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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너와 내가 가장 바라던,
그러나 오직 너만이 선택할 수 있는 이야기
<음악실의 유령>
GM 개피 / PL 건물주
KPC 백도하 / PC 진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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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이익-
코드를 꽂아두었던 유리 티포트의 주둥이에서 수증기 빠지는 소리가 납니다.
월요일 오전 6시 50분.
학교에 가기 위해 당신은 평소와 같이 몸단정을 하고 식탁에 앉습니다.
유리 티포트를 들어 안에 있던 커피를 잔에 따르니, 진한 원두향이 코로 스며듭니다.
나쁘지 않은 아침이네요.
빵 한조각을 입에 물고 당신은 TV를 켭니다.
TV에서 보이는 아나운서의 표정이 짐짓 심각해보이네요.
TV볼륨이 작아 정확히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들리지 않습니다.
진수련:(빵을 우물거리며 TV 화면을 봅니다. 소리가 왜 이렇게 작지? 미간을 살짝 찌뿌리고 집중해봅니다.)
네, 가능합니다.
진수련, 듣기판정
꽤나 작은 탓인지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어젯밤 리모콘을 어디에 뒀던가요...?
진수련 관찰판정
소파 팔걸이 아래 나동그라져 있는 리모콘을 발견합니다.
진수련:(리모콘을 주워들고 tv의 볼륨을 높여봅니다)
당신이 볼륨을 올리자, 아나운서의 말이 제대로 들리기 시작합니다.
아나운서:한 달 전 A시에서 시작된 유행성 전염병이 전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정형화된 톤의 아나운서 멘트가 마무리 되면 화면이 뒤바뀌며 블러처리된 대형 병원들의 외관이 연이어 흘러나옵니다.
이번 전염병에 감염되면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피부가 트는 등 사람에 따라 각종 면역력 결핍 증상을 보이지만,
대표적인 증상은 서서히 고열에 시달리기 시작하다 깊은 잠에 빠져드는 것이라는 기자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진수련, 지능판정
전세계를 강타한 이번 유행성 전염병의 병명이 아직까지 공식 발표되지 않았음을 떠올립니다.
증상이라 부를 것도 각기 다 다른 것이어서, 그나마 공통적인 증세라고는 고열을 앓게된다는 점 말고는 밝혀지지 않았다니까요.
환자들은 해열제 섭취시 효과를 보였지만 일시적인 호전세를 보인뒤 다시 펄펄 끓는 열병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항간에서는 유행성 독감이라고도 부르는 것 같던데….
참 기묘한 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나운서:이것으로 특별방송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진수련:흠ㅡ... 유행병이라. (난리났네, 정도 감상을 떠올리고 식사를 마무리합니다. 남은 빵에 버터를 발라 입에 털어넣고 커피와 함께 삼켜요.)
당신이 현관문을 밀고 나가려는 순간,
가슴에 붙어있던 교복명찰이 뚝, 하고 떨어집니다.
진수련:(음? 고정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던 걸까요. 조금 성가셔하며 줍습니다.)
연결되어있던 옷핀이 휘어져있습니다.
진수련:(현관 앞에 멈춰 서서 명찰이 떨어진 가슴팍에 다시 고정해봅니다.)
고치기 전까지는 다시 끼기 힘들어보이네요.
다시금 덜렁거립니다.
진수련:하아.. 귀찮게 됐네. (미간을 찌뿌리며 도로 떼어냅니다.)
주머니에 넣겠어요?
진수련:(달리 넣을 곳이 없으니.. 교복 앞 주머니에 넣겠습니다.)
주머니에 명찰을 넣고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갑니다.
언제나와같이 같은번호의 버스를 탑니다.
삑-
당신이 자리에 앉자 버스가 출발합니다.
차체의 라디오에서 고즈넉한 클래식 곡이 연주되어 흘러나오네요.
당신도 들어봤던 곡입니다. 과거에는 쳐보기도 했고요...
그런데... 왜일까요...
진수련, 정신력판정
맑은 하늘에 가벼운 공기.
여유로운 아침을 만끽하며 잠시나마 붕 떠있던 기분이 노골적으로 가라앉습니다.
피아노를 그만둔 뒤로 건반에 더 손을 댄 적은 없어도 곡을 듣는 것까지 거북했던 적은 없는데….
SANc 0/1
이미 한 번 음악에 대한 의지를 저버린 탓인지 청각과 마음이 전같지 않습니다.
방금 느꼈던 메스꺼움도 그만둬버린 음악에 대한 내면의 적개심일까요.
아니면 미련일까요.
넓지도 좁지도 않은 시멘트 길의 인도를 따라, 같은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등교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후텁지근한 공기가 씁쓸한 입맛을 돋굽니다. 여름이니까요.
진수련:(유난히 불쾌한 기분에 눈을 지긋이 감았다 뜹니다. 성가신 일이 많은 아침이네. 그렇지만 티를 낼 수는 없습니다. 누가 안부라도 묻는다면... 성가신 하루의 정점을 찍을 것만 같은 기분이에요. 기분을 추스려봅니다.)
그렇게 마음을 추스르면서 학교의 정문을 밟습니다.
*
3학년 A반, 교실 뒷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빈 책상에 앉아 책가방을 내려둔 뒤 교실을 쭉 둘러봅니다.
한달전부터 시작된 유행성 질병으로 인해 텅텅 비어있어야 할 책걸상에 모르는 아이들이 앉아있습니다.
아이들은 분명 본 적 없거나… 아니면 복도에서 한 번쯤 보았던 얼굴입니다.
진수련:(반이 바뀐건가? 생각합니다. 앉아있는 학생 중 하나에게 다가가 물어봅니다.) 저기, 너 다른 반 애 아냐?
C반 아이:아, 너 A반 애야? 오늘부터 우리반이랑 너네반이랑 합반 수업한댔어. 그래서 아침부터 책걸상 옮겼는데.
진수련:아.. 그래? 고마워. (잠시 생각합니다.) ..그 유행병 때문에 그런건가? 들은거 있어?
C반 아이:응 맞아. 요즘 애들 전부 열난다고 병결 장난 아니잖아. 유독 결석생 많은 반은 오늘부터 이렇게 묶어서 수업 할 건가봐.
진수련:아, C반 선생님~ 에휴 차라리 다른 반 선생님이 나은데. 한동안 귀찮겠다. (히죽 웃으며 말합니다. 사실 말만 이렇게 할 뿐, 무섭다고 생각하는 선생님은 없는 편입니다. 적응해야겠죠.)
수련이 자리에 앉자, C반 선생님이 앞문을 열고 들어와 출석부로 책상을 두어번 내리칩니다.
선생님:거, 빨리빨리 앉아라.
진수련:(알려줘서 고마워, C반 아이에게 적당히 인사하고 자리로 돌아가 앉습니다.)
선생님:그럼 출석을 체크하겠다.
앞에서부터 천천히 출석을 체크하기 시작합니다.
당신이 한숨을 작게 쉬려고 할 때,
진수련 관찰 판정
…휙. 커튼 너머로 휘몰아치던 바람이 뺨을 긋고 지나갑니다.
어찌나 미지근하고 달짝지근한지 갈증이 다 날 정도네요.
선생님:34번 진수련
진수련:네. (이름 듣고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선생님:그래, 진수련 있고... 다음 35번!
이어지는 출석체크가 마무리 되고 C반 선생님이 칠판에 글씨를 쓰며 말합니다.
선생님:아까도 말했지만 뒤늦게 등교해 듣지 못한 사람이 있을테니 다시 한 번 공지한다.
성황리에 황당한 공지를 일단락한 임시 담임 선생님이 안내를 끝마친 직후 교실 앞문 너머로 사라집니다.
몇몇 아이들의 얼굴에 불만의 기색이 내비쳐지는 한편, 원래 알던 사이인지 옆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아이들도 눈에 띕니다.
바뀐 임시 시간표에 따르면 1교시는 수학이라고 하네요.
진수련:(역시 유행병 탓이 맞았나보네. 생각하면서 수학 교과서를 서랍에서 꺼냅니다.)
3학년 A반이라고 써있는 교과서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뒤에 쓰인 이름은 당신의 이름입니다.
진수련:(A반... 분명 음악반을 선택하긴 했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미술쪽을 택할 걸 그랬나? 그쪽도 자신 없진 않으니까. 생각을 흘리며 교과서에 적인 이름을 바라봅니다.)
곧 종이 칩니다. 오늘 하루도 어떻게 돌아갈진 알 수 없지만, 힘내볼 수밖에요.
*
점심을 해결하고 교실로 돌아와 바뀐 시간표를 재차 확인하면, 5교시는 음악 수업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교실 칠판에 노란색 분필로 작성된 커다란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5교시 음악이래~! 교과서 챙겨서 음악실로 이동할 것!>
하필이면 음악 수업이라니… 내키지 않습니다.
진수련:(그런 생각 한지 얼마나 됐다고... 조금 어이가 없기도 해 쓴웃음을 흘리면서 음악 교과서를 꺼냅니다. ..가야만 할까요?)
음악책을 손에 쥐니 느껴지는 사용감이 영 낯익지 못합니다.
진수련:(그다지 들춰보지 않아서일까 생각합니다. 피아노를 그만두고 나선 부러 음악과 관련된 모든 것을 무시하며 지냈으니까요.)
복도를 지나다가 뛰어가던 어떤 아이에 의해 책이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C반 다른 아이:아! 미안!
진수련 관찰 판정
교과서를 뒤집어 살핀 당신은 책 모서리에 적혀 있는 낯선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잉크가 번져있어 이름을 제외한 성씨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수련:(대충 사과나 툭 던지고 가네.. 달려가는 학생을 향해 공격적인 생각을 하다 책에 적힌 이름을 봅니다.)
3학년 C반 백...
백...?
명확한 정보라고는 교과서의 주인이 C반의 학생이라는 점 뿐입니다.
오늘부터 전체 합반 수업을 진행한다고 했으니, 이 교과서의 주인도 5교시의 음악실에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음, 어떡하실래요?
진수련:(어떻게 남의 교과서가 내 서랍에..? 어쩐지 이상하다 싶긴 했는데. 의구심은 들지만 일단 책을 주워들고 음악실로 향해보기로 합니다. 여차하면 쨀까도 생각했는데.. 이러면 갈 수 밖에 없네요. 혀를 찹니다.)
수업 시작 종울림을 목전에 둔 시간인지라 복도는 한적하기만 합니다.
주욱 시원하게 뻗은 복도 창 너머로 초록이 우거지고 청음이 기승을 부립니다.
여름이 불시에 목구멍에 들이닥친 듯한 기분.
그 막연함을 가르고 어디선가 나지막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옵니다.
진수련 듣기판정
끊길듯 가냘픈 소리는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연주를 재개합니다.
당연하게도 저 복도 끝에 자리하고 있는 음악실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울러 더 듣고 말고 판단할 것도 없이 피아노가 연주되어 흘러나오는 소리임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이라면 더더욱 그럴 거예요.
아침에 들었던 곡소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속이 메스껍거나 신경이 날카로워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일까요? 과거에 당신이 꽤 좋아하던 곡이었기 때문일까요?
마치 태엽을 감듯 부드럽고 유연한 악상이 여운처럼 귓전을 맴돕니다.
흡사 굳어버린 고목나무처럼 못 박힌 듯 서서, 이어지는 곡조를 관청하다 보면…
꼭 본능처럼 되새겨지는 감상이랄 것이 남는 법입니다.
진수련, 지능 판정
…순간 가슴이 뛰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곡의 완성도가 훌륭하기 때문일까요?
상대는 템포와 리듬감 할 것 없이 악상의 표현이나 곡의 이해도 또한 뛰어난 편입니다.
연주자는… 고등학생이 아니지 않을까요?
당신이 알기로 이 학교에 이만큼이나 피아노를 잘 치는 학생은 없었습니다.
어쩌면 먼저 도착한 음악 선생님일지도 몰라요.
진수련:(잠시 멈춰 서서 그저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가.. 홀린 듯이 음악실로 다가가봅니다. 대체 누구지? 누가 이렇게까지..)
당신이 음악실로 다가가 문을 열려고 하자,
동시에 점심을 해결하고 뒤늦게 몰려온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옵니다.
피아노 연주는 당연하게도 끊긴지 오래입니다.
아이들의 무리에 섞인 모양인지 연주자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습니다.
대신, 음악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습니다.
C반 아이:근데 누가 피아노 연주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
C반 다른 아이:그러게? 아니면 그거 아냐? 이 학교 원래 음악실에 귀신 나온대.
C반 아이:뭔 소리야… 너 귀신 같은 거 믿냐?
C반 다른 아이:너야말로 못 들었어? 요즘 애들 없는 시간에 간간이 5층 음악실에서 피아노 연주 소리 난다는 거…
C반 아이:아, 헛소리 그만하고 앉아. 벌건 대낮부터 웬 귀신 얘기.
C반 다른 아이:진짜라니까?
자꾸만 아까의 피아노 소리가 신경쓰입니다.
선생님도 아닌 모양인데,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였을까요?
그 전에 왜 이런 걸 생각하고 있는 거지….
정말 귀신이었나? 됐고, 신경 끄자.
그런데도 신경이 쓰입니다.
진수련:(귀신이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하지만 아무튼, 계속 피아노 연주가 반복되고 있다는 소리네요.)
*
때마침 수업 종이 울립니다.
마흔 명에 육박하는 아이들이 왁자지껄 음악실을 서성이다 각자 자리를 찾아 착석합니다.
당신 또한 적당히 빈 자리에 몸을 앉히고 선생님을 기다리다보면…
톡톡.
누군가 어깨를 두드립니다.
진수련:응? (뒤돌아봅니다)
고개를 돌려 확인하면 한번도 보지 못한 학생입니다.
벚꽃을 닮은 머리카락색에 진한 은회색 눈동자. 가슴에는 백도하, 라고 쓰여진 명찰을 달고 있습니다.
백도하:너, 이름. 진수련 맞지? (담담하게 물어봅니다.)
진수련:..맞는데. 너는.. 도하? 나를 어떻게 알아? (명찰을 살피며 물어요. 백도하..)
백도하:(책 한 권을 건네줍니다. 책에는 당신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애들한테 물어봤어.
진수련:(무슨 책이지? 받아서 살펴봐요)
잃어버렸던 음악책입니다.
진수련:(아, 그렇다는 건..) 혹시, 이거 네 책이야? (들고 온 음악책을 건넵니다.)
백도하:(그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응.
진수련:이게 어떻게 바뀌었대. (피식 웃습니다. 도하의 말에 눈을 굴려 도하를 봐요.) 응. 뭐, 좋을대로 해.
백도하:고마워. (담백하게 응하며, 자리에 앉습니다. 옆에 있으면 은은하게 복숭아향이 나는 것 같네요.)
진수련:(왜 갑자기 옆자리에 앉겠다는 거지.. 나를 아는 건 둘째치고 뭐 켕기는거라도 있나. 생각합니다.)
백도하:(도하는 더이상 당신을 보지 않고 음악책을 정리하고 교탁을 바라봅니다.)
진수련, 지능판정
문득 헛헛한 당신의 셔츠 옷감을 떠올립니다.
명찰도 없는데 용케도 알아봤다 생각이 듭니다.
진수련:(생각해보니.. 명찰도 없는데. 교복 앞섶 주머니에 손을 얹어봅니다. 대충 나를 아는 애는 많으니까 잘 얻어걸린 걸까요? 도하의 얼굴을 옆눈으로 흘겨봅니다.)
(To GM): ...진수련, 처음 만났을 때처럼 그런 눈으로 보네.
진수련:..너는 몇 반이야? 우리 반은 아니었지?
백도하:(흘긋 수련을 보며) C반. 전학 온 지 얼마 안 되서 잘 모를 거야.
진수련:아, 전학생이야? 어쩐지~ 모르는 얼굴이다 싶긴 했는데. (잠시 입을 다물다,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합니다) ..근데 교과서는 어떻게 바뀐거지? 수업 겹칠 일도 없었을텐데.
백도하:(턱을 괸 채 약간 웃긴 소릴 들었다는 얼굴로) 오늘 아침 책걸상 바꿨잖아. 그때 바뀐 거겠지.
진수련:뭐 그럴 수도 있으려나. 진실은 너만 알고 있겠다. 그치? 준비되면 말해주고. (팔짱을 끼곤 기정 사실처럼 뻔뻔하게 말해요)
백도하:(짧게 눈으로 수련의 얼굴을 훑어보곤) 그래. 그렇다면야.
*
점심시간 종료 이후, 선생님이 음악실에 등판함과 동시에 수업이 시작됩니다.
점심 식사 직후인지라 어마어마한 식곤증이 밀려옵니다.
벌써부터 꾸벅꾸벅 조는 등 시동을 걸고 있는 아이들의 수도 만만치 않습니다.
선생님:자, 오늘 78p 바로크 시대 작곡가 파트 진도 나갈 차례지?
이제나 저제나 78p를 펼치기 위해 교과서 페이지를 넘기던 당신은...
어라? 60p쯤에서 전에 본 적 없던 작곡가의 이름을 발견합니다.
소제목은 'A에 대하여'. 원래 음악책에 이런 내용이 실려 있었던가요?
A라는 작곡가가 존재했던가요?
과거에 나름 오래간 피아노를 전공했던 자신이 교과서에 실릴 만큼 이름난 작곡가를 모를리 없는데…
왠지 모를 위화감이 듭니다.
SANc 0/1
손 놓고 지내는 동안 큰 이슈라도 있던걸까?
교과서를 자세히 읽을 수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발견되었다는 A의 곡에 대한 기사 내용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진수련 관찰 판정
박스 하단에 작은 글씨로 새겨진 메모를 추가로 발견합니다.
흐려서 잘 안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형태가 무척 조악했으며 세월에 바래 누렇게 떠있었다 적혀있습니다.
달리 흥미로운 내용은 아닙니다.
아마 작곡가 A의 자필 사인이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진수련:(정말 기억에 없는 작곡가네요. 자세히 읽어봐도 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도둑 엔딩이라니 별 대단한 내용도 아닙니다.
악보 원본이 공개된 것도 아닌 모양인데 별 게 다 교과서에 실리는군요.
그 두 곡을 제외하곤 여지껏 악보랄게 발견되지도 않았던 무명 작곡가가 어떻게 교과서까지 신출귀몰 했는지 의문입니다.
진수련:(괜히 교과서 편찬사 이름을 뒤적여 찾아봅니다. 이 A라는 작곡가랑 관련된 곳에서 뭐라도 받아먹은거 아니야?)
도하는 음악책을 보더니 제 공책에 작게 글을 써 보여줍니다.
백도하:[A? 몇 년 전 음악잡지에 실린 것밖에 몰라. 이 사람 교과서에도 나오네.]
진수련:(잡지.. 잡지 등판 정도면 진짜 그렇게 유명한 작곡가는 아닌가본데. 생각합니다. ..조금 마음을 놓았던 것도 같아요.)
백도하:[음악 좋아하니까.]
진수련:(적힌 글을 잠시 지긋이 봅니다)
백도하:[피아노.]
(To GM): 지금의 너는 음악을, 피아노를 좋아하니?
진수련:(피아노. 펜을 잡은 손을 몇번 움직거리다가 거두어 제 책상 쪽으로 내려놓습니다. 고개를 돌려 칠판쪽을 바라봐요. 그 옆에 놓인 피아노.)
백도하:(그말에 눈으로 수련을 바라보다) [그렇구나. 알겠어.] (란 말을 작게 남기고 칠판을 바라봅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음악실의 온도가 한껏 올라갑니다. 에어컨이 망가진걸까요.... 꽤나 덥습니다.
도하의 말랑한 목덜미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에 시선이 갔다가도 쉬이 흩어집니다.
바깥에서는 매미가 울고 풀벌레가 나무를 깁니다.
방충망에 달라붙어 있던 나비 하나가 창틀을 타고 오르다 이내 나뭇잎 너머로 자취를 감춥니다.
이 또한 여름이네요.
*
어떻게 하루가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은 염증이 날만큼 물러 터졌는데 시간은 너무나도 착실히 흐릅니다.
집에 갈 준비를 서두르며 종례를 맞이하고 있는데…
선생님:진수련이.
담임 선생님이 갑작스레 당신의 이름을 호명합니다.
진수련:네? (선생님의 부름에 대답을 하며 바라봐요)
선생님:하... 이것 참. 임시출석부가 음악실에 있는 거 같은데 가져오지 않을래? 하필 두 반 다 반장이 결석해서 말이지... (뒷말을 흘립니다.) 적당히 가져와서 교무실에 두고 집에 가라. 여기. 음악실 열쇠 (손에 건네줍니다.)
진수련:아, 네. (음악실 열쇠를 받아듭니다. 아.. 오늘 하루 정말 귀찮은 일 투성이네요. 그렇지만 음악실이라면..)
마스터키를 들고 5층으로 발걸음하면
음악실의 방음 문이 좁은 틈을 벌리고 열려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사이로 오후 다섯 시의 비산하는 빛줄기가 묘연히 바닥을 적시고 있고요.
누군가 음악실에 잔류해 있는 걸까요?
어쩌면 마지막으로 음악실을 사용했던 다른 반의 주번이 잠그는 일을 깜빡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저런 가능성을 유추하고 있노라면 그 사이를 놓치지 않고 작달만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 곡은…
익히 들어왔기에 잘 알 수밖에 없는 곡입니다. 드뷔시의 <달빛>
누구인지 모를 연주자의 손끝에 의거하여 피아노 독주가 막 시작되는 찰나입니다.
진수련:(그 때 들었던 음악.. 기대하긴 했다지만, 또 들을 수 있어 마음이 조금 붕 떠오릅니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음악실로 다가가봅니다.)
늘 환청같은 피아노 곡소리를 들으며 계단을 내려가던 기분이 좋았는지 싫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문은 여전히 열려있고 연주는 거리낌이 없습니다.
한편으로 방과후에 마음대로 음악실을 사용해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할테고요.
문을 가르고 접어든 공간의 꼭 닫혀있던 커튼이 말갛게 걷힌 가운데, 잠시 눈 앞이 하얗게 정전했습니다.
산발하는 태양 빛은 이따금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 구석이 있습니다.
눈부신 빛에 적응한 시야 너머로 들어오는 것은 예의 그 거대한 그랜드 피아노.
투명한 햇빛을 눈부시게 반사해 고아한 빛을 뿜는 악기 너머 건반을 다루고 있는 사람은…
놀랍게도 오늘 음악 시간에 함께 수업을 듣던 C반의 백도하입니다.
막연히 듣기에도 굉장히 탁월한 실력입니다.
청명한 수풀이 푸르른 가운데 녹색으로 물든 빛이 등 뒤를 적시고 있습니다.
자신이 그만 두어버린 피아노를 정성껏 연주하는 도하를 바라보는 당신의 심정은 어떤가요?
진수련:(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잔잔히 생각합니다. 백도하.. 음악을 좋아한다고 했었죠. 저렇게까지 뛰어난 연주 실력이라면 그럴만도 하겠습니다. 이미 그만둬버린 피아노지만, 뭐랄까.. 부러운 마음이 듭니다.)
딸깍-
도하가 피아도 옆에 세워두었던 녹음기의 정지버튼을 누릅니다.
그리곤 인기척에 피아노 너머에 있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To GM): 15
백도하:왜... 여기에 있어?
진수련:...가지러 올 게 있어서. 너야말로 뭐하는거야? ..연주?
백도하:며칠 뒤 피아노 콩쿨이 있어서 연습 중이야.
진수련:듣자하니 잘 치던데? 이정도면 여유있게 통과 아냐? 능력자였네. 백도하.
백도하:(백건과 흑건을 긴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며) 오랫동안 쳐왔으니까.
진수련:어릴 적부터 친거야?
백도하:(고개를 끄덕이며) 응. 부모님도 나도 음악을 좋아해서 배울 기회가 있었어... 제대로 친 건 계기가 있었지만...
진수련:대입이라도 노리게 된거야? 음대라던가. (웃어요)
백도하:글쎄... 음대라... (잠시 무언가를 떠올리다가) 아니. 그런 게 아니었어.
(To GM): 진수련... 과거의 너를 믿는다 그랬지...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나도 믿어볼 뿐이야.
진수련:흐음.. 낭만적인 계기네. (도하가 손을 올린 피아노 건반을 바라보며, 시선을 떼지 않고 묻습니다.) 꽤나 좋아하는 사람인가보다. 무대까지 생각할 정도면?
백도하:글쎄, (녹음기를 살짝 만지작거리다가) 그게 좋아한다는 감정이라면 그런 거겠지. (담담하게 말을 잇습니다.)
진수련:그래서.. 그 사람이랑 서봤어? 무대.
백도하:아니. 그 사람은 이제 힘들대.
진수련:뭘?
백도하:내가 어떤 도움을 줘야할지. 어쩌면 다시 서 줄 수 있을지 모르니까.
진수련:도움이라.. (도하의 말을 곱씹어봅니다. 이런 실력자랑 듀엣을 할 기회라면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 도하의 그 사람은 무슨 상황이고, 생각인 걸까. 괜히 자신의 상황과 맞닿아 보입니다.)
백도하:수작이라... 나쁘지 않은 제안이네.
갑자기 도하의 핸드폰이 울려댑니다.
도하가 문자를 받고는 곤란한 얼굴을 띱니다.
백도하:너, 나 한번만 도와주지 않을래?
진수련:? 뭘. (고개를 들어 도하는 바라봅니다)
백도하:내 레슨 선생님이 아무래도 학교에 오기 힘드시나봐. 내일 조례 전 아침에 음악실에 와서 내 연주 들어주지 않을래? 피드백 해줬으면 좋겠거든 (오늘 음악실에서 있던 일을 떠올리더니) ...어려우면 어쩔수 없지만.
진수련:(충분히 잘하는 것 같은데 피드백씩이나.. 그것도 내가? 의문입니다.) ...나는 전공자도 뭣도 아닌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는데.
백도하:반에서 친한 애가 따로 없어서. 부탁할 사람이 없네. (외모로 처연함을 보입니다.)
진수련:(도하 외모판정 쓰는거 보고싶어요)
진수련:(진수련 눈에 먼지들어가서 비비고잇음)
진수련:.... (도하의 눈빛을 지긋이 봅니다. 진짜 간절한가보네. 어깨를 으쓱해보여요.)
백도하:괜찮아. 들어주기만 해도 되거든.
진수련:아, 맞아 출석부.. (이건 또 어떻게 안거야? 딱히 출석부라 말한 적 없는데.. 진짜 특이한 애입니다.) 그래.
백도하:응. (녹음기를 가방에 넣으며 말합니다.)
진수련:그래 알았어. 그럼 내일 봐. 뭐 따로 준비는 안해도 되나?
백도하:괜찮아 그냥. 들어주기만 하면 되거든.
진수련:부탁? 흠.. 그래. 당장은 모르겠지만. 부탁할 일 생기면 얘기라도 해볼게? (피식 웃습니다.)
백도하:좋아. (출석부를 듭니다.) 이거 나도 같이 가줄게.
진수련:꼭 그럴 필요는 없는데.. 너무 고마워 하는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면서 굳이 말리지는 않습니다. 천천히 음악실을 나서요)
백도하:(나서는 수련이 뒤에서 보이지 않게 살짝 웃습니다.)
*
평소보다 좀더 이른 아침
아침 약속을 위해 빠르게 등교를 시작합니다.
나뭇잎 사이를 걸러 들어온 햇빛이 묘하게 어슴푸레하게 느껴지는 오전,
공기는 제법 서늘하고 묶어놓지 않은 커튼을 바람이 나부낍니다.
암막 커튼과 그 위에 이중으로 쳐놓은 쉬폰 커튼이 펄럭일 때마다
텅 빈 사각형의 교실 위로 유령의 몸짓같은 그림자가 일렁이길 반복합니다.
역시 이시간에 등교한 사람이 없네. 그런 생각과 함께 책가방을 내려놓고 교실을 둘러보면...
텅 빈 서른 대여섯 개의 책상중 유일하게 책가방이 올라와 있는 책상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진수련:(느긋한 걸음으로 교실에 들어와 가방이 놓인 책상을 바라봅니다. 그러니까 아마.. 저게 백도하의 자리겠죠? 다가가봅니다.)
책상 앞에는 아무도 업습니다. 오직 가방뿐이죠
책가방이 올라와 있으며 나무로 만들어진 책걸상 모서리에 임시 시간표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왼쪽 상단에는 반과 번호를 묶어놓은 학번과 자리 주인의 이름이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군요.
3학년 C반 백도하
진수련:빨리 왔네. 뭐 연습 때문이니 당연하지만.. (중얼거리며 속으로 이름을 다시 한번 읽어봅니다. 온 걸 안 이상 더 지체할 것도 없이 음악실로 향해봅니다.)
*
마치 그 누구도 손대지 않은 것처럼 음악실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귀를 기울여보지만 오늘은 이 너머에서 달리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지는 않는군요.
문고리를 잡아 돌리면 부드럽게 돌아갑니다.
열려 있으므로 어렵지 않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겠네요.
진수련:(문을 열고 들어가봅니다.)
음악실로 들어서면 어제와 같이 환하고 눈부신 여름의 햇살이 당신의 전신을 덮칩니다.
이름난 과거 음악가들의 초상화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방음벽 어귀에 붙어 있고,
교탁 너머의 칠판에는 분필 가루가 얕게 묻어나긴 했으나 그 나름대로 깨끗하고 푸르기만 합니다.
오래된 악기만이 머금은 특유의 냄새는 익숙한 종류여서,
늘 이 냄새를 기억하고 있던 심장만이 조용히 두방망이질 칩니다.
창틀 너머로 풀잎의 싱그럽고도 비릿한 향기를 머금은 바람이 콧잔등을 건드리면
그제야 정신이 드는 것입니다.
그 단정하고 고요한 음악실 가운데 그랜드피아노 앞에는
약속처럼 도하가 앉아 있습니다.
... 어디가 아픈걸까요
뚜껑이 닫힌 피아노에 팔꿈치를 기댄 채 이마나 눈가를 짚고 있습니다.
당신이 들어온 인기척을 눈치채지 못한 상태로,
어딘가 몸이 좋지 않은듯 안색이 창백합니다.
진수련:(피아노 쪽으로 다가오다, 도하의 안색을 보고 묻습니다.) ..어디 아파? 사람 들어온 줄도 모르고..
백도하:(눈가에서 손을 떼곤) ...왔어?
머리가 좀 아파서... 잠시 숨을 돌리고 있었어.
그 말을 끝내고 살짝 눈웃음을 짓습니다.
진수련:음, 방금. ..감기라도 걸린거야? 그런 컨디션이면 쉬는게 좋았을텐데. 너도 참..
백도하:아무래도 콩쿨이 얼마 남지 않아서. (피아노 뚜껑을 열고 악보를 여럿 꺼냅니다.)
(To GM):... 곤란하게 되었네. 아무래도 내겐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모양이야.
진수련:...메모 한장 남겨뒀음 그걸로 됐을거야. (더 말을 붙이지는 않습니다. 자신에게도 피아노가, 콩쿨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던 순간이 있었으니까요.)
백도하:긴장해서 그런가 봐. 고마워.
손수건을 건네려 잠시 닿은 손에서 열기가 느껴집니다.
열이라도 있는 걸까...?
진수련:(손수건을 건네고 피아노 옆의 의자에 걸터앉습니다.) 정 안좋으면 연습만 끝내고 쉬어. 너 열도 나는 것 같은데?
백도하:음... 끝나고 보건실에 가볼게.
진수련:(고개를 끄덕입니다.)
백도하:(악보를 보여주면서) 이중에 좋아하는 곡 있어?
드뷔시의 '달빛', 베토벤의 '로망스', 바흐의 1번 전주곡 등 여럿의 악보를 보여줍니다.
백도하:이번에 콩쿨로 나가려고 준비중인 곡들인데 이중 하나로 나가려고
진수련:보자, .. (건네받은 악보를 뒤적여봅니다. 여러 곡들이 있지만.. 진수련의 의견이라면 역시.) 이거.
백도하:아, 이곡. 나도 좋아해.
(To GM): 역시 과거의 너도 이 곡을 선택했구나?
진수련:그래? 좋은 곡이지. 유명하기도 하고..
백도하:맞아. 은은하게 흐르는 선율이 마음을 간지럽히기도 하고.
진수련, 민첩 판정
악보를 정리하려 잠시 가방을 든 그때, 실수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립니다.
백도하:엇.
덜컹!
일말의 소음과 함께 손에 있던 악보집들이 바닥에 우수수 쏟아져 섞입니다.
다행이도 넘어지려고 하는 도하를 당신이 붙잡습니다.
눈앞에서 안은 도하의 몸에서 열기가 올라옵니다.
진수련:괜찮아? (도하를 일으켜 세우며 묻습니다.) 흠.. 역시 상태 별로인거 맞지?
백도하:...(당황해서 입을 열다 닫기를 몇번) 이렇게 될줄은 몰랐거든. 잡아줘서 고마워.
낱장의 악보가 발치에 채입니다.
진수련:(작게 한숨을 쉬고 앉아 함께 줍습니다.) 이러다 제대로 치기도 전에 사람 잡겠어. 너..
진수련, 관찰 판정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 틈에 거꾸로 뒤집혀 있던 낡은 악보집 한 권입니다.
뒤집혀 있던 탓에 곡명을 읽지는 못했지만…
당신은 악보집의 어귀에 자리하고 있던 어떤 인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주 찰나였지만 은은하게 빛나던 모양새가 아주 특이한 문양이었습니다.
일견 누군가의 자필 사인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네요.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백도하: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진수련:(악보집이 있던 쪽을 바라보다 도하의 대답에 고개를 돌립니다.) 뭐 그래. 정 그렇다면..
백도하:(인장이 새겨진 악보집을 꺼내보이며) 이거 말하는거야?
진수련:응 그거. 찍힌 문양이 특이해서.
백도하:(장난스러운 말투같다 느끼며) 지인한테 받은거야. 누가 쓴 거인지는 나도 잘은 모르는데. (무언가 떠올랐다는듯이) 이거, 그거야.
진수련:... 요새 유행하는 그런 거야? 나폴리탄 괴담? (피식 웃습니다)
백도하:(끄덕이며) 마치 괴담같지?
진수련:그럼, 너도 안 쳐봤어?
백도하:응. 준 사람이 얼마나 겁을 줘서 말이야.
악보 정리를 끝낸 도하가 인장이 박힌 악보집만을 꺼내 피아노 의자 아래의 수납공간에 넣습니다.
진수련:(도하 표정 관찰할 수 있나요? 진심인지 아닌지 알고 싶습니다)
좋습니다.
다만 이경우는 심리학 판정을 해야 제대로 알 수 있을 겁니다.
진수련:(심리학으로 해보겠습니다)
진수련 심리학 판정
당신이 봤을 때 도하가 거짓을 말하고 있지 않아보입니다.
오히려 말투에 은근히 당신을 걱정하는 기미가 살짝 드러납니다.
진수련:(정말 그 괴담을 믿고 있는가보네. 생각합니다. 뭐, 저렇게까지 진심인데 굳이 칠 필요는 없긴 하죠. ...조금 호기심은 생기지만.)
도하는 녹음기를 간이책상 위에 두고는 말합니다.
진수련:아~ 응, 그랬지. (의자에 앉아 괜히 바닥쪽을 훑어보며 대답합니다)
진수련:(당연히 대답할 생각따윈 없었습니다만.. 얘 왜이렇게 간절한 얼굴을 하는거죠? 작게 한숨을 쉽니다.) ...말하자면 복잡하긴 한데.
백도하:예전, 아주 예전에 널 본 적 있거든.
진수련:날 본적 있다고?... (눈이 조금 커집니다) ..그래. 너도 피아노를 쳤다면 봤을 수도 있겠네.
백도하:...그렇구나. (굉장히 아쉬워하는 눈빛입니다.)
진수련:(뜻밖의 말에 도하의 눈을 똑바로 봅니다.) 많이.. 신기한 얘기긴 하네.
네 하세요
언젠가 그만두었던 피아노, 이번에는 반대로 '언젠가 시작했던 피아노'에 대해 떠올립니다.
새로운 시도에 기뻤거나, 벅찼거나,
혹은 자신만만했을 지도 모를 과거입니다.
막연한 감상은 그곳에서 흩어집니다.
세상에 용기만큼이나 덧없는 기개가 또 있을까요.
여전히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은 내키지 않습니다.
진수련:(피아노를 향했던 눈길을 거두어 도하를 봅니다. ..역시 아니야. 괜히 장난스럽게 얘기를 꺼냅니다.) 역시 접근해오는 방식이 특이하다 했는데, 내 팬이었던 거네? 휴.. 뭐 이해 못하는건 아냐. 워낙 잘쳤어야지.
백도하:(얼굴이 잠시 상기되며) ...그렇지?
진수련:(뭔가 말하려는듯 미묘한 표정을 짓다 고개를 주억거립니다.) 그래. 이러다 사람 오겠다.
진수련, 관찰 판정
당신은 건반 위에 올린 도하의 왼쪽 검지 손가락에 은색 반지가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반지 가운데에는 검은 보석이 박혀있네요.
검은 보석 옆으로는 작은 은회색 보석들이 박혀있습니다.
검은 보석이라니 특이하네요.
진수련:(디자인이 특이한데 예쁘네.. 뭐랄까 그런 점이 도하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반지라고 생각합니다.)
도하의 손가락이 흑건과 백건 사이로 흐릅니다.
두 사람이 좋아하는 곡이죠.
어쩌면 당신 역시 쳤을지 모를 곡입니다.
은은하게 교실에 퍼지는 곡조가 귀를 즐겁게 하네요.
창밖에서 내려오는 빛사이로 작은 먼지들이 날아다닙니다.
진수련:(눈을 가늘게 뜨고 노래를 듣습니다. 빠져들어가는 느낌입니다.)
연주가 끝나자 도하가 손을 뻗어 녹음기를 누릅니다.
딸깍-
(To GM): 17
백도하:오늘 약속 지켜줘서 정말 고마워.
진수련:뭘, ..그냥 듣기만 했는데. (도하가 연주한 피아노를 보며 말합니다) ..역시 잘 치네.
백도하:(수련의 말에 답하듯 환하게 미소를 짓습니다.)
진수련:(도하의 웃는 얼굴을 빤히 봅니다. 활짝 웃으면 이런 인상이구나.) ...그래. 가자.
음악실에서 나가기 전 도하는 활짝 열린 커튼을 친 뒤, 바깥으로 나가며 이런 말을 합니다.
진수련:너.. 은근히 괴담 매니아다? (파하, 하고 웃음을 터뜨립니다.) 네네. 아니 애초에 밤에 올 일이 얼마나 있다고 그래?
백도하:(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래. 먼저 반으로 돌아가. 나는 양호실로 가볼게. 선생님께 이야기 해줘.
그렇게 두 사람이 음악실 문을 닫기 직전,
진수련, 정신력 판정
끼익- 음악실의 문이 닫힙니다.
*
점심 시간이 종료되고 또 다시 식곤증이 학생들의 수면욕을 지배하는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오후 1시 20분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은 5교시.
물리 시간입니다.
해가 중천에 떠있고 불어오는 바람의 빛은 투명합니다.
미지근한 공기가 뺨을 건드릴 때마다 어떻게 된 게 졸음만 쏟아집니다.
선생님:거시 세계를 다루는 이론을 뭐라고 한다?
선생님:적어도 강한 중력이 시공간을 휘게 한다는 이야기는 기억하고 있겠지?
C반 아이:(열심히 교과서를 뒤지고 있습니다.)
선생님:다들 졸고 있는 것 같으니 잠깐 재미있는 이야기 좀 해볼까?
선생님:(교과서를 다음장으로 넘깁니다.)
선생님은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는 것을 끝으로 샛길로 빠졌던 수업을 재개합니다.
선생님:다음 시간까지 시간여행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해 제출하도록. 숙제다!
뒤늦게 파격적인 숙제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꾸벅꾸벅 졸던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나 한껏 야유합니다.
C반 아이:아아! 선생님 그게 뭐예요!!!
C반 다른 아이:(잠에서 깬듯) 야야, 숙, 숙제라 했냐?
C반 아이:우우!!!
선생님:그러게 말이다. 누가 꾸벅꾸벅 졸랬느냐?
5교시 수업은 다시 본래의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진수련:(하, 무슨 숙제가 이런.. 속으로 궁시렁거립니다. 당장 쳐내야할 공부가 얼만데..)
당신은 저멀리 있는 도하를 바라봅니다.
진수련, 관찰판정
(To GM): 미래에서 건너온 사람은 과거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까?라...
저멀리 무언가 열심히 적고 있는 도하가 눈에 들어옵니다.
열은 좀 내린 걸까?
(To GM):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
진수련:(이런 이야기까지 저렇게 열심히 필기하네. 얼마나 성실한거야? 생각합니다. 본인은 적당히 필요한 파트만 메모한 터라 도하의 모습을 신기해합니다.)
그렇게 오후의 시간도 어느순간 지나가버려
어느덧 하교시간이 되었습니다.
오늘의 당번은...
마침 도하와 당신입니다.
진수련:(아이들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쳐다보다 시선을 도하에게 돌립니다. 다가가 말을 걸어요.) 몸은 좀 어때? 하필 이런 날 당번이네.
백도하:아까보다는 나아진 것 같기도 해. (빗자루로 바닥을 쓸며 이야기합니다.)
그러던 중.
저멀리 복도에서 뛰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선생님:아이구 백도하, 여기 있었네.
백도하:아 네. 잘 되어갑니다.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선생님:오! 거 진수련이. 오늘 이렇게 둘이 당번인가보네?
선생님:아무튼 내가 카드를 줄터니 가서 그! 물건 받아오고! 미안하니까 저녁 사먹고 들어가라.
진수련:(저 선생.. 한번 시키더니 만만한게 나인가? 어떻게 해버릴까? 속으로 생각합니다.. 일단 카드는 받음)
선생님:너희만 믿는다! (카드를 진수련에게 넘겨주고 후다닥 돌아갑니다.)
백도하:아...
진수련:흠, 그러게. ..너 가도 괜찮겠어? 몸 안좋으면 내가 혼자 다녀와도 되고. (도하의 낯빛을 살펴봅니다)
백도하:아냐, 나도 오늘 서점에서 살게 있어서.
진수련:그래, 그럼. (굳이 말리지는 않아요. 둘이 가는 편이 좋으니까요. 도하와 하께 나갑니다.)
*
(To GM): 아직... 그렇게 번지지 않았어.
(To GM): 할 수 있을 거야.
(To GM): 조금만 더 힘내자.
해 지는 속도가 느린 여름인지라 오후 다섯 시가 넘어가는 이릇임에도 쨍한 햇빛이 어깨를 데웁니다.
후끈하게 달아오른 아스팔트 위로 배경을 일렁이는 아지랑이가 연기처럼 자리합니다.
상가는 학교와 그리 멀지 않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근처에 위치한 상가 거리에 들어섭니다
상가 거리는 이 근방에서 가장 훌륭한 발전이 이루어진 곳으로 특히 인근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몇 달 전에 비해 돌아다니는 유동객의 수는 눈에 띌 만큼 줄었지만, 그런대로 여전히 붐비는 장소네요.
사거리에 접어들자 때마침 초록불이 점등합니다.
간만에 나온 거리의 풍경이지만 무언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진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흐릿하나마 기억을 되살려 근처 상점가별 위치를 도식화시켜봅니다.
왼쪽 인도로 접어들면 뭐가 있더라….
진수련:전학왔다고 했으니 상점가는 잘 모르겠네? 좀 구경해볼래?
백도하:이근처는 처음오는 것 같아.(고개를 끄덕입니다.)
진수련:(주변에 뭐가 있나요?)
왼쪽에는 서점이, 오른쪽에는 식당가, 바로 앞으로 가면 영화관 등이 있습니다.
(없다면 직접 떠올리셔도 됩니다.)
(그런 것이니까요)
진수련:(식당가 쪽에서 카페를 찾아봅니다. 따뜻한 차라도 하나 테이크아웃 해서 다니는 게 도하 컨디션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뭐 좀 마실까? 어때.
백도하:(목에서 땀이 흐르는걸 손수건으로 닦으며) 그러게 너무 덥네.
진수련:(가까운 카페로 가 음료를 주문합니다.) 뭐 마실래? 따뜻한 건 별로야?
백도하:오늘은 시원한게 마시고 싶어.
카페의 메뉴판을 봅니다.
백도하:음... 나는 콜드브루로.
진수련:나는 아메리카노 마셔야겠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콜드브루를 한잔씩 주문합니다.)
수련이 준 음료를 받아들며 한모금 마십니다.
도하의 얼굴이 살짝 펴진게 느껴집니다.
기분 좋은 모양이네요.
진수련:목말랐다보네. 하긴 그렇게 땀이 나니 이상한 것도 아니겠다. 평소에도 더위 많이 타는 편이야?
백도하:맞아. 그래서 여름을 그리 좋아하지는 못해.
진수련:흠... 유난히 덥기는 해 이번 여름이. 성가신 역병까지 돌고 있잖아. 빨리 뭐라도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To GM): ...역병...그러게...
(To GM): 그러지 못해서... 이렇게 된거지만
진수련:출출하진 않아? 정 더우면 에어컨 나오는데 들어가도 되니까.
백도하:아직은 괜찮아. 선생님이 부탁하신 것부터 하고 저녁 먹으러 가자.
진수련:역시 성실하네.. 내신 챙기는거 아니야 너? 콩쿨이 아니라? (농이랍시고 던지며 서점으로 발길을 돌려요)
백도하:기본이라도 지키자는 쪽이거든. (농을 응대하며 함께 걷습니다.)
자동문 너머로 들어서니 새 책들이 모이고 고여 있는 장소 특유의 결좋은 나무 냄새와 약간의 곰팡내가 섞인 에어컨 냄새가 느껴집니다.
햇빛에 푹 절어 있던 몸이 조금은 되살아 나는 기분이네요.
진수련:(서점 인테리어를 조금 살피다 직원을 향해 다가갑니다.) 안녕하세요, 저희 학교 선생님 심부름 때문에 왔는데요.
주인장:아, 그 주안고등학교의 유준성 선생님 맞으시죠?
진수련:(선생님 이름이 뭐더라.. 대충 고개를 끄덕여봅니다)
주인장:그거라면... (직원을 불러와 카운터를 맡기고 걸어나옵니다.)
주인장이 창고쪽으로 몸을 옮깁니다. 그때,
갑자기 다른 학교의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몰려오더니 당신과 도하는 그 무리에 휩쓸려버립니다.
진수련, 민첩판정
정신을 차리고 보니 도하가 사라져 보이질 않습니다.
주인장:자, 여기있습니다. 받으세요.
진수련:(짐을 건네 받으면서 주변을 살핍니다. 어디 간거지?) 사장님, 여기.. 이정도 키의 분홍머리 여자애 못보셨어요? 방금 있었는데.
주인장:못봤는데 어이구 여기가 넓어서 길이라도 잃어버린건가?
마치 운동장처럼 펼쳐진 서점을 휘 둘러보면 서로 다른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가지각색의 모습을 하고 있는 출입객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그 사이엔 책 정리로 분주한 직원들 또한 섞여있고요.
진수련:(터무니 없는 인파에 어이없어 합니다. 오는 날이 장날이라지만.. 많아도 너무 많은데?)
진수련, 관찰력 판정
도하는 찾을 수 없지만, 도하가 가볼 만한 코너라면...
역시 [음악 코너]? 아니면 [문제집 코너]? 오늘 새로 생긴 과학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 코너]에 들렀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수련:(과학 시간에 열심히 필기하던 성실한 도하를 떠올려봅니다. 과학코너 쪽으로 가볼게요)
과학 코너에는 다른 코너에 비해 상주하고 있는 사람의 수가 적습니다.
에어컨의 냉기가 속속이 섞여든 책장 틈을 둘러보면,
도하의 모습은 보이질 않네요.
좀처럼 구미가 당기거나 흥미로운 책을 발견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대로 스쳐 지나가려던 당신은 부자연스럽게 삐죽 튀어나온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살펴보면 제목은 <전염의 역사>…
질병학 코너에나 있을 법한 책입니다.
페이지를 넘기면 가름끈이 끼워져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내용 일부를 읽을 수 있겠네요.
핸드아웃 <전염>공개
진수련:(아무래도 시국이 시국이다보니 누군가 찾아본 모양입니다. 내용을 읽고 책장에 도로 꽂아 넣습니다. 그럼 뭐 걸린 사람들은 단체로 뽀뽀라도 한건가? 터무니없는 생각을 떠올리곤 조금 웃어요.)
음악 코너에 들어서니 자연한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과거 피아노를 연주하던 시절의 당신에게는 익숙한 장소가 될 수도 있겠네요.
음악코너를 살피던 당신은 다른 악보집이나 책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사이즈의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누군가 잘못 꽂아두었는지 삐죽 튀어나와 있습니다.
제목은 <빠르고 쉽게 이해하는 재미있는 상대성 이론!>… 이네요.
과학 코너에나 있을 법한 책이 뜬금없이 음악 코너에?
진수련:(대체 이건 뭐야.. 직원은 꽤나 고생이겠군요. 펼쳐볼 수 있나요?)
페이지를 넘기면 아래와 같은 내용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핸드아웃<시간여행 패러독스> 공개
그 다음 페이지로 넘기면 여러가지 타임 패러독스에 관련된 내용들이 줄글 형식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진수련, 자료조사 판정
핸드아웃 <할아버지 패러독스> 공개
진수련:(페이지를 뒤적이며 나오는 이야기를 유심히 읽습니다. 아까는 근본없는 책 정렬이라 생각했지만.. 숙제에 도움이 되기는 하겠어요. 정독합니다.)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새 문제집을 보러 온 학생들이 각 책장마다 두셋 즐비합니다.
과목별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어디를 살펴도 도하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문제집 코너를 살피던 당신은 빽빽이 꽂혀있는 문제집들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게으른 누군가 구매를 재고하며 아무렇게나 꽂아놓은 책일지도 모르죠.
빼내어 살필 수 있습니다.
제목은 <음악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입니다.
음악 코너에나 있을 법한 책이 뜬금없이 문제집 코너에?
페이지를 넘기면 아래와 같은 내용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핸드아웃 <음악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공개
진수련:(오염된 음악이라.. 펼친 페이지를 흥미롭게 봅니다. 미신을 믿지 않는 진수련이지만, 자신도 음악에 감화되는 순간이 뭔지 알기에 유심히 읽어요.)
그렇게 생각할 무렵, 누군가 당신의 어깨를 두드립니다.
백도하:진수련. 나 여기있어.
진수련:아, 드디어 찾았네. 어디갔었나 했어. 괜찮아?
백도하:그러게 말이야. 위험할 뻔 했어.
진수련:나야 멀쩡하지. (보란 듯이 팔을 살짝 펼쳐보입니다.)
백도하:다행이다.
진수련:좋아. 사람 많은데 있었더니 정신이 하나도 없네. 한숨 돌려야겠어.
*
식사를 하고 나오니 대략 7시가 넘어가고 있는 시간입니다.
여름이 농익어가며 하늘에 해가 떠있는 시간이 부쩍 길어졌습니다.
하늘을 바라보니 교연한 노을이 상공과 구름을 붉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백도하:아까 말했던 내가 들려야할 곳 말야.
진수련:응.
백도하:거기로 가고 싶은데 같이 가줄래?
진수련:(도하쪽으로 몸을 기울여 화면을 확인합니다.) 음~ 대충 어딘지 알겠다. 좋아, 저녁에 딱히 일정도 없으니까. (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두 사람은 앱에 나와있는 길을 따라 어느 외진 골목길에 접어듭니다.
주변을 살피면 양옆으로 붉은 벽돌이 고루 쌓여 있고
그 표면을 담쟁이 넝쿨과 장미꽃이 똬리 틀고 있습니다.
요 근처에 이런 길이 있었는지… 금시초문입니다.
이곳은 하루가 다르게 바삐 변화하는 도시입니다.
도로 위에는 어제 보지 못했던 차량이 오늘의 배기음을 터뜨리며 지나다니고,
몇 달 새에 하늘을 찌를듯 드높게 건축된 신설 빌딩이 세워지는 것이 예사인 곳.
으레 생기는 변화를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여야만 내일에 적응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니까요.
번화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장소 하나가 고스란히 남겨진 듯한 풍경은 꽤 낯설지도 모릅니다.
점점 더 좁아지는 골목을 나아가다 보면 머지 않아 그 끝에 당도합니다.
두 사람의 발걸음은 귀퉁이에 세워진 다 낡은 악기상 앞에 머무릅니다.
쿰쿰한 나무썩은내, 비릿한 풀냄새와 한층 짙어진 여름의 오존 냄새가 머리맡을 맴돕니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흰 울타리가 빙 둘러쳐진 악기상,
기스 투성이 전면유리창 너머로 갖가지 악기들이 모습을 뽐내고 있습니다.
단신이 무어라고 입을 열 새도 없이
도하가 악기상의 출입구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딸랑.
계절의 구색을 맞추듯 청명한 현관벨소리가 귓전을 때립니다.
빛이 바랜 [카운터] 좌석에 앉아 있던 악기상의 주인은 두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흘끗 확인하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합니다.
교복 차림새의 학생 두 명이 무언가를 살 것 처럼 보이지는 않았나봐요.
목재 구조의 악기상 내부는 흐릿하나마 찝찔한 먼지 냄새가 납니다.
살피기에는 벽면 가득 들어찬 거대한 [책장]이 인상적이고,
악기상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갖가지 [악기들]은 진열대 위에 놓여 있거나, 벽에 걸려있거나 합니다.
악기만큼은 애지중지 관리했는지 하나같이 먼지가 쌓이지 않은데다 광택이 돕니다.
도하는 무언가를 찾고 있는 눈치입니다. 악기들 사이를 서성이고 있습니다.
진수련:..뭘 찾고 있어? (괜히 작은 목소리로 물어봅니다)
백도하:낡은 피아노...
진수련:피아노.. 그것도 낡은 피아노?
백도하:응, 예전에 여기 있는 걸 봤거든.
진수련:음.. 한번 물어보는게 어떨까? (카운터 쪽으로 다가가봅니다)
주인장:어, 크음 큼(졸음에서 깬듯) 그래, 학생. 뭐 찾지?
진수련:(가볍게 목례합니다.) 피아노인데.. 새것은 아니고 좀 사용감이 있는 낡은 피아노를 찾고 있어요. 친구가 여기 있었다고 하는데..
주인장:아, 그거...
진수련:시에서 대여요? ... (도하를 돌아보며 눈짓합니다. 그렇다는데? 라는 듯이)
백도하:아, 그래요...? (당황해보이는 기색을 보입니다.)
(To GM): 분명 여기에 있다고 했는데...
(To GM): 어쩌지...
진수련:..많이 중요한 일이었어? 그 피아노..
백도하:거, ....거기에 뭐가 있었... 는데...
당황한 나머지 당신의 손을 붙잡고 악기상을 나갑니다.
진수련:(도하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에 주목합니다. 대체 뭐가 있었길래..?)
악기상 문을 열고 나오니 어느덧 땅거미가 지고 있는 시간입니다.
진수련:...괜찮아? 시에서 반납하는 날짜가 언젠지 물어보고 올 걸 그랬나..
백도하:다음에 내가 물어볼게. 너무 늦었잖아.
(To GM): .....
짙은 땅거미가 아스팔트와 돌바닥을 기기 시작한 저녁과 밤, 그 사이의 애매한 시간.
소등되어 있던 가로등의 불빛이 하나씩 점등하며 온전히 어두워지진 않은 길을 비춥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창궐하기 시작한 이후 도시는 저녁시간대 특유의 활기를 잃은지 오랩니다.
악기상에서 나온 두 사람은 귀갓길에 광장에 놓인 낡은 피아노 한 대를 발견하게 됩니다.
진수련:어라, (도하를 돌아봅니다.) 저기도 있어, 피아노. 네가 찾는거 아냐? (가볍게 웃으며 농담하듯 말합니다.)
도하는 마치 홀린 사람처럼 피아노를 향해 다가섭니다.
낡디 낡아 의자에 앉는 사람도, 건반에 손을 대는 사람도, 하다못해 눈길을 주는 사람도 없이 분수대 맞은 편에 그저 장식물처럼 배치되어 있는 나무 피아노입니다.
도하는 손끝으로 건반을 쓸어내리며 말합니다.
백도하:응 맞아. (기뻐보이는 감정이 새어나옵니다.)
진수련, 정신력 판정
피아노를 바라보고 있자니 어쩐지 원인 모를 친근감이 듭니다.
(To GM): 못찾을 줄 알았어... 계획이 어그러질까봐... 너무 무서웠어.
백도하:솔직히 이렇게 빨리 찾을 줄은 몰랐어. (잠시 피아노 의자에 앉습니다.) 한곡 추천해줄래?
진수련:어라, 지금 치려고? (눈을 조금 크게 뜨며 묻습니다.) ..아무 곡이나 괜찮은거야?
백도하:아, (자기가 의도치 않은 행동을 했다는 걸 깨닫고는) 너무 갑작스럽나...? (검지손가락으로 살짝 뺨을 긁습니다.)
진수련:(잠시 그 모습을 보더니 어깨를 으쓱합니다) 뭐 별로 갑작스럽다까진 아니고. (조금 생각하곤) 그럼 비발디. 여름으로.
백도하:비발디의 여름 (잠시 고민해보다가) 힘내봐야겠네. 후우... (손가락 깍지를 끼고 위로 쭉 피더니 한번 숨을 들이킵니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건반 위에 올리네요.)
딸깍-
백도하:(최대한 속도에 맞춰 손가락을 움직입니다.)
진수련:(역시 잘치네.. 피아노 옆쪽에 비켜 서서 노래를 듣습니다)
백도하:(꽤나 집중하며 건반을 두드립니다. 왼손을 움직임과 동시에 오른손으로는 스타카토를 칩니다.)
진수련:(피아노가 꽤 낡아 조율이 잘 되었는지도 의문인데. 악기를 가리지 않는 걸까? 도하의 연주하는 손 끝을 보며 순수하게 감탄해요.)
순간 마음이 울렁였습니다.
한참 좋아하던 곡을 완벽하게 연주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던 지난 날을 상기해냅니다.
어떤 작은 오류도 실수도 없이 연주를 끝마쳤던 순간에 꽤 기뻐했던 것도 같은데…
당신에게도 분명 무던히 노력하던 나날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은 내키지 않지만요.
백도하:후우...
딸깍-
백도하:(녹음기의 녹음버튼을 누른후 다시 털썩 의자에 주저 앉습니다.) 여전히 이곡, 힘드네. (열기가 가득했는지 교복 옷깃을 붙잡고 털어냅니다.)
(To GM): 27
진수련:(몸도 안좋은 애한테 너무 어려운 곡을 시켰나? 생각하지만.. 연주는 훌륭했기 때문에 그렇게 미안해하진 않아요) 자, 손수건.
백도하:고마워. (손수건을 받고는 얼굴과 목에 흐르는 땀을 닦습니다. 은은하게 복숭아향이 나는 것 같네요. 붉게 상기된 도하의 뺨이 꽤나 촉촉해 보입니다.)
진수련:..어째 갈수록 힘든 것 같은데. 이만 돌아가는게 어때? 연주해보는게 목적이었다면 이룬 거잖아?
백도하:(손수건으로 땀을 닦다 멈추고는) 그러게. 오늘은 이만 돌아가자.
두 사람은 치마를 두어번 털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해가 온전히 졌는데도 목구멍은 뜨겁고 살갗은 익어버릴듯 따갑네요.
가로등의 적적한 불빛이 마치 스포트라이트처럼 광장을 밝힙니다.
그제야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허름하고 볼품 없던 낡아 빠진 피아노일지라도 그 정도의 연약한 빛을 반사할 수는 있는 모양입니다….
백도하:나중에라도 피아노, 다시 좋아했으면 좋겠네.
진수련:(도하의 말에 무표정으로 얼굴을 빤히 바라봅니다. 뒤늦게 웃어보입니다.) 그래, 몸조리 잘 하고.
도하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저멀리 나아갑니다.
당신도 오늘 하루를 되새기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진수련:(뭐랄까, 단 하루만에 많은 사건들이 벌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에서의 일부터 방과 후 추적 아닌 추적까지.. 그렇다고 피곤하지는 않아 신기하네요. 헤어지기 전 들은 도하의 연주와 그로 비롯된 일렁임 때문이었을까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
그로부터 열흘 뒤, 아침.
숨통을 불사르는 듯한 무더위와 함께 잠에서 깨어나면 휴대폰에 맞춰두었던 알람이 당신을 보채고 있습니다.
삐비비빅. 삐비비빅. 삐비비빅.
정신사나운 벨소리는 한참이고 이어집니다.
오전 댓바람부터 머리가 띵한 것이… 밤새 열대야에 시달렸는지도 모릅니다.
등교 준비를 끝마치고 집 바깥으로 나서기 직전
당신은 끄지 않은 채로 잊고 있었던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소리를 듣게 됩니다.
퍽 익숙한 아나운서의 목소리네요.
정체불명의 전염성 질병에 대한 속보를 다루기 위해 신설 편성되었다던 그 코너임이 분명합니다.
진수련, 듣기 판정
아나운서:…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정체불명의 전염성 열병에 감염된 환자의 수가 전세계 인구의 25%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환자수가 25%를 넘겼다니
한달 전, 세상이 이렇게 돌아갈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진수련:(어쩐지 멍한 정신을 가다듬으려 탄 커피를 마시며 뉴스를 봅니다.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네.. 백신은 개발되고 있는건가? 따위의 생각을 해요. 이러나 저러나 학교는 가야하니 남은 채비를 하고 현관에 섭니다.)
*
평소와 같이 반으로 향합니다.
...? 어라?
도하의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진수련:(물끄러미 비어있는 자리를 봐요. 아파보이더라니.. 어제 무리를 한 걸까? 신경쓰입니다.)
곧 종소리가 울리고 담임선생님이 들어옵니다.
곧 조례시간인데...
선생님:자자! 조례를 시작하겠다.
진수련:(턱을 괴고 앉아있다가, 도하의 이름이 불리자 천천히 고개를 들어 선생님을 봅니다. 열병? ..백도하가?)
메꿔두었던 책상은 다시금 주인을 잃었습니다.
자꾸만 신경이 쓰이고 가슴이 조일듯 답답해집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지난 며칠간 당신과 도하는 질릴만치 붙어 다니며 시간을 공유했습니다.
그래서일지도 몰라요.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설명할 거예요?
*
하교를 알리는 묵직한 종례음과 함께,
번쩍! 마치 스위치를 올리듯 분산되어 있던 정신이 한 자리에서 맞붙었습니다.
뒤늦게 주변을 둘러보면 책가방을 싼 아이들이 교실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들어옵니다.
어느틈에 종례가 이루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 오늘 하루종일 좀처럼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진수련:(병이 퍼지는 속도가 심상찮다고는 생각했지만.. 백도하가 걸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하필이면.. 하필이면 백도하가, 하필이면 이런 때에..)
한번 해보실래요?
하지만 그 전에,
진수련, 관찰판정
자리에서 일어선 당신은 교실 바깥으로 나가기 직전,
어쩐지 모를 기묘한 이끌림에 힘입어 도하의 책상 쪽으로 시선을 기울입니다.
때마침 덜 닫힌 창문 가장자리에 불어온 오후의 설익은 바람에 가슴이 뻐근해졌습니다.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은 건조한 1인용의 책걸상
비어 있는 가방 걸이, 사물함 아래 가지런히 모여있는 교과서…
가장자리에 [C반, 백도하]라고 적혀있는 코팅된 시간표까지.
기스 하나 남아 있지 않은 책상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전에 없던 기이한 감각마저 솟아나는 것입니다.
어제는 분명 이 자리에 책상 주인이 앉아 있었는데, 오늘은 하루종일 비어 있었습니다.
그 덧없는 사실이 어쩐지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지던 그 때.
널빤지처럼 납작하고 어두운 책상 사물함 속, 켜켜이 정돈된 교과서 흐트러진 노트가 거슬립니다.
정돈하다보면 찢어진 작은 종잇조각을 입수합니다.
진수련:(종잇조각을 주워 살펴봅니다)
펼쳐서 살펴보면…
어떤 위치를 가리키는 주소입니다.
눈에 익은 글씨체만으로도 머리통에 자연스레 그려지는 장소가 있었습니다.
이 장소는 의심할 여지 없이 열흘 전 도하와 함께 방문했던 그 악기상이 틀림 없습니다.
진수련:(여긴.. 도하가 낡은 피아노를 찾았던 그 악기상입니다. 왜 이런 메모가..?)
어떻게 찾아가실 생각인가요?
진수련:(도하를 따라 악기상에 방문했던 그 날을 떠올려봅니다. 이곳 저곳에 들렸다가 마지막에 방문했던.. 그곳에 어떻게 갔더라?)
재밌네요. 됩니다.
진수련, 감정 판정
(제가 수습해줄게요)
당신은 도하와 함께했던 나날을 되새기며 길을 찾아 나섭니다.
이... 길이 맞던가? 분명 상가거리에서 이쪽으로 갔던 것 같은데...
어, 막다른 길...
지도를 보며 잠시 곤란해하던 차
길을 걷던 행인이 당신에게 찾아와 묻습니다.
혹시 길을 잃은 것은 아닌지, 다행이도 그 행인은 악기상을 알던 모양입니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어찌저찌 그곳으로 향할 수 있게 되었네요.
진수련, 아이디어 판정
그러고보니 도하가 남긴 그 지도, 아래에 뭔가 적혀있지 않았던가?
문득 떠올립니다.
진수련:(쪽지 아래에 적힌 글을 읽어보겠습니다)
핸드아웃 <쪽지>가 공개됩니다.
진수련:(쪽지의 내용을 유심히 봅니다. 물건이라면.. 어떤? 일단 쪽지를 주머니에 넣고 교실을 나섭니다.)
악기상 출입구에는 희끄무레하게 바래어 페인트칠이 벗겨진 '임시 휴업' 팻말이 걸려 있습니다.
당신은 새파란 싹이 이름 모를 들꽃이나 잡초들과 뒤섞여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울타리 근처를 서성입니다.
미련을 떨치지 못한 당신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악기상 바깥쪽의 자그맣게 무너진 울타리입니다.
그 사이로 어떤 계절의 매미 우는 소리가 이어집니다.
좁다란 공간은 마치 언젠가의 비밀스러운 길이 닦였다가 무산된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몸을 구겨본다면 간신히 이동하는데에는 무리가 없어 보이네요.
진수련:(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이지만.. 교실에서부터 밀려오는 기시감에 몸을 말아 들어가봅니다.)
비밀의 장소로 인도하는양 샛길을 타고 악기상 건물 외벽의 바깥 쪽을 타고 둘러 이동하다 보면,
당신은 나무가 부자연스럽게 우거진 공터를 발견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풀벌레 우는 소리만 선명합니다.
이곳에 사람의 흔적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만… 메마른 흙바닥의 정가운데 뻥 뚫린 싱크홀이 나있는 것만큼은 예삿 일이 아닌 것 같군요.
구멍의 가장자리는 마치 녹은 것처럼 보이며, 비정상적으로 일렁이고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존재하는 웜홀이라는 미지의 공간이 발치 아래 투영된 듯 합니다.
SANc 1/1d3.
38도를 웃도는 축축한 여름임에도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당신은 유사 이전의 세상에 인간이 최초로 빚어졌을 당시 하나의 재료처럼 장기 곳곳에 새겨져 있었던 본능으로 말미암아 어떤 메시지를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구멍에 뛰어들어야 해!
당신은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어쩌면 결국 이곳에 다다르기 위해 스스로 모르는 사이 오래도록 방황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구덩이를 살피면 마치 하늘을 반사한 물이라도 투영하듯 희미한 빛이 텅 빈 공간을 떠돌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깊어 보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근방에선 강렬한 여름의 오존 냄새가 풍깁니다.
비릿하기도 하면서 싱그럽기도 한 특유의….
뛰어든다면, 당신은 어떤 물건을 소지하고 뛰어들겠습니까?
진수련:(웜홀이 주는 충동에 등줄기로 식은땀이 흐릅니다.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거지? 비척거리는 걸음으로 웜홀에 다가가 수면과 같은 구멍 속을 바라봅니다.)
모든 준비를 끝마친 당신은 구멍 속으로 몸을 내던집니다.
찰나에 당신은 온 몸을 거스를듯 피부를 긁어대는 어떤 비인간적인 손길을 느낍니다.
전에 느껴본 적 없던 외계의 에너지가 강압적으로 몸을 잡아 당기는 듯한 감각이었습니다.
*
…깜빡. 깜빡, 깜빡.
소용돌이치는 왜곡 속을 맨발로 건너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맞게 도착한 걸까요?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당신은 꽤 깊은 구덩이 안에 있습니다.
깊은 구멍 안에 머물고 있는 탓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꼭 천장같은 푸른 색의 하늘이 원형으로 오려져 있습니다.
...?
손에 무언가 쥐어져 있습니다.
진수련:(손을 펴 살펴봐요)
볼펜... 그리고 건전지네요.
옷도... 당신이 입던 교복이 아닙니다.
진수련:(당황하면서 주변을 둘러봐요) ...뭐야?
세탁을 하지 못한 것인지 흙과 나뭇잎이 묻어있습니다.
이게... 어찌된 영문일까요?
SANc 1/3.
...일단 이곳을 나가야 뭘 알아보든 할 것 같습니다.
구멍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오르기>판정, 어려운 성공 이상의 <근력>롤을 굴립니다.
실패할 경우 손톱 밑을 자잘한 흙이 파고드는 감촉과 함께 다시 구멍 속으로 내동댕이 쳐집니다.
바닥으로 떨어질 때마다 -1의 HP손실이 발생합니다.
진수련:(몸을 대충 털고 고개를 듭니다. 아, 정말 귀찮은 일이에요. 그치만.. 나가야만 한다는 강한 예감이 듭니다. 팔을 살짝 걷어붙이고 벽을 짚습니다.)
진수련, 근력 어려움 판정
중반까지 올라갔다가 주르륵 내려옵니다.
다행이도 다치진 않았네요.
진수련:(칫, 혀를 찹니다. 요령만 생기면 될 것 같은데.. 체력에는 자신 있습니다. 다시 근력 판정 해봅니다)
진수련, 근력 어려움 판정
기운차게 벽을 붙잡습니다. 하지만 손에 쥔 흙이 물렀던 걸까요
당신은 떨어집니다.
HP-1
진수련:...윽! 아, 씨... (미간을 찌뿌리며 바닥에 엎드립니다. 손바닥이 살짝 까진 것 같네요. 하지만 크게 동요하지 않고 툭툭 털고 일어납니다.)
2번의 시도로 감을 잡은 당신, 진수련, 근력 판정
사방이 꽉 막혀있던 구멍을 아래에서 위로 기어 빠져나오는데 성공합니다.
근처를 살피면 구덩이에 뛰어들기 전에 보았던 그 공터입니다.
장소는 그대로인데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사뭇 다릅니다.
이리저리 우거져있던 나무가 바싹 말라 타고 남은 잿더미처럼 바닥을 장악하고 있고,
맞은 편에 보이는 악기상의 벽면은 부식되어 이질적인 감상을 더합니다.
오랜 세월동안 전혀 관리되지 않은 것 처럼 보이는군요.
공터에서 빠져나오면 악기상 입구에 다다릅니다.
길게 뻗은 아스팔트 도로나 굴곡진 모퉁이를 돌아보아도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 발견할 수 없습니다.
공간 자체가 마치 노이즈낀 흑백 필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길로, 어떤 장소로 향하든 일말의 생명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저 전깃줄 위에 앉아 지저귀는 새들의 목소리나 나무에 달라붙어 노래하는 매미의 우짖음만이 공허한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진수련:대체.. 뭐야? 여긴.. (인상을 찌뿌리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텅 빈 거리를 봤다가, 새들을 봤다가..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아이디어 판정 할 것도 없이
당신 앞에는 악기상이 존재합니다.
진수련:(악기상 문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결국 이 장소로 돌아오게 되는 건가요?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봅니다.)
악기상을 살피면 녹슨 초인종이 달린 문은 걸쇠가 고장나 살짝 열려 있습니다.
직전에 보았던 '임시 휴업'팻말은 문간에 그대로 걸려 있습니다.
'임시', '휴업', 하고 반으로 쪼개져 덜렁거리는 탓에 다소 음산한 기운을 더하고 있습니다.
닦지 않아 희뿌연 통유리 너머로 진열된 악기는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다 낡아가는 [피아노]한 대만이 전시되어 있을 따름입니다.
진수련:(느릿한 걸음으로 악기상 안을 거닙니다. 저 피아노는 분명, 도하가 찾았던.. 피아노로 다가가 살펴보겠습니다.)
진수련 관찰 판정
어쩐지 눈에 익은 피아노에 마음을 사로잡혔습니다.
자세히 살피지 않아도 '아' 싶은 구석이 있는 모양새인 겁니다.
이 피아노는… 열흘 전 당신이 도하와 함께 광장을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보았던 예의 그 피아노입니다.
다 낡아 볼품 없어진 악기에 싸구려 페인트 칠을 해 디스플레이용 구색만을 갖추고 있었던 그 피아노.
진수련:(피아노에 다가가봅니다. 이 피아노가 여기에.. 어떻게?)
먼지가 조금 쌓였습니다.
진수련:(손으로 피아노에 쌓인 먼지를 조금 쓸어내립니다. 평소 같았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지만, 어쩐지 애틋함이 느껴져 피아노를 쓰다듬습니다.)
건반을 누르면 딩- 하고 소리가 납니다. 전에 듣던 명쾌한 소리는 아닌 것 같네요.
진수련:(피아노에서 고개를 돌려 다른 눈에 띄는 것은 없는지 확인해봐요)
달리 눈에 띄는 것은 없습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카운터와 책상이 보이네요
진수련:(피아노를 연주해볼 수 있을까요?)
네, 가능합니다.
진수련:(별달리 살필 다른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천천히 몸을 돌려 피아노 의자에 앉습니다. 왠지 지금이라면.. 손가락 끝을 건반 위에 조심스럽게 올립니다)
어쩐지 아릿합니다. 줄곧 느껴왔기에 금세 깨달을 수 있는 감정입니다.
세상에 축적된 많은 문장의 표현을 빌려 설명하자면, 전조도 없이 가슴이 뛰었습니다.
이제는 용기를 내어 건반 위에 손가락을 올려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수련:(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뜹니다. 답지 않게 뛰는 가슴을 진정 시키려는 듯 숨을 깊이 마셨다 내쉬어요. 피아노 연주를, 시도해봅니다.)
진수련, 피아노 판정
피아노 조율이 잘 안된 것인지, 제대로 된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진수련:...흠. (김빠진 듯한 콧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뗍니다. 조금 아쉬운 것도.. 같습니다.)
이제 어떡하시겠어요?
진수련:(이번이야말로 아이디어 판정.. 해볼게요)
진수련, 아이디어 판정
당신은 이곳에서 안정감과 기이함을 함께 느낍니다. 이외의 공간에서는 무언가 얻지 못한다는 것을 이상하게나마 느낍니다.
그러고보니 카운터와 책장을 아직 보지 못한 것 같네요
진수련:(카운터 쪽으로 다가가 살핍니다. 전에는 졸려보이던 사장님이 앉아 있었는데.. 떠올립니다.)
악기상:[ 카운터 │ 쓸쓸한 카운터 위에는 다소 눈에 익은 물건들이 주인을 잃고 방치되어 있습니다. [아날로그 시계]와 [라디오]에 먼지가 그득 쌓여 있습니다.]
진수련:(라디오를 집어 소리가 나지 않는지 확인해봐요)
치직… 치지지직…
완전히 고장나버렸는지 탁한 백색소음을 흩뿌리고 있습니다.
주파를 맞춰보고 툭툭 두드려도 보지만 고쳐질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고쳐볼 수는 없을까요?
진수련:(예전 주워들었던 지식들을 바탕으로 만지작거려봅니다.. 기계수리 판정 해보겠습니다)
진수련, 기계수리 판정
라디오에서 눈을 돌리면 그제야 희미한 진행자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라디오:…칙, 치지직…
라디오:전염병이 어떤 경로로 감염되어 인체에 해를 끼치는지, 보편적이지 않은 경로로 추적을 이어오던 그들은 전 지구를 장악한 미지의 전염병이 사실은 어떤 저주이며, 감염 경로가 특이하게도 '음악'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들리지 않습니다.
진수련:(라디오를 다시 흔들어보지만 아무래도 멈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염병이라니.. 전염병이라면 그 열병을 말하는 것일까요? 그 열병이 결국.. 세상을 멸망시켰다고? 상상력을 비약하는 정보들에 머리가 띵한 것만 같습니다.)
먼지 쌓인 아날로그 시계를 들여다봅니다.
약이 거의 다 되어가는 모양인지 세 개의 침이 얼마 남지 않은 수명을 그러모아 간신히 뜀박질 하고 있습니다.
하나 부자연스러운 점은 바늘들이 하나같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본래 공전해야 할 궤도를 떠나지 못한 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일련의 반복된 패턴에 기이한 느낌이 들어
SANc 0/1.
도둑 맞았는지 듬성듬성 비어있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셀 수 없이 많은 악보집들이 책장 가득 꽂혀 있습니다.
걷어내지 못한 먼지는 더욱 무거워졌고, 제대로 자리잡지 못해 절반쯤 튀어나와 있는 책자도 여럿 보입니다.
불현듯 떠올립니다.
피아노를 그만둔 뒤 악보를 어떻게 관리해왔더라, 하고.
그래서 더 살필 만한 건 없나?
책장 모서리에 전에 보지 못했던 [달력]하나가 박힌 못 위로 장식물처럼 걸려 있음을 발견합니다.
진수련:(달력을 자세히 살핍니다)
진수련:2023년.. 2023년? (믿기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적인 연도를 소리내 읽습니다.) ...3년 뒤로 온거야, 내가?...
진수련, 지능판정
세상의 오류를 알리듯 거꾸로 돌아가는 아날로그 시계와,
당신이 살던 현재로부터 조금 동떨어진 세월의 흐름을 가리키는 달력.
길거리에는 사람 하나 오가지 않고 시야는 마치 흑백필름을 끼워 넣은 것처럼 생기 없었습니다.
미지의 구멍, 그곳에 마치 운명같은 이끌림을 얻어 겁없이 뛰어든 당신.
눈치챕니다.
당신은 가까운 미래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2023년, 인구의 80%가 잠들어버린 뒤 고요한 멸망을 기다리고 있는 3년 후의 미래입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을 겪은 진수련
SANc 1/1d3.
고민 끝에 악기상을 열고 나오면,
끝없는 열기에 데워진 아스팔트가 일렁이는 건너편 골목에서 누군가의 인영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 실루엣을 바라보고 있자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목소리가 당신을 반깁니다.
백도하:...마중나와 준 거야?
진수련:...도하? 백도하? (믿기 힘들다는 듯 도하의 얼굴을 보며 눈을 깜빡입니다.)
백도하:(수련의 손을 잡습니다. 도하의 손은 힘들게 살아왔는지 거칩니다.)
진수련:준 거.. 라니? 잠깐만, 잠깐. 나 지금.. 이게 다 무슨 상황인지 설명을.. (물어볼 것은 많으나 정리 되지 않는 듯 말을 잇다 입을 다뭅니다.)
백도하:있잖아, 나
진수련:...백도하, 너 대체 무슨 말을 하는건지 하나도 모르겠어.
백도하:하... (한숨을 쉬고는 손에 들고 있는 악보를 꾹 움켜쥡니다.)
진수련:그 악보는.. (도하 손의 악보를 쳐다봅니다.)
적어도 음악실에서 본 그 악보는 아닙니다.
백도하:아... (떨리는 손으로 제 왼손약지의 반지를 뺍니다.)
붉어진 눈가가 보입니다.
어딘가에서 한바탕 울고 온 것일까요?
백도하:해볼게.
진수련:그 반지는.. (끝없이 이어지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눈을 질끈 감고 입을 움직거립니다.) 너.. 뭘 어떡한다는 거야? 뭘 하겠다는..거야?
도하는 수련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듯
모든 결정과 준비를 끝마친 사람처럼, 미련 없이 당신을 지나쳐 악보를 들고 깊고 커다란 구멍에 뛰어듭니다.
이 때, 당신은 구멍으로 향하는 도하에게 딱 한 마디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과거의 당신을 찾기 위해 과거로의 리프를 앞둔 도하에게,
실제 '과거'의 진수련이 되는 당신은 어떤 말을 던질 건가요? 건넬 말이 없다면 그 자체로도 충분합니다.
진수련:백도하!! (뛰어내리는 도하의 등을 좇아 외칩니다)
진수련:(자신은 도하를 어떻게 만났죠? 아니, 도하는.. 어떻게 나를 이끌어냈지? 답은 명료합니다.)
사라지는 도하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걸렸을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잘못본 것 일수도 있겠지만요
진수련, 행운 판정
좋습니다.
당신의 발치에 무언가 걸립니다.
자세히 보면 휴대용 녹음기와 반지입니다.
진수련:(녹음기와 반지를 주워듭니다. 녹음기를 재생해봅니다.)
이 반지... 도하가 꼈던 반지와 같은 디자인입니다.
녹음기에는 건전지가 없는지 작동되지 않습니다.
진수련:(주머니에서 건전지를 꺼내 삽입해봅니다)
딸깍-
딱 맞아떨어집니다.
휴대용 녹음기:삐-익,
진수련:(음성 메세지를 확인합니다)
휴대용 녹음기:23년 5월 X일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진수련:(우리..? 악보집이라면.. 넘어가봅니다)
휴대용 녹음기:23년 5월 XX일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진수련:(도하가 뛰어든 웜홀을 바라봅니다. 다음 메시지를 제공합니다.)
휴대용 녹음기:23년 5월 XX일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진수련:(뜻밖의 메시지에 눈이 조금 커집니다. ..천천히 다음 메시지를 재생합니다.)
휴대용 녹음기:23년 6월 X일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진수련:...뭐?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새어나옵니다.. 재생합니다.)
휴대용 녹음기:23년 6월 X일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진수련:...... (조금 떨리는 손 끝으로 메시지를 재생합니다)
휴대용 녹음기:23년 6월 XX일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진수련:(눈썹이 가볍게 떨립니다. 메시지를.. 재생합니다.)
휴대용 녹음기:23년 6월 XX일
진수련, 지능판정
이 목소리... 생각할 필요도 없지요
조금 쇠하긴 했지만 당신의 목소리입니다.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진수련:(넘어갑니다.)
휴대용 녹음기:23년 7월 X일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진수련:(어쩐지 차분해진 얼굴로, 메시지를 재생합니다.)
휴대용 녹음기:23년 7월 XX일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진수련:...? (재생합니다)
휴대용 녹음기:23년 7월 XX일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진수련:(조금 망설이며.. 녹음기를 들여다보다, 맨홀을 돌아봤다가 뜸을 들이다, 메시지를 재생합니다.)
휴대용 녹음기:23년 7월 XX일
휴대용 녹음기:그 외도 같이 머물렀던 때, 책을 읽던 때, 즐거웠던 기억들 투성이네.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시겠습니까?
진수련:..... (재생합니다.)
휴대용 녹음기:23년 7월 XX일
휴대용 녹음기:...
진수련:(녹음기를 든 손을 팩, 하고 내려놓습니다. 혼란스럽습니다. 나는... 백도하는. 대체.)
지직-
멈췄던 녹음기에서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휴대용 녹음기:...과거의 나
휴대용 녹음기:이어....
-지직-
휴대용 녹음기:(더이상의 메시지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진수련:(손에 녹음기를 꾹 쥡니다. 내가 이어야 할 일... 천천히 고개를 들어요)
갑작스럽게 눈앞이 암전됩니다.
*
당신이 정신을 차리면 2023년에 묶여있던 몸은 다시금 2020년의 악기상 앞에 서있습니다.
백도하는 보이지 않습니다.
구멍에 뛰어들기 전 가지고 있던 펜을 꺼내보니
반으로 부서져 있습니다.
악기상 유리창 너머의 아날로그 시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정갈하게 돌아갑니다.
휴대폰 캘린더를 펼쳐 살펴도 달력은 올바른 날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꿈이라도 꾼 걸까요? 단지 꿈이라는 한 단어로 축약하기에 보고 듣고 겪었던 모든 것들이 지나치게 현실적이었습니다.
진수련:(홀린 사람처럼 주변을 부리나케 훑어봅니다. 돌아왔구나. 그렇다는 건.. 이제 자신이 할 일을 찾아내야 합니다.)
이제 어떡하시겠습니까?
진수련:(찬찬히 고민해봅니다. 고민하고, 생각하다.. 뭔가 생각난 듯 고개를 듭니다.)
네 알겠습니다.
*
어느덧 저녁이 쏟아지고 밤으로 물들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학교로 향하는 내내 무거운 습기가 발목을 잡는듯 합니다.
한밤중의 여름은 습하니까요.
매년 이맘때쯤 장마전선이 북상하고는 했으니, 시간이 부지런히 흐른다면 며칠 안 있어 많은 비가 쏟아질 터입니다.
진수련, 관찰 판정
당신은 목적지로 향하던 도중 몇가지 기현상을 목격했습니다.
전봇대를 붙잡은채 119에 고열의 두통을 호소하다 잠들듯 바닥에 쓰러진 환자의 주위를 지나가던 사람이 일으켜 세우는 한편,
급히 출동하던 앰뷸런스가 어느 사거리에서 승용차와 부딪히는 등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합니다.
불가해하기 짝이 없는 세상의 불균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왜 전에는 눈치채지 못했을까요?
하늘을 올려다보면 소름끼칠만큼 많은 별의 형상이 아른거립니다.
학교에 도착해 음악실로 향하면 정해져 있는 수순처럼 열려 있는 문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닫히지 않은 창문 틈새로 불어오는 바람의 유영에 빼곡히 덮인 커튼이 의지를 가진 생물처럼 하늘댑니다.
진수련:(처음 도하가 달빛을 연주하던 음악실에 들어섰을 때처럼, 느릿한 걸음으로 음악실의 문턱을 넘습니다. 그 날 이후 오전마다 도하의 연주를 듣기 위해 음악실을 찾았습니다.)
피아노 의자 뚜껑을 열면 수납서랍 한구석에 보관되어 있는 오래된 낡은 악보집 하나가 눈에 띕니다.
악보집을 습득함과 동시에 당신은 낡아빠진 악보집 어귀에 자리하고 있는 어떤 징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진수련, 정신력 판정
그래요, 그 때, 도하가 쏟았던 악보집들 사이에 미운오리새끼처럼 섞여있던 그 악보집에도 이런 그림이 박혀 있었습니다.
조악하게 본떠 넣은 듯 형편 없는 문양은 은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이제 어떡하실 건가요?
진수련:(악보를 펼쳐봅니다.)
꽤나 오래된 악보입니다.
음악을 했던 당신이 볼 때 꽤나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진수련:(악보를 정갈하게 펼쳐 조금 바라봅니다. 악보를 보고 있자니, 어쩐지.. 이 악보를 연주 해내야겠다는 확신, 어쩌면 욕심이 뒤섞인 감정이 밀려옵니다.)
악보를 연주하기 위해 피아노 건반 위에 손을 올리려하자
저멀리 교실의 끝에서 하얗게 아른대는 듯한 잔상이 보입니다.
과연 잔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우물에서 올라오는 듯한 인광의 기둥은 평범한 사람의 의식이 상상할 수 있는 어떠한 영상도 초월하는 재앙과 비정상의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단지 빛은 이제 새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쏟아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감히 이름 붙일 수 없는 색깔의 형체 없는 흐름은 구덩이에서 곧장 천장을 향해 솟구쳐 올라가는 듯합니다.
순수한 색채의 형태로 나타난 이계의 지성체, 세상에 알려진 어떤 스펙트럼과도 닮지 않은 희미한 색을 내는 비실체.
우주에서 온 색채입니다!
SANc 0/1d4.
아른거리던 색채는 곧 작은 개미지옥을 만들어낼듯 당신의 육신을 에워쌉니다.
순간, 머리가 반으로 쪼개질 듯한 역겨운 오존 냄새를 맡았습니다.
올 여름 내내 맡아왔던 비리고도 싱그러운 냄새입니다.
우주에서 온 색채는 가까이에 있는 지성체의 마음을 약화시킵니다.
색채의 정신공격이 이어집니다. 당신은 색채의 정신력 값 50에 대해 지능으로 대항 판정을 합니다.
진수련, 지능 대항 판정
마력 1d6점과 이성 1d3점을 잃습니다.
대항 판정에서 실패해 상실한 마력은 학교를 떠날 때까지 회복할 수 없습니다.
대항 판정에 실패한 당신은 색채의 정신 공격으로 인해 음악실을 떠나기가 어려워집니다.
발끝에서부터 차올라 몸통 언저리에 찰랑이던 의지가 깨진 둑에 담긴 물처럼 줄줄 새어나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음악실을 떠나기 위해 어려운 난이도의 정신력 판정이 필요합니다.
만약 정신력 판정에 성공하지 못하면 음악실에 남아 있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낍니다.
진수련:roll/1d6
=
=
차감해주세요
진수련:(정신력 판정... 시도하겠습니다 하아)
진수련 정신력 판정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당신은 서둘러 악보를 챙기고 음악실 바깥으로 뛰쳐나갑니다.
그 순간,
누군가 당신의 팔을 강하게 잡아당겨 음악실 바깥으로 끌어냅니다.
백도하:내가 밤에는 음악실에 오지 말라고 했잖아!
얼굴을 확인하면 아니나다를까 결석했던 도하입니다.
매서운 불호령이 떨어집니다만, 그조차도 당신이 들고 있는 악보집을 확인하거든 빠르게 누그러듭니다.
백도하:하...
진수련:...벡도하.. (멍한 얼굴을 짓습니다.)
백도하:그래... 그래도... 멀쩡하니까...
얼굴에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붙잡힌 통에 팔 전체에 전해지는 체온이 36.5 ℃를 훌쩍 넘어 섰음을 눈치 채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도하의 몸은 불 위에 올려둔 물처럼 펄펄 끓고 있습니다.
이 상태로 쭉 당신을 찾아 헤매고 있던 걸까요?
도하는 돌아가자는 말을 끝으로 아무 말을 하지 않습니다.
진수련:...너. 몸 상태가.. (뭔가 말해보려다, 도하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말을 삼킵니다. 미래에서 본 도하의 떠나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도하가 당신을 데리고 온 곳은 학교 뒤편의 소각장입니다.
진수련:(손에 든 악보와 소각장을 번갈아 바라봅니다, 고개를 돌려 도하를 바라봐요.) ..뭘 해야 하는지 알겠어.
도하는 악보가 전부 타는 것을 바라봅니다.
백도하:뜬금 없을지도 모르지만, 선생님이 내주셨던 과학 숙제 이야기야.
진수련:... (녹음기를 통해 들었던 이야기에 대해 떠올립니다. 그 이야기에 의하면 미래에서 온 사람은 과거를 바꿀 수 없다고 했었죠. 하지만..)
백도하:…그렇구나.
그렇게 속삭이는 도하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있습니다.
꼭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것이 아닌, 세상의 진리를 설파하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한참을 침묵하던 도하가 다시 한 번 입을 엽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진수련:(소각장을 쳐다보던 시선을 돌려 도하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피아노 연주?
백도하:어, 피아노 연주...
진수련:(도하의 얼굴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어 명쾌하게 대답합니다.) ..좋아.
백도하:(그말에 도하가 살짝 미소를 짓습니다.) 그래, 그거면 됐어.
도하가 당신에게 악보집을 하나 건네줍니다.
낡고, 오래 되었고, 허름하며, 손때 묻었지만…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을 건네받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도하는 곧 쓰러질 것 같은 창백한 안색을 하고서 끊길 것 같은 목소리를 쥐어 짜내 한 가지 부탁을 남깁니다.
그 모습이 마치 한계에 다다른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백도하:부탁이 하나 있어,
진수련:(도하가 건넨 악보를 받아들고, 의아한 얼굴로 도하와 악보를 바라봅니다. 대답을 해야하는데, 대답했다간 눈앞의 백도하가 사라질 것만 같습니다.) ...
꼭이야, 그 말을 남긴 도하는 등을 돌립니다.
사라지는 도하를 잡아 세울 수는 없습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겠지만 비유하자면 그런 것입니다.
무지개를 손으로 잡을 수 없고 햇빛의 뜨거움을 유리병 속에 담지는 못하는 것과 같은.
(To GM): 사람은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 죽어가는 존재라지만 세상에 절망과 꺾인 의지만이 잔재한다면 너와 내가 이렇게 무사히 만날 수 있었을 리 없어.
(To GM): 눈 앞에 놓인 골목의 폭이 서로 다를 뿐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누구에게나 주어져 있지 않을까.
(To GM): 그래서 사람들은 언젠가 좌절하지 않는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선택을 번복하고 버텨내는 거야.
(To GM): 몇 달 몇 년을 웅크리고서 오래도록.
진수련:(쫓아가지 못하고 서서 도하의 뒷모습을 바라봅니다.)
(To GM): 네가, 미래를 바꿔줬으면 좋겠어.
(To GM): 널 믿어볼게. 사랑해, 수련아.
*
비가 퍼부을듯 빽빽한 수증기가 마른 길바닥을 차지하고 있는 시간입니다.
날씨 탓일까요? 오늘의 해는 일찍이 시들 요량인가봅니다.
하늘을 켜켜이 감싼 먹구름이 기묘하게 반짝이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진수련:(한손에는 도하가 건네준 악보를 담은 가방끈을 쥐고, 먹구름이 쌓인 하늘을 바라봅니다.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를 혼잣말을 중얼거려요) ..가볼까.
평소보다 적은 수이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이 광장은 요 근방에서 유동객이 많은 장소로 손꼽히는 장소입니다.
중앙에 마련된 분수대 앞에 놓여 있는 낡아빠진 피아노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페인트 칠을 해두었지만 좀처럼 눈길을 사로잡지는 못하는 낡고 오래된 악기가 꼭 고물처럼 보입니다.
점점 더 무채색해지며, 점점 더 다채로워지는 모순적인 세계에 도태되어 있습니다.
그 허름한 피아노에 다가서는 것은 오로지 진수련, 당신 뿐이겠죠.
진수련:(사람들의 사이를 가로질러 피아노 앞에 섭니다. 가방에서 조심스럽게 악보를 꺼내, 악보대 위에 펼쳐 얹습니다.)
점점 6시에 가까워지는 이릇입니다.
잠시 주변을 둘러봅니다.
하지만 그 안에 도하는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은 시간의 풍파를 고스란히 간직한 악보대 위에 셀 수 없이 많은 나이를 먹고 자란 곡을 올려둡니다.
진수련:(인파의 틈으로 도하를 쫓아 시선을 돌리지만, 그를 찾지 못합니다. ..도하가 없는 무대더라도, 도하가 부탁한 연주를 해내야겠죠. 그게 제가 들은 연주에 대한 정당한 값일 테니까요. 고개를 악보로 돌립니다.)
음표를 빼곡히 채워 넣은 악보는 종이가 어찌나 얇고 덧없는지 바람 한 점에도 부서질 것처럼 가녀립니다.
이 악보의 어느 구석이 그렇게나 특별한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도하는 당신에게 간곡히 부탁했었죠.
언젠가 당신이 최초로 건반에 손을 올려놓았을 때처럼 어깨 끝을 살짝 떨면서.
차가운 공기 한 품 찾아볼 수 없는 습하고 무더운 여름의 정가운데서 마침내 건반에 손을 올려둡니다.
잊고 살던 서늘한 냉기가 백건과 흑건 위에 자리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어깨를 익힐듯 강렬하던 더위가 한풀 꺾입니다.
추억으로 남길 뻔했던 감각들이 되살아남을 느낀 것은 그 때였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도 괜찮나요?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 번 연주를 그만 두었던 당신이 과연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모든 의지를 잃고 주저앉아 있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도망치듯 반대로 뛰어 가능한 먼 곳으로 숨었던 당신은 굳어버린 손가락으로 다시 누군가의 발걸음을 멈춰 세울만한 연주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To GM): 17
진수련:(양손에 힘을 줘 주먹을 쥐었다, 천천히 펼칩니다. ..할 수 있냐 못하냐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해내야 합니다. 그게 도하에게서 받은 부탁.. 그리고 미래의 자신에게 받은 협박이었습니다.)
이제껏 우리는 함께 피아노를 연주해왔지 않습니까.
최종 성장된 당신의 비공개 피아노 기능치를 공개합니다.
당신의 피아노 수치는 104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그럼요.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세상에 절망과 꺾인 의지만이 잔재한다면 한 번 좌절했던 당신이 이렇게 무사히 피아노 앞에 앉게 될 수 있었을 리 만무합니다.
눈 앞에 놓인 골목의 폭이 서로 다를 뿐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주어져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언젠가 좌절하지 않는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선택을 번복하고 버텨내는 겁니다!
진수련, 최종 피아노 수치로 피아노 판정
연주가 시작되면 바쁘게 거리를 활보하고, 때로는 흐릿한 풍경에서 벗어날듯 지나치던 사람들의 시선이 점차 광장에 모이기 시작합니다.
기이하게 물들었던 별빛 하늘이 풍향을 따라 꽃가루처럼 걷히고 가슴 위에 얹힌 듯 반죽되어 있던 아픔과 좌절이 단 하나의 점이 되어 흔적을 달리합니다.
곡이 끝맺음과 동시에 건반에서 손가락이 떨어지면,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박수갈채를 날립니다.
뉘엿뉘엿 져가던 하늘에 수놓였던 수억 개의 별들이,
세계를 숙주삼아 성장하던 색채의 무리가 모두 걷혔음을 깨닫습니다.
모든 인파가 흩어지고 나서야 주위를 둘러보지만
그 어느 구석에서도 도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같은 자리에 앉아 기다렸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
사람들을 괴롭히던 고열의 전염병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고, 혼란했던 세계는 평화를 되찾습니다.
고열에 시달려 병결했던 아이들도 모두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도하를 제외하곤 말이죠.
울다 지친 매미가 늦여름의 끝에서 기나긴 생의 종지부를 찍습니다.
시간은 부지런히 흐르고 계절이 순환합니다.
10대의 끝, 졸업식을 하루 앞둔 당신은 책상 사물함 깊숙한 곳에서 반과 반으로 접힌 쪽지 하나를 발견합니다.
눈에 익은 글씨를 확인하면 틀림 없이 백도하의 글씨체입니다.
접힌 자국만이 선명하고 흐릿하게 번진 연필 자국은….
[ 2023년 여름의 악기상에서 다시 만나자. ]
반짝, 하고. 마치 빛을 받은 유령의 신호처럼.
END1. Da capo!, 처음으로 돌아가.
현재를 살아가던 당신의 개입과 선택으로 인해 모든 미래가 바뀌었습니다.
손실되었던 모든 이성치와 체력을 회복합니다.
*
장마전선 소식이 들려오던 여느 2023년의 여름.
세간에 알려진 '정체불명의 전염병'사태가 종식된 날로부터 약 3년이 흘렀습니다.
좁디 좁은 골목을 돌아 울타리 어귀에 멈춰선 당신은 영업 종료 팻말이 걸려 있는 악기상 건물을 바라봅니다.
관리 되지 않아 썩어가는 나무벽은 꼭 악기상이 아닌 잊혀진 어딘가의 골동품 가게를 연상케 합니다.
그나마 빨갛게 돋아난 덩쿨장미가 건물 외벽을 타고 자라난 풍경만이 음산함을 닦아낼 뿐입니다.
당신은 걸쇠가 앞길을 가로막은 악기상 처마 아래서 낡아빠진 [피아노] 한 대를 발견합니다.
어떡하시겠습니까?
진수련:(피아노에 느린 걸음으로 다가갑니다. 빛바랜 의자에 앉아, 건반을 손으로 쓸고.. 피아노를 연주해봅니다.)
악보대 위에는 반듯하게 펼쳐진 [악보] 하나와 더불어 사용감이 남아 있는 [녹음기] 하나를 발견합니다.
진수련:(잠시 손을 멈추고, 녹음기를 살펴봅니다)
녹음기 전원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들어옵니다.
텅 비어있는 폴더 속에서 음성메시지 한 건과 3건의 피아노 연주 녹음 파일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진수련:(재생해봅니다)
음성메시지를 재생하면 3년 전에 녹음된 파일로,
다소 음질이 좋지 않습니다.
노이즈낀 음질 틈을 파고든 도하의 목소리가 새파란 여름의 골목길에 흩뿌려집니다.
음성메시지:수련아 안녕.
음성메시지:나는 이미 한 번 너를 만났던 적이 있는 것 같아.
음성메시지:기억하고 있어.
음성 메시지가 종료되면 어디선가 비릿하고 싱그러운 풀냄새가 불어옵니다.
진수련:(녹음기를 손에 말아쥐고 눈을 지긋이 감습니다. 입가에는 작게 웃음이 떠오릅니다.)
눈을 감은채 피아노 앞에 우두커니 서있던 당신의 어깨를 톡톡, 누군가 두드립니다.
불현듯 고개를 돌려 상대를 확인하면,
...백도하입니다.
2023년, 두 번째 첫 만남.
알고 있나요?
두 사람은 괴멸해가던 일전의 미래에서도 2023년에 이 피아노 앞에서 마주쳤습니다.
어떤 악보와 함께.
FIN
수고했습니다.
???에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이 판정은 오직 진수련의 의지니까요.
진수련:음악에 대한 [욕심]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음악에 대한 욕심이 당신을 불러세워 미래를 바꿔냈습니다.
21-10-10

(듣기 판정 가능한가요?)
(소리가 너무 작네..)


최근 세계보건기구는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입자가 기이하게도 단백질 껍질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DNA나 RNA등의 유전체 또한 실재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더욱 특이한 점은 환자의 체내에서 발견된 바이러스 입자가 오존 분자와 유사한 형식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입자를 과연 바이러스 입자라고 일컬을 수 있겠느냐는 학계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아울러 전염성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동물에게서 동물에게로, 곤충 내지는 공기나 물을 통해서 감염이 이루어지는 병이 아니므로 전염병이라 칭하기에도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일부 학자들이 지구온난화의 가속으로 인한 미지의 바이러스일 가능성을 주장하는 한편, 당국을 포함한 WHO에서는 계속해서 질병의 감염 경로를 연구중에 있습니다.


(이후 양치질 등 등교 준비를 마치고, 가방을 챙겨 거실을 살핍니다. 언제나의 루틴입니다. 부모님은 거진 집에 계시지 않지만 한번쯤 살피는 것이죠. 예상대로 두분 다 일찍 나가신 모양입니다.)
... (할아버지 방이 있는 2층 쪽을 힐끗, 살피고 뒤돌아서며 말합니다.) 다녀오겠습니다.
(대답은 듣지 않고, 신발을 마저 신고 현관을 나서요)






반 편성 뭔가 바뀌었어?



아, 너네반 선생님 병가내셨대.
그래서 우리반 호랭이 쌤이 통합담임 맡는다나?








갑작스럽겠지만 오늘부터 결석생 수가 많은 반을 임의로 묶어 합반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A반 C반은 미술, 음악중에 음악 과목을 선택한 반이지? 비슷하게, 미술을 선택한 B반은 D반과 합반 수업을 진행한다는 소식이다.
A반 선생님이 유행성 질병으로 병가를 내게 되셔서, 오늘부터 내가 A반과 C반의 통합 임시 담임을 맡게 됐고.
참고로 우리 반은 지금부터 A-1반이다. 이상, 조례 끝. 다들 조용히 1교시 준비하도록.




(대충 팔에 책을 끼우고 느릿느릿 이동해봅니다.)

(바빠보이는듯 그말과 함께 저멀리 뛰쳐나갑니다.)







왜, 나 작년에 클래식 동아리에 아는 선배 있었잖아.
그 선배가 그러는데 축제 기간에 밤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있었던 적이 있더래.
달밤에 피아노 소리가 나서 눈 딱 감고 음악실 문을 열어봤는데 아무도 없었다는 거야!



(음악실을 지나다보면.. 다시 들을 수 있게 되는 걸까요? 그 음악. 자기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주변을 살펴보다 자리다 다 차있는 것을 보고) 혹시 옆자리 비어 있는 거면 내가 앉아도 될까?









혹시.. 너가 가져갔던 거 아니야? 솔직히 말해도 되는데~ (씩 웃으며 농담을 던집니다.)


뭐 어쨌든. 돌려줘서 고마워.


내가 알기로 A반 C반 진도가 비슷했거든? 모두 책 펼치자.
거기 뒷줄! 졸지 말고!
아, 그래. 유럽 문명사에서 지칭되는 바로크 시대란 보통 17세기를 가리킨다는 거, 저번 시간에 먼저 이야기 했었지?
17세기의 예술을 가리킨다고….

(역시 나는 겉핥기만 해온 걸지도. 그런 생각에 쓴웃음이 떠올라요)

(문득, 옆자리에 앉은 도하에게 말을 걸어요) 저기, 혹시 이 사람 누군지 알아? A라는 작곡가.


... (도하의 공책에 손을 뻗어 들을 남깁니다.) [너 진짜 성실하다. 그냥 작게 말하는 정도는 그냥 넘어갈텐데 음악 수업은.]


[오~ 그래? 뭐 다루는데?]

[너도 음악 좋아해?]


아니, 별로 안 좋아해. (입으로 또렷이 소리내 대답합니다.)





(묘한 기대감을 품고 음악실로 향해봅니다.)


(저런 연주를 할 수 있다면 제 할아버지 정도는 설득해낼 수 있지 않았을까요? ..뭐, 실없는 생각입니다.)










같은 무대에 서고 싶은 사람이 있었을 뿐이야.





그래서... 고민 중이야.



(어쩐지 가라앉는 기분에 생각하길 그만 둡니다.) ..뭐, 잘 되길 바랄게. 그 사람이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주 몇번 정도면 함께 해줄 수 있지 않겠어?
나한테 한 것처럼 수작이라고 해보던가~

기억해둘게.






(Go 도하 Go 도하 GOGOGO도하)
(운쓰겠습니다.)

정말 힘들어?

알았어. 그정도야 뭐.. 진짜 도움 안될텐데 그래도 괜찮다면.

(시간을 보더니) 너무 늦겠다. 슬슬 정리하고 들어가자. 너도 출석부 가져다 드려야지.

..아침에 오면 되는거지?



내 부탁 들어줬으니까. 나도 하나 들어줄게.
가능한 선에서 말야.





(이미 음악실에 간 걸까요? 책상 앞에서 누가 있는지 주변을 둘러봐요)






쉬기라도 하면 손이 무뎌지니까.
거기에... 내가 부른 손님도 있는데. 쉴 수야 없지.
(손으로 제 뒷목을 살짝 어루만집니다. 땀이 묻어나오네요.) 후우...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건네요) 땀이라도 닦아. 벌써 치고 있었던거야?







(드뷔시의 '달빛' 악보를 건넵니다.)






(이것도 수작이냐느니 농을 치려다.. 열기가 심상치 않아 일단 거둡니다)

(몸을 구부리며 악보를 줍습니다.)

(조금 말을 고르듯 생각합니다.) ..요새 유행하는 유행병도 있잖아. 혹시라는게 있으니까 늦기 전에 보건실에 가보는게 좋겠는데.
(정돈된 악보를 도하에게 건넵니다)


다른 악보집도 있는 모양이네? (넌지시 물어요)


누구 악보집인지 궁금하네?





안 치기로 했어. 너도 만약 칠 일이 있어도 이것만큼은 치지 말았으면 해.




(저 외모 씁니다.)

..하아. 아니다. 안될건 없지. ..근데 왜 듣고 싶은거야?

아마 너는 기억 안 날 거야. 난 관객석에 있었으니까. (손을 꼼지락거리며) 그...

그냥 뭐, 뻔한 얘기야. 음악계로 진로를 잡고 싶었지만.. 집에서 반대했어. 취미로만 하길 바라셨거든 어른들이.
..나 나름대로 설득은 해보려고 했는데. 흠, (쩝하고 입맛을 다십니다.) 내가 생각보다 재능이 딸리더라고. 실패했어.
이정도면 설명이 됐나? (괜히 웃어보입니다.)

내가 괜히 상처 준 게 아닌가 싶었어.
그래도 말야. 나는 네 연주가 좋았거든.
(눈을 살짝 감으며) 밖이 무서워서 눈물 흘리던 어린 시절에도 네 연주를 들으면 진정이 됐었거든.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라.
꺼낼까 말까 고민했었어.

(제 음악이 좋다니, 가족에게도 들어본 적 없는 이야깁니다. 물론 좋아했죠. 자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3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은 처음입니다.)
(..알 수 없는 울렁거림이 한켠에서 솟구칩니다.)
(조용한 음악실의 공기와 도하의 말, 표정, 얇게 올라오는 성가신 더위.. 그리고 이 울렁거림까지. 눈을 굴려 피아노를 바라봅니다. ..한번쯤이라면, ..어쩌면.)
(??? 판정 시도해보겠습니다.)


이렇게라도 만났으니 만족해.
너무 시간가기 전에 쳐야겠다. (건반에 길고 큰 손을 올립니다.)







그럼 슬슬 나갈까?

(작게 소근거립니다.)

나도 괴담 하나 알려줄까? 너 이렇게 열 펄펄 나는데 양호실 안가면.. 큰일날지도 몰라. (목소리를 깔아 쿰쿰한 음성을 냅니다)
자자, 얼른 가셔~ (도하의 등을 가볍게 톡톡 쳐요)


시간의 상대성 이론이라고 한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관찰자나 광원의 속도에 관계 없이 진행중인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고 설명 해줬었지?
따라서 시간과 공간은 속도에 따라 상대적이라고.
어허, 왜 다들 처음 듣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어?
(선생님이 칠판을 두어번 두드립니다.)

(당황한 어투로) 내가 그렇게 강조했는데.
블랙홀은 시공간에 구멍을 뚫는다고 별표까지 달아줬을 거야.
교과서 확인해 봐.

(팔락팔락)

다들 어렸을 적에 시간 여행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 있지?
실제로 과거로의 시간여행의 경우 광속에 가까워질 수록 시간이 느려지니까, 빛보다 빨리 나아가면 시간이 거꾸로 흐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해.
하지만 빛보다 빠른 물질이 이 세상에 존재할 리가 없지?
2011년에 유럽 입자물리 연구소 CERN에서 초광속입자 해프닝이 있기도 했는데,
궁금한 녀석은 학교 끝나고 찾아보도록 해라.

공부를 제대로 한 녀석들은 눈치를 챘겠지만,
시간과 공간이 속도에 따라 상대적이라는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빛보다 빠르게 나아갈 경우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게 아니라 허수의 방향으로 흘러가버린다.
우주 끈이나 웜홀을 사용한다거나.
하지만 웜홀이 그저 가상의 이론 상태일 뿐인 지금, 시간여행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지?
하하!
(흥미롭다는 얼굴로) 자, 과연 미래에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할까?









(이따 열은 내렸냐고 물어볼까.. 생각해봅니다.)



콩쿨준비는 잘 되어가나?


선생님이 함 부탁이 있어 그런다.
저 상가거리 있지?
거기에 있는 서점에서 선생님이 받아올게 있는데 내 지금 무척 바빠서 말이다.
(전화가 울리는 것을 받으며 얼굴이 하얗게 질립니다.)
아이구, 예. 제가 곧 갑니다.

알겠지?
도하랑 진수련이!

네, 그렇게 할게요. 선생님 (사람 좋은 웃음)


(눈을 깜빡이더니) 갈 곳이 생겼네.


하는 김에 같이 가자.









좋아.



(손가락으로 메뉴를 가리킵니다.)

(도하에게 건네요.) 자, 덥기는 더워도 너무 빠르게 마시진 않는게 좋겠네.


요즘 점점 온도도 오르고 있어서.
곤란해하던 참이야.








선생님께서 찾으실 물건이 있다고 해서요.

(메모가 적힌 종이를 보며 물어봅니다.)


창고쪽에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짐을 수련에게 건네줍니다.)



(관찰력으로 도하를 찾아볼 수는 없나요?)


(음악 코너 쪽으로 가볼게요)


(문제집 쪽으로 돌아봅니다)

(그렇다면 음악으로 병이 옮는 일도 가능할까? 지금 이 전염병처럼.. 그런 생각까지 발전하다,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고개를 훌훌 젓습니다.)
뭔 생각을 하는거야 이런 때에.. 백도하 대체 어디있는거야?

겨우 찾았네... 엇갈렸었나봐.

갑자기 그렇게 사람이 우르르 몰릴줄은 몰랐네. 작가 팬 사인회라도 열린 줄 알았어.

어디 넘어진 데는 없고?


그러면 물건도 찾았으니, 밥먹으러 가자.




(스마트폰의 지도 앱을 켜서 화면과 주변을 확인합니다.)





여기에 있어야하는데... (도하가 악기들 근처로 다가갑니다.)
(깨끗한 피아노를 보며 고개를 젓고 있습니다.)
이게 아니야.

사장님, 여쭤볼게 있는데요.



(장부를 뒤적거리더니) 그거 시에서 대여해갔다.
어디에 쓰려는지는 도통 모르겠지만 말이다


(입근처를 손으로 가리고 잠시 바닥을 바라봅니다.)




우선... 알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 (꾸벅 인사를 합니다.)



내가 미안하지.
괜찮아. 언젠가 찾을 수 있을거야.
집까지 데려다 줄게.



이 피아노가 여기 있었구나….






그 전에. (가방에서 녹음기를 꺼내 업라이트 피아노 위에 올려두곤 녹음버튼을 누릅니다.)




(저렇게 심취해서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금 과거의 자신을 떠올립니다)
(자신도 저렇게 흐르듯이 곡을 연주하던 순간이 있었기 때문에..)
(도하의 연주를 들으며 또 자신도 모르게 상념에 빠져들어 갑니다.)








그럼 내일 보자.



시민들의 불안감은 날로 달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최근 전세계 곳곳에서 공통적인 기현상이 발생, 목격되고 있습니다.
증언은 일체 미열에 시달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비롯되었는데요, 환자들은 하나같이 여름철의 짙은 오존 냄새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밤 하늘에 별들이 수도 없이 많이 떠있는 것이 기이하다.'는 말을 되풀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모 대학병원 의료진은 질병 감염에 따른 환각 증세의 가능성을…
다음 속보입니다….


(최근 무리를 한 걸까... 신경쓰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안타깝게도 유행성 열병으로 못오는 애들이 생겼다.
A반 김ㅁㅁ, A반 홍ㅁㅁ, C반 백도하. 이렇게 셋이다. 너네들 알다시피 병문안은 금지니 나중에 찾아갈 생각 하지도 말아라. 알았지?
(한숨을 푹 쉬고 출석체크를 시작합니다.)


(아픈 와중에도 어떻게든 콩쿨을 준비하고 싶었던 거겠죠.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아서 아픈 걸 알면서도 강하게 말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독이 되었던 걸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선생님께 도하의 집이나 병원 위치를 알아낼 수는 없을까요?)


(알 수 없는 기시감이 듭니다. 이 악기상에 다시 가봐야 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후의 일정들은 뒤로 한채 가방을 들고 교실을 빠른 걸음으로 나옵니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봐요. 그 날의 공기와 신기했던 경험. 도하와 겪었던 다양한 감정들을..)
(감정 판정으로 어케 안됩니까)
(아놔)
(제 순정)




(혹시 도하가 찾던 것과 이 웜홀은 관련이 있던 것일까요? 도하는.. 이 웜홀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일까? 일순, 생각의 방향이 도하에게로 집중됩니다.)
(도하가 연주했던 피아노의 소리가 혼란한 머릿속을 감싸고, 그 애의 피아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울렁이던 감정이 웜홀이 이끄는 감각과 뒤섞여 요동칩니다.)
(수련은 웜홀로 뛰어듭니다. 한 손엔 도하와 처음 만났던 날, 음악실에서 나눈 필담을 수놓은 볼펜을 쥔 채로. 이 물건이라면 자신이 길을 잃지 않게 해줄 것이라는 묘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근력 판정 해봅니다)


후..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심호흡을 한번 하곤 다시 올라섭니다.)
(근력 판정.. 갑니다! 제발!)

(어디로 향해야할까.. 아이디어 판정 해봐도 될까요?)















괴 전염병으로 인한 고열에 시달리다 사망한 인구가 전체 인류의 80%에 육박했습니다.
사회는 완전히 마비되었습니다… 치직,
…그 누구도 미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대로 인류는 역사에서 잊혀지게 될 것입니다.
한편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오컬트 학자들이 내놓은 새로운 가설이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만약 어떤 저주받은 곡으로 인하여 전염병이 창궐하였다면,
이 광기어린 저주를 세상에 퍼뜨린 원인이 되는 곡의 악보를 태우는 방법만이 존속과 멸망을 결정지을 유일한 수단이라고… 치직…

음악으로 인한 감염이라니, 무슨 터무니 없는..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언젠가 서점에서 읽었던 책의 내용이 뇌리를 스칩니다. 분명 그 책도, 음악의 전염성에 대해 논하고 있었는데..)
(생각을 정리하려는 듯 손으로 미간을 꾹꾹 누릅니다. 그러다가.. 카운터에 놓인 시계를 집어듭니다. 이건 뭔가 살필 거리가 있을까 하고.)
(혼란스럽습니다. 당장 목도한 현실에 겹쳐 시계의 이상한 움직임까지.. 대체 뭐지? 불쾌한 감정마저 듭니다.)
(조금 비척거리는 걸음으로 책장으로 향해 기대섭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혹시 책장에 이 사태에 대한 다른 힌트가 있을까 살펴봅니다.)


(약간 다리가 풀려 천천히 다리를 굽히곤 앉습니다. 꾸며낸 일이라고 자기세뇌한 들 의미는 없겠죠. 이렇게 된 이상..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아야합니다.)

그, 그... 내가 준 거
잘 받았지? 마지막이니까...




네가 계획한 대로 할게.
...과거로, 가서... 너를 만나고 올게.
네가 문제 없다고 했으니까.
과거의 너라면 할 수 있다고
네가 말했으니까




(뒤를 보면 오늘의 날짜가 음각되어져 있습니다.)
약지에 끼면 이제 안되...니까...
그러니까...
(왼손약지에 있던 반지를 검지로 옮겨 낍니다.)



(머릿속에 퍼즐처럼 맞춰지는 이 상황과 현실들. 떠나는 도하를 향해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요. 저 애는 과거로 가서 열병을 앓게 됩니다. 무언가를 위해 고군분투하다 잠들어버리게 됩니다.)
(저 애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건 어떤... 아,)
(그리고 불현듯 깨닫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지금 여기 서 있는 자신의 존재를요. 도하를 도울 수 있는 길은, 지금 도하가 목표하고 저 구멍으로 뛰어드는 계기는.. 여기 서 있는 자신의 존재입니다.)

...잊지마!
알고 있지?
나를 가장 움직이는 곡은, 네가 연주한 달빛이야.
(도하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향해 그렇게 외칩니다.)
(운쓰겠습니다..)



12개의 음성메시지가 남아있습니다.


세계는 모래로 이루어진 성마냥 단시간에 무너져내렸다. 3년 전 시작했던 저주는 점점 몸집을 불려 인류의 80프로를 장악해버렸다.
세상은 이미 그것에 의해 멸망했다.
얼마 남지 않은 우리는 마침내 이곳에 도달했고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몰라도 한가지 희망을 손에 넣었다.
그것은 단 하나의 악보집이었다.


이세계의 저주를 풀어내고자 많은 시간을 연구했고, 이 근처에서 시간의 왜곡을 찾아냈다.
누군가 알려주지 않았지만 나는 이것이 과거로 향한 웜홀인 것을 깨달았다.
만약 과거로 가 저주를 풀어낸다면 이 세상은 원래대로 돌아올까?


미래를 인지하고 역사를 바꾸기 위해 시간을 건너간 당사자는 절대로 미래를 바꿀 수 없다.
또한 누군가에게 직접적으로 귀띔해줌으로서 세상의 변화를 도모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깨달아 버렸다.
우주의 섭리이자 절대적인 질서를 감히 시간을 조금 더 앞서나간 인간따위가 좌지우지 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진수련이 감염됐다.
어디서 감염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에게 더이상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진수련이 한 가지 계획을 떠올렸다.
아직 감염되지 않은 내가 과거로 가 과거의 자신을 유도해 세상을 되돌린다는 것.
그때의 자신은 피아노를 포기했지만, 사실 작은 계기와 동기가 있었다면 다시 피아노를 하지 않았을까, 라고 가벼운 말투로 이야기를 했다.


진수련이 아프다.
그러면서도 나를 계속 밀어낸다.
거친 말로 꺼지라고 말하지만 사실 나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건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안다.


더이상 네 면상 따위 보고 싶지 않다고 몇 번을 말해!
(캉- 무언가 던져져 내동댕이 쳐지는 소리가 들린다.)
날 두고 떠나라고 이 멍청아.
(짝, 하고 마찰음이 들린다.)
지직-


-지직-
계획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내가 과거로 가 미래를 바꾼다면... 이세계선은 사라지고 평화로웠던 세상이 돌아온다.
동화책 마지막에 나오는 다들 행복하게 살았어요. 란 이야기처럼 행복해지는... 지직-


네 말대로라면 나는... 이곳의 너를 잊어야하잖아.
-지직-


(앞부분에 공백이 느껴지다 이내 도하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내가 떠나면 이 녹음기를 간직해주길 바래.
만약... 외롭고 그런 감정이 든다면 이 안에 든 마지막 파일을 계속 들어줘.


네가 말했지? 과거의 널 믿어보라고.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나도 믿어볼 뿐이야.
-지직-
...네가 나한테 반지 준 날 기억해?
얼굴로는 크게 드러내지 않았지만 무척이나 기뻤어.
더 기뻐하지 않냐고 괜시리 툭툭 치던 네가 생각나.

...
아, ...이제 졸립구나? 내가 말이 너무 많았네... 꿈에서도, 행복했으면 좋겠어.
좋은 꿈 꿔, 진수련.
-지직-


야... 백도하... 이런 걸 남기고... 참... 많이도 컸다...?
편지라고... 이런 걸 던져주다니 참...나... 진짜 웃기지도 않아...
이럴 줄 알았으면... (뒷말이 흐려져서 들리지 않는다.)
...
-지직-


(도하를 처음 만났을 때, 도하와 나눈 대화들을 천천히 곱씹어 봅니다. 먼저 다가와 말을 걸던 도하, 나와 음악에 대해 이야기 하던 도하, 부러 내게 연주를 들려주던 도하.. 그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머릿속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지만, 한가지만은 명료해집니다. 천천히 주변의 황폐한 정경을 돌아봅니다. 자신은..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 이곳에 보내진 것이겠죠.)
진짜... 난 성가신 건 딱 질색인데. 백도하. (작게 탄식하듯, 신음하듯 한숨을 내쉽니다.)
(고개를 들고, 조금 청명해진 시선으로 정면을 또렷이 바라봅니다.) ...하지만 너한테 얻어들은 연주 값은 해야겠지.

네가 할 일...
똑똑히 기억해.
...우리가 남긴
희망
제대로

알겠지?



(직접 보고 온 2023년을 막을 수 있는 방법 말입니다.)

(음악실로 돌아가 볼 수 있을까요?)

(그날,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도하가 악보를 쏟았고, 그 중 섞여있던 악보 한권을 떠올려봅니다.)
(피아노 의자 아래의 수납공간 속에서 낡은 악보집을 꺼내겠습니다.)


(악보를 피아노 악보대 위애 올려둡니다. 피아노 연주.. 시도해보겠습니다.)

rolling 1d6
(
)
3
3
rolling 1d3
(
)
1
1







내게 맡겨진 일이라는 게 이건거지.
(소각장에 악보를 던져 넣습니다.)

선생님은 미래에서 건너온 사람이 과거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물었잖아.
어떻게 생각해?

..내가 들은 어떤 말로는 말이지, 미래의 사람이 과거를 바꾸는 일은 어려운 일이라고 했어. 그치만..
그 사람으로 하여금 미래를 바꾸는데 일조하는.. 귀찮은 일을 제법 잘 참는 단 한사람이라도 생겨난다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 미래도. (도하와 함께 타들어가는 악보를 바라보며 중얼거립니다.)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은 없어.



할 수 있어. 피아노 연주.



(..하지만, 그가 건넨 악보가 어떤 것일지.. 조금은 알 수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받아야 한다는 것을요.) 그래. 알았어.









(피아노 의자에 걸터앉습니다. 자신의 행동에 주변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는 걸 느낍니다. 과거 느꼈던 감각.. 사람들 앞에서 연주를 해내던 감각이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건반 위에 손가락을 올립니다.)




피아노 연주 잘 들었어.
눈치챘을 지도 모르지만, 나는 3년 후의 미래에서 온 사람이야.
그래서 나는 지금 내가 살던 미래로 돌아가.
과거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봐 마지막 인사를 하지 않고 홀연히 떠날 마음을 먹었어.
지금에서야 깨닫는 거지만,

과거로 향하는 구멍에 뛰어들기 직전 악기상 앞에서 널 마주쳤던 일이 있어.
그런데 그게 실은 '너'였던 거야.
내가 찾아 헤매길 자처했던 3년 전의….
신기하지 않아?
내가 헤매기도 전에 네가 먼저 나를 만나러 와줬다는 게.

드뷔드의 달빛.
우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곡.
...
나는 마치 음악실의 유령처럼 그 어떤 기척도 내지 않고 숨죽인 채 네가 이곳에 이끌려 스스로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
정말이지 유령처럼, 질량도 형체도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형태로 무덥고 침침하던 과거의 여름 속에서
오롯이 목소리만으로 너를 홀려낼 생각 뿐이었던 음악실의 유령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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