로 조금입니다
 
백도하:따라갈 수 있다구요.
 
팬텀블루미스트:"...그래."
 
백도하:그러니까.
포기하지마요.
 
민첩 판정!
 
팬텀블루미스트:
rolling 1d10
 
(
6
 
)
 
 
=
6
 
백도하:

백도하

Dexterity

보통

실패
75vs.60
 
 
팬텀블루미스트:"...앞으로 조금이야"
"..!!"
 
백도하:이런.
 
도하는 1d6 체력을 차감합니다.
 
백도하:5
(이게 놀랍게도 최대체력의 반이 아녀서 중상은 아니지?)
 
도하의 몸은 그야말로 만신창이. 진수련이 덮어준 망토도 너덜너덜해졌습니다.
 
백도하:조금이라, 면서요?
신경 쓰지 마요.
 
그 말을 내뱉자마자,
 
당신의 발밑에서 계단이 무너집니다.
 
아찔한 높이에서의 추락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끔찍한 고통이 오겠죠.
 
어쩌면 당신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이 새로 돋아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백도하: 두번째 추락.
 
하지만 다음 순간, 당신은 위쪽으로 밀려납니다.
 
진수련이 당신을 밀치고, 대신 떨어진 것입니다!
 
당연히 수갑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도하는 이어진 손목에 격통을 느낍니다. 사람 한 명의 무게를 버티기엔 역부족입니다.
 
진수련은 미안한 듯 웃어 보입니다.
 
백도하:싫어요.
 
팬텀블루미스트:“아, 미안하네. 많이 무겁지?”
“조금만 기다려. 지금 풀어줄 테니까.”
 
백도하:싫, 다구요.
싫다고, 말했어요.
 
팬텀블루미스트:“백도하씨가 손상될까 봐 걱정이긴 한데, 조금만 더 올라가면 끝이니까. 그러니 최대한 빨리 달려가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
 
그리고 진수련은, 다른 손으로 자신의 수갑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합니다.
 
팬텀 블루 미스트는 열쇠 따기에 무한한 재능이 있었죠.
 
그가 무엇을 시도하는지는 뻔합니다.
 
백도하:내가, 싫다잖아요.
진짜 왜이래요.
 
팬텀블루미스트:"....."
 
백도하:나랑 같이 가자 했잖아요.
 
팬텀블루미스트:"이 이상은 네게 너무 위험하니까."
 
백도하:나랑...
 
팬텀블루미스트:"...나는...."
 
끌어올리겠다면, 근력 판정을 합니다.
 
백도하:(끌어올리겠습니다.)
 
실패할지라도 몇 번이고 리롤이 가능하지만, 이때의 패널티는 진수련이 대신 입습니다.
 
백도하:버텨요. 어떻게든 버텨봐요.
 
근력 판정
 
백도하:

백도하

Strength

보통

극단적성공
8vs.70
 
저는 아직 당신을 안 놓을거! 거든! 요!
으, 윽!
 
도하는 온몸의 힘을 다해 팔과 허리를 들어올립니다.
 
백도하:으아아!
 
진수련은 크게 뜬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백도하:죽을 힘을! 다해 올라와!
당신!
아직 죽으려면 한참 남았다고!
 
마침내 진수련을 계단 위쪽으로 올리면, 붕괴는 멎고 둘은 안전해집니다.
 
당신은 숨을 몰아쉽니다.
 
팬텀블루미스트:"너는 정말..."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백도하:이, 이! (진수련을 몇대 때립니다.)
이 나쁜!
나ㅃ,ㅡㄴ!
 
특유의 웃음기는 없이. 진수련이 중얼거립니다.
 
백도하:헉, 헉.
 
당신이 때리든지 말든지...
 
비척 비척 두사람은 일어나고, 다시 나란히 걷습니다.
 
어느덧 탑의 꼭대기입니다.
 
출구에서 환한 달빛과 서늘한 밤바람이 동시에 불어옵니다.
 
진수련은 도하가 자신을 구한 것이 상당히 얼떨떨한 모양입니다.
 
풀리다 만 수갑이 짤그락거리고……
 
최후의 괴도와 형사는 마지막 장으로 접어듭니다.
 
7. 고성 : 종탑
 
높은 탑 위에 섭니다.
 
보름달을 제외하고는, 별이 하나도 뜨지 않은 밤하늘입니다.
 
종탑이었나봐요.
 
줄이 달린 종이 걸려 있네요.
 
줄을 당기면 종이 울리는 구조입니다.
 
■ 관찰력 판정
 
백도하:

백도하

Spot Hidden

보통

실패
98vs.65
 
후후...
 
너무 높은 곳에 올라와서 그럴까요. 다소 현기증이 돕니다.
 
백도하:이젠 잘 보이지도 않네...요.
 
진수련이 당신을 잡아주며,
 
팬텀블루미스트:"음.. 여기 줄에, 쪽지가 있네." 지친 도하를 기대게 하고 쪽지를 읽습니다.
 
“종을 울리고 돌아가세요.”
 
백도하:그렇구, 나.
 
팬텀블루미스트:"...좋아. 울려볼게."
 
종을 울리자, 청명하고 맑은 종소리가 퍼져나갑니다.
 
동시에 그 커다란 보름 달이 하나의 출구로 변합니다.
 
공간에 생긴 균열이라고 하는 게 좋을까요.
 
하늘에 뻥 뚫린 구멍을 보는 건 굉장히 이상한 일이지만, 오늘은 이미 이상한 일들을 충분히 겪었으니까요.
 
하지만, 저 위까지 어떻게 도달할 수 있단 말이죠?
 
사람은 하늘을 날 수 없는 데다가, 여긴 비행기나 기구, 하다못해 행글라이더나 거대풍선도 없는데요.
 
당신이 망설이고 있을 때, 팬텀 블루 미스트가 말합니다.
 
팬텀블루미스트:“백도하, 날 믿어?”
 
백도하:당, 신을 믿나구요?
후후,
저는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믿을 수밖에 없었어요.
 
팬텀블루미스트:씩 웃어요.
“꿈이라고 생각하면, 꿈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잖아. 아무것도 이상하지 않아.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러더니 진수련은 대뜸,
 
수갑을 찬 도하의 오른손등에 입을 맞춥니다.
 
팬텀블루미스트:“조금 전에, 구해줘서 고마웠어요. 이정도는 말해도 되지?”
 
백도하:물론.
 
“그럼 이제 내가 가능한 일을 할게. 팬텀 블루 미스트, 사상 최대 최후의 마지막 마술.”
 
그리고 그는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팬텀 블루 미스트의 장갑은 너덜너덜 하고 해지고, 손목엔 수갑까지 채워져 있지만.
 
이 손으로 수많은 일을 해낸, 대괴도의 손이거든요.
 
당신은 손을 올리나요?
 
백도하:물론이죠. 지금 올리지 않으면 언제 올리겠어요.
 
손을 잡으면……
 
진수련은 아무런 예고도 전조도 없이, 갑작스레 당신을 끌어당겨, 종탑의 바깥에 발을 디딥니다.
 
바람이 거세게 붑니다.
 
그만 눈을 감아버리고 추락에 대비하지만,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시 눈을 뜨면, 당신은 하늘 위에 서 있습니다.
 
종소리가 은은하게, 계속 퍼져나갑니다.
 
잠시 숨어 있었던 별들이 하나둘 피어나고,
 
반짝이는 별빛 아래에서 괴도는 당신을 더 위로, 위쪽으로 끌어올립니다.
 
한 발짝 씩 걸을 때마다, 분명히 계단도 받침대도 없는 하늘인데, 무언가 당신의 발아래를 단단하게 받치고 있습니다.
 
두려움은 없습니다.
 
이건 마술이거든요.
 
아니면, 마법이라거나. 어쩌면 기적이에요!
 
팬텀블루미스트:“사실, 목걸이를…… 훔쳐 가려 했어. 결국 이번에도, 나 때문에 백도하씨가 위험을 겪게 되었잖아? 목걸이를 가져가면 나랑 백도하씨의 연결점은 완전히 사라지는 셈이니까. 그럼 정말 문제 해결..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씩 웃으며 말해요.
“그런데 좀 고민이 생겼어. 이렇게 내 마음대로 해도 되나. 하긴 난 원래 언제나 마음대로 살았지만, 백도하씨의 의사를 무시하기 새삼스레. 미안해져서?”
“어쩌면 욕심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있잖아. 백도하.”
 
괴도는 당신의 눈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백도하:네, 진수련씨.
 
팬텀블루미스트:“앞으로도 내 약점이 되어줄래?”
“만약에, 날 계속 보고 싶다면, 보는 게 싫지 않다면……”
“또 만나러 가도 될까.”
 
바람이 불어, 당신의 귓가를 훑고 지나갑니다.
 
백도하:제가 그말은 언제부터 기다려왔다 생각했어요?
 
귀걸이는 아직 당신의 목에 걸려 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참 많은 선택을 해왔죠.
 
이번이 당신의 마지막 선택이 될 거예요.
 
백도하:(목걸이를 손으로 잡습니다.)
저는 당신이 말했듯,
당신의 특별한 경찰이잖아요.
...
저희집에요. 저번에 말했죠?
비싼 와인이 있다구요.
 
백도하:와인은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더 좋은 향과 맛을 내거든요.
아직 주인을 못찾았는데...
당신은 찾을 수 있겠어요?
 
팬텀블루미스트:"흠.... 단번에 알 것 같은데."
"형사님이 괴도한테 사건 의뢰를 다 하네."
"그럼, 답변은 또 방문드려서 전해도 될까요?"
"백도하 형사님."
 
백도하:물론이죠. 제 괴도님.
 
 END 2
 
그는 그간 본 적 없는.. 그런 표정이 됩니다.
 
하지만 곧 자신만만한, 당신에게 익숙한 미소로 변하네요.
 
괴도는 당신의 목에 걸린 귀걸이를 살짝 매만집니다.
 
서로에게서 푸른 안개꽃이 반짝입니다.
 
팬텀블루미스트:“고마워, 백도하. 그럼…… 다시 만나러 갈게.”
 
괴도와 형사는 재회를 기약합니다.
 
백도하:기다릴게요. 언제까지나.
 
진수련이 당신을 잡았던 손을 떼자, 언제 그랬냐는 듯 수갑이 깔끔하게 풀어집니다.
 
당신은 자신을 끌어당기는 부드러운 힘을 느낍니다.
 
공간의 균열로, 달의 구멍을 통해 왔던 곳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팬텀블루미스트:“안녕히, 백도하. 앞으로도 잘 부탁해.”
 
작은 속삭임을 끝으로 도하는 눈을 감습니다.
 
바야흐로 위대한 모험의 끝입니다. 새까만 어둠이 눈꺼풀을 덮고……
 
……
 
……새 소리가 들립니다. 아침입니다.
 
잠에서 깨면, 아마 간밤 좋은 꿈을 꾼 것 같아요.
 
더없이 개운하고 뿌듯한 기분입니다.
 
그래요. 꿈에 괴도가 나왔었죠.
 
그건 정말 꿈이었을까요?
 
당신은 괴도의 전언을 생각하며, 서서히 잠기운을 몰아냅니다.
 
백도하:해야할 일이 많아졌네.
 
어디선가 꽃향기가 납니다.
 
...어라?
 
옆을 보니, 왠지 창문이 열려 있네요.
 
분명히 창 문을 닫고 잤는데 말이에요. 아, 잠시만……
 
누군가 아주 가뿐하게, 창턱에 착지합니다.
 
백도하:(눈을 깜빡거립니다.)
 
팬텀블루미스트:"좋은 아침이네?"
 
어디서 들어온 걸까요.
 
백도하:좋은 아침이죠?
 
이 사람. 마치 새가 날아 들어온 것처럼.
 
환하게 웃는 그는, 푸른 안개꽃 다발을 당신에게 내밉니다.
 
백도하:아,! 신발은 털고 어?
 
다시 만난 괴도가 즐거운 듯이 웃습니다.
 
백도하:(꽃다발을 받습니다.)
 
팬텀블루미스트:“선물이야, 친애하는 백도하씨!”
 
백도하:정말, 선수를 먼저 치시네요.
 
팬텀블루미스트:"약속했잖아? 답 주러 오겠다고."
 
백도하:그게 이른 아침인줄은 몰랐지만요.
쇠뿔은 단김에 빼는 스타일이군요.
 
팬텀블루미스트:"시간은 금이고, 가장 훔치기 쉽지."
 
백도하:후후.
 
팬텀블루미스트:"아침 시간 좀 훔쳐갈게?"
 
백도하:마침 오늘은 휴일이니까요.
 
팬텀블루미스트:"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겠네."
 
백도하:얼마든 훔쳐가보세요.
 
물론, 이것은 당신에겐 최선의 결말이겠지요.
 
도하는 진수련과 함께하는, 진정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진수련과 도하는 재회합니다. 함께 나눈 귀걸이는 여전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KEPY:수고수고~
하~~~~~~~~

 

더보기

 

 
KP 따웅 PL KEPY
 
똑똑.
 
아침을 울리는 정갈한 노크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납니다. 몸을 일으키자 손바닥 아래 붙어있던 낱장의 종이가 테이블 아래로 떨어 집니다. 아무래도 잔업을 처리하다 그대로 책상 위에서 깜빡 잠든 모양 입니다.
 
떨어진 종이와 노크소리 중에 어딜 먼저 확인할까요?
 
미오리네 렘블랑:(노크소리를 먼저 확인합니다.) 누구지?
 
▷노크 소리에 현관을 열면
 
집배원: 미오리네 렘블랑 씨, 맞으십니까?
 
미오리네 렘블랑:(우편인가?) 네, 맞습니다.
 
제법 낡은 감이 있는 가죽 가방을 어깨에 멘 집배원은 이름을 묻습니다. 아무래도 우편물이 온 모양입니다. 수령인 확인을 끝마치기 무섭게 얼굴에 피로가 덕지덕지 붙은 집배원이 편지 두 통을 건네주고 돌아갑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두 통의 편지를 들고 다시 책상으로 돌아갑니다.) 누가 보낸 거지? (수신인을 확인합니다.)
 
책상으로 돌아가기전, 관찰 판정 해주세요
 
미오리네 렘블랑: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현관 아래에 있던 신문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같이 챙겨서 들어가나요?
 
미오리네 렘블랑:(네 챙겨서 돌아갑니다. 그러는 김에 읽어보죠.)
 
신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용은 언제나 그래왔듯 별 볼 일 없는 스캔들이거나 찌라시입니다. 몇몇 흥미로워보이는 칼럼도 눈에 들어오기는 하지만, 당신의 관심을 사로잡는 내용은 따로 있군요. 바로 유령저택에 관한 기사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유령저택이라. 그러고보니 그런 소문이 있었지? (자세히 알아볼 수 있을까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명성이 자자했던 부잣댁 집주인 내외의 사망과 동시에 한 순간에 몰락하여 유령저택이라는 멸칭을 얻게 되었다는- 그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벌써 몇 달 째 이 일을 거론하며 물고 늘어지
 
따 김. (GM):This message has been hidden.
 
벌써 몇 달 째 이 일을 거론하며 물고 늘어지는 것인지… 이제 이 도시 사람치고 '유령저택의 몰락'에 관하여 알지 못 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데도요. 하지만 그럴 만도 하죠? 과거의 대재였던 부자의 몰락은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딱 좋은 주제니까요. 이렇듯 그 저택은 벌써 몇 달 째 신문에 실리고 있는 화제의 주체입니다. 지긋지긋하고 지겨운 나머지 더 관심을 둘 일도 없을 것이라 여겼는데요. 특히, 당신은 말이에요. 지끈. 문득 알싸한 두통이 느껴집 니다. 머리통을 쿡쿡 쑤시는 듯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이마를 짚으며) 좀 많이 잤었어야했나?
 
머리통을 쿡쿡 쑤시는 듯한 통증과 함께 떠오르는 이름은 퍽 달갑지 않군요.
 
그러니까, 슬레타 말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유령저택의 주인이 슬레타의 부모인 걸 미오리네는 알고 있나요?)
 
네, 알고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그래, 슬레타 머큐리. 그 아이의 집이었지. (곰곰히 생각하더니) 그다지 좋지 않은 끝이었지. 물론 보수가 좋아서 간 거긴 하지만...
이젠 오래 전 일이지. 됐어. (떨어진 종이를 주워 확인합니다.)
 
▷떨어진 종이를 확인하면
 
몇 달 전부터 새로이 연구하게 된 자료의 일부입니다. 들어간 연구실에서 새롭게 시작된 연구…. 이 도시에서 시작되는 사업을 위한 연구라고 하던가요? 뒤에서 무슨 더러운 일이 일어나고 있어도 지금은 알 길이 없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식물학 교수인 미오리네가 크게 아는 건 없겠지요.)
(수신인이나 확인합시다.)
 
편지는 총 두통입니다, 하나는 연구실에서 온 편지, 하나는 수신인이 적혀있지 않습니다.
 
편지를 볼까요?
 
미오리네 렘블랑:(네 확인합니다.)
 
첫번째 편지, 연구실에서 보내온 편지의 내용을 훑으면, 이건… 그러니까… 해고 통지입니다. 갑작스러운 해고 통지에 어이가 없어 두어번을 다시 읽어도 소위 말하는, '당신이 잘렸다'는 내용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무언가 흠 잡힐 만한 짓을 했는지를 돌이켜 봐도 전혀 떠오르는 바가 없습니다. 문득 어제부터 밤새 준비했던 자료가 떠오릅니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것은 그네들 종특인가요?
 
미오리네 렘블랑:...미친 새끼들 아냐?
(미간을 찌푸리며 크게 책상을 내리칩니다.)
 
책상 위에 있던 것들이 와르르 무너집니다. 실직한 미오리네의 심정처럼.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탐사자, SAN 0/1
 
미오리네 렘블랑: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어이가 없습니다. 가지고 있던 연초 하나를 꺼내 입에 물고는 불을 붙입니다.)
후우...
(그러고는 나머지 하나도 확인합니다.)
 
하루 아침 만에 실직당하고 벙벙한 어안이 돌아오기도 전에 두 번째 우편물을 개봉하면, 모 저택의 가정교사 스카웃 제의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형식적인 양식의 내용이 줄을 잇는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이 있습니다. 보수는 지금 다니던, 아니. 전에 '다녔던' 곳에서 벌어들이던 수익의 다섯 배를 보장.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원. 어떻게 보면 정에 호소하며 간절한 느낌도 듭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여기는 그, 유령저택 아닌가? (우편물을 팔랑거리면서 흔들고는 미간을 찌푸립니다.)
보수는 그놈들보단 많고...
그보단 너무 수상쩍은데...
(정에 호소한다고 들어갈 미오리네는 아니지만.)
(뭐 특이한 사항이 있는지 우편물을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편지에 별다른 내용은 없지만 아까 읽던 신문의 "유령저택" 기사 아래에 아주 조그맣게 다른 기사가 있는 게 보입니다.
 
너무 작아서 관찰/자료조사가 필요 해보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집주인의 사망 원인은 병세의 악화가 아닌 살인이라는 소문이 파다하여….'
 
미오리네 렘블랑:집주인의 사망?
머큐리 백작이 죽었다는 뜻인가? 그럼 보낸 이는... 내가 알기론 슬레타 머큐리, 하나 정도일 텐데?
(옆에 있던 경매자료를 확인합니다.) 경매일이 얼마 안남았는데 돈이 아무래도 부족하군. (턱을 괴더니) 한번 정도는 괜찮겠지.
오랜만에 그 어린 것이 얼마나 컸는지 보는 것도 인생의 낙일 수도 있고 말이야.
(코트를 걸치고 현관문을 열고 차에 올라탑니다.)
 
차를 타고 가던 도중, 길이 밀려 길 근처에서 멈춰섭니다.
 
길에서 시민 셋이서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자세히 들어봅니다.)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시민A: 쯧쯧… 신께서 노하신 거지. 그렇게 오만방자해서는 싹싹 긁어 벌어들일 줄만 알고 베풀 줄은 몰랐으니 벌을 받은 거야.
 
시민B: 듣기로는 그 집 부부 내외가 그동안 악마와 내통을 해왔다던데?
 
시민C: …그러고 보니 이제 그 집에 딱 하나 남은 딸까지 병에 걸려 오늘 내일 한다지??
 
시민A: 그 집 딸만 안됐구먼. 그 어린 나이에… 아무튼, 그만큼 거대한 집안이 그렇게 망할 줄 알았나….
 
시민들은 저 대화를 끝으로 멀어집니다.
 
미오리네 렘블랑:(흐음, 병이라 이럴 거면 준비를 더 해갈 걸 그랬나?)
 
좋은 기억이라고는 쥐뿔도 찾을 수 없는 저택이었지만, 그래도 그 애는… 그래도 슬레타는, 과거 당신의 제자였잖아요.
 
그러니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 것은 한때나마 슬레타의 스승이었던 치의 최소한의 인정입니다. 결국 슬레타의 부름을 받고 10년만에 그 저택에 다시금 발걸음 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발걸음 했던 흐릿한 기억에 의존하여 저택으로 찾아가면, 전혀 관리 되지 않아 녹이 슨 주물 대문이 보입니다. 특유의 웅장함은 저버리지 않았으나 희끗희끗 그을린 흔적이 낭자하여 지금은 그저 볼품없는 쇳덩이처럼 보일 뿐입니다.
 
비록 형편없는 꼴이 되었지만 변함없는 장대함이, 과거에 이 저택이 얼마만큼의 부와 명예를 거느렸는지를 짐작케 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뭘 어떻게 해길래, 관리가 전혀 안된거지?
관리인은 없나?
 
저 멀리 쭉 뻗어있는 저택의 부지며 주물대문까지 대강 살피기에도 이 주변에 경비나 사용인으로 추정되는 인물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차를 대강 세우고는 저택 부지로 들어갑니다.)
(주변을 살펴봅니다.)
 
대문은 잠금장치 하나 없이 헛헛하게 열려있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허술하기 그지없군.
(그대로 밀고 들어갑니다.)
 
부지가 워낙에 넓어 저택까지는 한참을 걷게 됩니다.
 
유령저택이라는 멸칭이 괜히 붙은 것은 아님을 알리듯,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돌길 사이 사이로 듬성듬성 잡초가 주를 이룬 수풀이 자라나 있고, 갈빛으로 죽어가는 잔디나 풀꽃들에는 생명력조차 느껴지지 않습니다. 물레방아가 멈춘 호수는 바싹 마른 바닥을 드러낸 채 앙상하며, 나무들은 저마다 빛을 잃었습니다. 꼭 이 저택만이 외딴 세상에 홀로 뚝 떨어져 천천히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것만 같다는 착각이 듭니다.
 
정신력 판정이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왜인지 오한이 드는 것 같은데… 감기라도 걸린 걸까요? 수면부족이 이유일 수도 있겠습니다.
 
무기질한 감상과 함께 몇 분을 더 걸었을까요? 드디어 저 멀리 저택의 입구가 보입니다. 건조한 미풍을 타고 어디선가 상그러운 꽃향기가 훅, 끼쳐옵니다.
 
이질적인 향기로움에 반사적으로 눈길을 돌리면… 저택 근처에 심어진 유독 커다란 나무가 이목을 사로잡습니다. 모든 것이 빛을 잃은 부지 가운데 홀로 싱그러운 녹음을 뽐내며 자리합니다. 그래요. 눈에 익는 꽃나무입니다.
 
슬레타 방의 창문에서 바로 위치한 자리에 심어져 있는 탓에, 이 저택에서 가정교사로 일하며 수도 없이 봐왔던 그 나무니까요.
 
미오리네 렘블랑:이 나무만 멀쩡히 살아있네.
 
<식물학/자연/관찰>판정할 수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식물학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 꽃나무가 아카시아 나무임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이 나무만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가? 다른 것들은 다 생기를 잃었는데 말이지.
(잠시 나무에 기대고는 바로 앞 창문을 바라보며 과거 생각을 조금 합니다.)
이 앞이 바로 슬레타의 방이었지.
 
…상념에 젖어서 걷다보니 이 비대한 대저택의 외관은 위협적이며 불친절하기 짝이 없군요. 관리되지 않은 저택의 벽면에 버썩 마른 덩굴이 똬리를 튼 모습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합니다. 어서 들어가는 편이 좋겠습니다.
 
저택의 현관에 다가섭니다. 무방비하게 열려 있던 주물대문과는 달리 현관만큼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문을 두드립니다.) 연락주신 미오리네 렘블랑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 중년의 사용인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사용인: 아가씨, 아니. 주인님께서 말씀하셨던 선생님이시군요. 응접실로 모시겠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얌전히 입을 닫고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후 사용인의 안내를 받아 저택 입구의 바로 왼편에 위치한 응접실로 향합니다. 매끈하게 뻗은 복도를 따라 걷고 있자니, 애써 숨겨두지도 않았는데 기억의 기저 아래 숨어있던 과거의 감각들이 되살아남을 느낍니다.
 
예전에 비해 달라진 점은 딱히 보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필요한 최소 한의 손길이 닿았음을 알리듯 내부는 꽤 정갈하고 한산하네요. 텅 비어 어쩐지 서늘함이 강조되는 것 같지만…
 
미오리네 렘블랑:(꽤나 조용하네.)
 
관찰 혹은 사용인에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크흠, 현 주인의 몸이 안 좋다 들었는데 어떤지 알 수 있나?
 
하녀장:몇 달 전 집주인 내외분을 잃고 난 뒤로 크게 상심하였는지 병을 하나 얻게 되셨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병?
 
하녀장:네, 그렇습니다. 의원이 수 없이 드나들었지만 아직도 정확한 병명은 밝혀진 바가 없어서, 주인님의 병세가 나날이 악화되는 것 같아 걱정이 많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병세가 악화됐다라, 그러하군. 이곳도 많이 바뀐 것 같은데... 이것도 주인분께서 돌아가셔서?
 
하녀장:하아, 아니요. 주인님 내외가 돌아가시고 난 뒤로 아가씨께서 경을 치며 모두 쫓아내어서…. 사용인이 없으니 관리가 안되는 건 당연하지요. 제가 이 저택에 하나 남은 사용인이랍니다.
 
미오리네 렘블랑:그럼 현 주인은 슬레타 머큐리가 맞나보군. 잘 알겠네, (옛부터 그런 일들이 종종 생기곤 했지만)
 
하녀장을 뒤따라 들어선 곳은 햇빛이 들지 않는 탓에 쓸쓸한 느낌을 지우기 힘든 응접실. 그러나 과거의 명예를 알리듯 특유의 화려함 만큼은 잃지 않았습니다.
 
하녀장:주인님을 모셔 올테니, 여기서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벽난로티테이블 , 쇼파 , 창문을 살펴 볼 수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티테이블을 한번 살펴봅니다. 된다면 아래쪽도 말이죠.)
 
잘 닦여있는 테이블은 은은하고도 고아한 빛을 자아냅니다. 테이블 위에는 유리로 세공된 티포트와 찻잔 두 개가 놓여 있습니다.
 
아래쪽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찻잔에는 티가 따라져 있나요?)
 
꽃잎이 떠있는 찻주전자에서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찻잔 중 하나에는 이미 절반정도 찻물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식지 않았습니다. 꽃으로 우려낸 차는 수색이 맑고 깊습니다. 아무래도 미리 언질을 받은 사용인이 준비해 둔 것이
 
겠죠...
 
미오리네 렘블랑:(한입 마시고 다른 곳을 보러가죠.)
(벽난로로 갑시다.)
 
벽난로 안쪽으로 불을 때다 만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불씨는 찾을 수 없습니다. 하긴, 이 저택이 서늘하기는 하지만 난로를 땔 계절은 몇 달전에 숨통을 달리했죠.
 
<관찰>을 통해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잘 모르겠군.)
 
잘 모르겠네요.
 
미오리네 렘블랑:(창문을 보러 갑시다.)
 
정오를 막 넘긴 시간, 바깥이 이렇게나 밝은데 어쩐지 햇빛이 창문을 투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바깥에서 청아한 새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고요하고 적막한 저택과 영 어울리지 않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창은 열립니까?)
 
열리지만 특별한 일은 없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그럼 마지막으로 소파에 앉아 확인해보죠.)
 
아주 값비싸 보이는 가죽소파입니다.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이 저택은 아주 망했다던데, 지금 보니 딱히 그리 망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쇼파에 앉으니 앞에 있는 티테이블의 차가 눈에 띕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뭔가 있습니까?)
 
<관찰>할 수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강행판정 됩니까?)
 
 
미오리네 렘블랑: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맑기만 하던 수색이 일순 탁해 보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착각이겠죠? 이 공간은 대낮임에도 딱히 밝은 편이 아니니.
 
미오리네 렘블랑:(눈을 살짝 감고 슬레타를 기다려봅니다.)
 
뚜벅, 뚜벅, 뚜벅.
 
대강 주변을 살피고 있었을 즈음. 응접실 너머 복도 저 끝에서부터 날카롭고 무거운 구두 굽 소리가 들려옵니다.
 
정결한 굽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집니다. 머잖아 응접실 안쪽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과거 치기
 
하녀장:This message has been hidden.
 
머잖아 응접실 안쪽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과거 치기어렸던 시절을 고스란히 기억하는 당신의 제자이자, 아가씨였으며, 이제는 훌쩍 커버린 이 저택의 집주인. 슬레타 머큐리입니다.
 
키는 어느새 당신을 훌쩍 넘어섰고, 머리카락도 옛날에 기억하던 것보다 단정 해보입니다.
 
아무래도, 당신이 기억하는 "슬레타 머큐리"는 12살이었으니까요.
 
미오리네 렘블랑:꽤나 많이 컸군.
 
슬레타는 미오리네의 맞은편 쇼파에 앉기도 전에 당신의 앞에 섭니다.
 
슬레타 머큐리:선,선생님... 오랜만이에요. 보고 싶었어요.
 
미오리네 렘블랑:보고 싶었다?
내가 이곳에서 어떻게 나갔는지 알고 있지 않아?
그건 그렇고 (우편물을 팔랑이며) 이건?
 
슬레타 머큐리:저,천천히 설명 드릴게요...
 
미오리네 렘블랑:일단은 앉아. 고개가 아프군.
 
슬레타 머큐리:(쇼파에 엉거주춤 앉으며 손을 꼼질거립니다.)
(힐긋 훔쳐보더니 아래를 바라보면서 입을 뗍니다.)
10년전처럼... 다시 가정교사로 함께 있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미오리네 렘블랑:...가정교사?
전부 크지 않았나?
(눈을 살짝 찌푸리고는) 어떤 가정교사를 바라는거지?
아무래도 세간에는 이런 저런 이유의 가정교사가 있으니...
 
슬레타 머큐리:별,별로 특별한 건 없는데요...
전 아직 어린데...
아직 선생님한테 더 배우고 싶어요...
 
미오리네 렘블랑:(스물둘이면 성인이 되고도 남는다 생각하고는) ...배움이라.
 
슬레타 머큐리:(눈만 굴려서 눈치를 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보수만 충분하다면, 그때처럼 배움을 줄 수도 있지.
 
슬레타 머큐리:5일..! 5일만 해주시면 돼요!
 
미오리네 렘블랑:기간이 정해져 있군.
 
슬레타 머큐리:헤,헤헤.
 
미오리네 렘블랑:(머릿속으로 계산하며) 숙식은 당연 이곳일테고.
 
슬레타 머큐리:네, 네! 맞아요! 매일 아침 신문도 읽어주시고,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고, 차만 가져다주시면 돼요!
아, 그리고... 점심 저녁도 같이 드셔주셨으면... 좋겠는데...
 
미오리네 렘블랑:그건... 배움이라고 하기에 너무 일상적이지 않나?
 
슬레타 머큐리:...부탁드린 꽃의 꽃말이나, 꽃에 얽힌 이야기라던가, 그런 것들을 알려주시면 좋겠어요...
 
미오리네 렘블랑:그런 쪽 말이지.
 
슬레타 머큐리:네에...
 
미오리네 렘블랑:계약서는?
 
슬레타 머큐리:어, 음.
내일 준비 해둘게요...
 
미오리네 렘블랑:(한숨을 푹쉬고는) 그래.
다음부터는 일을 시작하기 전, 미리 계약서를 준비해두는 게 좋아.
아무래도 돈과 돈이 오고가는 일이고 말이야.
보통 배웠어야할 일들인데... 이건 넘어가고.
어찌됐든 5일간 스승이 필요하다 했으니 그걸 알려주면 되겠지.
 
슬레타 머큐리:그럼..! 해주시는 거죠!
 
미오리네 렘블랑:돈만 충분하다면.
 
슬레타 머큐리:네! 당연히!
 
미오리네 렘블랑:머무를 곳은?
 
슬레타 머큐리:네, 네! 안내 해드릴게요!
 
미오리네 렘블랑:(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래.
 
슬레타는 시름시름 병을 앓고 있다며, 오늘내일한다는 사람 치고 말 중간중간에 들어있는 잔기침을 제외하고는 딱히 어딘가 불편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당신을 보고 따라서 일어나던 슬레타는 마련되어있는 차를 보고 의아해합니다.
 
슬레타 머큐리:이 차는...
 
미오리네 렘블랑:아까 사용인이 주고간 것 아닌가?
 
슬레타 머큐리:아카시아 차...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미오리네 렘블랑:바깥에 아카시아 나무가 꽃을 피워냈지.
좋은 향이야.
 
슬레타 머큐리:그...런가요? 밖은 살펴보지 못했어서...
그, 일단 따라오세요. 말씀 드릴 것도 있고...
 
두 사람은 마치 조개껍질을 갈아 넣어 만든 듯 고풍스럽기 그지없는 저택을 걷습니다.
 
슬레타 머큐리:5일간은 이 저택 어디든 돌아다니셔도 돼요..!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아까 보셨던 사용인한테 말씀하세요.
 
미오리네 렘블랑:이 큰 저택을 홀로 운영하던데.
괜찮은 건가?
 
슬레타는 기침을 하며 말을 넘깁니다.
 
슬레타 머큐리:...제 방이랑 2층 서쪽 끝에 판자로 막아둔 방만 빼고 편하게 다니셔도 돼요...
 
미오리네 렘블랑:너도 어른이니 말이야.
 
슬레타 머큐리:그, 그렇죠...
 
대화가 끊어짐과 동시에 2층으로 올라가는 층계참 위에 발을 딛습니다.
 
안내받은 방은 과거에 사용하던 방 입니다. 그전에 쓰던 가구며 배치되어 있는 구조 자체는 그대로지만, 그간 꽤 잘 관리해 둔 모양인지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합니다.
 
사용하던 방이 저택 내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볕이 가장 잘 들던 장소였음을 떠올립니다. 그러고 보면 당시 일개 가정교사치고 꽤 호화를 누렸던 것도 같습니다. 보수는 말할 것도 없었지만, 방에 치장된 가구들은 하나같이 고급품이었고 꼬박꼬박 올라오는 세 끼는 진수성찬이라 일컫는 데 부족함이 없었으니.
 
<지능> 판정이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하지만 어째서일까요? 그렇게나 환하고 밝던 방은 이제 빛 한 점 제대로 들지 않아 음침하고 서늘하기만 합니다. 기분 탓일까요
 
슬레타 머큐리:제 방은 어디 있는지 기억하시죠...? 바로 옆에 있는 방이에요.
하실 말이 생기시면 노크 해주세요...
 
미오리네 렘블랑:오랜만이네.
이방도, 네 방도.
 
슬레타 머큐리:10년..만이에요.
 
미오리네 렘블랑:그래, 십년만이지.
기억나나?
울면서 이불 끌고 온 건?
 
슬레타 머큐리:으아앗!!
안내 드렸으니까... 전 가볼게요. 쉬세요..!
 
도망치듯이 방문을 닫고 나갑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쯧.
 
방문이 닫히면 탐사자는 고요한 저택의 한산함에 잠식당합니다. 그 서슬퍼런 적막함을 가르고 머리를 울리는 것은 다름 아닌 슬레타의 목소리입니다
 
오랜만이라는 말 소리에, 비웃음이 터집니다. 어째서일까요?
 
조금 푸석해진 피부가, 장성한 몸에 비해 피곤해보이는 낯빛이, 당신을 선생님이라고 일컫는 아이의 목소리가...
 
그 모든 것이, 왜 이다지도 가증스럽기만 할까요.
 
보고 싶었다고? 당치도 않는 소리.
 
근원을 종잡지 못할 스스로의 감정 상태에 기묘함을 느낍니다.
 
SANc 0/1
 
미오리네 렘블랑: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많이 피곤한가 보네.
하아...
 
방에는 침대창문커피테이블책상이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커피테이블로 가봅니다.)
 
먼지는 아주 얕게 쌓여 있지만, 비교적 최근의 것들입니다. 테이블 위에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백지만 두 장 놓여 있습니다. 달리 살필만한 것은 존재하지 않아요.
 
미오리네 렘블랑:(백지를 이리저리 돌려봐도 없죠?)
 
깨끗한 백지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그럼 창문으로 가봅니다.)
 
반쯤 열려있는 창문입니다. 습하고 비릿한 미풍이 나부낍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여전히 빛은 안들어오나요?)
 
빛은 안들어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창을 닫고 책상을 보러 갑시다.)
 
이 방의 가구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고급품입니다. 책상 위에는 아주 오래전 당신이 사용하던 만년필이며, 수업자료, 바싹 낡은 슬레타의 교과서가 깔끔하게 정돈 되어있습니다. 출판된지 오래된 책들도 여러권 보입니다.
 
<관찰>할 수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책상 한 구석에 놓여있는 스카프를 발견합니다. 10대 초의 어린 아가씨나 도련님들이 하고 다닐 법한 디자인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언제적 걸 가지고 있는 거야?
(나중에 놀려먹어야겠다 생각하고 침대에 앉습니다.)
 
미오리네가 눕기에 턱없이 큰 양질의 침대입니다. 굉장히 사치스럽습니다.
 
<관찰>할 수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누운 미오리네의 등에 뭔가가 느껴집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뭐지?
 
꺼내볼까요?
 
미오리네 렘블랑:(네, 꺼내봅니다.)
 
낡고 빛바랜 쪽지 하나를 발견합니다. 반으로 두번 접힌 종이는 누렇게 변색 됐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갈라지지 않게 조심히 확인해보죠.)
 
내용은...
 
과거에 "아가씨"께 받았던 친필편지로군요.
 
미오리네 렘블랑:이것도 오랜만이네.
 
이런 편지를 참 많이 받아왔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나야 돈만 받으면 나갈거긴 하지만.
옛부터 날 내쫓으려 안달이 나있건만 이제와서 선생님이라니 무슨 생각인지.
 
아침부터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던 걸까요, 누워있자니 잠이 오기 시작합니다.
 
억지로 일어나도 되겠지만, 어떻게 하시겠어요?
 
미오리네 렘블랑:(뭐, 일어나봤자 할 게 뭐가 더 있을까요?)
 
딱히 중요하게 할 일은 없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옆방에서는 뭐 들리는 게 있습니까?)
 
옆방에 대고 귀를 대어보나요?
 
미오리네 렘블랑:(네)
 
<듣기> 해주세요
 
미오리네 렘블랑: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강행합시다.)
 
고고
 
미오리네 렘블랑: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너무 피곤했나봅니다... 귀를 벽에 댄 채로 잠에 듭니다.
 
미오리네 렘블랑:ZZz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눈이 떠집니다. 어제와 비슷한 느낌인데, 뭐 상관없나요. 아침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하암...
일어나 있어.
 
하녀장:좋은 아침이에요, 미오리네 선생님.
 
미오리네 렘블랑:좋은 아침이네.
(목이 좀 아픈 거 빼면)
 
방 커튼을 활짝 열어 양 사이드로 가지런히 정돈한 뒤, 협탁 위에 오늘의 신문을 올려둡니다.
 
하녀장:주인님은 서재에 계세요.
 
그 말을 남기고 방문을 닫고 나갑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신문을 들어 읽어봅니다.)
 
최신 호입니다. 대부분의 내용은 언제나처럼 별 내용이 없습니다.
 
그러고보니, 슬레타가 신문을 읽어달라고 했었지요. 어떤게 슬레타의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자료조사>를 할 수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몇 해 전 실종되었던 사람들의 시신이 도시 변두리에서 무더기로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발견합니다. 시신들은 대부분 백골화되거나 썩어있었고, 부패의 진행 속도가 비교적 느린 시신의 표정은 마치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본 사람처럼 기괴하게 일그러져 있었다고 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이상한 일들이 많아지네.
(슬슬 옆방으로 가봅시다.)
 
옆방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기회군.)
 
네?
 
미오리네 렘블랑:(몰래 뒤져볼 찬스 아닌가?)
 
하지만.. 문고리가 돌아가지 않습니다. 잠겨있는 모양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잠겨있군. 아침에 어디로 간건지.
식당에라도 있나?
 
아까 하녀장이 말한대로 아침 일찍 서재로 간 모양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내가 어제 좀 잘못 잤긴 했어.
(서재로 몸을 옮깁니다.)
 
서재 앞에서 노크를 하면 들어오라는 허락이 들립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여기 있었네.
 
슬레타 머큐리:아, 좋은 아침이에요. 선생님...!
 
머리가 아픈 걸까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고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잠을 제대로 못잔 모양이지?
 
어쩐지 어제보다 묘하게 피곤하고, 수척해 보인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슬레타 머큐리:네, 네에... 잘 주무셨어요?
 
미오리네 렘블랑:목이 좀 아프더군.
 
슬레타 머큐리:어쩌다가요...?
 
미오리네 렘블랑:글쎄... 담이라도 걸린걸까.
 
슬레타 머큐리:....(곰곰) 이제 나이 생각을...
 
미오리네 렘블랑:...
됐다.
아침부터 일?
 
슬레타 머큐리:(눈치..) 네... 비슷,해요.
 
미오리네 렘블랑:가문일을 다 도맡아 하겠네.
 
슬레타 머큐리:이젠... 저밖에 없으니까...
 
미오리네 렘블랑:(이럴 때는 그냥 제자놈들한테 대강 떠맡기면 될텐데... 시종도 다 내쫒았다했으니 영...)
몸이 한두개여도 모자라겠어.
 
슬레타 머큐리:괜찮아요..!
할 수 있,어요...
 
미오리네 렘블랑:식사는?
 
슬레타 머큐리:아침은 괜찮아요...
 
미오리네 렘블랑:아침을 거르면 힘이 안나겠는걸.
내가, 뭐.
도와줄 건 없나?
 
슬레타 머큐리:아! 저, 신문을 읽어주셨으면 하는데...
 
미오리네 렘블랑:마침 신문을 받아왔지.
읽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니 너도 참 취향 독특하구나.
 
슬레타 머큐리:취,취향!
 
미오리네 렘블랑:(의자를 하나 끌고 옵니다.)
 
슬레타 머큐리:은 아닌데에...
 
미오리네 렘블랑:(신문의 작은 글자들을 보며) 뭐, 다른 건 어제와 비슷하고.
 
슬레타 머큐리:(끄덕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특이한 건 몇 해 전 실종된 시신들이 도시 변두리에서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거?
시신들은 부패의 진행속도가 각각이며, 그나마 멀쩡한 건 봐서는 안 될 걸 본 것마냥 일그러졌다는군.
 
슬레타 머큐리:...
 
미오리네 렘블랑:왜, 신경쓰여?
 
미오리네가 말을 걸어도, 한참이고 말이 없습니다.
 
미오리네의 인내심이 다 할 무렵에야 입을 뗍니다.
 
슬레타 머큐리:이제 가보셔도 돼요...
 
미오리네 렘블랑:사람 기다리게 만드는 버릇은 고치는 게 좋을거야.
(신문을 들고 나갑니다.)
 
슬레타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강행?)
(그냥 갑시다.)
 
슬레타의 턱 아래 카라가 조금 흐트러져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테라스로 나가서 담탐합시다.)
 
슬레타에게 아무런 언질도 안해주는군요...
 
테라스에 들어서면 탁 트인 넓은 저택 부지의 전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조금 더 둘러보면 테라스 안쪽으로 작은 꽃나무나 화분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저마다 상태가 딱히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이상하리만치 빛이 들어오지 않는 저택 탓이겠지요.
 
미오리네 렘블랑:이놈의 저택은 어두침침한건지.
저 녀석도 제대로 관리도 못하고.
어쩌다가 이곳이 이리됐는지 영.
 
<관찰>할 수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테라스>와 <화분> 중 어느쪽을 보나요?
 
미오리네 렘블랑:(화분쪽을 보겠습니다.)
 
꽃이 폭삭 시들어있습니다. ... 시든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착각일까요?
 
미오리네 렘블랑:분명 멀쩡했던 거 같은데...? (식물쪽에 박식한 지능)
 
며칠전까지 멀쩡했는데 죽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빛이 안들어온 탓일까?
(테라스도 볼 수 있나요?)
 
관찰 해주세요.
 
미오리네 렘블랑: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바닥이 꽤 미끄럽습니다.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서 담배 핍시다!
 
미오리네 렘블랑:(담배를 피며) 안경을 맞춰야하나.
(담배를 다 피고 1층으로 가야하나)
 
한 곳 더 둘러볼 수 있습니다.
 
바로 점심 식사를 하셔도 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서쪽방?)
 
은 분명히...가지말라고 했던 것 같아요...
 
미오리네 렘블랑:(어디를 더 둘러볼까요?)
 
1층도 보시겠어요?
 
미오리네 렘블랑:(네, 보러갑시다.)
(식재료 창고가 신경쓰이네요.)
 
제법 넓습니다. 저택 규모를 생각하면 당연하죠.
 
연도별로 구분된 와인과 술부터 시작해, 신선한 식재료들도 보입니다.
 
미오리네가 창고에서 기웃거리면,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옵니다.
 
하녀장:미오리네 선생님, 뭐 찾으시는 것이 있으신가요?
 
미오리네 렘블랑:(침착하게) 내 입에 들어갈 걸 구경하는 취미가 있어서 말이지. 슬레타에게 허락을 맡아 이리 오게 되었네.
 
하녀장:그러신가요? 그럼 찾는 게 생기시면 불러주세요. 식사 준비를 해야해서요.
 
미오리네 렘블랑:알겠네.
(뭐 여기 특별한 게 있나.)
 
하녀장:<선반>이 있습니다. 하녀장은 식사준비를 하며 당신을 힐끔힐끔 쳐다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선반을 봅시다.)
 
<관찰>할 수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운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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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차감)
 
선반에 놓인 조미료 병들 중 눈에 띄는 유리병 하나를 발견합니다. 내용물이 반 쯤 채워져있습니다.
 
자세히 알아보려면 <특정 모독적인 판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특정 모독적인 판정...?)
 
그냥 눈으로만 살펴봐도 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과거 경매장에서 둘러봤던 수많은 물건들을 떠올리며 비슷한 무언가가 있는지 확인해봅니다.)
 
희뿌옇고 탁한.. 겉으로 보기에는 우유같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음)
(점심을 먹으러 가봅시다.
 
식당에 들어서면 일찍이 나온 슬레타가 이미 상석에 앉아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옆에 앉으면 되겠지?
 
슬레타 머큐리:네에, 편하신 대로... (다른 곳에 있던 포크와 나이프를 옮기며)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의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하나같이 값비싼 식재료로 만들어진 것들 뿐입니다.
 
미오리네가 앉으면 아래로 붉은 색의 식전 스튜가 들어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이건?
 
슬레타 머큐리:스튜..겠죠?
 
미오리네 렘블랑:아니, 어떤 스튜인지 묻는거야.
보기엔 토마토가 든 것 같은데.
비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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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레타 머큐리:음음, 스튜같아요.
토마토 스튜!
 
미오리네 렘블랑:(멍청하긴)
먼저 식사하지.
 
슬레타 머큐리:앗, 어... 네!
(먼저 한 입 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그걸 보고 자신도 한입 떠 입에 넣습니다.)
 
슬레타 머큐리:입에는 맞으시나요..?
 
미오리네 렘블랑:좋아하니까. 토마토.
 
슬레타 머큐리:네,네에... 여전히...
 
미오리네 렘블랑:내가 가고 어땠어.
 
슬레타 머큐리:여기는.... 똑같았어요.
 
미오리네 렘블랑:똑같았다?
 
슬레타 머큐리:변하질 않았어요...
 
미오리네 렘블랑:내 눈에는 변해보이는데.
 
슬레타 머큐리:마,맞아요! 이제 괜찮아졌으니까...
저기, 그, 어제 한 얘기 기억하세요?
 
미오리네 렘블랑:어떤 이야기.
 
슬레타 머큐리:제 부탁을 들어달라구...
 
미오리네 렘블랑:그래, 그거.
 
슬레타 머큐리:오늘 꽃을 좀 구해주셨으면 하는데...
아카시아 꽃으로, 가지째 가져다 주셨으면 좋겠어요...
 
미오리네 렘블랑:요 밖에 있는 거 말이지?
 
슬레타 머큐리:네!
 
미오리네 렘블랑:알겠어.
 
슬레타 머큐리:저기, 다른 것도 기억...나시죠?
 
미오리네 렘블랑:꽃말을 읽어달라는 거.
 
슬레타 머큐리:네, 네! 맞아요!
 
미오리네 렘블랑:아카시아 꽃말은...
지금 아니면 들어가서?
 
슬레타 머큐리:우아앗!! 가지고 오신 다음에 들려주세요...
 
미오리네 렘블랑:알겠어.
 
슬레타 머큐리:감사해요...!
 
미오리네 렘블랑:그 다음은?
 
슬레타 머큐리:가지고 와주시면 생각 해둘게요!
 
미오리네 렘블랑:(끄덕이며) 식사를 재개하지.
 
슬레타 머큐리:아, 어. 저기, 저는 몸이 안좋은 것 같아서... 먼저 가볼게요.
천천히 드세요!
 
미오리네 렘블랑:(눈썹을 치켜세우며) 흐음.
 
식사 내내 첫 한입을 제외하고는 먹는 둥 마는 둥 하던 슬레타는 도망치듯이 떠납니다.
 
절반도 줄지 않은 음식이 차게 식어갑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입맛떨어지게.
 
저절로 한숨이 나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식사를 마저 합니다.)
 
느긋하게 식사를 끝냅니다.
 
어디로 갈까요?
 
미오리네 렘블랑:(창고로 가서 톱 등의 물건들을 챙겨오죠.)
 
창고 문을 열자 오래 해묵은 듯 퀴퀴한 냄새가 납니다.
 
한 걸음 내딛기만 해도 먼지가 날립니다.
 
온 갖 잡동사니가 있는 가운데, <선반>과 <공구 상자>가 눈에 띕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선반을 확인합니다.)
 
먼지가 잔뜩 쌓여있습니다.
 
대부분 고물이나 잡동사니이나, 나름 구분되어있긴합니다...
 
슬레타 머큐리:This message has been hidden.
 
미오리네 렘블랑: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강행)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선반을 뒤적이던 미오리네의 눈과 기관지에 엄청난 먼지가 들어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콜록콜록.
어우씨.
 
머리 위로 무언가가 떨어집니다.
 
머리를 무언가에 부딪힌 미오리네, HP -1
 
미오리네 렘블랑:아파라...
(머리를 감싸쥡니다.)
 
'무언가'를 다시 <관찰>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눈을 비빕니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눈에 낀 듯한 먼지가 사라지고, 앞이 밝게 보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안경을 맞추던가 해야지.
 
이건.. 나무로 만든 사다리네요.
 
미오리네 렘블랑:이거로 맞은거야 지금?
아니, 그것보다 이걸 못본거야?
이건 좀... 심각한데.
(미간을 찌푸립니다.)
 
이제 <공구상자> 와 <장작더미>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공구상자나 좀 봅시다.)
 
비교적 최근까지 사용한 듯 먼지의 양이 적습니다.
 
자물쇠로 잠겨있긴 하지만, 무력?을 사용하여 부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무력?)
(근력 갑니다.)
근력
기준치: 50/25/10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공구 상자 안
 
원예용 마체테와 망치, 날이 무딘 톱 따위가 들어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차라리 마체테가 낫지.
(이거라도 듭니다.)
(장작더미에는 뭐가 있나요?)
 
질 좋은 떌깜용 나무가 두서없이 쌓여있습니다.
 
<식물학>, <관찰>할 수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식물학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거뭇한 나무조각 틈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발견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어두웠나보네요.)
 
쇠붙이로 보입니다.
 
조금 깊은 곳에 박혀있는 탓에, 꺼내기 위해선 손을 깊이 넣어야할 것 같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공구상자 안에 장갑이 있나요?)
 
<행운> 해보죠
 
미오리네 렘블랑:
기준치: 63/31/12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적당해보이는 장갑이 들어있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장갑을 끼고 넣어봅니다.)
 
<민첩> 판정이 필요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하마터면 장작을 건드릴 뻔 했지만, 조심스레 꺼내는 것에 성공합니다.
 
살펴보면...
 
검집이 분실된 단도입니다. 무척 날카로워 보이니 조심하는 게 좋겠습니다.
 
손잡이 부분에 아름다운 문양이 새겨져 있는 것 치고 께름칙합니다.
 
날선 단면 이곳저곳에 검붉은 것이 눌러 붙어 있는 탓일까요?
 
미오리네 렘블랑:(대강 녹이 슨 거라 퉁치고 날을 감쌀만한 것을 찾아봅니다.)
 
현실 부정하지 않아도... 이것의 정체를 눈치챌 수 있습니다.
 
SAN 1/1d3
 
미오리네 렘블랑: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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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말라붙은지 시일이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명석한 교수 두뇌로 판단하건데, 이건 사람의 피인 것 같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아무래도 그렇겠죠)
 
아무래도요.
 
미오리네 렘블랑:어째 슬레타 목숨보다 내 목숨을 더 조심해야할지도.
(주변 천에 날을 감싸 가져갈 수 있을까요?)
 
천은 딱히 안보이는데, 장갑을 벗어서 감싸도 될 것 같네요!
 
미오리네 렘블랑:(그럼 그렇게 합시다.)
 
더이상 둘러볼 건 안보이는 것 같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그럼 마체테와 사다리, 칼을 가지고 나갑시다.)
 
한번에 다 들 수 있나요?
 
미오리네 렘블랑:(솔직히 말하자면)
(무리죠.)
 
그렇죠.
 
미오리네 렘블랑:(하녀장을 부릅시다.)
(칼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들게 하죠.)
 
미오리네의 부름을 듣고, 하녀장이 창고로 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사다리는 정원의 아카시아 나무에 설치해주고 바로 앞에 마체테를 뒀음 좋겠네.
 
하녀장:알겠습니다.
(묵묵히 따릅니다. 힘이 쎈가 보네요.)
 
미오리네는 어렵지 않게 저택의 마당에 아카시아 꽃나무가 있음을 떠올립니다.
 
하녀장은 아카시아 나무에 사다리를 설치하고 앞에 마체테를 두고 다소곳하게 당신을 기다립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아카시아 꽃이 잔뜩 폈네.
어디 한 번 볼까.
(사다리를 잡고 올라가봅니다.)
 
은은하게 코끝을 맴돌던 꽃냄새가 묵직하게 쏟아집니다.
 
얼마나 오래된 나무인지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굵고 커다랍니다.
 
어떻게 꺾어서 가져갈까요?
 
미오리네 렘블랑:(마체테로 잘라서 갑시다.) 하녀장, 마체테.
(손을 아래로 내밉니다.)
 
하녀장:네. (손잡이를 향하여 건넵니다.)
 
마체테 이용시 <손재주> 혹은 <근력> 판정이 필요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근력
기준치: 50/25/10
굴림: 54
판정결과: 실패
 
사용하려다가 손끝을 베이고 말았습니다. HP-1
 
손은 다쳤지만, 괜찮습니다. 꽃가지를 잘 잘라내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피가 나는 손을 감싸쥐며) 이런... 여기 앉아있을 터니 치료 좀 부탁해도 되나?
 
하녀장:아, 네. 붕대를 찾아오지요.
 
미오리네 렘블랑:(얌전히 앉아서 꽃향을 맡습니다.)
 
하녀장은 붕대를 찾아서 자리를 뜹니다. 아마도 아카시아 꽃가지를 <관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평범해보이는 아카시아 꽃이네요.
 
<지능>판정이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문득 슬레타가 꽃만 말고 다른 것도 부탁한 것이 기억이 납니다.
 
꽃의 쓰임새나 효능, 꽃말이나 여러 지식들을 들려달라고 했었죠.
 
식물학 교수인 당신이라면, 알고 있는게 많겠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 서재로 가보는게 어떨까요?
 
미오리네 렘블랑:(나쁘지 않은 생각입니다.)
 
하녀장:미오리네 선생님, 여기 붕대를 가져왔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하녀장에게 다친 손가락을 내밉니다.)
 
하녀장:(묵묵히 치료를 합니다. HP+1)
치료도 끝났으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그래, 어차피 이쪽도 움직여야하니 말이야.
(사다리에서 내려와 서재로 이동합니다.)
 
서재로 들어가보면, 아까 있던 슬레타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서쪽방이라도 갔나?
(이곳에서 꽃에 대한 책이나 그 외 정보를 찾아보고 싶습니다.)
 
책장에서 <자료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책을 팔랑거리면서 넘깁니다.)
이것 말고 또 없나?
 
별다른 건 없어보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책상 쪽에 뭔가 없는지 찾아나보죠.)
 
식물과 관련된 서적들이 쭉 나열되어있습니다.
 
특별한 점은 없어보이네요.
 
미오리네 렘블랑:(그럼 서재서 나와서 슬레타의 방이나 슬쩍)
 
당신이 서재에서 나오자, 하녀장이 불러 세웁니다.
 
하녀장:미오리네 선생님, 저녁 식사 시간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벌써 저녁시간이군.
잘 알겠네, 안내 부탁하지.
 
식당에 들어서면 테이블은 가득 차 있으나, 좌석은 텅 비어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적막하네.
 
테이블 위에는 음식 종류가 어찌나 많은지 점심과 비교할 바가 되지 않습니다
 
전부 먹지도 못할 음식을 뭘 위해 이렇게 많이 내오는 걸까요.
 
미오리네 렘블랑:(어제 앉았던 자리에 앉습니다.)
 
자리에 앉으려고 하자, 슬레타가 당신이 앉으려는 의자를 빼줍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일찍도 왔네.
 
슬레타 머큐리:아.. 오래 기다리셨어요?
 
미오리네 렘블랑:조금.
 
슬레타 머큐리:죄, 죄송해요...
(머슥해진 표정으로 다른 자리에 앉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꽤 호화스럽네. 매일 저녁을 이리 해결하나?
 
슬레타 머큐리:그,그럴리가요! 매일은 조금...
 
미오리네 렘블랑:나 때문인가?
(포크로 과일을 쿡하고 찌르고 툭툭 휘두릅니다.)
 
슬레타 머큐리:우아앗... 그런!
 
미오리네 렘블랑:특별할 것도 없지.
 
슬레타 머큐리:(눈을 굴리며) 저기, 꽃은 어떻게... 됐어요?
 
미오리네 렘블랑:(옆에 둔 꽃을 보여줍니다.) 이거 말이지?
덕분에 힘 좀 뺐지.
 
슬레타 머큐리:헤헤, 나무가 커서 힘드셨죠.
 
미오리네 렘블랑:아무래도.
이렇게 다치기도 하고.
(손가락을 장난치듯 보여줍니다.)
 
슬레타 머큐리:아... 치료는 받으신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미오리네 렘블랑:그래, 그러고보니 꽃말이 알고 싶댔나?
 
슬레타 머큐리:네에.. 다른거도 괜찮아요!
 
미오리네 렘블랑:어차피 알고 있는 사항이니 말해주지.
아카시아, 아카시아에는 두 가지 꽃말이 있지.
아카시아꽃과 아카시아 나무
둘 다 말해보자면, 아카시아 꽃에는 비밀스런 사랑.
아카시아 나무에는 죽음을 이기는 애정.
뭐, 모성이나 우정 이런 것들도 있는데 그중 잘 드러난 건 이렇게라고 보면 된다.
 
미오리네 렘블랑:꽃, 잎, 열매, 나무 할 것 없이 전부 약재로 쓰거나 식재료 등으로 사용할 수 있고.
단, 저 아카시아 나무.
아무래도 생명력이 강해 주변 식물들의 영양분까지 모조리 빨아들이고 있는데... 원래 이렇게까지 잘 자랐던가?
 
묵묵히 듣던 슬레타는 묘한 표정을 합니다.
 
의중을 읽을 수 없는 시선, 어쩐지 메마른 눈길이 미오리네를 향합니다.
 
슬레타 머큐리:저기, 그거 아세요? 아시겠지만... 아카시아 나무는 베어낼 수록 점점 더 사나워진대요...
그래서 결국 가시덤불이 된다고...
사용도 못하고 일대 숲을 전부 망쳐버린대요....
 
미오리네 렘블랑:그래서 없앨 때는 불로 태워버리는 거밖에.
 
슬레타 머큐리:(고개를 젓습니다.)
그냥.. 내버려두면 돼요.
크는 건 빠른데 스스로 서있기는 힘들어서,
50년쯤 지나면 쓰러져요. 바보같이.
 
미오리네 렘블랑:(턱을 만지며) 그렇군. 스스로 상처를 내야만 살아남는 식물이군.
 
슬레타 머큐리:저는, 마당에 있는 나무가...
하루빨리 뿌리 채 뽑혀버렸으면... 좋겠어요.
 
미오리네 렘블랑:네가 원한다면야. 그리될 수도 있겠지.
네가 이곳의 주인이니 말이야.
 
슬레타 머큐리:...좋아요!
 
미오리네 렘블랑:안색이 그리 좋지 않은데.
식사라도 제대로 하는 건 어때.
 
슬레타 머큐리:아, 어, 네에...
(먹는 둥 마는 둥 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음식을 적당량 덜어내 제 접시에 올려놓고는 잘라 먹습니다.)
 
슬레타 머큐리:(힐끔 눈치를 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밤에는?
 
슬레타 머큐리:느엣!?
 
미오리네 렘블랑:밤에는 뭘 할거냐 물었어.
 
슬레타 머큐리:그... 자지 않을까요?
 
미오리네 렘블랑:생각보다 일찍 자는군.
연초는 피나?
 
슬레타 머큐리:에엑... 아니요...
 
미오리네 렘블랑:사회에서 얼굴을 자주 비치려면 이런 것도 필요하니.
배우려면 지금 배워둬.
 
슬레타 머큐리:(손을 꼼질거립니다.)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미오리네 렘블랑:그럼 저녁먹고 테라스에서 보지.
 
슬레타 머큐리:그,그치만...
피곤하실텐데...
 
미오리네 렘블랑: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슬레타 머큐리:저기, 감사하지만...
오늘은 안돼요...!
 
슬레타는 벌떡 일어나서 자리를 뜹니다.
 
<듣기> 판정이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콜록, 콜록.
 
기침 소리를 듣습니다. 슬레타의 목소리 입니다.
 
점점 도망치듯이 멀어집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쯧.
(적당히 배만 채우고 올라갑니다.)
 
미오리네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갑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옷을 정리하고 침대에 앉아있습니다.)
 
잠에 들까요?
 
미오리네 렘블랑:(여전히 옆방에 인기척이 없나요?)
 
벽에 귀를 대보나요?
 
미오리네 렘블랑:(네)
 
<듣기>가 필요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간간히 긁는 듯한 기침 소리가 들립니다. 안에 슬레타가 있는 모양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얼마나 아픈걸까 생각하며 자리에 눕습니다.)
 
미오리네는 잠에 듭니다...
 
간밤에 폭풍우가 몰아치는 탓에 잠을 설쳤습니다.
 
이른 시각에, 어두운 아침을 맞이 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머리를 매만지며 일어납니다.)
 
날씨가 영 구리지만, 어쩌겠어요. 오늘의 당신의 일을 시작합시다.
 
머리를 매만지던 당신은 반쯤 열려있는 창문을 발견합니다.
 
간밤새 들이닥친 빗줄기 탓에 바닥이 흥건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미간을 찌푸리며 창으로 향합니다.)
 
<관찰> 판정이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창가로 다가감과 동시에, 아카시아 나무가 눈에 들어옵니다.
 
나무는 거센 비바람에 뽑힐 듯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뺴곡히 있던 꽃과 잎사귀가 시들이 형편없이 날아갑니다.
 
<지능> 판정이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서늘하니 오한이 듭니다. 창문을 얼른 닫아야겠네요!
 
미오리네 렘블랑:비가 와서 그런지 기분이 안좋네.
(이런 날에는 씻는 게 낫겠죠.)
 
편하신대로 하루의 시작을 준비해주세요.
 
미오리네 렘블랑:(하녀장에게 물을 받으라 지시하고 그 전까지 테라스에서 어제 못 본 것을 확인합니다.)
 
당신이 하녀장을 부르려던 찰나, 노크 소리가 들려옵니다.
 
슬레타 머큐리:This message has been hidden.
 
<듣기> 판정이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콜록, 거센 비바람과 섞인 기침 소리를 듣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문을 열어줍니다.)
 
문 건너편에 있는 사람은 하녀장이 아니라 슬레타입니다. 어쩐지 묘하게 흐트러진 차림의 슬레타가 초췌한 낯을 하고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꽤...
수척해졌네.
살아는 있는거지? (얼굴 앞에 손을 흔들며)
 
자세히 살펴보나요?
 
미오리네 렘블랑:죽으면 꽤 곤란해.
(네)
 
전혀 잠을 못잔듯 눈 밑이 퀭합니다. 전체적으로 수척해보입니다.
 
입을 열어서 소리를 내니 잔뜩 갈라진 목소리입니다.
 
슬레타 머큐리:...오늘 신문 내용이 궁금해서...
일찍... 왔어요.
 
미오리네 렘블랑:신문.
하녀장! 신문.
(큰 소리로 하녀장을 부릅니다.)
 
당신의 외침소리에 하녀장이 달려옵니다.
 
하녀장:아, 미오리네 선생님. 신문 말씀이신가요?
 
미오리네 렘블랑:그래, 오늘자 신문.
 
하녀장:오늘 신문은 없답니다. 그야, 비바람이 이렇게 몰아치는걸요.
 
미오리네 렘블랑:(미간을 꾹꾹 누르며) 그래?
 
하녀장:용건이 끝나셨으면 가보겠습니다.
 
이런 대화를 뻔히 듣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슬레타는 그자리에 가만히 서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슬레타, 머큐리. 들었지. 오늘자는 없다.
차라리 이시간에 잠이나 드는 건 어때.
 
슬레타 머큐리:...싫어요.
 
미오리네 렘블랑:뭐가 싫은데.
 
슬레타 머큐리:뭔가, 듣고싶어요.
 
미오리네 렘블랑:뭔가?
 
슬레타 머큐리:네... 신문이 아니어도, 다른 거라도...
 
미오리네 렘블랑:...네가 원한다면야.
(덩그러니 있는 슬레타의 멱살을 잡고 끌고와 침대로 밀어넣습니다.)
그렇게 원하는 이야기를 해주지.
 
슬레타 머큐리:에엑...
 
미오리네 렘블랑:(의자를 끌고와 앞에 앉습니다.)
뭐든 좋다하지 않았나?
 
슬레타 머큐리:히이...!
 
미오리네 렘블랑:내가 무슨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
히이는 무슨 히이인가.
나이를 먹었음 제대로 굴어야지.
 
슬레타 머큐리:(밖에 비바람에 흔들리는 아카시아 나무처럼 흔들리는 동공)
 
미오리네 렘블랑:뭐, 이것저것 듣고 싶어하는 것 같으니 내 이야기를 들려준다는데.
그것도 싫나?
어릴 때랑 같나? 지금이?
 
슬레타 머큐리:(뭔가 말할듯 입을 벙긋 거리지만 말을 하지 못합니다.)
 
무슨 얘기를 해줄까.... 마침 책상에 책이 몇 권 꽂혀 있지 않았나요?
 
미오리네 렘블랑:(그런게 있었죠. 그거나 한권 꺼내봅니다.)
 
<자료조사>가 필요해보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강행)
 
 
미오리네 렘블랑: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적당히 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시간을 보냅니다.)
여기 있는 책들.
분명 어렸을 때 사둔 것들인데. 읽어는 봤어?
 
슬레타 머큐리:네에...
10년 전에 선생님이 읽어주셨었는데...
기억하시나요...?
 
미오리네 렘블랑:(기억을 되돌아봅니다. 조금은 기억이 날 것 같네요.)
조금은.
 
모호하게 기억이 나긴 합니다.
 
슬레타 머큐리:다행이다...
(졸려보이는 눈을 천천히 깜박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졸린 것 같네.)
다른 이야기도 더 해주지.
 
슬레타 머큐리:어떤건가요..?
 
미오리네 렘블랑:내가 연구하고 있던 것들.
보통은 들으면 다들 골아떨어지더라고
 
슬레타 머큐리:에....
아, 아아. (이제서야 누구의 침대에 누운건지 자각한 모양입니다.)
 
슬레타는 벌떡 일어나더니 허둥지둥 방에서 나갑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바보같긴.
(적당히 씻으러 내려갑니다.)
 
어디로 가나요?
 
미오리네 렘블랑:(뭐 씻을만한 곳은 따로 없나요?)
 
방에서 씻었다고 칩시다.
 
미오리네 렘블랑:(그래요.)
(1층으로 갑시다.)
(응접실에는 뭐가 있을까 설렁설렁 가봅니다.)
 
그제 봤던 풍경과 똑같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그다지 바뀐 건 없고요?)
 
당신을 맞이하기 위해 있던 찻주전자가 사라졌겠지요.
 
미오리네 렘블랑:(정말 별거 없군요. 식당으로 향합니다.)
 
혼자 쓰기엔 너무나도 커다랍니다.
 
전체적으로 차갑게 가라앉은 분위기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아직 식사시간도 아니어서 더 그런 느낌일까요?)
 
슬레타 머큐리:This message has been hidden.
 
<테이블>과 <주방>을 볼 수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테이블을 확인합니다.)
 
아침은 거른다고 했으니, 그런 이유에서는 아닌 듯합니다.
 
굉장히 양질의 테이블입니다. 굉장히 큰 사이즈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자세히 살펴봐도 별 거 없나요?)
 
<관찰>이 필요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강행하겠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상석의 의자가 삐뚜름하게 나와있습니다.
 
굉장히 거슬리네요!
 
미오리네 렘블랑:(의자를 정갈하게 조정해볼까요?)
 
정리하려고 다가가면, 의자다리에 길게 미끄러진 검붉은 흔적을 발견합니다.
 
검붉은 것은 점점히 찍혀있습니다. 흩뿌져진 것 같기도 하고.
 
미오리네 렘블랑:(어제 단도에서 본 것같이 피겠군요. 흔적이 이어져 있나요?)
 
이어져있진 않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의자 아래나 테이블 아래에도 뭔가 있으려나?)
 
아무것도 없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그럼 주방이나 보죠.)
 
점심 준비중인지 맛있는 냄새가 납니다.
 
하녀장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어제 봤던 조미료 말이죠. 그것도 주방테이블에 나와있나요?)
 
훑어봐서는 보이지가 않네요.
 
미오리네 렘블랑:(흠, 괜시리 밀고 나갔다간 좋지는 않아보입니다. 2층으로 가죠.)
 
그냥 가시나요?
 
미오리네 렘블랑:(...그러면 자세히 관찰 정도는)
 
하녀장을 <관찰>할까요?
 
미오리네 렘블랑: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하녀장이 그릇 중 하나에 무언가를 스푼으로 크게 떠서 넣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뭘까)
 
누구의 그릇인지는 보지 못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그것참)
(전부터 좀 의심되는 인간이엇습니다.)
(이곳을 홀로 관리하는 것도 그렇고. 대체로 누군가가 살해 당한다면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겠죠.)
 
명탐정 미오리네.
 
그런 당신의 마음 속 추리를 들은 것인지, 하녀장이 뒤를 돌아봅니다.
 
하녀장:아, 마침 잘 오셨네요.
점심 식사 준비가 끝났으니, 식당에 앉아주세요.
 
미오리네 렘블랑:식사시간이 참으로 빠르네.
(자리에 앉죠.)
 
자리에 앉으면, 슬레타가 조금 늦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각종 진귀한 식재료로 만들어진 요리가 근사하게 늘어섭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잠은?
 
슬레타 머큐리:걱정..하지 않으셔도...
 
미오리네 렘블랑:그 얼굴을 하고 걱정하지 말라는 것도 참으로 어렵군 그래.
 
슬레타 머큐리:(웃어보입니다.)
저기, 오늘도...
부탁이 있어요.
 
미오리네 렘블랑:뭐지?
 
슬레타 머큐리:오늘도 어제처럼, 꽃을 좀...
한 송이 구해주셧으면 좋겠어요.
헬리크라썸이라는 꽃인데...
 
미오리네 렘블랑:그 바삭거리는 꽃 말인가?
 
슬레타 머큐리:네에...
힘들까요?
 
미오리네 렘블랑:이곳에 없으면 따로 사러 나가지.
 
슬레타 머큐리:헤헤...
 
하지만 밖은 비바람이 몰아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그렇죠. 젖겠죠.)
 
하지만... 당신은 고용인이니까.
 
미오리네 렘블랑:(시키면 그만 아닐까)
(하녀장에게 시킬까요?)
 
슬레타는 당신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습니다.
 
마치 직접... 구해달라는 것 마냥...
 
미오리네 렘블랑:(그래요....)
(차도 있으니 사러나가는 것 정도는...)
 
슬레타 머큐리:(미오리네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채 구해준다는 말에 마냥 기뻐보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식사를 재개하지.
 
슬레타 머큐리:네에...
 
슬레타는 여전히 먹는 둥 마는 둥 하지만, 이번에는 끝까지 함께 있을 생각인 것 같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점심을 그리 많이 먹지는 않아, 나도.
애초에 이곳은 너무 과해.
 
슬레타 머큐리:그런가요...?
 
미오리네 렘블랑:(과일을 찌르곤 입에 넣습니다.)
 
슬레타 머큐리:(눈에 띄게 힐끗거리며) 그래도.. 과일은 좋아하나요...?
 
미오리네 렘블랑:과일도 채소도 좋아하는 편이지.
그러니 식물학을 공부했지.
 
슬레타 머큐리:그,그렇구나!
아, 저기... 얘기해 둘게요.
 
미오리네 렘블랑:무엇을 말이지?
 
슬레타 머큐리:선생님이 좋아하시는 음식...같은거.
 
미오리네 렘블랑:...그렇군.
개인적 취향으론 토마토 카프레제도 괜찮고.
 
슬레타 머큐리:네, 네!
 
미오리네 렘블랑:파스타도 좋아하는 편이야.
면요리를 좋아하니까.
 
슬레타 머큐리:(기억하려는 듯, 같은 단어를 여러번 중얼 거립니다.)
 
미오리네 렘블랑:그래서 가끔 아랫녀석들한테 시켜보곤 하는데 잘하는 녀석이 나오지 않는단 말이지.
시켜놓으면 어디론가 가버려서 연락도 안되는 경우도 나오고.
이래서야 원.
 
슬레타 머큐리:그, 여기 계신동안만이라도...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
 
미오리네 렘블랑:나쁘진 않더군.
저녁이 이른 것 빼고 말이야.
 
슬레타 머큐리:(손을 꼼질 거립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어릴 적 생각도 나고.
좋지 않은 수신인도 하나 있었는데.
매번 열렬한 호응도 해줬는데.
기억나나 모르겠네.
(과일 하나를 입에 머금습니다.)
 
슬레타 머큐리:우,우에...
 
미오리네 렘블랑:선생님에게 말이야.
 
슬레타 머큐리:(기억이 나는 지 안절부절 못합니다...)
저, 저기!!
편하게 식사하세욧!!
 
버티지 못했는지 후다닥 도망치듯이 떠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심약하긴.
 
점심 식사가 끝났습니다. 오늘의 부탁을 들어줘야되겠지요.
 
바깥은 세찬 비바람이 몰아쳐서 도저히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가 않습니다.
 
<교육>이나 <식물학> 판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 꽃은 분명이 '종이꽃'이라고 불리기도 했죠.
 
<지능> 판정이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곰곰이 생각해보죠 다시)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괜히 종이꽃이라고 불리지 않겠죠. 날씨가 날씨이니, 종이로 직접 꽃을 만들어주면 되지 않을까요?
 
미오리네 렘블랑:(마치 카네이션 같은 분위기)
 
시나리오 제목을 보면...
 
미오리네 렘블랑:(예예.)
 
아무튼 해보죠.
 
종이를 어디서 구해볼까요?
 
미오리네 렘블랑:(방에 종이쪼가리 몇 장 있는 걸 봤지요.)
 
방으로 돌아갈까요?
 
미오리네 렘블랑:(그럽시다.)
 
마침 몇장의 백지가 있으니, 해보죠.
 
<손재주>와 <민첩> 중 하나로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주아주 민첩했다.)
 
그런대로... 그럴싸해보입니다.
 
<지능> 판정이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러고보니.. 꽃만 가져오면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뭔가 찾아봐야 할 것 같네요.
 
미오리네 렘블랑:(어디보자. 뭐가 있을까. 전에 찾은 그 어린이 스카프같은 건 좀 그렇겠지... 그걸 이용한 리본은 어떨까 싶기도.)
 
22세의 다 큰 슬레타에게는 좀 그럴지도요.
 
미오리네 렘블랑:잉크나 깃펜은...?
 
꽃말이나.. 무언가를 알려달라고 했던 것 같기도...
 
미오리네 렘블랑:꽃말이나 잡다한 말였던가
 
아무래도 이번에도 서재에 가봐야할지도요.
 
미오리네 렘블랑:(그럽시다.)
 
이번에도 책장을 보려면 <자료조사>가 필요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이번에도 별건 없군.
 
그 외에 서재에 특별한 건 없어보이네요.
 
미오리네 렘블랑:(여전히 슬레타의 방 궁금한걸)
 
가보시나요?
 
미오리네 렘블랑:(넵)
 
굳게 닫혀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1퍼의 희망을 걸고 굴려봅니다.)
열쇠공
기준치: 1/0/0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당연한 결과네요.
 
미오리네 렘블랑:(아무래도요)
 
그러고 있으면 하녀장이 당신을 찾습니다.
 
하녀장:미오리네 선생님, 저녁 시간입니다. 식당으로 오시죠.
 
미오리네 렘블랑:(...정말 빠르군.)
 
식당에 들어서면, 슬레타가 먼저 앉아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이번에는 먼저왔네.
 
슬레타 머큐리:(적당히 아는 채는 하지만, 자신의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고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여전히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차려져있습니다.
 
점심때 말한 걸 정말로 전달한 모양인지, 토마토 카프레제랑 파스타가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슬레타의 옆자리에 앉습니다.)
꽤나 흥미로운 저녁이네.
 
슬레타 머큐리:...맛있게 드세요.
 
미오리네 렘블랑:...그리 좋지 않나?
(슬쩍 머리를 넘겨봅니다.)
 
슬레타 머큐리:조금... 네.
 
미오리네 렘블랑:그럼 오늘은 일찍 말해줘야겠군.
 
슬레타 머큐리:네에.
 
미오리네 렘블랑:내가 말야. 나가보려고 노력은 했었는데, 꽤나 비바람이 거세서 말이지... 그래서 하아... (솔직히 쪽팔립니다. 이나이를 먹고 진짜 꽃이 아닌 접은 꽃이라니.)
만들었다.
(흰 꽃을 내려놓고 손으로 쭉 밀어 슬레타에게 건넵니다.)
 
슬레타 머큐리:(관자놀이를 누르던 손을 떼지않고 당신을 의아스럽게 쳐다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만들었다고.
헬리크리섬, 종이꽃이라고 하니까.
바스락거리는 건... 비슷하겠지.
(부끄러워하면서 카프레제에 포크를 꽃습니다.)
 
슬레타 머큐리:(눈을 한번 꾹 감았다가 뜨며) 네에...
(받은 종이꽃을 하녀장에게 넘깁니다.)
 
미오리네 렘블랑:(귀까지 새빨개지면서) 싫으면 싫다고 해라.
 
슬레타 머큐리:그런, 건.. 아니구.. (뒤로 갈수록 웅얼거리며)
저, 다른 이야기는...
 
미오리네 렘블랑:헬리크라썸의 꽃말.
나를 항상 잊지 말아달라. 그리고 기억해주세요.
 
슬레타 머큐리:...
 
미오리네 렘블랑:종이데이지라고도 불리지.
 
슬레타 머큐리:(다른 생각에 빠진 듯 끄덕거리기만 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드라이플라워로도 인기가 있는 편이라 선물로 많이 사용되니까.
나중에 원하면 따로 보내주마.
 
슬레타 머큐리:나중..? 아, 나중에는... 괜찮아요.
 
미오리네 렘블랑:(한숨을 내쉽니다.)
그래.
 
슬레타 머큐리:괜찮아요...
아, 선생님... 저 먼저 가볼게요. 천천히 식사하세요...
 
매번 그랬듯이, 슬레타는 익숙하게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찝찝하다 생각합니다.)
 
의자의 등받이를 짚고 몸을 지탱해 일으키던 슬레타가 몸을 휘청입니다.
 
콜록, 콜록!
 
미오리네 렘블랑:(자리에서 일어나 붙잡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부축을 손바닥으로 막습니다. 슬레타가 어쩐지 고달파 보이는 기침을 토하고, 틀어 막은 손바닥을 떼어내면...
 
검붉은 피가 흥건히 묻어납니다.
 
미오리네가 어떤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벗어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아무말없이 제 방으로 올라갑니다.)
 
잠을 청할까요?
 
미오리네 렘블랑:(그러죠.)
 
3일차가 종료됩니다.
 
눈을 뜨자, 습기를 먹은 이불이 무겁습니다.
 
빗줄기는 어제보단 약해져있습니다.
 
비가 오는 탓인지, 전신이 무겁습니다.
 
그나저나, 하녀장이 먼저 들어왔다 나갔나요? 노크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미오리네 렘블랑:(하품을 하며 신문을 찾습니다.)
 
신문은 없네요.
 
뭐 매일 있던 일입니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에요.
 
미오리네 렘블랑:(적당히 몸정리를 하고 나갑니다.)
 
나가기 전, 창문으로 시선이 갑니다.
 
<관찰>할 수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운 차감합니다.)
 
아카시아 나무가 보입니다. 거센 비바람에 잎사귀며 꽃잎이 형편없이 떨어져나가있습니다.
 
뿌리가 반쯤 뽑혀 기우뚱 굽어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정말로 뽑혀 쓰러질지도 모르겠어요.
 
미오리네 렘블랑:녀석이 원하는 대로 될지도.
(방을 나섭니다.)
 
복도에서 하녀장을 마주칩니다.
 
방향으로 볼때, 슬레타의 방에서 막 나온 것 같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슬레타는?
 
하녀장:아,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 주인님께서 몸이 좋지 않으셔서, 점심은 함께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그래.
 
하녀장:오늘치의 주인님의 요구가 있습니다.
반지를 구해달라고 하십니다. 귀한 분께 선물용으로 보낼 용도이므로, 고심해서 골라오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나가는 김에 A거리 세 번째 블록의 장신구 가게에서 맡겨두었던 '물건'을 함께 찾아와달라고 하십니다.
주인님의 성함을 대면 알아서 전해 줄 것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오늘은 외출이군. 알겠네.
 
하녀장:네, 이걸로 끝입니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하녀장은 바쁜 걸음으로 1층으로 내려갑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이쪽도 외출 준비를 합니다.)
 
외출 준비를 하다보니, 어제 슬레타의 모습이 생각나는 것도 같습니다.
 
좀 더 생각해볼까요?
 
미오리네 렘블랑:(그러게요.)
(서쪽방 궁금하니)
 
슬레타가 절대 가지말라고 강조했던 방입니다.
 
입구에 못박힌 나무판자로 여러겹 덧대어져 있는 모양이 기분이 나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뭐라도 들릴까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뭐 수상한게 보일까요?)
 
척 보기에도 기분이 나쁘게 막혀있습니다.
 
그 외에 수상한 점은 없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그럼 슬레타나 좀 보고가도 될듯)
 
어디로 갈까요?
 
미오리네 렘블랑:(슬레타의 방으로 갑시다. 된다면 몰래 방문을 여는 거 정돈)
 
당연하지만, 닫혀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1퍼의 희망을 겁니다.)
 
#가보자고
 
미오리네 렘블랑:
열쇠공
기준치: 1/0/0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아무래도 그렇겠죠.)
 
덜컥덜컥, 문고리 소리만 공허하게 복도에 퍼집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아이디어 판정)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할것도 없으니 아까 부탁받은 거나 하러 갈까요.
 
미오리네 렘블랑:(외출합시다.)
 
저택을 벗어나, 길을 따라가면 금세 번화가에 도착합니다.
 
늘 복작이던 거리에는 온통 안개가 끼어있고, 날씨 탓인지 사람도 적습니다.
 
당신이 들러야 할 곳은 입니다.
 
A거리의 세 번째 블록의 장신구 가게 입니다.
 
마침 부탁받은 다른 장신구도 거기에서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길을 찾기 위해선 <행운> 판정이 필요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기준치: 60/30/12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운이 좋군요.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장신구 가게가 보입니다.
 
장신구 가게에 들어서면 맑은 종소리와 함께 푸근한 인상의 가게 주인이 다가옵니다.
 
가게주인:어서오세요! 찾으시는 게 있나요?
 
미오리네 렘블랑:맡긴 물건이 있어 찾게되었네만, 머큐리 백작가에서 맡긴 것이 있지 않았나?
 
가게주인:(손뼉 짝) 아! 잠시만 기다려주시지요.
 
카운터 아래의 유리관의 뚜껑을 연 뒤, 잘 포장되어있는 손바닥 반만 한 상자를 건넵니다.
 
고급스러운 벨벳지로 포장된 상자를 실크 리본이 장식하고 있습니다.
 
가게주인:아주 비싼 물건이랍니다!
 
미오리네 렘블랑:꽤나 공을 들인 모양이군.
이것 말고도 하나 더 골라야하니 추천하는 물건 있나?
반지가 필요해서 말이야.
 
가게주인:아, 반지요! 반지는 저희 가게가 제일이죠!
 
가게의 한켠에 마련되어있는 진열대 부근으로 안내합니다.
 
하나같이 수제품으로 보이는 것들 뿐입니다.
 
가게주인:최근의 자신작은 이쪽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보러갑시다.)
 
약간 촌스러워 보이는 반지와 고급스러운 반지, 얇은 실반지 등 다양하게 진열 되어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선물용이라고 했으니 촌스러운 반지는 제외합니다.)
금으로 된 것 중 보석이 여럿 박힌 게 나을지도.
 
가게주인:그런 반지도 있지요!
 
백금에 노란 보석이 박힌 반지를 보여줍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나쁘지 않군. 디자인도.
보석은 이것뿐인가? 여럿 보고 택하고 싶다만.
 
가게주인:물론, 다른 색의 보석도 있습니다.
 
보라색... 빨간색... 청록색... 핑크색... 투명한 색... 다양한 보석이 박힌 반지를 꺼내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선물용이니, 크게 의미 없는 쪽을 택한다면...
화이트... 화이트... 그러니, 에메랄드나 토파즈 중 택해야겠군.
 
가게주인:흐음, 에메랄드로 어떠십니까?
 
미오리네 렘블랑:주인장도 그쪽이 나은가?
 
가게주인:예에, 토파즈보다 고급지지요!
 
미오리네 렘블랑:그럼 그쪽으로 하지.
 
가게주인:색은 흰색으로 하십니까?
 
미오리네 렘블랑:그래.
 
가게주인:알겠습니다!
 
계산을 한 뒤 백금 테두리에 흰색 에메랄드가 박힌 반지를 익숙하게 포장한 뒤 물건을 건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물건을 받고는 가방에 넣습니다.) 대금은 머큐리가에 달아두게.
 
가게주인:예에! 감사합니다!
 
부탁 받은 할 일을 끝마쳤습니다.
 
바로 저택으로 돌아갈까요?
 
미오리네 렘블랑:(수면에 좋은 꽃 정도만 사고 돌아가죠.)
 
마침 근처에 꽃집이 있습니다.
 
어떤 꽃을 사가나요?
 
미오리네 렘블랑:(자스민으로 합니다. 차로 만들어도 충분하고 곁에 둬도 좋은 향이나니 말이죠.)
 
계산은 어떻게 할까요?
 
미오리네 렘블랑:(개인 사비로 끝내겠습니다.)
 
좋습니다. 부탁 받은 물건과 반지, 꽃을 사 들고 저택으로 돌아가는 발길을 돌리려는 찰나...
 
급하게 뛰어가던 소년과 크게 몸을 부딪칩니다.
 
넘어진 미오리네, <건강>판정이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HP -1
 
소년은 사과도 하지 않고 빠르게 장소를 벗어납니다.
 
우산도 놓치고, 물에 젖은 옷과 머리칼이 기분 나쁩니다.
 
낭패입니다. 하지만, 더 낭패인 건.
 
<행운> 판정이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기준치: 60/30/12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방금까지만 해도 가지고 있던 물건이 사라졌다는 겁니다.
 
다행히 부탁받은 '물건'은 그대로지만, 반지가 사라졌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이런 망할.
(지팡이를 짚고 일어나 젖은 옷을 텁니다.)
(녀석이 간 곳을 찾아낼 수는 없겠죠.)
 
네, 이미 그 소년의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이마를 짚습니다. 그대로 돌아가도 될지 의문이 드네요.)
차라리 하나를 더 사는 걸... 아오씨.
 
그래도 사정을 말하면 이해해주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시간도 꽤 지체 되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지팡이라 바닥을 두어번 내리친 후 자차로 돌아갑니다.)
어쩔 수 없지.
나중에 따로 구해서 보내라는 수밖에.
 
어쩔 수 없이 '물건'과 꽃만 들고 저택으로 향합니다.
 
흐릿하던 하늘이 점점 어두워질 무렵에 저택에 도착합니다.
 
온 몸이 빗물에 젖고 넘어진 탓에 매우 더럽혀진 채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정말 좋지 않군요.)
 
정말 최악이라는 생각과 함께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슬레타와 마주칩니다.
 
어딘지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옷에는 주름이 져있고 머리칼은 더 부산스레 흐트러져 있습니다.
 
무언가를 찾는 듯 저택을 활보하던 슬레타는 미오리네를 발견한 순간 걸음을 멈춥니다.
 
절망에 빠진, 두려움이 가득한 눈입니다.
 
굉장히 일그러진 표정입니다.
 
슬레타 머큐리:어디... 다녀오셨어요?
또 절 버리고... 가려고 하신건가요?
 
딱 봐도 눈이 제정신이 아닙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상태가 좋지 않아보이는데) 네 부탁을 들어주러 잠시 물건을 찾으러 갔다왔다만...
버린다니...? 설마 어릴적 이야기는 아니겠지?
애초에 버렸다기보단 내쫓긴 것에 더 가깝지 않나?
 
슬레타 머큐리:(말이 들리지도 않는지, 굉장히 불안한 듯이 이빨로 손톱을 뜯습니다.) 왜, 그런. ...저를 떠나지마세요... 가지마세요...
 
미오리네 렘블랑:(눈썹을 한쪽 들어올리며) 딱히 가지 않는다만.
 
슬레타 머큐리:말도, 말도 없이... 이렇게 늦게...
5일만.. 5일만 있어도 된다고 했는데.. 그런데도...!
 
미오리네 렘블랑:말을 안듣는군...
돌아오면 그만 아닌가?
슬레타 머큐리. 정신차려라.
 
슬레타는 불안하게 손톱을 뜯던 손을 내리고 미오리네를 봅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건지 당황한 듯 주춤거립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심부름 한 건 받아가야지.
(가방을 뒤적거립니다.)
그, 좋지 않은 사고가 있었다만...
 
슬레타 머큐리:아,아아... 네, 네...
무슨 사고요...?
 
미오리네 렘블랑:소매치기.
네가 받아와달라고 한 건 있는데, 내가 고른 것이 사라졌다.
덕분에 이꼴이지.
 
슬레타 머큐리:아아...! 어디 다치신 곳은....
 
미오리네 렘블랑:조금 까졌을 뿐이야.
 
슬레타 머큐리:(눈에 띄게 안절부절 못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진정해. 다친 건 네가 아니라 나다.
(한숨을 내쉬며) 앉도록 하지. 이대로 서서 이야기하는 것보다야 낫겠군.
 
슬레타 머큐리:네에... (어디가 다친건지 살펴보려는 듯 눈을 굴립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응접실로 가서 젖은 옷을 정리하고 소파에 앉습니다.)
 
슬레타 머큐리:(앉지는 않고 옆에서 쭈뻣거립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슬레타. 그렇게 있음 내가 신경쓰인다만.
앉지도 못할 정도인가?
 
슬레타 머큐리:아,아뇨! ...선생님.
(피곤하지만 기뻐보이는 낯으로 조금 떨어져서 앉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사둔 꽃을 테이블에 두고 그 옆에 물건을 내려둡니다.)
여기 물건이랑 개인적으로 사둔 자스민.
잠을 통 못자는 것처럼 보여서 말이야.
 
슬레타 머큐리:헤에...
누가요...?
 
미오리네 렘블랑:네가.
 
슬레타 머큐리:저,저는... 신경 안써주셔도...
 
미오리네 렘블랑:손님으로써 가정교사로써 신경을 안쓰면 누가 신경을 쓰지?
최소한의 선물이라 봐도 될 터.
게다가 그런 얼굴로 저는 신경 안써주셔도... 이런 말을 해봤자 전혀 신경이 안쓰일리가 없는데 말이지.
 
슬레타 머큐리:그,그런가요... 조심,할게요.
 
미오리네 렘블랑:그냥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도 된단 뜻이다.
조심이고 자시고간에.
 
슬레타 머큐리:...네에... (힐끔)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 저기.. 이거도... (직접 건네지 않고 근처에 붕대를 둡니다.)
 
미오리네 렘블랑:그렇게 신경쓰이면 네가 감아주지그래.
 
슬레타 머큐리:아,아아아아뇨...! 제가 어떻게...!
 
미오리네 렘블랑:애처럼 굴지 말고.
 
슬레타 머큐리:그,그럼...
(슬금슬금 가까이 가서 앉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신발을 벗고 뒷꿈치 위쪽을 보여줍니다.)
이쪽이 쓸렸나.
 
슬레타 머큐리:(눈썹을 찡그리며) 다치지 마세요, ...선생님...
 
미오리네 렘블랑:운이 없었다만.
 
슬레타 머큐리:그, 그치만 저번에도. 다치셨었는데...
(뭔가 꿍얼거리며 미오리네의 뒷꿈치에 붕대를 가져갑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원래 불운이란 몰려오는 법이야.
 
슬레타 머큐리:...제가 다 가져갈게요...!
응급처치
기준치: 50/25/10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다, 다 된 것 같아요...
 
미오리네 렘블랑:수고 많았어.
 
슬레타 머큐리:헤, 헤헤.
저기... 피곤하실텐데...
먼저 가보셔도 돼요...!
 
미오리네 렘블랑:너는 어쩌고.
 
슬레타 머큐리:...좀 만 더 여기 있다가 갈게요.
 
미오리네 렘블랑:그래, 네가 그렇다면야. 위로 가서 쉬고 있으마.
 
슬레타는 복잡한 표정으로 웃어보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얼마 없는 심리학을)
심리학
기준치: 10/5/2
굴림: 37
판정결과: 실패
 
<관찰> 도 가능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 복잡함의 형상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습니다.
 
하여 잘 알고 있죠.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의 절박함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좋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군.)
(제 방으로 올라가 갈아입을 옷을 알아보죠.)
 
마침 뽀송하게 마른 여분 옷이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뽀송해집니다.)
 
많은 일이 있어서 피곤이 몰려옵니다.
 
잠을 청할까요?
 
미오리네 렘블랑:(그러죠)
 
우르릉, 쾅.
 
큰 천둥번개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납니다.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사납습니다.
 
일어난 미오리네는 목이 타는 듯한 갈증을 느낍니다.
 
물이라도 한 잔 마시고 오는 게 좋겠어요.
 
미오리네 렘블랑:목말라...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으로 가봅니다.)
 
복도로 나와서 식당으로 내려가려는 순간...
 
<듣기> 판정이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어디선가 희미하고도, 창백한 ...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요?
 
미오리네 렘블랑:(어디서 들리는 소리지?)
(소리의 근원지를 알 수 있을까요?)
 
근원지를 찾아 살펴보면, 슬레타의 방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임을 알 수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슬쩍 봐도 되는건가?)
 
어떻게 할까요?
 
미오리네 렘블랑:(방문을 슬쩍 돌려만 봅니다.)
 
...문고리가 돌아갑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살짝만 열어서 보죠.)
 
살짝 열어서 보면, 침대 위에서 눈을 감은 채 신음하고 있는 슬레타를 발견합니다.
 
숨이 넘어갈 것 처럼 앓는 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습니다.
 
식은 땀에 흠뻑 젖은 얼굴이 어둠 속에서도 똑똑히 보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자는 것 같으니 들어가도 될 것 같은 느낌.)
 
완전히 들어오자, 슬레타가 끙끙 앓고 있는게 좀 더 잘 보입니다.
 
뭔가를 해줘야하는 걸까요?
 
미오리네 렘블랑:(물수건을 챙겨오진 않았는데. 천같은 거로 땀이라도 닦아주는 게 좋을까요?)
(주변에 뭐 없습니까?)
 
<침대>, <슬레타>, <책상>, <책장>, <창문>을 볼 수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책상을 확인합니다.)
 
오래 사용한 감이 있지만, 관리가 잘 되어있는 책상입니다.
 
만년필이며 묶인 종이, 책이 정갈하게 정돈되어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최근 사용된 물건이 있나요?)
 
<관찰>로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순차적으로 정리 되어 있는 책 사이에서, 유달리 엉망으로 뒤섞인 종이뭉치 무더기를 발견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빼봅니다.)
 
...일기장입니다.
 
그 중 비교적 오래 전 일기장을 발견합니다.
 
미오리네가 처음 이 저택에 부임했을 시기와 맞물립니다.
 
펼쳐볼까요?
 
미오리네 렘블랑:(네, 펼쳐봅니다.)
...사랑. (슬쩍 슬레타를 쳐다봅니다.)
 
의미 모를 슬레타의 일기를 읽은 미오리네. SAN1/1d
 
미오리네 렘블랑: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2
 
괴물? 살해? 허무맹랑한 아이의 망상이라고 하기에는, 찝찝합니다.
 
어린 글씨에 서린 절박함이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일기장을 다시 꽃아둡니다. 그러고는 서쪽방을 떠올립니다.) 거기는 가지 말라 그랬지.
괴물... 피, 저 꼬라지가 된 것도 이런 것 때문인가?
 
다음은 어디를 살펴볼까요?
 
미오리네 렘블랑:(창문을 살펴봅니다.)
 
비가 끝도 없이 내립니다.
 
너무나도 이른 장마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아카시아 나무는 어떤가요?)
 
전보다 더 앙상해졌습니다. 비바람에 속절 없이 흔들립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책장으로 갑시다.)
 
낡고 빛바랜 서적이 꼼꼼히 꽂혀 있습니다.
 
<관찰>혹은 <자료조사> 할 수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자연
기준치: 40/20/8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어쩐지 눈에 익는 책을 발견합니다.
 
다른 서적보다 작고 얇은 책들이 주루룩 정리 되어 있습니다.
 
...10년 전 미오리네가 슬레타에게 읽어 준 동화책으로 보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동화책의 윗부분을 손가락으로 몇 번 툭툭 건드리다 꺼냅니다.)
언제적꺼를 가지고 있는거야.
(어떤 내용이었죠?)
 
자주 꺼내본 건지 손때가 타있습니다.
 
여우가 결혼하면 여우비가 내린다는 내용이었죠.
 
미오리네 렘블랑:(그런 내용이었지 참.)
(침대를 확인합니다.)
 
침대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쪽지 하나가 발치에서 발견 됩니다.
 
책에서 나온 걸까요?
 
미오리네 렘블랑:(확인해보죠.)
 
미오리네 렘블랑:바보같긴.
(쪽지를 주머니에 넣고 슬레타를 봅니다.)
 
침대를 먼저 볼까요, 슬레타를 먼저 볼까요?
 
미오리네 렘블랑:(침대부터)
 
한 사람이 쓰기에 넓은 침대입니다. 그 위로 슬레타가 신음을 흘리고 있습니다.
 
<관찰>할 수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침대에 다가가는 순간, 사방의 번개와 함께 침대 시트에 이곳저곳 묻어난 검붉은 것을 봅니다.
 
색이 뚜렷히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검게 바란 자욱부터, 비교적 최근에 생긴 듯한 새빨간 자욱까지 거칠게 얼룩져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핏자국이겠죠.)
 
...비릿한 쇠냄새가 납니다.
 
예상했다시피, 혈액입니다. SAN 1/1d3
 
미오리네 렘블랑:
SAN Roll
기준치: 66/33/13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3
(이불을 꽉 쥐고는 슬레타를 바라봅니다.)
 
슬레타의 입가며, 목덜미, 옷깃, 가슴팍까지 새빨간 선혈에 젖어 있습니다.
 
입술 안쪽에 고여있던 핏물이 턱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정말 멀쩡하지 않네요.)
 
<관찰>할 수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슬레타가 손아귀에 무언가를 쥐고 있음을 눈치챕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뭘까요 빼볼 수 있을까요?)
 
조심스레 빼내면, 은색의 열쇠입니다.
 
어디에 쓰는 열쇠길래, 자는 중에도 이렇게 집착적으로 쥐고 있는 걸까요.
 
미오리네 렘블랑:(혹시 이게 서쪽방의 열쇠인가?)
(호기심은 고양이를 물어죽인다고는 했지만 이런 걸 보고 가지 않으면 연구자 타이틀이 말이 아니겠죠.)
(입가의 피를 이불로 슬쩍 닦아주고 서쪽방으로 향합니다.)
 
전날과 다름없이, 낡고 눅은 나무판자로 덧대어져 못박혀 있습니다.
 
떼어내야 들어갈 수 있을 듯 한데...
 
도구나 <근력>판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근력
기준치: 50/25/10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작은 체구에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힘으로 가볍게 떼어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놀라워)
 
판자를 모두 제거하고, 은색 열쇠로 문을 엽니다.
 
방 내부는 아주 어둡습니다. 어둠에 눈이 익기를 기다립니다.
 
방의 곳곳에 거미줄이 쳐져 있고, 정체 모를 것들의 박살난 잔해로 난장판이 되어 있습니다.
 
편두통을 일으킬 만큼 지독한 썩은내가 납니다.
 
<바닥>,<잔해>,<제단>을 볼 수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바닥을 확인합니다.)
 
온갖 잔해로 난장판이 되어 있습니다. 난리통 가운데 붉은 카펫이 깔려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카펫 들어볼 수 있나요?)
 
들려고 카펫을 보자,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검붉고 끈적한 흔적이 얼룩덜룩합니다.
 
들어볼까요?
 
미오리네 렘블랑:(네)
 
무언가가 굴러져 떨어지는 소리가 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별로 좋지 않은 느낌입니다. ...연구자의 긍지로 봅시다.)
 
살이 완전히 썩어나가 하얀 백골이 드러난 인간의 뼈입니다.
 
손가락, 팔, 다리, 늑골, 뼈.
 
완전히 인간의 뼈입니다.
 
SAN 1/1d3
 
미오리네 렘블랑: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시체... 뼈.)
(제단을 보러갑니다.)
 
돌로 만들어진건지, 나무로 만들어진건지, 짐승의 뼈인지, 그 어떤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기이한 형질의 제단입니다.
 
말라붙은 핏자국과 응고된 피 웅덩이가 보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제단에 뭐 특별한 것 없나요?)
 
<관찰>할 수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잘 모르겠네요. 어두운 탓일까요?
 
미오리네 렘블랑:(안경에 먼지가 묻었나?)
(닦아내고 한번 더 볼 수 있을까요?)
 
 
미오리네 렘블랑: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운쓰죠)
 
제단 아래에 떨어진 문서 두어장을 발견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문서를 들어 읽어봅니다.)
 
한장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위대한 숲 속의 검은 염소이시여. 부디 풍요와 번영을 누리게 하소서. 죽은 자를 피로써 살려내게 하소서.
 
...중략...
 
내가 삼킨 것은 은총, 위대하신 그 분의 은총!
 
미오리네 렘블랑:염소...?
 
다른 한장은 불에 타고 남은 조각인지라, 정확한 내용은 모르겠습니다.
 
어떤 주술의 술식이 적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그럼 밖으로 나가죠.)
 
나가려던 순간,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을 듣습니다.
 
돌아볼까요?
 
미오리네 렘블랑:1
뜁시다.
(안보고 뛰죠.)
 
<정신력> 판정이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의 뒤에서, 슬레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래도 뛸까요?
 
미오리네 렘블랑:...포기합니다.
 
돌아보면, 슬레타가 서있습니다.
 
어딘지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던 슬레타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듯 알 수 없는 혼잣말을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리던 슬레타는...
 
미오리네에게 달려들어 목덜미를 짓누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크윽!
 
기도를 틀어막은 억센 손길에 핏기가 가십니다.
 
미오리네 렘블랑:(급하게 팔을 손으로 칩니다.)
 
슬레타 머큐리:차라리, 차라리. 내가, 제가...!
엄마 때문에, 엄마 때문에! 지금까지, 지금까지... 몇 사람이나...!
죽음으로, 죽음으로 속죄..속죄해야...!
 
미오리네 렘블랑:으, 아윽. (급하게 떼내려고 합니다.)
근력
기준치: 50/25/10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아, 슬레타를 밀어내려던 손이 미끄러집니다.
 
산소가 결핍된 머리가 경종을 칩니다. 힘이 풀리고, 시야가 암전됩니다.
 
그래요. 정신을 잃는 다는 건. 바로 이런 겁니다.
 
제정신이 아닌 슬레타의 얼굴, 열감에 달아오른 눈가. 눈물이 쉴 새 없이 뺨을 타고 떨어집니다.
 
눈을 감기 직전, 귓전에 들리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듣기>판정이 있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슬레타 머큐리:나도...저도, 이런 곳에서 혼자 죽고 싶지 않았어요...
 
온몸에 느껴지는 무게감.
 
전신이 나른하게 늘어지는 듯한 비정상적인 해방감.
 
그 틈에 목을 내리누르는 손길.
 
급히 숨을 들이마시며 불현듯 눈을 뜹니다.
 
식은땀에 끈적하게 젖은 몸이 무겁습니다. 등허리 아래가 푹신한 것을 보면 침대인 것 같은데.
 
...미오리네의 방은 아닙니다.
 
미오리네 렘블랑:헉, 허억... 여긴...
 
어쩐지 다리가 묵직합니다.
 
정신을 차리고 살피면, 그 앞에 엎드린 채 잠들어있는 슬레타의 얼굴이 보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갑자기 열이 받네요.)
(머리라도 한 대 때립니다.)
 
꽁! 하찮은 소리가 납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야, 일어나.
 
슬레타는 부스럭거리며 눈을 뜨고 당신을 봅니다.
 
망신창이가 된 두 사람이 서로를 쳐다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이런 미친놈이 (다시금 주먹으로 내리칩니다.)
내가!
기껏해서!
챙겨줬는데!
이런 미친!
날 죽이려들어?
 
미오리네 렘블랑:어이가 없어서.
아니. 진짜
너는 무슨 사람 목숨이
둘인줄 알아?
(계속 칩니다.)
 
슬레타 머큐리:(눈썹을 한껏 내리고 아무 말 없이 맞습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울면 다야?
야 너 스물 넘었어. 성인이야.
진짜 당황스럽네.
내가 제자 몇을 뒀는데 너같은 놈을 또 없다,.
 
슬레타 머큐리:(슬쩍... 눈치를 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왜 그만때려?
그만?
때려?
어?
 
슬레타 머큐리:아,아뇨... (한참은 운건지 잠긴 목소리로)
 
미오리네 렘블랑:어우, 목이야.
(목을 만지더니 눈을 부라립니다.)
 
슬레타 머큐리:(움찔 떨면서 눈물을 떨굽니다.)
 
미오리네 렘블랑:할 말 더 있어?
 
슬레타 머큐리:설,설명을...
해도...킁, 될까요..?
 
미오리네 렘블랑:하아.
하, 그래 어디 해봐라.
 
슬레타 머큐리:(자세를 고쳐 앉고 제 두 손을 마주 잡습니다.)
(한번 크게 코를 들이 마십니다.) 킁...
구,그, 그게... 오래전에, 오늘처럼 폭풍우 치던 날 새벽에,
어,엄마가... 서쪽 방에서 괴물한테 산 제물을 바치는 걸 봐버려서....
제물은 이 저택의 사용인이어서... 제물로 바쳐졌어요...
그땐, 어,어렸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나가게 하려고...
 
슬레타 머큐리:(한번 힐끔 눈치를 봅니다.)
그, 그래서 선생님한테.. 못되게 굴었어요...
 
미오리네 렘블랑:아 그거.
 
슬레타 머큐리:네에...
 
미오리네 렘블랑:그래서?
 
슬레타 머큐리:성인이 되고나서.. 그, 제가...
엄마를... 찔러서...
그 괴물이 무진장 화가 나서, 저랑 여기에 저주를 걸었어요.
...저는 지금 죽어가고 있어요.
왜 불렀는지 궁금 하셨겠죠...?
 
미오리네 렘블랑:그래.
 
슬레타 머큐리:주,죽기 전이니까. 마지막으로 욕심 내보려고...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서.. 그래서...
 
어물거리던 슬레타는 품 속에서 '상자'를 꺼냅니다.
 
벨벳 포장지로 잘 감싼, 리본이 묶여 있는, 어딘지 익숙한 상자입니다.
 
미오리네 렘블랑:오늘, 아니 어제 가져온 거잖아.
 
끄덕이곤 포장지를 벗겨냅니다.
 
상자의 뚜껑을 엽니다.
 
상자 속에 들어있던 것은 브로치입니다.
 
어딘지 촌스러운 디자인이지만, 가운데에 루비가 장식되어있는,
 
카네이션 브로치.
 
슬레타는 미오리네의 가슴팍 언저리에 카네이션 브로치를 달아줍니다.
 
슬레타 머큐리:선생님은 이제 이 저택을 떠나겠죠..?
저는 곧 죽어요...
그러니 마지막 부탁이 있어요.
 
미오리네 렘블랑:...뭔데.
 
슬레타 머큐리:처음 만났던 날 부터 10년동안... 선생님을 잊어본 적이 없어요.
거짓말이어도 괜찮으니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만 해주세요.
 
미오리네 렘블랑:.................(이마를 짚습니다.)
 
슬레타 머큐리:부디...
저를, 한 번만.
 
미오리네 렘블랑:해결할 방도는.
뭐 없는 거야?'
 
슬레타 머큐리:무,무슨...
저주는 저주인걸요...
 
미오리네 렘블랑:보통 저주는 해주방법이든가.
나와있잖아.
 
슬레타 머큐리:그런 거, 전 몰라요.
 
미오리네 렘블랑:(한숨을 푹 쉽니다.)
 
슬레타 머큐리:이제, 전... 얼마 남지도 않았는걸요.
 
미오리네 렘블랑:어리숙하긴. 멍청한 자식.
도움도 안되는 아둔한 제자녀석.
그럼에도.
스승이었으니 알려주는 것도 내가 되는 게 맞겠지.
그까짓 사랑. 얼마든 해주마.
사랑한다 말해도 죽는 것도 아니고.
 
미오리네 렘블랑:그래,
슬레타, 사랑한다.
어린 제자야.
 
슬레타는 어딘지, 구원 받은 듯한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동정에서 묻어난 안타까운 거짓인가요,
 
아니면 스스로의 입술로 일구어낸 진실인가요.
 
거센 빗줄기 너머로 흐릿한 새벽을 가르고
 
여명의 동이 터오르는 것을 봅니다.
 
정신이 흐립니다. 의식이 침몰하는 것을 느낍니다.
 
아, 이 저택에 너무도 오래 머물러 있었어요.
 
당신은 어째서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까.
 
슬레타가 당신이 걸터앉은 침대 아래에 무릎을 꿇습니다.
 
시트에 얼굴을 묻고, 당신의 양손을 쥐고.
 
...그리고...
 
슬레타 머큐리:제발 나를 여기에 두고 가지 마세요...
 
새벽입니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위하여 기도하되,
 
END1. 상처받은 죄인을 아량으로 구원하라.
 
<슬레타 생환, 미오리네 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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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8
COC 7TH Fan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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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버리를 향해 걷는 100시간』
"약속해줘, 꼭 살아남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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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KEPY - PL. 로스
PC. 케네스 버크너 - KPC. 이든 로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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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치직, 칙
아아, 아. 연합정부 소속 안전지대에서, 이 방송을 듣고 있을 생존자 여러분에게 알립니다.
여러분은, 파이로젠 바이러스, 통칭 좀비 바이러스로부터 생존한, 인류의 희망입니다.
아시다시피 아직까지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생존자 여러분은 아직 좀비가 되지 않은 ‘감염자’를 보실 경우 속히 처단해 주십시오.
지금 여러분이 듣고 있을 곳에서 가장 가까운 안전지대는 캘버리 교도소에 위치해 있습니다.
좀비의 특성을 감안해 생존자 여러분은 최대한 해가 지고 움직여 주십시오.
낮에 움직이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곳의 좌표는 xxx.xxx.xxx.
다시 한번 반복합니다.
생존자 여러분은 캘버리의 안전지대로 와주십시오.
그곳의 좌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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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당신은 몇 번도 더 들은 라디오의 방송을 끄고, 주변을 돌아보았습니다.
오늘 쉬어가기로 한 폐공장의 창고 한 구석은 어둑합니다.
유일한 광원인 벽 꼭대기에 위치한 환풍구에서 정오의 햇빛이 비치 고, 당신의 옆에선 손녀가 고단한 얼굴로 잠들어 있습니다.
…..
2020년 10월 27일.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동일한 질병 증세를 보였습니다.
곧 학자들에 의해 이 질병이 전례 없는 바이러스 감염 이 원인임을 알아냈고, 파이로젠 바이러스라 명명되었습니다.
하지 만 사람들과 미디어는 이 바이러스를 좀비 바이러스라고 불렀고,
최초 감염자가 발생한 시점부터 이를 좀비 사태라 부르기 시작했습니 다.
인류는 곧 좀비들에게 몇 가지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첫째. 바이러스는 체액으로 전파되며 대표적인 감염경로는 좀비 에게 물리는 것이다.
둘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24시간 안에 좀비로 변한다. 그 증거로 완전히 좀비가 된다면 눈동자의 동공이 희뿌옇게 탁 해진다.
셋째. 좀비는 시력이 퇴화하지만 청력이 발달해, 빛이 없는 밤 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 바이러스는 곧 전 지 구를 장악했고,
인류의 70% 이상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며 전 세계가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정부는 힘을 잃고, 집단 자살이 성행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인류의 멸망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인간 은 생존할 길을 찾기 마련입니다.
좀비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연합정 부가 설립되었고,
이 기관은 생존자들을 위한 ‘안전지대’를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좀비사태가 발발한지 1년 7개월 12일째.
당신과 손녀, 이든은 이 절망적인 세상 속에서 서로를 의지해가며 안전지대로 향하는 여 정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당신은 잠든 이든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든의 상태가 좀 이상합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케네스 버크너:
듣기
기준치:20/10/4
굴림:20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든 로웰:으으.... 약속이야... 반드시...
당신은 이든이 중얼거리는 말을 주의 깊게 들어보았습니다.
무얼 약속한다는걸까요
이든의 표정은 마치 악몽이라도 꾸는 것 같습니다.
케네스 버크너:(옆으로 다가가서 털썩 주저앉습니다. 잠깐 더 지켜보기로 해요.)
이든은 몇번이고 중얼대다, 이내 눈을 뜹니다.
이든 로웰:으으....
잠에서 깬 이든은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보다 진정합니다.
케네스 버크너:일어났구나. 나쁜 꿈이라도 꿨니?
무슨 약속을 했단 게냐.
이든 로웰:어... 응, 악몽을 꾼 거 같아...
어? 무, 무슨 약속?
케네스 버크너:기억 안 나면 됐다.
이든 로웰:으응, 그치.
이든은 곧 당신에게 시간을 묻습니다.
이든 로웰:그러고보니 지금 몇시지?
할배, 너무 늦게 일어나게 한 거 아냐?
케네스 버크너:해 지려면 멀었는데 무슨. (살짝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합니다)
이든 로웰:할배가 더 자야지.
(손목시계를 확인한 후) 11시 48분이야.
케네스 버크너:할애비는 됐다. 눈이나 더 붙이지 그러니.
이든 로웰:아냐아냐, 이제 괜찮거든!
원래 창창한 나이인 내가 더 일해야지!
(팔을 들고 힘 쓴다는 듯 표현을 합니다.)
케네스 버크너:걸음마 떼던 때가 눈에 선하다, 아가. 힘 빼는 거 아니야.
사격(라/산)
기준치:50/25/10
굴림:47
판정결과:보통 성공
사격(라/산)
기준치:50/25/10
굴림:29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든 로웰:아직도 그이야기야? 나 그때보다 몇년이나 더 살았거든?
그러고보니까 할배.
우리 말 무사히 지내겠지? 그때 풀어주긴 했는데 이상한 놈들에게 잡히면 어쩌지?
할배가 아끼던 놈이었잖아
케네스 버크너:(말 이야기를 듣자 복잡한 표정이 되어선 집이 있던 방향을 돌아보다 한숨을 내쉽니다)무사하겠지. 무사할 게야.
발빠른 놈들인 거 알잖니.
이든 로웰:캔자스에서 가장 빠른 말이니까!
케네스 버크너:그럼, 그럼.
이든 로웰:나는 이제 괜찮으니까.
할배 차례.
얌전히 주무시란 소리야.
케네스 버크너:(허허 하고 웃음이 터져나옵니다) 괜찮대도 이 녀석이.
이든 로웰:으음... 그럼 밤까지 같이 보초나 서지 뭐.
졸리면 말해야해?
케네스 버크너:그래, (일어나서 기지개를 켭니다)아이한테 지금은 위험하단다.
할애비는 원래 잠이 없어서 말이다.
이든 로웰:나이를 먹으면 다들 그렇게 잠이 없어?
케네스 버크너:궁금하면 몇십 년만 기다려 봐라, 다 알게 돼.
이든 로웰:으음.... 그렇구나.
밤까지 시간은 많으니까.
우리 이야기나 할까?
케네스 버크너:시간은 많지. 그래,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그러냐?
이든 로웰:할배 어릴 때 이야기 해줘.
나랑 비슷한 나이일때
궁금하단 말이야~
케네스 버크너:요즘 젊은 애들은 이런 얘기 싫어하지 않든?
이든 로웰:그래도 심심하단 말이야. 지금이랑은 다를 거 같고
케네스 버크너:생각해 보니 아주 망아지였구먼, 안 뛰어다닌 데가 없없지. 그런 건 참 닮았구나, 너나 너희 엄마나.
이든 로웰:아무래도! 우리집에서 망아지로 안자라기 힘드니까.
말도 많고 들판도 많고.
할 게 없으니 뛰어다니는 수밖에 없었지.
할배도 지붕에서 뛰다가 떨어진 적 있어?
건초더미 위로 떨어졌을 때 다들 뭐라고 했었잖아.
케네스 버크너:그 때 얼마나 걱정했는진 아니......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거기 건초가 있었으니 망정이지.
그래, 네 말대로다. 그 때 생긴 게, (바짓단을 걷어올려 패인 흉터 자국을 보여줍니다)
그런 건 꼭 나 같아서 크게 혼낼 수도 없고, 원...
이든 로웰:하하, 거봐. 어른들이 나한테 할배랑 비슷한 짓한다고 했다고.
케네스 버크너:어른들이 그러드냐? 허허, ...무사할는지.(작게 중얼거려요)
이든 로웰:할배는 궁금한 거 없어?
내 학교생활이라던가.
아니면 도시에 있을 때라든가.
나 그렇게 세세하게는 이야기 안했으니까.
이번 기회에 새롭게 알아가면 좋잖아.
케네스 버크너:말 나왔으니 학교는 잘 다니냐?
다녔냐, 군. 이제...
이든 로웰:내가 제이크에게 승리를 따낸 이야기 했던가?
초등학교 4학년때인가?
케네스 버크너:다시 듣는 것도 나쁘진 않지.
이든 로웰:편지로 날 쫒아다니는 남자애가 있다고 했었잖아.
케네스 버크너:뭐라고?
이든 로웰:걔가 날 얼마나 괴롭혔는데.
그래서 먹던 바게트로 후려쳐서 이겼지.
케네스 버크너:잘했다. 잘했어.
이든 로웰:엣헴.
아니 사람이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케네스 버크너:그럴 땐 한 대 치는 게야, 암.
이든 로웰:맞아.
날 위협하는 녀석은
다 얻어맞아야했다고
케네스 버크너:엄마는 뭐라고 안 하니?
이든 로웰:뭐라고 했지.
한 대 더 치지 그랬냐구
케네스 버크너:크하하하하하! (손가락으로 눈가를 쓸어요) 그럼, 그래야 내 딸이지.
이든 로웰:그럼그럼.
누가 키웠는데!
케네스 버크너:우리 딸이지.
홀리...
이든 로웰:...
뭐, 그렇게 된 건...
어쩔 수 없지만.
할배도 나도 노력했잖아.
케네스 버크너:...
그렇게 생각하니?
이든 로웰:응... 그렇게 생각 안하면
자꾸 안좋은 생각으로 빠지잖아.
그러기는 싫다고
케네스 버크너:(대답 대신 낮고 긴 한숨을 내쉽니다.)
...이놈의 해는 언제 떨어질까.
이든 로웰:아마 곧 떨어질 거야.
조금 더 쉬고 있자.
앞으로 계속 걸어야하니까.
이미지
시간이 지나고,
환풍구 너머의 하늘을 보니 뉘엿하게 해가 지고 있습니다.
곧 좀비들은 활동을 멈 출 테지요.
당신과 이든은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창고를 떠납니다.
어둠이 깔리고 달빛이 내려앉고, 넓은 공장 부지는 황량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따금 이 공장 유니폼으로 추정되는 옷을 입은 좀비들이 앞을 보지 못한 채 목적 없이 배회하는 것이 보입니다.
당신과 이든은 숨을 죽인 채 살금살금, 폐공장 지대를 빠져나옵니다.
이든 로웰:
기준치:50/25/10
굴림:43
판정결과:보통 성공
케네스 버크너:
기준치:60/30/12
굴림:53
판정결과:보통 성공
당신이 한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
턱, 하고 이든이 당신의 앞길을 가로막습니다.
이든의 손짓에 따라 땅바닥을 내려다보니 당신의 발아래에 빈 과자봉지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케네스 버크너:허허...
어느 정도 걸었을까요.
당신과 이든은 지도를 보면서.
언제나와 같은 긴 여정길을 걷습니다.
뻥 뚫린 흙길과 초원은 이따금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를 제외하 고는 고요합니다.
오늘은 달이 밝아 다른 조명 없이도 길이 잘 보입니다.
이든 로웰:할배, 저쪽으로 가면 마을이 나온다고 쓰여있는데.
뭐가 보여?
케네스 버크너:(그 말에 지도를 들여다봐요)
지도를 보면 이 앞쪽에 이스트 베일이라든 마을이 적혀져 있습니다.
케네스 버크너:(날이 밝기 전에 갈 수 있는 거리일지 계산해 봅니다)
케네스 버크너:
항법
기준치:10/5/2
굴림:51
판정결과:실패
안타깝게도 아리까리하네요.
케네스 버크너:(아니면...라디오에서 들었던 적 있는 이름인지 떠올려 보기로 해요)
이스트 베일...
생각나는 거 있니?
이든 로웰:이스트 베일?
(눈을 얇게 뜨며) 모르겠는데에...
손목시계를 보니 슬슬 해가 뜰 것 같습니다.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케네스 버크너:(일단 발견한 마을로 가 보기로 합니다..) 서두르자,
곧 해가 뜨겠구나.
이든 로웰:그러게! 빨리 가야겠어.
아, 저기 봐! 할배.
마을이 보여!
당신들이 걷는 도로가 흙길에서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로 바뀌고 난 얼마 후, [ 이스트 베일에 어서 오세요 ], 라고 적힌 핏자국이 말 라 붙어있는 간판이 새벽 어스름 너머로 보입니다.
케네스 버크너:(무기를 꺼내들고 주위를 경계하며 들어갑니다.)
뭐가 나올지 모르니...
이든 로웰:아, 나도.
케네스 버크너:들고 있는 거 제대로 챙겨라.
이든 로웰:(도끼를 꺼내들고는 마을로 들어섭니다.)
이미지
당신과 이든은 마을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한때 주민들이 살았을 마 을의 거리는 을씨년스럽게 텅 비어있습니다.
이젠 사람이 살지 않을 빈 주택들이 일렬로 세워져 있고,
거리에는 드문드문 보이는 형체 를 알 수 없는 시체 덩어리들과 쓰레기들이 널려있습니다.
당신과 이든은 이따금 보이는 좀비들을 피해 거리들을 걷다, 주변에 좀비들 이 없는 집 한 채를 발견합니다.
저 집이라면 좀비들과 싸우지 않아 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케네스 버크너:운이 좋은데.
이든 로웰:문 열릴려나?
잠기면 창문을 깨고 들어가야할지도 몰라
케네스 버크너:(정문부터 열어봐요)
다행이도 문은 잠겨있지 않습니다.
케네스 버크너:안쪽에도...뭐가 있을지 모르지.
조심히 들어와라.
당신과 이든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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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 범한 단독주택의 가정집 안은 이미 생존자들이 다녀갔는지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습니다.
집안을 둘러보니 거실이었을 공간에 널브러진 [ 도끼 ] 와 세 개의 방, 그리고 [ 주방 ] 이 보입니다.
케네스 버크너:이건...
뉘신지는 몰라도 고맙게 쓰지.(집어들어요)
꽤나 큼직한 손도끼입니다.
평소라면 나무를 다듬는 데나 쓰였겠 지만 세상이 망해버린 지금은 그 쓰임새가 좀 달랐겠지요.
도끼날과 손잡이엔 핏자국이 검붉게 말라붙어 있습니다.
케네스 버크너:(누구일지는 몰라도 도끼 주인이 겪었을 일을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문이 닫힌 것을 확인하고 거실을 한번 돌아봅니다.)
거실은 흐트러진 책과 쓰레기들로 엉망입니다.
작은 발자국과 큰 발자국이 여럿 찍혀져 있습니다.
케네스 버크너:(작은 발자국을 보고 다시 옆에 있는 이든을 보며 복잡한 기분에 빠집니다. 발자국이 이동한 경로라든가 찍힌 모양을 볼게요...)
모든 방으로 이어져있습니다.
꽤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렀던 모양입니다.
케네스 버크너:...뒤에 꼭 붙어있어라. 주변 잘 확인하고.
이든 로웰:알, 았어.
케네스 버크너:(아까 주운 도끼를 꼭 쥔 채로 조심스레 첫 번째 방의 문 앞으로 다가갑니다)
평범한 문입니다.
살짝 열려있습니다.
케네스 버크너:(틈새를 살짝 들여다봅니다)
이 방은 서재로 쓰던 방인 모양입니다.
한쪽 벽면을 [ 책장 ] 이 차지하고 있고, 그 반대편인 [ 책상 ] 이 놓여있는 아담한 구조입니 다.
(따라 들어오라고 손짓한 뒤 문을 닫습니다. 액자가 눈에 띄네요)
액자를 보시겠어요?
케네스 버크너:(네)
당신은 액자를 들어 사진을 보았습니다.
이 집에 살았을 가족들의 사진입니다.
다. 사진 속에는 젊은 부부와 두 아이가 행복하게 웃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지금, 살아 있을까요?
이든 로웰:여기 살던 사람들인가봐.
케네스 버크너:...
그러게 말이다.
어디로 갔을지...
(옆에 있는 메모패드를 들어 내용을 봐요)
이든 로웰:어쩌면 우리처럼 집을 나섰을지도 몰라.
낡은 메모패드에는 구겨진 종이뭉치들이 껴 있습니다.
전에 이 집 에 살던 사람이 작성하였던 것 같네요.
종이뭉치 곳곳에는 피로 보 이는 얼룩이 묻어 있습니다
케네스 버크너:(펴서 읽어봅니다)
케네스 버크너:
관찰력
기준치:50/25/10
굴림:89
판정결과:실패
: 이건, 이 집에 살던 생존자의 마지막 기록인 것 같습니다.
곳곳에 묻은 얼룩으로 읽기가 힘드네요.
당신은 그나마 멀쩡 한 글씨들을 읽어 내려갑니다.
케네스 버크너:(일단 이 메모지는...잘 넣어두기로 합니다. 그냥 읽고 지나치기에는 신경쓰이는 내용이 많아요...)
(마지막에 보이는 이름들을 속으로 읽어봅니다)
(지쳤을지도 모르는 이든에게는 쉬고 있으라고 하고, 조사를 계속합니다. 뭐라도 있을지 모르니 일단 책상 서랍을 보기로 합니다)
서랍에는 펜 정도가 들어 있습니다.
케네스 버크너:(그렇다면 책장을)
책을 보고 도로 꽂아놓지 않아 드문드문 책장이 비어있습니다.
책 들은 주로 생물학에 관한 책인 걸 보아 집에 살던 사람의 전공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책꽂이를 돌아보던 와중 그중 반쯤 덜 꽂힌 책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감염에 관하여’, ‘정신이상 행동론’ 등...이런 책은 왜 읽은 걸까요?
케네스 버크너:(몇 권 꺼내서 페이지를 훑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써 있지만 지금은 딱히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케네스 버크너:(다시 원위치로 돌려놓고, 방을 나섭니다. 메모패드에 적힌 일이 우리에게는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이든 로웰:할배, 여기 있는 펜 나 가져간다?
케네스 버크너:어디에 쓰려고?
...뭐, 그러렴.
이든 로웰:지금 쓰고 있는 펜 잉크 거의 다 써가거든
케네스 버크너:잘 쓰겠다고 얘기나 하고 가자꾸나. (눈짓으로 사진을 가리킵니다)
이든 로웰:아, 응.
잘 쓸게요.
이든은 펜을 들고 몇번 흔들다 가방에 넣습니다.
케네스 버크너:(더 볼 게 없다면 거실로 돌아가기로 해요)
두 사람은 거실로 돌아옵니다.
케네스 버크너:(메모패드의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그다지 기대는 되지 않지만...한번 주방으로 가 봅니다)
냉장고는 텅 비어있고, 검게 변한 핏자국으로 더러워진 식탁과 조 리대 위에는 식칼과 쇠톱이 놓여 있습니다.
쇠톱의 날 사이사이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살점들이 굳은 피와 엉겨 붙어있습니다.
주방 구 석에 놓인 큼직한 검은 쓰레기통에선 악취가 풍겨오네요.
케네스 버크너:(코를 틀어막아요)...아무래도 가까이 오지 않는 게 좋겠구나.
이든 로웰:할배, 여기 이상한 냄새 나.
그럼 거실에 있을까?
케네스 버크너:금방 뒤져보고 돌아갈 테니 너무 멀리 떨어지진 말고.
(수도꼭지를 틀어봅니다...혹시 물은 나오나요?)
다행이도 물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든 로웰:알았어~
케네스 버크너:(좀 받아두고...)
(쇠톱을 들어봅니다. 대체 무슨 일이..?)
케네스 버크너:
관찰력
기준치:50/25/10
굴림:85
판정결과:실패
일주일은 넘게 방치된 것 같네요.
케네스 버크너:(일단...쓸 일이 있을까 싶어 기억해두기로 합니다. 악취를 참으며 쓰레기통 쪽으로 다가갑니다. 괜히 발로 툭툭 건드려 봅니다)
꽤나 묵직합니다.
케네스 버크너:(고개를 돌리고 숨을 크게 들이쉰 뒤...)
(열어봅니다)
쓰레기통 뚜껑을 열어보면 그 안에는 썩어 문드러지고 있는 고깃 덩이들, 뼛조각들, 그리고 시체를 파먹는 구더기들이 보입니다.
케네스 버크너:
SAN Roll
기준치:55/27/11
굴림:27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욱...!
이든,
이쪽은 웬만하면 오지 마라.
이든 로웰:...왜? 뭐 있어?!
케네스 버크너:(급히 쓰레기통을 닫아요)
이든 로웰:(거실에서 얼굴만 빼꼼 내밀고 쳐다봅니다.)
케네스 버크너:(나와서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어요)
애들은 몰라도 된다.
이든 로웰:뭐야, 그게~
케네스 버크너:(그럼 이제 세 번쩨 방으로 가봅니다...)
다른 방보다 비교적 깔끔한 이 방은 침실입니다.
옷가지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옷장과, 킹사이즈의 침대가 놓여 있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침대에서 잘 수 있겠어요.
케네스 버크너:낮 동안엔 여기서 보내도 되겠는데.
(남은 옷가지를 꺼내 넣어둡니다)
그사이 이든은 거실에서 세번째 방으로 이동합니다.
이든 로웰:오, 침대네.
케네스 버크너:해 뜬 동안엔 여기서 지내면 되겠구나.
이든 로웰:(매트리스를 눌러보며) 좋아.
오늘은 편하게 지내겠다.
케네스 버크너:좀 쉬고 있겠니?
이든 로웰:
케네스 버크너:할애비는 잠시 다른 데 좀 더 보고 오마.
이든 로웰:(겉옷을 정리하며 말합니다.)
이제 어디로?
케네스 버크너:(남은 두 번째 방으로 갑니다)
방문이 뻑뻑하게 닫힌 게 잘 열리지 않습니다.
마치 뒤에 무언가로 막혀져 있는듯한 느낌입니다.
힘을 주면 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케네스 버크너:(힘을 줘서 밀어봅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고 문이 열리자...
….
방안의 좀비들이 일제히, 당신을 쳐다봅니다.
아, 아까 가족사 진에서 본 그 일가족이요.
케네스 버크너:
민첩
기준치:70/35/14
굴림:3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 좀비들이 당신을 덮치기 전 당신은 황급히 문을 닫았습니다.
기괴한 울음소리가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옵니다.
이든 로웰:하, 할배?!
지금 소리 뭐야?
케네스 버크너:...이든,
당장 문 닫아라.
뒤쪽에서 우당탕 소리를 내며 이든이 다가옵니다.
이든 로웰:어! 응!
케네스 버크너:괜찮다고 할 때까지 나오지 말고.
이든 로웰:아, 알았다구.
철컥, 하고 세 번째 방문이 닫힙니다.
아무래도 문을 잠가야할 것 같습니다.
쿵쿵 거리며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몇 번 들리다 이내 조용해집니다.
케네스 버크너:(한참 동안이나 방문을 붙들고 있다 몇 걸음 물러선 뒤 참고 있던 숨을 내쉽니다. 뭔가 문을 막거나 잠글 게 없을지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합니다)
거실에 의자가 있던걸로 기억합니다.
비스듬히 세워두면
괜찮지 않을까요
케네스 버크너:(그렇다면 의자를 가져와 문앞에 세워두기로 합니다)
당분간 열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케네스 버크너:(조용히 세 번째 방으로 가서 문을 두드립니다.)
이든 로웰:...할배야?
케네스 버크너:당분간은...괜찮을 것 같구나.
이든 로웰:안물렸지?
안다쳤지?
케네스 버크너:손녀를 두고?
이든 로웰:물리면, 곤란하다고...
울상을 한 채 이든이 방문을 열어줍니다.
케네스 버크너:주인이...있더구나.
이든 로웰:....그, 렇구나...
케네스 버크너:낮만 보내면 바로 자릴 뜨자.
이든 로웰:알았어.
이미지
당신은 창 틈새로 비치는 햇빛에 눈을 떴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오랜만에 침대에서 자서 그런지 더할 나위 없이 개운한 기분입니다.
창밖을 보니 노을 지는 하늘이 붉습니다.
분명 눈을 감을 땐 동이 터오던 시간이었는데.
 … 그렇다는 건, 해가 떠있을 내내, 이든이 당 신을 깨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주변을 황급하게 둘러보았습니다.
이든은 당신에게서 등을 돌리고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케네스 버크너:
관찰력
기준치:50/25/10
굴림:85
판정결과:실패
이든은 당신이 일어난 것도 모른 채 당신에게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당신이 깨어난 것을 깨닫곤 노트를 가방 안으로 집어넣습니다.
이든 로웰:할배, 일어났어?
케네스 버크너:뭘 그리 열심히 쓰고 있었니.
이든 로웰:내가 일기 같은 거 쓰고 있는 거 알잖아.
이번에 펜을 새로 얻어서
좀 써보고 있었어.
케네스 버크너:부지런도 하지. 착한 아이야.
이든 로웰:헤헤.
오랜만에 오래 잔 것 같아.
오늘은 더 힘내서 걸을 수 있겠어.
케네스 버크너:...조금 있으면 해가 지겠구나.
가야지, 오늘도.
이든 로웰:그치, 빨리 가는 게 좋잖아. 안전지대 말이야.
그래도 사람은 살아가는구나 싶엇어.
케네스 버크너:어디 또 우리 같은 사람들은 있지 않겠냐.
이든 로웰:그 사람들도 이런 생활을 하면서 발빠르게 가고 있겠지?
아아~ 나는 안전지대로 가면 그거 먹어보고 싶어.
오랫동안 못먹었잖아.
할배가 잘하는 음식.
아마 안전지대에는 식료품이 있지 않을까?
케네스 버크너:고기나 구워서 대충 올려놓는 게 무에 좋다고,
뭔가 할 수 있을 만큼 있으면 좋겠구나.
난 고기 좋아하니까.
뭐라도 좋아.
케네스 버크너:올 때마다 잘 먹으니 할애비는 좋았지.
뼈밖에 안 남아선, 대체 집에선 뭘 먹이는 건지.
이든 로웰:아니, 할배는 내가 얼만큼 먹어도 크게 만족 못하잖아~
나는 집에서도 많이 먹었다고
케네스 버크너:정말이냐?
이든 로웰:물론이지.
케네스 버크너:흐음....(뚫어져라 쳐다봅니다)
안전지대만 가 봐라,
지금까지 못 먹은 만큼 해줘야겠구먼.
이든 로웰:헤헤헤.
기대된다니까.
슬슬 해가 완전히 지기 시작합니다.
길을 떠나시겠어요?
케네스 버크너:(갑시다)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당신과 이든은 길을 떠납니다.
길을 걷는 블럭들마다 집들 사이로, 좀비들이 느릿하고 목적 없이 움직이는 것이 보입니다.
좀비들을 피해 조심조심 걸으며 마을을 거의 다 빠져나오자,
마을 외곽 즈음에 위치한 꽤나 큼직한 [마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미지
마을을 빠져나가는 곳에 위치해 있는 꽤나 큼직한 마트입니다.
이미 많은 생존자들이 다녀갔는지 빼곡히 늘어진 진열대가 휑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그나마 물건들이 올려진 [ 선반1 ], [ 선반2 ], 그리고 한쪽 벽으론 [ 창고 ] 라 써진 팻말이 보입니다.
케네스 버크너:혹시나 작은 기대라도 했건만....
(첫 번째 선반부터 봅니다)
이든 로웰:그래도 아예 없진 않은 것 같은데?
장난감 코너입니다. 곰인형, 유니콘 인형, 비비탄 총….
당신은 인 형들을 둘러보다 [노래하는 곰돌이]라는 태그가 붙은 인형을 발견합니다.
케네스 버크너:(틀어보진 않을게요)
이든 로웰:아, 그거 유명한 그거잖아.
(손을 뻗어 인형을 붙잡습니다.)
케네스 버크너:이런 거 좋아했니?
이든 로웰:이 시리즈는 좋아했어.
케네스 버크너:그러고 보니...
이든 로웰:집에 한두마리 있었지?
얘가 이번 신작이었거든.
케네스 버크너:챙겨 갈 테냐?
이든은 인형을 만지작 거리다가 스위치를 가리킵니다.
이든 로웰:이거 여기있는 종이를 빼면 소리가 나거든.
아, 가져가도 좋을 거 같아.
나쁘지 않은걸.
이든은 웃음을 지으며 가방에 인형을 넣습니다.
케네스 버크너:(다시한번 선반을 위아래로 훑어봅니다)
딱히 필요한 건 찾지 못했습니다. 옆 선반을 보시겠어요?
케네스 버크너:(네)
생존에 필수적인 식료품들이 있던 선반입니다.
생존자들이 다녀갔 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빼곡했을 선반이 휑합니다.
드문드문 있는 것들도 쓰레기들이에요.
케네스 버크너:
기준치:60/30/12
굴림:85
판정결과:실패
선반을 끝까지 살펴보았지만 그저 쓰레기밖에 없었습니다
이 곳에 조금만 더 일찍 왔으면 좋았을걸요.
케네스 버크너:(먼지 쌓인 선반 바닥만 쓸며 한숨을 내쉽니다...)
(손에 묻은 먼지를 털어버려요)에잉, 쯧...
인정머리 없는 놈들.
이든 로웰:할배, 창고 안에 뭐라도 있지 않을까?
(창고 문을 가리킵니다.)
케네스 버크너:....그래.
들어가기 전에.
(손도끼를 가리켜요)
이든 로웰:아, 응.
이든은 제 손도끼를 듭니다.
[ 창고 ] 라고 팻말이 쓰여 있는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잠겨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당신은 지난번 들린 집에서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이번에도...
케네스 버크너:
듣기
기준치:20/10/4
굴림:35
판정결과:실패
이든 로웰:
듣기
기준치:50/25/10
굴림:95
판정결과:실패
무슨 소리가.. 들렸나요? 잘 모르겠네요.
당신과 이든은 숨을 죽이고 창고 문을 노려보았습니다.
짧은 눈빛 교환을 주고받은 후 당신은 끼익, 하고 창고 문을 열었습니다.
창고 문이 열리자 좀비의 희뿌연 눈이,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창고 문의 입구를 향합니다.
이윽고 괴상한 소리를 내며 좀비가 당신들에게 달 려옵니다.
좀비:그르륵.
케네스 버크너:(쥐고 있던 도끼를 휘두르겠습니다...)
도끼
기준치:60/30/12
굴림:3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피해:2
케네스의 도끼가 좀비의 어깨를 내리찍습니다.
좀비는 그르륵 거리며 소리를 지릅니다.
이든 로웰:아, 빨리!
휴대용 도끼
기준치:25/12/5
고장:97
굴림:77
판정결과:실패
피해:4
으랴!
안타깝게도 도끼는 허공에 휘둘러집니다.
좀비의 턴
좀비:그르르르...
좀비는 제 앞에 있던 이든을 공격합니다.
좀비:
물기
기준치:30/15/6
고장:-
굴림:94
판정결과:실패
피해:3
케네스 버크너:이든!!
아차, 하고 이든은 몸을 뒤로 뺍니다.
다행이도 물리지 않았습니다.
케네스의 턴
이든 로웰:후우!
케네스 버크너:어딜 손을 대, 이 망할 자식이!
도끼
기준치:60/30/12
굴림:51
판정결과:보통 성공
피해:2
케네스의 도끼가 마저 휘둘러집니다.
좀비의 팔 하나가 완전히 떨어져 나갑니다.
이든의 턴
이든 로웰:
휴대용 도끼
기준치:25/12/5
고장:97
굴림:66
판정결과:실패
피해:3
한 번 더 휘두른 도끼는 여전히 맞지 않습니다.
좀비의 턴
이든 로웰: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케네스의 턴
케네스 버크너:얘야, 넌 떨어져 있어라,
이든 로웰:아, 알았다고!
케네스 버크너:
도끼
기준치:60/30/12
굴림:58
판정결과:보통 성공
피해:2
케네스의 도끼가 좀비의 가슴팍에 내리꽃힙니다.
좀비는 그르륵 거리면서 뒤로 한발자국 물러납니다.
추가 턴!
한번 더 공격 가능합니다.
케네스 버크너:
도끼
기준치:60/30/12
굴림:83
판정결과:실패
피해:5
젠장할!
안타깝게도 도끼는 가슴팍에서 빠지질 않네요.
이든의 턴
이든은 도끼를 좀비에게 던져봅니다.
이든 로웰:
투척
기준치:50/25/10
굴림:40
판정결과:보통 성공
휴대용 도끼
기준치:25/12/5
고장:97
굴림:42
판정결과:실패
피해:1
이든의 도끼가 좀비의 어깨에 박히더니 케네스의 도끼를 빼냅니다.
약간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고 하죠.
좀비의 턴
좀비:그륵...
물기
기준치:30/15/6
고장:-
굴림:1
판정결과:대성공
피해:4
마지막 힘을 다해 공격을 한 것인지
케네스의 팔을 물어버립니다.
그렇지만 다행이도 옷이 방패가 되었는지.
살을 뚫지는 않았습니다.
케네스는 크게 놀라 뒷걸음질 치다 선반에 머리를 박습니다.
이든 로웰:하, 할배?
괜찮아?!
케네스 버크너:괜찮, 다, 가까이 오면 안,
(숨을 들이쉬고 몸을 추스르며 부딪힌 머리를 쓸어요)
물러서 있어...
이든 로웰:아, 알았다니까...
케네스의 턴
케네스 버크너:잘도, 이 빌어먹을 새x가, 팔을-
도끼
기준치:60/30/12
굴림:7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피해:6
(도끼를 가로로 휘둘러 이 사이에 박아버립니다. 힘을 줘서 빼고는, 좀비를 발로 차 넘어뜨립니다.)
좀비는 그대로 움직임을 멈춥니다.
케네스 버크너:(거칠어진 숨을 고르다가 움직임이 멈춘 것을 확인하고 이든 쪽으로 다가갑니다.)
...다친 곳은 없냐?
이든 로웰:팔...
나, 나는 괜찮지.
할배가
할배가 물렸잖아...
이제 어쩌, 어쩌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케네스와 팔을 번갈아바라봅니다.
케네스 버크너:옷이 있어서 괜찮았지 뭐냐, 정말로. 괜찮다. 보래도. (소매를 걷어 멀쩡하다는 걸 보여줘요)
이든 로웰:그, 아. 어... 어!
다, 다행이다.
우리, 옷 더 두껍게 입자.
이런 일 또 벌어지면 안되잖아!
케네스 버크너:그럼. 어디 더 찾아봐야겠구나.
당신과 이든은 좀비가 완전히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썩은 살점과 피가 사방에 튀어 흘러내립니다.
이든 로웰:
SAN Roll
기준치:60/30/12
굴림:67
판정결과:실패
케네스 버크너:
SAN Roll
기준치:55/27/11
굴림:96
판정결과:실패
처참히 짓뭉개진 좀비의 시체를 뒤로 하고 당신은 창고 안을 돌 아보았습니다.
널찍한 창고에서 그나마 멀쩡한 [ 상자1 ], [ 상자2 ], [ 상자3 ] 을 발견합니다
케네스 버크너:(일단...상자1부터 보겠습니다...)
유행이 지난 옷들을 무더기로 세일할 때 쓰였던 상자인가 봅니다.
상의, 겉옷, 바지, 속옷, 양말 등…
당신과 이든의 몸에 맞는 옷들도 있었습니다.
몇 달째 입고 다니던 누더기 같은 옷을 갈아입을 수 있 을 것 같아요.
이든 로웰:와, 이거!
새옷이잖아!
케네스 버크너:마침 갈아입을 게 생겼구나.
이든 로웰:드~디어 옷을 갈아입는구나
이든은 웃으며 옷 몇 벌을 제 몸에 대봅니다.
이든 로웰:옷 갈아입을 곳이...
할배는 밖에서 갈아입을래?
케네스 버크너:다 입으면 말하거라. (다른 옷가지를 좀비 위에 대충 던져서 덮어놓고 나갑니다)
이든 로웰:알았어!
케네스가 밖에서 망을 보는 사이 이든은 깔끔하게 옷을 갈아입고 나옵니다.
이든 로웰:어때?
케네스 버크너:깔끔해졌구나.
어떤 옷을 입고 나온 것 같나요?
케네스 버크너:(가끔 놀러 올 때 입고 오던 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라이더 재킷에 청바지...튼튼한 거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이든 로웰:괜찮은 게 있었거든
이 재킷이면 물려도 안전하겠지?
할배도 가서 입고 와.
케네스 버크너:물린다는 소린 하지도 말고. (들어가서 갈아입겟습니다)
이든 로웰:아, 알았다니까.
케네스 버크너:혹시 이상한 거 나오면 불러라. (문 닫기 전에 고개 내밀고 말해요)
이든 로웰:응~
케네스 버크너:(네네대충항공점퍼랑청바지..)
케네스는 옷을 적당히 걸치고 나옵니다.
이든 로웰:평소 입던 거랑 다른 게 없잖아.
케네스 버크너:이게 좋단다, 난.
이든 로웰:그럼 다른 상자도 열어볼까?
거기에 다른 옷이 있을 수도 있잖아.
케네스 버크너:(찝찝...뭐가 튀어나올지 모르지만...)어디 열어보마.
(상자2를...)
상자 안을 열어보자 단백질 바 한 무더기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거면 족히 몇 주를 먹을 수 있을 거예요
창고를 열길 잘 했 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케네스 버크너:고기는 아니지만....이게 어디냐.
(주섬주섬)
(그럼 상자 3도 볼게요)
누군가에겐 정말 절실할… 술병들이 들어있습니다.
와인이에요
마트에서 파는 싸구려 와인이지만 이 망해버린 세상에선 감지덕지일 것입니다.
케네스 버크너:(챙겨둡니다. 필요한 누군가를 만나면 거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필요하니? (한 병 보여줘요)
이든 로웰:음. 마셔본 적 없는데.
케네스 버크너:다 크면 마셔보자.
이든 로웰:좋아!
케네스는 상자를 열어보며 가방에 차곡차곡 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합니다.
그사이,
케네스 버크너:
듣기
기준치:20/10/4
굴림:34
판정결과:실패
당신은 열중하느라 이든이 뭘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이든은 죽은 좀비의 옷가지를 뒤져봅니다.
그러다 여러 물건을 케네스 몰래 가방에 집어넣습니다.
케네스 버크너:...?
그러곤 아무렇지도 않은척 돌아옵니다.
이든 로웰:부족하면 내 가방에 넣어도 될 거 같아.
케네스 버크너:방금 뭐...했니? (괜히 좀비 쪽을 한번 쳐다봐요)
이든 로웰:저 사람 뭐하는 사람인지 보안증이 있길래 봤어.
케네스 버크너:어린애는 무거운 거 드는 거 아니다. (어떻게든 짐에 비늠을 만들어 쑤셔넣어요)
...그래서?
*빈틈
이든 로웰:마트 보안요원이었나봐.
케네스 버크너:여기 숨어 있었나 보군...
이든 로웰:(보안증을 보여줍니다.)
할배, 내 공책 안구겨지게 넣으라구
케네스 버크너:(보안증을 한번 봐요)
신경쓰고 있으니 마음 놔도 돼.
보안증에는 인간이었을 자의 얼굴이 찍혀져있습니다.
이제는 좀비지만요.
케네스 버크너:(대충 속으로 미안하게 됐수...하고 나갈 준비를 해요)
마트 밖으로 나오니 동이 터오고 있습니다.
좀비와 싸우느라 시간 을 꽤나 지체한 모양이에요.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고민하 던 차에 이든이 말을 꺼냅니다.
이든 로웰:할배, 조금 힘들겠지만 낮에도 이동하면 어떨까?
이 이후에도 계속 도로라 좀비들이 많이 없을 거 같아.
있더라도 조심하면 되고.
하루라도 빨리 안전지대로 가는 게 좋잖아?
케네스 버크너:...하지만 굳이 지금 가야겠니?
낮은 위험해.
이든 로웰:....난, 으음... 좀더 빨리 갔으면 좋겠어.
케네스 버크너:
관찰력
기준치:50/25/10
굴림:85
판정결과:실패
이든이 말하는걸 들어보니...
이든은 하루 빨리라도 안전지대로 향하고 싶나 봅니다.
케네스 버크너:왜 그렇게 빨리 가고 싶은 게냐?
괜찮다, 말해 보렴.
이든 로웰:그냥 꿈자리가 숭숭해서 오늘 여기에 있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이상한 기분도 들고,
좀 춥기도 하고.
케네스 버크너:꿈자리가?
...춥다고?
이든 로웰:응, 요즘 이상한 꿈들 많이 꾸니까.
기분 탓일 수도 있는데.
나 열은 안난다고!
그냥 여기 좀 서늘한 거 같다구~
케네스 버크너:(손을 이마에 대서 확인해봅니다)
딱히 열은 나지 않습니다.
케네스 버크너:아픈데 안 아프다고 하는 거 아니야.
바로 말해야 한다.
어떤 때인지 알잖니.
...아니라서 다행이지만.
이든 로웰:응. 그렇지.
그, 그럼 빨리 가자.
케네스 버크너:한 번만 더 물어보마.
정말로 지금 가야겠니?
이든 로웰:응, 지금 가야겠어.
케네스 버크너:(이마를 짚고 생각하다 다른 옷가지 몇 벌을 쥐어주고 마트를 나섭니다)혹시 모르니 챙겨라.
그리 가고 싶다니 어쩌겠니, 가야지.
배는 조심해야 할 게야.
알고 있지?
이든 로웰:물론이지!
이미지
당신은 이든과 짐을 챙겨 동이 터오는 거리로 나왔습니다
드문드문 보이는 좀비들을 피해 숨을 죽여 이동하며, 드디어 마을을 벗어나 고속도로가 나왔습니다.
….해가 이렇게 떠있을 때 이동한 건 정말로 오랜만이에요.
머리위 로 작열하는 태양이 뜨겁습니다.
케네스 버크너:(옆에 있을 이든에게 물을 건네요)
...뿌려 주랴?
이든 로웰:.........
어......응.
이든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해도 대화는 오래 이어지지 못합니다.
정오가 가까워지는 듯 길게 늘어졌 던 그림자가 점점 짧아집니다.
……얼마나 길을 걸었을까요,
비로소 이든이 먼저 말을 꺼냅니다.
이든 로웰:....할배.
힘들다 저기서 좀 쉬어가자.
이든의 손가락을 따라가면, 저 멀리 도로 위에 [주유소]가 보입니다.
케네스 버크너:많이 덥지?
이든 로웰:응...
케네스 버크너:해가 중천이니 당연하지.
이든 로웰:...오랜만이라...
지친 것 같아.
케네스 버크너:업힐 테냐? 오랜만에.
이든 로웰:응.
이든은 당신의 등 위로 업힙니다.
케네스 버크너:이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 몇 살 때였나?
8살?
이든이 그리 말합니다.
이든 로웰:나 학교 들어가서는. 딱히 업히지 않았으니까.
케네스 버크너:그래, 학교 들어가고 나서 이상하게 그러더구나. (허허 웃어요)
이든 로웰:하암.
(작게 하품을 합니다.)
케네스 버크너:힘들면 눈이라도 붙이고 있어.
이든 로웰:응...
케네스 버크너:적당한 때 깨워주마.
이든 로웰:알겠어.
이든은 곧 눈을 감습니다.
케네스 버크너:(주유소로 걸음을 옮깁니다)
이 곳은 관리인 한두 명을 둔 작은 무인주유소 였나 봅니다.
근근 이 널브러진 시체들은 보이지만 좀비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잠깐이 라도 쉬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당신은 주유소를 둘러봅니다.
무인으로 사용할 수 있 는 [ 주유기 ] 몇 대, 그 옆에는 [ 자판기 ] 와 주유소에 딸린 작은 [ 사무실 ] 이 보입니다.
케네스 버크너:(일단 사무실에 들어갑니다)
사무실의 문을 돌려 보았지만 굳게 잠겨 있습니다.
하나뿐인 창문 엔 블라인드가 쳐있어 안이 보이지 않습니다.
열쇠를 찾아봐야 할까 요?
이든을 업고 탐색을 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 싶습니다.
케네스 버크너:(그럼 일단 자판기 앞으로...)
당신과 이든은 자판기로 이동합니다.
이미 생존자들이 자판기를 뜯어서 내용물을 다 가져갔는지, 깨지고 망가진 자판기는 텅 비어있습니다.
케네스 버크너:
관찰력
기준치:50/25/10
굴림:5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당신은 자판기의 부품들과 쓰레기들 더미에서 생수 한 병 을 발견했습니다.
깊숙이 있어서 보이지 않았나 봐요
이든 로웰:zzzz
케네스 버크너:(꺼내서 넣어둡니다)
당신은 생수를 가방 안에 넣습니다.
케네스 버크너:(자판기 주변도 살펴보죠. 뭔가 떨어진 게 있나)
더는 보이지 않습니다.
케네스 버크너:(주유기 쪽으로 가볼게요)
평범한 주유기입니다.
당신이 기름을 챙겨 가면 좋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턱!! ,
하고,
피투성이인 손 하나가 당신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케네스 버크너:이런...!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당신이 시체인 줄만 알았던 그는,
이미 감염된 지 몇 시간이 지난 듯, 코와 귀에서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하반신이 뜯어먹혀 두 다리 가 보이지 않고, 찢어진 배 아래로 근육과 장기가 드러나 보입니다.
처참한 몰골의 그 생존자, 아니, 감염자일까요.
당신의 발목을 붙잡 는 손가락들은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한쪽 눈은 파먹혔는지 보이지 않고, 간신히 뜬 나머지 눈으로 당신을 올려다보며 애원합니다.
케네스 버크너:사람...이었군.
???:목, 목이 너무...
말라요.
물, 물 한모금만...
제발...
케네스 버크너:...하아.
알겠소.
줄 테니 일단 손 좀 놓아 주지 않겠나.
???:쿨럭, 쿨럭....
아,
알겠, 으으...
붙잡던 바짓단에 손가락 한개가 달랑달랑 붙어 있습니다.
떨어진 모양입니다.
케네스 버크너:(저도 모르게 숨을 삼킵니다)
케네스 버크너:
지능
기준치:65/32/13
굴림:10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당신은 그를 바라봅니다.
입가에는 핏덩이가 말라붙어 있고
동공이 뿌옇게 되어있다는 사실을요.
그다지 시간이 안남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빠른 시간 안에 변이될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그런다면 당신 등에 업힌 이든은 어쩌지요.
만약에 말입니다.
당신의 선의가 손녀를 위험에 빠뜨린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케네스 버크너:(와인 병 하나를 꺼내 병째로 던지듯 내려놓고 슬슬 뒷걸음질칩니다.)
...
목을 축이는 데라면 이거라도 괜찮을 게요.
슬슬 가지. 미안하지만 갈 데가 있는지라.
???:저, 저... 저, 저기요. 저, 저... 저...
남자의 말투가 점점 기이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합니다.
케네스 버크너:(몸을 돌려 걸음을 빠르게 하기 시작합니다)
어디로 향하실 건가요?
케네스 버크너:(다시 사무실 앞으로 갑니다)
당신은 사무실로 향합니다.
그러자 반쯤 열린 사무실 안쪽에서 한 30대 남성이 나타납니다.
쥬드:이봐, 저기에 멋대로 좀비를 두면 어떡해?!
케네스 버크너:다 죽어가더구만.
당신은 누구요?
쥬드:나? 여기 먼저 있던 선객이지.
(뒤에 업힌 이든을 보더니) 걔는 누구? 손녀야?
케네스 버크너:당신이 알 거 없잖소.
쥬드:뭐 나도 오랜만에 생존자를 만나서 그래.
내가 좀 가볍게 군 편도 없잖아 있지만.
안에 들어와서 이야기나 하지 그래?
어차피 낮이라 밤까지 못움직이잖아.
아니 한낮에 무슨 깡으로 돌아다닌거야.
케네스 버크너:알 바 아니지 않나?
쥬드:뭐 알 바는 아니긴 하지만. 사람 좀 오랜만에 봐서 친한 척 좀 하려고 했는데 이건 너무하지 않아?
내가 도와줄 수도 있잖아.
나 말이야. 생존자 만난 게 3개월 만이야.
좀 기쁠 수도 있지.
케네스 버크너:뭐, 그래. 사람은 오랜만이지.
알겠소, 들어가서 얘기나 하지.
쥬드:그래 잘 생각했어. 저 밖에 있는 건 내가 처리하고 올테니까 먼저 안에 들어가 있어.
쥬드는 등에 있던 빠루를 들고는 사무실 밖으로 나갑니다.
사무실 안쪽으로 들어가시겠어요?
케네스 버크너:꽤 본격적이시구만.
쥬드:아무래도 이런 세상이 왔으니 말이지.
이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거 당신도 알잖아.
케네스 버크너:세상이 험하긴 하지.(들어갈게요)
당신이 사무실 쉼터에 이든을 옮기자 일을 마친 쥬드가 말을 걸어옵니다.
쥬드:나이로 봐서는 손녀인 것 같고, 당신도 안전지대로 가는 거지?
아무래도 입이 하나 더 있으니까.
케네스 버크너:그래, 안전지대로 가는 중이오.
쥬드:목적지도 같으니 같이 가는 건 어때?
나도 안전지대로 가는 중이거든.
케네스 버크너:당신도?
쥬드:거기 안 가는 사람 드무니까 말이야.
하, (머리를 긁적이며) 나도 같이 가던 친구들 몇 있었는데 말이지.
케네스 버크너:동료가 늘면 안심이야 되지만.
...친구가 있었군.
쥬드:다 죽어버렸지 뭐야.
이런 세상이라
케네스 버크너:그, 미안하지만.
당신 말대로 험한 세상이잖소.
이런 말 해도 의미가 있겠나 싶지만 그냥 물어는 보지.
믿을 만한 사람인가, 당신?
쥬드:나야 믿을만한 사람이지.
나 원래는 공무원이였다고.
시민들을 위해 구청에서 일하던 사람이었지..
케네스 버크너:공무원이라,
쥬드:이봐 나 그렇게 이상한 사람 아니야.
어차피 안전지대로 가서 많이 볼 사이 아닌가.
좀 얼굴 익혀두면 좋지.
서로 변호도 해주면 좋고.
안전지대로 들어갈 때 말이야.
서로의 행적을 말해줄 수 있음 좋잖아.
케네스 버크너:허허,
그래, 같은 안전지대로 가는데.
변호 얘기 나온 김에,
살아온 얘기나 해 봅시다, 어디.
쥬드:그래그래.
어차피 밤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서로 이야기나 하자고.
식사거리 가지고 있어?
내 특별히 바겐세일 해주지!
케네스 버크너:식사거리?(하고 되물어요)
쥬드:배가 고프면 움직이기 힘들잖아.
내가 뭘 가지고 있는줄 알아?
바로 딴 지 얼마 안된 무화과를 가지고 있지.
케네스 버크너:(좀 놀랐습니다)이 험한 때에 잘도...
돈...은 줘 봤자 쓸모없겠지. 어디.
(와인병을 꺼내듭니다)술은 마시나?
쥬드:뭐야! 그거 와인이야? 오, 세상에나.
얼마만의 술인지.
당신들을 만난 게 행운인지도 모르겠어.
하하, 여기에 분명 컵 정도는 있을테니.
쥬드는 싱크대로 가서 그릇과 잔을 가져옵니다.
쥬드:쟤도 깨우지 그래?
이럴 때일수록 비타민을 잘 섭취해줘야한다고
괴혈병 알지? 신선한 걸 못먹으면 잇몸이 다 헌다고.
케네스 버크너:피곤해서 재웠는데. 에잉...
쥬드:으으, 그게 얼마나 끔찍한 줄 알아?
케네스 버크너:겪어 본 것처럼 말하는군.
쥬드:그래도 말이야. 먹을 때는 다 같이 먹는 게 낫지.
아니 예전에 말이야. 내 지인이 그렇게 되어서 말이지.
감염자랑 구분이 안가는거야.
케네스 버크너:끔찍했겠군.
쥬드:감염자도 피를 토하는데 잇몸이 헐어버리면 피가 줄줄 샌다고.
다들 얼마나 날을 곤두세웠는지 몰라.
뭐 이제는 다들 없지만서도...
케네스 버크너:같이 오던 친구들인가.
쥬드:다들 구청 친구들이었어.
일하고 있을 때 좀비사태가 벌어졌으니 말이야.
당신도 그러지 않았어?
케네스 버크너:어느 순간 자식놈들 연락이 끊기더구만.
라디오에서는 좀비인지 뭔지 같은 말만 하고 있지,
나가 봤을 때는...
말을 말지.
쥬드:찾으러는 가봤어?
케네스 버크너:왜 안 가 봤겠나.
도심으로 갔더니,
무슨 생지옥이...
쥬드:인구밀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이놈들 점점 많아지니까.
손녀는 같이 있었나봐?
케네스 버크너:놀러 오는 날이었거든.
운이 좋은 건지...
쥬드:지금까지 잘 살아남았으면 됐지.
자, 그러면 미래를 위해 짠이라도 해볼까?
케네스 버크너:뭐, 술은 잘 안 한다만. (그래도 일단 잔은 들어요)
두 사람은 가볍게 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합니다.
쥬드:인류의 미래를 위해 건배.
케네스 버크너:...
인류의 미래를 위해.
쥬드:하하.
음식과 와인을 나눠마시며 두런두런 대화를 이어갑니다.
오랜만에 마시는 술에, 금세 술기운이 오릅니다.
작은 만찬이 끝난 후, 당신은 짐을 치우고 바닥에 누웠습니다.
흐릿한 시야에서 잠이 깬 이든을 보지만,
술기운에 머리가 무거운 탓에 이내 금 세 잠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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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 잠에서 깨어나니 창밖이 어둑합니다.
머리가 아프고 숙취가 느껴지는 게 평소보다 더 오래 잔거 같아요.
케네스 버크너:...(머리를 감싸쥐며 일어납니다)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제 옆에 누워 자고 있는 이든입니다.
케네스 버크너:
듣기
기준치:20/10/4
굴림:86
판정결과:실패
이든이 중얼대는 소리가 문득 들립니다.
잠꼬대일까요.
밤은 찾아오고, 당신과 이든, 쥬드는 길을 떠났습니다.
아스팔트 도로에 세 사람의 밤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묵묵히 길을 걷던 당신 은 문득 옆에서 걷는 이든을 돌아보니,
이든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어제와 같이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것 같 아요.
그런 이든을 바라보는 당신의 옆으로 어느새 쥬드가 다가와 말을 건넵니다.
쥬드:... 잠시 옆으로 와줄 수 있어?
케네스 버크너:무슨 일인데 그러나?
쥬드:내가 진짜 악담하는 게 아닌데 말이지.
케네스 버크너:흠?
행여 이든이 들을라, 목소리를 낮춘 쥬드가 당신에게 속삭이며 말 합니다.
쥬드:손녀 말이야. 혹시 병 같은 거 앓고 있어?
어제는 그런 모습 없었는데 말이야.
케네스 버크너:설마. 건강한 녀석인데.
...어디 말이라도 해 주면 좋겠다만.
쥬드:그, 있잖나.
손녀 말이야.
외국에 많이 다닌 적 있어?
케네스 버크너:바다 건너로 가 본 적도 없소.
쥬드:내가 이래 봬도 다른 나라 여행을 많이 다녀서 조금씩 배운 말이 많은데
저 친구 말하는 걸 들어보니 라틴어, 독일어, 스페
인어 등….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그 외의 언어들도 많은 거 같은 걸 보니...
뭔가 이상하거나, 아니면 한 20개 국어 정도를 하는 천재이거나, 둘 중 하나인 거 같거든.
근데 어제 대화 해봐서 아는데 후자는 아닌 것 같단 말이지...
케네스 버크너:그럼 천재겠지.
이런...
쥬드:이봐.
손녀라고 너무 감싸는 거 아냐?
내가 걱정돼서 말하는 거라고
케네스 버크너:당신이야말로 손녀에 대해서 뭘-흠.
그래서..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겠나?
쥬드:누구한테 말거는 것 같았어.
그리고 뭘 계속 받아 적는 것 같았거든.
그게 뭔 줄 알아?
케네스 버크너:일기를 쓴다고 하던데.
쥬드:아니 그걸 3시간 넘게 쉬지도 않잖아.
보통 일기를 그렇게 써?
케네스 버크너:세 시간을 내리 썼다고?
쥬드:어, 그런다니까.
그래서 내가 물어본 거라고.
케네스 버크너:......
영문을 모르겠군...
당신은 도저히 그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든이 저런 언 어들을 할 줄 알던 사람이던가요?
일기를 세 시간 넘게 내리 쓴다는 것도 그렇고.
무언가 이상하기만 합니다.
쥬드:뭐... 이런 세상이니까.
제정신인 사람이 더 신기할 수도 있고.
나도 당신도 어딘가 한구석 미쳤을 수도 있고.
케네스 버크너:그럴 수도 있겠지.
쥬드:그러고보니 어제 그건 못들어봤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한 번 말해봐.
어제는 내가 많이 이야기했으니까.
오늘은 좀 들어보자고.
그래야 내가 안전지대에 가서 말을 꺼내보지.
케네스 버크너:뭐...
전역하고 농사 지으면서 살던 사람이오.
손녀가 자주 놀러 왔지.
하필 그 날에 세상이 이 꼴이 나서.
쥬드:전역했다면 군인이었겠네.
그러면 전쟁에도 참여하고 그랬어?
대단한걸.
케네스 버크너:끔찍했지.
그 때나 지금이나, 뭘 고르라고 한다면...
둘 다 싫군.
하여튼 처음엔 좀 버텼소.
사람도 없고 땅도 넓고.
시간이 지나니 애가 부모를 찾더구만. 당연한 거 아닌가?
케네스 버크너:도심으로 갔더니...
어제 말한 대로고.
집도 웬 놈들한테 털려 있었고.
...그렇게 된 걸세.
쥬드:그놈들은 다 잡았어?
케네스 버크너:(가만히 고개를 저어요)
그랬으면 여기까지 왔을 리가 있나. (픽 하고 웃습니다)
쥬드:하긴 그랬겠지.
새벽이 가까워져 오고, 당신과 쥬드가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 을 때,
갑자기 털썩, 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뒤를 돌아보니,
이든이 땅에 쓰러져 있습니다.
케네스 버크너:얘야!
가까이 다가가 이든을 살펴보니 온몸이 불덩이 같이 뜨겁고
힘겹게 신음하고 잇습니다.
쥬드:오, 이런!
케네스 버크너:이런, 이런....
쥬드:어디에 좀 눕혀야할 것 같은데...
건물을 아, 저기!
저기에서 쉬는 건 어때?
케네스 버크너:(가리키는 쪽을 봐요)
저 멀리 건물이 하나 보입니다.
좋든 싫든 저기서 쉬어가야 할 것 같아요.
케네스 버크너:(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든을 업고 걷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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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가보니 이곳은 초등학교였나 봅니다.
불에 타 거꾸로 뒤 집힌 스쿨버스와 낡고 망가진 놀이터를 지나 직사각형 모양의 학교 건물로 가까이 다가가면
어둑한 교실 안을 느릿하게 배회하는 검은 그림자들이 보입니다.
케네스 버크너:여기에도...
케네스 버크너:
관찰력
기준치:50/25/10
굴림:26
판정결과:보통 성공
아, 그중 한 교실은 좀비가 없네요.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될 것 같아요.
케네스 버크너:...가 보세.
당신과 쥬드는 창문을 열고 교실 안으로 들어와 교실의 책상들을 한 데 밀어 공간을 만들고, 이든을 눕혔습니다.
쥬드:일단 해가 뜨는 것 같으니까 우리도 좀 쉬지.
케네스 버크너:벌써 그렇게 됐나...
(이든의 곁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합니다)
당신은 이든의 곁에 누웠습니다.
이든의 몸은 뜨겁고 표정은 찡그린 채 간간히 내뱉는 호흡은 불규칙합니다.
그런 이든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 속 깊숙한 곳부터 스멀스멀 불안한 감정이 올라옵니다.
갑자기 이든은 왜 아픈 걸까요.
과연 당신과 이든은 무사히 캘버리 로 갈 수 있을까요.
이런저런 걱정을 껴안고 당신은 잠이 들었습니 다.
이든 로웰:....할배... 할배...
당신은 당신을 부르는 이든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케네스 버크너:이든?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니 당신의 옷자락을 잡고 신음하는 이든이 보입니다.
이든의 몸 상태는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안 좋아진 모양입니다.
케네스 버크너:일어났니? 몸은 어떠냐?
이든 로웰:으으... 아파...
할배, 나 너무 추워...
죽을 거 같아...
흑흑...
무서워. 도와줘, 할배...
케네스 버크너:괜찮아. 다 괜찮을 게야.
할아비가 어떻게든 하마.
조금만 참거라.
이든의 몸은 불덩이 같고, 식은땀을 흘리며 고통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쥬드:내가 전문가는 아닌데, 이거... 위험한 거 같은데?
열이 높아서...
언제부터 이랬어?
케네스 버크너:......
생각해 보니 지난번에...
(마트 창고에서 춥다고 한 일이 떠올라 이야기해 봅니다)
(아니 하여튼 어디선가)
(오는 길에)
쥬드:...좀비한테 물린 건 아니지?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없지?
....
케네스 버크너:내가 보는 동안에 그런 일은 없었네.
물려도 내가 물렸지.
쥬드:.....
흠...
당신 물렸어?
케네스 버크너:옷 위로.
쥬드:상처는?
케네스 버크너:(양팔을 걷어서 보여줘요)
쥬드:(쥬드는 케네스의 양팔을 꼼꼼히 살핍니다.)
일단 알겠어.
여기 초등학교니까. 그래도 약은 있겠지.
케네스 버크너:그래, 약...
가져와야...
쥬드:일단 여기에 얼마나 많은 좀비들이 있는지 모르니까
빨리 양호실 위치를 확인하고 돌아오자고.
쥬드는 가방에서 작은 천봉지를 꺼냅니다.
쥬드:혹시 모르니 물건을 찾으면 여기에 넣을거야.
두 사람은 이든을 두고 복도로 나옵니다.
복도로 나오자 저 멀리서 몇 마리의 좀비들이 휘적거리며 돌아다니는게 보이는군요
케네스 버크너:
기준치:60/30/12
굴림:49
판정결과:보통 성공
당신은 어둠속에서 좀비에게 걸리지 않고 갈만한 길을 찾습니다.
그림자에 가려 어두워진 길로 향합니다.
오후의 강렬한 햇살이 복도에 비치고, 일렬로 늘어진 교실을 지나면 [ 캐비넛 ] 과 [ 사물함 ], [ 학교약도 ]가 보입니다.
케네스 버크너:(캐비닛부터 확인해봅니다)
사람 한 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철제 캐비넛입니다.
캐비넛 을 열어보니 청소도구함으로 사용했는지 빗자루나 걸레들이 들어 있네요.
어린아이들이 사용하던 것들이라 작고 가벼워서 무기로도 사 용 못 할 것 같습니다.
케네스 버크너:누구라도 들어 있을 것처럼 생겨선...
(쥬드는 케네스를 힐끗 쳐다보다 이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립니다.)
케네스 버크너:(끄덕이고는 이번엔 사물함으로 가봐요)
이 초등학교에 다녔을 어린이들이 썼던 사물함입니다.
몇 개를 열 어보자 교과서, 리코더, 크레파스, 빈 우유갑, 먼지…
이 상황에서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들어있지 않네요.
케네스 버크너:(그럼 약도를 봅시다)
군데군데 묻은 핏자국과 그을림 사이로 희미한 글씨들이 보입니다.
양호실로 가시겠습니까?
케네스 버크너:(가야죠)
두 사람은 조심하며 양호실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정돈되지 않은, 크지 않은 양호실엔 [ 환자용 침대 ] 와 [ 큰 서랍 ], [ 상자 ], [ 싱크대 ] 가 보입니다.
쥬드:어휴... 드디어 좀 조용해졌군.
쓸만한 게 있어야 할텐데 말야.
케네스 버크너:있길 빌어야지. (서랍 쪽으로 다가가 열어봅니다)
당신은 책상 옆의 서랍을 열었습니다.
이미 누군가가 사용한 흔적 이 있지만 남은 약들이 있네요.
서랍 안에는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소염진통제’ ‘해열제’ ‘소화제’ ‘제산제’ 등…
가지각색의 약 상자들 이 들어있습니다.
쥬드:뭐야 아직 약이 남아 있네.
케네스 버크너:다행히도...
쥬드:(천봉지를 꺼내며 약들을 담습니다.)
케네스 버크너:다른 사람들 눈에 띄진 않은 모양이야.
쥬드:초등학교니 급작스럽게 도망쳤겠지.
어린애들도 많고.
밖에 좀비들이 널렸으니까.
이주변은 말야
케네스 버크너:보통 올 생각을 안 하겠군.
쥬드:난 이 상자가 궁금한걸.
케네스 버크너:그럼 열어보셔야지.
쥬드가 상자를 열어봅니다.
책상 밑의 큼직한 상자를 열자 붕대와 소독솜, 소독약 등이 들어 있습니다.
케네스 버크너:이건...
전부 챙겨가긴 어렵겠지만 언젠간 쓸모가 있을 것 같아요.
쥬드:이것도 챙겨가면 좋겠어.
아, 그러고보니 발바닥이 좀 까졌지.
난 여기서 치료를 하고 있을게.
당신도 필요하면 쓰라고.
케네스 버크너:조심하시게. 그 동안 둘러보고나 오지.
쥬드는 소독솜을 꺼내서 제 발바닥을 톡톡 두드립니다.
쥬드:그래.
케네스 버크너:(싱크대로 가볼게요)
양호실은 위생이 중요한 곳이니 손을 씻기 위한 싱크대도 마련되어 있네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잡이를 돌려보니 물이 나옵니다.
케네스 버크너:(좀 씻죠)
당신은 더러워진 손과 얼굴을 씻습니다.
마침 아래에 양동이가 있습니다.
케네스 버크너:흠? (고개를 숙여서 뭔지 봅니다)
물을 담기 좋은 양동이입니다.
쥬드:물이라도 떠가지 그래?
케네스 버크너:그거 좋겠어.
(한번 씻어내고 물을 받아두겠습니다)
당신은 양동이에 물을 담았습니다.
그사이 쥬드가 환자용 침대에서 물수건을 발견했습니다.
쥬드:이거, 봐봐.
케네스 버크너:잘됐군...
쥬드:이마에 올리면 되겠어.
케네스 버크너:잘됐어.
서두르지. 애 기다리겠네.
쥬드:문제 없지. 조심하라고.
가진게 많으니까
약에 물까지, 정말 큰 수확이네요.
들어갈 때와 다르게 양호실에 서 나갈 땐 짐이 양손 가득입니다.
이때…
케네스 버크너:
기준치:60/30/12
굴림:79
판정결과:실패
쥬드:
기준치:70/35/14
굴림:1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탁, 하고 당신의 주머니에서 약 상자 하나가 떨어졌습니 다.
그순간, 쥬드가 손을 뻗어 약상자를 캐치합니다.
다행히도 소리가 작아서 좀비가 이쪽을 돌아보지 않네요.
케네스 버크너:(순간 얼어붙었습니다)
다행입니다.
케네스 버크너:...고맙네.
좀비가 당신들을 발견하기 전에 빠르게 이동해야겠어요.
이미지
당신과 쥬드는 가까스로 교실로 돌아왔습니다.
당신은 이든을 품 에 안고 일으켜 챙겨온 약을 먹이고,
담아온 물을 이용해 물수건을 만들어 이든의 이마에 올려주었습니다.
케네스 버크너:
응급처치
기준치:30/15/6
굴림:5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이든의 숨소리가 규칙적이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케네스 버크너:(안절부절못하며 보고 있다, 이든의 숨소리가 안정되는 걸 보고 그제서야 마음이 놓인다는 듯 한숨을 내쉽니다.)
쥬드:이런... 아픈 사람을 데리고 어디 가기 힘들 것 같은데...
일단... 하... 곤란한데.
이러려고 사람을 기다린 게 아닌데.
쥬드는 두 사람을 지켜보다 나지막이 말합니다.
쥬드:....이봐. 그... 정말로 말이지.
뭐, 이상하지 않아?
이런 고열 말이야.
케네스 버크너:애써 머릿속에서 지우고 있었는데.
...
계속해 보게.
쥬드:만약에 말이지. 당신 손녀가 잘못되었다 말하면 어떡할거야?
두 사람이 가족이 아녔다면 그냥 따로 다니는 게 어떠냐고 말하려고 했어.
그게 맞잖아.
살아남으려면 말이야.
케네스 버크너:혹시나 하는 생각은 들었네.
아니었으면 좋겠어,
아니어야만 해.
만에 하나 정말로 그렇더라도...
늙은이 하나 살아남아서 뭐 하겠나.
쥬드:....정말 그런 생각이야?
...
이번 낮이 지나면
헤어지는 거로 하자.
케네스 버크너:차라리 그게 낫겠군.
딸까지 잃고 하나 남은 아이야.
두고 갈 수는 없네.
지금까지 고마웠어.
쥬드:나도 간만에 사람을 봐서 좋았어.
그냥 감기였길 바래.
케네스 버크너:안전지대에서 만나지.
쥬드는 아까 얻은 것들을 나눠 자신의 짐에 넣습니다.
쥬드:그러길 바랄게.
쥬드의 말을 들어서일지, 아니면 요 며칠 계 속해서 느꼈던 불안감인지,
계속해서, 마음 한구석이 먹먹한 느낌이 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든의 상태를 살펴보니 아까에 비해 열이 내리고 한결 편해진 얼굴입니다.
이든이 어느 정도 괜찮아진 것을 확인하자 긴장이 풀리며 피로가 몰려옵니다.
피곤한 게 당연하죠.
계속해서 긴장된 일들 투성이었으니까요.
당신은 아까처럼 이든의 옆에 누워 그의 옆모습을 바라봅니다.
잠이 든 이든은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이든을 바라보다 당신 역시 잠이 듭니다.
이미지
당신은 잠결에 들려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이 목소리는 쥬드와 이든의 목소리 같네요.
희미하게 눈을 떠보니 교실엔 두 사람이 없는 게 복도로 나가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케네스 버크너:
듣기
기준치:20/10/4
굴림:86
판정결과:실패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지만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 게 둘 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당신이 둘을 말리러 나가봐야할까 하고 생각 한 순간.
탕!!!!!!!
타앙!!!!
탕!!!!!
귓가를 찢는 총성이 울려 퍼집니다
당신이 황급히 교실 문을 열고 나가자 보이는 것은 새벽 어스름 이 깔린 복도에 총을 든 이든과,
, ...총에 맞아 눈도 채 감지 못한 채 즉사한 쥬드입니다.
당신과 눈이 마주친 이든의 눈동자가 흔들립니다.
이든 로웰:...하, 할배. 있잖아... 내가 그 어... 다 설명할 수 있어.
그게...
케네스 버크너:.......
무슨...
권총을 쥔 두 손이 바르르 떨리는 게 눈에 보입니다.
케네스 버크너:이게 무슨 일이냐.
아, 그런데, 설명을 할 시간이 있을까요.
어둑한 복도 너머로 총 성을 들은 좀비들의 무리가 복도 양쪽에서 당신과 이든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옵니다.
한 마리, 두 마리…
눈으로 어림잡아도 스무 마리 는 넘어 보여요.
교실 안으로 들어가려 고개를 돌렸지만 운동장 쪽 에서도 좀비들이 학교 건물로 달려오는 게 보입니다.
도망가긴 이미 늦었어요.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포기할까요?
그런데 돌연 이든이 당신의 손을 잡아끌고 캐비넛으로 달려가,
당 신을 캐비넛 안에 밀어 넣고 문을 잠급니다.
케네스 버크너:지금 뭐 하는-
당신은 뭐라 저항할 새 도 없이 이든에 의해 캐비넛에 갇혔습니다.
케네스 버크너:열어라. 이든!
문을 열려고 해보았지만 문손잡이에 빗자루를 끼웠는지 아무리 애를 써도 열리지 않습니다.
케네스 버크너:이든 로웰!
캐비넛에 가로로 작게 난 틈을 통해 슬프게 웃는 이든의 얼굴이 보입니다.
케네스 버크너:열라고 했어!
이든 로웰:하, 할배.
미안해.
그렇게 말한 이든이 꺼내드는 것은, 어제의 그 곰인형.
당신이 뭐 라 말을 할 찰나도 없이 어느새 복도를 가득 메운 좀비들 사이에 이든의 모습은 사라집니다.
케네스 버크너:뭘 하려고,
안 돼, 안 돼,
그리고, 좀비들의 외마디 비명소리들 사이에 노랫소리가 복도에 이질적으로 울려 퍼집니다.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동쪽 하늘에서도,
서쪽 하늘에서도
반짝반짝 작은 별…
노랫소리가 점점 멀어져가고, 좀비들이 소리를 따라서 일제히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입니다.
이제 복도에서 좀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요.
새벽의 캐비넛 안은 춥고 어둡습니다.
...
마트에서 인형을 챙길 때부터 이든은 좀비들을 소리로 유인할 작 정이었나 봅니다.
이든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 까,
저 멀리서 발소리가 들리고,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캐비넛의 문이 열리며,
당신 앞에는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이든이 서있습니다.
이든 로웰:할배.
기껏 갈아입었는데.
케네스 버크너:......
이든 로웰:다 젖어버렸다.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당신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는 이든을 바라보자,
당신의 머리에 이스트베일의 그 서재에서 보았던 문장이 스쳐지나갑니다.
[ 좀비는 감염자를 건드리지 않는다. ]
아, 이제 갑자기 이상하게 굴던 이든의 그 모든 행동이 이해되었습니다.
당신의 눈앞에 있는 이든은,
감염자입니다.
케네스 버크너:
SAN Roll
기준치:55/27/11
굴림:30
판정결과:보통 성공
허,
허허.
도대체 언제부터일까요?
이든은, 이제 곧 좀비로 변해버리는 것일까요?
혼란스러워하는 당신에게 이든은
몇 번 콜록대며 피를 토해 낸 후에 말합니다.
이든 로웰:최대한 마지막까진 비밀로 하고 싶었는데, 결국 이렇게 되어버리네. .
할배... 날 떠날 거야?
그래도... 돼.
케네스 버크너:언제부터냐.
언제부터였냐.
할애비가 널 안 본 게 죄구나.
말하래도.
아프면 얘기하래도...
이든 로웰:...
아, 직 말하면 안되는 거라...
가면서... 할 수 있는 것들 말해줄게
이든은 죽은 쥬드의 짐을 뒤져 식량과 약 등을 챙깁니다.
이젠 시체의 짐을 뒤지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잖아요?
그게 설 령 자신이 죽여버린 생존자라고 하더라도 말이에요.
케네스 버크너:(다가가서 눈이라도 감겨줄게요...)
학교를 빠져나오자 동이 트고 주위가 환해지고, 쭉 이어지던 아스 팔트 도로 대신 초원에 난 흙길이 보입니다
원래 도로였을 길 위에 자동차로 지나간 듯 풀들이 눌린 흔적이 있습니다.
정말로 캘버리에 가까워진 것 같아요.
길을 걸으며 한참을 말이 없던 이든은 마침내 입을 엽니다.
이든 로웰:할배. 쥬드를 죽인 건 어쩔 수 없었어.
내가 깼을 때 우리 짐을 뒤지고 있었거든.
....내가 감염자라는 걸 알고, 우리의 식량을 훔쳐 도망가려고 한거야.
내가 저지하려고 했는데....
할배한테 내가 감염자란 걸 말해버린다잖아.
...
케네스 버크너:(이제 와서 따져 봤자 의미도 없으니...가만히 듣고만 있습니다)
이든 로웰:그니까, 그니....까.
할배, 미안해.
근데, 아직 더 못말하겠어.
좀만 더 기다려줘.
나 할 게 있는데...
케네스 버크너:뭘 기다린단 말이냐.
이든은 당신에게 그저 기다려달라고만 말하면서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아요.
오늘 일이 아니었다면 당신에게 감염자라는 것을 끝까지 밝히지 않았겠죠.
케네스 버크너:왜 말을 못 하겠단 게야...
이든 로웰:있어.
그런게.
케네스 버크너:...
각자 다른 생각과 불안감을 품고, 당신과 이든은 계속해서 걸었습니다.
한참을 걸어 정오가 될 때쯤,
저 멀리 언덕 위로 십자가가 보 여요.
언덕을 오르니 작고 오래되어 보이는 교회가 나옵니다.
아까 본 십자가는 교회 지붕에 달린 것이었나 봅니다
가까이 가 보니 좀비들을 막기 위해 창문에 나무판자를 덧댄 흔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꽤나 오래 전의 것인지 먼지가 끼어 있어요.
이든은 지도를 들여다보다 당신에게 말합니다
이든 로웰:와, 곧 캘버리구나.
여기서 잠깐 쉬었다 가자.
케네스 버크너:...그래.
곧 도착하겠구나.
교회의 정문을 열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예배당 끝에 걸린 십자가입니다.
인기척이 하나 없는 예배당 안은 고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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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맨 앞에 짐을 풀고 이든은 당신에게 말합니다.
이든 로웰:할배, 나 지금 바쁠 것 같은데. 괜찮다면 안쪽 좀 돌아봐줄래?
케네스 버크너:...뭘 하려고 그러냐.
이든은 일기라고 했던 노트를 꺼냅니다.
이든 로웰:해야할 거.
케네스 버크너:......뭔지 얘기해 줄 생각도 않고.
할아비가 그리 못미덥더냐.
이든 로웰:할배, 문제가 아냐.
내가 해야할 걸 하는거지.
시간이 더 필요해.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줘.
케네스 버크너:그게 감염된 것도 감춰야 했을 정도로 중요했니?
이든 로웰:....
응.
어쩔 수 없었어.
케네스 버크너:얘야,
정 그러면 하나만 기억해다오.
지금 할애비한테는 네가 전부야.
너를 믿지만...
이든 로웰:나도, 할배가 없으면 안돼...
그러니까. 내가...
으! 빨리 가~ 나 일해야 해!
케네스 버크너:다 늙은 사람보고 무슨,
(마지못해 자리를 뜨지만 몇 걸음 걷지 못하고 계속 뒤를 돌아봅니다)
뒤를 돌아보면
코에서 나오는 피를 한팔로 막은 채 일기를 써내려가는 이든이 보입니다.
케네스 버크너:(천천히 단상 앞으로 가봅니다)
나무로 된 단상은 가슴께까지 오는 높이입니다.
오랫동안 사용하 지 않아 먼지가 쌓인 단상 위에는 성경이 놓여있습니다
먼지를 걷어내고 성경을 들어 올리자 사이에 펜이 끼워져있습니다.
펜을 따라 성경을 펼치자, 마지막으로 예배를 드렸을 때 사용했을 구절에 밑줄이 쳐져 있습니다.
당신은 이 문장으로 이 교회에서 마지막으로 드린 예배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멸망이 도래했으니 구원을 바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네요.
케네스 버크너:(당시 상황이 쉽게 짐작이 갑니다. 자기도 모르게 소리내어 읽고 있어요)
이제 어디로 가시겠어요?
케네스 버크너:(십자가 앞으로...)
예배당 중앙에 걸린 십자가입니다.
높고 까마득해요.
십자가에 손 을 대어보니 어라, 뭔가 절그럭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십자가의 뒷 면에 손을 넣어보니 차갑고 울퉁불퉁한 감촉들이 느껴지는 게…
열 쇠 묶음입니다.
교회의 열쇠들을 여기에 두었나 보네요.
케네스 버크너:(챙깁니다. 이든은 지금도 일기 쓰나요...?)
네 쉬지 않고 쓰고 있습니다.
전에 쥬드가 말한 대로 쉬지 않고 계속 말이죠.
케네스 버크너:(계단 쪽으로 가봅니다)
좁은 나선계단입니다.
위층의 다락방으로 향하나 봅니다
계단이 시작되는 곳에는 [ 기도실 ] 이라는 팻말이 있습니다.
케네스 버크너:(문고리를 당겨봅니다)
데 문이 안에서 잠긴 건지, 잘 열리지 않습니다.
케네스 버크너:(열쇠로 열고 들여다봅니다)
당신은 아까 얻은 열쇠들을 하나하나 끼워 맞춰보았습니다.
몇 번 의 시도 끝에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엄청난 악취가 느껴집니다.
당신은 이 악취가 슬프게도 익숙합니다.
지독하게도 맡 아온, 시체가 썩는 냄새입니다.
케네스 버크너:
SAN Roll
기준치:55/27/11
굴림:69
판정결과:실패
당신은 눈살을 찌푸리고 소매로 입을 틀어막은 후 어둑한 기도실 안을 돌아보았습니다.
좁은 기도실 안을 열 명 정도 되는 사람들,
아니, 이제는 썩어 백골이 되어가는.
시체들이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시체들의 정 중앙에는 그들이 마지막으로 피워낸 향로가 보입니다.
아마도 이 사람들은 교회에서 삶을 이어가다, 마지막 예배를 드 리고 이곳에서 단체로 생을 마감했나 봅니다.
자신들이 믿는 신에게 구원을 바라면서 말이에요.
그들의 마지막 기도대로, 그들의 영혼은 구원받았을까요?
케네스 버크너:(잠시 묵념한 뒤 문을 닫고 돌아나옵니다.)
(멀찍이서 이든을 보며 돌아다니다 피아노 쪽으로 걸음을 옮겨요)
뚜껑이 닫힌 그랜드 피아노 한 대가 놓여있습니다.
피아노 위엔 사람들이 사용했을 찬미가와 달력이 놓여있습니다.
날짜마다 엑스표 가 쳐진 달력은 지금으로부터 일 년 전의 것입니다
달력을 넘기자 달마다 교회의 중요 행사들이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좀비사태가 터 진 이후부턴 각 날짜칸마다는 엑스 표시가 쳐져 있는 게,
마치 이 교회 안에서 생존한 일수를 센 것 같습니다.
엑스 표시가 끊긴 날짜 는 xx월 xx일, 좀비사태가 일어나고 대략 한 달 후입니다.
이 칸은 엑스 표시 대신 동그라미가 쳐져 있네요.
케네스 버크너:(한 달...)
펜이 끄적이던 소리가 어느 순간 멈췄습니다.
이든 로웰:다...했다.
한참을 제 일에 열중하던 이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당신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눈과 코, 입에는 여전히 피딱지가 있지만요.
그럼에도 상관없다는 듯이
미소를 보입니다.
케네스 버크너:....
피를 많이 흘렸다, 얘야.
이든 로웰:나, 다 끝냈으니까. 이제 끝 맞지?
어? 아.
(셔츠 깃으로 얼굴을 닦습니다.)
으응.
케네스 버크너: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게냐.
이든은 성당 안쪽에 있던 당신에게 다가섭니다.
그러고는 꽉 안아주네요.
이든 로웰:이제 말해도 된대.
더이상 안써도 된대.
케네스 버크너:'말해도 된대'?
누구냐.
누가 그런 걸 시켰어,
이든 로웰:꿈에 나타난 남자가.
치료제를 만드는 법을 알려준댔어.
처음에는 안하려고 했는데...
케네스 버크너:(듣고 있어요)
이든 로웰:내가 안하면 할배를 시킨대잖아.
그래서 내가 하기로 했어.
케네스 버크너:왜 그랬냐.
이든 로웰:혼자 남는 게 싫었으니까.
내 욕심이었어.
할배라면...
이후에 버텨줄 거 같았어.
케네스 버크너:이 늙은이 목숨이 뭐가 중요하다고,
왜 네가 그런 일을 떠맡아서는,
네가 잘못되면, 난,
할애비는 어떻게 살란 말이냐.
어떻게 버티란 말이냐.
이든 로웰:...미안해.
그치만...
할배, 나중에...
날 고쳐주러 오면 되잖아.
이제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케네스 버크너:......
이든 로웰:계약을 하고 100시간의 카운트다운을 맞춰 놨어.
이제 16시간이 남았네.
캘버리까지는 하룻밤만 걸어가면 될 거야.
최대한
빨리 가고 싶지만 내가 조금만 쉬어야 할 거 같아서…
해가 지면... 출발하자
케네스 버크너:...고생했다.
피곤했겠구나,
가려면 쉬어 둬야지.
그래야지...
이든 로웰:며칠...동안 밤을 샜거든....
이거 너무 많으니까...
하암...
이든은 꾸벅꾸벅 졸더니 이내 머리를 기둥에 기대곤 앉아버립니다.
이든 로웰:할...배,
잘 자라고... 말해줘...
케네스 버크너:...
잘 자거라.
좋은 꿈 꿔야지.
이든 로웰:헤헤...
응...
당신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이든은 눈을 감고 기절하듯 잠에 빠졌습니다.
예배당 안은 고요하고, 공기 중에 부유하는 먼지들이 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창틈 사이로 비치는 오후의 나른한 햇빛에 의해 십자가의 그림자가 예배당에 길게 깔리면서,
십자가의 음영은 공교 롭게도 잠든 이든을 가로지르네요.
잘 자라는 당신의 인사 때문일까요, 아니면 마침내 노트를 완성해 서일까요.
때 묻은 노트를 껴안고 바닥에 웅크려서 곤히 잠든 이든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평온해보입니다.
당신은 그런 이든을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케네스 버크너:(옆에 꿇어앉습니다)...아버지.
저를...버리지 마소서. 제게서 멀리 계시지 마소서.
저의, 구원이시여.
당신과 이든이 함께 할 수 있는 남은 시간은 앞으로 16시간.
내일 당신이 잠이 들 땐 이든 없이 혼자 잠들어야 하겠죠.
당신은 언제 나처럼 잠든 이든의 옆에 누웠습니다.
눈을 감았다 뜨면 이 모든 것 이 꿈이기를 바라면서요.
언제 잠이 든 걸까요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당신을 내려다보는 이든입니다.
이든 로웰:할배, 잘 잤어?
해가 지는 시간인지 아직 잠이 덜 깨 흐릿한 시야에 보이는 주변은 온통 붉은 빛으로 일렁입니다.
이든 로웰:진짜 마지막이네...
출발, 해야해.
케네스 버크너:...그런 소리 하는 거 아니야.
이든 로웰:...미안
할배.
손 잡아줄래?
케네스 버크너:(가만히 손을 내밀어요)
이든은 당신의 손을 꼭 잡고
마지막 여정을 위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눈시울마저도 붉게 보이는 것은 노을 탓일까요.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밤이 되고, 별이 하나둘씩 떠오릅니다.
자동차나 건물의 불빛도, 공장의 매연도 없는 밤하늘은 맑고 선명합니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올려다보면 쏟아질 듯한 별들로 가득한 밤하늘은 매우 아름다워요.
안전지대가 정말로 가까워졌는지, 이따금 지나치는 표지판들은 캘버리 교도소로 향하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둘은 언제나처럼 한참을 걸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손목시계를 들여다 본 이든은 당신에게 말합니다.
이든 로웰:할배, 저길 봐.
도착했어.
케네스 버크너:...안전지대로구나.
고개를 들자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선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있고,
그 반대편으로는 캘버리 교도소, 당신들의 목적지인 안전지대가 보입니다.
이 긴긴 여정의 끝이 보입니다.
이미지
작게만 보이던 캘버리는 이 제 꽤나 시야에 가까워졌습니다.
이든 로웰:...한 시간 정도... 남은 건가?
아슬아슬하지만 시간에 맞춰서 도착했네. 다행이다...
아침 해. 뜨는 걸 보고 싶었어.
할배, 괜찮아?
케네스 버크너:할애비는 걱정 마라.
누구한테 걱정을 듣는지, 원.
당신과 인든은 주변의 적당한 곳에 손을 잡고 서로에게 기대어 앉 아 지평선을 바라보았습니다.
맞잡은 이든의 손은 이제 인간의 것이 아닌 것처럼 차갑게 느껴져,
당신은 이든의 손을 더욱 힘주어 잡았습니다.
저 먼 초원의 지평선 너머로 밤의 장막이 서서히 걷히며 해 가 뜨고,
주변이 차츰 따듯한 빛으로 물들어갑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손을 잡고 동이 트는 것을 오래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이 순간이 영원하다면 바랄 것이 없겠어요.
하지만 시간은 야속하게도 흐르고,
동이 튼 주변이 환합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0분 남짓.
이든은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당신에게 노트를 건네줍니다.
이든 로웰:열심히 썼어... 가져가, 할배.
케네스 버크너:(떨리는 손으로 받아듭니다)
노트를 건네 받고
이든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잔뜩 미련이 남은, 찡끄린 얼굴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이든 로웰:나, 진짜.
열심히 했다...?
나, 사실...
더 살고 싶었다?
케네스 버크너:그래,
이든 로웰:그... 근데...
이제는 안된대...
케네스 버크너:기다려라,
조금만 기다려,
이든 로웰:나, 너무 무서워.
케네스 버크너:할아비가 어떻게든 할 게야.
이든 로웰:흑...흐흑...
케네스 버크너:무서워 마라. 괜찮을 게야,
어떻게든 내가,
...
미안하다,
더 일찍 알았어야 하는데,
이든 로웰:흑... 흐윽...
내가... 쥬드, 죽여서... 미안해...
혼자, 남겨놔서...
미안해...
근데, 나 너무 나쁜 사람이지만...
케네스 버크너:왜, 왜 혼자냐, 네가 있는데,
이든 로웰:정말, 미안하지만...
내, 내가... 할배보다 먼저...
갈 수 있어서... 싫지는 않아...
나, 꼭...
찾아줘야해.
케네스 버크너:찾아 주마,
오래 살아야지,
지금보다 더 커서 또 놀러 와야 하지 않겠냐,
이든 로웰:...으....응...
그, 그렇지.
우리 또, 말 타자.
케네스 버크너:빨리 나아서 못난 할아비 또 보러 와야지.
이든 로웰:또 바베큐 먹고.
또.... 또 장, 작도 패고
별도... 보고
케네스 버크너:전부 다 해야지.
이든 로웰:전부, 해, 야지...
전, 부... 헤헤...
할배...
손목시계... 내가 한 거.
줄게...
그러니까, 할배 로켓이랑 바꾸자.
케네스 버크너:왜 어디 갈 사람처럼 말해,
......
이든 로웰:계속 갖고 있을게.
케네스 버크너:(말없이 빼내어 목에 걸어줍니다)
이든 로웰:헤, 헤...
(로켓을 몇 번 만지작거립니다.)
고마워.
이든 역시 제 물건을 건네줍니다.
케네스 버크너:(시계판 유리를 만지작거립니다)
이제 시간이 남지 않았습니다.
이든은 당신의 등을 떠밀며 안전지대로 손가락을 가리킵니다.
이든 로웰:빨리 가.
나, 나는 멀리... 갈게.
여기 있으면 안되잖아.
케네스 버크너:버리라니,
그렇겐 못 한다.
이든 로웰:할배애.
나, 진짜.
얼마 안남았는데...
이든이 뒷걸음을 치며 말합니다.
이든 로웰:진짜, 안... 돼.
케네스 버크너:너를 어떻게,
멀리 가버리면,
어떻게 찾는단 말이야.
이든 로웰:로켓...있잖아.
내가 좀비가 되어도.
목에는 로켓... 있으니까.
이걸 보고...
날 찾아...
케네스 버크너:네가 무사할지 어떻게 알고,
하나뿐인 손녀를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구나.
이든 로웰:...
할배도 죽어.
가까이 오면 안된다고
내가 말했잖아.
난 날 제어 못할거야.
수많은 감염자처럼.
이든 로웰:똑같아져버릴거야.
그러면... 내가 이걸 쓴 보람도.
없어질테고...
그걸 원해?
할배...?
정말로?
이든 로웰:(말이 떨리면서 입술을 꽉 뭅니다.)
케네스 버크너:.....
조심해야 한다.
꼭,
꼭 살아남거라.
사람들 눈에 띄지 말고,
그저 어디 조용히 있다가,
케네스 버크너:할애비가 찾으러 올 때까지,
들키지 말고,
기다리거라.
어디 다치지 말고,
우리 아가, 발은 빠르니까,
잡히지도 않을 거라고 믿는다.
케네스 버크너:누군지 몰라도 이런 험한 일 시킨 놈도 혼내 주고 오마.
이든 로웰:흐흐... 그래야, 우리 할배지.
나 버크너 농장에서... 가장 빠르니까...
안, 잡힐게.
빨리 달릴게.
누구보다
빨리 뛰어나갈게.
이든 로웰:그러니까.
잘 쫒아와.
내가, 너무 빨리 뛰어서...
그래서...
못 쫒아오면...
안되니까.
케네스 버크너:말 타고 쫓아가마.
이든 로웰:으...응...
케네스 버크너:얘야,
사랑한다.
이든 로웰:나도,
사랑해. 할배.
다음에, 봐.
케네스 버크너:살아만 있으면,
구하러 가마.
...
다음에 보자꾸나.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이든은 달려나갑니다.
저멀리...
잡히지 않을만큼 빠르게.
언젠가 또 볼 날을 고대하며...
이든의 모습이 점점 뿌옇게 흐려집니다.
뿌옇게 시야를 가리는 것은 차오르는 눈물이겠지요.
당신은 점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 그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당신의 신은 당신을 도와주었을까요.
모를 일입니다.
당신은 숨을 몰아쉬며 눈앞의 까마득히 높은 콘크리트 벽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사람들의 말소 리가 들려옵니다.
잠시 후 높은 철문이 당신 앞에서 열리는 순간,
등 뒤에서 타앙, 하고 가슴을 찢는 날카로운 총성이 들려옵니다.
당신이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쿵, 하고 문이 닫히고..
비로소 당신은 안전지대에 도달했습니다.
수많은 생존자들이 당신을 반겼지만 당신 곁에 이든은 없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한 것이 좀비 사태 이후 처음이건만,
당신은 그 어느 때에도 느낀 적 없는, 사무치는 외로움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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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빠르게 흘러 당신이 안전지대에 합류하고 수 주가 지났습니다.
연합정부는 노트의 내용이 치료제를 만드는 공식이라는 것을 처음엔 믿지 않았지만 몇몇 학자들이 이 공식을 본 후 가능성이 있 다고 판단했고
오늘, 처음으로 노트의 공식을 사용한 실험에 들어간 다고 합니다.
치료제의 이름은 노트의 작성자인 이든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하네요.
그 과정 동안 수십 개의 사본이 만들어지고 오늘에야 비로소 당신의 손에 노트의 원본이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겨를이 없어서 펼쳐보지도 못했던 노트는 여러 사람들의 손을 타 처음보다 더욱 낡고 너덜거립니다.
당신은 이제야 이든이 남긴 노트를 펼쳐보았습니다.
한 장, 한 장 노트를 넘기면 당신이 알아볼 수 있는 모국어로 적 힌 것 외에도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만드는 공식이 빼곡하게 적혀있습니다.
당신은 노트를 빠르게 넘겨 마지막 장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노트의 맨 마지막장에 적힌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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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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